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5월 27일∼28일, 이틀간에 걸친 민주노총의 제1차 총파업투쟁은 민주노총이 지난 2월 이후의 내부 혼란과 동요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량 정리해고, 부당노동행위, 그리고 임금체불과 삭감이라는 고용불안과 생존권의 위협 속에서, 단위 노조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총자본의 공세 속에서, 그리고 '불법파업'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뚫고, 마침내 1차 총파업투쟁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서 '내부 투쟁역량의 한계'와 '국민여론으로부터의 고립 가능성'이라는 이유로 지난 2월 비대위 시절에 철회되었던 총파업투쟁이 100여일에 걸친 진통 끝에 현실화됐다. 또한 총파업투쟁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 시기 정권과 자본의 강화되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중앙투쟁전선이 복구됐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배수진으로 치면서 대정부 직접협상을 이끌어 냄으로써, 총자본의 하위동반자 기구에 불과한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대정부 직접 교섭'을 현실화시켜 냈다.

5월 마지막 주, 이틀간에 걸친 총파업투쟁 소식은 마지막 편집작업에 열을 올리던 편집자에게도 100여일간 묵었던 체증을 '시원하게' 가라앉히는 낭보였다.

민주노총은 2기 지도부 출범 이후 '투쟁과 교섭을 어떻게 병행해 나갈 것인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벌여 왔다. 전국적 중앙투쟁전선을 중심으로 대정부 직접협상을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 5월 20일 대의원대회의 결정이었지만, 사실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 나간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문제는 아니다.

특히 김대중 정권에 의해 제안된 '노사정위원회'의 존재는 민주노총에게는 커다란 딜레마였다. 협상을 위해 참여를 하는 순간 투쟁을 유보할 수밖에 없고, 투쟁의 유보는 곧바로 협상력의 약화를 의미하며, 또 거꾸로 투쟁을 하면 협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노사정위원회'라고 하는 기구가 강요하는 모순이었다. 노사정의원회를 통한 교섭을 전제하는 한, 그 참여의 전제 조건이 어떠하다 해도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이런 딜레마로부터 벗어나서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 나가고자 한다면,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분명히 하고, 투쟁력에 기초하여, 다른 교섭형태 - 대정부 직접교섭이든, 산별교섭이든 - 를 통해 정부·자본과 협상을 전개해 나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강요하고, 동시에 유혹하는 '노사정위원회'를 뿌리치고, 오로지 자신의 조직력과 투쟁력에 기초한 대정부 교섭을 통해 요구를 쟁취해 나갈 수 있는지의 여부는 6월을 맞이하는 편집자에게 가장 커다란 관심사이다. 민주노총이 과연 자신의 '자주성'을 견지해 나갈 수 있는지를 가름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총파업투쟁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 또는 권리의 하나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20일 대의원대회를 통해서 자신의 요구를 5대 요구 -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철폐, 부당노동행위 근절,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확실한 실업대책 *정경유착 근절 및 재벌해체, 노동3권과 경영참가 보장 *IMF재협상 - 로 집약하여, 이 요구의 쟁취를 위해 총파업투쟁을 전개했고, 대정부 직접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5대 요구안에 대한 정부의 최종안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에 대한 재논의 절대불가에 기초하여,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2기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와서 다루자는 내용뿐이었다.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외자유치와 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그를 위해서는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신자유주의적 논리에 기초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5대 요구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논리와 정책에 대한 거부이며, 우리 사회를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는 대안 논리이자 정책이다. 이제 5대 요구의 확실한 쟁취를 위해 위협용이 아닌 실질적인 총파업을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