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 |
주간동향과 초점 > 동향자료
|
|
|
 |
2005-09-20 18:32:47 |
|
|
 박성인 |
 [장석준] ‘민주노동당 정치 목표 및 기본노선’ - 민노당 집권전략위원회 2차 회의 제출 자료 |
|
|
집권전략위원회 2차 회의 제출 자료
‘민주노동당 정치 목표 및 기본노선’
작성자: 장석준
2005.09.15.
1. 목표 설정: 제1야당 (보수여당 대 진보야당 구도)
○ 왜 ‘제1야당’인가?
정당의 목표는 물론 ‘집권’이다. 그러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게는 집권이란 항상 ‘변혁’의 전망과 가능성을 동반할 때만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주로 논의되어온 집권의 ‘시점’(2012년 등)보다도 그 ‘요건’이 더 중요하다. 집권·변혁 요건을 중심으로 논의할 때에만 당이 앞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실천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진보정치연구소 대안정당모델 프로젝트팀은 지난 2월에 발표된 ｢성찰과 쇄신｣ 보고서에서 민주노동당의 집권·변혁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다.
▷ 주체적 요건
-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물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 즉 지지 확보 능력임. 그러나 민주노동당에는 이것 이외의 다른 능력들이 더 요구됨
-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에게 집권은 사회 개혁의 계기로서만 의미를 지니기 때문임. 선거를 통한 집권이 실질적인 사회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다음의 능력들이 구비되어야 함
① 국가기구 혁신 능력.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개혁 정책을 실행하려면 국가기구 자체를 혁신해야 함. 노무현 정부의 초기 개혁 드라이브가 한계에 부딪힌 근본 이유는 국가기구 혁신 능력의 부족에 있었음. 노무현 정부보다 더 근본적인 개혁을 지향하는 민주노동당에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옴. 특히 중앙정부 집권 이전부터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를 혁신한 경험을 축적해 놓고 있어야 함.
② 시민사회 조직화 능력. 정치의 장(場)은 좁은 의미의 국가기구로 제한되지 않음. 광범한 시민사회 영역이 모두 정치적 투쟁과 타협의 장임. 개혁이 힘있게 추진될 수 있으려면 당과 시민사회의 접촉은 선거 시기 외에도 일상 시기에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함. 당을 지지하는 노동조합운동 등 사회운동이 두텁게 성장해 있어야 하며, 여론전의 무기들이 갖춰져 있어야 함.
③ 국제적 행위 능력. 앞으로 세계화가 더욱 진전되면 될수록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연관성은 더욱 더 높아질 것임. 여기서도 노무현 정부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음. 현 정부 대미정책의 난맥상은 집권 세력의 국제적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 집권 이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집권 이전부터 대외 활동 역량을 육성하고 광범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함.
▷ 환경적 요건
① 선거 등 정치 제도의 개혁
② 진보 대 보수로의 정당 경쟁 구도의 재편
③ 사회적 관심과 민주노동당 핵심 정책 사이의 관련성
④ 한반도 긴장의 해결과 평화·통일의 진척 정도
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 대항 세력 사이의 역관계
위의 요건들이 무르익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특별한 계기들이 요구된다. 특히 주체적 요건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노동당은 집권·변혁까지의 중간 목표로서 <제1야당으로의 성장>을 잡고 주체 역량의 강화에 진력할 필요가 있다.
○ ‘단순 집권’ 구상과 ‘제1야당 부상-집권’ 구상 사이의 차이
‘제1야당’이라는 중간 기착지를 설정하고 집권을 이야기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서로 전혀 다른 정치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제1야당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첫째 보수여당 대 진보야당의 정치 구도를 연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정치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서 보수 대 진보의 선택이 현안으로 대두할 것이다. 대중이 ‘변혁’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집권은 한국사회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둘째 제1야당으로 부상하기까지 민주노동당은 ‘진보적·전투적 야당’으로서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수 양당 모두에 대해 대결적 자세를 취해야 하며, 단기적인 선거공학적 대응보다는 핵심 지지 계층을 중심으로 동심원적 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아무래도 타당과의 연합전술보다는 독자적인 성장전술이 중요시될 것이다.
반면 제1야당으로의 우선 부상이라는 전제 없이 집권을 논한다면 내각제 개헌 등을 통해 연립정부의 일원이 되는 집권 방식도 배제되지 않는다. 또한 ‘변혁’의 수위가 상당히 하향 조절된 집권 가능성도 고려하게 된다. 이 때는 즉각적인 중간층 확보 방안, 연합전술 등이 중요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제1야당 부상을 통해 확연한 ‘보수 대 진보’ 구도를 만들어 집권·변혁 가능성을 여는 게 민주노동당의 비전으로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 제1야당 부상의 요건
제1야당 부상의 요건은 결국 집권·변혁의 요건으로부터 도출되지 않을 수 없다.
▷ 주체적 요건
① 득표 능력:
20% 이상의 핵심 지지층을 확보해야 한다. 핵심 지지층은 당의 단기적 성적에 상관없이 당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직결시키는 유권자층을 의미한다. 핵심 지지층은 상당 부분 조직화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핵심 지지층에 상당하는 규모의 선택적 지지층을 확보해야 한다. 선택적 지지층은 핵심 지지층에 비해 당의 현재 활동에 의해 지지 여부가 변동되기 쉬운 유권자층을 의미한다.
② 국가기구 혁신 능력:
국회 내에 최소한 1/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여 원내 주요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주요 광역자치단체에 단체장을 당선시켜 진보적 지방정치를 펼친 경험을 갖춰야 한다.
경제·외교 등 국가기구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직’된 영역을 개혁할 전문 인력과 그 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있어야 한다.
③ 시민사회 조직화 능력:
전체 임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조직화한 산별노조 체제가 들어서고 그 산별노조들이 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중간층에 대해서도 일정한 호소력을 지닌 사회운동들(평화통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이 성장하고 그 사회운동들이 당에 우호적이어야 한다.
지역에 진보적 시민사회가 뿌리내려야 한다.
④ 국제적 행위 능력:
국제 질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세력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연대 파트너들을 확보해야 한다.
▷ 환경적 요건
① 정치제도 개혁:
현행 소선거구제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 제도 쟁취. 즉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관철. 최소한 프랑스식 결선투표제 등 도입
② 정당 경쟁구도 재편:
보수 양당 사이의 차이 희석화와 민주노동당과의 경쟁으로 인한 보수통합정당 출현.
③ 사회적 관심과 당 핵심 정책 사이의 관련성:
노동 정책, 복지 확대와 평화통일 등의 쟁점이 제1의 정치 쟁점으로 부상
④ 평화·통일의 진척 정도:
최소한 국가연합·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현안으로 논의·설계되기 시작
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 대항 세력 사이의 역관계:
유럽·제3세계 등에서 강력한 좌파정당의 부상 혹은 다수의 좌파정권 출현
○ 제1야당 부상의 경로
---------------------------------------------------------------------------
주요 정치일정 과제
---------------------------------------------------------------------------
2006 지방선거
기초의회 대거 진출 / 울산·창원 등 거점도시 단체장 배출
본격적인 진보적 지역정치운동 전개
2007 대통령 선거
당 대통령 후보가 한국사회 변혁 청사진의 제시를 통해 10% 이상 득표
2008 총선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의석 확보 (특히 수도권 등 지역구 당선자 배출)
내용상으로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 형성
2009
2010 지방선거
주요 광역단체장 배출
진보적 지방자치 실험
2011
2012 대통령 선거·총선
대선에서 보수 대 진보의 양강 구도 형성
총선에서 원내 제1야당으로 부상(1당 혹은 2당)
*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노동운동의 성장, 평화·통일의 진전 등)은 제외하고 주요 정치일정만을 고려했음.
---------------------------------------------------------------------------
---------------------------------------------------------------------------
참고1>
김윤철, “‘당 중심 의정활동’ 원칙, 신화에서 현실적인 정치노선으로”, <이론과 실천>, 2004.10월, 4장 1절 중
2008년 ‘제 1야당’이라는 목표의 설정
나는 17대 국회에서의 민주노동당 의정활동의 전략적 목표(보다 정확하게 말해 의정활동이 복무해야하는 당 전체 정치활동의 전략적 목표)는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거치면서 민중·시민사회로부터 유일한 ‘대안정치세력’으로 인정받고, 2008년 총선에서 ‘제 1 야당’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혹자는 2008년 ‘제 1당’론을 주장하나 2007년 집권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이는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혹시 2007년 대선에서 집권한 세력이 1년 동안 엄청난 실정을 한다면 모를까. 그럼 혹시 2007년 집권가능성은? 이는 2008년 제 1당론 보다 그 실현가능성이 더 낮다고 할 것이다.
2007년 민주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은 그 현실가능성 여부를 떠나 네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통해 점쳐볼 수 있다. 이때 이 시나리오들은 민주노동당이 파워-지배블록의 구성원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치현장수준에서는 물론 물적 토대 수준에서의 일정한 변동을 수반해야 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첫번째, ① 현 시기 경제위기가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짐 ②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민중들의 저항이 극에 달함 ③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지배계급들로 구성되어 있는 ‘파워블록’이 체제위기 극복방안을 둘러싸고 내적 분열에 빠져듦 ④ 파워블록의 내적분열과 함께 파워블록과 권력연합을 구성하고 있던 동맹·지지계급의 이탈 ⑤ 파워블록과 권력연합의 내적 분열을 수습하고 그들의 정치적 이해를 보장해줄 통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배블록 형성의 실패와 동맹·지지세력의 이탈에 따른 지배연합의 붕괴 ⑥ 민중들은 물론 지배연합의 붕괴에 따른 구지배연합 구성세력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전폭적 지지에 기반하여 집권(선거를 통한 집권이기는 하나 거의 ‘혁명’에 가까운 상황으로 ‘민중주의적’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음).
두번째, 첫번째 시나리오와 ⑤까지는 동일 ⑥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화에 따른 급속한 우경화를 통해 자신들의 장기적 경제이익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게 예측되며, 권력연합의 하층부를 차지했던 지지계급을 대표하여 권력연합을 복원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파워블록이 하게 됨 ⑦ 민주노동당이 구지배블록으로부터 이탈한 구지배연합의 구성원들을 인수함 ⑧ 결국 파워블록이 인준하는 가운데, 권력연합의 하층부를 이룬 지지계급과 구지배연합 구성원들 중 다수에 기반하여 집권(우익 민중주의 정권으로 주로 국가주의-혹은 민족주의-이데올로기에 의존하게 됨).
세번째, 첫번째 시나리오와 ②까지는 동일 ③ 파워블록이 응집성을 유지한 채, 민중저항에 힘입어 파워블록의 물질적 양보(경제개혁을 포함, 분배정책 우선으로의 선회)를 요구하는 지배블록내 통치세력과 대립 ④ 파워블록의 정치적 고립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가운데, 지배연합 중 상층동맹세력이 이탈하고 지배블록내 통치세력과 민주노동당의 동맹에 대한 민중적 요구가 거세짐 ⑤ 민주노동당 공동선본 구성하고 집권당과 대선 후보 단일화 통해 공동정부 구성.
네번째, ①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아님에도 불구, 단기적 차원에서의 이익마저 양보하지 않으려는 파워블록과 지배블록 내 통치세력과의 정치적 대립 심화 ② 투자기피 등 자본의 사보타지가 지속되면서 경기침체 장기화 ③ 이에 따라 통치세력에 대한 불만이 가증되는 가운데, 지배연합내 동맹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이들이 민주노동당 지지세력으로 전환 ④ 통치세력 민주노동당에 공동정부 구성 제의 ⑤ 민주노동당 파워블록으로부터 물질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통치세력과의 동맹 필요성 있으며, 집권을 위해서라도 정권참여 경험이 유의미하다고 판단 ⑥ 세번째 시나리오의 ⑤와 동일.
이상의 시나리오들에 바탕하여 볼 때,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2007년까지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설사 그렇다고 하여도 현 노무현 정권에 대한 태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파워블록은 심각한 내적 분열을 겪기에는 높은 응집성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파워블록과의 ‘정치-이데올로기적’ 수준에서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이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파워블록이 수용할 수 없는 물질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현 시기 파워블록 혹은 권력연합이 노무현 정권이 ‘좌파경제정책’을 쓰고 있다며 비판하는 것은 단기적 경제이익마저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파워블록 혹은 권력연합의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강제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 자본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점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 노무현 정권 시기 지배연합은 물적 보상을 통한 동맹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보다는 (주로 ‘먹고 살만한 이들’로 지칭할 수 있는) ‘가치선호’(이른바 ‘코드’)를 우선시하는 이데올로기적 지지세력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탈의 정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설사 이탈한다고 해도 민주노동당의 지지세력이 될 가능성은 낮다. 민주노동당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적’ 코드 혹은 매력적인 특정 정치지도자의 부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진보정치의 아이콘’을 창안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그러한 코드나 아이콘이 창안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드나 아이콘의 창안은 단지 일회적인 기획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 조직의 운영원리의 재구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노무현 정권측은 물론 민주노동당 역시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전망도 갖고 있지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결국 17대 국회에서의 민주노동당 의정활동의 전략적 목표는 당내외적으로 그래도 많은 이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수준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다(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한 어떠한 조사작업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2008년 제 1야당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많은 이들이 대체적으로 제 1야당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일까? 그것은 단지 현실가능성 때문일까? 아니다. 2008년 제 1야당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한 것은 ‘지체된 민주주의’를 다시금 추동·발전시키기 위해서이다.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상승발전이 지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지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권리의 신장을 주요 정치적 의제로 제기하는 진보정당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특히 진보정당은 야당으로서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는 파월블록의 이해를 정치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지배블록(내 통치세력과 보수야당)을 감시·견제하고 지양시키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진보야당' 노선의 실천 및 실현). 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회경제적 수준에서의 거대보수양당의 실질적인 공조에 균열을 일으킬 수 없으며 사회경제적 권리의 신장을 핵심적인 정치적 의제로 공고화시킬 수 없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권리의 신장이 핵심적인 정치적 의제가 되기 전에는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집권여당이 될 수 없다. 게다가 거대보수양당의 협공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여당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전략적으로도 유리한 선택이 아니다.
------------------------------------------------------------------------------------------------------------------------------------------------------
참고2>
김윤철, “‘당 중심 의정활동’ 원칙, 신화에서 현실적인 정치노선으로”, <이론과 실천>, 2004.10월, 4장 3절 중
‘보수-진보 단일구도’의 형성과 ‘진보야당’과 ‘거대한 소수정당’ 노선의 실천
민주노동당은 4.15총선을 전후로 하여 ‘진보야당론’과 ‘거대한 소수정당론’을 민주노동당의 의정활동노선으로 표방하였다. 사실상 의정활동전략의 대강은 이 노선에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제 1야당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고려하였을 때는 물론, 현 시기 정당정치 구도상에 있어서도 그렇고, 당이 처해져 있는 현실적 역량의 한계는 물론, 보수양당우위의 정당구도에서의 사회경제적 의제의 제기와 운동정치의 접목이라는 지향가치의 측면에서도 매우 적절한 노선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풍부화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진보야당과 거대한 소수정당론이 바탕하고 있는 기본적인 정치구도는 ‘보수-진보 단일전선론’ 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사회의 현 시기 균열구조, 즉 민중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빈부격차의 심화와 이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고자 하는 보수양당 세력의 존재에서 도출된 것이다. 물론 정치가 사회적 균열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조작과정을 거쳐 정치적 수준에서의 균열을 끊임없이 배태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전술의 구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대체적으로 정치적 의제(지형) 자체를 사회균열을 반영하게끔 ‘재조작’하여야 한다. 물론 이것은 단지 특정 법안의 발의와 입법, 그리고 (결국은 운동대중들로 국한될) 대중투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민중들의 일상적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활동과 치밀한 전략기획과 그 실행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럼 2008년 제 1야당이라는 전략적 목표의 달성은 물론 진보야당과 거대한 소수정당 노선을 실현시킬 전략(혹은 전략적 과제)은 무엇인가? 이를 ‘대정치사회관계’와 ‘대시민사회관계’ 등으로 나누어 대략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대정치사회 관계에 있어서 ‘유일진보정당’의 포지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보수양당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진보적 개혁’과 ‘보수적 개혁’의 차별성을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의도적으로 혼동시키면서 진보정당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이와 같은 선상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몰역사적 80년대 세대’ 혹은 ‘‘반시장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념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의 선상에서도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은 유일진보정당인 동시에 진정한 야당인 진보야당론을 앞세워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과제를 수행하여야 한다.
① 보수양당의 ‘은밀한 공조’에 대한 폭로이다. 보수양당은 정치적으로는 대립양상을 띠고 있는 듯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나, 이를 분명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형성시켜내지 못하고 있다. 이때 ‘빈곤과의 전쟁’이라는 담론정치안의 선상에서 보수양당을 ‘빈곤조장세력’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공조 하에 발의 혹은 입법된 반민중적인 법안들에 대한 철폐투쟁, 즉 ‘빈곤악법철폐투쟁’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당의 빈곤퇴치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② 보수양당의 ‘비민주성’에 대한 폭로이다. 정당개혁논의의 선상에서 민주노동당은 당내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노력으로 정당개혁유도를 위한 실천을 지속하는 가운데, 양당의 조직운영과정 등에 대한 면밀한 추적 속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한 폭로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익집단과의 담합관계 등에 대한 추적도 수행되어야 한다. 이때 민중·시민운동 진영과의 연대를 위시로 해 일반당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포괄하는 실천단위 구성을 검토하면서 거대한 소수정당 노선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대시민사회관계에 있어서 단지 당론형성에 급급한 정치세력이 아니라 ‘국론’을 먼저 형성하는 세력이 되는 것이다. 원내소수라는 한계는 결코 의회정치 공간에 국한된 활동으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 선거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민주노동당은 보수양당과 달리, 자기들만의 의견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우선하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얻어내야 한다. 이는 국민정당노선과 혼동되어서는 안되는데, 단지 ‘지지극대화 전략’의 차원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현장에서 진보정당의 고유한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기 위하여 국민들에게 회자될 의제의 제기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이 선도적으로 제기한 ‘과거사 청산’과 같은 의제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사 청산이 국민적 의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주류언론의 호들갑’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이해당사자는 물론 지속적으로 과거사 청산을 주장해온 의견집단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사회경제적 의제의 설정에 있어서도 이같은 사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때 민주노동당이 수행하여야 하는 실천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 일상적으로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의견들을 수집하고 청취하는 것이다. 이때 특히 지구당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데, 지구당은 당원중심의 사업방식에서 탈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많은 비용의 지출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지구당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② 부르주아 언론에 의존한 정치활동이 아니라 독자적인 언론매체를 활용한 정치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 선거운동과정에서 확보한 온라인 네트워크망을 잠재워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 네트워크를 적극활용하여 이른바 ‘참여군중’을 형성시켜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이 참여군중이야말로 국론형성의 주력 부대이다.
셋째, 민주노동당은 보다 넓고, 보다 많은 ‘국제화’(혹은 세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당이 핵심적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자주평화’는 기본적으로 국제정치영역에 관련된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보수양당에 비해 기본적인 국제정치 자원의 측면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여져 있지만, 우선 국제정치 차원에서의 한국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내부고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해외 진보정당들과의 다각적인 외교관계 형성은 물론, 국제 반부패단체나 인권단체, 그리고 평화단체 등과의 협력관계 형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는 대안정치세력으로서의 이미지 형성은 물론, 한국 정치발전을 위한 외적 계기의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2. 기본 노선: 사회운동정당
○ 사회운동정당 개념의 뿌리
전개 과정
· 독일 녹색당의 경험과 함께 처음 등장: 운동정당, 반정당적 정당
· 브라질 노동자당의 경험과 함께 확산
· 영국의 좌파 이론가 Hilary Wainwright가 Transnational Institute(www.tni.org)를 통해 이 개념을 전개
·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social movement unionism) 개념과 일정한 연관성
주 내용
· 당을 변혁의 독점적 주체로 보지 않고 광범한 사회운동을 통한 대중의 참여를 중요시
· 당이 사회운동이라는 자신의 토대에서 분리되지 않고 의식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
· 당 활동 자체의 구조와 노선을 사회운동에 가까운 형태로 추진
사회운동정당과 국가이론 사이의 관계: 후기 풀란차스, 영국 노동당 벤 좌파, H. Wainwright 외
사회운동정당 개념은 국가기구의 ‘안’에서 국가기구의 생리에 ‘대항해’ 활동한다는 후기 풀란차스식 in and against 전략과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후기 풀란차스는 국가기구를 단순히 활용한다는 사회민주주의 전략과 국가기구를 분쇄한다는 코민테른 전략 모두를 비판하면서 국가기구의 변형을 주장했다. 이 때 국가기구 내부의 투쟁은 국가기구 외부의 사회운동이 어떻게 국가기구 내부에 효과적으로 반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게 사회운동정당이다.
사회운동정당과 지식 정치학 사이의 관계: H. Wainwright(1994)
가장 성공적일 경우, 이 정당들의 수단은 좌파의 전통적인 공산당이나 사민당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변화를 가능케 하는 권력의 다양한 원천에 대한 인식이 존재한다. 이 원천은 재생산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 제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회운동으로부터 뻗어 나온다.
두 번째 원칙은 사회적 필요에 대한 지식의 원천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며 가능한 해결책이 국가나 정당 지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에 갇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과 권력은 사회변화의 과정이나 그것의 효율적인 담지자들에게 밀접하게 관련된 도구들이다. 이 정당들은 조직화의 새로운 방법을 경험하였는데, 이는 그들이 바라는 변화를 위해서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신좌파 정당들의 성공은, 우선 그들이 각자의 독특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변혁을 이루어내도록 운동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데 달려 있다. 다음으로 이는 운동의 독특한 전문적 기술과 네트워크(혹은 그들이 발전시킨 프로젝트)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키는 데 달려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은, 그들의 제도나 지배의 한 부분이기도 하면서 분명 그들 문화의 한 부분인, 여러 운동의 역량과 한계에 적당한 방법론을 발전시키는 데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전통적 좌파 정당이 간직하고 있는, 또는 아로새기고 있는 대다수의 수단들과 근본적으로 단절하는 것을 포함한다.
○ 국내의 사회운동정당 논의
조돈문(2004)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정치세력화는 국가권력에의 접근뿐 아니라 사회적 동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서 원내화된 보수정당들과는 다른 사회운동정당이다. 따라서 정당의 목표에 있어 원내 의석을 극대화하는 데에 한정되는 보수정당들과는 달리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시민의식의 진보화를 통한 사회 진보에 있으며, 정당의 기능도 보수정당들과는 달리 의회 내 정책의 법제화에 한정되지 않고 당원과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스스로 운동조직으로서 사회운동 세력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전개한다.
보수정당들은 선거기간 동안 “표”를 동원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평상시 일상적 정당활동에 “사람”들이 스스로를 동원하여 참여한다. 민주노동당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지배계급 질서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적 실천이며, 당원들은 지역과 중앙 차원의 대표자 및 후보 선출 등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중앙당 차원에서 전개하는 전국적 운동 외에도 지역 단위에서 원미산 살리기 및 녹지보전 운동, 경기도 학교급식 개선 및 조례제정 운동, 장애인 이동권 쟁취 운동, 여중생참사 미군규탄 및 반전평화 운동, 이라크파병 반대 운동, 노조탄압 규탄 및 파업지원 활동, 공무원 노동3권 보장 쟁취운동,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 노점상 생존권 보호 운동, 이주노동자 인권운동 등 각종 사회운동을 지역단체들과 연대하여 주체적으로 조직하고 적극 참여하여 활동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원들이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민주노동당을 알리고 여론형성과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사회운동의 이해당사자들이나 비당원 활동가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며 당활동에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 수준에서도 시민사회운동과 국가의 관계가 재규정되고,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연대의 유형도 조정될 것이다. 민중운동은 국가의 주된 탄압 대상으로 의회권력에 대한 접근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으나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자신들의 쟁점을 사회적 의제화하는 동시에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적극 활용하여 구체적 정책대안들을 개발하고 법제화할 수 있는 경로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시민운동 영역에서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성장 제일주의 원칙으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환경부문의 운동단체들이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민중운동과 함께 적녹동맹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형성되는 적녹동맹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 동맹을 형성하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수용하며 국가와 보수정당을 주요 채널로 활용하는 단체들을 제외한 시민사회단체들과 결합하여 이라크파병 반대라는 현안, 부유세와 노동조합 경영참가 같은 계급적 과제들, 탈핵과 녹지보전 등 환경문제들을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빠른 속도로 양대 블록으로 재편되어 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의 동원과 참여를 넘어서 일반 시민들도 쟁점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당원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여 토론을 전개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당원과 시민들을 참여토록 하고, 구체적 정책들을 법제화하기 위하여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참여토록 하는 “서포터즈” 운동도 좋은 방안이다. 국민발의제와 주민투표제가 시행되면 보다 폭넓은 시민 접촉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당원과 시민들의 참여와 동원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동춘(2004)
민주노동당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의 노조조직율이 낮다는 점이고, 조직 노동자 중에서도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사람의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11%의 노조조직율, 3%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가입). 그래서 민노당은 정당으로서의 역할 이전에 노동조직자, 혹은 사회운동체로서 기능해야 한다. 조직률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다수의 불완전 취업자, 사무서비스직,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직화 작업을 민주노총과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차적인 조직 확대는 비노동 사회조직이 될 것이다
김동춘(2005)
민주노동당은 제도권 정당이지만 제도의 틀 내에서는 결코 기성 정당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대중의 광범위한 불만을 조직하고, 그들의 가슴을 울리는 대안적인 사회운동정당이 되어야만 제도권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공공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운동은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입지는 마련할 수 있지만 이미 정치권 내의 한 분파(party)임을 선포한 민주노동당은 대안의 구체성, 대중의 직접 참여가 없이는 결코 주목을 받을 수 없다.
정치정당(political party)이 아닌 사회정당(social party): 진보정치연구소(2005)
① 시민사회 내의 특정한 이해를 정치제도에 반영하거나 대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민사회의 특정한 조직화를 지향한다.
②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를 넘어서서 둘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지향한다.
③ 정당의 구조 자체가 대안사회를 ‘예시’하는(prefigurative) 성격을 띤다.
○ 한국 사회에서 사회운동정당 노선의 필요성
① 시민사회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반세기 넘게 뿌리깊게 자리잡은 시민사회 내의 지배질서(풀뿌리 보수주의)부터 바꿔내야 한다. 그러자면 단순히 시민사회 내의 일부를 제도정치에 반영하는 기존 유형의 정당이 아니라 시민사회 자체의 변화를 꾀하는 사회운동정당이 필요하다.
김동춘(2004)
[형식적 민주화를 통해-인용자] 행정 권력이 빠진 지역사회는 보수적 시민사회의 헤게모니가 확고하다. 지자체의 각종 건설사업이나 불하사업 과정에서 기업의 로비와 유착은 확고하다. 검찰, 경찰, 변호사들과 범죄 집단 간의 먹이사실도 있고, 지역 자영업자들과 이들 간의 유착이 존재한다. 향우회, 산악회, 해병전우회, 동문회, 지역 언론 등으로 거미줄처럼 엮인 지역 시민사회는 최근에 등장한 사회운동 조직을 압도한다. 지방의회는 개혁적 자치단체장을 보수적으로 견제하는 토착 권력의 거점이 되어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풀뿌리 부패의 온상이 되어 있다. 그래서 지역에서의 정치로부터의 사회의 분리는 지역 기업가, 자영업자, 언론의 위기의식을 가중시키고 이들을 단결시키고 있다. 구 한나라당, 구 민주당의 지역조직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들의 향배는 지역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② 시민사회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정치를 변화시키려면 충격이 필요하다
87년 이후 시민사회는 점진적으로나마 변화했지만 제도정치는 이와 괴리되었다. 소선거구제(불비례 대의제)와 지역주의 정당·시민사회 내의 보수 헤게모니가 서로 얽혀서 시민사회 내 변화 양상의 정치적 반영을 체계적으로 가로막아 왔다. 시민사회와 제도정치 사이의 장벽을 깨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동원 전략에 따른 정치적 충격이 필요했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이나 2004년의 탄핵 반대 운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물며 노무현 세력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추진하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그 이상의 충격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제도정치에 참여하면서도 사회운동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며 제도정치 내에서 사회운동의 부대 역할을 맡는 사회운동정당 노선이 필요하다.
③ 제도정치의 영향력조차 미치지 못하는 국가기구 내 핵심을 변화시키려면 더더욱 충격이 필요하다
반공분단체제의 수립 이후 계속 연속성을 누려온 국가관료기구는 정치권보다도 더 시민사회의 변화로부터 차단되어왔다.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기구의 변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기구 ‘내부에서’ 기존 국가기구의 논리에 ‘대항해’ 싸우는 전략이 필요하며, 그 수단으로서 사회운동정당이 필요하다.
김동춘(2004)
국가는 곧 정치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 위에 있다는 점, 즉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결정과정과 정치는 여전히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국가의 두 최고 활동 즉 안보/전쟁/국방과 관련된 활동과 경제관련 활동에서 제도정치가 그것을 본격적인 의제로 삼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데는 한계를 가질 것이다. 선출된 권력과 선출되지 않는 권력의 긴장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즉 선출된 권력으로서 국회는 선출되지 않는 권력체인 관료집단과의 관계에서 무능력을 노정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국방부가 ‘정부 내의 정부’로서 여전히 역할을 한다든지 재경부가 ‘정부 위의 정부’로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④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시대에는 과거보다 더 역동적인 진보정치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의 공세가 지속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는 과거의 의회주의·혁명주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역동적인 진보정치만이 대중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도 방어하고 대안사회로의 길을 조금이나마 열어나갈 수 있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 의회정당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운동정당이 필요하다.
○ 사회운동정당의 구체태: 집권전략위원회의 이후 논의 과제
---------------------------------------------------------------------------
참고3>
김윤철, “‘당 중심 의정활동’ 원칙, 신화에서 현실적인 정치노선으로”, <이론과 실천>, 2004.10월, 4장 2절 중
‘제도정치 대 운동정치’라는 이분법적 관점의 폐기
나는 앞서 당 중심의 의정활동에 대한 내용규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의정활동의 공간과 주체 그리고 활동의 내용을 ‘제도정치영역에서의 입법활동’으로만 간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원내=제도정치영역=의정활동/원외=운동정치영역=대중투쟁’이라는 도식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다는 사고의 선상에서 제기된 것이다. 즉 의정활동은 정치활동일반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단 현대정치가 기본적으로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로 집약되어왔고 아직까지도 정당과 의회라는 기제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실천행위라고 할 때, 정치활동 일반은 물론 특히 의정활동의 경우에 있어서는 정당 및 의회정치의 작동원리 및 메카니즘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이다. 이는 특히 의회정치경험이 일천한 민주노동당에게 더욱 더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서 단지 기존질서에 이해와 적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적응의 과정에서 새로운 ‘전복’의 계기를 창출하거나 발견하여 새로운 대안적 정치질서를 구성해야 한다. 이때 참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도정치-비제도정치(혹은 제동정치-운동정치) 간의 변증법'이다. ‘정당위기론’을 주창하는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 정치패러다임은 제도정치를 강조하는 편향과 운동정치를 강조하는 편향이 모두 존재하는 민주노동당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제도정치를 강조하는 입장은 ‘정치사회’라는 ‘자기완결적인 사회영역’이 되면서 민중·시민사회와 괴리된 의회정치공간을 혁신·개조하기 위한 자원으로서 운동정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거대한 소수정당‘ 노선의 실천 및 실현)을 간과하고 있다. 운동정치는 단지 동원할 자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새로운 토픽의 창출 및 발굴의 근거가 되기도 하며, 전혀 새로운 정치질서의 구축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는 공간 혹은 정치실천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구당 활동에 있어 기성 보수정당들과 다른 정치활동의 양식을 찾기 위해서는 운동정치의 경험을 심도있게 고찰해야 한다. 물론 운동정치를 단지 ‘대중투쟁의 정치’로 협소하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현 시기 운동정치는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전개된 시민운동의 경험과 성과 등이 종합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민주화 이행 이후 한국사회가 다양한 시민사회 내적 갈등과 균열이 형성되어지고 있으며 운동주체가 다원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최근 부상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운동’(기존에는 ‘이익집단운동’으로 불려졌으나 이는 ‘경제주의적’ 관점에 매몰된 것이다. 이해당사자 운동은 단지 경제적 이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 운동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서 보다 ‘공익적’ 가치가 강조되거나 포괄된 운동이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동정치를 강조하는 입장은 운동정치를 포함, 결국은 대부분의 정치적 행위가 (정당정치를 포괄한) 의회정치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경우 반독재민주화 운동이 전개되던 민주화 이행 이전 시기에 운동정치는 물론 정치행위의 초점이 국가에 맞추어져 있었지만, 민주화 이행 이후 정치의 중심은 의회로 이전되었다. 아직까지도 국가를 직접 상대할 수 밖에 없는 운동정치의 토픽들(특히 노동관련 의제들이 그렇다)이 존재하지만, 그러한 토픽마저도 의회정치를 매개로 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단지 운동단체가 아니라 정당인 이상, 그것도 정책정당을 표방한 이상, ‘법제화’라는 문제를 자기과제로 설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곧 의회정치가 주요한 정치실천의 장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운동정치를 강조하는 입장은 제도정치를 강조하는 입장에 대해 단지 규범적 차원에서의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 운동정치가 어떻게 제도정치로 녹아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그 침로의 마련에 대한 보다 실천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규범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당위’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하는 가운데, 갈등을 조절해내는 ‘조작적 행위’이다(조작이라는 용어 자체에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한편 그것이 제도정치이든, 운동정치이든 간에 정치행위양식은 ‘담론 및 비담론적’ 실천으로 구성된다. 담론실천은 민중·시민사회를 설득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을 포함, 일련의 ‘지식 및 언술’ 체계를 생성하고 유포하는 것이다. 비담론적 실천은 ‘직접행동’을 포함, 담론적 실천을 통해 창출된 정치적 레토릭이나 일련의 지식 및 언술체계 등을 ‘물리적 기제(법적 강제 장치)’ 등의 창출로 확장하면서 민중·시민사회 성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거나 ‘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정치세력은 민중·시민사회 성원들로부터 자신들의 주장이 타당한 것임을 인정받고(‘진리효과’의 창출), 실생활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배제와 포괄’ 체계의 구축).
--------------------------------------------------------------------------- |
|
|
|
|
|
|
|
|
50
3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