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투쟁 72일을 맞이하는 지금 |
현장에서 미래를 제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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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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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현장은
파업투쟁 72일을 맞이하는 지금
윤 규 민
이랜드노동조합 부곡분회 조직부장
이랜드 부곡물류센터…‥ 우린, 임금이 506,000원이라는 사실과,
하루 8시간 근무에 야근, 철야를 가끔 해야 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지참하여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인센티브로 임금을 더 줄 수도 있다는 얘기와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엔 계속 이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작업환경이 너무도 열악해서
힘에 겨웠기 때문입니다. 작업장은 냉동창고 같은 냉기가 언제나
떠나질 않았고, 난방시설은 우리에게 사치였습니다. 먼지가
가득한 창고 안엔 환기 시설이라고는 사용하지 않는 환풍기가
고작이었습니다. 그 흔한 난로 하나 없이 다 찢어져 가는 허름한
작업복 상의 한 벌만을 입은 채 우린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름엔 소금기 묻어나는 런닝을 입으며 오히려
30도를 웃도는 밖의 날씨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작업장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임금이 인상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던 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좋았고 이랜드란 회사에 다니고 있음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0년 3월 1일부로 이랜드 소속의 아르바이트
사원을 도급 소속으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마디 상의 없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을 몸담고
있었던 우리로서는 회사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분노와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배신감과 함께 시장에 내다 파는
물건처럼 취급받는 인간적인 모멸감에 화가 났습니다. 더욱 화가
났던 건 도급 업체에 넘기는 임금이 약 80만원인데, 우리가
도급으로 가게 되면 60여만 원의 임금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회사는 말했습니다. “506.000원 받는 것 보다
도급으로 가서 60만원 받는 게 낫지 않냐”고…, “우릴
생각해서 찾아낸 대안” 이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도급으로
바꾼다는 건 인원 관리를 도급으로 넘김과 동시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비도덕적인 양심에서 출발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일방적인 통보였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앉아서 가만히 당할 수 없었던 우리는 이런 생각들과 마음을
모아 노동조합이라는 해법을 찾았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가 함께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2000년 3월 6일 이랜드 노동조합 부곡분회가 합법적으로
결성되었습니다. 이랜드 노동조합 본조에서는 당연히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으로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조합원
총회와 회의를 거쳐 구재수 분회장을 비롯한 간부를 선출하고
교섭을 위한 요구안을 만들었습니다.
8차례의 교섭을 약 2개월간에 걸쳐 진행하였지만 회사는 단
한번도 핵심요구안인 임금 인상(506,000원→ 726,000원),
불법파견근로의 중지(현 불법파견근로자는 이랜드 소속으로
채용), 일방적인 계약 해지 금지 등의 핵심요구안에 대하여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임금 인상도 아니고 IMF 이전
수준으로의 원상 회복이었지만 일방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깎아버린, 임금을 올려 줄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린
매일같이 쉬는 시간 집회와 화, 목, 토요일 중식집회, 대외집회
및 선전전을 통하여 내부조직력의 결속과 외부 홍보에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5월 2일 노동위원회 쟁의조정에 들어가기까지 회사측의
무성의하고, 성실치 못한 태도에 때문에 파업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노동부의 조정안을 수락 (1. 임금은 노사가 협의를
통하여 결정한다, 2. 이랜드 소속의 자연감소인원에 대하여
이랜드 소속으로 채용한다.)하여, 다시 한번 회사를 믿어 보려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그 후, 세 차례의 교섭을
하면서 까지도 회사안을 준비하지 않았고 다만, “임금인상만이
대안은 아니다”라는 말로 교섭을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5월 20일 신촌 본사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된 성실 교섭을 위한
삭발결단식을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부곡분회 전 조합원에게
정직, 감봉, 시말서, 서면경고 등의 부당 징계를 내려 부곡분회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2000년 6월 16일 정말 원치 않았지만 생존권의 위협을
느껴야 했기에 506,000원의 임금도 받지 못해 가며 우린 파업을
선택하였습니다.
(주)이랜드는 의류도매를 주로 하는 회사로서 상품을 입고 받아
각 매장별로 분배하여 출고하는 창고업무는 필수적인
업무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이
창고직들을 일명 ‘아르바이트’라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사용해 왔습니다. 특히 1998년 초 부곡물류센터가 생긴 이후 이
곳에는 소수의 관리직만 정규직으로 하고 나머지 80여명 이상의
인원은 계속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더군다나 IMF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해 시급 3,500원에서
3,000원으로 또 2,500원으로 두 번을 삭감하고 급기야 월급제로
하면서 506,000원이라는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찜통 같고, 겨울에는 냉동고 같은 창고에서
하루종일 땀흘리며 박스를 나르는 등의 힘든 일들을 하는 데도
한달 월급이 506,000원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것도 모자라 이들을 모두 불법파견근로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홍익과 키스라는 업체와
올 3월부터 도급계약(실제 노동부 조사결과 불법파견근로임이
밝혀짐)을 맺어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기 시작하였고 그 당시
근무하고 있던 이랜드 소속 비정규직들까지 도급업체 소속으로
넘기려고 하였습니다. 이에 노동조합 분회 결성을 준비하고 있던
부곡분회 조합원들이 조합가입을 발표하여 일괄 도급업체로
넘기려고 했던 계획은 무마되었지만 회사는 길게는 2년 이상
물류창고에서 저임금으로 일해왔던 비정규직들을 하루아침에
해고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도급업체로의 인원충원은
계속되었고 도급업체 직원들에게는 이랜드 소속 직원보다는 많은
65만원의 임금이 지급되었습니다.
부곡분회는 결성되자마자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인상할 것과
불법도급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며 교섭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파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한 번 더 회사의 성실교섭
의지를 믿고 조정을 수락하며 기다린 결과는 “임금인상이
장기적 대안이 아니므로 임금인상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황당한 인상안(?)과 업무시간외 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등의 징계를 당한 것입니다. 회사는 아직도
계약직 직원들의 임금은 개별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비정규직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3권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회사는 IMF 이후 사랑하는 우리의 동료 2천명을 정든 일터에서
몰아냈습니다. 또한 노동자에게 유일한 생계비인 임금을 3년
동안 동결, 반납, 삭감을 하고서도 모자라 순이익 300억원을
남긴 올해에는 임금을 동결하자고 합니다. 더구나 월급 5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들의 임금도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답니다. 그
뿐입니까? 오래 전부터 정규직 채용은 말뿐이고 빈자리엔
저임금과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직영 비정규직 노동자들조차도 아예
도급업체로, 파견용역업체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으로 팔아 넘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불법파견과 관련해서는 회사는 노동조합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불가피하게 사람답게 살기
위한 임금인상과 불법파견근로 철폐, 그리고 그간 불법으로
이랜드에서 파견근로 해온 직원들의 직접채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파업투쟁 72일을 맞이하는 지금. 회사는 조합원을 상대로
거짓선전과 왜곡된 사실유포를 일삼으며 탄압하고 있습니다.
단식을 결단하여 외로운 투쟁을 진행하는 동료들을 상대로 굶어
죽으라는 비인간적인 글들을 노조 게시판에 올리고 있습니다.
부당징계는 물론이고 손해배상청구와 고소고발 등으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을 위협하는 아울렛의 불법적인 도급직원 채용, 정규직
사원이 해야할 업무를 비정규직 사원이 하고 있는 부곡물류센터,
몇 년을 근무해도 변하지 않는 직급과 임금.
자본가는 정규직을 없애는 대신 도급으로 전환하여 비정규직을
채용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인원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고, 업무상재해 등을 피해갈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 수 있고, 임금 외에 상여금, 성과급에
대한 부담을 떨쳐 버릴 수 있으며 고용에 있어 필요하지 않을 땐
언제든지 해고 할 수 있는 파견근로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렛 캐셔업무나 매장업무, 부곡물류센터 창고
근무는 절대 도급이나 용역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랜드 사용자측은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홍익과 키스 등의 도급업체를 이용하여 불법파견근로를
하였습니다. 이미 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불법파견노동자의 직접채용을 지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이 땅의 1,300만 노동자 중에 800만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슬픈 현실 속에 정규직도 언젠가는 비정규직,
계약직, 도급 직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노동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악덕 기업주로 인하여,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라는
멍에가 없어지길 기원합니다. 이랜드의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기업 경영은 절대 신앙을 앞세워서는 안된다고, 신앙을
욕보여서는 안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이를 철저히 응징하고 심판하여 이 땅의 주인이 노동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투쟁으로 승리할 것을
약속합니다.(2000.8.26)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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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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