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정리해고제 도입, 근로자파견제 도입 범위 확대, 실업자의 초기업 단위노조 가입조항 삭제(실업자의 노조가입 불가능), 교원노조의 단체교섭권 누락, 해고자 재고용 의무규정 축소, 공무원 직장협의회 처리 유보, 소액주주 권한 축소 등 2월 14일 임시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동법에서는 민주노총 협상대표단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자 했던 그 소기의 목적도 사라져 버렸다.

해고의 두려움과 해고 당한 현실로부터 고통받고 있던 노동자들은 협상 지도부를 사퇴시키고, 투쟁을 결행하고자 비상대책위를 구성했으나 비대위의 파업철회 결정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 사안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는데,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에 따른 부적절한 대응의 문제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한다.

사실 민주노조운동의 문제는 최근에 돌출된 사안은 아니었다. 자본주의적 지구화 과정을 통해 세계경제의 재편이 진행되면서, 이제 노동조합도 전지구적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데올로기가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전략과 신노사관계 구상을 기점으로 '협조체제' 또는 '동반자체제'로 귀착되고 있을 때, 이것은 민주노총 출범이후 조직이 거대해 지고, 최고위 수준의 교섭이 일상적으로 진행되면서 부지불식간에 민주노조운동 내부에도 만연되어 갔다. 그런데 '협조체제'를 기본으로 한 '사회적 합의'에는 항상 위험이 내재해 있는 것이고, 그 위험성은 조합민주 주의에 의한 조합원의 통제가 허물어졌을 때 현실로 드러나게 된다. 이것이 민주노총 위기의 한 단면이다.

민주노총의 위기에 맞서 우리가 복원해야 될 것은 인물이 아니라 조합민주주의, 지도부의 책임성, 패배하더라도 파괴되지 않는 운동원칙, 활동하는 조합원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2기 지도부가 담당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호 【특집】은 위와 같은 인식을 반영하여 {변화하는 노동정세와 노동운동의 새로운 과제}로 잡아 보았다. 특히 이 글들은 연구소 '4차 정기총회 기념 토론회'의 내용을 겸하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첫번째 글인 김세균 소장의 "IMF관리체제, 김대중 정권 그리고 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위기해결책의 성격을 갖는 현재의 IMF위기해결책은 위기예방책이기보다 공황을 겪게 함으로써 공황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극약처방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갖는 김대중 정권과 대결해야 하는 노동운동은 생존권의 문제를 중심에 놓고 민주적 제권리, 나아가 시장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그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두번째 "직권조인, 총파업투쟁 철회 그리고 민주노총 정체성의 위기"는 2월 6일 노사정 합의 이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합의안 부결, 1기 지도부 사퇴, 비대위 구성과 총파업 철회 등 일련의 과정을 민주노총의 정체성('민주성' '자주성' '계급적 단결'의 원칙)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IMF관리체제와 DJ정권의 '신자 유주의적 코포라티즘'이라는 변화된 정세하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계급적·정치적 주체 형성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 "현시기 '대중투쟁동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대중투쟁이 성립하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결국 전체 계급세력관계의 힘이며, 다른 한편 그렇다 하더라도 대중투쟁 경험의 축적이라는 내적요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지난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장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기획번역】 "국제적인 사회운동적 조합주의를 위하여"는 세계자본주의의 특징과 노동의 흐름을 정리하면서 노동조합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접근한 글로 그 자체로도 읽어 볼 가치가 있지만 특히 민주노총이 직면한 위기(한국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한 위기)를 보다 객관적으로, 폭넓게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글이다.

이번호 회보에서는 노동시평(이렇게 본다로 명칭변경), 칼럼(고정필자 선정), 편집자의 글 등에서 약간의 수정과 정비를 해보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변화를 기할 예정이고, 그 내용과 의도를 편집자의 글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책을 읽는 데 약간의 도움이라도 드리고자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