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회
민주와 진보를 위한 지식인 연대 사무처장
1. 민주노총 2기 지도부선출 - 계급적 노동운동의 요구
TV 9시 뉴스가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장을 생중계로 연결ㅗ보도할 정도로 성의(?)를 보인 지난 3월 31일 민주노총위원장 선거는 2번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누가 되었든 간에 그것은 계급적 노동운동을 열망하는 56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리이자, 파탄에 이른 생존권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기를 요구하는 천만 노동자의 승리라 아니할 수 없다.
후보단일화라는 걸림돌로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하였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두 후보진영의 선거공약은 사전에 합의라도 한 듯 비슷했다. 특히 당면 정세의 핵심적 쟁점인 IMF재협상, 노사정재협상과 현재의 위기정세를 돌파하기 위한 총파업투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조합원직선제나 대의원확대와 같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현장에서의 규정력 확대로 민주주의를 강화함으로써 민주노총을 혁신하겠다는 공약의 맥락 또한 같다.
두 명 위원장후보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둘 다, 전노협, 민주노총 건설 등을 위하여 중앙에서 전국적 정치력을 배경으로 활동하던 그간의 지도부와는 달리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진원지였던 울산의 현총련의장 출신으로 현장과 지역에서 활동을 지속해왔으며, 두 사람 다 40대 초반의 후보로서 젊은 세대로 교체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결국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선거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내세운 민주노총 1기에 대한 평가이자, 80년대 후반 이후 일탈되었던 계급적 노동운동노선의 회복에 다름 아니라는 다소 과도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2. 계급적 노동운동의 새로운 출발
87년 민중항쟁에 이은 노동자대투쟁을 자본축적체제를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병영적 노동통제를 기초로 한 국가주의적 경제개발정책에 파열음을 낸 것,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국가주도 자본축적전략은 아래로부터 수정을 강제 받지 않으면 안되었고 독점자본과 정권은 시장질서에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자본축적전략으로서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으로 대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전략은 노태우정권을 지나 세계화와 개혁을 앞세운 김영삼정권에 이르러 전면화되었고, IMF관리체제, 김대중정권의 집권과정에서 거의 강제성을 띠고 실행되고 있다.
87년 민중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자 민중의 정국 주도성은 상실되었으나, 노동자들은 전투적 노동조합운동의 기풍을 앞세운 전노협을 건설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이 전면화되고 농민, 빈민, 지식인, 학생 등 계급계층간의 연대운동이 고조되어 상설적인 연대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90년도 초반을 넘어서면서, 6월 항쟁과 노동자투쟁을 통해 개발독재가 무너짐으로써 사회운동의 확장을 배경으로 계급성을 희석화한 사회적 노동운동과 시민 사회운동이 득세하게 되고, 그로 인해 민중 중심의 연대가 끊임없이 해체ㅗ재편되어 왔다는 사실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실련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운동체들이 바로 그 실체이다. 이들은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이념적 혼돈, 그리고 이를 기회로 '자본의 승리'라는 이데올로기 공세에 힘입어 등장한 중진자본주의론과 같은 한국 자본운동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기초로 그간의 변혁적 사회구성체론을 딛고 스스로 계급을 초월한 개념으로서 시민을 앞세운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자본의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한국적 적용인 '세계화'와 '개혁'이 노동자·민중에게는 재앙일 뿐이자 민주주의의 후퇴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 한국자본운동에 대한 시민적 사회운동단체들의 낙관적 전망은 오도된 해석이었음이 분명해졌다. 96년말 민주노총이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일환이었던 개악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저항하여 90%의 '시민'이 동의하는 총파업투쟁을 전개하는 동안 노동과 자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 조정을 의도했던 경실련이 설자리는 없었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들 탈계급적인 시민적 사회운동단체들의 등장과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이념적 변화의 함수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노동운동 자체의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96년 민주노총은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의도를 대중적 토론이나 이해의 사전 조직화 없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서 민주노총이 이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대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자세론 하나로 참여를 결정하였다. 참여에 관한 논란은 당시 핵심적인 쟁점 중의 하나로 부각되었지만 날치기 통과라는 김영삼정권의 강공수 덕택으로 쟁점이 뭍혀짐으로써 민주노총지도부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투쟁과정에서 민주노총지도부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불거지고 말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서의 개악 안기부법과, 노개위 위원들조차 반발하는 개악 노동법은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총파업에 의해 저지되는 듯 했으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앞세운 지도부의 투쟁기조로 인하여 끝내 무산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지도방침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총파업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제대로 검증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주로 민주노총 소속 대공장 위원장 선거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부정하고 계급적 노동운동을 앞세운 후보들이 대거 선출된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것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은 계급성을 탈각한 허상이라는 점, 그에 대한 1차적인 평가가 현장에서부터 이루어진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앞세운 민주노총의 97년 대선후보전술을 상기해보자. 민주노총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승리 21에 기반한 국민후보전술을 구사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이념이 단순히 노동운동의 한 조류를 넘어 사회전반에 대한 이해의 표현임을 보여주었다. 권력과 자본의 공세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총력투쟁 한가운데서도,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전면에 내세운 선거에서도 '국민'이라는 몰계급적 용어를 쉬임없이 동원했던 것은, 뿌리깊은 이념적 기초와 시민운동적 사회운동간의 연계의 역사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총파업 당시 완강하게 총파업투쟁을 주장하던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각 계급계층의 연대투쟁체로 자리매김 하기보다는 총파업의 지원부대로 위치지우려 했던 시도나, 범대위를 진보적 사회운동의 연대체가 아니라 시민운동을 주장하는 사회운동체를 중심으로 한 민주연대로 재편하고자 했던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이다.
IMF관리체제에 돌입하면서 나타났던 일련의 과정은 거의 지난 노개위 이후의 활동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노사정협의와 위원장의 직권조인, 노사정합의에 대한 거부로서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한 총파업 결정, 비상대책위원회의 총파업방침 철회, 비대위의 활동평가 거부 등 하나 하나가 그렇다. 그러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지도부의 판단으로 대치하던 관행은 계속되었고, 조직의 민주성은 심히 훼손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총파업평가를 무위로 돌리던 관행이 비대위의 활동평가를 거부하는 데에 이어질 정도로 관료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IMF시대에 정권과 자본에 대한 불만이 목에까지 차오른 현장의 분노는 이를 외면하는 지도부에게 곧바로 향해졌다. 이러한 분노는 현장에서부터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민주노총 1기에 대한 평가로서 민주노총 2기 중앙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을 앞두게 된다. 물론 민주노총을 혁신하려는 현장의 요구를, 의도야 어떻든 왜곡시키려한 공작적인 후보단일화 시도 등을 거치기는 하였으나 대중의 평가는 역시 냉정했다. 56만 조합원과 천만 노동자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폐기하고 마침내 계급적 노동운동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노총의 조합원들과 천만 노동자가 1기 지도부에게는 민주노조의 전국적 구심으로 민주노총을 세워내는 조직적 역할을 부여했다면, 2기 지도부에게는 노사협조주의의 관행과 몰계급적 노동운동을 극복하고 계급적 노동운동이라는 이념을 정착시키라는 과제를 내렸다.
2기 지도부는 당면 현안인 고용, 실업, 그리고 임단협투쟁의 일정을 감안하여 현재의 핵심적 과제로서 IMF재협상과 노사정재협상을 위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조직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추동력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혁신과제를 구체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계급적, 진보적 사회운동과의 공고한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정권과 자본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국민적 합의라는 이데올로기에 대응하여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고 계급적 노동운동을 정착시키기 위한 핵심적 관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3. 민중연대를 향하여
'중산층이 없어지고 있다'는 어느 일간지의 머릿기사는 현재 한국사회의 계급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간 시민운동의 주요한 대상으로서 주로 사무직 노동자를 일컫던 중산층도 정리해고 등 유연화의 1차적 표적이 되어 있어서, 노동자의 조건을 벗어나 시민적 권리(?)를 향유할 처지에 있지 못하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역시 동요하고 있다. WTO, IMF관리체제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존재하는 농업부문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워낙 왜곡된 국내 유통관련 시장질서의 재편을 통해 눈앞의 불을 끌 수는 있을 지 몰라도 농민들 앞에 놓인 위험은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산업예비군으로 기능하던 빈민들도 200만 실업자시대를 맞이하여 관리가 불가능한 사회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간 사회문제에 대하여 준 지식인적 기능을 담당하던 학생들은 거대한 산업예비군 덩어리가 되어 이제는 자신의 문제로 노동자와 함께 할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어느 계급도 자본의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적 공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계급운동과 민중연대의 기틀이 새로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80년대 말 이후 사회운동 공간의 확장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한 시민 없는 시민운동은, 한편으로는 정부가 주창하는 개혁과제의 선봉 역할을,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적 합의의 당사자로서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개발독재의 천민적 자본주의의 찌꺼기를 시민의 힘으로 걸러내자는 경제정의·경제개혁을 외쳐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장질서에 의존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로의 재편을 의도하는 김영삼, 김대중정권의 개혁구호와 동일한 언어에 다름 아니었으며, 노동자·민중의 생존과 실질적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는 진보적 노동자·민중운동에 대한 정권의 탄압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최근의 총파업과 총파업 결의에 대해서조차 계급이기주의로 치부했던 일부 시민운동세력은 이제 노사정 외에 계급을 초월한 공공(公共)(?)의 지위로서 시민운동의 자리를 기대하며 계급운동을 희석시키는 운동의 본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시민운동세력이 보수정권의 유지·온존을 위한 수혈자로 기능해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바, 이러한 기능은 각 정당을 통해 지자제에 대응하겠다는 시민협의 방침으로 미루어보아 전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어떠한 문제를 야기하는가.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단결을 전제하지 않는 어떠한 정치적 관철도 현재의 보수적 정치구조를 공고하게 다지는 역할로 귀결된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자본의 지구화를 배경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운동은 먹거리에서부터 유전자의 변경까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재편해내고 있다. 여성은 신자유주의 공세에서 유연화의 1차적인 표적이 되고 있으며, 교육은 유연적 노동을 담당할 인력을 길러내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본운동의 장애가 되는 사회보장적 지출은 축소되고, 병원의 민영화 등으로 보건의료부문이 자유로운 자본운동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와 함께 하는 신보수주의는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에 대하여 공격을 가해오고 있다. 게다가 자본의 요구에 의해 환경은 훼손될 대로 훼손되고 있으며 기상이변 등 지구적 재앙이 이어지고 있다. OECD에서 4월말로 예정되어 있는, WTO보다 더 무서운 MAI(다자간 투자협정)협정이 조인된다면, 국가가 자국의 영토 내에서 투자가들에게 가할 수 있는 제한, 이를테면 노동과 환경, 보건의료 등의 관련 규제가 대폭 제한될 것이다. 이제 제반의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한 운동으로서 기타 삶의 조건을 개선하려는 사회운동 역시 인위적인 왜곡이 가해지기 어려울 만치 자본과의 투쟁으로 전면화될 것이다. IMF를 등에 업고 자본의 신자유주의의 해결사로 등장한 김대중정권에게서는 민중의 생존과 관련한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진전은 차치하고 외형적 민주주의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과장이 아닌 것이다.
여성, 교육, 인권, 보건의료, 환경 등 사회의 전부문으로 운동의 외연이 확장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선제적인 활동을 전개한 그간의 부문운동, 시민운동의 활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각 계급과 부문에서 관철되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자본의 지구화를 동반한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전면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예컨대 시민운동세력들이 유연화를 통해 자본을 강화하고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간접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는 IMF관리체제로 인하여 정부의 개입과 재정지출을 축소시키는 작은 정부를 의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적 수요의 창출 또는 공익사업을 통하여 실업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운동은 극복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데올로기적 왜곡과 파급효과가 사회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뒤틀어버릴 뿐만 아니라 그럼으로써 노동자를 위시한 민중의 생존권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부문도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인 만큼 시민적 사회운동들이 지난 역정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거듭 나고, 한편에서는 노동자·민중과 생존을 함께 하는 사회운동이 활성화되면 계급적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그를 엄호하는 사회운동 간 연대의 기초를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연대의 원칙과 목표가 분명해져야 한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위력적일 지는 몰라도 올바른 연대는 아닐 수 있다. 각 계급계층이 목표하는 바, 그리고 당면한 과제를 분명히 하고 이를 기초로 연대의 수준과 내용이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또한 전체 진보운동 내에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강화된 만큼 그 활동의 방향이 각 계급, 계층과 사회운동의 진로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계급주도성과 정치주도성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연대운동의 기본방향과 실제 동력을 획득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각 계급운동과 사회운동의 내용들을 대중적·일상적으로 공유하여 연대의 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일상적인 노동자 정치활동
우리는 97년 대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후보전술을 구사한 바 있다. 노사정을 통해 의제적 합의라도 얻어내기 위해서 민주노총을 끼워야 할 정도로 자본과 노동 간의 전선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던 현실에서 정치세력화를 실천으로 구체화한 것은 운동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치세력화 기획으로서의 후보전술은 몰계급적이고 민족주의적 이념에 기초한 국민후보전술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분단이데올로기와 지역구도를 돌파하지 못한 것은 물론 노동자에게조차 외면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노사정 합의에 민주노총까지 가세, 56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한 천만 노동자를 넘어서 4천만 민중에 대한 자본의 전면적인 침탈을 민주노총이 스스로 용인한 격이 되고 말았다. 보다 치밀한 평가반성이 아니어도 민주노총 1기 활동을 통하여, 현시기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권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계급적 이해에 기초한 활동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이 없다면 보수정치세력은 그간의 정치구조를 유지·온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계급적 노동운동이 전개된다면 중·대선거구제나 정당 명부식 투표제의 도입과 같은 소위 정치개혁을 통하여 상대적 진보세력을 정치구조에 편입시키는 형식으로 계급적 노동운동을 희석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뿐만 아니라 각 계급계층과 사회 전반에 대한 계급적 이해에 기초한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토대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5. 자본의 지구화에 상응한 노동자 민중의 지구적 연대를 향하여
자본의 지구적 경쟁으로 NAFTA(북미자유협정), EU(유럽연합)와 같이 단일 경제단위를 확장하여 자본을 강화하고 있으며, 투기적 금융자본이 먹이를 찾아 전지구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세계적인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에 따른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주변 국가들은 그들에 의한 초과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총파업 당시 보여준 국제적 연대투쟁은 자본의 지구적 공세에 의해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민주적 권리가 짓밟히는 사태가 국적을 불문한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미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척체제에 조응하여 노동자·민중의 생존을 애당초 외면해버린 사민주의정당과, 평조합원운동을 과제로 여길 만큼 조합의 관료주의에 시달리는 구미의 노동자·민중에게, 신자유주의 반대를 전면에 내건 멕시코의 자파티스타나 한국 노동자의 총파업과 민중투쟁은 희망(?)으로 다가가고 있을 것이다.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지구적 사슬을 끊기 위한 지구적 연대는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간절한 열망으로 아로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국내에서 조직적 실체를 인정받기 위해 ICFTU(국제자유노련)와 관계를 형성했던 것을 제외한다면, 현재 국제연대는 자본운동이나 조직적 교류 등에 따라 사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네바 다보스회의에 대응한 People's Global Action(지구적 민중행동)이나 최근 김대중대통령도 참가한 ASSEM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활동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주로 지원을 얻기 위한 연대나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개인적 연대활동이 있었지만, 이제 그러한 국제연대는 극복되어야 한다. 자본의 지구화에 반대하는 전세계 노동자·민중역량을 결집하는 지구적 연대에 한국의 노동자·민중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는 제3세계운동의 역사적 현실로서 IMF의 관리체제에 들어선 우리에게는 앞으로의 과제가 아니라 긴박하고 당면한 과제인 것이다.
산발적인 국제연대를 극복할 최소한의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 자본의 지구화에 반대하고 IMF재협상이라는 당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반국제독점자본운동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는 반IMF와 연결된 국제적인 회의 등과 같은 정치행동을 주도적으로 조직하는 활동들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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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