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특별호: 한노정연 백서] 200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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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을 찾게 해준 한노정연

현장에서 미래를  제종간특별호
이경호

잊혀진 기억을 찾게 해준 한노정연


한노정연이 해산을 한다. 우리사회에서 아직 노동자들은 희망을 잃고 사는데 연구소는 문을 닫는다. 아직 할 일이 많은 듯한데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연구소의 해산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결단이라고 생각하겠다. 좀 더 멀리 높이 날기 위한 휴식이라고.

만남
2005년 5월 29일. 이 날은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아니 나의 인생을 찾게 해주었으며 잊어버린 기억을 갖게 해주었다. 이날 나는 건국대학교에서 있은 맑스코뮤날레에 참석을 하였는데 거기서 강연자님이 진보평론 구독을 권유하게 되었고 진보평론을 정기구독 하게 되면서 연구소를 알게 되었다. 결국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소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면서 한노정연의 일원이 되었다.

여정
2005년.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아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당시 나는 나의 이정표를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5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기간을 거쳐 2003년 나는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아직은 낯설고 적응이 덜 된 상태였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젊음을 고시라는 괴물에 바치듯이 나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였으며 처음에 가졌던 소박한 꿈과 포부는 사라지고 점점 망가지는 자신을 보게 되면서 삶의 회의마저 들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남은 생은 제대로 살자고 결심을 해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하고자 했으나 못했던 것과 나의 정체성을 찾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다. 내가 살던 삶하고는 다른 삶,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다른 면을 알고자 하였다. 어린 시절 내가 가졌던 사회주의에 대해 알고 싶었으며 사회주의자인 나를 찾고자 하였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싶었다. 자본주의에 물들어 나의 존재를 망각했던 나를 반성하고 나를 찾고자 헤맸다. 손석춘, 박노자, 하종강, 홍세화씨 등의 강연과 각종 학회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같은 하늘아래 사는데 이렇게 사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하게 살아 왔는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갈증이 생겼다. 짤막한 강연회 등을 통해 다른 세상이 있음은 알았으나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무슨 공부를 한거란 말인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살아왔는데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나의 갈증을 풀어준 것은 한노정연 이었다. 나의 갈증이 고조되던 시기에 한노정연 사회주의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정병기 선생님과 한 맑스·엥겔스 선집과 송기철 선생님과 함께한 레닌, 트로츠키, 룩셈부르크, 그람시, 루카치 등의 세미나는 내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넣어주었다. 남들은 박물관에 들어갈 이야기라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거꾸로 사는 인생이 내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 할 때는 안하고 남들 안할 때는 하고 싶은 청개구리가 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두가 맑스를 말할 때는 모르고 있다가 모두가 맑스를 버릴 때 나는 그를 읽고 새 세상을 꿈꾸니 이 세상에서 살기 힘들어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매우 즐거웠다. 학교에서 연구소까지는 2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나는 세미나 하는 날이 기다려지고 즐거웠다. 그 날은 해방의 날이었다. 1년 4개월간 쉼 없이 진행되었던 세미나는 팀원모두 빠지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였다. 비록 책을 읽지 못하고 가는 날도 많았으나 참석한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이제는 어디서 이런 세미나를 한단 말인가?

희망
내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준 연구소가 문을 닫는다. 짧았던 연구원 생활도 마감한다. 우리사회가 한노정연이 필요 없게 되어서 문을 닫게 되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그렇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어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더 멀리 뛰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직 우리사회에는 너무나 아픈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 아픔을 제대로 보살펴 주고 있지 못하다. 사회현실로 본다면 한노정연과 같은 연구소가 더 많이 생겨나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또 그게 아닌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한노정연이 시대적 소임을 다하고 해산한다. 그 소임을 이어받아 우리는 또 어떤 소임을 하여야 하는 걸까? 한노정연이 밑거름이 되어 큰 나무가 자랐으면 좋겠다. 그것이 한노정연의 소임일 테니까.

새로 시작하며
한노정연에서의 생활은 마감하지만 많은 동지들을 잊을 수없다. 박성인 소장님을 비롯해서 정병기, 이은숙 부소장님, 강연자님 그 밖의 많은 동지들. 비록 알아주는 이 없어도 이 땅의 노동자·민중을 위하는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며 어느 곳에서든 인간해방을 위해 힘쓰실 그분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한노정연을 통해서 삶의 좌표를 찾았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실천가이며 이론가이기 위해 부족하나마 공부도 새롭게 시작하였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흡하지만 연구소에서의 1년 반의 시간은 내게 새로운 용기와 힘을 주었으며 내 인생의 후반기를 사는데 밑거름이 되 주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지금은 힘들지만 꼭 승리하리라는 신념을 가진다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무명의 혁명가 김산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명예와 권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생을 사는 ‘나’ ‘우리’가 되고 싶다. 한노정연의 해산이 혁명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교사)

2007-01-18 1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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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opa Xyu / 2010-11-06 
1. George Bush Bill Cl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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