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현장에서 미래를』39(1998/12)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저항하는 아시아­태평양 노동자·민중투쟁과 국제연대

원 영 수(정세분석실 연구원)

* 이 글은 11월 7일부터 10일까지 스리랑카에서 있었던 APWSL 총회 및 11월 9~14일까지 말레이지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민중대회(APPA)에 참여하면서 보고, 느낀점을 작성한 글이다.

APWSL 총회 ― 스리랑카 콜롬보

이번에 참석하게 된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회의(Asia-Pacific Workers' Solidarity Link)는 자본의 주구 역할에 충실한 노사협조주의적 국제자유노련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ICFTU-APRO)을 제외한다면, 이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노동자 국제연대기구이다. 1981년 아시아노동자연대회의(Asia Workers' Solidarity Link)에서 출발한 APWSL은 그후 아시아개발문화포럼(Asian Cultural Forum On Development: ACFOD)의 지원하에서 수차례에 걸친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1983년 태국의 차암에서 열린 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로서 공식 출범하였다.

그리고 198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현재의 APWSL이라는 명칭을 채택하게 되었다. 1996년 네팔의 카투만두에서 열린 총회(Council Meeting)에서, 남녀평등과 민주주의를 원리로 하는 정관(Constitution)을 채택하고, 진정한 노동조합주의(Genuine Trade Unionism)를 지도원리로 명시한 카투만두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APWSL은 지역내 16개국의 노동조합과 노동운동가들의 네트워크로서 일정한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1996년에 이어 3년만에 열리는 이번 총회는 APWSL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서, 지난 3년간의 사업에 대한 평가 및 차기 임원선거, 향후 3년간의 사업계획 및 예산심의 등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11월 5일 오전 9시 김포를 출발한 비행기는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현지시각 12시경에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착륙했다.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막 도착한 몇몇 동료들과 함께 ― 타밀족 민족해방전선 게릴라와의 교전상태를 반영하여 시내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된 ―콜롬보 시내를 거쳐 새벽 2시경에야 마침내 숙소이자 APWSL 총회 장소인 노동자센터(Kamkaru Sevana Ratmalaya Centre)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다음날은 총회개막 전의 방문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다. 일행은 개최지인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토산품인 홍차(실론티)를 생산하는 티플란테이션(차농장)을 방문하러 콜롬보 북동부의 도시인 캔디(Kandy)로 향했다. 남아시아의 최저개발국 중의 하나인 스리랑카에서도 가장 소외받은 계층인 플란테이션 노동자들은 일당 101루피(약 2,000원)를 받고서 하루에 16kg 이상의 차잎을 따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스리랑카내 소수민족인 타밀족(Tamil)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는 플란테이션 노동자들은 극도의 저임금과 불결하고 불편한 생활시설 속에서 국외자로서 노예노동을 강요받고 있었다. 일정의 지연으로 비록 플란테이션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노동조합 간부들과의 짧은 간담회를 통해 그들의 극도의 저임금과 열악한 생활조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플란테이션을 방문한 후에는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플란테이션 노동자센터인 사티오다야(Satyodaya: '진리의 새벽'이라는 뜻)에 들려, 평생을 가장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한 백발의 노신부 폴 개스퍼스(Paul Gaspus)로부터, 1948년 독립이후 무국적상태(statelessness)에서 이중의 고통과 착취에 시달리는 플란테이션 노동자들의 고난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세기의 새로운 민중적 아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우리의 임무는 '플란테이션 노동자들의 해방'에서 출발한다는 노신부의 강렬한 웅변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11월 7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4개국에서 노동운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APWSL 총회가 열렸다. 공동의장인 안톤 마커스(스리랑카)와 스리파이 논시(태국)의 환영사, 랑카 일반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인 자야라트나 말리야고다 씨의 스리랑카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한 연설이 있었다. 이어 "아시아 경제위기와 노동자에 대한 영향"이라는 주제로 ACFOD 부총무인 우팔리 마게데라카마게 씨가 발제를 하였고, "노동자와 자유무역지대"라는 제목으로 AMRC 간사인 아나 엔리케스(멕시코) 씨가 발제를 하였다. 이후 참석자들의 질의와 토론을 통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아시아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 노동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된 상황인식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일요일인 11월 8일에는 스리랑카에서 세계화의 상징인 카투야나케 자유무역지대(Katuyanake Free Trade Zone)를 방문했다. 스리랑카 정부의 엄격한 통제로 공단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들의 집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법률로 보장된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지만, 새로운 인민동맹 정부출범 이후 일종의 유화책으로 가능해진 공장별 노동자협의회의 자발적 연대조직인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노동자협의회 공동협의회'(Joint Association of Workers and Workers Councils of the Free Trade Zones)의 제1차 대의원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약 200여명의 노동자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 APWSL 총회 참석자 일행이 초청받아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하고 노동자 국제연대의 뜨거운 의지를 교환하였다. 특히 스리랑카에 대거 진출한 한국인 자본가들의 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과 노동운동에 대해 갖는 관심은 아주 지대한 것이어서, 한국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한국 노동운동과 노동자투쟁의 간략한 상황을 소개하는 연설을 하게 되었다. 주로 동일한 자본가에 대한 공동의 국제적 연대투쟁의 필요성과 의의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마침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리는 '98 전국민중대회'에 대한 소개를 통해 한국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을 전하였고, APWSL 총무인 로버트 리드의 제의로 한국 노동자들과의 연대에 관한 결의안이 박수 갈채 속에서 통과되었다.

집회 참석 이후에 우리 일행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자유무역지대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숙소를 방문하였다. 10자×12자 정도의 방에 4~5명이 거주하면서 하나의 부엌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자취생활, 그것은 1970년대의 구로공단이 한국의 자본가와 함께 열대의 적도 근처, 작은 섬 스리랑카에 그대로 재생된 모습이었다. 70년대 우리 누이의 얼굴과 모습이 이곳 스리랑카의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그대로 되살아나 있었다.

오후에는 '자유무역지대 창설 20주년을 맞이하여 여성센터, 의류노동자 복지센터와 공동협의회가 주최한 전시회와 문화공연에 참석하였다. 자유무역지대의 역사와, 열악한 안전시설, 최악의 주거환경, 가혹한 노동조건 등 노동자들의 고난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전시회는 현장 노동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준비한 것이어서 더욱 값진 것이었다. 그리고 파업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전원해고한 기업주에 맞서 법정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아직도 우리는 파업중"이라면서 승리를 확신하는 맑은 눈동자에서 스리랑카 노동운동의 미래에 대한 확신, 아니 국경을 초월한 인간에 대한 확신을 재삼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늦게 시작된 문화공연은 자정 무렵까지 계속되었는데, 스리랑카 고유의 노래와 춤, 연극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들의 고통과 고난, 자본가들에 대한 풍자, 투쟁의지와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을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했던 두명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이번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더욱 반가웠고, 교환방문 프로그램 이후 그들의 운동적 성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11월 9일 월요일부터 APWSL 총회는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하였다. 먼저 오전에 6년간 APWSL의 살림을 챙겨온 총무 로버트 리드가 지난 활동을 결산하는 총무보고를 했다. 그는 97년 총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그리고 98년 5월 APWSL 한국위원회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그의 재임기간 동안 APWSL이 재정적·조직적으로 독립된 네트워크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특히 지난 2년간의 APWSL 활동에 대해 간략히 보고하였다.

이어 총회에 참석한 14개국의 활동가들이 자국의 상황과 노동운동의 동향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하였다. 그들의 보고에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직접적 공세하에 비록 각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의 유연화·주변화라는 상황은 공통적인 특징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열악한 조건에서도 저항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노동운동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아쉽게도 국내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상황에 대해서는 총무인 로버트 리드가 간략하게 상황을 소개하였다.

각국별 상황 및 활동보고가 끝난 다음, 잠깐 동안 티타임을 가진 후에 임원선거에 돌입했다. 이미 총회 전부터 E-메일을 통해, 새로운 총무에는 파키스탄의 여성활동가 루비나 자밀의 선출이 확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의장, 특히 남성의장 후보에는 내부적으로 의견차이가 있었다.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총무인 로버트 리드를 남성의장으로 추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대해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의장후보로 야마사키 씨를 추천하려는 일본위원회의 움직임도 있었다.

이번 총회의 유일한 경선인 의장선거에서는 로버트 리드가 일본의 야마사키 세이치(APWSL 일본 사무국장)와의 경선 끝에 당선되었고 여성의장 선거에서는 필리핀의 여성활동가 엘리자베스 롬보스가 단일후보로 당선되었다. 이어서 각 지역회의와 성별·지역별·국가별 안배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지역총무가 결정되었다.

- 동아시아 지역: 이성경(여, 한국 노운협)

- 동남아시아 지역: 엔젤 멘도사(Angel Mendoza: 남, 필리핀)

- 남아시아 지역: 미정(남, 인디아)

- 태평양 지역: 리사 비치(Lisa Beech: 여, 뉴질랜드)

총회의 마지막날인 11월 10일, 우리는 향후 3년간의 주요사업을 확정하기 위해 워크숍을 △노동의 유연화 △비공식부문화 △직업안전 및 보건 등 3개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그리고 워크숍 서기들이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하여 발표한 다음, 이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의 사업프로그램을 확정하였고, 마지막으로 예산안을 심의·결정하였다.

마지막날 잠깐 시간을 내서 모인 동아시아 지역회의(홍콩, 대만, 일본, 한국)에서는 다음번 동아시아 교환프로그램의 계획에 대한 일본측의 제안을 듣고, 잠정적으로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될 마카오에서 다음 프로그램을 갖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지역내 그룹간의 활발한 논의와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총회의 폐회 후에, 일행은 시내로 이동하여 환송회를 가졌으나, APPA 참석차 말레이지아로 향하는 일행은 그동안 정들었던 동료들을 뒤로 한 채 콜롬보 공항으로 향했다. 짧은 기간, 빡빡한 일정이어서, 스리랑카의 모든 것, 스리랑카 노동자·민중들의 삶을 모두 보고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밝고 순수한 얼굴과 소박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또 그들의 투쟁과 미래를 기대하면서 말레이지아로 향했다.

현장노동자와 노동운동가의 풀뿌리 연대조직으로서의 APWSL. 특히 노동운동의 토양이 척박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공세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국제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APWSL과 같은 노동자 국제연대조직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구화의 공세하에서 노동조건이 하향평준화되는 상황은 국경의 벽을 더욱더 허물고 있으며,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연대와 투쟁을 위한 물질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 노동운동진영에서 이른바 국제자유노련(ICFTU)과 국제산별노련 사무국(ITSs) 등 상층기구들이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현실주의적' 실리노선(business unionism)과 정치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unionism)에 안주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투적·변혁지향적 노동운동의 공동투쟁과 조직적 결합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주체형성은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강력히 요청되고 있는 과제이다. 특히 무소불위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초국적자본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소비자주의적 시민운동이 아니라, 강력한 투쟁력과 대안을 가진 노동운동임을 현실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국제노동운동의 긴급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공동의 과제를 위해 낮은 수준에서라도 공동의 실천과 투쟁을 하나하나 조직하고 축적해 나가는 것이 APWSL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위원회의 경우 몇몇 노동단체의 느슨한 네트워크로만 존재하는 결정적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국제적·계급적 전망 속에서 현장노동자·활동가들과의 결합도를 높여 활동의 영역을 현장에 뿌리내리면서도, 국제적으로 확장해 나가야할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APPA(아시아-태평양 민중회의) ―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지난 해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통화폭락으로 시작된 아시아의 경제위기 속에서,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11월 14일에서 18일까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회의가 열렸다. APEC은 기본적으로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위한 경제적 지역협력체로, 이 지역에서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자유무역의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전지구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APEC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비롯하여 다자간투자협정(MAI)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자유무역 블록과 경제협정을 추진하면서, 이 지역에서 자유무역과 금융의 탈규제화의 흐름을 확산시키는 이른바 지구화의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측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항하여, 아시아 태평양지역내 다양한 부문의 민중운동이 저항의 깃발을 내걸었다. '아시아·태평양 민중회의'(Asia Pacific Peoples' Assembly: APPA)가 바로 그것이다. 95년 일본 교토에서 시작되어, 96년 필리핀 마닐라 그리고 97년 캐나다 벤쿠버에 이어, 1998년 11월에는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이번 APPA는 '자유시장'만을 강조하는 APEC에 반대하여 노동자, 환경, 인권, 여성, 원주민, 농민, 빈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구화가 민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폭로하고, 지구화에 저항하며 민중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민중들의 투쟁의 장이었다.

APPA를 준비한 조직위원회는 이번 회의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민중들은 너무 오랜기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리는 소수 선택된 엘리트들을 위한 권력과 부의 추구에 이용되어 왔으며, 착취받았다. 우리의 권리는 짓밟혀 왔고 우리의 기쁨은 산산히 부서졌다. 이제 우리는 이것들을 종식시켜야만 하며, APPA회의는 민중들을 위한, 민중들에 의한, 민중들의 회의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APEC의 대표들로 하여금 우리 자신과 우리의 기본적 권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11월 10일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을 비롯한 각국 민중운동의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고, 이어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약 15개의 주제별 포럼(issue forums)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청년학생포럼, 민영화와 금융규제완화, 지속가능한 생계를 위한 지역공동체 사업, 도시빈민, 원주민, 인권과 민주주의, 미일 군국주의, 환경과 산림, 이주노동자, 노동, 교육, 토지·식량안보·농업 등 각 포럼은 지역내 관련조직들의 수평적인 협력으로 자발적으로 준비되었으며, 메일링 리스트를 통한 사전토의와 준비를 통해 조직되었다.

각 포럼은 대체적으로 기조발제, 분야별 발제에 이어, 세분화된 워크숍으로 나누어 참석자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그 다음에 토론내용을 종합·정리하여 공동의 행동지침을 포함하는 결의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양일간의 토론을 마친 후 13일과 14일 전체회의를 통해 각 포럼의 토론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해 질의와 응답, 문구수정을 포함하는 전체토론을 거쳐 민중회담의 전체결의문(Unity Statement)을 완성하였다.

11월 11일 아침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일행은 APPA 노동포럼이 열리고 있는 센츄리 호텔로 향하였다. 간단한 개회식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노동운동의 주요경향'이라는 주제하에 홍콩의 노동운동단체 AMRC의 활동가 봉 앤젤리스(Bong Angeles)의 기조발제가 이어졌다. 이어 여성노동자, 노동조합, 비공식부문 등 3개 소주제로 세분한 워크숍이 각각 지구화의 영향에 대한 평가, 현상황에서 노동부문이 직면한 어려움과 기회, 노동자들의 요구와 전략 등에 관한 토론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노동포럼의 마지막날인 11월 12일 오전에는 기존의 투쟁경험의 사례로 한국(민주노총), 멕시코(AMRC, 아나 엔리케스), 필리핀 측의 간략한 발표와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이어 오후에는 결의안 작성위원회가 제출한 결의안을 가지고 논의를 거쳐 종합정리한 후, APEC과 지구화에 대해 저항하기 위한 행동강령을 포함하는 노동포럼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각국 활동가들의 체험과 증언으로 확인된 것은 지구화의 영향으로 인한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악화였다. 대량실업, 임금삭감, 노동조건악화, 가뜩이나 빈약한 법률적·사회적 보장의 축소, 노동 및 노동조건의 유연화 등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정도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확인되는 사정이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불균등한 자본주의의 발전정도와 그에 상응하는 노동운동의 불균등성으로 인해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공동대응전략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에 비해 노동운동 주체들의 의식적 각성과 문제해결 의지가 성장·성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도 일국적 틀에만 매달린 채 국제연대 활동을 국내 사례를 소개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경험을 국제적으로 객관화시키고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라도 전투적 노동운동의 국제적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11월 14일의 전체회의에서는 기초위원회에 의해 제출된 최종 성명서 문안에 대한 단락별 축조논의가 이루어진 다음, 마침내 결의안 원문이 확정·채택되었다. 이어 차기 회의에 대한 간략한 논의와 연대 결의안을 채택한 후, 폐회식을 가짐으로써 공식적인 APPA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회의의 개최지인 말레이지아의 경우, 경제위기는 위기해결책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마하티르 총리에 의한 부총리 안와르 이브라힘의 전격적 해임과 그에 이은 체포와 기소로 이어졌으며, 이는 16년 장기독재에 저항하는 '레포르마시 운동'(Reformasi Movement)을 낳음으로써 말레이지아를 정치적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물론 민중운동 진영내에서 안와르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차이에도 불구하고, ISA(국가보안법 철폐)와 마하티르 퇴진을 요구하는 말레이지아 전민중적 요구에는 견해차이가 없었다. 특히 주말이면 쿠알라품푸르 시내에서 게릴라전으로 이어지는 시위는 마하티르 정권을 극도의 위기감 속에 몰아넣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서 도시빈민 포럼의 참가자 50여명이 무단점거 지역인 추바닥 마을을 방문하였다가 이를 저지하며 참석자 명단을 빼앗으려고 하는 경찰과 대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민중회의에 참여한 200여명은 동티모르 학살 7주년을 맞아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촛불시위를 갖고, 92년에 투옥된 동티모르의 지도자인 사나나 구스마오(Xanana Gusamao)의 석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였다.

14일밤에 열린 문화공연에서는 말레이지아의 역사와 민중운동을 소개하고 마하티르 독재와 ISA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시낭송, 촌극, 노래, 원주민 연주 등이 다채롭게 발표되어 말레이지아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깊게 했다. 그리고 긴급입수된 비디오로 이날 저녁 밤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레포르마시 시위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인 11월 15일(APPA 행동의 날)에는 오전 11시 APEC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쿠알라룸푸르 KLCC 빌딩(Kuala Lumpur Cultural Center, 말레이지아가 자랑하는 세계최고의 쌍둥이 빌딩) 앞에서 약 200여명의 APPA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지구화에 반대하여 민중권리를 되찾자"는 주제로 집회가 열렸다.

말레이지아 조직위원회의 티안 추아(Tian Chua)의 사회로 진행된 집회에서는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참석자들이 중심대오를 형성한 가운데, "Junk APEC!"(APEC을 쓰레기통으로!), "Down Down World Bank!"(세계은행 타도!) "Down Down IMF"(IMF 타도!),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민중이 단결하면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Long Live International Solidarity!"(국제연대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제국주의의 도구인 APEC에 반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중투쟁의 의지를 한껏 드높였다. 뿐만 아니라 민중탄압의 도구인 "ISA 폐지!"와 독재자 "마하티르 퇴진"을 한 목소리로 요구함으로써 말레이지아 민중의 반독재 민주화투쟁과의 연대의지를 다졌다.

깊은 밤,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그간의 일정을 되돌아 보았다. 이번이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경험이고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과연 얼마나 많은 내용을 소화해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앞으로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민중의 연대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노동자·민중의 진정한 해방을 위한 실천적 무기로 전화되도록 하기 위한 멀고 험한 길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점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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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아시아て태평양 노동자 연대회의 1998년 총회선언

14개국의 그룹을 대표한 34명의 대의원들이 스리랑카의 콜롬보 라트말라나에서 1998년 11월 6일부터 11월 10일까지 3년마다 열리는 아시아て태평양 노동자 연대회의 총회에 참석하였다.

총회개회 이전에 대의원들은 캔디 외곽의 차농장 방문에 참여하였다. 3일째 대의원들은 스리랑카 자유무역지대 설립 20주년 노동자 '기념식'에 참여하였다.

총회는 지난 3년간의 활동에 대해 총무와 각국 대표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외에 아시아의 경제위기와 자유무역지대 노동자에 관한 특별보고도 있었다. 새로 발표된 스리랑카, 태국, 한국의 여성노동자에 관한 비디오도 상영되었다.

대의원들은 큰 우려와 함께, 최근 몇년 '지구화'라는 미명아래 노동자들과 일반근로민중들이 전례 없는 공격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산업선진국(IDCs)의 지배계급과 다국적기업들(MNCs)은 저개발국(IDLCs)에게 자신의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정책(SAP)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경제·금융프로그램은 G8국가들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시장에 유리하고, 노동자들과 여성, 보통 근로민중들의 이해에 대해서는 적대적이다.

정부지출의 축소는 SAP의 조건중의 하나이며, 의료, 교육,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예산할당은 정부에 의해 과감하게 삭감되고 있다. 그 결과, 의료서비스와 교육시설은 후퇴하고 있다. 의료비는 노동자들과 근로민중의 손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는 질병과 질환의 증가로 이어졌다. 평균수명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3분마다 한명씩 아이가 죽어가고 있다.

1998년 UNDP 보고서는 진술한다: "10억 이상의 인구가 기본적 소비요구를 박탈당하고 있다 … 개발도상국의 44억 인구중 거의 5분의 3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없다 … 어린이들중 5분의 1이 5학년까지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심지어 호주와 일본과 같은 나라의 노동자들과 민중들도 거리로 나서 행진하면서, 의료비의 인상과 기타 사회서비스의 파괴에 대하여 항의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민영화와 규제완화 같은 또다른 SAP조건도 노동자들을 강타했다. 정규직 노동자가 임시직으로 바뀌고 있고, 공식적 노동조건도 계약제로 바뀌고 있다. 노동자들은 저축기금, 퇴직금, 주택, 의료 및 기타수당을 박탈당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정부부문의 노동자들도 심각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권리도 위협당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들은 수천명 노동자들의 직업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정규직 취업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정부의 성급한 민영화조치로 인한 경제위기의 심화는 또한 일본의 경우에서 입증되는 바와 같이 은행붕괴로 귀결되고 있다.

여성은 노동자들 가운데 지구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취약한 그룹이다.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권리, 기본적 인권을 훼손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어진 시간에 일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계속적인 잔업을 해야만 한다. 그들은 자주 특히 임신중에 날조되고 근거 없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이번 총회는 지구화정책의 시행이 편협한 이윤동기, 초국적기업과 투기자본가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한편, 노동자, 여성, 및 일반 근로민중의 삶에 엄청난 불행을 가져왔음을 확인한다.

이번 총회는 또한 지구화의 반민중적·반노동자적 정책에 대한 각성이 증대하고 있음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이 노동자와 일반민중에 대한 비인간적 공격에 대항하는 저항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다. APWSL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서 지구화에 대한 저항이 점증하는 데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번 총회에서 APWSL은 다음과 같은 사업을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하였다:

- 지역내 자유무역지대와 의류공장에서 주로 여성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지원·조정하며, 그들의 지역적 연대를 지원한다

- 진정한 노동조합과 연맹을 건설하며, 그들을 국제노동조합네트워크(ITUN)를 통해 연결시킨다.

- 국제적·지역적 노동조합운동이 근로민중에 대해 유의미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 노동조합들의 참여를 장려한다.

- 지역내에서 특히 APEC 노동권모니터(ALARM)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한다.

- APWSL과 보다 광범한 노동조합운동 내에서 여성의 충분한 참여를 위해 일한다.

- 지역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상이한 TNC의 노동자들 간에 연결망을 건설한다.

- 산업부문을 뛰어넘어, 노동자들, 예를 들어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의 연대와 네트워크를 건설한다.

- 근본적으로 반노동자적인 국제적·지역적 기관 및 조약, 예를 들어 APEC과 MAI에 대한 반대를 조직한다.

- ILO조약의 악화와 ILO를 WTO에 종속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다음과 같은 지난 3년간의 주요한 변화를 고려하여:

- 지구화의 지속적 강화

- 동아시아 경제의 붕괴와 전지구적 경제위기

- 지역과 세계의 모든 경제에서 노동의 급속한 비공식화

- 산업재해·사망률의 증가와 보건안전기준의 저하

APWSL총회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로 결정하였다:

- 세계 엘리트들의 지구화 의제에 대한 저항의 프로그램을 건설하기 위하여 다른 조직·부문과 결합한다.

- 노동의 비공식화·유연화에 맞서는 모든 나라의 지원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이 부문에서 일하는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를 지원하며, 주변화된 노동의 국제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Marginalized Labor: INFORMAL) 건설을 지원한다.

- APWSL의 지속적 사업으로서 직업안전보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수행하며, OHS 피해자의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와 같은 조직을 연대·지원한다.(라트말라나 1998년 11월 10일)

[자료2] 1998년 APWSL 총회에서 통과된 결의안

▷ 미라족(Mirrar: 호주) 민중과의 연대

스리랑카에서 열린 이번 APWSL 총회는 카카두 국립공원내 자불리카의 미라족 토지에 대한 호주에너지자원(ERA)의 우라늄 채굴을 막기 위해 정당한 투쟁을 하고 있는 미라족 민중을 지지한다. 우리는 미라족 민중의 토지에 대한 권리와 자결을 행사할 권리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우리는 호주의 하워드정부에게 미라족의 토지와 자유를 존중하여 미라족의 기본적 인권을 회복시킬 것을 요구한다.

▷ 국내치안법(Internal Security Act: 말레이지아)

1998년 11월 6~10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14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PWSL 총회는 APWSL 필리핀, 말레이지아와 타일랜드에 의해 제출된 다음과 같은 결의안을 승인한다.

1) ISA로 악명 높게 알려진 국내치안법은 말레이지아에서 모든 억압적 법률과 정책의 근원이며, 노동조합의 파업과 노동자의 행동을 억압하고 민중의 자유로운 표현과 평화적 집회를 억압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이용되어 왔다;

2) 최근 마하티르 총리의 정부는 또다시 ISA와 다른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와 저항을 단속하기 위하여 ISA의 모든 효력을 이용하였고, 그 결과 수십명의 사람들이 야만적으로 체포·투옥되었다;

3) 그런 정부의 새로운 탄압에 직면·대응하여, ISA를 폐기하고 말레이지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한 말레이지아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증가·강화되고 있다;

4) 그러므로 APWSL은 말레이지아에서 계속되고 있는 탄압을 비난하며, ISA를 폐기하라는 말레이지아 민중의 함성에 말레이지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5) 더욱이, APWSL 총회는 말레이지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말레이지아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무제한적 지지와 연대를 표현한다.

▷ 한국노동자들과의 연대

자유무역지대 노동자·노동자협의회 연합의 이번 회의와 아시아·태평양 노동자연대회의의 외국인 내빈 32인은 오늘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맞이하여, 한국의 노동자운동, 특히 민주노총에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우리는 오늘 집회에서 제기된 한국 노동자들의 10대 요구를 지지한다.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자유무역지대

이번 APWSL총회는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국제적 반대의 날 창설을 지지하며, 일단 이날이 정해지면 매년 지역 전체적으로 항의행동을 조직한다.

▷ 열린 세계회의(Open World Conference)

이번 APWSL총회는 2000년 미국에서 개최될 "노동조합의 독립성과 민주적 권리를 위한 열린 세계회의"에 대한 호소를 승인한다.

[자료3] APPA 노동포럼 결의문

지구화와 자유화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 대량실업, 하도급, 임시직화, 유연화를 통한 노동착취의 강화, 민영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서비스의 축소 또는 파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 모든 것들은 노동자들에게, 특히 여성 및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장 부정적인 충격을 가했다.

자본의 자유화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파괴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호소한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의 자본의 자유화를 중지하라.

- 지역 내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디타 사리를 포함한 노동운동가를 즉각 석방하라.

- 다음 항목에 관한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결사와 조직의 자유를 포함한 노동자의 권리. 이것은 최저조건으로서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 파업의 권리, 단체협상의 권리를 포함한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고용조건을 악화시키기 위한 직장폐쇄, 정리해고, 노동시간단축 및 구조조정의 위협 없이 안전하고 안정된 고용조건 속에서 일할 권리.

·의료, 주거, 교육, 육아, 질병·실업 등에 대한 복지제도와 같은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향유할 노동자들의 무조건적인 권리.

·이런 권리들은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 ALARM(APEC 노동권 모니터)이 다음과 같은 역할을 계속할 것을 승인한다:

·정보의 유통

·조직화 경험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공유하기 위하여 지역적·국가적으로 지원을 제공할 것.

- 신자유주의적 경제모델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데올로기적 의제를 개발하자.

- 노동권에 대한 각성을 위해 청년과 노동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자.

- 전국적 차원에서 노동조합과 모든 억압받는 민중의 동원을 촉진하자.

- 일국적·지역적으로 지구화의 문제를 강조하기 위하여 5월 1일과 3월 8일을 활용하자.

- 기존의 노동기구를 통한 이런 대안적 의제를 개발하기 위하여 국내적 수준에서 국제적 수준까지 연대하자.

우리는 모든 일국적, 지역적, 국제적 조직들이 위의 사항을 승인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할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자료4] 아시아·태평양 민중회의(APPA) 결의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1월 14일

30개국 316개 조직을 대표하여 참석한 우리 636인은 제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98년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아시아태평양 민중회의'(APPA, Asia Pacific Peoples' Assembly)를 갖기 위해 이곳 쿠알라룸푸르에 모였다. 우리는 지구화의 문제, 특히 지구화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APEC에 맞서, 우리의 이해와 저항을 강화하고 민중의 권리를 재확인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전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독점자본의 대응이다. 시장과 투자의 자유화와 탈규제, 그리고 공공시설과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는 초국적기업(TNC)의 경영을 확대하고 초과이윤을 증대하기 위하여 강요되어 왔다. 지구화는 기업과 '자유'시장에 대한 고삐를 풀어줌으로써 무제한적 성장의 신화를 통해 촉진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WB)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요하기 위한 초강대국들의 주요한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OECD와 같은 기타 지역적·다자간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APEC은 무역과 투자촉진을 통해 자유화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행동 프로그램과 정책들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에 대한 정책적 책임을 강요함에 있어서 기업과 정부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지구화과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직되었다. 나아가 초국적기업들 자체는 초과이윤을 무절제하게 추구하는 지구화의 가장 중요한 추진세력이다.

그러나 멕시코 위기, 그 이후의 아시아 위기 그리고 현재의 전지구적 위기는 우리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총체적 붕괴과정과 투기적 금융자본의 추악한 얼굴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로서 지구화의 신화를 폭로하였다. 현재 APEC 의제들의 중요한 항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구화의 실패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자유화의 확대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는 재구성되고 있으며, 독점자본과 지역의 지배엘리트인 지주와 대기업의 이익을 충족시키고 국가로부터 사회적 책임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교묘하게 조정되고 있다. 경제위기는 이 지역에서 독점자본의 헤게모니,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의 권력분점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또한 정치적 위기를 야기했고 아시아 태평양지역 민중들의 모든 부문에서 대중적 저항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방위비 지출과 군사화가 증대되었다. 또한 미국과 일본간의 신방위협력지침(New Guidelines for Defense Cooperation)을 통한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 일본의 오카나와와 한국 미군기지의 존속, 필리핀에서 미군의 재배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와 진보에 대한 약속과는 달리, 지구화는 광범위한 실업과 민중들의 축출, 생존권의 파괴, 수많은 사회계층의 주변화, 차별과 억압의 강화뿐만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발에 대한 약속과는 달리, 지구화는 사회를 파멸시키고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파괴시켜 왔다. 또한 지구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나라에서 생산시스템 및 자원과 환경을 파괴하고 중소기업과 생산자들의 생존기반을 파괴했으며, 이들을 황폐화와 기아상태에 몰아넣었다. 지구화는 이 지역 민중들과 국가들에게 더욱 심한 빈곤과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지구화는 소비주의와 개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조장 속에서, 특히 전지구적 단일문화를 추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번성한다. 또한 지구화는 사회적 갈등과 근본주의, 신파시즘과 외국인 혐오의 정치를 강화시키는 편협한 국수주의적·민족주의적 반지구화 강령을 추구하는 위험한 세력들의 출현을 가져왔다.

광산, 벌채, 농업관련 초국적기업들의 토지수탈, 관광 및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에서 수출단일작물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수력발전 및 기타 무모한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에 의한 주민축출은 농민과 원주민들의 무토지 상태를 증대시켰다.

어민들은 그들의 생계를 박탈당했고, 상업적·기업적 양식, 대규모의 상업적 어업, 토지수탈과 어업지역의 비생산적 용도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산업공해와 화학약품 남용으로 인한 수중환경 파괴로 인해 수산자원에 대한 이용권을 박탈당했다.

고수확 단일경작과 화학물질의 투입에 의존하는 기업화된 농업은 식량안보를 파괴해왔으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자연환경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시켰다. 식량안보는 지역의 식량생산 파괴, 농민의 무토지 상태와 이농의 확산, 생태적 다양성과 원주민 지식체계의 상실, 새로운 유전공학의 급속한 확대와 선진국 농산물의 덤핑으로 인하여 더욱더 위협받고 있다.

지구화는 도시의 무모한 집중적 개발과 함께 대대적인 농촌파괴를 가져왔고 심각한 도시이주를 가져왔다. 신흥도시에서 도시빈민들은 무직과 노숙뿐만 아니라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와 도시의 부동산투기로 인한 강제추방에 직면하고 있다.

자본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 임금과 노동조건은 극도로 침해당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대량해고와 실직으로 이어졌다. 노조파괴, 계약직과 임시직노동, 가내노동, 노동유연성 증대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방법을 통해 더욱 심각한 노동착취가 전개되고 있다. 증가하는 실직은 노동력 이주를 강화시켰다. 노동비용 저하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취하려는 열망은 매매에 의한 노예노동, 여성과 아동노동의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성들이야말로 지구화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다. 지구화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를 강화시켰다. 더욱더 많은 수의 여성들이 외국으로 내몰려 극도로 착취적인 노동조건에서 일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섹스산업에서 거래되고 있다. 보건의료의 민영화는, 안전하고 적절하며 저렴한 양질의 예방·치료목적의 의료서비스에 여성의 접근을 거부함으로써, 충분한 복지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점점 더 여성은 극단적인 형태의 차별, 폭력, 강간에 직면하고 있으며, 남성과 국가에 의해 여성들은 정복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청년과 학생들의 미래 역시 지구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민중중심의 질 높은 교육에 대한 접근은 상업화로 인해 제한되어 왔으며, 상업화는 교육비용을 늘리고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교육과정을 협소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의 조직화와 저항뿐만 아니라 민중운동과 연대를 모색하려는 노력까지도 체계적이고 폭력적으로 탄압받고 있다.

원주민들은 자결권을 부정당하고 있다. 그들은 무차별적 개발프로젝트와 초국적기업의 광산, 석유, 가스 탐사와 벌목업으로 인해 폭력적으로 축출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땅을 빼앗기고 있다. 이런 과정은 군대의 투입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관광 프로젝트는 그들의 문화를 상업화하고 모욕하고 있다. 생물학적·유전적 자원 뿐 아니라 원주민 고유의 지식에 대한 공동체의 권리마저 유린당하고 있다.

무역 자유화는 우리의 천연자원을 파괴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각국 정부들은 위기 탈출책으로 삼림과 수자원과 같은 재생불가능한 희귀자원들을 팔아넘기고 있다. 지구화는 전세계적으로 환경의 남용을 가속화시켜 왔고 다양한 생태계, 그와 더불어 민중생활을 파괴하고 있다.

민중들의 인권의 완전한 실현은 경제협정들의 기본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아무런 제재도 없이 국가와 독점자본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다. 민중들이 저항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할수록 그들은 국가의 폭력적 탄압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억압적인 악법과 사법부에 대한 통제를 통해 국가권력을 강화하고 독재를 조장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화에 맹렬하게 반대하며, 평등과 민중들의 민주적 권리와 주권, 자결, 사회정의 그리고 민중중심의 개발과 복지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파기하고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규제완화, 공공자산·서비스의 민영화 정책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투쟁하자. APEC의 본질을 폭로하고 저항하고 거부하자. IMF, 세계은행, GATT, WTO, 그리고 최근의 MAI와 같은 지구화의 다자간 기구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방식으로 지구화에 일조하는 지역내 협정과 같은 지구화의 다자간 기구들도 APEC과 함께 해체하기 위해 철저하게 폭로되어야만 한다. 초국적기업들 역시 해체해야 하며 국가에 대해 도전해야 하고,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촉진하려는 이들의 노력에 대해 저항하고 극복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민중들의 진정한 협력이며, 민중의 주권과 자결권을 지키는 것이다.

1. 우리는 UN인권선언과 다양한 UN·ILO협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가 갖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전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무런 제재없이 침해당하고 있으며 국가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강력히 주장하며 투쟁과 민중운동을 강화시킬 것이다.

2. 우리는 민중중심의 행동을 촉구하고, 모든 수준의 억압받는 공동체와 부문을 조직하며, 지역적·전국적 차원에서 창조적인 정치행동을 통해 저항을 지속하고, 공동체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광범위한 선전캠페인과 집중적 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

3. 우리는 다양한 그룹들과 다양한 수준의 동맹을 모색할 것이며 지구화에 저항하고 민중의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연대를 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어떤 정부나 초국적기업, 국제기구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오직 우리 자신과 우리의 힘, 우리의 단결과 결의만이 있을 뿐이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