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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동자의 단결투쟁과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하여

현장에서 미래를  제61호
한국통신 민주동지회


특집 :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발전과 모색(1)-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과 연대를 중심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결투쟁과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하여

한국통신 민주동지회







들어가는 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저지를 위한 노동계의 동투가 기로에 서게 되었다. 동투의 분수령이 될 ‘한전노조’ 파업이 철회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한전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한전노조의 오랜 관성(어용노조)을 감안하면 파업은 애당초 힘들었다는 게 중론인 것 같다. 따라서 한전노조의 파업유보는 곧바로 공공부문 노조와 전체 노동계의 투쟁기조에도 영향을 미쳐 동투는 사실상 힘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머물 것 같다. 그렇다면 파업유보에 따른 노동계의 투쟁차질을 한전노조에 국한된 특별한 상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것이 전체 노동운동진영의 일반적 상황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진행되는 공공연대투쟁에 대해서 투쟁역사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 현장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위상 변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의 노동현장은 노조설립과 민주노조 건설 투쟁을 통하여 노동운동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또한 민주노조의 전국적 조직인 전노협은 비록 소규모 제조업 중심의 사업장 조직이기는 하지만 조직의 전국성과 투쟁과 연대를 통하여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지켜내는 과정 속에서 한국노총의 반노동자적 본질을 폭로하고 노동조합운동의 계급성, 연대성, 전투성을 토대로 분단과 한국전쟁이후 단절되었던 계급적 노동운동의 역사를 이어내고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노동조합운동의 전국적 대표성을 명실상부하게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3저 호황이후 전세계적인 산업구조조정과 이에 종속적으로 세계경제에 편입하려는 국내 자본의 산업구조조정은 기업별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와 맞물려 역사적 의의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노협은 그 생명력을 다해가고 있었다. 이후 남한의 노동조합운동은 중공업 중심의 대공장 노조들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에 의하여 독점재벌의 대기업 노조연대회의라는 대공장 조직으로 노동조합운동의 무게중심과 주도권이 서서히 이동하며 전투적 노동조합 조직인 전노협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남한의 노동조합운동은 민주노총의 건설과 합법화로 이어진다. 이때까지 공공부문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정부의 통제와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부재로 인하여 노동조합 활동은 거의 휴면 노조와 다를 바 없었으며 조합원들의 상태는 계속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비인간적 대우 등에 노동자임에도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중적 규정에 의해 혼란스러워하며 현실을 묵묵히 견디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한통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기업노조가 아직도 어용노조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좀처럼 민주노조로의 변화가 불가능하게 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다 87~88년 대투쟁을 겪으면서 공기업노조에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고,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계급적 자각과 투쟁이 서서히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해 가며 노동조합운동의 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축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계기는 되었으나 공공부문의 사회적 역할과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핵심세력으로의 성장은 아직까지 먼 미래의 이야기 정도였다.
그러던 중 94년 전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국통신의 민주노조 건설과 투쟁은 공공부문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자신만만했던 정부와 계속적인 불황으로 이윤율의 감소에 노심초사하며 호시탐탐 공공부문의 독점화된 안정적 이윤에 대하여 군침을 흘리며 민영화 요구를 준비하고 있던 자본에게는 커다란 충격과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95년 정부와 총자본에 의하여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 가이드라인에 묶인 저임금정책에 고통받던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직선제를 통하여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협상요구 수준에서 벗어나 대정부 직접 교섭, 투쟁과 공공부문 연대 투쟁의 필요성을 느껴가기 시작했다.


2. 96년 공노대 투쟁의 성과

94년 민주노조가 출범하자마자 김영삼 정권의 정략적 탄압대상이 된 한국통신노조는 95년 대투쟁의 결과 지도부와 전체 조직이 입은 타격은 심각할 정도였다. 당시 집행부 대부분이 구속과 수배, 해고 상태에서 96년 투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조합원들 또한 민주노조 초기의 질풍노도와 같은 조직력과 투쟁의식은 정권과의 대투쟁을 겪으면서 상당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이것은 투쟁패배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어용노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사측의 노무관리가 95년 이후 입체적인 노무관리로 바뀌면서 느끼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에도 원인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투쟁경험이 전혀 없던 조합원들이 정권과 직접 부닥치면서 노동운동세력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막강한 공권력을 체험하였기 때문이었다. 95년말 구속되었던 대부분의 간부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96년 투쟁에 대한 준비가 논의되었고, 당시로는 생소한 투쟁극 ‘또다시 앞으로’를 기획하였다. 이 연극은 95년 이른바 ‘한통투쟁’을 연극으로 만든 것으로 전국순회공연을 통하여 한통조합원들의 투쟁의식을 되살리는 큰 역할을 하였다. 96년 투쟁을 준비하면서 집행부는 95년 투쟁의 패배는, 타 노조와 연대하지 못하고 고립된 독자투쟁 때문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따라서 향후 투쟁에서 공공부문 연대투쟁은 필연적으로 대두되었고, 그것은 96년 초유의 공노대투쟁으로 이어졌다.
공공부문 민주노조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현실화시켜내기 위하여 지하철, 한국통신, 조폐공사 등의 노조를 중심으로 시기집중 공동투쟁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집행부의 헌신적 노력과 많은 조합원의 투쟁참여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업장별 타결이라는 결과는, 단사별로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었으나, 공동요구안을 통한 대정부 공동투쟁에는 아직까지 공공부문의 공동투쟁 준비와 연대의 고리가 튼튼하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또한 공노대 투쟁에서 공동투쟁의 필요성과 연대의 정신을 지켜내려는 의지와 노력은 노동조합 간부와 활동가들에게만 존재했고, 일상적인 교육과 투쟁을 통한 연대감을 몸으로 체화해내지 못한 조합원들이 갖고 있던 선험적 수준의 연대 필요성은 정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격 속에서 쉽게 무너지고 말았으며, 공공부문 핵심사업장인 한국통신 노동조합은 3년의 짧은 민주노조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96년 말 선거에서 패배의 비운을 맞이하게 되므로 어렵게 시작한 공노대, 공공부문 연대의 길은 축소 혹은 왜곡이 예상되었다.


3. 공공연맹의 출범 - 불완전한 연맹체

6대 집행부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사협조주의적 노동운동으로 조합원들의 의식과 조직력은 급속도로 약화되었고, 96년 연대투쟁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연대투쟁에 대한 근거없는 피해의식이 조합원들의 인식속에 남아 있었다. 말하자면 연대투쟁을 하게 되면 한국통신 같은 대형노조는 결국 작은 중소노조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실제적 이익은 타 노조가 가져가고 한통노조는 피해만 입게 된다는 논리였다. 이것은 명백히 허무맹랑한 것이었음에도 5대 집행부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간부들과 사측의 노조와해공작으로 급속히 유포되었으며 연대투쟁을 거론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민주노조를 경험한 많은 조합원들은 연대투쟁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 투쟁론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97년부터 공공사업장 중심의 연맹체건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공노대투쟁 경험을 바탕으로 공익노련, 민주철도노조, 공공연맹이 하나의 연맹체로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산별로 가기 위한 수순이었기 때문에 통합 자체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었지만,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였다. 무엇보다도 각각의 투쟁경험과 연맹체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식수준이 너무 다르다는 데 있었다. 전지협투쟁, 지하철파업 등을 거친 민주철도노조는 강력한 투쟁적인 통합체를 유지하고 있었고, 공익노련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별로 가기 위해 어느 조직보다 선진적인 연맹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반면 한통이 속한 공공노련은 의보노조 등 소수의 대규모사업장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한통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통합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공공연맹은 다수지분을 확보한 한통의 기득권주장과 이를 견제하려는 타노조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거나 연맹사업 수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통합연맹이 탄생할 수 있었지만 연맹창립대의원대회조차 힘겹게 성사된 점, 단일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공동위원장체제로 된 점, 한통노조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상근 위원장을 거부한 점, 무엇보다도 통합과정에서 연맹 구성원들이 서로의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이 확대되었다는 점 등은 향후 통합연맹의 원활한 사업수행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더구나 현장의 조합원들은 자신이 언제 통합 공공연맹의 조합원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노동조합비에서 맹비가 납부되고 있었다.


4. 통합 공공연맹의 사업평가 - 투쟁력의 복원이 시급하다

공공연맹 출범후 공공연맹이 수행한 투쟁사업을 평가하자면 평균이하의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연맹의 조합원수가 많은 대형사업장으로서 맹비 납부를 볼모로 한 반노동자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위에 대해 연맹이 보여준 태도는 단적으로 현재 연맹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럴 거라면 연맹을 해체하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오는 형편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는데, 예를 들면 통합연맹의 중심사업장인 한통노조가 조직력의 약화, 어용시비 등으로 집행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맹 전체의 결합력과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데 한몫 했고 또한 한통의 부진은 강력한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던 서울지하철노조와의 연대투쟁의 현실가능성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99년 민주노총 파업투쟁에서 선봉적 역할을 했던 서울지하철노조가 한통의 파업유보로 처절한 패배를 기록하면서 통합연맹의 연대는 완전히 깨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상대적으로 선진적 연맹체를 구성하고 있던 (구)공익노련 소속 사업장들은 통합연맹이 대형노조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형식상은 하나의 연맹체였지만 실상은 예전의 3개 연맹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99년 서울지하철노조의 패배로 가장 강력한 투쟁조직을 잃은 공공연맹은 민주노총 내에서도 그 위상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으며, 올해 사회보험노조의 기나긴 파업투쟁 또한 별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린 현재, 통합연맹은 향후 진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통합연맹은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에 들어가 있지만 문제는 집행부의 교체가 아니라 통합연맹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단위노조들의 혁신 또는 투쟁력의 복원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통을 중심으로 한 공공연맹의 단위사업장들이 지금과 같은 무기력한 투쟁을 반복하고 연맹의 결정에 반하는 행동을 연맹에서 좌시하고 묵인하는 한 통합연맹의 존재 이유는 아니 더 큰 산별 건설의 의의는 점점 더 빛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러므로 연맹을 만들며 지켜내고 강화, 발전시켜내는 것은 연맹간부와 위원장의 역할과 책임만이 아니라, 연맹의 진정한 주인인자 주체이며 수혜자인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현장에서의 투쟁을 통해서 연맹을 강제하고 이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5. 신자유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자투쟁 -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패배

IMF와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나 노동조합에게 혹독한 시련을 가져왔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여론몰이로 시작된 노동자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공격은 몇몇 노조의 필사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결과만을 남겼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퇴출, 공기업 민영화에 맞선 투쟁 역시 진행상황이나 주변여건을 감안하면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어쨌든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노동운동진영의 투쟁은 현재까지 정권과 자본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으며, 향후 노동운동이나 산별건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렇다면 IMF상황을 타개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밀리기만 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한번도 전국적인 파업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각개격파식으로 주저앉은 원인을 어쩔 수 없는 대세의 흐름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아니면 민주노총의 집행력부실을 문제삼을 것인가? 몇가지 원인을 간추려 보자.

첫째는 노동조합의 현장 통제력 상실이다. 아무리 노동조합이 민주노조이고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중간 관리자에 의해 장악된 현장의 상태는 “투쟁하지 않는 노동조합에 대한 실망”과 “노동조합에 무관심한 조합원 정서”라는 주장의 악순환만이 반복되며 현장에서의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점점 더 축소되어가고 있다.

둘째는 IMF 초기 김대중정권에 대한 일종의 기대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역대정권과는 달리 노동자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것과, 집권초기 수구세력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일체의 비판을 자제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적으로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호남지역의 운동진영이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사건에 너무 맹목적으로 매몰되어 한통노조의 경우 5대 집행부까지 가장 강력한 투쟁지역 중의 하나였던 전남지역이 몇몇 헌신적인 민주파 활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초토화되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여론을 너무 의식한 소극적 투쟁전술, 말하자면 파업이라는 마지막 무기를 한번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여론에 몰려 적당히 타협하고 끝내는 투쟁을 반복했다는 데 있다. 물론 몇몇 단위노조는 결사항전의 투쟁을 치러냈지만 연맹에서는 언제나 정치적 타협에 중심을 두는 전술을 유지했다. 이것은 단위노조와 연맹간의 불신, 투쟁방향에 대한 괴리감으로 증폭되면서 전체 투쟁동력의 결집을 약화시켰다. 일부에서는 현 단병호위원장 체제에 대한 개량적 태도에 원인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연맹이 예전과 같은 전투적 투쟁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넷째는 한국노총과의 연대투쟁이 정확한 목표와 연대의 방법이 모호한 상태에서 형식적 연대를 벗어나지 못한데 있다. 각각의 성격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투쟁목표아래 투쟁전술을 공유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이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연대에서도 확인되듯이, 한국노총의 파업투쟁을 민주노총은 신뢰하지 못하고, 민주노총의 투쟁역량에 대해 한국노총 또한 예전과 같은 신뢰를 하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는 독자투쟁으로는 현 상황을 돌파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이 손발이 맞지 않는 느슨한 연대투쟁이 오히려 단위노조의 투쟁역량을 침체시키고 투쟁일정을 혼선시키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한내 전체 노동운동의 후퇴에 있다. IMF 이후 정권과 자본에 계속 밀리기만 하는 상황을 극복하는 계기를 전혀 만들지 못하고 여론에 밀리고, 정권의 위협에 밀리고, 전 노동자의 연대투쟁보다는 자기 노조의 안위에 매달리는 단위노조의 이기주의에 밀려 민주노총 또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정규직노조들의 배타적인 태도, 민영화저지라는 동일사안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사안에 따라 분열하고 연대하지 못하는 공기업노조들,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투쟁을 주저하는 민주노총 지도부 등 노동운동을 둘러싼 환경은 계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6.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현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또 다시 한국노총이 파업철회를 한 것에 대해 연대투쟁에 부담을 느끼는 한통노조 집행부는 안도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역전시킬 수는 없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명확한 대안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한국노동운동의 역사가 그렇듯 위기상황을 방치하지 않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연맹은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든 공기업 민영화든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근본적인 것을 투쟁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각각의 사안에 매몰된 투쟁전술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산발적인 투쟁으로 불필요한 소모전만 거듭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투쟁전술 또한 적극적인 투쟁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기의 전투적인 투쟁방식이 정치적인 타협에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현장의 투쟁열기와 투쟁조직력이 급속도로 식어 갔다. 정치적 타협은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마지막 수단이다. 노동자세력이 강력한 투쟁력으로 뒷받침을 하고 있을 때 정치적 타협 또한 힘이 실리게 된다. 유명무실한 노사정위원회를 실질적으로 박살내고 대정부 직접교섭, 전국적인 규모의 현장투쟁전술을 민주노총의 중심전술로 설정하기를 원한다. 또한 불필요한 집회 대신에 직접공격으로 방향을 바꾸자.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 집회는 형식적인 도보행진으로 전락하였다. 기껏해야 의도적인 경찰과의 충돌 몇 번으로 체면치레하는 식의 집회를 조합원들은 식상해하고 있다. 시위문화의 선진화를 외치는 일부의 그릇된 정세인식은 자본과 정권의 논리이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방식대로 시위를 해야 한다. 지난번 ASEM투쟁 때 보여준 민주노총 지도부의 모습은 옳지 못하다. 구속을 각오하고가 아니라 구속을 당연시하고 싸워야 한다. 아무 때나 구속당하는 건 무모할 지 모르나 현재와 같은 노동자의 절대위기상황을 깨뜨리기 위한 투쟁에서 구속은 불가피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전파업철회로 물거품이 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연대투쟁을 대신할 새로운 투쟁주체를 시급히 세워야 한다. 한전을 시작으로 수많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정권과 자본에 의해 진행될 것이다. 현재 한통도 민영화를 위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렇듯 정권과 자본은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노동운동진영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단위노조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통된 투쟁목표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책임도 함께 하는 강력한 연대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것보다 가장 본질적인 것은 단위노조 조합원들의 투쟁의식을 되살리는 일이다. 어용화된 집행부를 바꿔내고 주저하는 집행부를 강제하는 현장조합원들의 투쟁의식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대안이다. 자기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노동자가 단위노조의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전체 노동운동의 분열을 조장한다. 계급의식이 낡은 유물로 치부되는 시기에 오히려 투철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노/정/연

2000-12-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