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투쟁사업장 대책회의](가칭) 구성에 대한 의보노조 제안서
1998. 2. 13. /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
중앙위원 동지들에게 의보노조에서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우리 의보노조는 12일 밤 있었던 비대위 대표자회의 결정이 55만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민주노총의 투쟁에 기대를 걸었던 전국의 모든 노동형제들에게 커다란 우려를 끼쳤다고 판단합니다.
더욱이, 이번 비대위 결정은 그 첫머리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은 유효하다"는 전제와도 모순된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을 번복하는 것으로 민주적이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2월9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 정리해고 입법화 반대 ▲ 노사정 재협상 요구 ▲ 재협상 요구 불응시, 일방적 입법화 강행처리시, 협상 결렬시 총파업-총력투쟁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날 대의원들은 민주노총에서 대의원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이렇게 결정한 것을 믿고 자기 사업장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대위에서는 상위 의결기구에서 결정된 이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없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 제기하는 바처럼, 지난 대의원대회가 어느 일방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점이 없지는 않으나, 이 정리해고를 입법화하는 문제가 조합원 동지들의 생존권에 관련된 문제였으며,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음을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몰아가는 분위기'라는 것도, 진상을 조사하고 그 부분의 개선을 모색할 수는 있겠으나, 새로운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다른 의사가 확인될 때까지는, 누구도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전면으로 부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이 부분은 각설하고, 총파업투쟁이 철회 또는 유보되었다 하더라도 '대의원 대회 결정사항이 유효하다'는 전제가 있다면 총력투쟁 방침까지 유보될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내일(14일) 집회가 취소되면 안된다.
그러므로 저희 의보노조는 내일로 예정된 집회는 취소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집회를 통하여 조합원들을 모아내고, 저들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즉각 시행을 위한 입법행동을 강행한다면 조합원들의 분노가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쟁사업장 대책회의가 구성되어야 한다.
재벌과 권력은 민주노총의 파업투쟁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거듭된 탄압경고, 신문방송을 총동원한 여론몰이 반대작업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파업투쟁으로 기업이 무너지고 경제가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자들은 기업주와 권력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는 정리해고가 가져올 노조운동 약화, 노동자 살림파괴와 같은 치명적 결과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어디에도 인수합병시 정리해고를 명문화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민주노총은 성명서와 모든 문건을 통하여 정리해고가 경제회생의 필요조건이라는 저들의 논리를 거부하여 왔습니다. 고용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것이 경제회생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옳다고 우리는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제가 무너진다는 저들의 어떠한 협박과 여론몰이, 시민을 가장한 항의전화에도 끄떡하지 말고 어떠한 파산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권력의 항복을 받아내고, 경제도 살리는 길입니다. 노조도 강화시키는 길입니다.
저들이 두려워하는 노조는 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노조들을 묶어 전투태세를 확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투쟁사업장 노조들의 투쟁실무책임자들끼리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투쟁기획회의를 추진한다면 파업돌입에 상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들은 투쟁사업장이 뭉치는 모습이 보여진다면, 그 결과를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 사업장들이 모이면서 더욱 훌륭한 투쟁사업들이 기획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위원 동지여러분!
정리해고 즉각 시행 입법화, 중간착취 용역노동의 합법화는 후세에까지도 노동운동사에 남을 큰 사건입니다. 55만 조합원, 일천만 노동자의 중심에 선 중앙위원 동지들께서는 가진 모든 수단과 힘을 다하여 이를 막는 노력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의보노조는 진정 충심으로 중앙위원 동지들에게 호소하고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