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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분할매각이 ‘정답’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62호
박우정


한전 분할매각이 ‘정답’인가


ꡔ한겨레신문ꡕ, 아침햇발, 2000년 12월 13일
박우정 논설위원




“뒷북을 친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 한국전력의 구조조정은 분할매각에 의한 민영화만이 ‘정답’인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이런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국가 전략산업인 전력의 민영화는 국부유출과 전기료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노조가 ‘이면합의서’를 받고 돌연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인 것도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한전에서 30년을 근무했다는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이런 의문을 더욱 깊게 한다. ‘한전 해외매각 시나리오’라는 이 글에서 그는 한전이 헐값에 팔아넘겨야 할 부실기업이 아님을 강조한다. 1999년 말 현재 한전의 부채비율은 111.5%로 매우 건전하다. 신용평가회사 에스앤피가 권고하는 일반기업의 적정부채비율 150%보다 낮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가이드라인 200%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전을 그대로 두면 재무구조가 악화돼 투자재원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할매각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니 선뜻 이해가 안간다.

분할매각을 전제로 회계회사에 맡긴 자산재평가결과와 자산배분내용도 석연치 않다. 재평가 결과 99년 8월 현재 한전의 총자산은 61조 5,386억원으로 나왔다. 정부는 이것을 5개 수․화력발전자회사와 원자력발전자회사 등으로 쪼개 이중 5개 발전자회사를 매각한다는 방침인 모양이다. ‘한전 해외매각 시나리오’의 필자는 먼저 한전자산이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한다. 어림짐작만으로도 100조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한다. 왜 이런 엄청난 평가차이가 나오는지 규명할 일이다.

그는 자산배분에서도 분할매각 대상인 5개 발전자회사는 헐값으로 매겨놓았다고 주장한다. 원전을 제외한 수․화력 발전시설 총용량은 2,937만 킬로와트, 우리나라 전체 발전용량의 70%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5개 자회사에 배분된 자산은 전체자산의 27%인 16조 5,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100만 킬로와트급 화력발전소를 신규건설하는 데 1조 2-3,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수력과 복합화력은 이보다 더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자산배분은 어딘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실제 매각할 때 이의 2배정도인 32조원에 판다 가정하더라도 이익의 큰 몫은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에 비춰 해외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전의 전체부채는 33조 8,000억원, 이것을 자회사에 배분할 때 5개 발전자회사가 안게될 부채는 8조원이므로 이를 갚으면 24조원이 떨어진다. 그러나 정부는 아이엠에프를 맞아 98년 3월까지 해외 투자자에게 주식예탁증서(DR)로 보유주식의 30%를 7억 5,360만 달러에 팔았기 때문에 정부보유 지분은 현재 53.19%밖에 안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빼고 단순계산하면 24조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에게 8조원이 넘어가고 정부 손에는 12조 7,600억원 정도가 떨어진다. 외국인 투자자는 1조원도 안되는 투자를 해서 일거에 7조원 이상의 차익을 챙기는데 반해 정부는 ‘겨우’ 13조원을 받고 전체 발전설비의 70%를 넘겨준다는 얘기다.

뿐만이 아니다. 발전자회사를 사가려는 해외투자자들은 정부에 대해 투자보수율을 9-13%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선에서 결정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10%정도만 보장하더라도 해외투자자들은 단순히 투자하는 것만으로 횡재를 하게 된다. 현재 한전 투자보수율은 3-4%선이다. 10% 보장할 경우 수․화력 발전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약 30% 인상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물론, 이상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할매각 방식이 해외투자자들 배만 불리우고, 한국국민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을 더 지우는 ‘역사적인 오류’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앞으로 1년간의 유보기간 중에 우선 이런 ‘노파심’과 의문점들부터 풀어주기 바란다.

2001-01-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