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은/『현장에서 미래를』37(1998/10)

만도기계 노동조합 투쟁

김 희 준

만도기계노동조합 사무국장

* 본 글은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평가가 아니라 개인의 생각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현재의 상태

IMF로 표현되는 경제위기는 "70%를 살리기 위해서는 30%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DJ는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 세력을 위해 전 민중을 상대로 모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단위사업장 차원에서는 자본은 정리해고를 무기로 임금삭감, 단협 개악을 공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탄압은 구조조정의 진행이라는 흐름 속에서 보아야 한다.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투쟁을 전개했던 만도기계노동조합의 투쟁은 공권력 침탈이라는 총자본의 공격을 받고 있다. 공권력 투입 이후 현장 조합원들에게 임금반납 서명을 협박하고 현장활동가들과 간부들에게 정리해고를 무기로 무급순환휴직과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상황이다.

만도기계노동조합의 투쟁은 부도, 로스차일드를 통한 외자유치 등으로 만도를 기업구조조정의 표본으로 삼고자 하는 정부­자본과의 투쟁으로서, 현재의 정세를 포괄하고 이후 투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98년 임·단투 진행의 특징

민주노총 1기의 정리해고 직권조인, 6, 7월의 총파업투쟁 유보. 현대자동차투쟁은 노동과 자본을 둘러싼 대리전이라고 누구나 얘기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투쟁은 전국 전선이 허물어져 있는 상황에서 총자본(정부, 전경련, 현대자동차) 대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전개되었다. 투쟁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민주노조운동의 대응은 너무나 제한된 것이 현실이었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노동조건의 하락(임금반납, 복지축소)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 명기된 노동조건의 하락 불가가 자본의 공격에 의해 전국의 사업장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10년의 성과가 경제위기를 틈타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불러왔던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는 노래의 한 구절은 지금 자본의 모습이다.

민주노조 전국 사업장에서 노동조건의 개악이 진행되고 있지만, 노정합의를 이유로 총파업투쟁이 유보·철회되면서 전국 전선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올해 임·단투의 또 다른 특징이다.

만도기계 노동조합은 2월 7일 대전역에 7개 지부 조합원들이 모여 '정리해고 철폐! 고용안정 쟁취!'를 위한 총파업투쟁을 일정대로 사수하였다.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부도사업장이라는 조건에 위축되지 않고 5월 투쟁을 통해 체불임금을 확보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희망퇴직

정리해고와 함께 정리해고의 변종인 희망퇴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자본은 "희망퇴직은 개별의 희망에 따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노동조합과 합의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때로는 노동조합이 퇴직자의 처우문제를 놓고 협상을 하면서 희망퇴직 자체에 대해서는 합의해주는 조건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정리해고 된 조합원보다 희망퇴직을 통해 나간 조합원 숫자가 훨씬 많다. 그만큼 정리해고와 함께 희망퇴직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희망퇴직에 대한 지침은 없었다. 결국 단위사업장 차원의 결정으로 떨어진 문제로 귀결되었다.

정리해고든 희망퇴직이든 현장에서 빠져나간 조합원 숫자는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의 10%를 육박한다. 이렇게 빠져나간 조합원들의 빈자리는 인원 충원 없이 남아있는 조합원들의 몫으로 넘겨졌다. 노동강도의 강화, 현장에 대한 통제가 희망퇴직과 함께 진행되었다. 그리고 노동강도의 강화는 다시 여유 인원 산정의 근거로 정리해고를 정당화시켜주는 자본의 근거로 탈바꿈 하고 있다. 자본은 희망퇴직을, 손에 피 안 묻히고 노동의 유연화를 진행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만도기계의 경우에도 1차 희망퇴직의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360명의 조합원들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다. 그로 인해 조직력의 타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여유 인력이 해소되면 정리해고가 없을 것이 아니냐?"는 의식이 확산되었다.

노동조합은 희망퇴직은 정리해고의 변형이자, 전주곡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선행한 후 희망퇴직자 처우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회사가 "희망퇴직은 개인이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2차 희망퇴직을 강행하자, 노동조합은 선거구별로 희망퇴직 원서를 수령한 후 소자보 투쟁을 전개하고 총무과 앞에서 희망퇴직 화형식을 함으로써 2차 희망퇴직자는 개인적인 이유에 의해 선택한 40명만으로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구조조정의 진행

(퇴출기업 55개, 퇴출은행 5개, 금융, 공공, 기업, 노동 구조조정)

DJ는 9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 공공, 기업, 노동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미 55개의 퇴출기업, 5개의 퇴출은행을 통해 구조조정의 진행이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은 확인되었다. 금융구조조정이 32% 인원삭감으로 금융노련과 합의되었다. 구조조정이 단계적으로 꾸준히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의 일정도 발표된 상태이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전선을 설치하는 문제, 연대를 통한 공동전선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해당사업장, 업종의 문제로 제한되어 진행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9월 28일 DJ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구조조정을 강력히 진행해서 내년부터는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 노동자들이 이 과정에서 고통을 전담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빠뜨리지 않았다.

만도기계의 구조조정

만도기계의 구조조정 과정

만도기계의 투쟁은 회사와 로스차일드로 표현되는 다국적 자본, 정부 3각 연합에 대한 투쟁이었다. 정부는 9월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구조조정의 모범답안이 필요했었다. 로스차일드로 표현되는 다국적 자본은 돈이 되는 사업에 대한 제한적 선택권(돈 안되는 사업에 대한 퇴출), 노동 유연화를 10억불 외자유치의 대가로 요구하였다. 회사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장애물인 투쟁적인 노동조합을 퇴출시키고, 노사협조주의에 입각한 노사관계의 정립, 노동의 유연화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듯 자본의 입장에 입각한 구조조정이라는 공동의 목표속에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회사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회사는 부도와 IMF라는 경제위기를 노동의 유연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정리해고를 무기로 노조로부터 희망퇴직, 임금반납, 복지축소 등을 통해 노동의 유연화를 기도하고 있다.

노동의 유연화는 정리해고라는 폭력적 방법뿐만 아니라 희망퇴직, 임금삭감, 현장의 통제를 통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만도기계의 경우에도 작년과 비교해 볼 때 공권력 침탈 이전에 자연퇴사자 120명과 400명의 조합원들이 희망퇴직으로 나갔고 공권력 침탈 이후에는 450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희망퇴직으로 현장을 떠났다. 부도이후 1,000여명의 조합원들이 빠져 나간 속에서 현장은 인원 충원 없이 예전과 같은 생산을 하고 있다. 민주노조 파괴, 노동강도 강화, 고용조정을 통해 노동의 유연화를 실현하고 아산공장 매각, 사업부 매각을 통해 규모중심의 경영에서 이익중심의 경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고용안정 협약 투쟁

96, 97년 노동법 투쟁을 경과하면서 고용안정은 노동운동의 화두였다. 자본의 공세속에서 고용안정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대답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세적인 정세에 몰려있다. 이는 정리해고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내부의 문제로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단위사업장에서도 결코 중간이 없는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였다. 특히나 구조조정 사업장의 경우 '정리해고를 암묵적으로 수용하든지', 아니면 '정면으로 돌파하든지'의 선택의 문제로 다가왔다.

민주노총이 정리해고를 수용하고 금속산업연맹이 정리해고를 '철폐'에서 '재논의'로 바꾸는 순간 단위사업장은 선택을 해야 했다. 만도기계노동조합이 '정리해고 철폐'를 투쟁의 목표로 잡는 순간 투쟁은 길은 하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그 투쟁의 결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의 파괴, 희망퇴직의 강제 진행을 당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투쟁은 전국 노동자에게 하나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2월 민주노총이 총파업투쟁을 정리해고 수용은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며 투쟁일정을 잡자, 그에 따라 노동조합의 투쟁을 일정대로 진행하고 정리해고 입법화 과정에서 고용안정협약을 쟁취하였다.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실시하지 않는다', 회사는 '3자 인수, 분할, 매각, 합병과 같은 중대한 경영상의 결정사항이 발생할 시에는 고용승계 및 단협승계를 보장한다.'는 고용안정협약을 쟁취하였다. 만도기계노동조합이 합의한 고용안정협약은 정리해고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주체로 참여하는 중요한 투쟁의 성과였다. 그러나 고용안정협약서는 단 5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휴지조각으로 변하였다. 노동부의 간부는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을 때 "양보교섭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냐?"고 노동조합에 제안해 왔다. 우리는 노동부에 물었다. "고용안정협약을 쟁취한 속에서도 이런 상태가 오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노동부는 "그러면 고용안정 기간을 협약서에 명기하자"는 대답에 우리는 다시 "협약서가 효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노동부 대답 왈 "이전 고용안정협약과 같다"는 것이었다. 노사합의한 고용안정협약마저도 파기하는 마당에 또 다른 협약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정부, 로스차일드, 회사가 꼭 같은 이해로 고용안정협약을 파기한 마당에 '구조조정 과정에 정리해고'에 대해 또 다른 협약이 어떤 강제가 되겠는가? 우리는 결국 하나뿐인 길 '정면 승리'를 피하지 않기로 결의하였다. 1만5천 폭력경찰과 공장를 뒤엎는 최루탄도 우리의 투쟁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

자동차산업의 침체와 부도라는 개별적인 상황의 악화는 노동조합에게 고용안정 방안에 대해 입장을 가질 것을 강제하였다. 우리는 고용안정 투쟁에 임함에 있어 전체 조합원의 고용유지와 함께 생존권을 사수한다는 두가지 원칙에 입각해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원론적인 대안이었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운동의 역사가 증명하고 우리가 수 없이 얘기했던 구호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 6사 모임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그 속내용 즉, 노동시간의 단축, 임금보전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었다. 노동조합은 내부적으로 주 32시간 노동과 월차 반일사용을 내용으로 통상급 100%보전을 내용으로 한 고용안정 방안을 확대간부회의에서 결의하고 우리는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에서 노동시간 단축투쟁은 주장이상을 넘지 못하였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정리해고가 임박한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저들의 요구 속에서,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였다.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일도 없다고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판에 노동시간이 현실적인 대안이겠느냐?'는 물음과 함께, 임금삭감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회사의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전면적인 총자본의 탄압

41명 구속, 7명 수배, 300명 불구속, 2,700여명의 조합원 연행.

9월 3일 폭력경찰의 침탈과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노조말살'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회사와 정부, 로스차일드 3각 연합의 공동목표인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우리의 상상을 넘었다. "양보교섭을 하면 노동조합의 조직력은 보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은 무책임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현실 앞에 무색한 말이다. 회사는 양보교섭은 양보교섭이고, 정리해고는 정리해고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하나였다. 회사는 조합비를 가압류하고 23명에 대해서는 체불임금에까지 가압류를 하는 무식함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금융, 공공, 기업, 노동 구조조정을 정면 돌파를 통해 강행하겠다는 것을 밝힌 이상 하반기 투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희망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겠는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작하자.' 그렇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노정합의도 지켜지는 않는 속에서 어느 단위사업장의 자본가가 노동조합과의 협약을 지키려고 할 것인가?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원칙을 지키며 구조조정을 정면 돌파하려고 하였다. 총자본의 탄압으로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조직력의 파괴와 자본의 현장통제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전국의 동지들과 함께 구조조정 반대, 고용안정 쟁취를 위한 투쟁에 적극 동참할 것을 밝힌다.

노사가 맺은 전국의 단체협약과 정부와의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단체협약 준수, 노정 합의 준수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전국적인 연대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의 동지 여러분! 민주노조운동 10년의 투쟁성과를 지켜나가는 것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우리의 공통된 투쟁과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싸우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일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