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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8 13:2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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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이계환] 북의 ‘평화적 핵활동권’은 대미 우려사항의 지렛대, <통일뉴스>2005.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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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평화적 핵활동권’은 대미 우려사항의 지렛대
이계환 기자
[통일뉴스]2005.09.07.
북측이 제4차 6자회담 속개회의를 13일 오후부터 갖자고 중국측에 통보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아직 확정 날짜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4차 6자회담 2단계회의 속개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동문건 합의 성사의 관문으로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 권리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린 4차 6자회담 1단계회의에서 북미 양측이 공동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핵심쟁점 중에 하나가 북측의 ‘평화적 핵 활동’ 권리였다.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 입장과 그 구체적 표현 '경수로 건설'
4차 6자회담 2단계회의가 임박해짐에 따라 최근 ‘평화적 핵활동’과 관련한 북측의 입장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고 특히 평화적 핵활동의 구체적 표현으로 경수로 건설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 노동신문은 6일 핵억제력 강화조치가 자주권 수호의 문제라면 평화적 핵활동은 전력수요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핵위협과 적대시 압살정책이 완전히 제거되면 우리의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조치는 자연히 해제될 것이지만 평화적 핵활동은 경제가 발전하고 인민들의 물질문화적 요구가 높아질수록 더욱 강화발전시켜야 할 경제의 핵심분야의 하나"라고 강조해 어떤 일이 있어도 평화적 핵활동권을 포기할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6일 "주권국가라면 응당 행사할 수 있는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까지 포기하라며 조선측에 국제적인 비핵화 규범에 벗어난 요구를 들이댄 것은 미국이 그러한 규범에 맞게 행동할 의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북측은 평화적 핵활동의 구체적 표현으로 경수로 건설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방북했던 짐 리치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태소위원회 위원장(공화당)과 톰 랜토스 미 하원의원(민주당)을 비롯한 미국 의회대표단이 4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과 관련해 북측 및 미국측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리치 위원장은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이 북한이 경수로에 대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흑연시설의 건설을 진행 중이고, 계속해서 무기급 물질을 재처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1일 교도통신에 의하면 김계관 부상은 지난 달 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평양 방문때 “북한은 6자회담 최종 합의문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2기 완공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며, 다른 회담 참가국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북한으로서는 영변의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를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1일 한 인터뷰에서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이용권은 주권국의 원칙적인 문제이며 어떤 형태로든 포기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평화적 핵활동 실현을 지지하며 특히 경수로 공급 문제에서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리치 위원장의 전언과 교도통신의 보도 그리고 박의춘 대사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북한측의 입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평화적 핵활동’의 구체적 내용으로 함경남도 신포의 금호지구에 건설중이다가 중단된 경수로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가동을 중단했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또한 건설을 중단했던 흑연감속로도 건설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측 입장 역시 불변
미국측은 지난 4차 6자회담 1단계회의에서 공동문건 합의에 실패하자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은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을 보유하고자 했고 경수로를 고집해 공동문서에 담기를 원했다"고 전해 회담에서 합의가 안된 책임이 북측에 있음을 넌지시 암시하면서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 가서 경수로 문제는 미국의 의제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양보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 리치 위원장 역시 방북중 북측에 "현재 미 의회는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을 위반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에 경수로 사안에 대해서는 미 의회가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혀 ‘신뢰문제’를 들어 현재로선 평화적 핵 이용권을 수용할 수 없다는 미국측의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리치 위원장의 이같은 대북 전언은 4차 6자회담 1단계회의시 미국측 수석단장인 힐 차관보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다.
불투명한 공동문건 합의
그렇다면 4차 6자회담 2단계회의가 열린다면 북미는 공동문건에 합의할 수 있을까?
4차 6자회담 2단계회의가 지난 8월 29일이 시작되는 주에서 다시 이번 달 12일이 시작되는 주에 속개될 것으로 예정되다가, 북한측이 13일에 갖자고 통보함에 따라 일단 가시권에 들어왔으나 공동문건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물론 북미 어느 쪽도 확실한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지난 8월초 휴회에 들어갔던 회의를 속개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는 역으로 공동문건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야만 회담이 속개될 것으로 관측되었기 때문에 회담 속개 자체에 무게를 둬 공동문건 합의에 기대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과 관련 아직 북미 양측의 불협화음만 들릴 뿐 어디에서도 공동문건 합의와 관련한 일말의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재자로 나선 남측은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선 복귀 후 인정’론을 내놓고 있어 팽팽한 대치를 이루고 상황이다.
북측의 두 가지 대미 우려사항
그렇다면 북측은 왜 평화적 핵활동, 즉 경수로 건설을 주장하는 것일까? 북측으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보장받지 못할 경우 두 개의 우려사항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북측이 핵포기시 이에 대한 미국측의 상응조치가 불이행될 우려와 다른 하나는 미국의 대북 핵위협 우려라고 볼 수가 있다.
먼저, 북측의 우려사항의 하나는 북이 미국과 핵포기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인 대북 안전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등에 합의할 경우 북은 문자 그대로 핵을 포기하면 되는데 이에 비해 미국측이 상응조치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 방북했던 미국 의회대표단도 이러한 북측의 우려사항을 전했다.
랜토스 의원은 "북한이 (6자회담) 공동문건에 최대한 빨리 합의함으로써 핵 협상에 진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북측에 강조했다"면서도 "회담에서 성명 도출에 성공하면 합의문이 나오고, 이어 이행이라는 단계로 넘어가는데 앞선 두 단계는 행정부, 이행단계는 의회의 역할로 미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측이 미 부시 행정부와는 핵포기에 합의를 한다고 해도 그 상응조치가 미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것이 제때에 가능하겠느냐는 북측의 우려사항을 시사한 것이다.
북측의 또 다른 우려사항으로 미국의 대북 핵위협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미 4차 6자회담 1단계회의에서 북측 김계관 부상은 회담의 휴회가 결정된 이후 당시 회담의 쟁점과 관련 크게 평화적 핵이용권과 아울러 대북 핵위협 제거 문제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김계관 부상은 "중요한 것은 우리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이고 바로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치겠다고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핵무기로 치지 않겠다고 공약과 함께 그를 믿을 수 있도록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는 1일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를 초래할 모든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공식 약속을 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서도 재확인된다.
이렇게 보면 북측으로서는 대북 안전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등의 상응조치가 이행되고 또 대북 핵위협이 제거되어야만 평화적 핵활동을 포기할 수가 있는데, 이는 해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가 있으며 따라서 ‘평화적 핵활동’ 보장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되는 셈이다.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 권리는 대미 우려사항의 지렛대
이렇게 볼 때 4차 6자회담 2단계회의에서 공동문건 합의에 이르는 길은 산너머 산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핵문제 타결이 북미간 양측의 우려사항을 해소하는 과정과 일치하는 것이라면 북측만의 우려사항이 엄존하는 조건에서 미국측이 북측에 평화적 핵활동을 포기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한 게 된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 권한은 북측의 대미 우려사항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서 일종의 대미 우려사항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미국측이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에 대해 이것이 핵물질로 전화될 것을 우려하듯이 북측 역시 ‘평화적 핵활동’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핵포기시 미국측의 상응조치의 불이행과 대북 핵위협에 일방적으로 노출될 것을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간 공정성에 기초한다면 공동문건 합의의 최저선은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북측의 평화적 핵활동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공동문건에 합의한다면 북미 양측은 각각 우려사항을 지니게 되는 것이고 그때서야 비로소 북미는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공정한 룰에 입각해 다시 공동문건을 이행하는 길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북측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우선 ‘평화적 핵활동’이 보장되고 그 구체적 표현인 경수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4차 6자회담 2단계회의에서 공동문건도 일정 부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다음 북미 상호간의 우려사항들은 합의된 공동문건의 이행 과정에서 양측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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