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
김 성 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1. 외환금융위기의 지속, 실물경제의 위기 그리고 계급갈등의 심화
외환금융위기에서 표출된 한국경제의 위기는 외환금융위기가 불안정하게 지속되는 상황하에서 실물경제의 위기로 발전하였고 그에 따라 계급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외환위기는, 지난 1월 말 240억 달라 규모의 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 협상타결 이후 심각한 상황은 외견상 일단 넘긴 것처럼 보이지만, 국제 정치경제상의 불안한 요소들 외에도 국내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의 부실화가 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하에서 외국금융기관들의 압력은 지속되고 있고 그에 따라 김대중정권이 고대하는 외국자본의 도입과 유치도 아직은 지체되는 실정이다.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 유지 의무와 100조원에 이르는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등으로 지속되고 있고, 작년 12월이래 2개월씩 갱신되는 기업어음의 만기연장 등 사실상의 부도경제가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전히 지속되는 고환율, 고금리는 다름 아닌 이러한 상황의 표현이다.
한편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98년 1분기 국내총생산 잠정집계에 따른 실물경제의 상황을 보면, 실질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하였는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가져온 것은 지난 80년 4분기의 -7.8% 이후 처음인 것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6.4%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산업생산에서의 생산저하가 성장률의 저하를 가져온 주요 요인임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성장률 저하는 무엇보다 -40.7%를 기록한 설비투자의 감소와 -10.3%를 기록한 민간소비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서, 같은 기간 대비 수출은 27.3%의 증가율을 보였고 수입은 -25.4%를 기록하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공식적인 실업률조차 98년 1월 4.5%에서 4월 6.7%로 증대하였고 실업자수는 그 기간중 93만4천명으로부터 143만4천명으로 증가하였다. 지난 2월 17일 IMF와 한국 정부가 새로 합의한 98년도 거시지표에서의 성장률이 (-)성장의 가능성을 포함하여 1% 이내였던 것을 생각하면 현실의 성장지표는 심각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심각성은 실물경제의 위기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성장지표의 하락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경제위기에 대한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은 지금까지 16개 종금사들의 인가취소 또는 업무정지를 포함하여 명예퇴직 형태의 금융기관 노동자 및 사무직 노동자 정리해고와 중소기업의 도산, 실업 정도에 한정해서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바, 이제 6월부터 금융기관과 대기업 그리고 공공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산업생산과 성장의 위기, 실업의 급등은 예고된 결과라고 생각되며 이 위기는 지금까지 금융기관 등의 사무직 노동자들이나 중소기업의 노동자들과 달리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야기시켜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성공할 경우 1998년 GDP는 -1.4%의 성장률을 보이고 99년부터 성장률이 회복되어 3.1%, 2000년에는 5.1%를 기록하여 99년부터 취업자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에는 98년 -3.1%, 99년 -0.4%, 2000년에야 1.4%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올 1분기 -3.8%라는 실물경제의 위기진행을 보면,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기대하는 효과를 상정한다 하더라도 위의 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개발원은 이런 전망치에서 구조조정, 즉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어 성공할 경우에나 구조조정의 고통을 올해 안으로 끝내고 내년에는 위기극복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난 20년간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정책의 실험 결과를 보면 이런 정책은 결코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이 정책이 급진적으로 진행되면 될수록 그 파괴적인 효과는 더욱 심각하게 전개될 것이어서 그 효과를 한국정부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이 지체되어온 주요한 이유도 단지 6월 4일 지방선거를 넘기고 난 후에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이 구조조정이 가져올 정치경제적 효과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로 김대중정권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을 선전하면서도 그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지 못하고 정책상의 혼란으로까지 비쳐지는 비틀대는 모습을 보여 왔다(예컨대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 기업구조조정과 기업 죽이기/살리기를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즉각적인 산업, 증권계의 혼란, 그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을 상대화하며 진화에 나선 금융감독원장의 기업 살리기 주장이라든가 기업구조조정을 시장적 원리에 의해 진행하겠다면서 부도 직전의 동아그룹에게 다시 6000억원의 협조융자를 제공하는 결정 등이 다름 아닌 그것이다).
이제 김대중정권은 IMF의 요구대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을 강행함으로써 대량실업과 저성장을 강제하고, 계급대립을 첨예하게 발전시켜 한국경제를 파국으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타협해서 IMF로부터 정책전환을 받아내도록 IMF와 다시 협상해야 하는가의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위기속에서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은 그만큼 취약한 것이 아닐 수 없는데, 그 정치적 선택과 향후 일정은 물론 노동자계급과 노동조합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크게 영향받을 것이다.
지금 노동자계급에게는 두 개의 선택만이 열려 있다. 하나는 IMF와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과 정책전환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정책을 수용하고 그 정책의 실행에서 나타날 파괴적 효과들을 사후적으로 완화하고 관리하는 정책에 협력하는 것이다. 지금 최대 현안인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참가하느냐 아니냐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결정이지만, 두 개의 선택과 관련해서 보면 시간과 모양에 관한 투쟁전술의 문제일 것이며 결국 노동조합은 두 개의 대응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정권도 위기속에서 기로에 서 있다면, 노동조합도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2.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 위기의 정책인가 정책의 위기인가
즉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외환금융위기에서 표출된 바의 그 위기만이 아닌,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의해 심화된 위기이다. 즉 외환금융위기 전개에서 비롯되는 위기도 지속되고 있지만, 그 위기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가져온 위기심화의 성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지하다시피 IMF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긴축정책을 통해 저성장·고실업과 국제수지적자 해소를 도모하면서 시장주의적 구조조정정책을 통해 재벌지배체제를 합리화하고, 자유화와 대외개방정책으로 시장경쟁을 강화하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고도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김대중정권은 이 위기의 심화를 과도적으로 불가피한 신자유주의정책의 결과라고 인정하면서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에 의해 위기는 조만간 극복될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 정책에 따르면 문제는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심화될 위기인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과도적인 희생을 감수하고 철저한 시장주의 조정정책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은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주의적 구조조정(국가의 재정지원을 동반하는)에 의해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들을 정리하여 그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고 시장규율을 확립하며 개방화정책과 함께 이 과정에서 외국인투자를 촉진 유치하는데 있다. 이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실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후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사회적 통합을 유지할 수 있고 나아가 구조조정이 성공함에 따라 고용창출을 기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과도적인 실업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정책처방은 한국경제의 위기가 기본적으로 관치경제(보호/통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등)로 인한 시장규율의 붕괴(자기책임의식 결여, 독점이윤추구와 이른바 도덕적 해이의 만연, 부정부패), 그로 인한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차입, 자원배분의 왜곡 그리고 기업과 금융부실 등 총체적 부실화에서 비롯됐다는 시장주의적 원인분석에 근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책의 대변자들은 이런 분석에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관치경제와 결합한 위기의 한 원인, 주요원인이 아니라 관치경제의 결과물로 이해함으로서 위기극복정책에서도 재벌지배체제의 개혁 또는 해체를 직접 과제로서 설정하지 않고 관치경제의 철폐와 시장규율의 확립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금융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부실금융기관의 신속한 정리와 우량금융기관의 선도 유도, 정보의 투명성, 객관성 제고를 통한 시장기능 활성화, 주주, 경영진 등 시장참가자간 책임원칙 확립, 재정자금의 조기지원을 통한 금융시스템의 붕괴방지의 방향에서 추구되며 이를 위해 부실채권정리 및 은행증자, 은행간 합병, 서울/제일은행의 조기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업구조조정은 이른바 기업구조조정 5대 원칙(기업경영의 투명성, 상호채무보증의 금지, 건전한 재무구조, 핵심주력기업 설정,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확립)에 입각하여 부실기업정리, 지배구조와 경영투명화, 인수합병의 활성화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런 정책으로 그 대변자들은 재벌과 금융의 지배구조를 개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정책이 관철되면 기업과 금융부문에서 미증유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독점화 경향은 보다 심화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 인수합병과 독점화운동은 재벌들 상호간에서만이 아니라 외국 독점금융자본과 국내재벌 사이에서도 본격화할 것이고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지배의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조건하에서 재벌개혁이라는 것은 결국 실현될 수 없을 것이고 국가와 재벌 또는 외국 독점자본간의 유착관계는 보다 공고해질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허용될 것으로 보이는 지주회사 설립도 이런 전망을 현실적이게 한다. 나아가 이 정책은 시장주의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구조조정정책은 정부의 재정부담하에서 정부주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결국 이 정책이 가져올 파괴적인 효과들을 국가, 국민, 노동자가 부담하면서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회복시켜 준다는 의미를 드러나게 한다. 이 정책은 이렇게 외견상 시장주의원리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질 지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이 정책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그것과 현실의 모순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대중정권이 표방한 '민주적 시장경제'란 원래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한국화 또는 독일 시장경제모델에 미국 다원주의와 일본 협조주의 모델을 가미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를 승인한 위에서 이 시장질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독자적인 경제정책론에 근거하였다. 이 경제정책은 한편에서 시장경제의 외적 조건을 창출하는 국가의 질서정책(질서정책의 구성적 원리)과 다른 한편에서 시장경쟁의 조건을 파괴하는 경향(독점화경향/계급간 불균등발전경향)을 차단하여 경쟁조건을 유지하는 질서정책(질서정책의 규제적 원리)을 통해 시장기구의 자율조정과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보장정책과 계급타협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경제정책은 현대자본주의하에서 불가피하게 된 국가의 포괄적인 경제개입이라는 현실과, 노자간의 계급타협에 기초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정치경제제도에 비추어 외견상 현실 정치경제에 대한 그럴듯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현대자본주의하에서 국가의 경제정책은 실제로는 결코 시장경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자본의 재생산과 그 이윤증식을 위해 경제에 개입하고 국가기구와 사적독점이 융합하는 과정인데 이 질서정책론적 이론은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 엄폐하는 것이다. 또 노동자계급에 대한 일정한 양보와 노자간의 계급타협은 결코 이 질서정책적 이론의 구상에 따라 주체적으로 실현된 것이 아니라 코포라티즘하에서 일지라도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경제적 투쟁에 의해 강제된 성과일 뿐이다. 따라서 이 질서정책적 계급타협은 타협의 물질적 토대를 갖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며 1970년대이래 선진자본주의경제가 구조위기에 빠져들고 노자간에 계급갈등이 심화되면서 갈등과 위기에 처하게 된 것처럼 역사적인 제한성을 갖는다. 이렇게 보면, 질서정책적 이론이 김대중정권에 의해 신식민지 한국에 수용되면서 그 운명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계급타협의 물질적 토대가 취약한 한국에서 민주적 시장경제란 처음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 텐데 나아가 외환금융위기라는 위기적 정세에서 출범한 김대중정권으로서는 그 경제정책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김정권은 결국 IMF의 경제정책(영미적 신자유주의정책)을 충실하게 받아들여 독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표방한 민주적 시장경제로부터 우향화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민주적 시장경제'인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인가 하는 웃지 못할 개념상의 논쟁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으로 정리되었다.
독일 신자유주의정책이 경제성장의 국면에서도 국가의 경제개입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하여 설명하는 것이고 그 기만은 특히 경제위기의 국면에서 친독점자본적 경제정책과 계급갈등의 심화로 폭로될 수밖에 없다면, 영미적 신자유주의에서는 현대자본주의하에서의 국가와 시장의 현실적 관계를 이데올로기적으로조차도 표현하지 못한다. 영미 신자유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로까지 발전한 현대자본주의하에서의 국가개입의 불가피성, 그 역사적 불가역성, 그 현실성을 부정하고 경제로부터 국가개입의 배제, 시장의 무제한적 자유를 선전했지만, 현실 경제정책에서 그 선전대로 국가의 경제개입을 포기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국가개입의 영역은 확대되었다. 결국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적 기만은 국가의 경제개입을 독점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방향에서 조정하면서도 그것을 엄폐하고 마치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경제적 재생산과정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그 본질이 있다.
김대중정권은 독일 신자유주의정책 구상으로부터 IMF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였으나 결국 이 정책은 이론적으로는 시장급진적이었지만 현실정책에서는 그대로 실현할 수 없는 그런 정책이었으므로 김정권의 경제정책은 IMF의 시장급진적인 정책요구와 경제정책의 현실사이에서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IMF의 신자유주의정책은 위기의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시장기구에 위임하여 시장규율에 합당한 기업만이 생존하도록 한다는 것이며,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을 배제하고 금융기관 또한 시장원리에 따른 부실정리를 요구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철폐하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벌 대기업들조차 부도위기에 처한 위기국면에서 이런 정책이 가져올 파괴적인 효과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연쇄적인 기업도산과 그에 따른 대규모의 실업양산, 계급대립의 격화는 김정권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김정권은 이런 정책을 선전하면서도 그 파괴적인 효과를 감당할 수 없고 결국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정권의 구조조정정책은 국가의 관리하에 또 국가 그리고 국민의 부담하에 수행될 수밖에 없을 텐데 몇몇 대기업들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협조융자라든가 부실채권을 인수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성업공사, 예금보험기금 출자라든가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국가의 현물증자, 후순위채권 매입 등)이 다름 아닌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IMF의 정책요구에 반하는 것이어서 이 정책에 대해서는 IMF로부터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이에 대해 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을 통해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은 일종의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권의 경제정책의 이런 딜레마는 다름 아니라 영미 신자유주의정책이 지닌 노골적인 이데올로기적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을 선전 그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사실상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통해 사회적 형태로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관계를 시장주도적 또는 시장지향적 구조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 선전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적으로 동원된 자금이 이 구조조정정책에 들어가 재벌의 지배구조를 회생시키는데 사용되는 관계를 은폐하는 것이다. 즉 현실의 구조조정은 결코 시장의 원리에 의하지 않고 국가의 관리하에 진행되며 그 필요자금은 결국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증세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금은 재벌의 소유와 경영지배구조를 보다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향에서의 일탈의 성격을 분명히 해서 이데올로기적 외관을 걷어 내고 사회화 방향에서의 구조조정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 그와 함께 민중의 민주적 통제를 제고하는 방향에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업대책과 생존권 안정의 문제도 이런 방향에 조응해야 비로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사회화 방향에서의 구조조정정책은 이렇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이고 낡은 정책이 아니라 현대자본주의하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경제정책(국가독점자본주의적 경제정책)이다. 진보진영은 이 현실적 정책을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맞는 방향으로 내용과 형태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뿐이다.
3. 정책전환의 주요방향
단기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긴축정책을 확장정책으로 전환해서 적극적인 탈불황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재정금융상의 확장정책(통화공급과 저금리유도, 기존 실업자/실업기금을 위한 재정확대)과, 재정조달을 위한 조세정책(자산계급으로부터 대폭적인 자산세증대,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을 포함하며 나아가 금융확장정책이 중소기업에까지 효과적일 수 있도록 금융통로의 개혁 등까지 고려하여야 한다. 이 정책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달리 실업승인과 사후적인 실업대책이 아니라 실업방지와 고용유지,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유지, 최저생활급 보장을 주요한 방향으로 설정한다(개별 산업부문, 개별기업의 경기 및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방안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노동자 참여하에 기업경영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서도 만약 이런 방안이 불가능한 개별기업, 개별산업의 경우에는 국가의 대폭적인 사회보장정책의 확대를 통해 간접적인 지지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 재벌을 해체하고 사회화 방향에서 소유와 경영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정책을 수행하여야 한다. 단기 불황대책과 실업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구조개혁정책을 통한 위기극복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개혁정책의 핵심은 재벌해체, 금융기관 국유화, 국가부문과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자들의 참가와 통제, 관료주의 혁신에 있다. 나아가 대외종속적인 경제구조를 국내 산업, 기업간 분업연관을 회복하는 방향에서, 세계시장이 아니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재생산체제의 구축을 모색해야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개혁과제이다.
이런 정책을 과연 우리가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을까, 그것이 도대체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나는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현실적으로는 두 개의 길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즉 신자유주의의 길과 민주적 구조개혁의 길(또는 김정권의 신자유주의정책이 파산할 경우 정치적 반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파시즘의 길). 민주적 구조개혁의 길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한, 그것은 적극적이든 아니면 수동적이든 신자유주의로의 길(독일적 신자유주의든 영미 신자유주의든)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구조개혁의 길이 옳은가 아닌가라는 프로그램적 논쟁을 이론적, 정치적으로 정리하고 그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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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