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은/『현장에서 미래를』36(1998/09)

보건의료노조 98년 상반기

임단투 평가와 하반기 투쟁에 대하여

이 진 영

대구노동교육협회 조직3부장

1. 들어가는 말

8월이 다 가고 9월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정세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지금쯤이면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투쟁평가와 하반기 노동법개정투쟁을 준비하던 시기였지만, 98년은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의 법제화 이후 임단투와 정리해고의 문제가 결합되어 진행되면서 1년 내내 고용문제를 둘러싸고 투쟁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단위노조는 임금삭감이냐 고용안정이냐를 둘러싸고 투쟁이 한창인데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는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계획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노동내부 정세의 한 단면이다.

보건의료노조도 마찬가지이다. 8월 14일 현재, 교섭이 진행되어 타결된 곳이 총 72개 지부로 임단협별로 보면 임금의 경우 교섭예정 지부 118개 중 타결지부가 54개(46%)이며, 단협은 교섭예정 지부 84개 중 타결지부가 58개(69%)이다. 적어도 임금의 경우 8월 14일 현재 50% 이상이 교섭중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도 8월 말을 시점으로 본조차원에서는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계획을 결의하기 위한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우려되는 바는 상급단체와 단위노조와의 괴리이다.

98년 상반기 투쟁평가는 지금까지의 평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정세가 질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이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쟁점, 고통스러운 쟁점이 노동자들 앞에 전면적으로 제기되어 있다. 즉, 실질임금의 엄청난 삭감과 단협개악으로 제반 권리가 후퇴되었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고용불안,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의 실업사태, 그리고 항상적인 실업자군의 양산,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구조의 창출 등 굵직한 쟁점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몇년간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2. 98년 정세에 대한 개괄

1) 경제논리,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모든 것은 폐기처분하라

현재 김대중정부는 '국난극복, 경제주권수호'를 국가이데올로기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정리해고와 초국적 자본의 무제한적인 시장잠식의 길을 허용 - 시장개방, 무역개방,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의 허용 -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 공세에 전면적으로 노출되도록 적극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총자본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듯이, IMF체제는 구조조정과 자본의 집중으로 자본축적의 새로운 단계로의 상승을 위한 호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자본의 걸림돌은 단 하나, 조직된 노동대중세력이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현 시기 자본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현재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무력화와 현장통제력의 약화는 바로 총자본의 새로운 자본축적을 위해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기존의 노사관행의 질서를 폭력적이며 무단적으로 무너뜨리고, 노동조합과 협상하는 대신 개별 노동자들과 직접 협상을 통해 자본의 안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다종 다양한 부당노동행위의 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단협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이것을 말하고 있다. 종국에 자본은 노동조합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 민주노조의 정신을 폐기하고 생산성향상을 인정하는 노동조합으로, 시장질서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노동조합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 점은 현재 구조조정에서 자본이 반드시 전취하고자 하는 중요한 목표이며, 이 과정은 신경영전략의 완성으로 드러날 것이다.

90년 거의 모든 노동조합에서 제기되었던 쟁점이 신경영전략이다. 실제 많은 노동조합이 신경영전략의 관철로 무력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현장의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저항 또한 만만찮은 것이었다. 현재 총자본은 경제위기라는 호기를 이용해 신경영전략의 전면적 관철을 시도하고 있다. 모든 현장에서 고용문제와 신경영전략이 결합되어 다양한 통제가 진행되고 있다. '한마음 사원교육' '기초질서 지키기' 연봉제와 같은 '직무직능급제' 등이 등장하고, 경북대병원은 임단투 시기에 '팀제'를 도입했다. 90년 이후부터 신경영전략이 현장통제력을 둘러싼 쟁점 중의 쟁점이었다면 98년 현재에도 이것은 여전히 핵심적인 쟁점이다. IMF 체제에도 자본은 잃을 것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거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축적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것이 98년 임단투 정세를 관통하고 있는 성격이다. 그러므로 98년의 임단투는 그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질적으로 다른 정세라는 것은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성격에 기인한다. 구조조정은 생존이 극한 위기상황에 내몰린 실업노동자와, 극단적인 저임금과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놓이게 되는 비정규직노동자, 그리고 실업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가 확대되면서 고용불안 때문에 현실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끝도한도 없는 노동강도에 시달려야하는 정규직노동자들로 분할 시키고 있다. 그 물질적 기초로부터 서로 다른 이해조건으로 노동자들을 분할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단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 즉 경향적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을 병렬, 해체하는 것이 현재 구조조정의 기본적인 성격이다. 자본의 경쟁력강화 이데올로기를, 시장질서의 이데올로기를 노동자들 스스로가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강도 강화의 방안을 제출하고, 옆 동료를 해고시키는 방안을 제안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현재 구조조정의 결과 자본이 전취하려는 목표중의 목표이다. 이 점이 98년의 정세와 그 이전의 정세를 구별짓게 하는 내용이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성격은 공공부문 민영화의 논리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인데, 채산성이 맞지 않다는 것, 즉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시장논리는 생산성향상에 맞지 않는 잉여인원을 정리해고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폐기처분하고, 이윤이 되는 모든 것을 사유화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다시 말해 화폐에 대한 광신적인 신봉만을 사회전체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삼음으로써 인간성 자체를 박탈시키는 데 그 잔인함이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위한 김대중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임무는 노동자 관리이다. 오로지 노동자 관리를 통해서 국난극복의 기회를 삼으려는 것, 소위 사회적합의라고 불리우는 '노사정위원회'가 여기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써 '노사정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하는데 그 역할을 담당한 1기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민주노총이 6월 27일 2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 이후의 상황을 보면, 노사정위원회는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의 참여여부를 둘러싸고 총파업을 철회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노사정위원회가 현 시기 노동자투쟁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98년 민주노총의 투쟁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돼야 하는 것은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이다. 단적으로 평가하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의 참여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전선을 총자본과 개별노동의 수준으로 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2) 현정세와 병원자본의 경영합리화 계획

현 정세에서 98년 보건의료투쟁상황을 살펴보면 여타의 산업업종과는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동일한 IMF정세라고 하더라도 병원자본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 조합원 설문지의 분석에 따르면 '병원의 경영상태는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7.3%가 별로 어렵지 않다고 답했으며, 19.86%가 매우 좋다고 답했다. 이것은 환자수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도 간단히 확인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은 경영이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현재 어렵지 않더라도 이후에 어려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의 경영난은 자본의 주장대로 환자수가 격감했기 때문이 아니라 부실한 경영이나 공급과잉이 그 원인이다. 영천성베드로병원만 해도 경영자가 병원의 자금을 다른 곳에 빼돌린 것이 부도의 근본원인이었다. 단국대천안병원은 병원이 부도난 게 아니라 재단이 부도난 것이다. 이밖에 한양대병원과 이화의료원은 제2병원 개원에 따른 무리한 투자가 기존 병원의 경영마저 어렵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소화아동병원과 서울기독병원은 빚을 끌어들여 병원을 증·개축한 것 때문에 발생한 이자부담이 현재 운영자금 부족을 초래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군산개정병원과 군산의료원은 95년까지는 큰 문제없이 흑자경영을 해 왔으나 96년에 비슷한 규모의 병원이 새로 개원한 것과 관련해 대응방안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이 경영난을 초래했다.1)

그러나 병원은 부실한 경영을 환자당 진료비 증가를 통해서 보충받고 있다. 예년에도 환자당 진료비가 평균 6∼15% 가량 증가해왔다. 국립대병원의 지난해 환자당 진료수입비를 보더라도 전남대가 입원환자 12.4%, 외래환자 6.7% 증가했고 서울대는 입원환자 9.6%, 외래환자 13.9%가 증가했으며 경상대는 입원환자 12.0%, 외래환자 9.5% 증가했고 충남대는 입원환자 13.5%, 외래환자 8.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올해는 어떨까? 확실한 것은 진료비가 예년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진료비 품목의 경우 재료비와 연동시킬 수 있게 자율화함으로써 재료비가 인상된 만큼 진료비도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재경부가 최근 '올해 상반기 안에 보험수가를 20%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는 점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뿐 아니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부분은 아예 환자가 직접 구입하게 하거나 병원측에서 진료비에 포함시키는 경우 인상된 비용만큼 그대로 인상시켜서 환자에게 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올해의 환자 1인당 진료비수입은 지난해보다 외래환자는 10∼15% 가량, 입원환자는 15∼20%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환자수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아니 한발 양보해 약간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입원환자 수입및 외래환자 수입총액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다.2)

이러한 근거들은 대부분의 병원자본이 단기간의 극단적인 정리해고를 자행하여 총비용을 줄여야 할 정도로 경영이 다급하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병원의 경영합리화 계획은 극단적인 감원보다는 시차제근무 등 근무형태 변경(본질적 성격은 뒷절에서 다룸)을 통해 현재 인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정규직의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내거나, 각종 수당의 절감 - 시간외수당 삭감, 연월차수당 미지급 -을 통한 비용절감, 그리고 병원내부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신규채용 중단으로 정규직을 축소하고, 기능고용직(시설, 전기, 영양, 세탁, 경비, 청소, 교환, 기록 등)을 용역 등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써 내부의 고용조정을 하고 있다.3) 이러한 상황은 뒤에서 보건의료노조의 98년 임단투 전체과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 살펴보겠지만, 다른 산업업종에서 올해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던 대규모 정리해고나, 퇴출 혹은 부도·휴폐업 등으로 무더기 해고와 같은 사태가 병원사업장에서는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

병원자본들은 IMF 경제위기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시간외수당 미지급, 연월차수당 반납 및 강제사용, 생리휴가폐지, 단협불이행, 상여금삭감, 임금체불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광범위하게 저질렀고 부서통폐합, 인력재배치, 비정규직 도입, 시차제 등과 같은 근무형태 변경, 변형근로의 확대 등 경영합리화 계획을 전면화시켰다. 이러한 사실을 미루어보면 98년 병원자본의 의도는 이번 기회에 미루어 왔던 병원차원의 신경영전략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반조건을 정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기 위해 일차적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임단투에 들어가기 전부터 단위현장에서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동산병원의 연월차수당 반납무효화투쟁, 보훈병원의 영양실 조합원 52명을 정리해고하고 다시 용역으로 계약하겠다는 시도에 대한 반대투쟁, 이화의료원의 체불임금투쟁 등이 그것이며, 이는 98년 요구안과 투쟁기조에도 반영되었다. 그외 청구성심, 대전성모 등 폭력까지 동원한 극악한 불법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또한 정부의 긴축운용에 의거한 공공의료부문의 민영화, 위탁경영, 강력한 내부구조조정이 예정되어 있어서 국립대병원, 지방공사의료원, 보건소, 특수목적병원(보훈, 원자력, 결핵) 등의 구조조정에 대응한 고용투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것이 보건의료노조의 98년 임단투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 살펴보자.

3. 보건의료노조 98년 임단투 계획

보건의료노조는 3월 20일 대의원대회와 4월 1일 93차 중앙집행위회의를 거쳐 98년 주요사업기조를 '산별노조 조직체계의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고용안정과 실질임금 확보투쟁을 산별노조의 주요 투쟁과제'로 설정하고 올해 임단투 투쟁기조를 "1) IMF체제속에서 자본의 공세에 맞선 전국적 투쟁 2) 산별적 교섭의 기틀이 될 수 있도록 통일교섭, 집단교섭, 대각선교섭 등 다양한 교섭형태의 시도 3) 조합원과 함께 하는 현장투쟁의 조직"(3월 20일 대의원대회 자료)으로 확정했다. 또한 요구안도 1) 산별 교섭구조의 확립 2) 임금협약 3) 통일단협 4) 병원개혁·의료개혁으로 확정했다.('보의료노조 중앙교섭 요구안' 4월 9일) 특히 최저임금4)을 요구안으로 처음 제기함으로써 산별노조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98년 보건의료노조 요구안>

1) 산별 교섭구조의 확립

(1)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병원사용자단체(현재 병원협회)는 올바른 산업별노사관계의 확립에 노력

(2) 각각 10명의 중앙교섭단을 구성

(3) "보건의료산업 중앙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

2) 임금협약

(1) 임금인상요구 : 총액대비 5∼9% (물가인상율 9%와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감안)

(2) 최저임금요구 : 통상임금 월55만원을 최저 초임금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적용

3) 통일단협

(1) 단협승계

①전문: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병원사용자단체는...

②노조창립일 휴무 및 행사시 지원: 보건의료노조 창립일인 2월 27일은 휴무

(2) 고용안정

①고용문제에 대해 노조와 사전합의: 인원감축, 병동폐쇄, 임시직 시간제노동자 채용, 용역도입, 근무형태변경, 전환배치 등 노조와 사전합의/비정규직의 정규직화

②고용안정 유지: 정원유지/노동시간단축, 순환휴가 휴직제 시행시 노조와 사전합의하여 고용유지를 유한 노동시간 단축방안 강구

③고용대책기구: 고용보장 및 각종 직업훈련을 위해 병원계 노사정고용대책기구 구성/숙련향상 및 직업훈련을 위한 프로그램을 노사공동의 노력으로 추진

(3) 부당노동행위 근절 및 병원해고노동자 원직복직 요구

①노사합의 없는 인원감축, 인력재배치, 임금삭감, 년월차수당 미지급, 단협 불이행 및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 일체 중단, 원상회복

②노조활동으로 인한 해고노동자는 합의와 동시에 원직복직

(4) 노조의 경영참가

①제도적 참가: 노사동수 인사위원회구성/이사회 등 최고결정기관에 노조대표 1인 참가

②자료협조 또는 통지의 의무: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분기별 진료계획 및 실적/인력계획/병원의 경제적, 재정적 사항

(5) 노조활동 보장-단협 일방해지 금지

4) 병원개혁 의료개혁

의료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인력확보, 의료기기 및 의약품 국산화, 실직자에 대한 의료지원 등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 산하 각 지부는 2)임금협약과 3)통일단협을 요구하고 또한 1)산별교섭구조 확립도 중앙교섭 성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요구하기로 하였다. 최저임금제는 중앙에서 요구하고 가능한 지부에서는 적극 제기하기로 하였다. 또한 해고자 원직복직은 해당사업장은 반드시 요구하고 타지부는 요구하지 않으며 고용대책기구는 지부요구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단위지부는 단위지부 현안과 함께 중앙교섭 요구안을 단위지부의 실정에 맞게 요구안으로 확정하였다.

4. 임단투 쟁점별 평가

1) 중앙교섭전술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산업별 교섭으로서 병원협회와의 통일교섭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4월 한달 동안은 중앙에서의 통일교섭과 지역차원의 집단교섭을 병행하기로 하고 4월말 대각선교섭에 돌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는 병원협회와 4월 9일, 16일, 23일 세차례에 걸쳐 중앙교섭을 요청하였지만 병원협회의 거부로 한번도 성사되지 못했다. 보건의료노조는 4월 23일 3차 중앙교섭이 무산되자 전국단위지부장연석회의를 통해 대각선교섭 돌입을 선언하고 이후 대각선교섭을 진행하면서 현장조합원 투쟁동력을 바탕으로 조정신청시기와 총력투쟁시기가 되면 다시 중앙교섭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지부는 대각선교섭 때 '중앙교섭 성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요구안을 넣고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로 하였다.

경과과정을 살펴보면 보건의료노조는 중앙교섭의 성사를 위해 투쟁동력을 집중시키지 않았다. 지부별로 중앙교섭 성사촉구를 위한 병원장 순회면담 등의 계획도 폐기(4월 16일 94차 중집회의 결과)하는 등 보건의료노조가 통일교섭이나 집단교섭의 성사를 목표로 두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병원협회와의 통일교섭은 산업별 교섭으로서 자리잡아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98년도의 경우 사용자단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목표는 고용안정 및 병원산업의 최저임금제, 병원문제 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쟁점화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3월 20일 대의원대회 자료)라는 판단하에 "중앙교섭시기(4월)에 서울본부는 중앙교섭투쟁에 집중하고 타지역본부는 집단교섭투쟁을 원칙으로 한다. 집단교섭투쟁의 수위는 교섭성사를 목표로 두기보다는 우리의 내부전열을 정비하고 사회적으로 여론화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4월 1일 중집회의 결과)고 결정해 어떤 지역본부에서는 노사집단상견례 정도로 진행하기도 하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중앙교섭 성사에 집중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은 기간 병원노련에서부터 축적된 경험의 결과, 즉 어떤 과정과 경로를 통해서 병원자본을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인지되었던 것이라고 파악된다. 이것은 대단히 유의미한 교섭전술이었다. 적어도, 중앙교섭 성사 그 자체를 목표에 둠으로써 개별노조의 투쟁일정을 뒤로 미루게 하고 개별자본의 공격으로부터 단위노조의 방어가 불가능하게 하는 잘못은 적어도 범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의 중앙교섭전술이 개별지부의 교섭을 중심으로 사고하였다는 것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있다. 산별교섭으로서 중앙교섭의 의의는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의 문제의식을 들어보자. "내용적 준비가 문제이다. 우리의 내용적 준비만 이루어진다면 사용자들로 하여금 병원협회로 교섭권을 위임토록 강제하고 본격적으로 병원협회와 교섭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다. 하반기 사업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98임단협 투쟁평가를 위한 평가틀'에서 인용)

중앙교섭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위노조의 투쟁동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중앙교섭의 내용은 단위노조의 쟁점을 일반화시켜 전체적인 쟁점으로 잡아야 한다. 단위지부의 임단투 진행과정에서 형성된 쟁점들을 중심으로 중앙교섭의 요구로 일반화시키고 사회적으로 여론화시키며, 단위지부의 투쟁을 엄호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위노조의 투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중앙교섭전술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중앙교섭전술이 차지해야 할 위치이다. 단위노조의 시차제근무를 중앙교섭에서는 1일 8시간 노동제의 확보와 적정인력의 확보로 상승시키는 것, 파견근로 철폐투쟁을 조직하는 것, 공공의료기관의 민영화와 관련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 등등이 본조의 중앙교섭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2) 민주노총 총파업투쟁과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대각선교섭은 5월초에 진행하는 것으로 하며 총력투쟁시기는 병원노조의 특성을 보았을 때 6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에서 적극적으로 우리의 시기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4월 1일 93차 중집회의 결과)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금속산업연맹의 투쟁시기와 맞추어 총력투쟁기를 5월말 6월초로 확정하자, 보건의료노조는 4월 16일 94차 중집회의, 4월 23일 단위노조·지부장연석회의를 거쳐 총력투쟁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사용자들이 단협개악, 임금삭감, 노조무력화를 노리고 있는 올해 정세에서 연맹 자체의 힘만으로 돌파하기는 매우 어려운 조건 …… 민주노총 차원의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김대중정권을 압박하여 개혁으로 몰아가는 전체 전선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상반기 투쟁이 지리멸렬해질 가능성이 있다 …… 금속과 공공이 5말6초 총력투쟁시기를 잡고 있는 조건에서 전체 투쟁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투쟁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병원노련통신 105호에서 인용)고 판단, 대각선교섭을 4월말로 앞당겨 5월 21일 대의원대회에서 본조차원의 조정신청을 결의하고 6월초까지 단위지부별로 조정신청을 완료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교섭차수를 주2회로 배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5월 16일 95차 중집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이 결정한 5/27 1차파업, 6/10 2차파업에 최대한 결합하기 위하여 노력하되 늦어도 6/25일경 총파업돌입을 목표로 하고 6/8∼10일 사이에 동시조정신청을 한다"고 결정, 시기가 다소 밀리게 되었다. 이는 당시 인·부천,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이 교섭에 돌입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교섭이 진행되는 서울조차도 사용자들이 교섭을 연기, 해태하는 상황으로 상견례 정도만 진행되는 등 지지부진한 교섭상황 때문이었다.5) 이 때문에 5월 21일로 예정되었던 본조차원의 조정신청 결의도 취소하게 되었으며 5월 21일 단위노조·지부장연석회의에서는 '6월 8일∼10일 동시조정신청'도 결의하지 못했다. 이 회의에서는 "병원 총력투쟁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6월 8일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다"고 결정하였다.6) 그리하여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 1차 총파업에 간부철농, 중식집회, 지역집회 총력동원이라는 지침으로 결합하였다.

5월 31일 확대 중집위를 열어 민주노총의 6/10 총파업 결의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이날 회의에서 보건의료노조는 "(6/10 파업)정치파업이라 하지만 정치적 요구가 분명하게 조합원에게 공유되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했으나 "민주노총차원의 총파업전선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이 상황에서 밀리면 이후 노동운동의 전망은 어렵다"고 토론을 거친 후 몇 가지의 사항을 결정하였다. "총력으로 집회참석, 조기퇴근, 집단공가, 집단휴가 조직중 택일하되 간부, 대의원은 전원집회, 6월 9일 단위노조 간부 전원 철야농성, 6월 2일 부당노동행위근절과 총파업조직화를 위한 전국병원노동자결의대회"를 결정하였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하였다. 대정부 협상의 결과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키로 할 경우 "민주노총 2차 총파업의 시기를 7월초로 제안하고 병원은 시기에 최대한 집중노력, 이를 위해 6월 16일 조정신청을 집중한다. 민주노총 노사정위원회 교섭과 투쟁의 상과 관련하여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시한을 분명히 박되 시한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 2차 총파업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시기로 정해야 하며 병원은 7월초 파업돌입을 제안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6월 5일 노사정위원회의 참여를 결정함으로써 보건의료노조는 그 이후의 자체 투쟁일정대로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노총의 투쟁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건의료노조는 6월 8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중요 선도사업장을 중심에 세우면서 2∼3일 사이에 동시조정신청을 하고 동시총력투쟁으로 배수진을 쳐서 선도사업장들이 타결되는 수준에 맞추어 나머지 사업장들이 타결" 하는 것을 총력투쟁방식으로 정하고 조정신청시기를 6월 23일∼25일, 총력투쟁시기를 7월 9일∼15일로 집중하여 7월 16일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들어가기 전날인 7월 8일 12개 지부가 조정신청을 완료했으며 18개 지부가 조정신청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7월 9일 서울대병원, 10일 경희의료원, 11일 이화의료원 등 서울지역 대병원의 선도파업과 곧이은 타결에 이어 전남대, 전북대, 경북대, 원자력, 동국대 등등 파업을 예정하고 있던 사업장들의 타결(막판 합의, 하루를 넘기지 않는 파업)이 줄을 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보면 98년의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의 한계가 어디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98년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이 전적으로 각 산업·업종의 임단투동력(정확히는 단위노조의 동력)에 의존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중요 회의단위에서 어김없이 논의되었던 것은 파업의 성격(정치파업이냐, 임단투 파업이냐)과, 단위지부의 동력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최대한 동력을 조직하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투쟁을 전체 차원에서 조직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투쟁에 걸맞는 목표와 민주노총 차원의 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구체적인 전술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민주노총의 각 산업·업종연맹의 투쟁은 이 전체적 투쟁에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하며 각 산업·업종연맹은 자신의 구체적인 쟁점을 이 목표와 연관하여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고 투쟁의 상을 그리면서 통일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올해의 민주노총의 파업은 이렇게 조직되지 않았으며 민주노총이 각 산업·업종의 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이러한 모습과 동일하게 보건의료노조 또한 지부의 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결과,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월 31일 확대 중집위회의에서 6월 10일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면서 "병원조합원들은 정치파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며 임단협요구 중심만으로 갔을 경우는 총파업전선이 형성되기 힘들다. 따라서 병원노련은 이후 민주노총 5대요구를 조합원들에게 중점적으로 선전·홍보하고 부각시켜 전국적인 파업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자체 진단을 하고 있었다.

3) 타결안에 대해

임금의 경우 8월 14일 현재 교섭예정지부 118개 중 54개 노조가 타결했다. 임금인상요구율은 보건의료노조 전체 평균의 8.02%였고 사측이 임금삭감이나 동결을 제시한 곳이 64개 지부였다. 그러나 타결노조 54개 중 24개 지부가 동결이었고 23개 지부의 경우 '임금동결+α'였다. 대부분의 임금타결수준은 동결이나 소폭의 인상이었다. α란, 월계산 교통비 3,600원(서울대), 자기개발수당 월 15,800원(경희대) 노조휴무일 수당 5만원(전남대), 월 1만원 인상(경북대) 등 대부분 수당명목의 인상이며, α에는 소폭의 인상을 하되 지급액과 시기를 병원측에 위임하거나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다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단협을 갱신하는 지부는 84개이며 타결지부가 58개이다. 단협의 경우 살펴보아야 할 것은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안을 단위지부에서 얼마나 받았으며 어떠한 수준으로 타결했는가이다.

우선 1)산별교섭구조의 확립과 관련된 조항은 19개 지부가 요구하여 6개 지부가 타결되었다. 중앙교섭이 무산되면서 각 지부별로 요구안에 반드시 넣기로 결의되었지만 요구수준과 타결수준은 매우 낮다. 2)통일단협에서는 단협승계조항 중 전문(72개 지부 요구하여 53개 지부 타결)과 노조창립일을 2월 27일로 변경하는 것 (58개 지부 요구 33개 지부 타결) 등 지부로서의 체계를 확립하는 내용은 다른 요구들에 비해 타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고용안정요구는 단협갱신노조 84개 중 71개 노조와 갱신시기는 아니나 요구지부가 13개 노조로 총 84개 지부에 달했으나 타결수준은 요구수준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노사합의'에 있어서 고용문제 사전합의제(인원감축, 병동폐쇄, 임시직·시간제 노동자 채용, 용역도입, 근무형태변경, 전환배치 등) 10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2개, 정원유지 12개, 고용안정유지(순환휴가·휴직제 시행시 노조와 사전합의하여 고용유지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방안 강구) 0개, 근로자파견제 도입시 합의 5개 등이며 대부분의 경우 '협의수준'이거나 '추상적 차원에서 보장한다', '인위적 감축은 않는다' 정도이다. '노사합의'의 내용에 있어서도 '정리해고를 통한 인원감축·휴폐업시 노조와 합의', '정규직 용역전환 불가' 등의 내용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주로 민영화를 앞둔 지방공사의료원 중심이며 실제 병원 경영합리화의 방향과 관련하여 고용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근무형태변경, 인력재배치, 시차제근무, 변형근로의 확대, 파견근로 등 내부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문제에 대한 방어는 매우 미흡하다. (변형근로에 대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부서별 근로시간의 변경은 노사합의로 한다'고 타결한 곳은 백병원뿐이다) 물론 97년 단협갱신시 고용관련 조항을 이미 확보한 지부가 많다고 밝히고 있으나 올해 고용관련 요구가 84개 지부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단위현장의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또한 부당노동행위(노사합의 없는 인원감축 및 인력재배치, 임금삭감, 년월차수당 미지급, 단협불이행 및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는 하지 않는다)근절은 32개 지부가 요구했으나 타결은 부평안병원 정도이다. 이는 IMF 경제위기이후부터 병원사업장에서 증폭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상에서 볼 때,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타결안이 갖고 있는 특징은 임금은 동결 또는 소폭의 인상, 단협은 대부분 현행유지(개악안 저지)이며 부분적으로 추상적인 수준의 고용안정이다. 이는 첫 파업사업장인 서울대병원의 타결내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전국의 가이드라인이 되다시피 했다. 이에 대한 보건의료노조의 평가를 보자. '98년 임단협 투쟁평가를 위한 평가틀' 중 다섯번째 항목인 요구안 쟁취도에 대한 평가를 보면 "올해는 전반적으로 볼 때 방어하고 사수하는 투쟁이었다. 그러한 측면에서 올해 투쟁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투쟁을 평가할 때 성과란, 기존의 권리에서 권리가 확대되었거나 조합원의 의식이 강화되고, 조직력이 강화되었을 때 거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업종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노조 또한 98년 투쟁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만한 어떤 지점은 없는 것같다. 특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는 다음의 두가지 이유로 부적절하다.

첫째, 우선 방어·사수하는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임금동결, 단협현행 유지'라는 타결안의 이면에는 방어하지 못하고 사수하지 못한 제반 권리와 관행의 후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IMF이후 임단투가 타결되는 지금까지 현장에서 근무형태 변경으로 인한 임금삭감, 고용불안, 시간외수당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연월차·생리휴가의 강제사용, 잦은 부당노동행위, 노조무력화 등이다. 병원노동자들이 그간 누렸던 권리와 관행의 후퇴는 노조의 현장통제력이 계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사례이다.

둘째, '임금동결, 단협현행 유지'라는 타결수준은 병원의 경영상황이 다른 업종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의식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98년 투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의식적 한계로부터 객관적 힘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타결수준을 보았을 때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의식은 여전히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권리를 더이상 빼앗기지 않은 것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의식의 한계는 자본의 경영합리화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는 낳게 한다. 자본의 신경영전략에 침묵하고, 타부서의 용역과 비정규직화에 함께 투쟁하지 않고, 자신만 안전할 수 있다면 동료의 불이익을 외면하는 현상이 당연시 될 수도 있다. 조합원들이 이러한 의식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투쟁을 조직하기란 사실상 난망하다. 그렇다면 이후의 과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5. 하반기 투쟁에 대한 제안

1) 투쟁과제를 중심으로

"98년 하반기에는 전산업의 구조조정 분위기를 틈타 병원도 공공병원의 구조조정을 필두로 모든 병원의 인력감축 및 근로조건의 후퇴, 노동강도의 강화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병원의 경우 그동안 비정규직 확대, 변형근로 등 노동강도 강화가 계속 진행되어 왔다. 게다가 현장조직체계 개편과 인사고과에 대한 병원측의 개입 강화를 통해 더욱더 현장을 조여올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98년 하반기 사업계획(안)'에서 인용)라고 하반기 정세를 예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신경영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핵심적 관건은 시차제근무로 근무형태를 변경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거의 대부분의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의 경영합리화 계획이 극단적인 정리해고로 노동내부를 정리하는 것보다 내부의 고용조정을 통해서 비용절감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보건의료노조의 핵심적인 투쟁은 적정인력확보투쟁과 비정규직의 확대를 저지하는, 즉 파견근로반대투쟁으로 정리될 수 있다.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 보건의료노동조합에서 적정인력확보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시차제근무에 대한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 적정인력확보 투쟁을 시차제근무 저지투쟁으로 지속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시차제근무에 대해서 살펴보자. 시차제근무는 릴레이식으로 작업조건을 바꾸려는 것이다. 하루, 주단위, 월단위, 계절을 기준으로 환자의 수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병원의 시차제근무형태는 제조업에서 신경영전략이 도입되면서 전개된 적기생산방식(JIT : JUST-IN-TIME)과 동일한 방식이다. 환자의 수에 따라 병원노동자의 수를 조절함으로써 환자가 없을 때 노동자들이 쉬는 시간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며 환자가 많을 때 환자들의 대기시간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자본의 극악한 경영전략이다. 시차제근무를 통해 자본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우선,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보다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변형시간근로제의 도입을 시차제근무를 통해서 관철하려는 것이다. 시차제근무를 통한 변형시간근로의 도입은 1일 8시간 노동시간제의 실제적인 폐기를 의도한다. 1일 8시간 노동제는 기계가 아닌 노동자들이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다. 이것은 병원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노동시간과 적정한 인력확보는 항상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시차제근무는 과거에 병원노동자 투쟁의 중심을 이루었던 '적정인력확보투쟁'의 쟁점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시차제근무는 환자수를 중심으로 노동자의 수와 노동시간을 자본이 자의적으로 편성하여 근로하게 함으로써 병원노동자들에게 과거보다 훨씬 강화된 노동강도를 부여한다. 현재는 1일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규정하겠지만 이후에는 환자수(수요)에 따라 주단위, 월단위, 분기별 단위, 계절별 단위의 총근로시간 개념을 도입하여 노동자들의 수와 노동시간(공급)을 탄력적으로 이용하는 변형근로시간을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병원노동자들의 노동강도의 강화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며, 이것은 환자들에게 의료사고라는 생명의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결과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병원의 공익성은 사라지고 병원은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기준의 변화! IMF체제로 이행되면서 병원자본은 이제 경영의 기준을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병원 본래의 목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실종되고, 오로지 이윤추구를 위해 환자를 얼마나 많이 유치할 것인가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것은 위에서 밝힌 것과 같이 목포결핵병원을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영화방침을 발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며, 지방공사의료원의 민영화 방침도 동일하다. 현재 병원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시차제근무가 바로 이 논리에 조응하면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병원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투쟁은 시차제근무와 관련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차제근무의 도입으로 연봉제와 같은 능력급제, 직무직능급제 등의 임금체계로 재편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둘째, 병원사업장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파견근로철폐투쟁을 97년 개악된 노동조합법의 철폐와 함께 조직해야 한다.

파견근로의 실제적인 도입은 노동자내부에 고용문제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파견근로의 도입은 노동조합 조합원 수의 격감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97년 개악된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노조는 전체 노동자 수의 반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가 법제화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노동조합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리하여 노조간부들은 지금 조합원 숫자 확보에 엄청난 정력을 쏟고 있다. 반수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노사협의회는 사용자, 비조합원대표, 그리고 노조대표가 함께 참석해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노사협의회는 노동조합과 동일한 위상으로 승격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경총이 모든 연구문건에서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강조하여 명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노조무력화를 위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더우기 현재 자본의 공격이 단체협약에 대한 무력화에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투쟁은 대단히 중요한 투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노총과 함께 보건의료노조에서 파견근로철폐투쟁을 개악된 노동조합법의 재개정투쟁과 함께 연관해서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과 연관해서 99년 단협투쟁에서는 입사와 동시에 모든 노동자들이 자동적으로 조합에 가입하는 유니온 겼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단체협약의 자동갱신만으로는 근로조건의 하락과 단위노조의 무력화를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지방공사의료원 민영화방침 반대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위에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가지고 있는 성격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지방공사의료원의 민영화방침을 저지하는 투쟁은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공세인 시장질서논리, 경쟁논리, 돈의 논리가 사회전체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전화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중요한 투쟁으로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쟁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다른 공기업 노조와 강력한 연대투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넷째, 실업자동맹을 조직하고 실업자투쟁을 조직하는데 보건의료노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업자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실업자들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실제 실업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들이 전체 국민속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어떤 홍보물보다 선명하고 풍부하게 이해시킬 것이다. 실업자 투쟁은 현 정세의 무게로 볼 때, 국난극복이라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체 국민의 투쟁이 발목 잡혀있는 현실, 그리고 경제위기 이데올로기에 의해 여전히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위축되어 있는 고용된 노동자들이 국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생활속에서 실천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논리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실업자투쟁은 실업자들의 실제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용된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인 토대를 만들 것이다. 이로써 고용된 노동자와 실업자라는 서로 상이한 존재조건로 인하여 분열되지 않고 동일한 노동자라는 기반하에 연대투쟁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 <미 주>

1) 4월 23일 전국단위지부장 연석회의 자료 중 '문제는 병원의 경영난이 아니라 경영자들의 불순한 의도에 있다.'에서 인용

2) 같은 자료에서 인용

3) 98년 병원노련 2차 고용실태조사(조사시기: 98년 4월2일∼14일)에 의하면 조사노조 81개 중 893명의 병원직원이 감소되었다. 46개 병원(57%)이 자연감원인원을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감원했으며 인력재배치와 부서통폐합, 병동폐쇄로 인한 감원도 25개 병원(31%)에 이른다. 그외 비정규직 도입이 8%, 정리해고가 8%로 집계되었다. 또한 66개 병원(81%)이 임금이 삭감(수당삭감)되거나, 상여금이 체불(16개, 20%)되었다. 수당삭감은 주로 근무형태변경을 통한 시간외수당의 삭감, 시간외 청구를 못하게 한 뒤 연월차를 반납 혹은 강제 사용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특히 근무형태변경과 변형근로제 확대는 임금의 삭감과 여유인원 산출에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근무형태의 변경에는 당직제를 근무제로 전환, 통상근무·3교대근무 외의 근무형태, 24시간 격일근무, 토요전일근무제, 근무시간 변경(심하게는 한 부서에 출퇴근시간이 6개로 나눠져 있다), 주44시간을 월단위로 계산하는 등등이 있다.

4)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최저임금은 저임금군의 해소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었다. 따라서 병원의 저임금군인 기능고용직종의 통상임금 기준 초임금을 기준으로 55만원을 책정하였다. 97년도 임금실태조사에 의하면 통상임금이 가장 낮은 직종은 조리원으로, 평균이 61만원 수준(의사를 제외한 직원전체의 통상임금 평균 97만원의 약 60%)이며 가장 낮은 경우는 45만원이다. 참고로 97년도 임금실태조사에서 응답노조 34개 중 통상임금 55만원 미만은 9개 사업장에 해당한다.

5) 보건의료노조는 내부조건만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 현재의 일정을 최대한 당겨 진행하더라도 6말7초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5월 16일 95차 중집회의 결과)

6)민주노총 총파업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2차 총파업에 보건의료노조가 들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6월 8일∼10일 동시조정신청으로 2차 총파업전선을 강화하자는 차원으로 제출되었으나 이 시기조차 조합원들의 힘을 조직하기에는 힘들다는 갑론을박이 진행된 후 결국 1차 총파업이 지난 후 판단하기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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