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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조정에 대응할 ...

현장에서 미래를  제61호
심용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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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발전과 모색(1)

- 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과 연대를 중심으로 -


최근 언론에서 우려해 마지않던 공공부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동투가 한전의 파업 철회로 수그러들었다. 이번 한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면 한전 최초의 파업투쟁이라는 점과,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연맹과 한국노총 산하의 공공노협이 주도하고 있는 공공연대가 주축이 되었던 것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내부의 동력이 어찌되었든, 각각의 목적이 어디에 있든 공공부문 구조조정반대라는 동일한 목적하에 양대노총이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분명 외형상으로는 연대의 폭이 넓어졌다. 물론 과거부터 공공연맹은 다른 연맹에 비해 중간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가 아닌 노조와도 폭넓은 사업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질을 점검할 때라고 본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성과미흡이라는 김대중 정부의 질타와 강력한 저지선을 칠 별다른 노조가 없는 상황이 맞물려 투쟁이 왜곡되고 있는 지금, 연맹은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특집은 사실 선거를 의식했다기보다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대해 한번쯤 정리를 해야할 시기라고 판단되어 (1) (2)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공공연맹에 대한 고민이 예각화될 시기에 그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글들을 싣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리고 거리낌없이 글을 써주신 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응할 노동조합의 올바른 이념-정책-조직방식은 무엇인가?

심 용 보/연구위원




1. 들어가며


본 글에서는 개별 공기업의 노동통제방식이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전략에 의해서 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에 의해서도 구성되는 노자간의 조절체제로 규정하겠다. 왜냐하면 현재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공기업 구조조정 정책은 모든 개별 공기업 노동자에게 공통적인 계급적 공격으로 다가오지만 실제로 개별 공기업에서 구조조정이 관철되는 정도는 해당 작업장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 이 지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투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동시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1987년 이후 한국사회 전체에서 성장발전된 계급투쟁의 전선과 개별기업 수준에서 진행된 작업장투쟁과의 연관관계이다. 대개 작업장투쟁은 역사적으로 보면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 정도가 높더라도 1. 고립분산성과 2. 경제적 노동조합주의를 그 경향성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장투쟁의 한계들은 타 사업장 노동조합과의 연대성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극복되어지며 나아가 이를 통해 임노동관계 자체의 철폐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조직적 고리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장투쟁의 연대 및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단지 산별노조와 노동자정당이라는 조직형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노선 내의 이념-정책-조직간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즉 사회전체에서 전개되는 계급투쟁의 속성이 무엇인가, 즉 노동자정당 및 상급노조조직이 추구하는 이념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및 조직, 활동 방식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함으로서 작업장투쟁은 촉진되어 실질적 연대를 활성화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층 노동운동조직이 작업장투쟁을 통제, 위축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본 글에서 이 지점을 제기하는 이유는 작업장투쟁을 연결시킬 전국적인 조직적 구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본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서술순서를 통해 얽키고 설킨 공기업 노동운동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풀고자 하며 이를 계기로 공기업 노동운동의 성장, 발전을 위해 이후의 많은 논쟁과 토론이 촉발되기를 바란다.

우선 첫째 부분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전체적인 구조조정의 틀거리 속에 공기업 구조조정이 차지하는 위상을 다루고 그 후 공기업 구조조정의 내용인 사유화전략 및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 부분을 통해 본 글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이 자본주의 이데올로그가 이야기하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사회 자본축적 구조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 속에 공기업 사유화 및 구조조정이 정확히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겠다. 신자유주의적인 상황에서 한국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에게 양보할 것이 없다. 오히려 한국 자본가계급과 이를 대표하는 김대중 정부는 노동력의 착취를 더욱 더 강화하여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인원감축과 사유화를 통해 금융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의 비용을 충당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정밀한 정세분석을 통해서만 공기업 노동자의 계급투쟁 방향성, 즉 더 큰 목적을 위한 투쟁과 정면돌파냐 아니면 현상유지를 위한 수세적 협상이냐는 전략적 방침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부분에서는 한국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개량’적 요구를 둘러싼 노동운동노선간의 차이(이념-정책-조직)에 대해 살펴보겠다. 특히 개별 공기업 노조를 연대해주는 공공연맹에 있어 그 내에 존재하는 개량주의적 노동운동노선에 대해 분석을 집중하겠다. 현재 한국사회 노동자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계급공세가 한 몸에 가중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1987년부터 성장한 민주노조운동이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계급대립적 경향을 축소시키고 대신 개량주의적 경향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개량주의적 노동운동노선이 상층노조조직에 자리 잡게 되자 이는 역으로 개별 공기업 노동자의 작업장투쟁을 질곡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개별 작업장에서의 고립분산적 경향성을 연대시키고 집중시켜주는 상층노조조직이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짐에 따라 상이한 정책과 조직, 활동방식을 보이게 되고 이것이 작업장투쟁을 어떻게 촉진 또는 질곡시키게 되는가를 살펴보겠다. 



2.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과 노동자 상태


1)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전체와 공기업 구조조정간의 관계


대개 계급사회에서 제출되는 이론들은 사회 내에 배치된 계급관계에 가치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이론은 계급사회의 적대성이라는 현실 힘관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현실 사회가 자본주의적 계급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론들은 그 이론가의 의도를 벗어나 반드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간의 적대성을 반영하게 되고 나아가 그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현실적 힘을 지니면서 노자간 역관계에 개입하게 된다. 따라서 공기업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살펴보기 전에 이들 이론들이 주목하고자 하는 현재 자본주의체제와 공기업의 현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집권한 영국, 미국의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자계급에 의해 주도된 계급타협적인 자본축적체제에서 탈피하여 자본전일적인 축적체계로의 변화, 즉 신자유주의적 축적체계를 촉진하였다. 이를 위해 당시 보수적 정부는 다음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 즉 ‘작지만 강력한 정부’, ‘사회보장지출의 축소’, ‘탈규제와 공기업 사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시장경쟁원리를 강조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중에서 신자유주의적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공기업 구조조정 정책이다. 이는 주로 공기업에 상업주의적 관리전략과 사유화전략을 이식하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은 공기업의 관리방식에 사기업의 이윤추구적 관리방식을 이식하여 수익성 위주의 노동통제기제를 만드는 전략이다. 공기업 사유화전략은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이식하여 매각가치를 높인 후 사적자본에게 저가로 매각함으로서 공기업을 국가적 소유로부터 사적 소유로 이전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은 이미 1980년대초 영국 및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통합을 계기로 각국에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제3세계의 국가에서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여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이라는 국제기구에 의해 강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볼 때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나타나서 1998년 경제위기를 거치며 전면적으로 부각되었으며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서는 4대 구조조정(기업, 금융, 공공, 노동 구조조정)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의 근본적 문제, 즉 과거에 공기업이 군사독재정부에 의해 관료적으로 운영되어 발생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철저히 은폐하며 단순한 신자유주의적 선전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기업의 철밥그릇 논리와 공기업 개혁논리를 설득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기업 개혁안(개악안?)은 시장경쟁과 사적소유를 강조함으로서 현재 시장과 사적소유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비판한다. 이들은 사적 소유만이 경제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가능케 한다는 신념 하에 공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공기업을 사적부문으로 양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기업이 방만하게 경영되어지고 이를 정부가 보조해야 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이 지나치게 확대되며 이로 인해 물가상승 및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남을 강조한다. 이들은 공기업 노동조합을 공격할 경우 다음과 같은 ‘철밥그릇’ 논리를 이용하여 정당화한다. 공기업 노조는 앞서 살펴본 자본시장에서의 파산 압력의 부재, 생산시장에서 독점상황과 노동시장에서의 독점적 교섭지위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공기업 노조의 지나친 교섭권력은 공기업의 성과와는 관련없이 임금을 상승시키고 나아가 비효율적인 노동방식을 만연시켜 이로부터 발생되는 비용을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며 나아가 정부로 하여금 공기업 구조개혁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여 공기업 개혁을 무산시키거나 지연시키는 실체로 인식된다. 결국 신자유주의자들에게 공기업의 근본문제는 정부가 공기업의 적자부분을 의무적으로 보조해야 함으로서 파산을 통한 시장정화기능으로부터 공기업을 면제시켜 준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사회 내에서의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가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기업, 금융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선도적 모범론’을 유포시킴으로서 공기업의 효율화와 그 이후의 사유화를 독촉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정책은 공기업의 ‘주인 찾아주기’식 사유화, 수익성 중심의 상업주의적 관리, 해외자본 및 국내독점자본으로의 공기업 매각을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적 시각에서 볼 때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질은 다음과 같이 간단명료하다.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공기업 자체의 문제보다는 한국자본축적의 위기를 반노동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는 이러한 진실이 국민에게 알려지기 전에 공기업 사유화 및 노동착취적인 상업주의적 관리의 도입을 서둘러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며 동시에 국민에게 ‘고통분담’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고통전담이라는 짐을 씌우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경제 위기의 국내적 원인은 공기업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재벌이라는 사적독점자본의 부문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대중 정부가 자본축적의 위기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한 비용을 조달하는 데 있어 비용발생의 책임자인 재벌 및 정치인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기업 매각, 세금인상, 공공서비스료 인상을 통해 노동자를 비롯한 전 민중에서 그 비용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IMF가 강제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은 국외적으로 볼 때 사실 경제위기에 봉착한 미국의 초국적 금융자본이 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 자본축적 구조를 신자유주의적인 세계경제체제에 폭력적으로 편입시키고 나아가 미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IMF가 요구하는 대로 국가기간산업인 공기업마저 성급히 매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구조조정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김영삼 정부 말기에 갑작스런 외환위기가 닥치고 경제파탄이 오게된 것은 사실은 1994년부터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란 미명아래 재벌들에게 마구잡이로 외채를 끌어쓰도록 허용한데서부터 가속된 것이다. 그러나 현 김대중 정부는 IMF 사태의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를 그대로 계승하여 한국사회를 세계경제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체제에 결합시키려 하였다. 그 결합과정은 다음과 같다. 1998년 경제위기의 상황 속에서 김대중 정부는 집권 이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적 이행조건인 국내시장의 완전개방과 재정의 초긴축을 수락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는 금융, 기업, 공공, 노동시장에 걸친 4대 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착수하였는데 이는 ‘경제의 완전 개방’, ‘공기업의 사유화’, ‘자본을 위한 탈규제’, ‘노동시장의 완전한 유연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무력화’를 골간으로 했다.

1998년 이후 진행한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우선 김대중 정부는 세계화를 앞세워 IMF가 요구하는 대로 이천억불이나 되는 외채를 들여와서 비싼 이자를 물며 부실한 은행이나 기업에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해 외국자본에 팔아 넘겼다. 이러한 금융,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지급보증한 채무 규모는 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말 50조 4,000억원에서 93조 9,000억원으로 늘어나 현 정부 집권 이후 무려 43조 5,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를 우리 나라 국민수를 4,700만명으로 나눌 경우 1인당 부담액은 423만원이나 된다. 또한 김대중 정부는 IMF 구제금융을 포함하여 초국적 금융자본를 끌어들이고 노동시장에서의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시킨 뒤 1998년 5월부터 본격적인 금융, 공공, 기업,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한국자본주의 재편은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 자금이 비용으로 소요되었다. 따라서 공적자금 조성으로 인한 국가의 적자재정상태는 더 이상 국내외로의 국채 발생이나 세금 수입으로는 충당될 수 없었고 오히려 공기업 사유화 및 공기업 예산감축을 통해 새로운 구조조정 자금원천을 창출해야 되었다. 이러한 전후맥락에서 정부는 한전, 한통, 포철, 한국중공업 등 12개의 대형 공기업을 사유화하여 그 매각대금 174~220억달러 확보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비용을 충당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1>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의 재편과 공기업 구조조정간의 관계


결국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은 한편으로 1998년 외환 위기를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제 통화 기금(IMF)의 신자유주의적 대출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행함으로서 한국자본주의 체제를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하에 종속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종속적 자본축적 구조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통해 1987년 이후 강고하게 조직화되었던 한국 노동운동세력을 해체시키고 개별적인 노동자의 노동착취를 고도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우리 공기업 노동자가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점은 과연 현 경제위기가 누구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라는 점과 이후 신자유주의적 공기업 구조조정(상업주의적 관리방식과 사유화)이 어떠한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결과를 산출하게 되는가라는 점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다음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2) 상업주의적 관리전략과 사유화전략 그리고 노동자 상태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사회 전체의 자본축적 재편전략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결코 신자유주의론적 또는 시민사회론적 공기업론자는 자신의 추상적인 공기업 ‘비효율성’ 논리로는 지금의 성급한 공기업 사유화 과정과 상업주의적 관리전략 그리고 이로 인한 계급적대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김대중 정부는 ‘세계화’라는 명분 하에 목적의식적으로 한국사회의 자본축적구조를 외국자본에 종속시키며 동시에 국내외 독점자본의 축적을 촉진하고 반면에 노동자 및 민중들의 착취를 더욱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전략틀 속에서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면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을 매각하기 전에 외국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을 유인하기 위하여 노동착취적이고 이윤창출적인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공기업에 이식시켜 매각가치를 높이고 그 이후 본격적으로 공기업을 사유화시키는 2단계 전략으로 진행하고 있다. 상업주의적 운영방식의 도입은 공기업에 수익성 위주의 경영방식을 도입하여 공기업 내부에 시장경쟁 메카니즘을 확대시키고 그 과정에서 공기업 경영자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확대시켜 노동자의 착취와 통제를 강화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그 후 정부는 공기업을 국내외 독점자본에게 사유화시킨다. 즉 공기업 사유화 이전에 정부는 대규모 인원감축, 효율적인 노동력 이용, 성과위주의 보상이라는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공기업에 정착시킴으로서 이를 통해 사적자본의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림 2> 공공부문 구조조정에서 상업주의적 관리전략과 사유화 전략간의 연계

 


따라서 김대중 정부가 현재 독재적인 행정지침에 의해 공기업에게 강제하는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인원감축, 조직개편, 외주하청, 연봉제, 집단성과제 등)은 매각 전에 국가가 알아서 공기업에 노동착취적이고 효율적인 노동통제기제를 이식하는 것이며 결국 이는 이윤추구적 외국 자본 및 국내 독점자본에게 알짜배기 공기업을 저가로 사유화시키기 위한 전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공기업 구조조정의 틀거리 하에 김대중 정부는 1998년부터 1999년 동안 13개의 공기업 및 자회사를 완전매각하고 5개의 대규모 공기업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하여 1998년 6,667억원, 1999년 8조 6,309원을 벌어들였고 합계 9조 2,796억원의 수입을 확보하였으며 이를 금융, 기업 구조조정, 실업대책 등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했다. 이중에서 재정수입은 3조 4,881억원을 확보했으며 외국자본이 52억불 정도 도입되었다. 결국 앞서 살펴보았듯이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주인찾기식’ 사유화 정책에서 궁극적 형태로 발현되었다.


<표 1> 공기업 사유화를 통한 매각 대금

매각 완료 공기업

?남해화학을 농협에 매각 (3,000억원, '98.9)

?국정교과서를 대한교과서에 매각 (460억원, '98.11)

?한국종합기술금융을 (주)미래와사람에 매각(93억원, '99.1)

?가스공사의 자회사인 (주)청열을 매각(13억원, '99.3)

?한전의 자회사인 세일에이직 민영화(2,470만원, '99.7)

?한국중공업 자회사인 세안기술 민영화(4,000만원, '99.9)

?한국통신 자회사인 한국통신카드 민영화(330억원, '99.9)

?한국통신 자회사인 한국통신CATV 매각(324억원, '99.11)

?대한송유관공사의 자회사인 지앤지텔레콤 민영화(540억원, '99.11)

?유통공사의 자회사인 매일유업 민영화(220억원, '99.12)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뉴질랜드치즈, 코리아후드 자동 민영화

국내외 지분매각

?포철 해외 DR발행 13.6억불(3.5억불 '98.12, 10.1억불 '99.7)

?한국전력 해외 DR발행(7.5억불, '99.3)

?한국통신 해외 DR발행(24.9억불, '99.5)

?담배인삼공사 국내공모(9,623억원, '99.9)

?가스공사 국내공모(9,900억원, '99.12)


이 시기의 공기업 사유화 특징을 보면 1998년 ‘1차, 2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우선 공기업 매각의 정치적, 경제적 위험이 적은 소규모 공기업 및 자회사를 위주로 완전 매각하고 반면에 매각의 정치적, 경제적 위험이 큰 대규모 정부투자기관은 국가소유의 일정 지분만을 국내외에 매각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의 사유화 정책은 한국경제를 뒷받침했던 우량 공기업을 저가로 사적 독점자본 및 외국자본에게 매각하였다. 동시에 정부는 공기업 노동자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작으로 하여 국가권력을 통해 사전적으로 ‘간소한’ 이윤창출적 통제구조를 만들어 주고 다양한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도입함으로서 매각가치를 향상시킴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1998년과 1999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향후 공기업 사유화의 핵심은 주로 대규모 공기업(한전, 한통. 철도 등)의 완전 사유화로 이동되고 있으며 주로 외국자본과 국내독점자본에게 상당량의 지분을 매각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남아있는 공기업에 대해 이를 사유화시에 이전에 기업가치를 향상시키 위해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전폭적으로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표 2> 2000년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

사유화 대상

추진방안

?한국전력

발전부문을 5개 사업단으로 개편?운영

?한국중공업

전략적 제휴?일반공모?국내입찰 추진

?한국통신

정부지분 33.4%를 제외한 잔여지분(25%내외) 매각

?담배공사

해외 DR발행 등 정부 및 은행 소유지분 매각 추진

?포항제철

산은 지분(9.8%) 국내?외 매각, 민영화 완료

?가스공사

국내외 시장여건을 고려하여 해외 DR발행 추진

?송유관공사

정부지분(46.5%)을 매각하여 민영화 완료


둘째, 사유화 이전에 실시되는 상업주의 관리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김대중 정부는 현재 공기업에 시장경쟁관계를 주입함으로서 공기업 관리방식을 상업주의적으로 변환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노동통제기제를 통해 개별 공기업 노동자의 인원감축과 임금저하, 노동강도, 비정규직 증대, 노동자간의 경쟁격화를 강제하고 있다.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주입과정은 반드시 공기업 사유화 이전에 그 토대를 닦기 위하여 그리고 사유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행정지침에 의해 독재적으로 시도된다. 그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그림 3> 공기업에 대한 상업주의 관리방식의 도입방식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의 하위전술 1

김대중 정부는 ‘자율경영’이라는 명분 하에 개별 공기업의 독립채산제를 강화시키고 나아가 수익성 중심의 사업부제적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우선, 김대중 정부는 개별 공기업 경영진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적극적 주체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정부-공기업간의 통제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 통제구조는 개별 공기업을 이익 중심의 사업부제적 조직으로 재정의하여 기존의 독립채산제를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개별 공기업의 관료주의적 운영논리에 ‘수익성’을 강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사업부제적 조직으로 재정의된 개별 공기업은 현상적으로 보면 중앙정부로부터 ‘경영의 자율권’을 부여받지만 이 ‘자율권’의 목표 및 내용은 중앙정부에서 바라는 수익성 위주로만 제한되어 있다. 즉 김대중 정부가 설계한 수익성 위주의 사후적 통제 구조(예: 경영평가)내에서 개별 공기업은 ‘공공성’보다는 이익센터(profit center)로서의 역할 즉 수익성 위주의 상업주의적 운영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이익센터적 통제구조로의 변화를 통해 정부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여 공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과정 틀거리를 통제하게 된다. 그 세부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중앙정부는 1. 투자와 관련된 예산지출의 제한(임금가이드라인) 및 예산편성 지침하달을 통한 사전적 통제, 2. 공기업 운영과정에 대한 공식적, 비공식적 개입을 통한 행정지침적 통제, 3. 공기업 경영평가를 통한 성과급 지급 및 차기 예산 증감을 통한 사후적인 통제라는 수단을 통해 개별 공기업 운영의 정책방향과 예산통제의 틀거리를 치밀하게 통제한다.

반면에 개별 공기업 경영진은 중앙정부에 대한 ‘정치적 상황구속성(예산권, 인사권이 핵심)’으로 인해 중앙정부로부터 하달된 행정지침에 근거하여 각자의 재정, 운영, 경영자원, 노사관계에 대한 운영적 의사결정의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최고경영진에 대한 수익성 위주의 통제관계는 개별 공기업 내 본사-부서간의 관계로 확산되어 기존의 기능부서를 사업부서제 및 팀제로 재편하게 되고 본부장과 팀장과 같은 중간관리자에게 성과에 근거한 연봉제를 강제함으로서 작업현장의 노동자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김대중 정부는 사업부제적 통제구조의 틀거리 내에서 공기업 사장들을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후적으로 개별 공기업의 상업주의적 관리의 목표치와 실적치간의 비교를 통해 공기업 경영진을 통제하게 된다. 사장추천위원회에서는 주로 수익을 창출할 능력이 있는 전문경영인을 후보로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그 후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사장에게 행정지침을 통해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세부지침(인원축소의 규모, 조직통폐합 및 외주하청 장려, 연봉제와 집단성과제 도입 등)을 일일이 하달하고 있다. 공기업 사장은 취임기간 동안 중앙정부에 의해 부과된 상업주의적 관리의 목표치를 중심으로 ‘경영계약’을 달성해야 하고 이익을 얼마나 올렸는가에 근거하여 보상받게 된다. 그리고 공기업 경영진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정부는 이들을 가차없이 날려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수익적 경영성과를 제대로 실시간으로 평가, 통제하기 위해 ‘지식경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공기업의 회계정보 투명성 개선 및 공개, 그리고 회계정보의 전산화, 경영정보시스템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의 하위전술 2

김대중 정부는 상업주의적 공기업 관리방식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노자간의 역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개별노동자를 대상으로 ‘고객지향적’ 기업문화전략을 전개한다.


여기서 ‘고객지향적’ 기업문화전략은 기존의 관료주의적 운영방식에서 수익성 위주의 상업주의적 운영방식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조직구성원에게 수익성 위주의 관리방식을 설득하고 주체화하는 통제기법이다. 김대중 정부는 기존의 공공성 중심의 운영체계를 수익성 중심의 운영체계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산자인 노동자와 소비자인 민중에게 상업주의적 운영체제로의 공기업 변화를 정당화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과거 정경유착으로 인해 파생한 시민들의 저품질 공공재에 대한 불만으로 토대로 하여 ‘고객지향적 경영’이라는 기업문화전략을 통해 공기업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 및 경영진이 의도하고 있는 ‘고객’은 이전과 같이 표준화된 공공재를 평등하게 소비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국민’이 아니라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지불능력이 있는 ‘부르주아 고객’을 의미한다. 즉 상업주의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은 지불능력을 중심으로 ‘고객’을 나누고 제품 및 가격의 차별화를 통해 지불능력이 있는 고객에게는 고품질의 제품을, 반면에 지불능력이 없는 고객에게는 공공재의 수혜기회 자체를 박탈함으로서 수익성을 증대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김대중 정부는 ‘고객헌장제도’ 등의 기업문화전략을 통해 공공재의 소비자인 국민에게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설득시키며 동시에 이는 공공재의 소비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생산자인 공기업 노동자를 감시하게 하는 통제기제로 작용하여 결국 공기업 노동자의 노동권은 철저히 무시되어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의 하위전술 3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내 조직구조를 사업부서제적 팀제적 조직으로 재편함으로서 수익성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킨다. 이러한 전략은 주변 업무를 외주하청하게 하며 나아가 이후 분할 사유화의 토대가 된다.


김대중 정부는 기존 공기업 내의 기능별 부서제를 이익 중심의 사업부서제적 조직으로 개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공기업 업무는 임의적으로 핵심사업과 주변사업으로 나누어져 이익센터적인 사업부서제 조직으로 재편된다. 핵심사업을 제외한 기존의 공기업 업무는 주변사업으로 규정되어 중소 사적 자본가에게 외주, 하청되고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에 의해 수행된다. 대개 주변사업이 외주하청되는 과정에서 임시방편으로 기업 내부의 노동자수를 축소하려는 경영진에 의해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강제 전환된다. 이러한 정부와 경영진의 주변사업-외주화 전략은 공기업의 고용형태에 있어 유연한 고용계약제, 즉 파트타임제와 임시계약직이 늘어나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공기업 경영진은 중앙정부의 인원감축과 관련된 행정지침을 받아 기존에 정규직이 하던 일을 외주, 하청, 분사 등을 통해 열악한 노동조건을 지닌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원감축의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핵심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 노동자는 일정 정도의 고용보장과 근로조건을 유지하나 주변사업으로 규정된 외주, 하청 노동자는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당한다.

또한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내 핵심사업에 배치된 정규직 노동자간의 경쟁을 강화시키기 위해 현장부서를 팀제로 재편하고 이를 통해 현장통제를 강화시키고 있다. 팀제 도입과 현장감독자의 권한강화는 노동자간의 경쟁을 팀별, 사업부별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주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현장통제 강화전략은 기존의 세부적인 직무구분에서 대직무구분으로의 전환, 근무형태변경, 그리고 대직군구분 내에서 팀제로 조직재편, 팀별, 팀내 노동자간 경쟁체계 구축, 팀장의 인사고과권 강화, 품질실명제와 제안제도를 통한 경쟁강화 등을 통해 진행된다. 또한 이는 주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제도를 보조수단으로 하여 각 팀별 성과와 관리감독자의 임금(연봉제)과 승진(발탁승진제)을 연결시킴으로서 달성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확대와 정규직 간의 경쟁격화는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임금수준을 저하시켜서 이윤의 양을 크게 하려는 경영진의 술수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그 자체가 노동자를 분할하여 개별화시키고 연대를 차단하여 노동자들을 정부 및 본사 경영자의 독재적 지배 아래 영원히 가두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지 노동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현장권력을 위한 정치적 문제이다.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의 하위전술 4

김대중 정부는 수익성에 근거해서 보상하고 처벌하는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이 전략은 기업이 원하는 이윤창출적 행동(성과)을 하는 소수의 노동자들에게는 모범적으로 보상하고 그 외의 대다수 사람에게는 턱없이 낮은 차별적 보상을 하고 나아가 처벌을 함으로서 개별노동자들을 자발적으로 경쟁시키는 것이다.


현재 김대중 정부 및 공기업 경영진은 능력주의 인사관리제도의 일부분을 도입하고 있다. 즉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김대중 정부는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 임금수준의 축소를 시도하며 임금체계를 능력주의적으로 변화시키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상층 경영진에 한해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일단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집단성과 배분제도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공기업 경영진들의 임금수준의 하락시도를 살펴보자.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999년 예산편성지침을 하달하면서 ‘지불능력 원칙’하에 임금가이드 라인 정책을 강제함으로서 1997년 대비 4.3%의 임금 수준을 삭감하였다. 더불어 정부는 각종 수당 및 생활보조적 부가급여를 대폭 삭감, 폐지하였다. 또한 1998년에 기본급적 성격의 체력단련비를 폐지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기존의 명예 퇴직금 제도를 개정하여 지급요건을 강화하였다. 또한 정부는 법정 퇴직금 제도의 누진제를 폐지하고 지급액을 하향 조정했다.

나아가 임금체계의 능력주의적 변화를 보면 정부는 ‘경영 계약제’를 통해 개별 공기업 최고 경영자의 임금체계를 구조조정 성과에 연동시키고 있으며 1999년 초부터 공기업의 상층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부터 이러한  연봉제를 3급 이상 직원 및 계약직에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공기업 전체 노동자에게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연봉제는 노동자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면 집단성과 배분제도는 개별공기업, 사업부서, 팀의 집단적 수익성을 평가하여 보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예산편성 지침을 통해 공기업 현장 노동자에게 ‘예산절약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시키고 있는데 이는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기능하고 있다. 즉 정부는 각 예산절약 사항에 따라 특히 인원감축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의 절감액을 개인당 기본급 200%한도에서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한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연봉제, 집단성과급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인사고과권의 강화에 있다. 연봉제가 도입되면 그 자체가 인사고과를 확산시키고 경영진의 인사고과권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사고과제도가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하게 되고 노동자들이 사측의 요구에 몰입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사고과의 평가요소는 주로 회사의 충성도나 생산성향상을 위한 기준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이를 아무리 객관화하더라도 경영진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및 경영진의 연봉제, 집단성과제의 도입의도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함께 노동자의 희생에 기반한 총자본 차원의 회생책으로 그리고 노동조합운동 무력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후 더욱 가열찬 능력주의적 신인사제도 도입의 첫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공기업 구조조정 즉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통해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에서의 대폭적인 인원감축을 시도하였다. 공기업에서는 1998년부터 1999년말까지 32,359명의 노동자들이 인원감축을 당했으며 이러한 수치는 1999년까지 계획 인원(31,328명) 대비 103%를, 그리고 2000년까지 계획인원(41,269명) 대비 78%를 달성한 수치이다. 특히 이러한 공기업 해고 노동자 32,359명 중에서 규모가 큰 모기업에서 감축된 인원은 27,545명으로 소규모 자회사에서의 감축인원  4,814명의 5배에 달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전략으로 인해 그나마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불안 그리고 저임금과 동료간의 경쟁격화에 시달리고 있다.



3. 신자유주의 정세 하에서의 공공부문 노동운동


우리는 앞에서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인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을 통해 기간 공기업을 사유화하고 현장의 공기업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불안 및 임금저하 노동강도 강화를 전면화시키는 계급적 공격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부분에서는 이러한 정세를 염두에 두면서 현재의 공기업 노동운동 특히 공공연맹내의 개량주의적 경향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를 살펴보는 이유는 공공연맹이라는 노조조직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이다.

노동운동의 이념과 정책 그리고 조직이 구성되는 방식은 추상적 논리와 당위성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정세에 대한 과학적 분석, 즉 국가와 자본의 전략이 어떻게 노동현장을 장악하며 대노조전략을 통해 어떻게 노조상층부를 포섭하는가를 명확히 분석하는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계급의 자기전망과 전략을 분명히 함으로서 도출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글에서는 1.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발생되는 노동운동 내 이념-정책-조직방식의 차이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그 후 2. 현 신자유주의 정세 하에서 보여지는 공공연맹 내의 상층간부에 나타나는 개량주의적 경향성에 대해 평가하겠다.


1) 노동운동노선간의 이념-정책-조직방식의 차이


대개 자본가 계급의 신자유주의적 공격 속에서 노동운동노선 내에는 계급대립적 노동운동노선과 개량주의적 노동운동노선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각 노선간 본질적 차이는 ‘개량’투쟁의 위상을 자신의 궁극적 이념에 어떻게 위치시키고 이를 위해 어떠한 정책과 조직, 활동방식을 준비하는가로 명확히 구분된다.


<그림 4> 노동운동노선에 따른 이념-정책-조직방식간의 차이


우선 개량주의 노동운동노선의 이념을 살펴보자. 이들은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개량’의 점진적인 집적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의 착취와 예속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 본다. 이에 따라 개량주의 운동노선의 정책은 자본주의체제의 ‘게임의 룰’을 인정한 상태에서 노동자의 지위향상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구하여 사실상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의 재생산을 보장하게 되고 나아가 단체협상제도 및 노사정 합의제도 자체만의 존속을 강조하는 정책을 산출하게 된다. 이러한 이념과 정책은 다음과 같은 노조조직 및 간부의 활동방식에 의해 구체화된다. 우선 개량주의노선에서는 단체협상 및 노사정 합의제도에 참여하는 노동조합 상층간부의 자본에 대한 ‘책임성 있는’ 역할을 중시하여 노동대중의 요구를 자본주의체제 내로 통제한다. 또한 그들은 계급협조적 목적에 근거하여 노동조합의 조직 및 활동방식을 관료제적 노조조직방식, 노조간부의 협상을 위한 전문가주의와 정책주의, 그리고 노동대중으로 하여금 협상내용을 받아들이도록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쉽을 주장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이 보기에 노동대중의 자발적인 파업행동은 단기적, 분파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 전문적이고 정책지향적인 노조간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조합의 비용-효익을 파악하여 가장 효율적인 타협대안을 적출할 수 있다고 보며 이를 통해 정치, 경제의 영역에서 노자간의 이익대립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운동의 이념과 목적이 계급협조를 위한 개량주의일 경우 노조 간부의 권력원천은 평조합원의 집합적이고 자발적 활동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의 우호적인 교섭관계와 이를 담지할 수 있는 노조간부의 전문가적 권위주의성, 그리고 관료주의적 산별노조조직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반면에 계급대립주의적 노동운동노선의 이념네 대해 살펴보자. 이들은 자본주의 틀 내에서 ‘개량’이 아무리 이루어진다 해도 착취관계 자체는 폐절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들의 노동운동 목적은 자본주의체제로부터 노동자의 궁극적 해방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 내 ‘개량’의 열려진 투쟁공간 내에서 노동대중에게 개량주의의 한계성을 폭로하고 현장투쟁을 조직화하며 나아가 임노동관계 자체를 철폐하기 위한 정치투쟁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계급대립적 노동운동노선에서는 개량주의적 노동운동노선이 그토록 중시하는 단체교섭제도 및 사회적 합의제도에 대해 노동자의 실제적 이익을 궁극적으로 실현시킬 수 없는 제도라고 본다. 왜냐하면 자본 및 국가는 이러한 협상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조직화된 전투성을 체제 내로 흡수하여 자본주의의 착취적 사회관계를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기에 노동운동의 진정한 힘은 조합간부의 전문가적 리더쉽 속성과 정교한 단체협상제도 그리고 산별노조조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업현장에서 분출하는 평조합원의 일상적 투쟁,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연대 및 정치투쟁에서 나오며 노동운동의 상층간부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행사할 공간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체제의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계급대립적 운동노선은 그 급진적인 이념을 위해 평조합원의 광범위한 요구를 정식화하여 자본주의체제의 극복을 위한 정책형성으로 연결시키고 더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 및 활동방식 즉 노동대중의 급진적 의식과 적극적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는 조직 및 활동방식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급대립적 노동운동노선은 노조정책의 의사결정 및 집행과정에 평조합원으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집합적으로 참여하여 그 결과에 대한 공동으로 책임질 수 있는 민주집중제를 제안하고 있다.

결국 계급대립적 노동운동노선에서 볼 때, 노조 민주주의의 실질적 확장은 노동운동의 급진적 목적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노조간부의 전문적 협상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자신의 집합적 투쟁을 통해 개량적 요구를 관철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투쟁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집합적 이익과 관점이 명확해지며 요구의 수준을 더욱 높은 단계로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운동의 이념과 정책 그리고 조직방식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긴밀한 영향관계에 있으며 나아가 이는 노동운동의 중요한 성과물인 노동운동 조직의 확대 발전과 노동자의 실질적 이익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공공연맹의 개량주의적 경향성에 대한 평가


공공연맹을 평가하기 전에 전제해야 할 사항이 있다. 본인이 분석,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공공연맹이라는 대중조직(상층노조조직-단위노조조직-현장활동가-조합원) 전체가 아니라 그 상층에 존재하는 개량주의적 노선과 이들이 제출하는 정책 및 사업기조이다. 공기업 노동운동은 전두환 정부시기의 ‘임금가이드라인’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공기업 노동자의 현장투쟁 및 대정부 투쟁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심화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었고 결국 1999년초 공공연맹이라는 상급노조조직으로 조직화되었다. 따라서 공공연맹 자체는 노동운동의 무풍지대였던 공공부문 내에서 공기업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 이루어낸 조직적 성과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전제하면서 논의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우선 공공연맹의 개량주의적 경향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1. 김대중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과, 2. 한국사회 민주노조운동 내에서의 개량주의노선의 성장과정을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공공연맹의 정책 및 사업기조는 진공상태에서 제출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과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 그리고 한국사회 노동운동 전체의 개량주의 노선간의 연관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김대중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을 보자. 앞서 살펴본 공기업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공기업 노동자의 열악한 상태를 볼 때 우리에게 판단되어지는 현재 정세는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양보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전략은 다음 그림에서 보이듯이 인원감축과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통해 개별 공기업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며 노동착취도를 높여 현재의 자본축적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다만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고민은 공기업 노동자의 불만과 저항이 과거 증대되고 있으며 폭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며 동시에 이러한 저항의 힘이 계급대립적 운동노선과 결합되어 공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김대중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노동 전략은 한 축으로는 작업현장에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이식시킴으로서 현장노동자의 저항가능성을 개별적으로 분산시키며 다른 한 축으로는 노동조합에 노사협조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계급대립주의 노선을 배제, 약화시킴으로서 저항의 조직적 구심을 해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의 틀거리 속에서 협조주의적 노조간부의 역할은 정부와의 교섭관계에 있어 형식적인 산별상층교섭권 및 제도를 약속받는 대신 실질적인 구조조정내용을 ‘양보교섭’하게 되며 나아가 양보한 구조조정내용을 현장노동자에게 강요함에 있어 1. ‘교섭책임’ 이데올로기와 2. 관료주의적 노조조직과 3. 전문가주의적 활동방식(이는 반드시 지식독점을 통한 권위주의적 활동방식으로 나타남)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은 일정정도 형식적인 상층교섭권을 공공연맹에 주되 대신 공공연맹 내 협조주의적 상층노조간부로 하여금 김대중 정부과 공조체계를 갖추어 조합원 대중에게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을 확산시키고 나아가 준통제기구로 자리잡게 됨으로서 완성되어 지는 것이다.


<그림 5> 김대중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과 상업주의적 관리방식간의 관계


앞서 제기한 김대중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은 항상 이를 받아줄 협조주의적 노동운동노선이 없다면 단지 정부의 의도만으로 끝날 수밖에 없으며 우리 현장노동자에게는 구체적인 통제현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손바닥도 마추쳐야 소리가 난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심각한 문제는 김대중 정부의 대노조전략을 받아줄 협조주의적 노동운동노선이 존재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이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이라는 상층노조조직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 내에서 민주노조운동은 1987년에 시작하여 1990년 전노협 결성을 통해 전국적 조직으로 확장되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본가 계급과 국가의 총체적인 공격에 대해 전투적으로 대응함으로서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계급성, 민주성을 보존하여 왔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노조의 성장과정은 전노대 결성 이후 업종회의 및 대기업 노조의 참여과정을 통해 계급협조주의와 노조관료주의적 경향을 지니는 개량주의 노동운동노선의 개입을 동반하였다. 그 결과 개량주의적 노동운동세력들은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결성과정에서 기존의 계급대립주의적 세력들에 대응하여 노동운동이 취해야 할 이념 및 조직방식을 둘러싸고 지속적 갈등을 유발하였던 것이다. 특히 자본가계급의 경영합리화 총공세가 시작된 90년대 중반부터 개량주의 노선은 상층중심의 ‘합법주의’와 ‘교섭주의’를 화두로 결합하여 민주노총 1기 집행부를 장악했으며 1997년 들어 전면화된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해 노동대중들의 자발적인 총파업 투쟁을 통제, 교란하여 결국 노사정위원회의 참여 및 자본과의 양보교섭으로 귀결시켰다. 이들의 사업기조는 자본가계급이 위기를 운운할 때 민주노총 1기의 ‘나라경제 살리기’ 선언으로 그리고 대공장 노조에서의 ‘기업살리기’를 위한 양보교섭으로 표현되었다. 이들은 1997년 대통령 선거과정과 2000년 국회의원 선거과정에서 정당을 창당함으로서 자신의 계급협조적 성격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게 된다.

결국 현재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내에는 개량주의적 경향과 계급대립주의적 경향이 공존하고 있으며 노동자정당과 민주노총의 역할 그리고 산별노조 건설방식에 대한 양 세력들간의 대립과정은 단사수준에서의 작업장투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민주노조운동내의 노선분화 및 각 세력간의 계급투쟁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 속에서 공공연맹의 개량주의적 세력은 정확히 위치되어 있는 것이다.


공공연맹 내 개량주의적 운동노선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신자유주의적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회피하는 계급협조적 이념’

2. ‘대정부 직접교섭권 획득과 구조조정 내용 일부를 거래할 수 있는 양보교섭적 정책생산’

3. ‘상층중심의 양보교섭을 조합원에게 강제할 수 있는 관료주의적 노조조직방식 및 권위주의적 전문가주의의 활동방식 그리고 이로 인한 실질적 조합민주주의 부재’


현재 공공연맹 내 개량주의 세력의 이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공공연맹이 어떠한 관점을 취하고 있는가를 봄으로서 알 수 있다. 현재 공공연맹 상층간부수준에서 ‘민영화에는 반대하지만 노자합의하에 공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개량주의적 이념을 통해 공공연맹은 한국노총과의 무원칙한 ‘공공연대’와 상층노조간부 중심의 국회청원식 투쟁방식으로 공기업 사유화 반대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반면 현재 공기업 현장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에는 일정 정도 찬성하고 방치하는 이중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이중적 사고를 지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원칙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와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이식’은 서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진행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우선적으로 공기업에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이식시킴으로서 공기업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함으로서 수익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 후 일정 정도 공기업의 매각가치가 높아지면 그리고 현장노동자의 조직적 저항이 해체되면 정부는 손쉽게 공기업을 사유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정세 하에서 공공연맹의 개량주의 세력들은 일단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을 ‘공기업 혁신’이라는 신념 하에 받아들이며 구조조정의 반노동자적 내용에 투쟁을 집중하지를 않고 있다. 그들은 구조조정의 ‘방식’에만 집중함으로서 즉 투쟁의 목표를 ‘일방적’ 구조조정방식의 반대와 ‘민주적’ 구조조정방식의 요구로 집중함으로써 현장조합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분노를 간접적으로 억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에 대한 이중적 관점, 이념 때문에 그들의 정책적 대안은 ‘단순한 공기업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넘어 공기업 경영혁신을 노동조합이 주도할 수 있는가’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상층교섭 위주의 그리고 시민사회론적 공기업론에 기반한 정책들이 양산된다.

우선 공공연맹에서 제출된 대정부 요구투쟁에 관련된 정책대안을 보면 ‘대안을 갖고 투쟁하는 연맹’이라는 명분 하에 ‘공기업 사유화’, ‘인력감축과 실질임금 삭감’에는 반대하면서도 공공부문 구조개혁 즉 ‘낙하산인사 반대와 자율경영’, ‘관료화 병폐,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제시’, ‘공공서비스 확충’ 등의 ‘정책대안주의’를 만연시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정부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공공연맹의 교섭과 노조조직에 관한 방안을 살펴보자. 공공연맹의 경우 대정부 요구에서나 투쟁목표에서도 ‘노정교섭’을 가장 1순위로 제기하고 있으며 이번 공공연대의 대정부 요구안 또한 ‘공공부문 개혁협의체(노 4/정 4/정당 3/시민단체 3)구성’과 ‘중앙노사교섭기구 설치’가 핵심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연맹의 개량주의적 노선은 신자유주의을 반대하기 위한 노조조직건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대정부 교섭의 필요성으로부터 산별건설의 논의를 도출하고 있다. 이러한 대정부 교섭 틀거리 내에서 공공연맹의 개량주의 세력은 공기업 경영참가 및 경영통제를 민간기업 특히 재벌기업의 경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사고하여야 한다고 보며 소유구조․지배구조․경영구조 각각의 측면에서의 노동자 참가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연맹의 이념 및 정책대안 그리고 조직방식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앞서 살펴본 공공연맹의 정책내용은 김대중 정부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정부의 ‘협조주의 강화적’ 대노조전략에 포섭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의 핵심내용을 보면 공기업의 수익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평가위원회’, ‘사장추천위원회’, ‘1,2급 연봉제’ 등을 도입하여 ‘낙하산인사 반대와 자율경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공기업 경영진을 효율적인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주체로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 사유화에는 서로 견해를 달리 하지만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의 도입이라는 지점에 있어서 현재 공공연맹의 정책대안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기업 대안과 동일해지는 것이다. 정부의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으로 인한 현장노동자의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로 인한 공기업 노조의 현장기반약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연맹의 상층노조간부가 공기업 사유화 전략에는 대정부 청원식 투쟁을 하며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용인하게 되면 그 결과는 그들만의 ‘노동해방’이 될 것은 아닌가?

본인이 판단하기에 공기업 운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구조개혁’과 ‘자율경영’이 아니다. 근래 들어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의 부채탕감을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공기업 구조조정을 양보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공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은 과거 중앙정부의 책임방기와 이로 인해 발생한 공기업의 재정악화이며 따라서 부채는 당연히 중앙정부에서 가져가야 할 의무사항이다. 나아가 지금의 정세에서 공기업 노동자와 민중들은 더 많은 공공서비스와 민주적 공기업 운영을 위해 중앙정부의 성격을 바꾸어 공공부문에 대한 더 많은 투자계획과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연맹에서 주장하는 ‘자율경영을 통한 경영혁신’ 논리에는 ‘정부의 정책변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대정부 투쟁’이라는 목표가 없다. 결국 그들의 정책논리는 ‘부채탕감하여 자율경영을 확보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의 효율적 운영방식을 도입하여 노동자들이 이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 스스로를 착취하고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론적 공기업 운영논리는 기업별 폐쇄주의와 상층간부 중심의 ‘빵’만을 위한 타협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부분적인 요구의 쟁취를 위해 공공연맹은 정부에게 시민사회론적 전문가를 동참시킨 교섭 및 정책참가의 틀을 구걸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및 경영진은 이러한 협조주의적 노조간부의 유아적인 자율경영에 대한 환상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부채탕감과 자율경영을 이유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나아가 부채탕감조차도 불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다. 즉 정부는 자율경영이라는 명목으로 개별 공기업 경영진을 필두로 하여 수익성 논리를 중심으로 한 상업주의적 관리전략을 이식하고 노동자의 고용 및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며 그 결과에 대해 철저한 사후적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유아적 발상을 한 협조주의적 노조 상층간부는 정부 및 경영진을 대신해서 조합원의 고용조건을 악화시키는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김대중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개량주의로 포섭되어 상층의 산별노조조직에 의해 현장이 통제될 수 있다면 정부는 언제든지 구조조정을 대가로 공공부문에서의 형해화된 산별교섭을 기꺼이 양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껍데기뿐인 산별노조조직을 위해 여태까지 공기업 노동자들은 투쟁했단 말인가?

오히려 공기업 노동자에게 있어 지금과 같은 공기업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는 시기에는 국가권력의 성격이 가장 중요하며 우선적인 투쟁의 대상이다. 국가권력을 자체를 민주화함으로서 공기업 노동자들은 더욱 더 큰 틀에서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개혁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다.

4. 마치며


앞서 제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공기업은 국가소유라는 사회적 소유 형태를 띄고 있지만 그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면 사적부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국가에 의한 임노동 착취관계와 이로 인한 독재적 통제구조 그리고 노자간의 구조적 적대성을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다만 사적부문 노동자와는 달리 공기업 노동자의 투쟁은 소유형태와 통제기제가 국가에 의해 총괄된다는 점에서 비록 요구투쟁일지라도 중앙정부로 집중되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심화되어지는 현실을 볼 때 공기업 노동자는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전략과 상업주의적 관리방식으로 인해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리게 되고 불만과 저항의 가능성이 증대하게 된다. 이러한 노자간의 적대상황에서 공기업 노동조합이 국가에 대해 계급대립적 이념을 지닐수록 장기적 측면에서 노동자의 실제적인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계급대립적 이념은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간 관계에 있어 민주주의의 실질적 측면을 강화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국가와 공기업 노동자간의 대립관계에서 노동자의 유일한 권력 원천은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간의 조직적 유대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신자유주의적 정세 하에서 공기업 노동조합이 개량주의적 이념 하에 국가와 경영진에 대해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정도는 하락하게 될 것이다. 현재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핵심은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기제의 구축이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노동자의 조직적 도전정도는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량주의적 노동조합 간부는 자신의 권력원천을 국가와 경영진으로부터 찾고 조합원에 대해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으로 대하여 조합원의 실제적 요구를 억압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 하에서 공공연맹 상층간부들의 개량주의적 성격을 분석, 비판하였다.

본인은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다음을 제안하고 싶다. 노동대중의 불만과 이로 인한 투쟁의 파고가 높아질 수 있는 객관적 상황에서 공기업 노동조합은 교섭권만의 획득을 주요전략으로 설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기업 노동조합은 정부 및 경영진의 공격의도를 깊숙이 인식하여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고 나아가 사기업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국가에 대한 노동자적, 민중적 통제의 확대, 국가의 민주화를 통한 공기업의 예산 확충 및 공기업 경영진의 부정부패 통제, 민주화된 국가권력과 노동자의 작업현장권력간의 연결, 전 사회로의 노동자적, 민중적 요구의 확대를 주장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개량주의 세력의 ‘경영혁신’ 대안과 ‘대정부 직접교섭’을 통한 ‘공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끼리 잘 먹고 잘 산다’라는 분열주의, 협조주의는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 현재 현장에 있는 공기업 노동자들은 ‘공기업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정리해고되고 임금저하와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분할통치에 직면하여 저항의 조직적 구심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공공연맹의 상층간부가 ‘공기업 혁신’이라는 반노동자적 구조조정에 참여하여 상층교섭권을 얻는 대신 양보교섭을 하게 된다면 결국 공기업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을 위한 준통제기구로 변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올바른 대안은 전체 공기업 노동자들이 분명한 원칙에 근거하여 집합적 요구를 도출시키고 공기업 및 사기업 노동자들과의 연대조직을 강화하여 대정부 투쟁과 현장투쟁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그 우선적 목표는 대정부 투쟁을 통한 정부의 성격변화이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상황에서 공기업 노동자들은 국내외 자본가 계급의 권력이 집중된 국가기구로 대정부 투쟁을 집중하여 사회전체적인 모순적 구조들에 문제제기하며 전체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를 가능케 하는 이념과 정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점인 저항조직의 구성을 사고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연맹이 이후 자신의 이념과 정책 그리고 조직방식에서 핵심적으로 지녀야할 내용은 ‘현장의 요구와 분노를 조직적으로 대변하고, 투쟁으로 조직하는 상층노조로서의 분명한 상을 확립하는 점’과 ‘신자유주의적인 공기업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한 투쟁의 구심으로서 상층노조조직의 역할을 강화하는 점’이다. 

한/노/정/연

2000-12-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9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