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차 4社의 최근 동향을 중심으로 -
김 정 우
자동차산업 동향팀
지난 5월 20일자 각 조간신문에 현대자동차의 대규모 구조조정 내용이 비중 있게 실렸다. 전체 직원의 18%에 해당하는 8,189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마침내 대규모 정리해고의 위험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 온 것이다. IMF 구제금융이라는 조건 속에서 '노사정합의→대의원대회부결→정리해고법제화→비대위총파업선언, 철회→민주노총2기선거→5·1절 투쟁' 등 숨가쁘게 지내온 지난 3개월의 여정 끝에 비로소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자간 일대격전이 발발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노동현장은 생산축소로 인한 가동률 저하로 고용불안 심리가 팽배해 있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라는 생존권 박탈의 위협이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이 있다. 현재 자본측은 이러한 '정리해고'위협을 배경으로 '노동통제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는 점이다. 고용불안은 경향적으로 노동운동의 단결력과 교섭력을 약화시키기 쉽다. 이러한 시기를 틈타 자본측은 그동안 노조의 저항에 부딪쳐 온전히 추진하지 못한 '신경영전략'을 공세적으로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대규모 고용조정' '노동강도 강화' '노동통제 심화'라는 자본측의 경영전략이 '국제적 수준의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자본합리화'의 필요성이라는 외적 조건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현장에 침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한지 완성차 4개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자동차 산업 동향
자동차 산업은 수익성이 높고, 산업 연관 효과가 크며,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즉 규모가 클수록 수익성과 경쟁력이 높아지며, 이러한 이유로 과거부터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자본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왔다.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자동차 자본의 발전전략은 필연적으로 거대독점자본을 탄생시켰고, 자본간 경쟁의 격화와, 수요를 뛰어넘는 과잉생산을 불러일으켰다.
1996년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생산능력은 6,800만대인데 반해, 실제 생산대수는 4,960만대로 이미 1,840만대의 과잉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2001년에는 2,020만대의 과잉생산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잉생산능력에 따라 세계 자동차 산업의 공장 가동률은 73%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서유럽(33%)과 북미(21%)의 경우 그 수준이 더 심각하다.(주1)
국가에 의해 집중 육성되었고, 급속한 자동차 보급과 수출증대로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도 자본간 경쟁격화로 인한 중복·과잉투자 현상은 예외 없이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대수는 90년의 132만대에서 96년의 281만대로 6년 동안 2배 이상 급성장 했다. 94년 삼성의 자동차시장 진출이후, 쌍용의 승용차 공장 건설, 현대 아산공장과 대우 군산공장의 신설 및 가동으로 인해 97년의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능력은 무려 416만대까지 늘어났다.
한편 98년 5월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량 축소와 극심한 내수 침체로 판매부진 현상에 직면해 있다. 일부 업체들의 신차투입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경기침체 및 IMF한파로 인한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및 정리해고 법제화에 따른 고용불안 등으로 98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내수판매는 전년동기대비 49.2%나 감소한 225,609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재고 누적 및 생산축소로 98년 2월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45%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생산축소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정리해고와 노동강도 강화, 현장통제 강화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표 1> 월별, 기간별 생산·판매·내수·수출 추이 위: 천대, %
|
구분 |
97년 |
98년 |
증감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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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
2월 |
3월 |
1-3월 |
1월 |
2월 |
3월 |
1-3월 |
전월비 |
동월비 |
동기비 |
|
|
생산 |
140 |
220 |
272 |
632 |
124 |
157 |
156 |
436 |
-0.6 |
-42.7 |
-31.1 |
|
판매 |
118 |
189 |
232 |
539 |
93 |
123 |
176 |
392 |
43.2 |
-24.2 |
-27.3 |
|
내수 |
77 |
109 |
120 |
306 |
45 |
49 |
61 |
155 |
23.9 |
-49.3 |
-49.4 |
|
수출 |
41 |
80 |
112 |
233 |
48 |
75 |
115 |
238 |
54.4 |
2.7 |
2.0 |
자료: 한국자동차공업협회(1998.5.8), {'98.4월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잠정)}
2. 고용불안과 공세적 '신경영전략'
앞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 산업 재편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자본간 경쟁격화로 인한 과잉·중복 투자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간 과당경쟁의 결과가 노동자들에게는 심각한 고용불안과 생존권 박탈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온 '신경영전략'의 미명하에 노동강도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구해온 생산제일주의는 과잉생산이라는 필연적 상황에 봉착하자, 유휴인력 정리, 일자리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공격의 첫 희생양은 하청·용역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 방출은 곧 정규직 노동자 해고의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올 들어 3,000명 이상의 용역을 방출한 현대자동차는 5월 들어 정규직 8,189명 감원과 그 방식까지 밝힌 상태이다. 기아자동차의 3,500여명 감원설 등 이미, 대규모 감원계획이 노동자들에게는 단지 설(說)이 아닌 구체적인 생존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의 철수로 발생한 필요인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보충이나 전환배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가뜩이나 센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즉, 자본은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배경으로 한편에선 정리해고라는 칼날로 심각한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선 '신경영전략'의 공세적 기조를 유지·강화하여 노동자의 분할과, 현장의 노동통제 강화, 노동조합 무력화 등을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제 각 사의 최근 상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회사측은 일찍이 90년부터 경영시스템의 제도적 개선과 임직원 및 작업자들의 의식·행동의 변화를 통해, 2000년까지 10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다는 목표로 중장기적 경영합리화 전략인 'GT-10'운동을 전개해왔다. 95년 이후에는 WTO 체제의 출범을 겨냥하여 GT-10을 더욱 구체화시킨 '21세기 경영전략'을 도입하여, 조직, 장기 손익 계산, 생산성 향상, 상품 개발, 기술 개발, 세계화,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일곱 가지 중점과제의 개선을 추진해 왔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정리해고의 위협이 가장 구체적이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회사측은 이미 지난해 임단투를 앞두고 소위 "모답스(MODAPS)이론에 근거하면, 2000년대까지 5,550명의 여유 인력이 발생한다"고 밝히면서 각종 언론에 신규채용을 억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MF사태 이후에는 공장별 여유인력을 구체적으로 산정해 발표하고, 98년 한해 동안 총 3,001명의 여유 인력을 정리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이후 98년 1, 2월 동안 전 공장별로 회사측과 공장별 대의원간에 인력운용에 관한 협상이 진행되어, 일부에서는 근무형태의 변환과 배치전환이 이루어졌고, 과장급 이상 비노조원 간부사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해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단행하였다. 이 기간중 임원의 20%가 정리되었고, 과장급 이상의 사원중 약 5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4월 16일 회사측은 그동안 과장급 이상에게만 실시하던 희망퇴직을 3만5천명 전사원을 대상으로, 17일부터 23일까지 1차로 모집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에는 8,189명 정리해고와 나머지 (회사측이 산출한)잉여인원(주2)인 6,842명분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감축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그 내용을 노조에 통보하여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용역 방출과 배치전환, 희망퇴직자 방출 과정에서 이미 노동강도는 강화되었고 정리해고의 위협 한편에서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 규제력 강화를 위한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97년에는 점심시간에 일찍 자리를 비우는 인원을 체크한다는 명목으로 식당 등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였다가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는 사측이 최근에는 노동규율 강화를 목적으로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신종 고과제도라 할 수 있는 우수반원 포상제도(포상금 10만원)를 도입·실시하고 있다.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은 작업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규율을 강화하여 작업시간 중에는 잠시의 여유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본의 의지 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은 94년에도 실시했다가 중단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강도를 더해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작업장내 흡연 금지, 점심시간 및 퇴근시간 지키기(주3), 작업시간 중 이동금지 및 신문 안보기, 작업장내 걸터 앉을 수 있는 의자 등의 도구 치우기, 조끼 입고 작업하기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은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과거처럼 자발적 거부로 외화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운동이 회사측의 의도대로 관철된다면 이는 곧 노동조합의 현장장악력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에 대응하여 '자주성 회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조끼 벗고 일하기, 조끼에 '고용안정 쟁취'라는 구호 붙이고 일하기 등이다. 또한 현장동력에 따라 대의원들이 일부러 작업장 내에서 담배를 피운다든가, 박스에 앉아 쉰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조직하여 회사측의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의 관철 정도는 노동조합의 현장장악력 정도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최고의 현안인 '대규모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노조측은 '정리해고 절대불가'라는 원칙아래 5월 26일 조합원 89%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하였고 민주노총과 함께 27일부터 시한부 1차 파업에 돌입하였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갈등은 어차피 노사간의 역관계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해고란 곧 생존권의 박탈을 의미하는 우리나라의 조건 속에서, 노조가 정리해고를 두고 타협할 수 있는 근거는 상당히 미약하다. 결국 정리해고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강한 단결력과 교섭력, 투쟁동력을 유지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노사대립은 과거 89, 90년 현대중공업, 95년 한국통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향후 임단투 정세와 고용보장투쟁의 성패를 규정하는 중요한 투쟁으로 자리매김 될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중요한 투쟁으로 주목받고 있다.
2) 현대정공
싼타모, 갤로퍼 등 디젤차를 주로 생산하는 현대그룹의 또 다른 완성차 제조업체인 현대정공의 경우에도 고용불안과 노동통제의 심각성은 현대자동차 못지 않다.
회사측은 94년부터 조·반·직장 등 현장 감독자의 숫자를 늘리고 권한을 강화하였다. 더불어 팀제 도입, 라인자동화 및 로봇 도입 등의 방식으로 노동강도와 노동통제를 강화시켜왔다. 이에 대항하여 노조측은 부서집행위, 부서운영위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현장조직과 현장활동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신경영전략에 맞서왔다.
현재 현대정공의 최대 현안은 공작기계 사업 양도 및 공정조사에 의한 잉여인력의 문제, 즉 고용불안이다. 현대정공은 5월 현재, 성과급 150%가 체불된 상태이며, 공작기계 사업이양으로 인한 100여명 이상의 잉여인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정조사' '공정합리화'를 둘러싼 회사측의 교육강행으로 노사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측은 그 동안 '공정물류 합리화'란 이름아래 원가절감 10%를 목표로 교육과 공정분석을 병행하여 10명 정도 일하는 곳에서 2∼3명의 인원을 빼고 나머지 인원으로 현 수준의 생산을 하는 방식으로 라인을 돌리고 있다. 이는 노동강도의 강화와 더불어 향후 정리해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순이다. 초기에 '공정조사'니 '표준시간 설정'이니 하는 방식으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잉여인력을 산출한 뒤, 이 인원을 이후 고용조정의 근거로 제시하는 전통적인(?) '노동강도 강화 - 고용불안 조장'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회사측은 일방적인 공정조사의 부당성을 시인하고, 노동조합과의 공동연구를 비롯한 제반 사항을 잠정합의하고 서명만 남겨두었으나, 실제로는 지키지 않고 독자적인 공정조사와 조합원 교육을 강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 '공정조사' 및 인원빼기에 대항하여 노동조합은 지난 4월 17일 갤로퍼 샤시라인을 부분 정지시켰으며, 5월 7일 오후에는 차량사업본부 싼타모, 갤로퍼 조합원 모두가 집회후 퇴근하는 방식으로 조업을 중단시켰다. 한편 회사측은 노조의 저항이 거세어지자 법원에 노조간부의 현장출입가처분 신청을 내서 가처분 금지 판결을 받아냈다. 회사측이 공정조사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인원을 빼내고 있는 상황인데도 조합간부는 '공정조사'와 관련하여 현장출입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회사측은 공작기계 부분을 독립법인화 하거나 양도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4월 30일 노조측에 공식 통보한 상태이다. 공작기계사업과 관련된 생산, 영업, 기술, 인력 및 자산·부채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신설법인에 포괄적으로 양도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현재 공작기계에서 석달 이상 휴가중인 인원은 108명에 달하고 있는데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곧 이 인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의미한다며, 108명의 전환배치와 전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측의 일방적인 공정조사 반대 및 인원빼기 거부, 공작기계 인원의 전환배치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의 방침에 입각하여 5월 27일을 정점으로 본격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정공의 고용보장 및 공정조사 저지투쟁은 인근 현대자동차의 단체행동 추이에 의해 급격한 연대투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도 91년,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로의 진입을 목표로, '고객 우선주의', '세계화', '경영혁신' 이라는 PRIME-10전략(주4)을 세운 이래, 93년 '의식혁명'·'관리혁명' 및 '중장기발전계획', 94년 조직개편, 95년 NISE-95운동 등 꾸준히 신경영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기아노조의 투쟁은 향후 임단투 정세와 고용보장투쟁의 성패를 규정하는 중요한 투쟁으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중요한 투쟁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부도 이후 최근까지 '3자 매각'을 둘러싸고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어 왔으며, 4월 16일부터 19일까지는 '3자 매각 반대'를 위한 전면파업과 '법정관리인 출근저지' 투쟁이 진행된 바 있다. 노조측이 3자 매각을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대규모 정리해고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작년 부도유예협약 이후 1만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으나 회사측은 추가로 생산직 3,500명 포함한 6천명 감원설을 언론 등에 흘려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94, 95년부터 장기적인 계획아래 추진되던 KPS(KIA
Paradigm Shft)운동을 98년 들어 전사교육으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KPS는 94년, 도요타 출신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KPS를 통한 기아의 JIT 구축'을 목표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온 경영혁신 프로젝트이다. 94년 8월 'KPS 사무국'이 발족하여 1단계 '공장체질 강화' 사업이 전개되어 왔으며, 95년 10월부터는 '전사적 전개를 위한 시스템 개선' 사업이 실시되었고, 96년에 생산시스템 전문가 양성교육이 실시되어 70여명이 선발되었다. 97년에는 전사원 대상의 교육교재 구성이 완료된 바 있다.
회사는 신생산방식(다품종 수주생산)을 전개하려는 장기적 계획 하에 KPS를 추진하여 왔으며, 이를 위한 양대 축으로 PIE(Profit Industrial Engineering)와 JIT(Just In Time)체제를 구축할 것을 설정하고 있다.(주5)
PIE는 관리감독자, 특히 직·주임을 비롯한 감독자들을 의식화, 조직화하여 자주연(현장개선연구회)이라는 틀로 묶고, 이들을 매개로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PIE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수주생산을 위한 공장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원가절감과 유연하고 표준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5S운동, 탄력적 노동력 이용, 노동의 표준화, 원가절감 운동 등이 강화될 것이고, 이는 곧 노동에 대한 감시 강화와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JIT생산의 핵심은 후공정인수 방식에 의한 재고량 절대 감축이다. 이는 사내 생산과정과, 협력업체 등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부품업체까지 JIT가 적용되려면 물류를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는 교통문제 혹은 입지조건이 해결되어야 하나 현재의 조건 속에서는 개별 자본의 노력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내 환경 조성 등에만 집중될 공산이 크고 5S운동, 소인다능공화, 표준작업제도 등이 자발성의 외양으로 포장되어 전사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JIT생산을 위한 물류체계 정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결국 PIE운동과 JIT체계 구축운동은 사내환경조성, 즉 직·주임 등 감독자에 의해 주도되는 현장통제 강화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KPS '신생산방식 운동'은 '법정관리'라는 현안문제에 묻혀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조장, 나아가 평조합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노동조합은 임단투 시기의 교육반대, 노동조합 합의하에 실시 등을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회사측의 집요한 추진계획 등에 대비한 총체적인 이해와 연구,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4)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는 90년대 초반부터 NAC 도전운동이라는 신경영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사업장중 하나이다.(주6) 여타 완성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생산축소에 따른 잉여인원과 고용불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나, 98년 3, 4월 현재, 일부 라인의 조업단축에도 불구하고 각각 전월대비 10.2%, 2.1%씩 생산이 증가하는 등 비교적 여건이 나은 편이다.(주7)
대우자동차의 고용불안 문제는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된 것이다. 이미 92년초 NAC 1단계를 추진하면서부터 고용불안을 조장하여, 자연감원을 유도 많은 수의 노동자가 직장을 떠났고, 작년 군산공장 준공과 관련해서도 회사측은 잉여인원 문제를 계속 제기하여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린 바 있다. 작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생활과 관련하여 가장 불안한 요소'로 고용문제를 지적하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주8) 잉여인력 정리의 일 순위는 외국인 연수생을 비롯한 용역노동자들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평공장에서만 천여명에 달하던 용역노동자들이 점차 감소하여, 식당, 도장청소 등의 작업라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철수했으며, OJT로 들어와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거의 현장을 떠난 상태이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력 철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고용불안으로 체감되고 있다.(주9)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고용불안을 배경으로, 악명 높은 NAC 도전운동의 3단계를, 그것도 보다 체계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회사측 방침이다. 회사내부자료(1998)에 따르면, NPS-G1(NAC Paradigm Shift - Global No.1)이라 명명된 NAC도전운동 3단계는 경영체질 개혁운동인 'NAC 1단계'와 경영구조 혁신운동인 'NAC 2단계'의 성과를 바탕으로 NAC 도전운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경영혁신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일류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대우자동차 고유의 경영혁신 활동 체계로 정의된다. 특히 지난 6년간 추진되어온 NAC 1, 2단계 활동이 '양'적인 팽창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면 이번 NPS-G1운동은 이러한 양적 팽창에서 더 나아가 '질'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고 한다.
NPS-G1운동의 세부 과제 중 몇 가지 주목할 지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비용절감의 기조아래 원가축소, 비용 50% 축소를 목적으로 직접 인건비의 감축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M/H관리와 잉여인력 관리를 설정하고 있는데, 우선 부평공장 3월, 군산공장 6월중에 표준작업시간을 재설정하고(주10) 작업을 재편성함과 동시에 직단위로 표준시간을 유지·관리토록 하여 기존의 대당 M/H관리에서 공장별 종합효율관리 체계를 구축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간접인력과 비활용인력의 M/H 부하를 측정하여 절감목표를 달성하고, 앞으로는 작업 재편성시 노조와의 협상관행을 타파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직·간접 잉여인원을 최소 분기단위로 수시 재배치 운영하는 등 시종 공세적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팀제 도입의 사전 작업으로 팀평가 제도를 설계 운영하며, '한마음생산회의'를 보다 내실화하고, 제안제도와 직단위 자주개선 활동을 정착하여 상시적인 작업 재편성 추진이 가능하도록 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이상 간략하게 살펴본 NAC 3단계의 기조는 회사측의 평가처럼 NAC 1, 2 단계보다도 훨씬 체계적이며, 강력한 측면이 있다. 이는 곧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강도의 강화와 노동통제의 심화를 의미한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 저지'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NPS-G1 운동에 대한 저항과 견제를 조직해야 한다. 이미 NAC 1, 2 단계를 통해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높은 노동강도와 노동통제의 조건속에 처해있는 대우자동차의 현실에서, NPS-G1 운동을 제대로 저지해내지 못한다면, 비록 정리해고를 막아내더라도 훨씬 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고통스런 작업환경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 노동운동의 심각한 영향력 감소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결론
현재 자본측은 IMF 및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계기로,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이를 배경으로 한편으론 정리해고를 통한 '수량적 유연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노동강도의 강화 및 노동통제의 심화라는 '노조배제적·공세적 유연화'의 기조를 유지·강화해 나가고 있다. 물론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발생된 원인은 국제·국내적 수준의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자본의 이윤율 하락과 재고누적 현상, 그리고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신경영전략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어 잉여인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영혁신'이니 '신경영전략'이니 하면서, 이곳저곳에 너도나도 공장 짓고, 노동강도는 높이면서 신규채용은 억제하는 방식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라인을 돌리던 시절이 불과 1년 전인데, 이제 장사가 잘 안되니 그만 나가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고용위기는 전적으로 자본의 책임이다. 따라서 점점 더 빨라지는 라인속도에 묵묵히 생체리듬을 적응시키며 현장을 지켜왔던 노동자들에게 현장을 떠나라는 소위 '정리해고'는 어떠한 이유로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발생되는 고용문제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전체 노동자계급의 문제이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전개되는 '정리해고 저지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보장'투쟁에 적극 결합하여야 하며, 이미 생산감소에 의한 조업중단 등이 발생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금속산업연맹은 민주노총의 '주당 35시간 노동'(주11)을 뛰어넘는 보다 과감한 시간단축 요구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보충교섭을 통해 단사 상황에 맞는 근무제도 개편 등을 통한 고용보장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나아가 고용불안을 계기로 치고 들어오는 각종 '신경영전략'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견제와 저항을 조직하여야 한다. 고용보장과 신경영전략 저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신경영전략은 노동강도와 현장통제를 수반하고 있어 더 많은 정리해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을 강화하는 문제, 신경영전략을 저지하는 문제는 일자리를 지키는 투쟁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이며, 향후 한국 노동운동의 생존·발전, 노동자계급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경영전략 저지 없이 정리해고 저지는 없다는 점을 각인하면서 경제위기를 활용한 자본의 총체적 공격에 저지선을 확실히 치자.
<미주>
1) 이하, {주간노동자신문}, 1997. 7. 23일자 참조
2) 회사측은 97년까지 65∼69% 수준이었던 소위 '편성효율'을 98년 들어 90%로 상향조정하여, 이에 입각하여 여유인력을 산출하고 있다.
3) 콘베어벨트가 흐르는 자동차 공장은 단순반복 노동이어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지루하게 노동한다. 자동차 노동자들 중 일부는 점심시간 시작 30분쯤 전부터 속도를 극대화하여 5분 정도 빨리 식당으로 향하곤 한다. 조금만 늦으면 식판 들고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20분 이상 되므로 식사를 빨리 하고 쉬려는 심리이지만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중에서 이런 인원은 한정적이다. 자본은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으로 이들을 공격하는데 이는 작업목표량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 통제가 주요 목적이다.
4) PRIME-10의 P는 고객우선(Priority Customers), R은 국제화(Race for the World), I는 경영혁신(Innovation in Management), M은 전진(Move to), E는 초우량 자동차 회사(Excellent Auto Company), 10은 10대 메이커를 뜻한다.
5) 이하 기아자동차 회사자료(1997), {PIE 활동 Manual}, {KPS Instructor 지침서}
6) NAC도전운동이 실시된 92년부터 96년까지 생산량과 고용규모의 추이를 살펴보면, 생산량은 92년의 179,020대에서 96년의 447,581대로 약 250% 증가한 반면, 생산직 고용규모는 같은 기간동안 9,943명에서 11,078명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우자동차노동조합·한국사회과학연구소(1997), 44쪽.
7)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98년 2월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45.92시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97년 1월에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인 57시간에 비해 11시간 가량 감소한 수치이다. {조합원 생활실태 조사결과 보고서}, 대우자동차노동조합(1998.3), 14쪽.
8) '인원감축과 공장 신설에 따른 고용불안'이 51.1%로 1순위를 차지했다. 대우자동차노동조합·한국사회과학연구소(1997), 43쪽.
9) "...... 지난번 우리 부서에서는 인원이 작업량에 맞게 꽉 짜여져 있는데 다른 부서에서 4명이 더 추가로 배치전환 되어 왔습니다. 우리 작업자들 간에는 대놓고 말은 않지만 눈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누군가가 언젠가는 잘려 나갈 것이라는 직감 때문입니다......" 리플렛 {야간노동 축소와 월급제 쟁취}, 대우자동차노동조합(1998)
10) 실제 부평공장의 경우 표준시간 재설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표준작업시간 설정 및 잉여인원 산출과 관련된 갈등과 불만이 새로운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11) '실질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노동시간 쟁취 및 200만 일자리 창출'은 민주노총의 98년 노동절 기념집회의 핵심 슬로건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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