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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디어 운동에 대한 메모

현장에서 미래를  제55호
김명준





2000년 미디어운동에 대한 메모


김 명 준

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kimlnp @ jinbo.net, http://www.lnp89.org)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거나, 활동가들의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2000년은 한국 노동자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 전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 또한 안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통합방송법이 합법화한 퍼블릭 엑세스,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인터넷 방송국들, 조심스럽게 일각에서 제기되는 소출력 FM 라디오 등, 각각의 주제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기술적 수준에 조응하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무기 혹은 진보적 노동운동이 배제된 이름뿐인 공공공간으로 귀결될 수도 있는 상반된 가능성을 안은 채 점차 현실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새로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의지와 역량, 그리고 전략을 한국 노동운동은 보유하고 있는가, 아니 보유할 계획을 지니고 있는 가이다.

이 글은 지면의 한계로 많은 부분 구체적인 설명을 불가피하게 생략할 수밖에 없다. 각 부분과 관련한 세부적인 정보는 노뉴단 연구단위에서격주간으로발간하는웹진프리즘을참조하기바란다.(http://prism.jinbo.net1))

1. 신세계에 대한 예감, 그리고 미디어 운동의 불균등 발전


한국의 진보적 노동운동은 그 누구보다도 주류 미디어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노동운동은 대중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주류 미디어에 실리고자 혹은 주류 미디어를 변화시키고자 애써 왔고, 동시에 자신의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는 독립적 미디어를 계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한 시도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과대평가되어서는 곤란하지만) 도달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적 진보와 헌신적인 활동가들의 실천을 기반으로 부분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가장 조직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국제 노동 미디어 행사나, 전국적 노조조직과 활동가 단체의 조직적 결합에 근거한 노동네트워크(http://www.nodong.net), 전문제작활동으로부터 영화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활동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노동자 뉴스 제작단 등,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미디어 운동의 자산과 경험을 한국 노동운동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성과의 단면들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조직적 지원 부재, 그리고 노동 미디어의 생존 근거가 될 수도 있는 공공적 (이른바 시민적) 미디어 공간의 공백상태 등은 이러한 활동들을 보다 확대시키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들로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운동의 영역들은, 그 동안 축적되어온 역량을 기반으로 하면서, 동시에 그 동안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을 극복해가는 새로운 계기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제들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근거이다.



2. 퍼블릭 엑세스(Public Access) 혹은 노동자 엑세스


새로운 방송법 조항중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이른바 시청자 제작 참여로 표현되어 있는 퍼블릭 엑세스 구조의 합법화이다. 구체적인 법조항은 아래와 같다.


69조 ⑥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70조 ⑦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는 방송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지역채널 또는 공공채널을 통하여 방송하여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제 시청자가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프로그램들을 KBS, 케이블 채널, 위성 채널이 방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가받은 방송사업자가 아닌 사람도 방송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 혁신적인 조항에 등장하는 ‘시청자’의 대다수가 노동자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이제 노동운동은 퍼블릭 엑세스를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유력한 공간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보다 미시적으로 보자면 과제는 다양한 수준에서 발견된다. 우선, 법안이 밝히고 있듯 세부적인 내용은 대통령령과 방송위원회의 시행규칙으로 위임된 상태이며, 따라서 이 하위법체계의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이 조항들의 정치적 성격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시행령은 나왔으며, KBS는 예상대로 이 조항의 긍정적인 정신을 최대한 삭감하는(!) 편성규칙 시안을 발표한 상황이고,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종 사회단체들은 이 엑세스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회를 구성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 글이 발표된 후인 4월말이면, 방송위원회의 시행규칙 및 KBS의 편성기준이 공표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이 우선 대응했어야 하는 법제도 수준의 목표설정 및 관철노력은 그 시점을 이미 놓친 상태이다. 참고로 시행령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51조(시청자 참여프로그램) ①법 제69조제6항의 규정에 의하여 한국방송공사는 매월 100분 이상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②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③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운영, 제작지원 및 방송권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방송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시행규칙이 어떻게 되든, KBS를 통해서 민주노총의 부분적인 자기 프로그램 방영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지역 차원의 케이블 TV를 통한 프로그램 제작 방영 및 위성방송의 엑세스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러한 구조를 어떤 의미로 볼 것이며 어떻게 실천적인 준비를 해 들어갈 것인가에 있다.

공중파와 위성의 경우, 퍼블릭 엑세스는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서 노동운동이 직접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최초의 실험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다채널 시대에 개별 채널의 정치적 중요성이 삭감될 것을 예상한다면, 우리는 노동운동의 독자채널 혹은 사회단체의 계급연합 채널을 충분히 현실적인 과제로 설정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그러한 가까운 미래를 예상하고 예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케이블 채널의 경우는 매체 자체가 지역적 성격을 지니며 가용한 방송시간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개방채널의 성격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 영상 활동가와 기층 노동자 비디오 제작자를 모두 망라하는 다양한 참여가 가능한 구조이다. 따라서, 이 구조는 지역차원의 개별 노동조합이 내부 정보네트워크로 활용하는 것으로부터 지역차원의 모든 계급대중을 대상으로 한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의를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지닐 수 있다. 또한, 제작활동에 대한 대중적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요한 교육영역의 하나인 미디어 교육을 대중적으로 활성화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이후 지역차원의 방송국에 대한 허가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분권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엑세스 구조는 그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지역차원의 진보적 전문 방송국을 설립하는 주체역량 및 관객층을 계발하는 과도적 의의 또한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각급 조직은 이러한 새로운 구조에 대해 어떤 수준에서 대응해낼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 그리고 그에 기초한 실천적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진보적 측면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기 마련인 제도적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제도적 틀 자체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판단은 쉽지 않지만, 부분적인 공간의 개방과 그 활용은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노동운동은 이제 당당히 퍼블릭 엑세스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그 구조를 최대한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해나가고, 동시에 이것을 미래의 노동자 TV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가꿔나가야 한다.



3. 멀티미디어 전진기지, 인터넷 방송(Internet Webcasting)


날마다 신문에 등장하는 신규 인터넷 방송의 개국은, (이제는 다 사라져가고 있지만) 벤쳐의 열풍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초대장처럼 보이기도 하다. 언뜻 유명 스타나 벤쳐기업과 어울려보이는 이 인터넷 방송의 영역은 그렇지만 그 기술적, 정치적 성격상 진보운동의 독립 미디어에 훨씬 어울린다.

우선, 인터넷 일반이 그렇듯 인터넷 방송은 비디오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영상 미디어에 비해 상당히 검열로부터 자유롭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쉽고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며 프로그램의 제작이나 사이트의 구축에 (말하자면 방송국의 설립) 드는 비용이 사회단체의 가시범위에 들어 있다. 따라서, 이제 막 시작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이 새로운 미디어의 영역에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개입해나가는 것은 이 매체의 상황을 규정하게 될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예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력 및 보급력의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물론 여기서도 장애물은 존재한다. 진보네트워크의 초기 출범과정에서 감지되던 인터넷 접속서비스 제공업자의 차단이나, 최근 안티포스코 사례에서 보이는 저작권법을 악용한 탄압 등 다양한 장치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2)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의 실시간 동화상 서비스가 이른바 ‘인터넷 방송’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현상도 장애요인의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3) 만일 말 그대로 이 서비스에 방송의 개념이 도입될 경우 (그러한 상황은 인터넷의 트래픽 문제를 방송채널의 희소성에 비유하거나 혹은 이 영역의 사회적 파장력이 증대되었을 때 발생할 것이다) 허가를 기초개념으로 하는 방송의 기본 성격상 자본의 열세에 놓이고 이념적 공격의 타겟이 되게 될 진보적 서비스들은 위험에 처할 것이다. (광대역 네트워크의 도래가 미디어자본의 독점화와 함께 다가오는 것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이미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상황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http://www.nogatekeeper.org 참조4))

그리고 진보진영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환경에 걸맞는, 보다 정확하게는 기술적 진보와 밀접히 결합되어 있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조응하는 적절한 콘텐트의 개발이 없다면 이 새로운 영역은 그 상대적 우위를 상실할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서비스의 기본 역량으로 존재해야 할 진보적 비디오 운동의 취약한 역량도 극복해야 할 지점의 하나이다. 또한, 활동을 재생산할 수익 창출 구조가 없다는 것은 자본에게 있어서 그리고 과도적으로는 진보진영에게 있어서나 어려운 지점의 하나이며, 동시 접속자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단체의 수준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자금의 동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장애요인이다.5)

현재진행중인노동의소리(http://www.nodong/com),참세상방송국 (http://cast.jinbo.net/),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대안(Alternative:http://www.daean.org/index.html), 그리고 계획중인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서비스 등 현재 다양한 진보진영의 인터넷 방송이 준비중이며, 역사적으로 보아도 97년 총파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진보진영은 아직 이 분야에서 열세에 놓여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예상을 초월하는 인터넷 보급 속도 및 80년대 이후 전개되어 온 영상운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조직적인 실천을 수행함으로서 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활동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리고 아울러 이 멀티미디어 활동이 다음에 설명할 라디오 운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음도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다.



4. 박탈된 올드 미디어 권리의 탈환: 소출력 라디오 운동


라디오의 영역을 운동의 영역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독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느꼈다면 그만큼 미디어에 대한 보수적인 통제가 우리의 인식을 고착화시켰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과장된 해석을 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라디오는 사회운동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비교적)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닐 수 있다.

라디오는 운영주체의 입장에서는 방송국의 소유 및 유지비, 프로그램 제작비, 청취자의 입장에서는 수신기 사용비용 등이 타매체와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며, 프로그램 제작자의 양성이 용이하고, 기술적 특성면에서는 일방향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차원에서는 공동체의 민주적 운영과 참여가 용이한 매체이다. 또한 영상매체나 텍스트 매체와는 달리 다른 일을 하면서 청취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멀티태스킹- 장점이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미디어 운동에 있어서 가장 역사가 깊은 운동이며, AMARC(공동체라디오운동연합 : http://www.amarc.org) 은 현존하는 국제 미디어 운동 조직중 그 조직력의 범위와 폭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기도 하다. 남아공의 공동체 미디어 운동이 지역 차원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들을 위성으로 전국 광역 네트워크화하거나, 브라질의 PT(노동자당)가 상파울로 시장 선거를 승리했을 당시 시행했던 초기 정책의 하나가 진보적 지역라디오 망의 허가에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6) (브라질의 경우 라디오방송 운영의 주체는 노동자 TV = TVT 조직이었다)

핵심적인 문제는, 극도로 통제되고 있는 주파수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개방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세계적 추세로 보나 한국 주류 매체 정책의 모델인 미국의 현상황으로보나 그리고 한국의 최근 조건에서나 어려울 것은 없다. 미국의 경우 FCC는 (연방통신위원회, 우리로 치자면 방송위원회와 유사하며 가금은 비교적 진보적인 행보를 취하기도 한다) 이른바 해적 라디오(Pirate radio)7) 와의 오랜 싸움 끝에 공영 라디오 및 상업 라디오의 반발을 무릅쓰고 작년말 지역차원의 소출력 라디오의 허가권을 발급하기로 결정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 결정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한 공화당 의원이 의회에 제출해놓은 상황이다. 또한, 현정권 출범이후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지역 공동체 라디오의 문제가 조심스럽게 논의가 진행된 상황이며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그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8) 결국, 어느 정도로 어떤 형태로 주파수를 개방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능력과 운영 능력을 어느 정도로 키워나갈 것인지가 이 영역의 과제로 남는다.

덧붙여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지점들은, 신속하게 공동체 라디오 운동의 국제적 사례를 분석해내는 것으로부터 (AMARC의 경험 및 기관지 Interadio, 미국 Free radio 및 공식 네트워크 KPFA의 사례9) 등) 디지털 라디오의 정책적 기술적 문제에 대한 대비, 그리고 최근 개통된 남아공 라디오 웹사이트에서 보듯, 지역 라디오의 전국네트워킹을 인터넷 방송국 체제가 담당하는 문제10), 마지막으로 인터넷 라디오의 운영 경험 축적을 통한 프로그램 제작능력의 배양 문제 등이 있다.



5. 노동자 TV 혹은 민중연대 TV


개방 채널 구조인 퍼블릭 엑세스와는 달리,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스스로 운영과 제작의 주체가 되는 독립적인 진보적 채널의 구축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그 의의 및 역할에 대한 방대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독립채널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급격한 정치적 변혁이 있기 전이라도, 운동 주체의 역량에 의하여 그리고 다채널 시대의 전개에 따른 채널 희소성의 감소의 부수적인 결과인 독자 채널 확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시점이 된 것이다. 이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은 미국의 프리스피치 TV(http://www.freespeech.org)가 최근 위성 채널 1개를 확보해서 전세계 최초로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진보적 프로그램을 내용으로 하는 24시간 종일 방송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11). 그리고, 그 예행연습은 멀게는 걸프전 당시 딥디쉬(http://www.deepdish.org/)의 활동12), 그리고 가깝게는 작년 11월 시애틀 투쟁 당시 있었던 5일간의 투쟁 속보 위성방송에서출발해서4월워싱턴현지의위성생중계에이르기까지(http://www.indymedia.org) 이미 수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바 있다. (시애틀과 워싱턴의 사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PRISM 1,2호 참조)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김영삼 정권말 전개되던 국민주 방송 운동은 부분적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의 공유 속에서 진행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언론개혁시민연대로 이관된 이 활동은 비록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곧 출범할 위성방송 체제에서 그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자면, 독자채널의 문제는 여타 운동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며 동시에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퍼블릭 엑세스 및 진보적 독립영화 진영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특히, 독립적이면서도 진보적인 각급 영상단체와 진보 사회단체와의 연대 체계의 수립, 그리고 전문적인 제작능력을 갖춘 상당한 양의 제작 조직 및 개인의 존재는 이러한 전국적 네트워킹의 필수적인 전제이다. 그리고, 독자 채널을 프리스피치 위성 채널처럼 미디어 운동 단체에 의해 주도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설정할지, 각급 사회 단체의 연대 형태로 설정할지, 아니면 미국 UPPNET(노동자 비디오 네트워크13))가 AFL-CIO에 제출한 - 이 제안서는 보수적인 AFL-CIO가 수년의 묵살 끝에 마침내 작년 총회에서 결의문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노동자 케이블 네트워크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노동자 독자 채널로 볼 것인지는 기본 전력과 관련된 쟁점이다. (노조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미국 노동자 케이블 네트워크에 관한 제안서를 비롯한 자료는2회레이버미디어자료를참조하라.:http://lmedia.nodong.net/archive.html)



6. 패러다임의 혁신


이 글에서 열거한 영역들은 다양한 미디어 전략과 관련된 몇 가지 예에 불과하며, 각각의 계급적 성격과 전략적 의미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14) 아울러 이러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갈 전통적인(?) 비디오 운동 및 정보통신운동의 주체 역량에 대한 검토와 그에 근거한 전략적 방침의 확정 또한 시급한 과제의 하나이다. 몇 가지 질문으로서 이 간략한 메모를 끝내기로 하자.


(1) 현재의 각급 조직들은 이 새로운 과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실천해갈 수 있는 구조와 역량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치 조직, 대중 조직은 이 과제들에 적합하게 자신의 구조를 재편하고 동시에 그러한 재편과 민주적 의사소통을 위해 이 미디어들을 활용할 것인가. 미디어 관련 조직은 어떻게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정책적 대응, 그리고 매체 수렴에 조응할 것인가 ?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새로운 변화를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 ? 이 글에서 다루지는 못했지만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시급한 미개척영역인 미디어 센터라는 지역적 근거지를 어떻게 진보적인 공공적 영역으로 구축해낼 것인가?15)

(2) 무엇보다도 중요한 진보적인 미디어 제작력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 미디어 제작 능력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진보운동은 그러한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그렇지 못하다면 그를 극복할 방침을 지니고 있는가?16)

(3) 진보진영은 얼마나 독자적인 미디어 공간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이른바 공공적 미디어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과제를 설정할 것인가?

(4) 이 모든 영역에 걸쳐 전반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연구 역량의 부재에 따른 실천의 미진함과 협소함은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기술적인 진보는 자본주의 발전의 보편적 성격에서 볼 수 있듯 자본의 확대재생산과 그것의 극복을 위한 수단의 창출을 동시에 진행시킨다. 보다 섬세하게 바라본다면, 우리는 기술 진보의 일정한 획기에 진보운동의 정치적 선택과 구체적인 실천의 존재 유무에 따라 미디어 분야 및 전체 사회의 발전방향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한다.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공유를지극히단순한원리로부분적으로나마구현한Napster(http://www.napster.com)의 예17)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상당부분이 현실로 전화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사회진보와 연결시킬 것인가는 진보운동이 냉정하게 대면해야 할 엄정한 질문이다. 더 이상 우리의 운명과 세상의 혁신을 공상적인 기술진보주의자들이나 자본의 족쇄에 얽매인 벤쳐 자본가나 정신을 못 차리는 테크노크라트 따위들에게 맡겨두지 말자.

한/노/정/연


1) PRISM은 진보적인 미디어 운동에 관한 격주간 정보지로, 이후 퍼블릭 엑세스, 라디오 운동, 비디오 운동, 인터넷 방송, 미디어 센터 등의 이슈 및 각 영역과 관련된 심층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http://prism.jinbo.net)


2) 포항제철은 회사의 로고를 패로디하여 도안한 노동네트워크의 안티포스코 사이트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가처분신청을 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재 이에 항의하는 행동이 조직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APC(진보통신운동연합), 각국 노동 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항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제철은 노동운동의 국제연대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불을 당겨주었다.


3) 인터넷을 통한 동화상 서비스는 파일을 다운받아 보는 경우와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동화상을 그대로 보는 두가지로 구분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가 한국에서는 주로 인터넷 방송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영어권에서는 streaming media 혹은 webcasting등으로 불리우며 broadcasting(방송)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4) 이것은, 하나의 미디어 자본이 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로부터 전통적인 방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장악하면서 벌어질 끔직한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경계를 의미한다. 포틀랜드 등 미국 일부 지역은 이러한 상황의 전개에 따라 시차원에서 일종의 독과점 금지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5) 인터넷 방송은 값싸면서도 값비싼 매체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접속해서 동화상을 보기 위해서는 (특히 생방송일 경우라면 필연적인 상황인데), 필요한 서버에 소비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6) 물론 시장 선거의 패배이후 이 방송국은 즉시 폐쇄되었다. 라디오의 위력에 대한 반증이다.


7) 해적 라디오라고 하면 영화 <볼륨을 높여라>를 연상할 수 있는데, 그러한 사례는 해적 라디오의 부분적인 예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활용되는 해적 라디오의 주요 주체는 무정부주의 활동가를 비롯한 진보적 미디어 운동가들이다.


8) 방송진흥원의 연구 보고서 <시민 미디어 정착 방안>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이다. 퍼블릭 엑세스, 공동체 라디오, 미디어 센터 등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언개련의 총서인 <국민참여방송의 이론과 실천>과 함께, 참조할 만한 대표적인 연구성과이다. (보고서 전체는 http://www.kbi.re.kr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9) 60년대 운동의 산물인 KPFA는 최근 상업화의 추세 속에서 격심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분적인 역할은 해내고 있으며 올해 메이데이에는 샌프란시스코 네트워크의 경우 유례없이 전체 프로그램을 노동운동에 할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http://www.kpfa.org를 통해서 인터넷으로 청취할 수 있다.


10) 이것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서 각 지역 라디오의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방송국이 거꾸로 인터넷을 통해서 들어오는 타지역 방송국의 프로그램 혹은 합의된 중앙 프로그램 공급단체의 프로그램을 자신의 전파에 실어보내는 것을 포함한다.


11) 이러한 확보가 가능했던 근거는, 1996년 미국 텔리커뮤니케이션 법안 통과 당시 새로운 디지털 위성채널의 4%를 비영리적이고 교육적인 목표로 할당하도록 하는 조항을 통과시킨 퍼블릭 엑세스 전국연합 (Alliance for community media) 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의 노력이다.


12) 딥디쉬는 전국 각지의 비판적 프로그램을 모아서 시리즈로 방영함으로서 진보진영이 최초로 위성을 활용하는 전례를 남겼다. 자세한 내용은 이와 함께 쿠르드족의 메드TV 사례도 포함하고 있는 언개련 총서 <국민 참여 방송의 이론과 실천>을 참조하기 바란다.


13) UPPNET (Union producers and programmers network)은 주로 퍼블릭 엑세스 구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노동자 비디오 운동가들의 네트워크이다. 이들 일부가 두차례에 걸친 국제 서울 노동 미디어 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자세한 소개는 스티브 젤쳐의 발제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lmedia.nodong.net)


14) 진보적 미디어 운동의 지역적 근거지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미디어 센터의 문제는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방송진흥원의 보고서와 PRISM에서 기획하고 있는 시리즈를 이후 참조하기 바란다.


15) 퍼블릭 엑세스에 대한 현재의 대응은 그러한 조직적 역량의 부재를 입증한다.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각 주제들을 전문적인 자기 영역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적 구조는 현재 어느 조직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노동운동이 80년대 중반이후 발전시켜 온 조직구조의 한계가 드러나는 한 측면이다.


16) 디지털 비디오의 발전이 진보적 영상운동 제작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전문적인 제작과 교육 역량을 어떻게 확대강화할 것인지는 별도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17) Napster는 Napster를 설치한 세계 각국의 컴퓨터들이 MP3 음악파일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그룹 메탈리카의 제소를 당한 이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전유한 자원을 누구나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새로운 도약이다.


2000-05-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8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