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국가의 바람직한 기업상 |
현장에서 미래를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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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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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 구 ◦ 논 ◦ 문
통일국가의 바람직한 기업상
-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를 통한 민주적 참여기업-
곽 노 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조교수)
이 글은 1995년 7월 8일 학술단체협의회 심포지움에서 발표된
글로서 11월 25일 제7차 이론연구세미나의 발제문으로
제출되었다.
전체 발제문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곽노현 교수가 요약해 놓은
글을 아래에 싣는다.
기업은 생산조직이자, 일조직이자, 소득조직이자, 권력조직이다.
따라서 기업은 생산효율, 고용창출과 안정, 인간적 노동,
소득형평, 권력의 민주성과 법치성 등의 가치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현재 남과 북의 대표적 기업 형태인 주식회사기업과
국가기업으로는 이러한 가치를 달성하는 데 커다란 한계가 있다.
이 글은 남과 북에 대한 대안의 기업체제, 곧 통일국가의
바람직한 기업형태로 민주적 참여기업을 제시한다. 민주적
참여기업이란 자주관리나 공동결정원칙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을
의미한다. 민주적 참여기업의 소유구조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종업원소유, 종업원기금소유,
종업원투자기금소유, 사회기금소유 등을 특징으로 하게 된다. 이
글이 상정하는 통일국가의 경제체제는 민주적 참여기업이
지배적인 기업형태로 자리잡은 경제체제다. 국가기업과
사유기업은 민주적 참여기업과 병존한다. 다만 지배적
기업형태가 되지는 못한다.
민주적 참여기업은 생산성, 고용, 분배형평, 기업민주화,
정치민주화 등 거의 모든 정치 경제적 가치에서 자본주의적
주식회사나 사회주의적 국가기업에 비해 우월하다. 무엇보다도
종업원소유는 노자대립를 해소하고 노동의 주인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창의력을 증진시킨다. 주로 노자대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여준다. 한편 자주관리나 공동결정도 마찬가지로
노자대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여준다. 또한 참여에 따른
경제소외 극복과 책임의식 강화로 효율과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
나아가 사회적 소유, 곧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각종 사회기금에
의한 소유확대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하여금 수익성과 생산성
제고는 물론 사회적 책임완수에도 힘쓰게 할 것이다. 즉 사회적
소유는 기업에 대해 공공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초기업적 종업원투자기금이나 각종
사회기금의 기업소유확대는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기업내부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물론
종업원소유와 사회기금소유, 그리고 자주관리와 공동결정은
분배형평에도 큰 도움이 된다. 종업원소유와 사회기금소유의
확산 결과 기업이윤은 종업원과 일반시민에게 분배될 것이다.
아울러 자주관리적, 공동결정적 요소는 기업내 소득격차를 줄일
것이다. 민주적 참여기업체제에서는 자본의 구조적 힘과 특권적
지위가 대폭 약화되며 이로 말미암은 민주정치의 왜곡 요인이
사라진다. 민주정치도 꽃피게 되는 것이다.
현재 남과 북의 대표적 기업형태인 주식회사와 국가기업은
이러한 민주적 참여기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남과
북이 모두 현행 기업체제를 민주적 기업체제로 전환할 것이
요청된다. 남과 북은 이 과정에서 입법으로 종업원소유와
사회소유, 그리고 자주관리와 공동결정을 촉진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은 기업차원에서의
경제민주화 과정 혹은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소유 사회화는 현재의 국유나 사유를 민주적으로
지배되는 사회집단이나 공공기관의 소유로 전환하는 전 과정을
총칭한다. 한편 경영 민주화는 국유건 사유건 자본소유에서
구해지는 기업경영권의 근거를 노동제공으로 전환하는 전 과정을
총칭한다.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는 경제력에 대한 참여와
통제를 통해 경제력 분산을 이룩함으로써 경제력 편중에서
경제력 조화로 가는 전 과정을 의미하는 경제민주화의
주요내용을 이룬다.
남한에서는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의 당위성과 합법성을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헌법 제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를 국가의 경제개입 목적의 하나로 명시하고 그
내용을 경제주체 간의 경제력 조화로 파악한다. 이에 따라
남한에서는 경제력 집중 억제 및 경제력 분산을 위해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에 필요한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있다.
남한기업의 소유 사회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첫째, 종업원 지주제를 확대하고 집단화하는 방안. 둘째,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고 그것을 재원으로
종업원투자기금을 설치하는 방안. 셋째, 각종 사회기금의
운영기구를 민주화하고 사회적 투자지침을 제정하는 방안. 넷째,
협동조합기업의 모범정관과 각종 금융, 세제, 경영지원책을 담은
협동조합 기업 육성지원법을 제정하는 방안. 모두가 필요하지만
이중 소유 사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윤을 재원으로
한 종업원투자기금의 설치다. 이 방안은 대기업에 대한 점진적
소유 사회화 방안으로서 스웨덴에서 실시된 바 있다.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유일한 대규모 소유 사회화 방안으로 평가된다.
소유 사회화가 진척되면 그에 바탕하여 경영 민주화도 진전된다.
특히 협업기업을 육성하면 완전한 민주경영, 곧 자주관리기업이
많이 출현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기업에 대해 점진적 소유
사회화를 통해서만 자주관리나 공동결정에 도달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남한기업의 경영 민주화를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다. 물론 현 단계에서 경영 민주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체교섭 사항의 확장과 산별노조 및 정치적
조합주의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성취가 있어야만 남한의
노동운동은 공동결정제도, 특히 노동자 이사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아무튼 노사동수로 이사를
선출하게 되면 자본의 지배권은 대폭 약화된다. 유럽 각국에서는
유럽통합 회사법이 노동자 이사제도를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최소한도 유럽에서는 공동결정권이 노동
인권의 하나로 인정된다.
남한의 기업소유와 지배는 재벌에 집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재벌은 경제적 비효율과 불공정경쟁의 온상이자 민주정치의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 위에서 개관한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 방안은 재벌의 약화와 해체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점진적 방안으로서 그 당위성이 크다.
한편 북한에서는 국가와 당이 모든 경제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정치적 결단에 의해 언제든지 필요한 정도만큼 경제력
분산을 행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가
언제든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구조개혁을 필요로
하며 이 경우 탈국유화와 탈계획화가 기본구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탈국유화를 통해 자본주의적 사유화, 곧 자본소유의
소수집중과 자본의 경영독점을 결과하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구조개혁이 경제적 성공을 거두려면 반드시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 소유
사회화로 전 인민의 생산 및 자본효율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키고, 경영 민주화로 전 노동자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를
이끌어내지 않는 이상 경제 회생과 성장은 불가능하다. 소유
사회화와 경영 민주화는 북한의 경제구조개혁이 정치적 설득력을
갖는 데도 아주 좋다. 노동자와 일반 인민에게 소유권의 여러
권능, 곧 경영 참여권과 이윤 참여권을 무상으로 나눠줌으로써
광범위한 개혁 지지세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기업의 소유 사회화는 다음과 같이 이뤄질
수 있다. 전기, 통신 등 공익사업을 제외한 대기업의 경우
기업별로 종업원소유기금을 설치하고 일정 지분을 무상으로
넘긴다. 일정 지분은 종업원 개개인에게 할인가로 유상분배한다.
일정 지분은 사회투자기금을 설치하여 무상으로 넘긴다.
사회투자기금의 지분은 무상으로 일반시민에게 분배된다. 이로써
일반시민의 이익이 확보된다. 사회투자기금의 운영은 정부대표,
기업대표, 주민대표, 소비자대표 등으로 구성한다. 중소기업은
원칙적으로 종업원에게만 유무상 혼합방식으로 넘긴다.
협업기업화하는 것이다. 영세기업이나 자영기업은 사유화한다.
이렇게 전환된 북한의 기업체제는 종업원집단소유와 사회소유를
지배적 소유형태로 하고 예외적으로 국유와 사유가 인정되는
체제일 것이다.
북한기업의 경영 민주화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국가기업의 경우 국가, 종업원, 소비자의
삼자공동결정 원칙에 의해 지배된다. 일반 대기업의 경우
입법으로 종업원 자주관리권을 인정하든가 종업원대표가 우세한
가운데 사회기금대표와 공동결정하는 형태를 취한다.
협동조합소유로 되어 있을 중소기업의 경우 자주관리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유기업에서는 물론 자본주가 지배한다.
위에서 남과 북에 대해 각각 개관한 기업차원의 경제민주화
방안들은 모두 좌파적 이론과 실천에서 뚜렷한 이념적, 이론적,
실증적 근거와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글의 경제민주주의는
공상적 사회주의, 민주적 사회주의, 급진민주주의, 그리고
사회민주주의의 전통에 뿌리박고 있는 바, 구체적으로는 특히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스웨덴의 종업원투자기금, 스페인
몬드라곤의 협업기업군, 유고의 자주관리사회주의, 동구의
시장사회주의 등의 이론과 경험의 소산이다. 여기에 동구권
국가들의 다양한 탈국유화 과정, 특히 동독과 러시아의 탈국유화
과정에 대한 연구가 영향을 미쳤다.
이상과 같은 경로를 통해 남과 북 모두에 민주적 참여기업체제가
정착되면 경제통일은 거의 저절로 이루어지게 된다.
기업소유지배구조의 변화는 반드시 모든 관련 경제제도 및
기구의 변화를 전제하고 수반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로는
남과 북의 동시 개혁과 단계적 통일을 요구한다. 통일이 가급적
빨리 이뤄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개혁없이 주어져 추후 개혁 가능성마저 봉쇄하는 통일을
바람직하다고 여길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식
흡수통일의 경험은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함을 알려준다.
갑작스런 흡수통일은 북한의 탈공업화와 식민지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남한의 개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점진적, 단계적 통일이 바람직하다면 그 과정은 남과 북
모두에게 있어서 인간화와 민주화를 위한 지속적 개혁의 과정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 민주화, 소유 사회화,
경영 민주화의 기치 아래 추진되는 기업소유 지배구조의 개혁은
남과 북 모두에서 정치 경제적 선순환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경제 선진화와 정치 민주화의 진전 여부가 거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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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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