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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04:14:47
박성인
[김진호] [佛 청년들 투쟁] 언제든 잘리는 ‘파리목숨’ 국민적 저항, <경향신문>2006-03-23
[佛 청년들 투쟁] 언제든 잘리는 ‘파리목숨’ 국민적 저항

김진호 기자
<경향신문>2006-03-23    

1968년 학생혁명의 본거지였던 프랑스 소르본대학이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프랑스 청년·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고등학생과 거대 노동조합, 좌파정당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내달 1일 발효되는 ‘기회균등법’의 내용 중 26세 미만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고용을 늘리되 첫 2년 동안 해고를 자유화한 ‘최초고용계약(CPE)’ 조항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다. 전국 총파업·동맹휴학이 예고되어 있는 28일 다시 프랑스는 격동할 것이다. 이 사태는 얼핏 실업문제에 국한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지난 10여년간 확산되어왔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성격이 크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의 유연화, 청년실업 문제는 이미 전세계적인 이슈이다. 학생시위의 배경과 전망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프랑스의 3월을 뜨겁게 달구는 시위는 단순한 학생시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적으로 1백50만명이 참가한 지난 주말 시위를 고비로 전국화, 일반화하고 있다. 프랑스 대학생과 고등학생 단체들은 물론 노동총연맹(CGT)·프랑스민주노총(CFDT)·노동자의 힘(FO) 등 3대 노조를 비롯해 12개 노·학 단체들이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거리의 시위학생들은 지난해 11월 소요의 주역이던 방리유(교외)지역 모슬렘 청소년들이 아니다. 보통가정의 자녀들이 주류다. 여기에 은퇴를 앞둔 1968년 학생혁명 세대들까지 가담하고 있다고 관측통들은 전하고 있다.

프랑스 청년실업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6세 미만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그야말로 ‘파리목숨’에 불과한 상태다. 16~25세 청년 취업자들에 대한 수습기간은 1~3개월에 불과하다. 그나마 취업한 청년의 70%가 단기 계약직 형태로 계약을 하고 있다. 우파정부가 마련한 CPE는 나름대로 개선책이 될 수도 있다. 비록 20인 이상 기업주에게 해고의 자유를 주었다고 해도 수습기간을 2년으로 늘린 것은 이후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우파정부는 CPE를 통해 최대 3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CPE 철폐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 상태로 되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CPE와 무관하게 ‘1회용 클리넥스’ 신세를 근본적으로 면키 어렵다는 절망감에서 나온 요구이기도 하다. 일견 집단이기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일간 르 파리지앵이 발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8%는 CPE 철회에 찬성했다. 기성세대 역시 신자유주의 고용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영·미식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고비용·저효율·고용안정을 추구해온 ‘프랑스 모델’의 실패로 비친다. 프랑스 청년층(15~25세) 실업률이 영국(10.9%), 미국(12%), 독일(13%)의 2배에 가까운 22%라는 통계가 단골로 인용된다. 하지만 이는 무상교육 시스템 덕에 많은 프랑스 젊은이들이 학교에 몸담고 있는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18·19일자 보도)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프랑스 노동력은 2백68만명(영국 4백49만명)으로 이를 근거로 실업자수(60만9천명)와의 비율을 내면 22%가 나온다. 하지만 실업자 규모를 청년층 총인구(프랑스 7백84만명·영국 6백66만명)로 나누면 프랑스 청년 실업률은 7.8%로 영국(7.4%)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천문학적인 학비 탓에 직업전선에 먼저 뛰어드는 영국 청년들과 달리 엉뚱하게 학교에 몸담고 있는 프랑스 청년들을 간과하고 통계치만 높여놓은 셈이다.

적어도 해고의 칼날이 일자리를 늘리고, 파이의 크기를 키운다는 주장이 황금률은 아니다. 영·불 정부가 밝힌 올해 성장예상치는 2% 안팎으로 같다. 세계적 전문조사기관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가 예상한 2050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영국과 프랑스는 나란히 1.9%다. 토탈과 LVMH 등 프랑스 다국적 기업들은 기록적인 흑자에도 해고를 늘리고 있다.

‘프랑스 모델’의 실패를 운운하는 시장의 논리는 목적이 분명하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의 과실은 기업주와 주주들에게 돌아갔을 뿐 임금생활자들에게 돌아오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시위는 지난해 유럽연합(EU) 헌법에 대한 부결과 함께 세계화의 허구를 보통사람들도 체득하기 시작했다는 증좌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사례를 세계화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첫 사례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 시위에 68세대 부모들이 동참한 것을 두고 중산층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미 칼럼니스트 윌리엄 파프의 해석이 눈길을 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대중적 실패와 새로운 대안모색의 계기라는 점에서 이번 시위를 ‘탄광의 카나리아새’에 비유했다. 프랑스 경제분석가 사비에르 팅보는 “지난 20여년 동안 프랑스인들은 변화에 적응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자신들의 경제사정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모델의 실패는커녕 미래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됨으로써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면서도 고용의 희생만을 강요해온 ‘EU 경제체제’의 노선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조라는 해석이다.



   [안정현] 프랑스 청년들이 CPE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 <프레시안>2006-03-24

박성인
2006/03/24

   [신기섭] 프랑스 노동법 반대 투쟁을 어떻게 볼까? <참세상>2006.03.22.

박성인
200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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