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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기업에서의 노동자투쟁

현장에서 미래를  제56호
김용철

외자기업에서의 노동자 투쟁
매각 1호 대한중석초경의 사례와 범시민대책위 활동


김 용 철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특집 … 김대중정부의 소위 외자(外資)정책과 노동자투쟁








1. 들어가는 말* 이 글은 ꡔ외국자본 이스카의 대한중석 노동자 탄압 규탄 및 노동기본권 수호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ꡕ 주최로 5월 16일 개최된 “김대중정부의 해외매각정책의 허구성과 외자사업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청회”를 위해 작성된 원고를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IMF 이후 해외매각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실로 초국적 자본의 노무관리의 거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 “우리나라 자본의 경우 한 달 투쟁할 것을 해외자본은 두 달 투쟁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초국적 자본의 공격은 악랄하다.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가장된 해외자본의 노무관리방식은 한국의 병영적 노무관리 방식과 결합됨으로써 훨씬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취하고 있는 탄압방식은 기본적으로 무노조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한중석초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한중석초경의 해외매각 과정은 여타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IMF를 맞으면서, 흑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거평그룹의 경영부실의 책임을 온전히 떠 안는 과정에서 이스카 자본에 헐값으로 매각되었다. 즉 대한중석은 거평 계열사의 지급보증 및 관계사 대여금으로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고, 급기야는 거평 계열사의 연쇄부도로 채무보증이 급증하고, 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환율급등으로 환차손이 늘어나자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이르렀다.
정부 또한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대한중석초경은 해외매각 1호로 이스카 자본에 매각되었다.


2. 해외매각 이후의 변화

1) 단체협약의 철저한 무시로 노조의 기존 질서를 파괴하였다

소위 노사관계의 기본은 서로가 합의한 사실을 준수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노사의 기본적인 합의 기준은 단체협약에 있다. 노동자에게 있어서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보장과 조합원들의 개개인에 대한 고용과 인사, 후생복지와 관련된 사항을 명문화해서 협약을 맺은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약의 기본원리는 노동조합을 유일교섭단체로 인정하는 노사대등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카 자본의 무단적인 단협위반 사례의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조합을 유일 교섭단체로서 인정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것이며 이스카 자본은 무노조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하는 것이다.
이스카 자본이 단체협약을 위반한 수많은 사례들은 노동조합의 관행과 질서들을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이스카 자본의 질서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다.
(1) 조합활동의 무력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유일한 단체이므로 조합활동의 보장은 곧 조합원 전체의 권리보장,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교두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아래의 단협 위반 사례들은 조합활동의 무력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조합활동을 위한 시간들조차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한치의 시간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본의 기도라고 볼 수 있다.
단체협약 제10조(조합활동의 원칙) ‘취업중 시간이라도 사전통보하면 조합활동을 허용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회사는 노조에서 요청한 각종회의 및 시간요청을 불허했으며, 단체협약 제17조(교육 및 활동시간의 보장) ‘대의원 월 2시간, 조합원 교육시간 분기별 2시간’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단체협약 제11조(조합활동보장)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육’을 방해하고 조합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다.
99년 10월 1일 2시에서 4시 사이 회사식당 앞에서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였으나 회사측의 지시를 받은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에게 “교육에 참석해서 불이익조치가 있더라도 책임 못진다.” “알아서 처신하라”는 등의 발언으로 조합원을 협박하고, 교육시간에는 관리자들이 출입문을 막고 서서 감시를 하였다.
99년 12월 26일 노동조합 임시총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임금지급과정에서 결근으로 처리하면서 주휴유급휴일을 주지 않는 등 탄압이 극에 달해있다.
그리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노동관계지원] 1항과 단체협약 제16조[회사시설 및 이용 및 편의제공] 4항, 제122조[출입의 자유] 즉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의 간부 및 노조에서 인정하는 외부인의 조합 출입을 보장’ 하고 있는 조항을 무시하고 있다.
99년 2월 26일 정리해고 노조탄압분쇄를 위한 지역연대 투쟁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한중석집회에 참석한 이정림 의장과 김동수 본부장에 대해서 고소고발 조치하였으며, 그 이후에 대한중석노조에서 예정된 각종 노조대표자회의 등의 개최를 봉쇄하였다.
이는 조합활동을 철저히 무력화시킴으로써 노동조합을 조합원들로부터 고립화시키고 연대고리를 차단함으로써 대한중석 노조를 지역 전체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기도이다. 현재 조합활동에 대한 탄압은 개별 조합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 협약사항까지 철저히 무시하는 상황으로 확장되고 있다.

(2) 고용과 인사에 대한 탄압
단체협약 제20조(인사원칙)1항 ‘조합간부 전환배치 및 보직이동은 조합과 합의한다’는 내용과 2항 ‘조합이 부당한 인사라고 생각하여 이의 제기 시 회사는 이를 조합과 협의한다’는 내용을 위반하여 조합간부 3명과 조합원 1명에 대하여 조합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직발령을 내렸다.
단체협약 제21조(해고 등의 제한)의 조항을 위반하여 부당인사(보직해임)를 단행하였다.
단체협약 제25조(임시직의 사용) ‘임시직을 사용할 때는 조합과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임시직 채용에 노조와 단 한번도 협의한 사실이 없으며 60여명의 임시직이 현재 들어와 있다.
단체협약 제42조 (인원정리) 2항 ‘회사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정리하고자 할 때 60일 이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인원에 대하여는 사전에 노사협의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회사는 사전에 노사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었다.
단체협약 제26조(승진 승급)1항 2항을 위반 정기승진, 승급을 실시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차등 승진, 승급을 하고 있다.

(3) 경영에 대한 철저한 통제
부당한 배치전환과 보직발령, 임시직 채용에 대해 노동조합과 협의하지 않는 등의 탄압들은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에 조합의 참여를 철저히 봉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단체협약 제5조(경영의 의견참조) 2항 ‘회사는 경영상황에 대해서 분기별로 조합에 통보하도록’되어 있음에도 단 한번도 통보한 사실이 없으며 3항 ‘회사는 월례회의 개최 시 사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조합간부 2명의 참석을 보장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한번도 참석시키지 않았었다.
그리고 단체협약 제9조 1항을 위반 ‘노조에서 요청한 제반 문서 및 자료를 열람 또는 복사 제공’하게 되어 있으나 노조의 요청사항에 대하여 회사는 일체를 거부하였다. 이것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 제21조 [보고 사항 등] 및 동법 시행령 6조 [사용자의 보고 설명사항]등도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이 새로이 만들어지면서 노사협의회의 위상이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즉 생산성 향상과 성과배분,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으로 인한 인력의 배치전환, 재훈련, 해고 등 고용조정의 일반원칙, 임금지불 방법, 체계, 구조 등 제도개선 등을 노사협의회에서 다루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스카 자본은 단협에 보장되어 있는 단체협약 제102조(협의회 구성)에 따라 노사 각 6명 이상 10명 이하로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야 하나 노사협의회 구성을 거부하고 있으며, 단체협약 제103조(운영)에 따라 분기별로 운영해야 할 정기노사협의회도 운영을 거부하였다.
경영자료 등의 보고의 임무 즉 매출액과 순이익의 경영실적 자료, 임시직의 채용 현황, 설비투자의 현황, 생산가동률 현황 등 경영관련 정보를 노조에 제공하지 않음으로 해서 조합이 조합원들의 고용문제에 대한 대처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4) 노동조합의 유일 단체교섭권 불인정으로 노동조합 자체를 무시
단체협약 제1조(단체교섭 및 협약체결권) 위반, 그리고 단체협약 제65조(임금인상) 2항 ‘회사와 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하여 임금을 인상하도록’ 명시되어 있으나 회사는 이를 위반하여 99년 임금․단체교섭중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99년 9월분 급여를 기본급 5%인상하여 지급하였다. 노동조합의 무력화에 대한 그 어떤 공격보다 이것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쟁점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잠정합의안에 대해서 조합원 총회투표에 상정하는 안을 노조안과 회사안을 동시에 부치게 하는 선택적 투표안의 제시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무시한 외자사업장의 새로운 것이었다.

(5) 그외 관행에 대한 철저한 무시
99년 고용과 임금인상투쟁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던 것은 연말 성과급 지급의 거부였다. 성과급 지급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단협 제67조 [연말성과급]에 의거하여 작성된 「97년 임금․단협 노사합의서」에 ‘회사는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연말에 연말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80%를 지급하고 경영실적에 따라 20% 범위 내에서 가산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한국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소급적용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해보아야 한다. 첫째,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고 둘째, 투쟁이 장기화되면 조합원들이 빨리 끝내자는 정서를 이용해서 투쟁 동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으며, 셋째, 타결시점으로부터 1년 후에 교섭시기로 맞춤으로 해서 1년에 한번씩 하게 되어있는 임금인상 시기의 관행을 무너뜨려 놓으려는 것이다.
그외에도 ‘노동자의 날’ ‘회사창립기념일’에 노조에서 상신한 자에 대하여 표창을 하게 되어있으나 실시한 사실이 없었으며, 회사창립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나 회사창립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급휴일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년 2회 사원체육대회를 실시하게 되어 있으나 실시하지 않았으며, 각종 사내 단체의 써클지원비로 년 2,000만원을 지원토록 명시되어 있으나 이것조차 단협을 위반하였다.
99년 고용․임금인상투쟁에서의 모든 쟁점 즉 조사원발령, 임금일방지급, 성과급 지급거부, 임금의 소급적용거부 등은 모두 단협 위반 사례들이며 수없이 많은 사례들 중에서 핵심적인 것들이다.

2)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통제로 조합원들을 옥죄고 있다

대한중석초경의 현실은 단체협약의 위반으로 노동조합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조합원들에게는 조합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있다.
과거에 비해 한사람의 조합원이 보는 장비대수가 1~2대에서 3~4대, 심지어는 5~6대까지 증가하고 있다. 노동강도의 강화는 장비대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연장근로시간의 증가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 결과 생산물량은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노동강도의 엄청난 강화는 기본적으로 철저한 노동통제를 통해서 더욱더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 현장에 있던 의자를 다 치우면서 작업시간 중 잠시 잠깐 쉴 수 있었던 시간조차 없애버렸고, 한사람의 생산물량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 컴퓨터시스템은 개인별 생산물량 체크뿐만 아니라 근태 관리까지 가능하며 이것은 이후에 인사와 임금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객관적 근거자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파업참여 조합원에 대한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은 일상화되어 있고, 심지어 4월 3일 회사측은 과, 부장 및 직, 반장을 동원하여 임금타결을 위하여 조합원 강제서명을 받아서 임시총회의 개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복지향상이라는 명분으로 해외연수를 보내주더니 이제는 이것을 미끼로 파업참여자들에게는 해외연수를 보내주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조합활동에 적극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호봉승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조합활동에 소극적인 사람은 정기승급분에 특별호봉까지를 포함해서 지급하지만 조합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은 몇 년이 되더라도 승진되지 않는다.
현재는 조합활동에 대한 태도에 따라 호봉을 차등지급 하겠지만 이후에는 생산물량에 따른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을 전 조합원에게 확장하려고 할 것이다.

3) 그래서 그들의 정책은 무노조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스카 자본의 정책은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철저한 탄압을 통해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고리를 완벽하게 끊어놓고 현장에서는 다양한 통제 시스템으로 조합원들을 관리하면서 엄청나게 노동강도를 강화시켜 조합원들을 완전히 생산성 향상의 기계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전제와 결과는 무노조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3. 대한중석초경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

대한중석초경 노동조합은 98년 해외매각 이후 2년 동안 그리고 99년 1연 년간의 고용․임금인상 투쟁으로 엄청난 힘을 소진하였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이 타결되었지만 이후에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임금인상교섭 중간에 나왔던 임금구조조정을 통한 임금의 유연화(연봉제, 직무직능급제 등)도 남겨놓고 있다. 성과급 80%에 대해서 잠정합의 안에는 빠졌지만 교섭초기에는 회사 안에 성과급을 차등지급하자는 안을 들고 나왔다. 이것은 임금의 성격에 고정급의 비율을 줄이고 실적대비 차등성과급을 적용하겠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미 적용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현안에 밀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노동강도의 엄청난 강화와 다양한 통제장치들에 대한 투쟁, 그리고 앞서 제기된 노동조합의 무시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단협의 무시, 조합원들 중 적극적인 파업참여자에 대한 불이익 등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막바지 정책을 가지고 다시 한번 현장을 조여올 것이다. 조합원 한명 한명을 개별로 완벽하게 분리하여 회사에서 조합원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자본은 고삐를 놓지 않고 밀고 들어올 것이다. 우리가 대한중석초경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서 얻어야 할 교훈은 이런 것들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이 유일교섭단체로 인정되어 있으며 노조와 모든 상황을 협의 혹은 합의해야 한다는 사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은 노사대등의 자주적 노조라는 사실을 이념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경제적이며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단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머리 속에는 무노조정책이 기본적으로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알 게 하는 과정이 투쟁과정 속에서 일관되게 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 달만에 마무리될 투쟁을 두 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들의 노동조합 무력화는 악랄하다. 그리고 집요하다. 악랄함과 집요함에 대응하려면 노동조합의 투쟁은 조합과 조합원의 고리를 한치도 놓치지 않고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그 투쟁의 교두보는 단체협약을 지키는 것이다.


4. 범시민대책위 활동에 대하여

대한중석 노조간부들은 매각후 1년반이 넘도록 투쟁조끼를 벗은 적이 없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 제대로 편히 쉬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사업장에서의 투쟁은 식은죽 먹기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간부들의 말이 바로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한 큰 배경이다. 외국자본 이스카의 탄압은 그간 대구지역 사업장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초수준급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조차 팔을 걷어붙이고 연대의 힘으로 지역적 여론화가 필요했다.
물론 애국적 정서도 한 몫을 했으며,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해외매각이 늘어나 대구지역에서도 한국델파이, 한국게이츠 등 영문이름의 회사가 늘어나는 데에 따른 긴장감도 한 몫 했다.
범시민대책위는 2000년 4월 6일 결성되었는데, 처음에 약 20개 단체에서 곧이어 40개가 넘는 단체들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간의 긴 투쟁으로 조합간부, 조합원들이 지쳐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민대책위는 투쟁대책위의 성격으로 출발했다. 현장통제와 임금협상의 지연전술로 조합원들이 사측에 대해 불만은 있으나 투쟁동력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가운데, 대책위의 활동들은 사측의 공세를 일정하게 저지하고 노조에 힘을 불어넣는데 기여했다.
범시민대책위에서는 조합원용 유인물 2차례, 시민용 유인물 1차례와 대한중석 주변 지역에 대책위 구호가 담긴 벽보를 부착하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의 선전활동을 수행했다.
또한 노동청 압박을 위해 대책위의 이름으로 단협과 노동법 위반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고 노동청장 항의방문을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였으며, 대구시장 면담을 통해 외자유치라는 명분으로 특혜, 비호만 있고 행정지도감독이 없는 자치단체에 대한 규탄과 시 차원에서 진행되는 지방세의 특혜감면의 중지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스카 자본에 대한 항의메일보내기 사업과 더불어 대책위에서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한 현장통제에 대한 분석작업은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대책위 활동은 외자사업장의 노동기본권 침해 내용이 노동과정이나, 노동관계법, 단협 등으로서 노동관련 단체 이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자사업장의 노동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시민 사회단체 내부적으로도 각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대구지역에서는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됨으로써 대구시민들에게도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집회와 여론의 압박은 회사와 노동청, 시청 등 자본측 기관에도 노동탄압의 심각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이들이 일정하게나나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행정관청의 움직임은 명백히 한계가 있었다. 지방관청이나 노동행정관청이라는 하급관청에서 가질 수 있는 권한은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의 대책위 활동을 통해 외자사업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져 대한중석임금협상이 끝나자, 곧바로 “외자사업장 노동기본권 수호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로 전환할 수 있는 동력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임금협상이 너무 길어진 점과 현장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없는 조건, 현장에서 빨리 타결을 바라는 분위기로 인해 간부들조차 마지막에는 천막농성장 사수가 힘들었던 점 등이 부족한 교섭결과를 가져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소급적용과 성과급 등 단협상의 권리를 지키지 못한 점, 그리고 한국적 노사관행을 벗어나는 노사 2가지 안의 상정을 담은 잠정합의안은 힘의 한계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기조에서 보면 오류였다.
결과적으로, 대한중석노동조합의 긴 투쟁과 범시민대책위의 긴급한 대책활동에도 불구하고 임금협상의 마무리는 미흡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임단투는 힘의 관계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 사례 역시 국내 자본이든, 초국적 자본이든 투쟁에 있어 현장투쟁동력이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을 알게 해 주었으며, 지원이나 연대가 있어도 현장동력과 연결되지 못하면 일시적인 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재확인되었다.

조합, 대책위의 힘보다는 정권과 자본, 이스카 자본의 공세와 힘이 더 강고했다. 이를 역전시켜낼 수 있는 힘을 현장으로부터, 상급조직과 연대활동으로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패배로부터 그 무엇을 배울 수 있다면 그 패배는 아깝지 않으며, 우리의 반면교사다. 아흔아홉번 패배할지라도 마지막 단 한번 승리를 위해..... 한/노/정/연

2000-06-05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8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