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글 2
1998년은 노동자계급에게 결연한 투쟁을 요구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총파업으로 힘차게 열어제낀 97년 한 해가 노동법의 개 악, 성과가 불분명한 정치세력화 시도, 명예퇴직, 조기퇴직에 이어 정리해고를 통한 사상 초유의 대량실업 사태를 예고하며 마무리되 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벌의 이익단체이며 일부에서 해체 대상으로 선정한 전경련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 로 헌법에 근거한 공법인 "근로기준법을 폐지하자"는 등 대 노동자 계급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 당선자도 IMF 및 국제금융자본의 요구사항이라며 정리해고를 전면적으로 그리고 조 기에 실시할 목적으로 이른바 '노사정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 언론 및 관변 연구단체들도 이에 발맞추어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정리해 고는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더욱 강도 높게 전파하고 있다. '30%가 희생해야 70%가 살아 남는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런데 지난해의 고용 및 노동시장 관련 지표들을 분석해 보면 이 주장들의 허구성이 일천하에 드러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감축, 노동시간의 연장 등을 통한 '경제 살리기'가 실업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진다. 실업률의 급상승, 고용구조의 불안정성 강화, 생산성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임금 상승률,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의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치는 노동시간의 단축 등 노동자계급의 삶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외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이 글은 1997년 11월까지의 노동관 련 지표들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계급관계의 현황을 규명한 후 노동운동의 과제를 도출해 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2. 고용구조 : 최악의 고용 불안정 사태
1997년 3/4분기의 취업자 동향은 고용사정의 급속한 악화라는 성격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표 1> 참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996년 동기와 비교하여 취업자 수는 1.2% 증가했지만 그 증가 율은 0.6%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여성 취업자 증가율의 하락세 (1.8%)는 남성(0.7%)보다 강했다. 그러나 남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율(0.9%)은 여성(2.4%)보다 크게 낮아졌다. 즉 경제활동을 시작한 여성의 수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취업기회가 줄어들고, 남성의 경우에는 경제활동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성과 비교해서 상 대적으로 취업기회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이 성적 으로 분화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취업기 회가 줄어드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남성의 취업이 늘어나지 않 아 전체적으로는 고용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고용상태를 조금 더 세분하여 분석해 보자. 취업자를 산업별로 분류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3/4분기 동안에 제조업 취업자 수 가 1996년 동기와 대비하여 5.3% 감소된 반면 사업·개인 및 공 공서비스업종 취업자는 7.0%나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부동산, 임 대 및 사업서비스업에서 10.6% 그리고 가사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19.7%나 급증하고 있다. 즉 제조업에서 비생산적 서비스업으 로 취업자가 이전하여 취업구조가 급속히 비생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자 수 증가율의 하락과 비생산적 업종으로 노동력이 이동되 는 것과 함께 고용의 질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표 2>는 불완전 취업의 대표적 사례인 주당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의 수가 16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증가율도 1996년 동기에 비해 19.6%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8시간 미만 노동도 무 려 15.3%나 증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상태라 할 수 있는 36시간 이상 노동은 오히려 0.4% 감소했다. 즉 1997 년에는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 단시간 근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 용조정이 진행되어 불완전 취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별 노동관계법 개악의 결과 중의 하나이다. 이와 더불어 조 업단축이나 폐업으로 인한 일시휴직자도 26만명에 가까워 1년 전보 다 무려 20.8% 증가했다.
|
|
|
|
||
|
|
|
|
||
|
|
|
|
|
|
노동자계급의 직업 및 경제생활의 급속한 불안정화는 일용직의 급증에서도 확인된다. 총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전년 동기 대 비 겨우 1.2% 증가한 것에 비해 같은 기간동안 일용근로자는 6.8%나 증가했다(<표 3> 참조). 이는 이른바 '하루살이'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표 3>에서는 드러나지 않 지만 지적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 근로자 문제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97년 3/4분기에 총임금 근로자 중에서 상근직이 7백4만명이며, 일용근로자를 포함한 임시 근로자는 624만명에 이른다. 이에 일시휴직자 26만명을 포함하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48%가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는 것이다.
|
|
|
|
|
|
|
|
|
|
3. 실업 : 사상 초유의 수준
1997년 3/4분기의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상반기에 비해 어느 정 도 낮아졌다. 약 47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 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47만명(실업률 2.2%)에 이르는 실업 자 수는 2/4분기의 55만명(3.1%)보다는 작아졌지만 전년 동기(96 년 3/4분기)의 약 40만명(2.0%)보다는 7만명(0.4%)이 증가한 것 이다(<표 1> 참조). 그런데 2/4분기 보다 실업자 수가 줄어든 현상 은 계절적 요인과 실망실업자 효과에 의한 것이지 고용불안이 해소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11월 한달 동안에 122,000명의 실 업자가 증가하여 모두 574,000명이 일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 다는 것에서 확인된다.
전체 실업자를 다시 신규 실업자와 전직 실업자로 나누어 보면, 신규 실업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48.1%, 일자리를 가진 적이 있던 전직 실업자수는 23.3%가 증가했다. 신규 실업이 급증한 이유로는 경기불황을 빌미로 한 신규채용의 대폭 감축을 들 수 있다. 이 정 책의 주된 피해자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이다. 이들의 실업률은 9.3%로 1년 전과 비교하여 약 4.6%가 증가했다. 고학력이 실업을 피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실업의 지름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직 실업자 수의 급증에는 대기업의 부도사태와 이에 따른 하청 및 협력업체의 연쇄부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도가 나지 않고,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기 업들이 법적으로 금지된 정리해고를 편법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집계에 따르면 기업 도산이 아닌 경영상의 이유 에 기인한 권고사직 등의 편법 정리해고가 9월말까지 모두 10,197 명이나 된다. 이 추세는 연말까지 계속되어 연말에는 모두 15,000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정리해고 될 것이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 지 심각한 문제는 청년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총 4,713명 중 43%(2,019명)가 20∼30대의 젊은이들이다. 그 중에서 30대에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1,310명으 로 전체의 약 27.8%에 이르고 20대는 709명으로 15%이다. 그 동 안 실업은 주로 나이든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던 전례가 부서지고 있 다. 즉 이제 실업은 특정 연령층에만 해당하는 연령특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실업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 들이 감량경영으로 신규취업을 줄이고 있는 데다 이미 불법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정리해고제를 새 정부가 합법화할 경우 한국의 실업 자 수는 약 2백만명에 이르러 사상 초유의 실업사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 정리해고 불가피론의 허구성
위에서 언급한 고용관련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자면 한마디로 자본과 정부의 노동관련 주장이 모두 허구에 가득찬 이데 올로기라는 것이다.
우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실업의 원인이며 유연성 강화가 실업 문제 극복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을 보자. 한국의 노동시장은 지난 1년 동안 급속히 '유연화'되어 왔다. 임시직 및 일용근로자의 수가 급증하여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48%가 '유연한' 고용상태에 있고, 법적으로 금지된 정리해고도 편법 및 탈법적으로 자행되어 1997년 한해 동안 약 15,000명이 일자리를 잃어 고용의 유연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임금비용이 적게 드는 단시간 노동을 확대하고, 필요하지 않은 노동자는 언제 든지 해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IMF 의 정리해고에 관한 '권유'는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려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연화론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 리해고의 탈법성을 지적하기보다는 현재의 유연화 수준이 "고용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어차피 행해지고 있는 정리해고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추측컨대 이들이 요 구하는 유연화의 최고수준은, 자신들까지도 임시직이나 일용노동을 하게 되거나, 정리해고 될 때에야 도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임금인상률 을 최대한 하락시키고, 이를 위해 임금결정의 시장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주 장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런데 1997년의 객관적 상황은 이 논리의 허구성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1997년 3/4분기의 농업을 제외한 전산업 명목임금상승률은 6.8%에 불과하여 1987년 2/4분기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임금은 겨우 2.7% 증가하는데 그쳐 1996년 3/4분기에 비해 증가 율이 무려 4.5%나 하락했다. 물론 이는 1997년 상반기에 고용안 정을 위해 임금협상을 포기하거나, 임금동결에 합의하거나, 임금결 정을 사측에 일임하는 등 이른바 '3무'(무교섭, 무분규, 무인상) 현 상의 결과이다. 여기에다 분규로 인한 총노동손실일수도 1996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것보다 더 안정된 노사관계를 요구할 수 있을까?
위의 두 가지 주장도 먹혀 들어가지 않으면 다음과 같이 노동자 의 양심에 호소할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자. 그것만이 살길이다". 오랫동안 많이 들어와서 이미 귀에 딱 지가 앉은 소리이지만 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상용근로자를 기준으로 한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은 1996년 동기에 비해 15.1%나 급증했고 전체 산업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46.3시 간으로 1996년 동기와 비교하여 겨우 1.1% 감소했다. 이 정도의 노동시간 감소율을 놓고 노동자의 '근면성'이 약해 큰일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그리고 전세계 어디에 노동생산성이 일년 동안 15.1% 나 증가한 나라가 있을까?
주장의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 우길 수밖에 없을 것이 다. 그것은 그들 중 일부가 '조국과 자본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우국 지사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자세히 들 여다 보면 그들도 그렇게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타까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한가지 궁금한 것 이 있다. 그들은 정리해고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몇 년 후에는 경쟁력이 생겨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해고의 역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주장의 정당성을 노동자계급에게 납득시키고 조국과 자 본주의를 위해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정리해고 되겠다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지나 않을지? 그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자. 그들이 알 아서 할 일이다.
5. 맺는 말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수단을 유연하게 조합하 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짤릴래? 깎일래?'라는 식의, 자본가들이 강 제한 선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한해 동안 임금을 동결한 업체 는 많았지만 고용을 보장한다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 그저 '노력하 겠다'고 선언만 할뿐이었다. 그런데 이 선언도 별 효과가 없을 듯하 다. 자본가들은 노동자와의 합의나 자신들의 선언보다는 상황론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언의 무효과성은 자본 가들이 임금을 삭감하여 마련한 자금을 어디에 쓸까를 보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요즈음 같은 불황기에 합리화투자 보다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는 투자에 중점을 둘 자본가가 있을까? 그들은 'IMF 시대'에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을 슬림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또 누가 이 자금을 매우 높은 금 리가 보장되고 실명제도 '정리해고'된 마당에 투기자금화시키지 않 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그들은 설비자금이나 운영자금으로 사용 하는 것보다 투기가 더 큰 수익을 보장한다면 그쪽으로 돈이 흐르 는 것이 자본주의의 경제법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자금을 비자금 형태로 빼돌려 자신의 이익을 챙기거나 소위 '떡값' 으로 지불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그들은 정치적 결정력 이 강한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을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철저히 배워 몸에 익혔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전면적인 문제제기와 구체적인 행동 이 뒤따르지 않으면 잠시 엎드려 있다가 위에서 언급한 자본주의 경제논리를 잘 이용하여 다시 부를 축적하고, 보다 많은 노동자에 게 해고라는 칼을 들이댈 것이고, 경제위기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 반복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자계급은 우선 짤리지도 않고, 임금도 인상하고, 근로시간도 더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구매력이나 소비할 시간이 없으면, 즉 노동력을 재생산하기가 어려워진다면 공급을 한다해도 경제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도 없고 원칙적으로 수정주의적 이긴 하지만 케인즈적 경제논리는 때로는 요긴한 전술적 대안을 제 시해 주기도 한다.
둘째로는 정리해고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 아니 라는 것에 대한 확신과 이의 합법화를 막아야 한다. 정리해고가 불 가피하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유연화론자들의 주장이기도 하지만, 한국 기업을 사냥하기 위한 국제금융자본의 요구이기도 하다. 즉 국적을 불문하고 자본은 정리해고를 요구하는데 있어서는 한 통속 인 것이다. 이유는 물론 필요할 때 싸게 데려다 쓰다가 필요가 없 어지거나 낡아서 못쓰게 되면 언제든지 새것으로 대체하거나 폐기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인간 노동력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인간을 기 계나 물건 쓰듯이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인간의 노동력 을 다른 물건이나 서비스처럼 항상 대체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총파업은, 여러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노동력 상 품의 특수성, 즉 주체성과 자율성 그리고 자본과의 적대성을 적나 라하게 보여준 예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본은 총파업의 부분적 성과인 정리해고의 2년간 유예를 폐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외적인 요소', 즉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 정리해고의 유예를 위해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어떤 노력과 희생을 감수했는가?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리해고가 합법화될 경우 편법 적, 탈법적으로 행해지던 정리해고가 봇물 터지듯이 행해질 것이고 이는 사상 초유의 실업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노동 시장정책은 실업을 감축시켜 완전고용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인 성 격을 띠기보다는 대량실업 사태의 악화를 막는, 현상유지를 위한 수세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잘해야 현상유지, 즉 대량실업의 장 기화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극단적인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것 이다. 이럴 경우 노동자계급도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와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간의 경쟁 격화로 내분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한 계 급 내에서의 투쟁'의 강화는 이 계급과 타계급간의 투쟁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정리해고를 요구하는 자본의 궁극적 인 목표이다.
산별노조의 설립이 매우 중요해진다.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기업 별 노조체계로 있을 경우 노동자계급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생겨날 수 있는 실업자들이 노동운동에서 조직적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커 지기 때문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조직률에서 아직 미약한 민주 노조세력에게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자본가들이 경제적 이유를 들어 해고를 결정할 경우 노동조합의 세력이 강한 업체나 기업내 조직을 우선 해고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자본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 다 훨씬 더 정치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보다 더 정치적이며 그들과는 다른 논리로 사고하고 행 동해야 한다.
이러한 최소한 세 가지의 전술과 전략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고 용안정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대중동력의 활성화를 통한 노동운동 의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 리는 다시 한 번 대량실업, 고물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찌들렸 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을 다시 몸으로 겪어야 할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몰락, 이로 인한 심리적 피폐상태가 개별 실업자를 비롯하여 사회 전체에 만연하게 될 가능 성도 매우 크다. 그리고 경제불황과 대량실업이 장기화 될 경우 경 기 활성화와 실업자 구제라는 명목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집단이 힘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파시즘의 (재)등장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대량실업 사태 를 경험하지 못한 한국 사회는 집단 히스테리와 이에 기초한 파시 즘의 등장에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대량실업의 방지 는 경제민주화 뿐 아니라 사회민주화의 토대라는 중요한 결론이 나 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