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노총 2기, 모두가 결사항전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김 예 준
민주노총 대전충남본부장
민주노총을 우리 스스로 '천만 노동자의 희망이요 구심인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말하면서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에게 제2기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한다는 것은 지역본부장의 자리에 있는, 역시 민주노총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나는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과 고영주 사무총장은 물론 산별연맹 위원장, 지역본부장 등 주요 지도부라 할 수 있는 모두가 그 동안 민주노총의 문제를 되돌아보고 모두가 변화와 개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짧은 기간동안 민주노총 각종 회의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산별 연맹과 민주노총 중앙과의 주요사안에 대한 사전협의와 조정을 위한 긴밀한 논의구조가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산별노조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대통합을 이룬 금속산업연맹과 최근 공공연맹의 출범을 계기로 가시화 되고 있는 공공부문 대통합 논의는 이 나라 노동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산별 체제는 통합, 재편을 통해 더욱 강화 발전되어야 하며 나아가 산업별 단일노조로 발전해야 한다는데 전혀 이견이 없다. 그러기 위해 더욱 산별 연맹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별 연맹과 민주노총 중앙지도부가 보여주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은 비록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조심스럽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의 각종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가끔 산별연맹 위원장들로부터 "우리 연맹은 투쟁 일정이 이미 이렇게 확정되어 있으므로 민주노총의 일정에 따르기 곤란합니다."라든가 "우리 연맹은 다른 계획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일정에 따를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가끔 아니 회의에 참가할 때마다 한번 이상은 듣게된다. 민주노총의 구성 주체인 산업별연맹과 민주노총의 투쟁일정 또는 방침이 서로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심하게 말하면 주요연맹이 계획을 세우고 민주노총은 연맹이 벌려놓은 판에 참석하여 격려사나 기자회견 또는 정부와 사후처리나 하는 형태가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 너무 과도한 표현일까? 민주노총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투쟁을 기획하고 그 속에서 각 연맹의 투쟁이 서로 상승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배치되는 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을 계획할 때 공식적인 회의구조를 통한 논의뿐만 아니라 사전에 주요 연맹 지도부와 긴밀한 협의와 조정을 거쳤으면 한다.
최근 사무처장단 회의 등은 이러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조직할 때 각 연맹의 투쟁계획을 사전에 점검하고, 조정하여 민주노총의 힘있는 투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연맹 스스로 연맹의 투쟁을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 속에 배치시켜 민주노총의 지도 집행력과 투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연맹차원의 투쟁이 민주노총의 투쟁과 무관할 수 없으며, 민주노총의 투쟁이 연맹의 투쟁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역본부가 스스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해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총파업 이후 가끔 지역본부장으로부터 "우리는 전투부대 소대장이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는 총파업, 각종 집회 등 민주노총 결정사항 중 대부분의 실천을 지역에서 주관하여 수행하는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본부가 소외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산별연맹 조직으로 재편되면서 지역본부를 통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업장은 거의 연맹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지역본부가 단위노조의 상급단체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지역본부 임원이 각 연맹 단위에서 보면 하부 단위노조 조직의 대표에 불과해서 동등하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결정과정에 지역본부가 많이 참여한다고 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지역본부의 강화는 지역 현장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노조간 강력한 연대를 통해 지도력, 투쟁력을 확보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산별노조체제로 재편된다고 하여 지역본부의 역할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산업별체계가 강화되고 발전될수록 지역본부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산별연맹 지도자들이 지역에서 느끼는 산하 조직 현장과 동떨어진 소리를 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연맹이 단위 사업장 지도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연맹 상층 중심의 의견을 연맹 전체의 의견으로 표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양한 업종의 사업장이 지역이라는 틀에서 일상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지역본부의 강화는 당연하게 연맹 관료주의를 방지하고 현장 대중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장 대중 지도자, 활동가들이 편협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한다. 나아가 이는 산별연맹의 관료화를 방지하고 연맹의 건강성 유지와 민주노총의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지역조직 책임자들이 지역조직 활성화와 지역에 소속된 업종간 연대강화를 위해 보다 책임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뛰어야 할 때이다. 산별연맹의 재정과 위원장들의 지위를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조직의 정확한 역할을 찾아내고 수행해야 한다. 나는 지역본부를 야전사령부라고 생각한다. 야전사령부 소대장에서 사령관으로 위치를 격상하는 것은 지역 전투원들에게 신뢰받고 올바른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력과 투쟁력을 확보할 때 가능하다. 전노협, 전노대 시절보다 훨씬 많아지고 다양해진 지역조직들을 하나로 묶어 세우기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헌신적으로 뛸 때만이 민주노총이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선출된 이갑용, 고영주 동지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에게 바라는 것은 "일관되게 흔들리지 말고 원칙을 견지하라"는 것이다. 중앙 지도부 나아가 민주노총 위원장의 흔들리는 모습은 민주노총 전체의 힘을 약화시킨다. 2기 지도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등으로 한국의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초국적자본과의 한판 투쟁을 위한 전시체제의 지도부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손에 의해 투쟁지도부로 선출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투쟁지도부로서 뒤돌아보지 말고 고용안정쟁취를 위한 투쟁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98년! 필연적으로 한판의 싸움이 요구되는 시기다. 결코 피할 수 없다. 싸우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산별, 지역조직 그리고 단위노조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 활동가들이 스스로 겸허한 자기 반성을 통해 결사항전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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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
2. 민주노총 2기 지도부에게 바란다
박 종 현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장
민주노총 1기는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철회를 위한 사상 초유의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96∼97 정치 총파업을 전개하면서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력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동시에 한국노동운동사에 길이 빛날 투쟁 정신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여러 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선이 흐트러지자 현장에서 무노동 무임금, 손배청구, 고소고발 등 자본의 부당노동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전국적 투쟁전선을 형성하지 못한 채 조직이 급속도로 이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현장 동력은 위축되기 시작하였으며 급기야 IMF의 초국적 자본체제로 인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를 인정해 줌으로써 많은 논란과 함께 노동자 생존권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것은 현장에 기반한 투쟁과 정치 협상력의 부재, 대의원 대회 등 민주적 절차의 무시가 빚어낸 결과로 현장 조합원에게 불신과 반목을 주게 되어 민주노총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재 현장은 IMF와 구조조정을 빌미로 한 자본의 공세가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떠나 전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와 정리해고의 형태로 판을 치고 있다. 노동자는 노동조합 무력화와 노동자 생존권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현장에서는 정부와 자본에 맞서 총력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것은 조합원들이 고용대란으로 고용불안에 위축되면서도 생존권 사수를 위해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이 전국전선으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이 위기를 돌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쫓겨날 실업자가 200만이 넘어설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듯이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실업자들이 주변에서 맴돌거나 개인적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업이 장기화 될 경우 거리시위로 번질 수 있는 잠재적 폭발력을 갖고 있는 세력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개혁하고 민중생존권을 함께 책임지면서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엄호를 받아야 정부와 자본의 공세, 이데올로기 공세를 돌파하고 궁극적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민주노조운동의 사활을 걸고 험난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과제를 함께 하는 가운데 민주노총 2기 지도부에 몇 가지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첫째, 민주노총의 신뢰회복을 통해 지도집행력을 구축하고, 현장 속으로 달려가 조직력을 시급히 복구해야 한다. 이러한 지도집행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고용안정과 노동자 생존권 투쟁을 중심에 두고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둘째, 실업자를 조직화하여 투쟁동력의 한 세력으로 모아 올바른 실업대책을 세워 낼 수 있도록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제조업과 비제조업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다양한 조직적 지원과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IMF재협상, 재벌개혁, 민중생존권 사수 등을 통한 사회개혁 투쟁으로 전 국민의 통합력을 가지면서 대중투쟁을 벌임으로써 노동자와 국민이 정부와 자본을 고립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현장의 힘을 믿고 교육하고, 선전하고, 조직하고, 투쟁하고, 정책적 대안을 내올 수 있기를 바라며 통일투쟁에 대해서도 크나큰 관심을 갖길 바란다.
함께 승리의 한길로 달려갈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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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
3. 민주노총의 혁신과 단결을 위해
채 운 석
사무노련 부위원장
민주노총 제2기 집행부 출범을 축하드리면서 그동안 업종회의, 전노협, 전노대, 민주노총 활동과정에서, 그리고 1기 지도부를 마무리하면서 느낀 문제의식과 제2기 집행부의 공약사항을 보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혁신과 단결을 위해 몇 가지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1.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가 통일성과 단결력을 드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동안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 등 주요 의결기관에서 되었던 논의는 정세인식을 통일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전술채택문제가 주요한 논쟁점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맹-산하조직이 그 전술을 집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단선적인 전술만을 채택해 왔다.
정세인식의 통일 없이, 조직적 집행력의 담보 없이, 주요 간부들의 투쟁에 대한 당위성과 의지에 의해 결의됨으로써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선전, 교육, 조직화 과정이 미흡해지고 의결과 집행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조직내적으로 평가는 철저했던가? 그간 민주노조운동의 주요 의결 가운데 전 조직적인 논의와 평가를 거쳤던 것은 기억에 없다.
이제 2기 집행부에서는 회의 의제를 사전배포하고 각 산하·가맹 단위의 내부적 논의를 거쳐 중앙에서 논의를 모으고 의결된 내용은 전조직적으로 실행이 담보되도록 하자!
2. 재정 자립을 강화하자
업종회의 집행위원을 시작으로 민주노조운동을 해오면서, 또 짧은 기간이지만 최근의 민주노총 재정위원장, 비대위 집행위원장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고민은 현재 민주노총의 재정상태로는 조직의 양적 확대와 질적 전환을 위한 투쟁이 현격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정문제를 타개할 방안에 대해서는 깊고 치열한 고민과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앙 재정에 대한 전반적 고민과 해결의지가 있어야 한다.
3. 집행부의 조직순회를 강화하자
주요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집행부의 고민을 현장에 전달하고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중앙의 평가 이전에도 조직순회를 통해 공식·비공식 평가의 내용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회의의 회의록은 정리, 공개하여 추측에 의한 필요 없는 논쟁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4. 주요 역량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노력을 경주하자
지난 1기에서나 비대위에서도 중앙집행력에 현장과의 결합이 강화돼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조직에 상근인력 파견 요청을 한 바 있으나 그 결과는 미미했다. 2기에서는 각 조직에서 성실하게 일해온 간부들을 중앙으로 모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노총 국·실장들은 실무에 치여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거나 이를 모아내는 역할을 할 수 없다. 파견되는 동지들이 주요 실무를 맡고 중앙 국·실장들은 특정 입장이 아닌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의 목소리를 사업으로 모아 갈 수 있도록 실무에서 해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5. 조직간 교류기회를 확대하자
민주노총 60만 조합원은 물적토대와 이에 따른 정치적 인식의 차이가 크다. 이는 간부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조직간에 교류의 기회를 확대해서, 서로의 고민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중앙사업의 기조를 통일 시켜낼 수 있도록 고민하자.
우선은 각 연맹과 지역 본부간의 교류확대(예를 들어 공익-대덕연구단지, 대전충남지역본부, 연맹·지역본부 상근자 전원 주요 정책토론 및 관계 강화기회 마련 등)와 제조업과 비제조업간의 교류확대(교육강사 상호지원 간부수련회 동시 개최 등), 중·소 사업장과 대규모 사업장간의 교류확대, 현장조직과 집행부간의 교류확대를 통해 민주노총의 통일성과 단결력을 높이기 위한 실천을 해야한다.
6. 민주노총 혁신위원회를 신설하자
제2기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많은 것을 공약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경선했던 후보의 공약도 있었다.
규약과 제반규정 및 국·실 체계와 제(諸) 위원회의 역할과 필요성 등을 검토하고 여러 산별의 조직 중복상태, 재정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의 현실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자.
신 집행부가 공약한 60만 조합원의 직접선거에 의한 위원장 선출은 실천하는데 상당한 장애에 봉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무노련 제2기 집행부의 직접선거에서도 전국단위 선관위 구성문제, 직접 비밀투표의 사전사후 보장문제, 집행경비 문제, 당선자 없음으로 인한 2차 투표 문제 등 여러 장애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현실적 장애를 극복하고 보다 원칙적인 실천안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도록 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제반 국·실 체계와 많은 위원회의 역할과 정비도 필요하다.
7. 노동자의 대의와 노동운동의 상식에 기초한 풍토를 만들어 가자
지금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평가와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노동자의 대의와 상식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이제 다시 2기 집행부가 앞장서서 노동자의 대의와 상식에 기초해서 논쟁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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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
4. 민주노총 2기, 무엇을 할 것인가!
장 성 환
전해투 부위원장
지난 3월 31일, 민주노총의 새로운 위원장으로 이갑용 동지가 선택되었다. 그리고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한국통신의 유덕상 전위원장 등 6명의 동지가 선출되었다. 선출된 동지들 중 다수는 현장과 밀착된 사업과 투쟁을 중심으로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어온 동지들로 평가받고 있는 듯하다. 새롭게 출범한 민주노총 2기 지도, 집행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그간에 나타났던 문제점을 극복하고 공약으로 천명했던 '현장중심! 중앙의 혁신'을 수행해 나갈 것인가? 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크지만, 한편으론 많은 염려를 갖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민주노총 2기를 바라보는 60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수많은 동지들의 눈길이라 생각된다. 전해투 동지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전해투 동지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 2기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과 기대는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업기조와 방향들을 힘차게, 그러나 하나하나 착실하게 수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중앙의 혁신을 통한 현장중심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이러한 사업방향에 기반한 위력적인 대중투쟁의 조직과 실천으로 노동운동의 당면과제들을 돌파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제 더이상 '국민 또는 시민과 함께 한다!'는 이유로 현장의 요구와 투쟁을 외면하고, 대중투쟁보다는 상층부 몇명의 정치전술 중심으로 중요한 투쟁과제를 해결하려는 사업기조와 작풍을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해투는 이러한 사업에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다. 특히 자본과 정권의 무차별적 정리해고, 불법·부당노동행위, 단협위반 등 노동자 생존권 및 노동조합 파괴 책동에 직면해 있는 현재의 상황은 위력적인 현장투쟁, 대중투쟁, 총파업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투쟁이외에 따로 대안이 없다. 결국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5월말, 6월초로 상정되어 있는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위력적으로 쟁취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일단은 이 내용이 향후 민주노총을, 그리고 노동운동을 바로 세우고, 제대로 가져갈 수 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준거가 될 듯 싶다.
민주노총 2기 총파업 투쟁과 전해투 투쟁방향
전해투는 지난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3일에 걸쳐 수련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전해투의 위상과 전망, 향후 진로와 조직체계 등을 논의했으며 새로이 지도부를 선출했다. 그동안 해고자 복직투쟁을 중심으로 매년 임단투와 노개투에 일정한 기여를 해왔던 전해투는 이제 변화된 노동환경에 맞게 향후 사업방향과 방침을 펼쳐가기로 결의하였다. 1차적으로는 IMF 사태 이후 노동현장은 자본과 정권의 마구잡이 정리해고, 임금삭감, 단협파괴, 노조파괴 책동 등에 맞서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힘있게 결합해 나가되, 지속적이고 구체적 사업으로는 '실업자 투쟁과 부당노동행위 척결투쟁'에 적극 나서기로 결의하였다.
2백만명에 가까운 완전 실업자와 사실상 실업자에 가까운 일용공, 임시직 노동자를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아! 대한민국이 아닌 악! 실업민국'이 되어 버렸다. 어느새 대량실업의 문제는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 현 정세의 뇌관이자, 노자간의 투쟁을 첨예화하고 계급화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모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문제로 되어 있다.
전해투는 정리해고 반대! 노동시간 단축! 등 기존의 고용유지와 확대를 통한 실업예방 투쟁과 이미 일자리를 잃어버린 실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과 투쟁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업자 투쟁을 받아 안고, 현장과 해고자 투쟁의 경험이 풍부한 전해투가 힘있는 투쟁을 실천할 때 고용안정 투쟁, 실업자 투쟁은 따로국밥이 아닌 위력적인 투쟁으로 펼쳐질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부당노동행위 근절 투쟁사업에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해투는 지난 3월 30일 명동성당 입구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투쟁에 돌입한 사업장에 합류해 있다. 이후에는 보다 대중적이고 적극적인 불법·부당 노동행위 척결투쟁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당당하게, 노동자답게,
김대중 정권은 노동자·민중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50년만의 정권교체는 장밋빛 환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전두환·노태우 사면과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 백지화, 공약이었던 IMF 재협상은 어디로 사라지고,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 앞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하며 무자비하게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막다른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고통분담을 외치며, 없는 달러모으기! 금모으기! 은모으기!를 하더니만 급기야 정리해고, 불법·부당노동행위, 단협 및 노조파괴로 막가고 있다. 참으로 막가파가 따로 없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현정권에 대한 어떤 기대와 희망도 감상이고 낭만일 뿐, 오직 노동자 스스로가 일터와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하여 투쟁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고 투쟁을 결의해야 한다. 자본과 김대중 정권이 우리에게 투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억압과 착취, 그리고 탄압과 폭력이 있는 곳에 투쟁이 항상 있었음을 가르치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밥줄과 생명줄인 일터를 지켜내기 위한 '고용안정 투쟁!' '생존권 사수 투쟁!'은 절대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경제와 나라를 말아먹은 놈들이 돈과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민중을 짓밟는 미친놈의 세상을 바로잡기 위하여, 우리는 또다시 투쟁을 결의하고 실천할 때이다. 그것도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총파업 투쟁을, 노동자가 중심이 된 범 민중투쟁을.
전해투는 당당하게, 노동자답게 이러한 투쟁의 일익을 담당해 나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노동자답게, 당당하게!'라는 깃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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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
5. 민주노총 이렇게 만들자!
이 상 욱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1기 민주노총의 허물을 벗겨내자!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은 민주노총 건설운동과 맥을 같이 해 왔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지역노조협의회를 거쳐 '전노협'을 건설하였고, 사무일반직을 포괄하는 '업종회의'도 만들었다. 故박창수 열사 노대위와 ILO공대위, 전노대를 거쳐 '민주노총'으로 성장, 발전했다. 민주노총은 제조업과 대공장 그리고 사무일반직을 하나로 묶어 내어 '민주노조 총단결'을 일단락 지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의 성과를 고스란히 갖고 이만큼 왔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건설할 때 벅찬 감격도 잠시 뿐이었다. 96년 임단투 때 민주노총은 시민단체 수준을 뛰어 넘지 못했던 사회개혁투쟁에만 매달렸으며 중앙은 사회개혁투쟁으로, 단사는 임금인상투쟁으로 철저하게 분리시켜 버렸다. 전국적인 임투전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투쟁의 발목을 잡는 행동까지 보였다. 96년 4월 중순 경 한국합섭 투쟁에서 보여준 민주노총의 행위는 단위사업장 투쟁에 찬물을 들어부었다. 한국노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으며, 4월 말 급기야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에 참가하면서 96년 상반기 투쟁을 방치했다.
96년말 노개위 탈퇴와 총파업 돌입 시점을 두고 벌였던 논쟁은 그 자체가 '혼란'이었다. 투쟁을 촉발시킨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날치기'였다. 날치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노총은 안일하게 대응했으며, 협상으로만 풀려고 했다. 총파업 때도 조합원들은 힘있게 싸웠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진 싸움이었다.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파업철회를 '유연한 전술'이라고 민주노총과 언론은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수세적인 대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또한 97년 상반기 투쟁도 '경제위기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섭되어 경제대책기구와 노개위에 또다시 들어갔다.
98년 초반부터 투쟁전술과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는데 이는 97년도 혼란의 재판이었다. 2월 6일 노사정위원회의 잠정합의를 2월 9일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키고 총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2월 13일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파업을 철회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었다.
2기 민주노총 지도부에 바란다!
1) 자주성과 민주성은 민주노총의 생명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조직이라는 것은 단위사업장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조직이고, 자본과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자주적인 조직이라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산업별 공동교섭과 민주노총의 중앙교섭으로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단위사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적어지고 민주노총이나 산업연맹별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자칫 잘못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만들었는데, 민주노총은 조합원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급기야 조합원들과 분리된 조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1기 민주노총의 활동과 투쟁은 단위사업장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뭐가 다르냐?"는 말까지 나왔다. 단위사업장의 목소리는 민주노총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이점은 투쟁시기 아주 분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여기서 교훈을 찾아내야 한다. 공식적인 구조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는 투명성이 생명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집행과정과 집행에 대한 평가는 조합원들의 철저한 통제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이걸 놓치는 순간 민주노총의 '정체성'도 없어지는 것이다.
"선거관련 규정이 많이 보완돼야 할 것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준비과정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할 것입니다.""(대의원) 5배로 늘린다는 것은 2백50명당 한명 꼴인데, 사실 그것도 모자랍니다. 상박하후 원칙을 적용해서 2백50명 이하 사업장까지도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위원 역시 3배 정도 확대해 작은 노조에서도 많이 참여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중소사업장을 끌어안는 가장 중요한 사업은 지역단위 사업입니다. 대의원 배정도 업종 중심이 아니라 지역 중심으로 편재해야 합니다."("이갑용 신임위원장 조합원 인터뷰" {노동과 세계} 26호, 98년 4월 10일.)
2) 2기 민주노총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뛰어 넘어야 한다
1기 민주노총 활동의 사상적 뿌리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었다. 임단투보다 사회개혁투쟁에 집중한다든가, 임단투는 경제투쟁이고 사회개혁투쟁은 정치투쟁이라는 등식도 이 사상적 뿌리에서 나왔다. 사회개혁투쟁을 시민운동 수준으로 떨어뜨려 캠페인과 청원운동으로 국한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이 잣대로 본다면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은 도저히 만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임단투를 '내 배 채우기식 운동'으로 폄하 하기도 한다. 지난 96년과 97년 임단투 때 전국적인 전선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경제투쟁은 노동자 이기주의투쟁이 되어버리고 사회개혁투쟁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사회개혁투쟁을 통해서 국민여론과 언론에 좋은 점수를 받아서 사회세력화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는 투쟁보다는 협상을 더 선호한다. 노개위와 노사정위원회의 무원칙한 참여도 이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로 기운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을 일반국민으로 해체시켜버린 '국민과 함께'는 아무런 검증과정 없이 1기 민주노총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 97년 대공장 선거에서 '국민과 함께'를 내세웠던 후보는 대부분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대중들이 '국민과 함께'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를 가진다. 2기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뛰어 넘어 한국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3) 1천3백만 노동자들의 '희망'으로 태어나야 한다
우리가 민주노총을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노총은 우리가 만든 우리의 조직이라는 소박한 이유 때문이다. 나아가 자본과 국가권력의 그늘 아래서 떡고물이나 받아먹는 조직이 아닌 우리의 요구와 바람을 당당하게 요구해 쟁취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데 있다. 이것을 관철시켜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장의 힘이다. 민주노총이 '종이 호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촉수들이 단위사업장으로 향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민주노총은 싸우고 있는 사업장에 최대한 결합해서 민주노총이 우리의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당장 동양엘리베이터와 자회사인 원실업에서는 용역깡패들이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대한중석노조는 고용과 단협 승계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에게 자본가 뒤에는 국가권력이 있고, 우리 뒤에는 민주노총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원칙과 현실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듯이 투쟁성과 대중성은 항상 함께 하는 것이다. 투쟁 속에서 검증된 지도력이 민주노총을 이끌어 나가고, 또 투쟁 속에서 민주노총이 성장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조합원들의 고통을 정확히 찾아내서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국민주노조운동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98년, 이것만은 해결하자!
조합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고용불안이다. 그런데 지금의 고용불안은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산업의 문제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눠야 하며,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을 철폐해야 한다. 올해 안에 꼭 해야 할 것은 바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을 철폐시키는 일이다. 이것을 철폐시키지 못하면 올해 안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엄청 줄게 될 것이다. 전국적인 전선을 설치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 철폐와 더불어 'IMF 재협상'까지 우리의 주장으로 담아내야 한다.
"조합원이 없으면 민주노총도 없습니다. 조합원을 토대로 하는 민주노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갑용 신임위원장 조합원 인터뷰", {노동과 세계} 26호, 9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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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
6. 민주노총 새 지도부에 바란다
유 선 희
대우자동차노동조합 현장조직건설추진위원회 의장
민주노총이 제1기 지도부에 이어 제2기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어 체제를 갖추어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 가고 있다. IMF 경제 신탁통치시대를 맞아 노동자·민중에게 밀어닥치는 생존권사수의 문제가 핵심과제로 부여된 2기 지도부는 우리 운동의 앞날을 가늠하는 중요한 책임을 걸머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이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민주노총의 진로 여하에 따라 사회개혁의 주체로서 투쟁의 선봉에서 민중들의 신뢰와 지지기반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그 위상이 땅에 떨어져 그 동안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게 하고 운동의 현격한 후퇴를 결과할지 모를 중요한 고비에 서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업과정, 즉 노사정 합의와 대의원대회 부결, 지도단위의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 총파업 결의와 비대위에서의 총파업 철회, 그리고 위원장 선거에서 갈등의 표면화 등 민주노총 내부의 혼란은 현장의 조합원들과 활동하는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에 500개에 달하는 기업부도와 하루에 1만명 이상의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김대중 신정권은 노사정 합의사항을 민주노총 내부결정과는 무관하게 유효한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부여해버림으로써 정리해고, 파견근로제의 입법을 강행하였다. 그 결과 현장 조합원들의 심정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휩싸이게 되었다.
실직에 대한 공포와 지도부의 부재. 이런 상황을 접해야 했던 조합원들의 심정과 취할 태도는 어떠했을까? 그나마 새로운 지도체계가 꾸려져 투쟁과 대안을 찾아가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지도부에 보냈던 조합원들의 태도는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민주노총의 혼란과 지도성의 손실을 가져온 지난 과정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도부의 우경적 경향에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민주노동운동은 자주성과 민주성을 이루기 위한 투쟁을 운동의 전통으로 여겨 왔었다. "투쟁없이 쟁취없다." "투쟁만이 살길이다. 대동단결 대동투쟁" 이것이 어찌보면 민주노총이 걸어온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번 노사정위 참여를 중요한 문제로 바라 보았던 지도부는 투쟁을 중심에 두고 대응하지는 않았다. 노사정 협의에 걸려 있는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아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우리의 무기였다. 우리의 무기가 곧 투쟁이라면 지도부의 방향은 투쟁을 중심에 두고 이를 준비하고 대오를 갖추는 일에발벗고 나서야 했다. 그러나 투쟁은 뒤로하고 노사정 협의에 중심을 두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이 걸어온 길에 투쟁을 통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던가? 민주노조운동이 태동했던 시기부터 운동의 총결산체인 민주노총이 건설된 지금까지 한시도 잊지 않고 고수해왔던 단결투쟁이 이 엄혹한 시기에 방기되고, 협의를 중심에 둔 우경적 경향이 드러날 때 이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우리의 경험에서도 심각한 우편향은 또다른 좌편향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 2기 지도부가 1기의 이러한 면을 전면화시키며 당선되었듯이 우편향과 좌편향의 문제를 교훈적으로 극복해 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중노선의 문제이다. 민주노총이 합법화되면서 사회적 위상 또한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요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운동의 모습은 연맹과 노총을 중심으로 한 논의와 방침 등 상층에 맞추어져 있고, 과거에 우리가 기울여 왔던 대중속에서 그 생활의 일부가 되어 활동하는 현장간부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업장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간부층과 일반 조합원들과의 사이에 관심과 의식의 차별성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1200만 노동자중 조직된 수는 150만 정도, 그중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수가 60만이라고 한다면 아직도 우리 사업의 중요한 노선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민주노총의 조직확대사업이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사회 발전에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변혁 주체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는 못한 현실이다. 지금 놓여진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되 대중활동노선을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70∼80년대초 선배들이 해왔던 정신에 입각하여 현장조직 활동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을 견지해 나가기를 바란다.
시련 앞에 놓인 민주노총의 활동이 우리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부디 올바른 방향과 정책으로 21세기를 열어나가는 주체로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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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
7. 민주노총 2기에 바란다
백 석 근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
IMF라는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 2기가 출범하였다. 정권교체 이후 노사정위원회의 파고에 의해 지도집행력이 심대하게 훼손된 가운데 민주노총의 하부로부터의 개혁을 주장하며 탄생한 제2기 이갑용위원장 체계는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등 노동법이 개악된 현실에서 노동계는 실업대란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5월 이후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제조업의 정리해고를 감안하면 실업의 문제는 이제 한계상황을 넘고 있다. 또한, 철거민, 노점상, 농민 할 것 없이 경제적 어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다. IMF를 빌미삼아 개혁이라는 어줍잖은 이슈를 내세워 극한 핍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통분담'이라는 구호는 이미 퇴색되고 말았다. 고금리시대에 불안한 설비투자를 하느니 이자수익이 낫다는 가진자들의 논리가 민중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정도가 되었다. 경제 파탄의 원흉들에 대한 처벌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고 재벌들의 구조조정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빌미로 고금리, 저성장, 긴축재정, 노동의 유연화를 요구한 IMF협약에 대해 현실의 문제를 내세워 재협상요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을 믿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
정부는 7조9천억의 재원을 마련하고 150만명의 실업구제에 나섰다. 그러나 과연 장기적이고 구체적 대안일 수 있는가 의심스럽다. 주당 1시간 미만의 근로를 기준으로 파악한 실업대책이 과연 옳은 정책이 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비정규직의 실업문제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최근의 고용구조조정에 대한 대응과 민중생존권에 대한 문제까지를 시대적 요구로 받아 안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첫째, 기존의 조직을 강화하고, 정규직노조의 확대에 못지 않게 미조직 노동자의 대부분인 비정규직 조직사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산별조직을 실효성 있게 결성해 나가는데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중요한 문제이다.
둘째, 당면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에 대한 정확한 방침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투쟁을 조직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셋째, 1998년도에 가장 주요한 사업 중 하나가 실업대책 활동일 것이다. 실업문제의 해결 없이 노동조합이 강화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민주노총 2기는 실업 문제에 대해 적극적 행동을 하여야 한다. 조만간 IMF가 끝나지 않는다면 더더군다나 실직자에 대한 올바른 사업이 필요하다.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실직자가 노동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법적 해석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노총이 200만이 넘을 실직자의 문제에 선봉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제 민족민주단체와의 연대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1997년 국민승리21의 활동을 올바르게 평가함으로써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현정권의 통일정책의 변화에 따른 민주노총의 대응도 중요하다. 통일운동의 활성화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제도개선에 있어서도 노동자적 관점을 견지하는 가운데 민중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서야한다.
다섯째, 민주노총의 지도집행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투쟁에 있어서도 대중성을 겸비한 강력한 지도력만이 승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업종과 기업의 틀을 넘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화하기 위한 지도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1996년말부터 시작된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 열기를 되살려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부가 되어 주길 바란다.
이상의 바램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산하 조직들의 대동단결을 요구하고 싶다. 민주노총은 우리의 자랑이며 희망이다. 제2기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을 일소하고 제2기 집행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사무관리직, 공공부문, 제조업, 비정규직 등 할 것 없이 지도집행력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산하 연맹별로 구체화 하여야 한다.
제2기 이갑용 위원장이 1년 임기를 천명하고, 3기 집행부를 직선을 통해 구성한다는 방안을 선거과정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적 문제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불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당면한 투쟁을 앞세우고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현명하고 옳은 판단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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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