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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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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9 14:4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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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이광호] 민주노동당, 창조적 매체전략이 필요하다, <진보정치연구소>2005.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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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창조적 매체전략이 필요하다
이광호(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진보정치연구소>2005.09.26.
외부로 발표되지 않은 개인의 견해는 존재하지 않는 견해다. 그 내용이 얼마나 충실하고 논리적으로 수미일관한가 하는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엄밀히 말하면 개인적으로도 자기 견해라고 볼 수 없다. 드러내지 않으면 ‘의견 없음’일 따름이다.
이에 반해 깊은 사고 과정 없이 불쑥불쑥 털어놓는 얘기라도 외부에 공개되는 한 그것은 적어도 하나의 견해로 취급받는다. 무시부터 반대 그리고 동의까지 다양한 형태의 반응은 취급 형식의 하나일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견해가 '난무'하는 곳이다. 개인이나 정당 등 조직의 견해/입장을 사회적으로 유통시키는 공간의 독과점적 지위를 누렸던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이 경향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특정 견해가 유통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Gate, Portal)을 지키는 제도 위의 권위자들의 구성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이 변화의 동력이자 주인공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기존의 여론형성 주인공들의 구성 변화보다 참여자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견해 공급자를 겸할 태세가 돼있으며, 수적으로도 가공할 만큼 늘어났다. 사무직 노동자보다는 접속 환경이 못한 편이지만, 제조업 노동자들도 휴식 시간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존재하지 않았던 그들의 정치사회적 견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현실 공간에서 그렇게 수줍고 얌전한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고 한다. 아주 공격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는 정치적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한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익숙하거나 또는 서툴게.
인터넷 공간이 쌍방향성이라는 소통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곳은 토론과 소통에 관한 한 현실 공간보다 더 배타적이고 덜 성찰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힘의 방향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크기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방향성이 분명하면서 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시각을 그 공간에 맞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중요한 과제이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정치적 힘이 재조직화 되고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은 이런 현상의 결과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난 해 시사저널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를 조사한 결과 10위 안에 인터넷 매체가 3개가 포함됐다. 오마이뉴스(6위), 다음(9위), 프레시안(10위)이다. 1인당 매출 규모가 주요 경영지표 가운데 하나인 것을 참고로 삼자면, 기자 1인당 영향력 창출 수준으로 보면 인터넷 매체의 경쟁력은 대단한 것이다. 프레시안의 기자는 10여명에 불과하다. 신문 방송의 편집/보도국 인원은 프레시안의 30배도 넘는다.
특정한 인터넷 매체가 10위 안에 오른 것은 우연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지만-순위는 변하게 돼 있다-인터넷 매체의 영향력 확대는 필연적 과정이다. 단지 매체 성격을 지향하는 인터넷 공간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뉴스와 견해들이 유통되고 있다. 개인들의 블로그도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 이 공간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뉴스와 견해들의 총량은 방대하고, 유통 속도 역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국제적이다.
최근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연구위 발제 문건에서도 여론전을 수행할 무기의 필요성과 이 중에도 인터넷 공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우리가 이런 인터넷 공간을 단순하게 당의 입장이나 견해를 일방적으로 운반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운송 수단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 곳은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만 있는 곳이 아니다. 극렬한 비판자부터 열렬한 지지자, 그리고 당의 문턱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곁눈질을 하고 있는 다수가 모여드는 곳이다. 또 그 곳은 견해와 입장들이 부딪치면서 새로운 담론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형태의 연대와 참여가 실천적으로 도모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일들이 대중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들러보고 싶어 할 콘텐츠와 ‘공간 조직의 기획’이 전제가 될 것이다.
인터넷 공간의 ‘정치적 설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조직화와 네트워킹의 차이는 단순한 단어 뜻 차이를 넘어선다. ‘조직사회에서 네트워킹 사회로’라고 말할 때 그 차이는 시간 개념이며, ‘현장에서 사이버 공간으로’라고 말할 때 그 차이는 공간 개념일 것이다. 시간으로 선후 문제가 아니고, 공간적으로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또는 현실 사회에서 조직화 작업과 동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인터넷 공간에 맞는 조직 작업의 방식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조직보다 느슨한 게 네트워킹이다.”라고 말할 일도 아니다.
인터넷 공간을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창조적 생산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가 생산되고, 연대가 구현되고, 조직화가 이뤄지는 참여 방식을 개발해내야 한다.
가장 단순한 참여 형태가 ‘게시판/댓글 참여’다. 우리는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이 사용했던 구호를 기억한다. “12번 찍으면 1년 12달이 행복해집니다.” “1번 2번이 망친 나라 12번이 살리겠습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 멋진 구호들은 당시 ‘판갈이넷’의 댓글을 통해 순식간에 제출되고, 당이 맛있게 냉큼 받아먹은 구호들이다.
총선 기간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열렬 지지자나 당원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인터넷 공간을 연대와 참여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창의적이고 전복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민주노동당이 매체 전략의 관점에서 변화된 참여자들을 위해 사이버 공간에 어떤 공장을 세울 것인가. 고급 기술력과 함께 어떤 철학이 담긴 공장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사회운동 정당을 표방하고 거대한 소수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의 분발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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