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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와 국제 계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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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16:0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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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아카기 아키오]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 노리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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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 노리는 것
필자 ; 아카기 아키오 전 게이오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 ·
번역 ; 홍영하 동북아문제평론가
[世界세카이]지,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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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진보 성향 월간지 『세카이』지의 지난 4월호 기사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 노리는 것」을 번역, 소개한다.
이 기사는 『세카이』 측의 질문에 게이오 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아카기 아키오씨가 답변하는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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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한 문제들이 있다.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라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란의 핵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3개의 문제 중에서 지금 미국에게 가장 긴급한 문제는 이란 핵개발의 저지일 것이다. 다음이 이라크이고, 북한 핵문제는 3번째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란의 핵개발과 미국의 대응
* 그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의 언론들이 이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된다. 또 미국 언론의 정보망을 좌지우지하는 인사들, 특히 체니 부통령의 언동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 2월 11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이미 무인 비행기를 통해 이란을 정찰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국경 부근의 이라크 기지에서 무인정찰기를 발진시켰다. 미국은 이란의 레이더·군사기지·핵시설은 물론 이란이 핵무기 개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에 떠 다니는 방사성물질의 유무 등도 조사할 수 있다. 작년 1월 및 12월과 금년 1월에 정찰한 사실이 있음을 미 당국도 확인해 주었다.”
* 그 때문에 이란에서는 ‘UFO가 침투했다’는 소동이 몇 차례 있었다.
“이란과 미국은 국교단절 상태이기 때문에 이란은 스위스 정부를 통해 미국에 대해 무인기 정찰을 중단하라며 항의를 제기했다. 미군은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통상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정찰을 되풀이해 왔다. 이 뉴스로 인해,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고 갑작스레 긴장이 고조되었다.”
* 1월 17일부터 20일에 걸쳐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은 의회 증언에서 “선택 카드로서의 이란 공격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체니는 ‘(미국이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하며 이란을 강력히 견제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1981년에 이란이 건설 중인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공습을 통해 파괴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다고 보는가.
“이란은 우라늄광산에서 우라늄농축까지의 완결된 핵무기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한 시설의 소재지도 밝혀져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국장에 의하면, 이대로 계속하면 이란은 2년 내에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3년 내에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 반대로, 리비아는 지난 2003년, 주로 영국의 활약에 힘입어 핵무기 개발과 경제원조(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3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외교적 교섭을 계속해왔다. 이런 노력들이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보는가.
이라크 전쟁과 같은 궤도로 가는 이란 핵 논란
“리비아의 경우, 1992년 이래의 경제제재로 인해 완전히 맥을 못추고 있었고 또한 핵개발단계도 원료나 설비부품을 모아 놓은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사실은 리비아 측에서 먼저 영국에 포기 의사를 나타낸 듯하다. 이에 비해, 이란의 경우에는, 거의 20년간 계속 준비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쉽사리 포기할 의사가 없다. 일단 2003년 10월에는 프랑스·독일·영국과 농축 중단 및 사찰 수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다음 해 6월에 이란은 농축기술의 개발을 재개했다. IAEA가 ‘비협력적’이라면서 이란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유럽 3개국이 다시 교섭에 나서 2004년 11월에 이란과 우라늄농축 및 플루토늄추출의 중지에 가까스로 합의하게 된 것이다.”
* ‘중지’인가, ‘포기’인가.
“이란은 핵무기용 우라늄의 고농축을 일시 중지했지만, 원자력발전용의 저농축이나 플루토늄 생산은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 점과 관련해 이란을 신뢰할 수 없다면 결국 이 문제의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량파괴무기(WMD)의 존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정보를 언론 매체에 흘려 국내외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이라크 침공 전의 상황과 흡사하다. 세계가 경계해야 할 점이다.”
* 정말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 점과 관련, 음으로 양으로 이란을 편들어 온 중국의 관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월 24일자 인민일보(해외판)는 이러한 요지의 보도를 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공격 가능성이 낮다면서 (1)미국은 이라크에서 발이 묶여 있고 전사자도 적지 않다. (2)이란은 면적이나 인구가 이라크의 4배가 되고, 지형도 복잡하며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어 전투능력이 높다. (3)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이스라엘뿐이며 영국이나 러시아도 반대하고 있다. (4)중동 석유의 4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위험성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이 반대하고 있다. (5)EU는 석유이권 때문에 이란 공격에 반대한다. 인민일보는 이렇게 5가지의 이유를 들어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는 중국의 미국 견제로 해석될 수 있다.”
* 미 지상병력의 침공은 힘들다고 해도, 핵시설에 한정된 공습의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중대한 사항에 관한 예측을 하려면, 제2기 부시행정부의 군사·외교 방침을 살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의 파워외교
* 우선 군사적인 면에서 볼 때에, 수용소 안에서 일어난 미군의 이라크인에 대한 잔혹한 학대의 최종적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럼스펠드 국방장관이나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유임된 점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부시 행정부는 제1기와 달라지기는 커녕 한층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타당하다. 외교 면에서는 국무장관과 국무부 부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와 로버트 졸릭으로 바뀌어졌기 때문에 이들 역시 제1기 때의 파월과 달리 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겠는가.
“사실 라이스와 졸릭은 복잡한 콤비다. 제1기 부시행정부에서 라이스는 안전보장담당 보좌관이었고 졸릭은 통상대표부 대표였다. 라이스는 아버지 부시의 조언자 역할을 했을 때 두각을 나타냈고, 졸릭은 국무부 독일담당관일 때 그랬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즈음해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독일통일을 일거에 강행하자는 의견을 건의했다. 프랑스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이 두 사람의 건의대로 진행하지 않았으면, 동독은 미·영·프·러 4개국 관리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을지도 알 수 없고,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때 라이스의 통찰력이 좋은 평가를 받아 아들 부시의 외교문제 조언자로 발탁된 것이다.”
* 결국 제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는, 독일통일 이래의 콤비인 라이스의 강경론과, 졸릭이 무역교섭에서 보여준 끈질긴 교섭력의 결합으로 인해, 체계적으로 밀어붙이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다.
“(지금 지적한) 그대로다. 라이스는 승부할 때에는 최대의 공을 들이며 타협에 응하지 않는 성격이다. 라이스의 외교 스타일은 크게 보아 파워 외교인데 군사력을 배경으로 압박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상대가 기가 질리도록 하는 것이 그녀의 강점이다. 트럼프 게임으로 치면, 속임수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수를 쓰다가 결국에 가서는 최대의 이익이 되는 수를 취해 상대를 단념시키고 승부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 라이스는 부시 정권 출범 전에 나온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2002년 1,2월호에 미국의 대외전책과 관련된 논문을 기고한 바 있다. 또 이 논문의 내용대로 부시 대통령 1기의 외교정책이 전개되어 왔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치밀한 계획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라이스의 논문을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그 중에서 우선적으로 그녀는 “투자경쟁이 격화되는 중에 미국은 각국에 대해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국익을 기본전략으로 한다. 그녀는 또 외교정책에서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을 일관되게 구별해서 정책적 우선 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 지침으로서는 다음의 5개 항목을 제시했다. (1)억지의 효력이 없게 될 때에는 병력을 파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 (2)자유무역과 국제금융의 전개, (3)미국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과의 제휴, (4)러시아나 중국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관계를 형성할 것, (5)테러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악의 체제’와의 대결이다.”
* 이들 5개 항목에 관하여 살펴보면, 우선 9·11 동시다발테러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곡절이 있었지만, 의외로 제1기 부시행정부는 거의 라이스의 당초의 구상에 따라 외교나 군사 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시정권에 대한 세계적 평가는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라이스는 자신만만하며 기가 넘쳐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그녀는 아라파트 의장이 사망한 후인 2월 8일,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압바스 신임 의장이 무력대결 중지를 합의한 것을 갓 국무장관에 취임했던 자신의 업적이라고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삼분된 ‘압제의 거점 '
* 동시다발테러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02년 일반교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으로 이란, 이라크(옛 후세인정권), 북한 3개국을 비난했다. 그에 대해 라이스는 국무장관 의회 인준 청문회 석상에서 ‘압제의 거점 '(한국에서 ‘폭정의 전초기지’로 번역하는 ‘outpost of tyranny’를 말함 - 역자 주) 으로 6개국(쿠바, 짐바브웨, 미얀마, 벨로루시, 이란, 북한)을 거론했다. ‘악의 축’과 ‘압제의 거점 '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미국은 자유를 확산시켜 갈 대상국가의 수를 ‘악의 3개국’에서 ‘압제의 6개국’으로 증가시켰다. ‘압제의 거점인 6개국은 그 이름 그대로 독재적 체제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렇지만, 이들 6개 국가는 (1)대량파괴무기를 추구하는 2개국(이란, 북한), (2)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선정된 미얀마,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선정된 벨로루시, 영국과의 관계 때문에 선정된 짐바브웨 같은 3개국,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들을 겨냥한 선거 전략의 색채가 농후한 쿠바 등으로 3분된다.”
* 다시 말하면, 자유를 확산시킬 대상 국가들을, 미국의 목적과 정책에 따라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우선 쿠바의 경우, 미국으로서는 당초부터 눈 안의 가시 같은 존재였다. 더욱이 쿠바는 플로리다주의 코앞에 있지 않는가. 하지만, 구소련의 미사일이 철거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현실적으로 군사적 대치 같은 험악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2년 전에 쿠바정부가 반체제인사 75명을 투옥한 것을 이유로 구미권의 몇몇 국가가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 쿠바정책도 그 정도를 크게 넘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 점 때문에, ‘압제의 6개국’에 쿠바가 포함된 것은 쿠바계 미국인들에 대한 공화당의 선거전략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 지도를 다시 보면, 확실히 미얀마는 중국의 옆구리에, 또 벨로루시는 러시아의 옆구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지리적 관계도 고려되어 선정된 것인가?
“미얀마 군사정권과 벨로루시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을 중지시키는 것이 물론 미국의 표면적인 명분이다. 그것을 위한 정책이 자유선거이고 그때 국제적인 선거감시단을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혹은 2003년 11월 그루지야 선거나 2004년 12월 우크라이나의 재선거 때처럼 선거 전부터 ‘민주파’를 지원하는 NGO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한 조치를 통해 이웃나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인권과 관련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쿡쿡 찌르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중적 목적을 가진 대상이 미얀마나 벨로루시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옆구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구소련에서 독립된 카자흐스탄에서 벨로루시에 이르는 9개국이 원칙적으로 자유선거를 표방하고 있는 것을 발판으로 하여 미국 내지는 유럽 쪽에 가까워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대상 국가들도 에너지 자원개발이나 해외직접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이것이 미국의 숨은 목적이랄까 혹은 진정한 의도일 것이다. 나중에는 미얀마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남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가 장기화됨에 더해서 백인 소유 농장을 자국민에게 배분배하는 정책이 취해졌다. 그리고 2003년에 영연방 탈퇴를 표명했다. 한편으로는 이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미국을 지지하는 영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엔 결코 쉽지 않은 북한
* 그건 그렇고, 초미의 관심사인 이란에 대해서는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솔직히 말해서, 예상하기 힘들다. 부시 대통령에게 캐물으면, 무력개입도 선택카드로서 남겨져 있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 이란의 핵시설에 한정하여 미국이 공습할지도 모른다. 사후수습의 곤란은 차치하고, 군사적으로 볼 때 미국에게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한, 한정적 공습일지라도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기껏해야 경제제재의 강화 정도밖에 없다. 향후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파키스탄에 더해 이슬람권의 핵보유 국가가 2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파키스탄은 군사정권이고 이란은 신정국가이며 특히 미국으로서는 신뢰할 수 없는 불안한 존재다.”
* 북한의 핵에 관해서는 어떤가? 2월 10일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보유한 것이 플루토늄 폭탄인지, 우라늄 폭탄인지 하는, 상세한 점이 불분명하다. 어차피 한국이 강경한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핵시설에 한정된 공습도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이란 보다 북한에 대해 더욱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당장 경제봉쇄 같은 것을 암시하거나 혹은 실시하면서, 6자회담 테이블에서 핵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6자회담에 집착하는 것은 클린턴 정권 시절의 북미 양자회담에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주한미군은 주력을 휴전선에서 훨씬 남쪽으로 이동하는 한편, 병력도 현재의 37,500명에서 2008년에는 25,000명으로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게 된다. 이것은 남북한 모두에게 ‘주한미군의 존재가 통일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된다. 남북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미국의 대비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미국이 제시한 검증조건이 까다로운 것 같고, 북한은 이미 6자회담 복귀 보류를 선언했다. 북에서 내부변화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조기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결론을 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그건 그렇고, 부시 대통령은 입만 열면 이라크에서는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는데, 상황은 그와 정반대가 아닌가.
“폭발이나 총격이 그치지 않고 있는 혼란상태다. 그런 와중에 투표율 58%의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득표율로 보면, 통일이라크연합(남부 시아파연합)이 48.2%, 쿠르드동맹이 25.7%, 알라위 총리파가 13.8%, 그리고 수니파는 사실상 선거를 보이코트했다. 예상대로의 결과이다. 득표율 자체는 종파와 종족의 비율을 반영하는 데 불과하기 때문에 여기서 무언가를 예상할 수는 없다. 어느 쪽도 정책적 대결을 펼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라크가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번째 관문이 헌법제정 과정에 어떻게든 수니파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슬람 율법을 헌법에 관철시킬 것인가 아니면 헌법을 세속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종파와 종족대로 나뉜 지역에 자치를 인정할 것인가 등으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예정된 시기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관문은 미군철수 요구다. 종파나 종족의 차이를 초월하여 이라크 국민의 대부분이 이미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 주력이 곧장 철수할지 여부가 문제된다. 세 번째 관문은 경제적 자립이다. 미국을 내보내고 경제적 자립을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군기지 일부의 존속을 인정하고 미국의 경제적 원조를 받을 것인지, 이라크 국민들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이라크는 석유자원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얼마 동안은 국민 1인당 몇 천 달러, 그것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밖에 보증할 수 없다. 이라크나 미국이나 앞길은 험하기만 하다. 누가 보아도 분명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분석은 라이스의 외교구상에 대한 분석이고, 그것을 지도로 그리면 미국의 전략정책 입안자들이 말하는 ‘불안정한 활’(동아시아에서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는 이른바 활 모양으로 나타나는 지역으로, 미국 전략정책 입안자들이 보기에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불안정한 전역을 가리킨다.- 역자주) 이 나타나게 된다.
미·중은 냉전 상태
* 중국의 신문이나 잡지의 논조로 보면, 미중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미묘한 관계가 아닌가.
“서로 미소를 띠며 온화하게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상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 라이스는 미국의 대 중국정책에 관해 앞의 논문에서 뭐라고 했는가.
“첫째, ‘모든 면에서 관계를 가진다’라고 규정했다. 총력전의 구도다. 군사·석유공급·금융 등에 걸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대만해협에서의 분쟁을 억지하기 위해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셋째, 중국의 경제성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고, 그것은 바람직한 뉴스다. 경제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세계경제 속으로 좀 더 통합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엔 시장의 개방, 투명성, 민간산업의 성장 등이 필요하다. 공산당 일부 세력의 입장은, 시장경제의 개혁과 성장 그리고 중국인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다른 세력은 경제 관리를 완화하면서 공산당의 정치적 우위를 지키는 것엔 본질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양자 간의 투쟁은 경제성장률의 저하, 은행의 파산, 국영기업의 부진, 실업률의 증가 등에 의해 격화되는 것 같다. 미국의 관심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강화되는 것에 있다. 그 이유는 세계화 지지 세력이 강화되어야 중국의 정치적 개방에 대한 계속적이고 조직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중국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바꾸려 할 것이다. 미국의 대 중국정책에는 뉘앙스와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라이스는 결론지었다.
* 군사 면에서는 금년 1월말에 미국의 국방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간의 핫라인 개설을 협의했다.
“핫라인 개설의 의도는 쌍방의 진의를 통고하여 위험한 오해를 푸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핫라인이 필요할 정도로 미중 간에는 군사적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 그 빙산의 일각이 작년 11월 10일 중국 원자력 잠수함의 일본 영해 침범이다. 이 중국 원자력 잠수함은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기지가 있는 괌 주변을 정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시카키지마 부근을 잠항한 채로 통과한 것이다. 대만 부근에서 남중국해에 걸쳐 어느 쪽이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할 것인가를 놓고 말하자면, 미중은 냉전 상태에 있다.”
* 그건 그렇고, 경제면에서의 미중관계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중국의 무역역조를 완화할 목적으로 미국은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금융에서는 위안화 절상을 포함하여 미중 간에 열전이 전개되고 있다. 핫머니도 이 경제 열전에서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국제 공간에서 격렬하게 이동하는 자금이 바로 핫머니다. 지금 핫머니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집중되고 있다. 핫머니가 어떤 식으로 이동하는지 설명하면, 예컨대 달러를 빌려 위안을 사고, 위안이 절상되어 가격인상이 된 다음에, 매입해 두었던 위안을 달러로 바꾸면, 처음에 차입한 달러보다 적은 달러만 갚으면 된다. 그 차액을 축적한다. 이렇게 투기꾼들은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위안의 공매도(空賣渡)인데, 이런 원리를 이용한 갖가지의 금융상품이 개발되어 매매된다. 그리고 중국은 위안과 달러의 교환율을 ‘1달러=약 8.3위안’으로 고정시켜 두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말하면, 작년 말에 싱가포르에서 1년 후의 위안화 선물(先物)은 ‘1달러=7.89위안’에 거래되었다. 이미 시장은 이러한 비율로 위안화의 가격인상과 달러의 가격인하를 상정하였다. 어쨌든 간에, 미·영의 거대 금융기업은 머니게임에서는 완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은 이 같은 강점을 살려 장래 중국 금융 네트워크의 핵심을 독점적으로 장악할 것을 꾀한다. 그에 의해 중국이 벌어들인 부를 살짝 날치기해 버리려는 꿍꿍이속인 것이다.”
* 그러니까 라이스가 대 중국정책에서 경제, 그 중에서도 금융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군사적으로도 당연히 ‘불안정한 활’에서 중국이 제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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