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읽기/『현장에서 미래를』37(1998/10)

사정정국을 변혁정국으로 바꾸자

김 영 규

이사·인하대 교수

자본주의 국가 사회에서 어떤 국가권력이든 그 통치기반을 강화하는 방법에는 법치주의를 기준으로 볼 때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통치대상인 국민을 직접 상대하여 법적통치를 강화하거나 법외적 통치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통치체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선진국가 일수록 법적 통치가 보다 쉽게 국민적 동의에 기반하는 통치방법으로 선호되는데 비하여, 권력이 불안정한 후진국일수록 법적통치를 보완하는 법외적 통치에 비중을 두고 있다. 남한에서처럼 정권 이름 앞에 유신, 문민, 국민 등 형용사를 붙이는 경우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정권의 '이름' 아래 YS의 '신한국 창조'니, DJ의 '제2건국'이니 하는 거창한 통치적 구호와 이에 따른 관변조직과 예산지원 사업이 통치기반 강화를 위해 창출되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그 통치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동원하는 또 다른 방안은 통치주체인 지배세력의 정비이다. 지배세력을 정비하는 일은 국민에게는 간접적으로 국가의 통치의지를 보여주는 점에서 전자와 차별이 있다. 그러나 지배세력 정비는 국민 일부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대(對)국민통치 효과면에서 전자보다 클 수도 있어 종종 집권세력에 의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방법은 전자와는 달리 국민 전부를 겨냥하지 않는 만큼 집권세력에게는 범국민적 정권저항에 부닥칠 위험도 적은 편이다. 이 방법은 주로 집권초기에 그리고 권력기반이 약할 경우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 작금의 사정이 이에 해당된다. 현정권이 지난 3월 집권당시부터 200명의 살생부를 만들었는데, 이에는 중앙·지방의 정계, 관계, 재계, 금융계, 교육계, 언론계 등에 포진되어 있는 구세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지배세력 내부의 수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집권초기 실시되는 사정드라이브는 주로 부정부패척결이란 명분아래 구통치권력이 자행한 불법비리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도 그 특징이 있다. (아래 표 참조)

? 검찰수사대상 정치인(98. 9. 17 현재)

사 건

정 치 인

혐 의 내 용

조 치

대선자금

불법모금

서상목(한나라당)

국세청통해 38억원모금

소환조사

김태호(한나라당)

안기부통해 3억원모금

소환예정

청구비리

홍인길(전청와대총무수석)

40억원 수수

구속

김운환(국민회의)

1억원 수수

소환통보

김중위(한나라당)

금품수수

소환통보

이부영(한나라당)

금품수수

소환통보

경성비리

정대철(국민회의)

4천만원 수수

구속

김우석(전내무)

4천만원 수수

구속

이기택(한나라당)

3천만원 수수

소환통보

기아비리

이신행(한나라당)

114억원 횡령

구속

기타

비리

백남치(한나라당)

동아건설로부터

1억여원수수

소환조사

오세응(한나라당)

관광호텔인허가 등

4천여만원 수수

체포동의안

요청

김종호(자민련)

동아건설로부터

수억원수수

조사중

이상희(한나라당)

한컴산관련

1천3백만원수수

조사중



성격 : 집권기반 구축을 위한 사정칼날

'공안도끼'가 국민 지지기반이 취약한, 그야말로 힘없는 진보세력을 마녀사냥 하듯 집권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사정칼날'은 힘있는 보수세력을 대상으로 집권기반을 강화하는 통치수단이다. 현정권은 집권이후 여소야대 국회를 바꾸기 위해 야당의원들에 대한 표적사정으로 집권이후 최초인 지난 9월 정기국회 때부터 여대야소로 국회를 장악하게 됐다. 90년 노태우정권이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들어 국회를 여대야소로 바꾸었을 때, 이를 국민주권을 무시하고 선거제도를 파괴한 반민주적 폭거라고 그렇게 노발대발하던 당시의 김대중씨와 그의 세력들이 8년 후인 지금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금 공동여당, 공동정권이니 하고 정당연합을 표방하고 있지만 8년 전의 민자당 합당에 의한 통합권력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국회에서 두당 소속의원들이 마치 하나의 정당소속처럼 행동하는 걸 봐도 그렇다.

지금 정치권 사정을 해야 하는 그 명분에 관해 이른바 여권 고위 당국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우선 "지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사정으로 정치권도 개혁에 동참하여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민심수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정치권 사정은 기업구조조정과 정경유착근절 등 재벌개혁을 견인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재벌을 직접 사정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권 사정을 통해 재벌은 물론 개혁반발 세력에 대한 기강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사정은 궁극적으로는 국회의원수 감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각종 정치개혁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여야의원들의 반발에 대비한 사전 분위기 조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의원 총사퇴 결의'까지 하고 있는 야당이 내세우는 표적사정, 정치보복, 야당파괴공작 등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이른바 정치개혁을 앞세운 그럴듯한 사정 명분들이 이미 국민들에게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민들이 현정권이 들어선 이래 국회가 없는 거나 다름없이 공전하게된 원인을 어디에서 찾고 있느냐이다. 국민들은 현정권이 외환위기 수습, 재벌개혁 등 현란한 국정과제를 외치면서도 정작 범국민적, 초당적 국난극복이 필요한 중대 시기에 국회를 외면한 채 행정부가 독주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즉 김종필 총리인준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것을 빌미로 현정권은 국회의 문을 닫아버리고 정략적으로 의원 수 늘리기에 매달린 게 지난 6개월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지난 6개월은 지난해 12월 IMF사태 이후 국가의 모든 부문에 걸쳐 IMF개혁 청사진이 마련되고, 주요 개혁 사안들이 숨가쁘게 실천된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을 배제한 채 진행된 독재수구적 국정운영에 대해 DJ를 지지한 국민들조차도 의아해 하며 등을 돌려버린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를 한 번 보자. H사가 지난 9월 13일 실시한 전화면접에서 김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은 41.7%에 그쳤다. 또한 M여론조사기관이 9월 16일 조사한 결과는 정치권사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23.6%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으로 본 사람은 무려 70.4%에 달했다(국민일보 98.9.18).

DJ정권에 대한 지지도 하락은 국민이 이른바 정권교체에 건 기대가 점차 빗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DJ정권에 대한 지지패턴은 5년전 YS집권초기 근 3개월간 80%대에 있다가 집권 6개월후 40%대로 떨어졌던 것과 너무나 닮았다. 그런데 정치권 사정에 관한한 DJ의 지지율은 YS의 당시 50%대에 비해 훨씬 낮은 20%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YS가 독재수구세력인 박준규, 박철언, 박태준 등 민정계에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반군사독재 정서에 부합했으리라 보이며, 당시 언론에서 정치개혁이라고 대대적 선전도 있었지만 국민의 그런 정서에 비추어 '개혁적' 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간의 집권기간을 구분하여 외환위기수습, 경제개혁, 이제는 정치개혁이라고 강변하면서 검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번의 정치권 사정은 우선 '개혁적'이라기보다는 '정략적'이라는 이미지가 보다 국민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이번 사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70%대 국민들의 뇌리에는, 그간 여소야대 → 여대야소 국회로의 전환,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계인사들의 한나라당 → 국민회의 또는 자민련으로의 이동, 국민회의의 동진정책 → 한나라당의 PK, TK공략으로 당세확장 등 일련의 굵직한 정치권 변화만 읽어봐도 국민회의의 고위당국자가 말한 개혁냄새는 추호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박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박정희든, YS든, DJ든 누구나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공고히 하고 확대하기 위해 국민에게는 개혁이라고 기만하면서 정적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는 사정게임을 치뤄왔고, 그런 데에 국민은 이골이 나있다.

정세 : 사정은 보수세력의 새판짜기 수순

난생 처음으로 야당신세가 된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정에 대한 비난은 "야당파괴, 국정파탄" 등으로 응수하고 있다. 그들도 머리는 괜찮은 편이어서 금새 전통 보수야당의 흉내를 잘도 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머리가 나쁜 것은 "자기들이 했던 못된 짓 남도 할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찍 깨닫지 못했던 데 있다. 그들의 머리가 이제 나쁜 정도가 아니라 YS처럼 텅었다는 사실은 자신들이 "과거 공안탄압만 하지 않았더라도 재야세력 일부가 자신들 편을 잘하면 들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와 반성은 아예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의 일부는 DJ가 한나라당을 약화시킨 여세로 정계개편을 단행하여, 내년에는 신당을 만들 속셈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DJ는 자민련과의 공조가 깨질까봐 한나라당 민주계와의 연합이나 신당창당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내각책임제로의 개헌에 대해선 현 경제위기가 수습된 내년쯤에 논의하겠다고도 밝히고 있다.

보수세력간 그런 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번 정치권 사정은 앞서 지적한 집권기반 강화에 머무르지 않고 거대여당의 출현, 국가권력구조의 변화 등을 목표로 하는 보수세력간 정치야합을 끌어내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비록 지금 한편은 서슬이 시퍼런 것처럼 보이고 다른 편은 장외투쟁을 하는 척 하면서 정국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사정자체를 야합으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한계란 여야 모두 보수세력이기 때문에 그 일부는 사정으로 상처를 입더라도 결코 보수자체에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는 점이며, 또한 10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정기국회 활동을 외면할 수 없게 돼 이들 보수의 대변인인 언론들이 역시 국민여론을 앞세워서 압박과 중재를 동원하면 야합 시나리오 대로 끝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집권세력인 한나라당을 겨냥한 이번 정치권 사정을 둘러싸고 국민회의 내부는 물론 공동여당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국민회의에서는 사정이 자칫 정치권 새판짜기에 미칠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회의 지도부 당료들은 DJ­검찰 사정커넥션에서 소외되어 사정의 정확한 타켓이 무엇인지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서 사정원칙론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다 DJ에 의해 고용된 자문교수 두 사람이 보다 못해 한나라당에 대한 사정포화가 문제있음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우선 최장집 교수가 국민회의의 향후 진로는 한나라당내 TK, PK를 염두에 둔 민주연합이어야 함을 제기하면서 사정정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의 뒤를 이어 역시 황태연 교수가 지난 9월 24일 국민회의 의원 연수회 강연용 원고에서 최교수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 내용의 일부가 당에 의해 삭제되었다고 하나, "재야와 민주계를 집단 영입하여 전국적 민주블럭을 형성, 제2창당에 나서면 16대 총선에서 국민회의 단독으로 과반의석이 보장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는 내각제 개헌을 할 경우에도 민주연합을 토대로 하여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해야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자문교수들의 민주연합론은 사정정국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며, 보다 중요하게는 자민련에 대해선 완전 물을 먹이는 셈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민련은 최교수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그가 물러가야 한다는 등 비난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들은 과거 독재권력의 시녀였던 만큼 민주연합에 끼어들 자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내각제 개헌이고, 내각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선 지역주의에 기반한 지역연합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황 자문교수들의 민주연합론도 종래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시절의 독재 대 민주라는 구도의 연합론이 아니라,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호남과 영남간 연합을 통한 당리당략적 집권구도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연합구도에서 자칫 충청세력이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민련은 극구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황 교수들의 입장을 직접 듣지 않아 자세히는 몰라도, 설사 과거 독재정치를 청산하는 의미의 진정한 민주연합을 주장한 것이라면 이 연합에는 자민련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내 영남세력들도 제외되어야 하는 만큼 황교수가 승리를 자신있게 예상하는 거대여당 구상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황교수가 의도하는 민주연합론은 지금의 공동여당구도처럼 국가사회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세김씨 등 보수세력의 정치생명연장을 위한 지역연합 강화론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의 사정정국에서 최근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있다. 참여연대가 마침내 그 영웅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의 활발한 시민운동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국가사회를 개혁하는 영웅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참여연대는 보수언론의 입맛에 맞고 보수정치세력들이 쓰지만 언젠간 먹어야 할 '반찬거리'를 많이 제공해 왔다. 최근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재벌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여하여 소액주주권을 행사하거나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으로 국민의 'IMF 스트레스'를 유감없이 풀어주고 있다. 그런 참여연대가 마침내 사정정국에 영웅처럼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니라, 사정칼날이 이회창 총재에게 드리대고 있는 대선자금 불법모금에 대한 수사는 특별검사제 도입에 의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가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참여연대가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가칭 부패방지법의 특검제가 이번 대선자금 수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기본틀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여연대가 공개적으로 야당을 편들기로 한 것은 경실련이 지난 김현철비리 때 몰래 여당편을 들었다가 혼난 경험에 비추어, 보다 현명한 선택인진 모르겠다. 그러나 민중진영이 시민운동에 대해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듯이, 시민단체들이 보수세력들의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면 자칫 더러운 흙을 묻히는 것은 물론이지만, 보수세력간 야합으로 끝나고 마는 싸움으로부터 노동자·민중이 절대다수인 시민들에게 "정치판의 진보세력에 의한 '완전물갈이'를 위한 각오"보다는 향후 "자칫 어떤 정치세력도 저럴 수 있다는 불신과 투표율 저조로 나타나는 등 정치에 대한 허무"를 줄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응 : 사정정국을 변혁정국으로

현재의 사정정국은 지금까지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고 국민을 IMF도탄에 빠뜨린 보수정치세력들의 새로운 통치판 짜기에 불과할 뿐 노동자·민중의 기본권을 회복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국가 사회를 통치하고 있는 보수지배세력들이 선거를 이용하든 법을 이용하든 그들만 벌리는 권력경쟁은 국민의 보수적 성향을 볼모로 하는 싸움이요,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의식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된 싸움일 뿐이라는 것을 민중진영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민중진영은 국민을 우롱하는 사정정국의 체제적 성격을 알려내야 하고 노동자·민중을 기만하는 사정정국의 이념적 성격을 규탄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민중진영은 시민운동권에 대해서도 '반찬거리'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도 해야 될 일이긴 하나, 민중의 기본권을 회복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밥'을 반찬에 앞서 보수세력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도 충고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노동자·민중은 현정권이 집권 6개월의 실패를 사정으로 만회하려는 의도를 아래와 같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첫째, 현정권은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독재세력들을 전부 풀어주었으나 양심수들에게는 사상의 자유를 짓밟는 준법서약서를 미끼로 풀어주는 반민주적 정권이다.

둘째, 현정권은 민중의 기본적 권익과 생존권을 위해 진실되고 정의로운 실천을 한 노동자·민중 그리고 진보적 양심세력들을 지금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거나 업무방해죄, 집시법 위반 등의 죄목을 걸어 강제연행, 구속수사, 사법처리하고 있는 독재수구정권이다.

셋째, 현정권은 재벌의 위기, 자본의 위기를 경제위기로 호도하여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해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을 예산증액, 통화증발, 외채보증 등으로 전부 국민에게 떠넘기는 반국민적 정권이다.

넷째, 현정권은 경제가 어렵다는 기만적인 핑계를 앞세워 지금까지 국민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재벌 등 기업인들에게는 하등의 책임도 묻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는 실업, 임금삭감, 근로조건 악화 등으로, 도시빈민들에게는 주거지에서 무작정 축출로, 거리에서는 노점을 박살내는 것 등으로 그들을 생존위기에 내몰고 있는 반노동적, 반민중적 정권이다.

끝으로, 현정권은 청년학생들이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진보적 발전을 위해 싸워온 진실되고 정의로운 역사적 실체를 부정한 채 이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심지어 이적집단이라고까지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시대착오적, 반역사적 정권이다.

이제 노동자·민중은 국가사회의 올바른 변혁을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사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각오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민중은 현 사정정국을 변혁정국으로 바꾸고 실천하기 위한 정치행동당과 이 정치행동당이 중심이 되는 공동투쟁본부를 전국적으로, 지역적으로 시급히 꾸려야 한다. 이 정치행동당은 현 사정정국에 대해서 적어도 아래의 다섯가지 변혁사안을 요구해야 한다.

첫째, 사정은 과거 모든 부문에서 저질러진 독재와 부패를 예외 없이 심판하고 청산하여 향후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사정이라야 한다.

둘째, 과거의 잘못된 역사와 현실에 대한 비판 때문에 사정이 아닌 공안횡포로 감옥에 있거나 구속된 모든 양심범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향후 양심범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보안법과 안기부, 공안검찰, 보안경찰은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

셋째, 지금의 사정에는 그야말로 성역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영향력이 큰 교육, 언론, 법원, 검찰 등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사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정처벌의 대상에 재벌을 반드시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며, 이는 곧 재벌체제를 해체하는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넷째, 현 정치권에 대한 성역 없는 사정은 결국 보수정치인 모두가 사법처리를 면할 수 없어 이후 대통령직과 국회의 구성은 불가능하게 되므로 새로이 대선과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끝으로, 현정권은 물러나기 전에 사정정국을 민생정국으로 전환하여 노동자, 철거민, 노점상, 청년학생 등 예비실업자를 포함한 실업자 등 국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력, 소득, 재정, 금융 등 관련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