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번역

이번호 기획번역은 두 개의 논문을 실었다.

첫 번째 글은 일본에서 발행되고 있는 월간 {經濟} 제 28호(1998년 1월호)에 실린, 오오쓰키 히사시 (大槻久志) 의 "株式大暴落と日本經濟"를 번역한 것이고,

두 번째 글은 일본의 '活動家集團 思想運動'이 편집하 고 오가와마치키카쿠(小川町企劃)가 격월간으로 발행하 는 {社會評論} 제23권 제6호 (No. 110, 1997년 12월)의 특 집 [新自由主義の本質と世界の勞動者の鬪い] 가운데 新 田 進의 [アメリカ勞動運動の階級的再生 --- UPSストと AFL-CIO反共條項削除の意義](pp.12-21)를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은 최근의 미국 노동운동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기획번역1
 
주식 대폭락과 일본경제
 
 
오오쓰키 히사시(大槻久志) / 경제학자
 
 
 

은행·증권 스캔들

1997년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11월 중순 현재, 세계적인 주식 의 대폭락으로 막을 내리려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예상을 할 수 없는 것이 일본경제, 특히 금융 부문 의 특징이다. 연말까지 40여 일 동안에, 예컨대 호카이도타쿠쇼쿠 은행(北海道拓殖銀行)과 같은 대은행이 회사갱생법(會社更生法) 적 용신청을 낸다거나, 엔저(円低)가 진행되어 내심 웃음을 멈추지 못 하는 자동차 메이커나 전기기구 메이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엔의 대폭등이 미국의 요구에 의해서 연출된다거나, 어쨌든 예상을 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금년 1년간에도 커다란 사건은 금융의 세계, 결국 은행과 증권회사를 둘러싸고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이른바 일본판 금융빅뱅은 지난 96년 11월에 하시모토(橋本) 수상이 대장성과 법 무성에 지시하는 형태로 출발했는데, 대장성 소관의 세 업계에 관 한 심의회는 그것을 받아 97년 6월 13일에 일제히 보고서를 발표 하였다. 금융제도조사회(은행), 증권거래심의회(증권), 보험심의회 (보험) 등 셋은 각각 개혁의 구체적 항목과 실시 일정을 발표하였 다.

그러나 심의회 밖의 현실 세계에서는 불황과 해고에 허덕이는 사 람들을 격분시키는 사건들이 차례로 폭로되고 있었다. 3월 6일 노 무라증권(野村證券)이 총회꾼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음이 밝혀 져, 그 이후 사건은 다이와(大和), 야마이치(山一), 니코(日興)라는 4대 증권회사 모두에 파급되고, 이들 4개 회사 수뇌부가 차례로 체 포되고 임원이 거의 모두 사임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과 정에서 4대 증권의 대주주로서 협박을 가한 총회꾼이 그만큼의 주 식을 사는 자금을 제공한 것은 다이이치 간교은행(第一勸業銀行)임 이 밝혀져 다이이치간교은행의 수뇌부도 체포되고 임원은 사임하였 다. 다이이치간교은행은 총액 300억 엔이나 대출하고, 계열의 비은 행금융기관 경유 분까지 합해서 87억 엔이 회수불능으로 되어 있 다. 은행이 이러한 짓을 하면 폭력단은 쉽사리 대주주가 되어 어떠 한 대회사에 대해서도 대주주로서 행세하면서 협박을 가할 수 있다.

(폭력단의 영업부문의 하나인) 총회꾼의 손은 모든 업종, 거의 모든 회사에 미치고 있는데, 은행이나 증권 외에 미쓰비시자동차공 업(三菱自動車工業)을 제외한 미쓰비시계 대기업, 미쓰비시덴키(三 菱電機), 도시바(東芝),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 등의 거대 전기 기계 메이커로 파급되어 체포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은행과 증권회사에 비해서 금액이 월등히 적다는 점이다.

이전부터 자민당(自民黨)의 3대 자금원은 전력, 철강, 은행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은행이었다. 은행은 실제 로는 표면적으로 낸 금액보다도 훨씬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수법은 대손(貸損)이다. 은행이 A에게 빌려주고, A가 B에게 빌려주며, B가 C에게 빌려주는 식으로 빙빙 돌리면서 그 가운데 회수불능으로 손실처리하여 버린다. 대은행은 현재의 불경 기 중에도 모든 은행이 연간 수천억 엔이나 벌어 그것으로 불량대 출을 상각하고, 최종 장부결산은 결손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50조 엔이라고도 하고 100조 엔이라고도 하는 불량대 출을 회수불능으로서 장부에서 떨어내고 있다는 것은 진짜로는 은 행이 수 년 동안 수십조 엔을 벌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업 은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종업원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해고로, 가족과 대출금을 안은 채 방출된다고 하는 요즈음의 이야기다.

거액의 돈벌이와 불량대출의 상각, 이 '도깨비 방망이'를 사용하 면 몇 백억 엔이라도 간단히 나온다. 대장성은 금융검사관을 써서 조사할 수 있다. 자민당 및 신진당(新進黨)과 한 통속인 대장성을 조사하고도 입을 다물고 있던가, 조사를 하지 않던가 둘 중의 하나 다. 조사를 해도 알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손쓸 방도가 없는 무능 이다. 금융검사 권한을 대장성에서 회수하여, 미국의 SEC(증권거 래위원회)처럼 여야당 동수의 위원과 수천 명의 실무자로 구성되는 강력한 행정위원회의 소관으로 해야 할 것이다.

불량대출을 상각한다고 하는 은행의 비법과 나란히 아주 간단하 게 돈을 염출해 낸 것이 4대 증권이다. 제2차 대전 후 일본의 증권 시장은 4대 증권체제, 혹은 더욱 좁혀서 노무라증권체제(野村證券 體制)라고 불리는 왜곡된 독점적 시장구조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4개 회사가, 노무라가 사면 시세가 오르고, 팔면 내려간다. 완전한 시세조종체제였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시장 전체, 시세 전체를 언제 까지나 완전히 조종할 수는 없지만, 수억 엔, 수십억 엔의 이익을 짜내는 것은 간단히 할 수 있었다. 90년경까지는 4대 증권은 매년 수십억 엔의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날 은행과 증권회사는 왜 폭력단의 표적이 되고, 거액의 금 전이 얽힌 스캔들이 폭로되었는가? 그 이유는 이 두 업계가 아주 간단히 거액의 돈을 몰래 감출 수 있는 점, 따라서 행선지를 밝혀 서는 절대로 곤란한 유력한 인물이 있는 점, 그리고 그것은 폭력단 에게 있어서는 절호의 협박 표적이 되는 점, 협박하면 간단히 입막 음을 하는 돈이 나오는 점이다. 그리고 보수세력이 분열하여, 전체 를 총괄하여 매듭짓고, 수습하고, 억누르는 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 다. 바꾸어 말하면, 어둠 속에서 활발히 서로 물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도산이 속출하는가?

스캔들은 이렇게 어느 세상에서나 어느 나라에서나 지배권력이 약체화되고 금이 갔을 때에 표면화된다. 스캔들을 수습할 여유가 없어진 데에 대응해서, 지금까지 산업자본과 달리 도산(倒産) 선풍 에 휘말리지 않았던 금융의 세계에도 도산의 바람이 불어닥치게 되 었다.

금융기관의 파탄에 관해서는 이전에 광범위하게 논했는데, 그때 소개한 것처럼 92년 4월의 토요신용금고(東洋信用金庫) 파탄 무렵 부터 그 이후에는 사업양도(예금 및 대출이라는 기본적인 업무를 다른 금융기관이 계속하도록 하는 것)하고 소멸시켜 버리는 수법이 취해지고 있다. 다만, 효고현(兵庫縣)의 은행이었던 코베은행(神戶 銀行)이 시중은행으로 되어 타이요은행(太陽銀行)과 합병하고, 다 시 미쓰이은행(三井銀行)과 합병하여 사쿠라은행이 되어 버렸던 탓 에, 유일하게 효고은행(兵庫銀行)은 만약 그것을 없애버리면 효고 현의 은행이 없게 돼 버리기 때문에 무리하게 새로운 은행을 만든 다는 형태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97년도에는 점점 더 커다란,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 을까라고 생각했던 금융기관이 아무 대책이 없이 도산하기 시작했 다. 4월의 닛산생명(日産生命)에 대한 업무정지명령, 11월의 산요 증권(三洋證券)의 회사갱생법 적용신청이 그것이다. 또 3월말에는 호카이도타쿠쇼쿠은행(北海道拓殖銀行)과호카이도은행(北海道銀 行)이 합병하기로 발표했는데, 타쿠쇼큐은행의 불량자산이 너무나 많고 그것을 은폐하려고 하는 태도에 호카이도은행이 화를 내 9월 10일 합병 연기를 발표, 사실상 무산되게 되었다.

호카이도타쿠쇼쿠은행은 90년대 초부터 일본채권신용은행(日本債 券信用銀行), 야스다신탁은행(安田信託銀行)과 더불어 불량대출 비 율이 높은 대은행으로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일본채권은행은 97년 4월에, 투자은행으로 전환한 미국의 뱅커스 트러스트 (Bankers Trust)와 제휴하여 일단 위기를 탈출하였고, 야스다신 탁은 어쨌든 재벌계(財閥系)여서 결국은 후지은행(富士銀行)이 흡 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쿠쇼쿠은행은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아무리 알선을 하여도 아무 은행도 나서지 않아서 호카이도은행에 억지로 떠맡겨진 형국이었다.

호카이도은행이 타쿠쇼쿠은행과의 합병을 사실상 거부한 이상, 타쿠쇼쿠은행의 전도는 대단히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닛산생명, 산요증권의 도산은 생명보험회사가 지원을 거부하고, 은행도 지원할 여유가 없어 대장성이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었던 결과였다. 금융공황의 현단계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금후 대형 도 산이 속발할 가능성조차 있다.

(이 원고의 교정단계에서 호카이도타쿠쇼쿠은행은 드디어 지불불 능에 빠져 파산하였다. 다른 은행에 대한 결제와 예금자에 대한 지 불자금은 일본은행이 특융, 결국 대손(貸損)을 각오하고 무담보로 대출한다. 도내(道內)의 본·지점은 호쿠요은행(北洋銀行)에 영업 을 양도하고, 혼슈(本州)의 지점은 매각하여 호카이도타쿠쇼쿠은행 은 소멸된다.)

동아시아 통화위기와 그 배경

한때 세계에서 가장 활력에 가득 찼던 지역이고 세계경제의 기관 차 역할이 기대되었던 동아시아 지역은 타이의 바트(Baht)화의 폭 락을 계기로 통화와 주식시세가 폭락하는 참담한 상태에 있다. 이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대단히 흥미 있는 주제이고, 일본 경제의 이후의 방향과도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이다.

우선 첫째로는 성장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한 조정이다. 다시 말하 면, 확대 후에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공황이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일찍이 발전한 것은 대만과 한국인데, 이 두 나라는 대조적이다. 대만은 고정자본 투하가 작고, 결국 자본 의 유기적 구성이 높지 않은 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커다란 대외경 상수지 흑자가 항상적이어서 거액의 대외지불준비금을 가지고 있고, 잉여자본은 (중국 본토까지를 포함한) 대외투자에 나섰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통화위기는 발생할 리가 없고, 거의 이번 동아시아 위기의 권외에 있다. 대만의 위기는 정치적·군사적으로 내습할 것 이다.

이에 비해서 일찍부터 정체상태(停滯狀態)에 있었던 것이 한국이 다. 한국은 대만과는 대조적으로 중후장대산업(重厚長大産業), 중화 학공업의 건설에 힘을 쏟아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에 노력하였다. 그러나 인구가 3천 수백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임금에 의존한 자본축적은 당연히 벽에 부딪히게 되고, 노동쟁의의 격화 등 이전 부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에 공통적인 특징은 자본수입이다. 이 점 에서는 제2차 대전 이후의 일본의 경제성장 = 자본축적과 성격이 많이 달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明治) 이래로 외자 의 도입은 노일전쟁 외채를 필두로 중국대륙 침략의 일환으로서 대 륙에 그대로 투하되고, 국내 산업에 대한 화폐자본 공급은 주로 신 용창조로 조달되었다. 이것이 말하자면 간접금융 우위의 금융구조 의 기저에 있는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은 제2차 대전 후에도 계속 되어 일본은 성장 =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주기적으로 대외지불수 단 결핍이라는 위기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때마다 국내의 투자와 소비를 삭감하는 정책 = 금융긴축 정책을 취하고, 격렬한 공황, 합 리화, 집중을 경험하였다. 신용창조에 의한 화폐공급을 기초로 한 경제성장에서 금융긴축은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 조건 은 1965년 이후에 무역수지의 흑자기조가 정착되고, 70년대 후반 에 자본과잉이 만성화되자 이르러 역전되었다.

이에 비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발전은 선진국들의 성장 의 정체 = 자본과잉 = 대외투자 박차라는 조건을 타고 풍부한 자 본수입, 외국기업의 투자촉진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출시 장은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60년대까 지의 일본과 달리 대외지불수단, 구체적으로 달러는 언제나 풍부하 게 공급되고, 일본과 같은 긴축은 불필요하였다. 이것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운영을 야무지지 못하게 한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이다. 공황의 발생은 지체되고, 집중은 촉진되지 않고, 예컨대 한국 처럼 재벌이 군생(群生)하였다. 그리고 국내 소비가 실력 이상으로 확대되어 수출신장에 힘을 기울일 필요성이 이전의 일본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의 표현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항상적인 경상수지 적자 이다. 대만은 예외이고, 중국은 흑자로 되었다가 적자로 되었다가하 여 불안정한데, 다른 나라들은 매년 경상적자를 누적하고 있다. 그 리고 그 적자를 자본수지의 흑자, 결국 자본수입, 외국으로부터의 차입금으로 메워 왔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 시세의 안정이 절대 필요하 다. 시험삼아 최근 10년간의 동아시아 각국의 대(對) 달러 시세의 추이를 보면, 가장 불안정한 것은 엔이고, 중국인민위안(元)은 비교 적 유연하게 조정되고, 기타 각국의 통화는 모두 달러에 대해서 거 의 고정되어 있다. 결국 대 달러 시세 고정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의 기초적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이전의 일본처럼, 외적 조건에 의해서 강제된 것이긴 하지만 미친 듯이 수출확대에 노력하고, 그를 위해서 합리 화와 집중을 추진하여 비용을 절하함으로써 무역수지의 안정(일본 은 그 과정 중에 안정되었지만)을 달성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 지 않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적자를 누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내 의 과잉설비가 공황에 의해서 폐기되지 않고 누적되어, 감원 압력 은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노동관계를 불안정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통화의 무리한 안정에 의문이 생기자마자 대 달 러 시세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환 시세의 안정 이 자본축적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통화의 폭락이 주식의 대폭락으 로 이행하는 것도 또한 당연하다. 외국자본은 당연히 철수하고, 통 화와 주식의 폭락 기조를 형성하였다.

세계적인 주식 불안과 달러 지배체제

통화 동요가 동아시아에 머무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고, 주식의 폭락은 전세계로 파급되었다.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는 일 종의 유행적인 표현이다. 1929년 10월 24일은 암흑의 목요일, 1987년 10월 19일은 블랙 먼데이인데, 이번의 세계적인 폭락(10 월 27일)은 블랙 먼데이의 재현인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폭락 후의 추이를 보면 유럽과 미국은 일단 하락이 멈추고, 일본은 속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중순까지).

미국은 이미 주식시세가 천정을 치고 있어 각지의 변화에 민감하 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다. 실체경제의 지표들이 좋다 는, '뉴 에코노미'(새로운 경제)론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나 주식의 지표라고 하는 것은, 시세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일제히 시 세와 보조를 맞추어 나빠지는 것이다. 오히려 주가가 선도하는 것 이 보통이다. 1929년에도 아주 똑같은 주장이 있었다.

단 하나, 현재와 1929년 사이에 현저히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국제통화체제이다. 미국은 아무리 경상수지 적자를 내도, 대외채무 가 아무리 거액으로 누적되어도, 대외지불에 시달리지 않는다. 달러 가 가장 사용하기 좋은 통화로서 세계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 달러는 대용(代用)의 세계화폐이다. 대외지불은 지불상대가 미 국은행에 가지고 있는 예금구좌에 기입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게다 가 또 이 시기에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1929년에는 세계 의 돈이 월가(Wall Street)에서의 주식투기에 빨려 들어갔다. 돈 을 투하하여 벌이가 될 듯한 곳은 세계에서 오직 한 곳, 월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주식에는 하락 불안이 있다. 지금 월가가 빨아들이고 있 는 원인은 금리차이다. 일본은 초저금리로 달러가 내려가지 않는 한 엔을 달러로 바꾸어 미국에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금융 자산의 수십 퍼센트가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잉여자금이 미국으로 흘 려가고, 이것이 미국의 금융과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가장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미국과 외국의 금리차가 축소되는 것이다. 독일의 금리인상이 지금 비상히 주목받 고 있다. 금리차가 없어지면 미국으로의 자금유입은 멈추고, 미국의 금융과 주식시장은 붕락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신인(信認)이 저하할 때, 미국은 숨 통이 끊어진다.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국, 세계 최대의 순채무 국의 통화가 언제까지나 가치를 유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 는 반드시 달러는 대폭락한다. 미국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다. 유럽은 마르크를 중심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 유로(Euro)라고 하는 통일통화를 만들고, 무역은 공동시장으로 통일되었다. 미국은 유럽에 대해서는 반쯤 단념하고, 아시아를 끌어들일 작정이다. 아시아가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이라고 하는 것이 미국의 최대의 슬로건이다.

이에 편승하여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시장 과 미국자본을 이용하여 자신의 대국주의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시장 을 이용하여 과잉자본의 배출구로 삼으려 하고, 자본축적의 정체 (停滯)를 타파하려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공동시장화하 고, 그에 기초하여 달러도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어긋났을 때, 달러는 대폭락할 것이다. 주식은 바닥 없이 하락할 것이다. 그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엔저, 동아시아 각국 통화의 대(對) 달러저를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에 일본의 자금을 주입하 여 금융을 안정시키는 데에 성공한다면, 일본도 동아시아 국가들도 대미수출은 또 격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다. 달러 대폭락 의 계기로 된다. 미국은 당연히 엔고를 유도하거나 강제한다. 그리 고 엔고는 일본의 공황을 더욱더 심각한 것으로 만든다.

일본의 불황의 심각화와 탈출의 길

일본의 주식시장은 세계에서도 특히 더 없는 부진을 보여주고 있 다. 당연하다. 1989년 말까지의 장기상승 후의 반전하락(反轉下落) 의 과정이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이유의 하나는 하락 도중에 부양정책을 써서 가격형성이 부자연스럽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정부는 매입부양정책을 쓰고 있다. 국민의 저축인 우편예금, 간이보험, 연금기금 등을 사용하여 크게 손해를 보고 있 다. 그러나 매입 부양하여도 은행주 등은 대폭으로 하락하여 평균 보다 하락 폭이 크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아직 지나 치게 높다. 불량자산이 가득 찬 은행의 주가, 손실이 계속되어 파산 상태에 있는 증권회사의 주가 등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땅히 종이조각으로 되어야 할 주식이 가득 차 있 다. 부동산회사, 건설회사의 주 등은 아직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제2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의 실체가 정부나 재계가 생각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전부터, 일본경 제는 반전하여 축소균형점을 만날 때까지 경향적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써 왔다.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 문에 정부는 '완만한 회복'이라는 식의 미몽(迷夢)을 언제나 뇌까리 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취하면 취하는 대 로 그 정책이 잘못되어 있다. 본래 국민경제의 수요는 기업의 투자, 개인의 최종소비, 이 둘을 보충하는 것으로서의 정부의 소비와 투 자(혹은 낭비라고 하는 편이 옳다) 및 수출이다. 그러나 정부의 낭 비는 이미 효과가 없어졌다. 그것이 재정이 완전히 파탄되어 돈이 없다.

한때 완만한 회복처럼 보였던 것은 엔저에 의해서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엔저가 계속되는 동안은 수출은 격증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없음은 조금 전에 말한 대로이다.

그렇다면 경기를 지탱하는 것은 개인의 최종소비밖에 없다. 그러 나 정부와 재계의 정책은 개인소비를 축소시키는 데에 전력을 기울 이고 있다. 투자를 늘이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법인세를 감세시키려 하고 있다. 그 대신에 소비세는 증세시켰다. 의료비의 부담은 늘였 다. 연금은 장래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노후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활을 긴축하기 마련이다. 저금리 로 연금이 괴멸하고 저축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기 때문에 조금도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노후가 걱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를 줄여 저금하는 것이다. 지금 저금리 정책이 소비를 축소시키고 있 다. 세계에서도 일본만큼 바보스러운 저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서 미국과의 금리차를 유지하고, 금리를 낮추면 일본의 투자가 늘어나 소비도 늘어나서 물가가 올라 가고, 마침내는 일본으로부터의 대미수출도 줄어든다고 미국이 말 하는데, 그 말에 따라서 막무가내로 금리를 낮추고 있다. 그리고 국 내적으로는 대은행에 역시 금리차로 돈벌이를 시켜 빨리 불량자산 을 상각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도 또한 금리를 낮추 고 있다.

딴 게 아니다. 미국의 요구와 국내 대은행을 위해서 결국 개인의 소비를 축소시키고, 경기를 악화시켜 가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현상은 다소 축소하면서 어디에서 균형을 회복할 것 인가를 모색하고 있다. 처방전은 첫째로 이미 효과가 없는 재정낭 비를 그만두고 개인에 대해서 감세시킬 것, 둘째로 저금리 정책을 수정하고, 연금재정을 다시 세워 국민의 노후의 불안을 제거할 것, 셋째로 수출의 대미의존을 탈피하여 대미수출 의존도를 10퍼센트 이하로 하고, 동아시아 공동시장을 건설하여 동아시아로부터 많이 수입하고 동아시아에 수출할 것 등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의 수입을 증대시키면 각국의 성장이 촉진되고, 일본으로부터의 수 출도 증대된다. 그러한 동아시아 공동시장 건설의 구상 위에서 그 에 필요한 일본의 산업구조, 국민의 취로구조의 모습을 생각해 갈 필요는 없을까? 일본판 빅뱅 등은 지금 하지 않아도 별일이 없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