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현장에서 미래를』38(1998/11) 현 정세 속에서 민중대회의 의의 이 성 도(민주노총 조직강화특별위원장/민중대회
집행위원장) IMF 구제금융을 통해서 김대중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국가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했지만 국가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 IMF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합의한 처방(고금리, 긴축정책, 노동시장 유연화)은 한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급속도로 침체와 불황의 늪으로 몰아 넣어 소비심리의 위축과 대량실업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동남아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 및 러시아 경제의 위기는 세계적인 장기불황 내지는 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외부조건이 겹치면서 고금리-긴축, 상품·자본시장개방, 구조조정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IMF-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은 초국적자본과 독점재벌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고, 한국경제의 기반을 파탄시키고 있다. 초국적자본은 부채상환을 원활히 하고, 상품·자본시장개방 및 구조조정(악성부채탕감과 정리해고)으로 기업과 은행을 헐값으로 장악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반면 한국은 고금리, 긴축, 정리해고 → 부도사태, 대량실업 → 내수부진, 신용공황 → 기업 및 은행 부실화 가속이라는 악순환 구조에 의해 경제기반이 무너지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고 경제위기의 주범인 재벌에게는 면죄부와 특혜를 부여하여 국가경제를 파탄의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IMF로 대변되는 초국적 투기자본의 이익만 지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IMF와의 구제금융 조건에는 부채탕감은 찾아 볼 수도 없고 민간외채에 대해 국가가 보증을 서는 등, IMF 구제금융을 받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아도 그 내용이 독립된 국가로서는 수치스러울 정도이며 도리어 IMF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재정적자폭의 확대, 금리 재조정, 구조조정 속도조절 등을 분기협의를 통해 정책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을 김대중정권의 정치, 외교적 성과인양 선전해대는 것은 김대중정권이 준비된 정권이 아니라 이전의 정권과 전혀 다르지 않는 노동자·민중의 고통위에서 재벌 중심의 정책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정권임을 우리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재벌과 정치권이 초래한 경제파탄으로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고, 소득분배구조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데 반해, 재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에 대한 개혁은커녕 5대재벌의 독점이 더욱 강화되고 정권유지를 위한 정계개편이 정치개혁으로 치장되면서 서민대중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는, 노동자·민중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경제파탄의 근원인 전근대적인 재벌경제체제와 비민주적인 정치체제라는 취약한 정치·경제구조를 청산하기는커녕 그들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확대하고 있다는데 대한 불만과, 김대중정권의 정책은 노동자·민중을 생존권의 위기로 몰아 넣을뿐 경제회생의 가능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를 의식한 김대중정권은 '제2의 건국'을 선포하면서 1단계 개혁(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2단계 개혁(정치·사회개혁)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정권이 재벌과 정치권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선 가장 보수적인 정치분파인 JP세력과 야합하여 집권했다는 정권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근본적 개혁을 단행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집권초기에 외환위기 극복을 이유로 재벌과 정치권개혁을 유보했기 때문에 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이미 상실했다. 개혁의 기회를 상실하고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경제가 호전될 기미가 없는 상황을 틈타 IMF초기에는 수세적 위치에 있던 5대재벌을 중심으로 한 독점재벌은 김대중정권을 압박하여 재벌개혁을 무력화시키고 그들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재벌의 발언권이 강화되는 또 하나의 배경은 그간 몇가지 드러난 정경유착 비리에서 집권여당이 관련되지 않은 사안이 별로 없듯이 김대중정권 자체가 정경유착과 정치개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제2의 건국'을 내세우고 있는 김대중정권의 개혁은 정권유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계개편의 필요성 내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김대중정권은 엄청난 외채를 들여오고 외화를 밀반출하여 나라 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재벌에게는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하에 경제위기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며, 대기업간 사업교환(빅딜)을 통해서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정부지원의 이름으로 특혜를 받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하였다. 기아자동차 입찰 과정에서 엄청난 부채를 탕감하여 국민의 부담으로 돌렸고, 자금시장에 풀려나온 돈은 이미 5대재벌이 독점하여 회사채, 기업어음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올 8월 19일까지 발행된 회사채의 80%, 기업어음의 75%가 5대재벌의 몫으로, 이는 시중의 돈을 5대재벌이 독점하는 있다는 반증이다. 5대재벌이 독식하여 시중의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 위기의 주범이 또다른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정치권의
사정은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부정부패를 추방하여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비리에 연루된 의원이나 3, 5, 6공의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영입하여 정권의 기반만 강화함으로써 올바른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정치·사회개혁은 그동안
땀흘려 일하고 소외된 민중들과 함께 기득권(재벌, 정치권, 관료)을
심판하고 사회정의를 세우는 것인데, 이른바 총풍, 세풍사건의 처리를
보더라도 국가 기관을 권력기반 강화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권 사정은 이미 용두사미가 되었으며 그 결과는 여대야소,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숫자만 늘리는 것으로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정치체제의 개혁은 하반기 정세의 가장 중심적인 쟁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를 둘러싼 지배세력 내 분파간의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다른 계급계층의 대중과 연대하여 재벌·정치개혁을 내걸고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5월 총파업과 7월 투쟁을 통해서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을 통해서는 경제를 살릴수 없으며 재벌 해체와 정치개혁을 요구하였으나, 김대중정권은 이미 민주노총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의 노동정책에 근거하여 노동조합 죽이기와 노동운동의 말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 노동조합의 정책적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 본질에 있어서는 이미 김대중정권에 노동자들의 정책적 참여의 길은 내용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1기 노사정합의 사항 중에서 정리해고를 제외하고는 지켜지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후에 있었던 6.5노정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이미 지켜질 수 없는 내용을 기만적으로 합의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정권은 지켜질 수 없는 합의와, 언론을 통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민주노총의 투쟁을 무력화시켰으며 현장 단위노동조합에게는 정리해고, 임금삭감, 고용불안을 통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다. 김대중정권은 교묘한 교란전술을 통해 상급(민주노총 중앙, 연맹)단체에 투쟁의 책임을 전가하게 만들어 조합원과 지도부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전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봉쇄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민화협이니, 제2건국위원회니 하면서 사회 저명인사를 포섭하여 정치·사회개혁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 기반을 강화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에 민주노총에서는 일부 인사들의 그러한 움직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후 상층, 명망가 중심의 운동 한계를 극복해야함을 과제로 확인하였다. 이번 98민중대회는 노동자·민중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운동의 중심축을 튼튼히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중생존권이 벼랑으로 내몰린 지금의 정세속에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실업자 등 민중진영을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 세워 투쟁하는 것은 현정세의 절대적 요구이며, 87년 노동자대투쟁이후 10년간 어어져 온 '노동자대회'와 전태일열사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역사적 책무이다. 지금까지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되어온 민중진영의 투쟁을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 세워야 한다. 도시빈민은 폭력적인 강제철거에 대항해 완강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노점상들은 생계보장을 위해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민의 경우는 김대중정권의 대선 공약사항인 농가부채탕감 요구를 중심으로 농민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하반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DJ정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농가부채탕감, 추곡수매가 문제 등으로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도시자영업자층과 영세기업은 경제불황의 여파로 도산을 비롯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고, 이른바 중산층의 경우도 자산가치의 하락 등으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이다. 37%에 해당하는 국민들은 스스로가 중산층에서 하층으로 몰락했다고 여기고 있듯이, 최대의 피해자인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전 계급계층으로 저항이 파급되고 있다. 청년학생은 한총련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탄압으로 조직력이 심각하게 약화되어 예전과 같은 위력적인 연대투쟁을 전개하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문제 등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학연대투쟁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학생운동도 노학연대투쟁을 조직정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상반기 활동에서 위력적인 민중연대투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제(諸)계급계층의 연대틀이 형성되어 있다. 국본은 하반기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쟁취투쟁을 지원하면서 재벌개혁 및 IMF재협상을 중심으로 한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구축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국본은 형식적으로는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시민단체를 포괄하고 있지만 대중적 차원의 민중연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중앙과 지역의 집행력도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따라서 하반기에 힘있는 민중연대투쟁을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민중연대투쟁으로 나서는 것이 현정세의 요구이다. 고용, 실업, 민중생존의 문제는 재벌을 떠나서는 해결 될 수 없으며, 재벌을 유지·강화시키는 김대중정권과 정경유착, 부정부패에 대해 공세적으로 투쟁을 하지 않고서는 고용안정, 민중생존권 사수, 실업대책은 세워질 수 없다. 재벌해체, 정치개혁에 대한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 재벌해체와 재산환수, 나아가서는 재벌에게 특혜로 들어가는 자금(국고)을 민중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분배기능이 강화되어 민중생존권이 쟁취되고 실업의 고통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국가예산이 재벌에게만 일방적으로 흘러간다면 상대적으로 민중의 고통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98민중대회를 통해서 김대중정권의 본질을 전 민중적으로 폭로하고 재벌해체와 민중생존권 사수, IMF반대 투쟁의 깃발을 들고 민주노총이 선봉에 서서 투쟁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하반기에도 고용·생활보장은 노동자 대중의 가장 절실한 요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고용·생활보장 쟁취투쟁을 어떻게 전개하느냐 이다. 각 조직에서 발생하는 정리해고 저지투쟁만으로는 노동자 전체의 총력투쟁전선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렵다. 기업별 차원의 정리해고가 파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연맹 차원의 지원연대투쟁 이상을 조직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각 조직의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최대한 지원연대하면서도 전체 조합원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과 민중들이 함께 투쟁으로 나설 수 있는 요구로 투쟁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 극복' 이데올로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정리해고 반대'라는 수세적 대응에서 대안적 요구인 고용·생활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경제파탄의 구조적 원인인 재벌체제와 정치체제의 개혁요구를 중심으로 공세적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재벌·정치체제개혁투쟁은 고용·생활안정쟁취투쟁과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고용·생활안정쟁취투쟁은 재벌·정치체제개혁투쟁으로 연결·발전되고, 반면에 재벌·정치체제개혁투쟁은 고용·생활안정쟁취투쟁을 엄호한다. 그리고
재벌·정치체제개혁투쟁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전개해 온 제도개선
중심 및 정책제시와 켐페인 수준에 머물렀던 사회개혁투쟁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상반기에 비해 정세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지만 김대중정권의
정치·경제정책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개혁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정세변화를 주목하여, 노동자·민중진영의
치밀한 조직적 준비를 통해 수세에서 공세로 국면을 전환시켜야 한다.
지난 10월 13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결정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었다. 현장 대중의 정서는 98년 민중대회를 계기로 이제 노동자대회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하는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중대회는 전태일열사의 정신과 지난 10년간의 노동자대회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후 정세나 조건의 변화에 따라 5·1 노동자대회로 치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민중대회를 계속 치를 수도 있고, 노동자대회로 환원될 수도 있을 것이나 어떤 경우에도 공세적인 민중전선의 원칙속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민중대회를 통해서 한해 투쟁을 마무리하기보다는 민중대회 이후 조직정비와 혁신을 통해서 99년 임·단투시에 예상되는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등을 통한 단위 노동조합의 무력화에 대한 총자본의 음모에 맞선 투쟁을 실천적으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민, 도시빈민, 실업자 등 기층 민중의 투쟁을 함께 조직하여 IMF 구제금융 이후 벼랑 끝에 내몰린 민중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조직해야 할 것이다. 그 출발은 11월 8일 민중대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