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노정연 > 현장에서 미래를 > 글읽기 ]

남한 통일운동의 방향과 전망:
 -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대에서

현장에서 미래를  제59호
홍근수


남한 통일운동의 방향과 전망:
-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대에서


홍근수
이사장






1. 시작하는 말: ‘6․15 남․북공동선언’은 민족통일의 ‘페레스트로이카’인가?

2000년 6월 15일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남의 대통령이 북의 수도인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였다는 것은, 반세기 이상 분단된 후 상호 적대하던 남․북의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만났을 뿐 아니라 두 정상의 합의문이 발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가히 역사적인 사건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하겠다.
이 두 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가 역사적일 뿐 아니라 역사적인 변화들을 가져왔다. 그들 두 정상의 단 한번의 만남과 손잡음에서 남한인의 반공의식과 북의 인민들과 김정일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시각이 크게 교정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던가 ‘북한인들도 사람이고 우리의 동포다!’는 사실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없어진 것 같다. 55년 동안 쌓이고 쌓였던 불신과 적대의 장벽을 허물 수 있었고 남․북이 서로 이해와 화해와 협력을 다짐할 수 있었으며 평화공존과 상호협력의 전망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가히 역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었다. 어떤 형태의 남․북간의 만남이나 교류도 금지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사문화’되었고 무엇보다도 반세기 이상 줄곧 존재해 왔던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 즉 전쟁위험의 감소 내지 해소가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그동안 세계의 ‘화약고’로 인식되었던 한반도의 남․북이 상호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양쪽의 최고 통치자간에 ‘화해’와 ‘자주적으로’ 통일할 것을 합의하고 그것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은 실로 역사적이다. 이것을 보통 ‘6․15 남․북 공동선언’이라 부르고 있다. 이 선언은 이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의 고도(孤島)로 남아 있던 한반도에서 냉전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선언은 적어도 한반도에서 민족통일을 위한 ‘페레스트로이카’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관계와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새로운 발상으로 보게 한다는 의미에서이다.
금년은 1945년을 기점으로 한다면 우리는 분단 된지 55년이 되는 해이지만 ‘6․15 남․북 공동선언’은 가히 ‘통일시대’ 강정구 교수는 1996년에 한 책을 발행하면서 “통일시대의 북한학”이란 책제목을 붙였다.(1996, 당대출판사)
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위 ‘6․15 남․북 공동선언’의 발표로 한반도의 정세가 결정적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한반도의 역사를 민족사적 입장에서 볼 때 ‘통일시대’라고 규정해도 좋을 것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 그 자체가 의미가 있음을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선언의 의의는 아직까지는 유효한 것 같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선언이 과거 남․북 간의 그 어느 합의보다도 근본적으로 남․북 간의 무력 대결 대신에 서로 협력과 교류를 결과시키고 있는 것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즉각적인 변화는 남․북 당국을 통한 협력과 교류의 폭이 광범하게 실천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8월에 북이 평양에서 개최했던 범민족대회를 금년에는 개최하지 않는다는 것, 남․북․해외 3자간의 공동준비위를 꾸리지 말고 공동결의문도 채택하지 않는다는 것, 해마다 보내왔던 남의 비정부 민간 운동단체에서 북에 범민족 대표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대로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단체․인사라면 정부․정당은 물론 경실련․민화협을 비롯하여 광범한 시민운동단체들까지 망라하여 하나의 행사로 성대히 개최하자는 것, 등의 메시지를 남에 보내왔던 것이다. 이러한 북의 메시지는 범민련 남측 본부와 한총련과 전국연합 등이 민민운동 간의 하나가 되는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자타가 인정하는 관변단체인 민화협과 8월 대회를 함께 하려는 노력을 백방으로 기울이게도 하였던 것이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하였지만…
‘6․15 남․북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들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 속속 실현되고 있다. 8월 15일에 평양과 서울에서 동시적인 이산가족의 방문과 만남은 매년의 한반도의 8월의 풍경을 변화시켜 놓았다. 이어서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이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끊어졌던 경의선 연결을 위한 시삽 행사도 있었고 불원간 끊어진 남․북 도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9월 24일에는 북의 인민무력부장이 판문점을 거쳐 서울로 방문하여 남․북 국방장관 회담 등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한에서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가 있다. 이 모든 일들이 모두 ‘6․15 남․북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이루어졌거나 앞으로 이루어지리라는 점이 자못 주목스럽다.


2. 6․15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곳 남한 사회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대체로 중요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김 대통령 정부의 남․북 화해 정책에 대해 계속 걸고넘어지는 신문과 야당이 강세를 모아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정책을 한사코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남한의 상황이다. 이들을 의식하여서겠지만, 남한 당국은 실정법으로 설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는커녕 공언해 왔던 개정조차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에 지금까지 수많은 양심적인 인사들과 젊은이들을 사실상 ‘범죄자’로 만들고 감옥에 보냈던 천하의 악법이고 반북한적, 반통일적인 국가보안법이 계속 위력을 떨치고 있다. 민족화해와 통일의 정세변화에 남의 극우-수구적인 세력은 반공-반북한 정서와 감정을 누그러지기는커녕 한층 더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가보안법에 의지하고 있던 공안세력이 더욱 발호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남․북 화해 정책으로 입지가 매우 좁아져 안절부절하고 있는 공안세력의 마지막 발호라고도 말하는 이가 없지 않다.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여기고 있으나 사실은 6․15 이후에도 국보법을 적용, 양심적인 민주-민족인사들을 연행․구속하고 있고 그 수가 60 여명에 이른다 한겨레신문(2000.9.25), 18쪽.
는 국내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있다. 이 악법이 이번 남․북 두 정상의 만남과 ‘6․15 남․북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들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과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둘째 군사력에 의한 안보관이 조야를 막론하고 변함없는 남의 정서로 존재하고 있다. 북한의 그것 보다 남한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훨씬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남한인들은 여전히 철저히 힘에 의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 하필 군인들과 정치인들만이 아니고, 일부 극우적이고 친미적이며 우익 자본주의 신봉자들만이 아니라, 상당히 광범한 범위의 많은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겉으로는 부인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힘으로 북한을 정복하자는 생각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말하는 흡수통일론이나 정복통일론의 변형된 형태일 뿐이다.
‘힘의 우위의 통일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통일론은 기술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고 그것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의 여부 문제들을 접어놓고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는 남․북 양 국민간의 동의하에 성취하는 통일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발식의 통일은 실상 어느 한 쪽의 항복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통일방식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또 그렇게 통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의 문제를 접어놓고서도, 그렇게 통일을 한다면 소위 흔히 하는 표현대로 어느 일방을 타방의 ‘내부식민지’로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민족의 통일을 이루는 길이 아니다. 요컨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분단 극복을 통한 본래의 한 민족 됨을 회복하자는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리고 ‘힘의 우위에 의한 통일’은 지난 반세기 이상 남․북이 각기 소중하게 여겨 보존, 발전시켜 온 이념과 체제로 각 기의 독특한 역사를 만들어 온 것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통일은 남․북이 합쳐 큰 하나로 되는 것이지 각기 발전시켜 온 그 소중한 문화적인 유산들을 포기함으로써 더 빈곤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통일은 서로 합쳐서 더 커지는 것이지 더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어떤 형태의 통일도 좋다는 ‘통일지상주의’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그것이 어떤 통일을 말하느냐 하는 문제를 물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고 추진하는 통일은 무엇보다도 기득권자들, 상류층, 소수의 기득권 층에게만 유리하고 좋은 그런 통일이 아니라 북한 인민은 물론, 남한의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민중들에게 유리하고 좋은 통일이어야 한다. 그런 통일이 되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안보관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힘에 의한 안보관을 근본적으로 사람 중심의 안보관으로 바꿔야 한다. 도덕적-정신적 힘이 군사적-경제적 힘을 능가하고 우선적이라는 가치관의 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바람직한 민족통일이 실현될 수 없다.
셋째 친미 사대주의 근성은 변치 않은 상태로 그대로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의 내용 가운데 민족 자주적인 통일이란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현재의 친미-사대주의적인 체제에 의한 현 분단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남한의 정서 하에서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선 현 집권 세력인 김대중 대통령 정권의 정책과 국민의 정서가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6․15 전이나 후에도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은 ‘통일 이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 말하는 민족자주적인 통일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미군이 남한 땅에 주둔하고 있는 한 민족 자주적인 통일이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그의 이러한 말은 민족 자주적인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포기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승인하는 통일, 즉, 미국에 유리하고 따라서 우리 민족에게는 불리한 통일이 불가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코 이 땅의 민중적인 통일은 아닐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가 동의하기 어렵다.
둘째로 대부분의 남한 국민은 미군주둔을 원하고 있다는 최근의 한 사회조사 결과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이 사회조사 보고에 의하면, 남한민의 절대다수(91.1%)가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아주 낮아졌다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많은 남한 사람들(70.6%)은 주한 미군의 단계적 감축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2000.9.25), 1쪽, 5-6쪽.

이 말은 남한인들은 여전히 민족 자주적인 통일보다는 현재의 미국예속 하의 분단상황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동안 일어났던 군사주권 양도에 이어 최근 IMF 관리경제체제 하에 들어가면서 경제 주권마저도 미국에 완전 양도하다 시피 한 현 상황에서도, 미국에 의한 점령상태와 신자유주의적인 미국 자본에 의한 신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 더욱 실감되는 이 시점에서도 남한인들은 여전히 미군의 주둔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한․미 안보조약을 체결했던 1950년도 아니고 소파를 제정하던 1967년도 아닌 데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원한다니 한국인의 민족자주 의식이 그렇게도 희박하다니 오직 놀라울 뿐이다.
그러니까 ‘6․15 남․북 공동선언’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진정한 민족 자주적인 통일, 미군 없는 통일, 또는 군사력을 감축하는 통일, 등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3. 남한 정권이 일방적으로라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조치들

남한은 한 사람이 결심으로 통일의 방향이 결정되는 사회가 아니다. 매우 복잡 다단하고 긴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통일에의 방향이 정해진다. 이 말은 불가피하게 남한의 독특하고 독자적인 통일운동의 특성을 띄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남한의 특성이 무엇인가? 몇가지를 아래에서 지적해 본다.
첫째 남은 북의 25,000,000명 인구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인 45,000,000명의 인구를 포용하고 있다. 그리고 북 사회와는 그 사회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를지 모르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개방적인 사회인 남에는 크게는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세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통일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계층이 북이나 해외나 그 어느 곳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상당한 반공적-반사회주의적, 반북한적인 인사들이 세력을 떨치고 있다. 그 중에도 소위 말하는 기독교인들이란 사람들이 문제의 반통일 세력 중 큰 세력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들을 진정한 의미에서 반통일 세력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이 말하는 통일은 남의 체제나 사상으로, 특히 다른 종교나 사회주의나 주체사상을 포함하여 모든 비기독교적인 것을 부정하는 배타주의적인 종교 신앙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남은 민족자주적이지 못하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남쪽의 사회는 지난 반세기가 넘도록 미국의 지배 내지 절대적인 영향력 내에 존재해 왔었다. 그런데도 위에서 보아 온 대로 아직도 남의 지배적인 정서는 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특히 인구의 숫자나 다른 경제적인 면 등에서 남한이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민족통일을 준비하기 위하여는 남에서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6․15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가 1972년의 ‘7․4 공동성명’이나 1992년의 ‘남․북 기본합의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적어도 남쪽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 같은 것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라도 다음과 같은 몇가지 조치들을 과감히,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위해 운동과 투쟁을 하는 것이 남한 민민 통일운동 진영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1. 비전향장기수들을 일부 북으로 송환한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앞으로 북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모든 장기수들을 전향, 비전향을 구별할 것 없이, 예외 없이 북으로 보내야 한다. 전향, 비전향을 구별할 필요가 없는 것은 남한 당국이 강압적인 공포분위기 속에서 전향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2. 무엇보다도 반북한적이고 반통일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모든 양심수들을 전원 석방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위반 혐의로 구속 수배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전원 구속수배를 해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법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 남측 본부와 한총련 등에 대하여 이적단체의 굴레를 벗겨주어야 한다.
3. 미군을 이 땅에서 철수시키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만이라도 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소파)을 평등하게 개정해야 한다. 남․북을 막론하고 민족통일에 거침이 되는 어떤 대외 조약이나 어떤 협정이라도 모두 폐기하거나 고쳐야 한다. 그리고 현재 미군이 점령하고 있는 남한 땅 7,400만 평 가운데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2,000만 평이라도 우선적으로 돌려 받아야 한다. 주둔하는 동안 주둔기간을 반드시 명시하고 토지사용에 대한 임대료 등을 내야 한다.
용산 구청장 ― 현재는 사직되었지만 ― 대구의 남구청장 같은 사람을 자르거나 압력을 가하지 않고 소신껏 민족 자주적으로 행정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표창해야 한다.
4. 매향리 미군국제 사격장을 폐쇄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물론 매향리나 다른 미군기지 이전을 말할 때 이는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 옮겨가라는 말이 아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으로 가라는 것도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군은 아시아를 떠나야 한다. 정 미국이 군사연습을 계속하려면 미군은 넓은 자국토인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상책이다.
5. 1991년에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와 ‘남․북공동선언, ― 특히 느슨한 연방제와 국가연합 방식의 통일 방안 ― 은 국회에 제출하여 비준을 받아야 한다. 만일 남․북의 통일방안이 하나로 결합될 수 있다면 남․북은 이 문제를 가지고 협의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북정책만 있었지 통일정책이 부재했던 현 정권이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남한 국민은 물론 북쪽의 인민, 그리고 남․북․해외 7천만 겨레에게 제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전적으로 먼저 변해야 한다.
6.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휴전협정 당사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문제가 거침돌이 될 필요는 없다. 어떤 방식이나 모양으로든지 현재의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바꿔져야 한다.
7. 군축을 과감히 실시해야 한다. 이제 공산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도 우리의 적이 아니다. 지킬 적이 없는 이 마당에 그렇게 대군을 유지하거나 신예무기를 계속 수입하여 군비를 강화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군사력에 의한 안보관은 사람 중심의 안보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덕적-정신적 힘에 의한 안보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8. 미국과 일본과의 공조체제 ― 소위 한․미 공조체제, 한․일 공조체제 ― 를 포기하고 남․북 공조체제로 근본적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통일은 일차적으로 민족내부의 문제로 먼저 우리 남․북 민족이 어떤 형태의 통일에 합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9. 남․북 간에 직통전화를 개설하였다니 다행한 일이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같은 위험한 상황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장치로 이 직통전화를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남․북 간에는 물론 특히 외세를 향해 한반도 평화 선언 같은 것을 북에 제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상호비방을 중단하여야 한 것은 ‘6․15 남․북 공동선언’의 당연한 귀결이다. 소극적으로 북이 중단했기 때문에 남도 중단한다는 형식이 아니라 남쪽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10. 이산 가족을 상봉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가 남․북 간에 이루어지고 있고 전화, 편지 등의 자유로운 왕래 등이 남․북 간에 논의되고 있다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제한적으로,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산가족들이 고령화하고 하나씩,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파격적인 방법으로 광범하게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강구하고 북에 제안하는 것이 좋다. 남․북 간에 단절된 철도와 국도의 연결, 개통, 등을 합의하고 시행하기 시작한 일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11. 민간 통일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보장해야 한다. 다시는 통일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좌경․용공․간첩 등의 이유로 구속하거나 수배하거나 기소하거나 감옥에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국은 민족통일 정책 입안, 변경 등에는 민간 통일운동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12. 남․북 경제교류와 북에 대한 남의 경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현 정부는 수구-보수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의식하여 대북 경제 지원과 협력 등의 문제들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3. 남의 도나 시가 북의 도와 시들과 서로 자매결연을 하여 상호교류하고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4. 남 당국에서는 베를린 선언을 절대시하는 모양이나 필요하다면 그것마저도 떨구어야 한다. 행여나 북한 이념이나 주의, 또는 체제를 열등한 것으로 표현하거나 묵시적으로 암시하는 것조차도 그쳐야 한다. 우리는 북한 개방, 북한의 변화를 계속 말하고 있으나 이러한 태도를 이제는 버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든지 먼저 변하느냐를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15. 남․북 간의 이질성의 문제는 북한 보다 사대주의적 근성으로 찌든 남한이 더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이질성 그 자체를 가지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 존중하고 거기서 배우며 다원화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받아들이며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다 나열할 수조차 없이 많은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인권은 물론 모든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인도주의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자유민주의를 내세우기를 좋아하지만, 말보다는 국보법, 집시법, 교육법, 농협 통합법, 등과 같은 반민주적인 악법들과 민족화해와 통일에 저해가 되는 국제적인 조약들이나 협약들은 개폐하여야 한다.
빈부의 격차를 초래하는 법이나 정책을 개정하고 도시빈민들이나 노동자 같은 민중을 탄압하는 정책을 버려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 남한이 철저히 민주화하고 민족자주적이 되며 전쟁이나 안보보다도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5. 맺는 말: 민민 통일운동의 방향과 전망

위에서 언급한 것에서 민민 통일운동의 방향과 전망이 제시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다시 요약하는 의미에서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우리 민민 운동진영은 우선 대동단결하여야 한다. 오늘의 21세기는 엔지오의 시대라고 흔히 말하고 있는데 이제 남․북 양 당국은 민간 통일운동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민 통일운동 진영은 사소한 차이들을 넘어서 대동단결해야 하고 강력한 통일 투쟁 대오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으로 3자 연대란 것은 이제 더 이상 대원칙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되었다. 이제는 3자 연대 보다도 남․북․해외 3자 중에 가장 비중이 큰 남한 통일운동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먼저 남쪽의 민민 통일운동 진영의 대 단결을 실현한 후에야 남․북 간에 민족대단결과 통일을 말할 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둘째 구체적으로 노․농․빈민에게 유리한 통일을 내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기층 민중이 통일운동의 주체로 확고히 서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반통일 세력과 투쟁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어떤 한이 있어도 통일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 하는 데 대하여 대안이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그 일환으로 통일공화국 헌법 초안 같은 것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도 한가지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4대 정치과제인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연방제적 통일을 더 없이 확고히 내세우고 추진하여야 한다. 특히 이러한 4가지 정치노선은 변화된 정세에서 더욱 관철시켜야 하는 과제들이다.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무효화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당위적이고 논리적인 의미에서 그렇지 현실적으로는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으면서 계속 무고한 인사들을 연행, 구속, 유죄 재판, 감옥에 보내고 있다. 이를 완전히 철폐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단합된 투쟁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평화협정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상론을 생략한다.
미군 철수, 불평등 소파(SOFA) 전면 개정문제, 등은 민족자주를 확립하는 문제이니 만큼 더욱 투쟁의 고삐를 조여 투쟁을 고조시켜 나가야 한다. 지극히 불평등한 소파는 평등하게, 적어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파 개정이나 미군기지 이전운동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전제로 하거나 그 지역 이외의 한반도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일 수는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여야 한다. 변화된 상황에서 우리의 군사주권은 회복되어야 하고 미군은 철수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주권의 상실을 막기 위해 최선의 투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연방제에 의한 통일문제에 대하여 한 마디 언급하고자 한다. 흡수통일방식이 아닌 진정하고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가능한 통일 방안은 연방제적인 통일방식 ― 비록 그것이 궁극적인 통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 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이 그것을 인정하였다고 생각한다.
넷째 특히 양민학살의 문제는 민족 자주의 문제로써 미군철수의 문제와 함께 그 진상이 조사, 규명되고 보상, 명예회복, 처벌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군에 의해 직접 자행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국방 경비대나 경찰에 의해서, 후에 국군에 의해서 자행되었던 남한 양민학살은 적어도 군정시절은 물론 단정 수립 후에도 사실상 미군측이 권고, 지시, 또는 좌지우지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미국 당국의 책임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양민학살 문제의 규명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문제만이 아니라 민족 자주적인 입장에서의 통일운동의 일환이다.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에 관련하여 미국을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 등이 추진되는 바, 이는 민민 통일운동의 과제이다.
그리고 지금 문제되고 있는 새 한일어업협정의 내용과 독도의 문제도 민족 자주적인 민족통일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군사주권과 경제주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과만이 아니라 일본이나 다른 주변국이나 강대국과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은 작년 신가이드라인을 입법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하여 한반도에 자신들의 역할과 목소리와 힘을 발휘하고 더 높이려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독도에 대한 소유권 주장, 새 한일어업협정 체결과 시행, 한․일군사 합동훈련 등은 한․일 투자협정, 한․일 자유무역협정 등도 사실상 민족 자주적인 입장에서의 민족통일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다섯째로 통일은 남․북 관계에서 보고 추진하여야 한다. 비록 민족 분단이 타에 의해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민족통일 문제는 어디까지나 민족내부의 문제이다. 과거 ‘7․4 공동성명’에서도 확인되었고 지난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도 재확인되었듯이 민족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민족 자주적으로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역대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시행해 왔던 한․미 공조체제, 한․일 공조체제 또는 국제 공조체제를 포기하고 남․북 공조체제로 발상을 전환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반도가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주변 정세와 세계 정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말은 강대국에 의지하여 통일을 얻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한반도의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행방 여하에 따라 자신들의 안보에 향방이 달려있다고 느끼고 있어 사실상 통일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하여 민족 자주적인 노선, 우리 민족의 생존권과 미래에 가장 유리한 상태는 역시 군사력에 의존하기보다도 오히려 이를 포기하는 영세중립국을 표방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영세중립국’을 표방하도록 우리의 외교-국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행사하여야 한다.(2000.9.25/hyunjang) 한/노/정/연

2000-10-06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9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