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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구조조정,어떻게 볼 것인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62호
김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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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구조조정, 어떻게 볼 것인가?



김 두 한

연구원




작년 12월 이후 정부는 소위 2차의 은행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빛, 서울, 제주, 평화, 경남, 광주은행에 대해서 완전 감자를 단행하였으며,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을 주도했다. 정부 및 재계와 부르주아 언론 등은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량은행간 합병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생존권확보를 위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동자들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들의 물리력과 이데올로기 공세 앞에 파업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반면에 한빛, 제주,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은 부실은행이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적자금이 투자된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한편으로는 우량은행의 구조조정을, 다른 한편으로는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을 수행한다. 정부와 재계는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는 주장을 무기로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급의 요구를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항상 지배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은폐하는 거짓 이론(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금융권 구조조정의 역사와 실제

최근 우리나라 금융제도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변화는 금융자유화, 개방화, 금융권 구조조정 및 선물거래소 개설로 요약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는 1990년대에 본격화되었다. 금융부문에 자율과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원리가 도입되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국민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그 배경이다. 우리 경제의 국제적 지위상승으로 선진국의 금융시장 개방압력이 가중된 점도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게 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의 결실을 보지 못한 채 1997년말에 금융․외환 위기를 겪게 되었다.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의 효과가 금융기관의 부실누증 단기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 등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나 결국은 국가부도위기 사태까지 간 것이다. 이에 따라 1998년과 1999년에는 강도 높은 금융권 구조조정이 추진되어 상당수의 부실 금융기관이 금융시장에서 퇴출되었다.1)


위의 한국은행의 설명에는 근본적인 오해가 있지만 한국은행마저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1998년부터 2000년으로 이어지는 금융권 구조조정은 1980년대 중반의 금융자유화와 개방화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때 사용된 이데올로기 역시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 ‘국민경제의 건실한 발전’ 등이다. 이것은 현재도 계속 사용되는 그들의 주메뉴이기도하다. 그리고 현재 은행이 부실화된 것도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의 효과라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를 선진국(제국주의)이 요구하였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덧붙일 사실은 이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한국의 초국적 독점자본 세력의 이해일치와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2)

1997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예외 없이 1980년대 중후반부터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를 추진한 나라들이다. 그리고 1994년 금융위기를 맞은 멕시코는 OECD 가입을 미끼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의 압력을 가한 것조차 동일하다. 멕시코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급속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를 단행했던 것이다. 멕시코 위기와 함께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개방화를 추진하고 있던 아르헨티나도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 최초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남미의 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칠레, 1975년 아르헨티나, 1973년 우루과이에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가 시작되었다. 당시 칠레는 사회주의 정권을 아르헨티나는 민중주의 정권을 쿠데타로 몰아낸 군사정권들이 등장한 시기였으며, 우루과이도 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였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를 추구하게 된다. 그 결과 1979년의 전세계 과잉생산 위기와 함께, 1981-2년 모두가 금융위기에 의해 증폭된 과잉생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3) 그리고 198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침체를 겪는다. 우리나라의 1980년대 중반의 금융자유화와 개방화 시기도 바로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부터다. 어쨌든 중남미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되고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브라질은 1999년 금융위기를 겪었으며, IMF 처방에 따라 유출되는 제국주의 자본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하여 이자율을 높였고 그로 인해 경제는 더욱 침체에 빠졌다.4)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지속하던 아르헨티나는 2000년 말에 다시 채무상환유예에 직면했으며, 다시 IMF식 처방을 전제로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금융자유화와 무역 및 자본시장 개방화는 자본주의의 과잉생산위기를 증폭시키고 경제의 정체를 심화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금융위기 형태의 공황(위기)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본주의의 두 가지 위기(공황)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위기인 과잉생산위기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은 이윤을 위한 생산이므로, 어느 정도 이윤이 확보되지 않거나 팔리지 못한다면 그 생산은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은 높은 이윤을 위해 노동계급에게 적은 임금을 주어야 하는 반면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설비투자를 증대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다수 대중의 소비는 제한되는 반면에 생산은 증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어느 시점에 생산은 소비를 넘어서는 과잉으로 되고 판매는 줄어들고 이윤율은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자본들간에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경쟁이 시작된다. 많은 기업,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경제는 위기에 빠진다. 그러나 이 위기와 그에 뒤이은 침체를 통해서 과잉생산은 해소되고, 거대자본은 중소자본을 집어삼킨다. 동시에 이 위기는 많은 실업․반실업자를 양산하며, 호황기 및 과잉생산 시기에 그나마 올라갔던 임금은 하락한다. 그렇게 되면 자본들은 다시금 서서히 투자를 늘리고 생산설비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다시 회복기, 호황기를 맞이하지만, 결국 과잉생산과 위기에 도달한다.

이렇게 볼 때, 자본주의의 위기는 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자본주의는 위기를 통해서만 새로운 힘을 얻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여기서 구조조정 논리의 허구성이 드러난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마치 위기가 한국의 기업과 은행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부실 때문이며, 그리하여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이 고통을 참아내기만 한다면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렇다면 왜 세계 제일의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은 위기에 빠지는가? 일본, 그리고 유럽 OECD국가들은? 사실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아무리 개혁을 하고 고통을 참아낸다고 하더라도 위기는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만성적 실업과는 별도로, 대략 10년마다 노동계급은, 실업․반실업자로 내몰리고 생활이 악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과잉생산공황은 그와 다른 화폐공황(금융위기)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경제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에게 대부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돈뿐만 아니라 남의 돈을 빌려서까지 기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기업은 그 생산을 더욱 확장하게 되고, 그리하여 과잉생산의 정도가 심화된다. 그런데 이처럼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채권․채무관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고리에서 파산이 일어나면 연쇄파산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모두가 채무를 청산하기 위해서 돈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파산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화폐를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연쇄파산은 더욱 심화된다. 이것을 화폐공황(유동성위기) 혹은 금융위기라고 한다. 이 화폐공황은 실제 과잉생산위기와는 차이가 있다. 물론 과잉생산위기가 오면 화폐공황이 수반되지만, 이 화폐공황은 적절히 화폐가 공급되면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화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급속히 회수되면 화폐공황은 격화된다.5)

그런데 바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가 이 화폐공황을 초래하고 과잉생산위기를 증폭시켰던 것이다. 즉 일단 정부가 특수은행(국립은행) 등을 통해 기업에 제공하는 정책금융 등을 줄이도록 한다. 대신 금융산업을 자유화하여 다수의, 예컨대 종금사 같은 금융기관들이 생기도록 한다. 동시에 자본시장을 개방하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은 경기상승기에 외자를 도입하게 되며, 이외에 증권에 투기하는 외국자본도 들어온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불가피한 과잉생산위기가 오면 해외자본들은 이탈한다. 그리고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외자대부를 회수하고 신규대부를 중단한다. 그러면 이 나라는 외환위기 형태의 화폐공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금리로 외자를 불러들여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IMF의 긴축처방이 내려진다. 그러면 이제 국내 화폐가 부족해지고 추가적인 화폐공황이 발생한다. 이자는 다시 오르고 그 결과 그 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지 않은 나라에 비해 몇 배의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금융시장이 개방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외자들은 그 나라의 경제가 조금만 흔들려도 이탈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주기적인 위기와 무관하게 그 나라는 화폐공황을 겪을 수도 있는데, 1994년 멕시코위기가 이것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리고 1997년 아시아 위기 역시 사실 이러한 성격이 강하다. 당시 경제위기가 그 때에, 그리고 그렇게 극심하게 발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혁, 신자유주의 그리고 거짓말

금융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었던 금융자유화와 금융산업의 대외 개방화는 잘못된 정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통제 조치가 시행되고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어야만 했다. 이러한 조치는 가능하며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칠레와 말레이시아의 자본통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6)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정반대의 처방이 내려졌다. 다시 말해 문제는 해당국가의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고 이의 강화를 위해서는 대외 개방과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확실해 추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1997년 12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한국은행의 금융감독 기능을 극히 제한된 범위로 축소시켰다. 또한 당해 12월 이후 외국인에 대한 채권투자를 그리고 98년 말에는 공공법인을 제외한 모든 주식투자를 개방하였다. 그리고 98, 99, 2001년에 걸쳐 외환거래를 더욱 자유화했다.7) 정말로 이열치열 해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하여 국내 경제에 대해서 IMF의 처방이 관철되었다. 달아난 외국자본을 불러들이기 위해 고금리정책을 펴야 하며,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수소비를 줄여야 한다8)며 화폐의 공급을 통제했다. 그 결과 한국은 화폐 부족으로 사상 초유의 기업 파산사태가 벌어졌으며, 고리대 수준으로 이자율이 상승했다. 이것은 최초 외환 위기의 화폐공황에 덧붙여 국내 화폐공황을 야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위기는 몇 배 더 심화되었던 것이다. 이런 화폐공황 시기에 최대 이익을 보는 세력은 국내 화폐자본가들과 해외 초국적 자본들이다. 그들은 IMF체제하에 30%를 넘어서는 고금리를 향유하고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하였다. IMF의 처방은 기업을 파산시켰고, 그리하여 기업에 대출했던 은행권의 부실화를 심화시켰다.9) 기업을 파산시키고, 그리하여 은행권을 부실화시키는 이러한 수법은 한국에만 특별히 적용된 것이 아닌 IMF 처방의 본질이다. 1994년 멕시코에 내려진 동일한 긴축정책으로 말미암아 화폐공급의 부족이 일어났다. 그 결과 1995년 8월, 멕시코 민간은행의 부실채권은 전체 채권의 12.1%에 이르게 되었다.10)


급진적 경제개혁이 불러오는 부작용도 있다. 금융, 기업부문에 전면적인 개혁이 진행되면서 그 동안 관성적으로 진행되던 경제활동에 마비가 생긴다. 금융경색이 그 증후군이다. 금융기관 입장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상향적용 등 금융건전성 규제강화로 자금부족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11) 또 긴축과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부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마땅히 대출할 곳을 찾지 못한다. 금융기관들은 우선 자신들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기업부문 대출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용경색→기업대량도산→부실채권증대→추가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12)


정부는 현 금융권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줄곧 BIS 비율을 8%로 맞출 것을 요구해왔다. 최근의 경기악화는 세계적 차원의 과잉생산문제를 별도로 하면 이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제 정부와 외국이 나설 차례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은행에 제공하고 부실은행이라는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이 은행을 민간, 특히 해외에 매각한다. 왜냐하면 이제 자금사정이 원활한 세력은 해외 자본뿐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경우 1996년 중 18개의 민간은행 중 10개의 은행이 외국은행에 인수 합병되었다.13)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로 제일은행이 헐값에 매각된 것을 비롯하여, 한미, 신한, 외환, 하나, 국민은행 등에서 외국계가 최대주주가 되었다. 그리고 주택은행의 경우에는 정부가 14.5%를 외국계의 ING 그룹이 9.9%를 소유하고 있다.14) 

이렇게 볼 때 부실은행의 청산 없이는, 그리고 우량은행의 합병 없이는 금융의 효율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부실은행이 부실화된 주요한 원인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전락하지 않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들 은행의 주업무는 기업에 대한 대부가 아니라 가계에 대부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 은행들은 신자유주의의 정책에 따른 부실화를 어느 정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 금융권 구조조정은 종속적 신자유주의로의 완결판

- 은행독점화와 대외종속의 심화

정부 주도의 현 금융권 구조조정의 핵심은 두 축으로 알려져 있다. 한 축은 한빛은행 등의 부실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우량은행을 합병하여 거대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형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결국 거대한 두 은행으로의 재편이다. 즉 다수의 은행체제에서 소수 독점적인 은행체제로의 재편이다.

그런데 은행의 독점화는 두 가지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여러 은행을 자회사로 묶는 지주회사제도와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을 통한 거대은행의 탄생은 금융산업을 경쟁에서 독점으로 이행하게 한다.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은 집중이며 독점화로의 일보이다. 그리고 한빛은행을 포함하는 금융지주회사의 등장도 여러 은행들이 하나의 은행으로 집중되는 것이며 독점화이다. 그런데 이 지주회사제도는, 다른 기업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경영을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따라서 이 지주회사제도는 집중과 독점화를 가속화시키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은행은 이러한 독점화를 통해서 산업계에 대한 우위와 지배를 확보한다. 바로 이점이 국내외 신자유주의 세력이 현 금융권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이다. 그들은 이러한 산업에 대한 우위의 확보를 통하여 한 마디로 고금리 정책, 즉 금리생활자들을 위한 정책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기존처럼 은행들이 다수 과당(?)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고금리정책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소수의 은행체제로 재편함으로써 그들의 고금리정책, 신자유주의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고금리를 위해서, 물가상승을 핑계삼아 화폐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국가가 사용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 경제는 위축되게 된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금융업 자본과 산업자본은 이해가 상충하는 자본이며, 때에 따라서 금융업자본은 산업자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의 이윤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가 바로 이 화폐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금융업 자본 세력들이 지배하는 정책이다. 바로 이 점에 금융산업에서의 독점과 그에 따른 금융의 산업지배가 국민 경제에 미치게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15)

둘째로 현 금융권 구조조정은 특히 외국의 신자유주의 세력(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추구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은행의 거대화와 그로 인한 독점화는 외국은행의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먼저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통합은 각 은행의 주요주주와 최대주주인 ING그룹과 최대주주인 골드만 삭스 등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이익을 높여 준다. 즉 이 두 은행간의 통합은 소매금융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후 출범하게 될 금융지주회사제도도 이 외국인들의 지배를 용이하게 해준다. 정부는 완전 감자된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을 묶어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이 금융지주회사는 등장하자마자 민영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의 경우 각각의 은행에 대해 주식을 따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소유만으로 네 개 은행에 대한 지배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독점화 과정에서 많은 국내 은행들의 점포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은행 지점들은 그에 대한 반사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예금이 시티뱅크 등 외국계 지점들로 이동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9년 6월 현재 국내의 외국인 은행은 은행 수 기준으로 50개의 지점과 19개의 사무소가 존재하고 있다.16)

이러한 외국의 국내은행 지배는 그간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지속시키는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외국 은행 및 외국인 주주에 지배되는 은행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기본적인 경영을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17) 그런데 외국인 및 외국계 은행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아니라 그들의 이해에 따라서만 움직인다. 따라서 한 나라의 산업이 붕괴하더라도, 예컨대 그들은 1997년처럼 대출을 회수하고 이자를 상승시켜 위기를 촉발시킬 것이다.18) 그들은 금융자유화, 외환자유화, 자본시장 자유화로 이제 언제든지 자신들의 이해가 뒤틀리면 떠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한 나라의 경제는 언제든지 외환위기 형태의 화폐공황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중앙은행이나 국가기구로부터 철저히 규제․감독되어야 하며, 국제자본의 이동은 통제․관리되어야 하며, 자본유출을 가속화하고 외환보유고를 분산시키는 외환자유화는 철회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것조차 신자유주의와 종속적 상황의 타개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은 항상적인 금융위기의 위험과 신자유주의 세력의 협박아래 놓여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종속적인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러한 일련의 금융자유화와 개방화가 한국의 초국적 독점자본의 이익과 상반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그들은 투신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지배와 외자도입을 통해서 산업계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통해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수도 있다.19) 다시 말하면 한국의 초국적 독점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산업을 국내외 금융업 자본이 좌우하도록 하는 위험을 방치한다.

현 금융권 구조조정의 1차적인 희생자들은 1만명 가까이 해고될 국민, 주택은행 노조원들이다. 또한 ‘우량은행’도 합병하고 정리해고 시키는 마당에 ‘부실은행’의 합병과 정리해고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금융노동자들도 동일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금융권 구조조정은 종속적 신자유주의 정책의 토대 형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것은 전체 노동계급과 한국 경제에 대하여 지속적 공격을 위한 요새와 포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될수록, 노동계급은 더 이상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자본과 권력을 더 이상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노/정/연


1) ꡔ우리나라의 금융제도ꡕ, 한국은행, 1999, 12쪽.


2)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2000년 6월호, 50-54쪽.


3) 당시 이러한 개혁을 이끌었던 세력도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본산인 시카고 출신(시카고 보이즈)이었다.


4) 한국은행 조사국, ꡔ해외경제정보ꡕ, 1999, 1-7쪽.


5) 칼 맑스, 김수행 역, ꡔ자본론ꡕ, Ⅲ권, 1993, 634쪽.


6) 주상영, ꡔ금융․자본자유화에 따른 금융위기 사례와 정책시사점ꡕ, 대외경제 정책연구원, 1996, 72쪽; 홍찬선, ꡔ주식자본주의와 미국의 금융지배전략ꡕ, 2000, 168-169쪽.


7) ꡔ우리나라의 금융제도ꡕ, 한국은행, 1999, 60쪽, 66쪽, 259-60쪽.


8)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은 금융시장 개방화와 함께 무역시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개방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관세율이 대폭 인하되었다.


9) 부도업체 수는 1996년에 11,589, 1997년에 17,168, 1998년에 22,828에 이르렀다(자료: 한국은행).


10) 김태환, 김영환, ꡔ멕시코 금융위기의 재조감ꡕ, 삼성경제연구소, 1998. “IMF의 긴축처방을 어떤 이유로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는지를 이제 규명해보기로 한다 … 첫째 멕시코의 주요 정책당국자들 중 상당수는 미국유학파이고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프리드만류의 시카고 학파의 정책기조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같은 책,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11) “…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유지부담 등으로 단기 수출입금융을 축소하여 수출기업들이 자금난과 원자재확보에 어려움 … ”, ꡔ우리나라의 금융제도ꡕ, 한국은행, 1999.


12) 신장섭, 「세계화, 아시아 금융위기와 불평등 조정」, 1999년 11월. http://seriecon.seri21.org


13) ꡔ멕시코 금융위기의 재조감ꡕ, 1998.


14) “외국인이 국내 은행의 기존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10%까지는 금융감독위원회 신고만으로 소유할 수 있으며 그 이상 소유하고자 할 때는 10%(지방은행은 15%), 25%, 33% 초과시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소유할 수 있다.” ꡔ우리나라의 금융제도ꡕ, 한국은행, 1999, 74쪽. 주목할 점은 이러한 법개정이 외환위기 이후인 98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내국인은 외국인이 소유한 한해서만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5) 칼 맑스, 김수행 역, ꡔ자본론ꡕ, III권, 1993, 670쪽과 레닌, 남상일 역, ꡔ제국주의론ꡕ, 1988, 73-4쪽에서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6) ꡔ우리나라의 금융제도ꡕ, 한국은행, 1999, 75쪽.


17) “외국계가 대주주인 제일은행은 5일 정부가 요청한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를 거부했다”, 한국경제신문, 2001년 1월 6일자.


18) 이러한 점은 지난 외환위기가 촉발된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일부 외국계 은행이 대거 자금 회수하면서 금융․외환 시장 애로 가중”,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서울대 강연, 1999년 4월 12일.


19)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2000년 6월호, 53-4쪽.


2001-01-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