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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7 21:3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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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인 |
 [현장노동자] 민주노총 사태와 하반기 투쟁, 임시19호, 2005.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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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사태와 하반기 투쟁
- 이수호 집행부 퇴진 및 하반기 투쟁에서 전투파의 임무
<현장노동자>임시19호, 2005.10.21.
1. 하반기 투쟁을 위해서라도 이수호 집행부는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
강승규 비리로 불거진 민주노총 사태로 인해 하반기 투쟁에 임하는 전투파는 더욱더 힘겨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어차피 이수호 집행부에게 어떠한 기대도 없었지만, 비리 사태로 얼룩진 이수호 집행부가 민주노총 지도부로 눌러앉아 있는 것을 허용하고서는 아예 하반기 투쟁이라는 것은 없다고 해야 할 상황이다.
특수고용직과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투쟁, 비정규 개악안 및 로드맵 저지투쟁 등 하반기 엄중한 투쟁 과제들이 걸려 있는 현 상황에서 자본과 정권에게 당당할 수가 없는 지도부를 그 어느 조합원이 믿고 투쟁에 나서려고 하겠는가.
강승규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하반기 투쟁의 전망은 안타깝게도 매우 불확실하고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었다. 올해는 87년 이래 전국전선을 펼쳐준 금속 및 공공부문 대사업장의 투쟁이 유일하게 없었던 첫 해로 기록될 상황이다. 일종의 전국판 '무쟁의 원년'인 것이다. 그나마 상반기 투쟁전선을 떠받쳐온 비정규직 투쟁, 특히 대공장 사내하청노조들의 투쟁도 자본의 탄압과 정규직노조들의 투쟁 통제 및 외면으로 인해 깨져나갔다. 현재 덤프연대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벌써부터 민주노총 사태의 여파로 인해 투쟁을 확대시킬 기운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2. 그러나 문제는 '이수호 집행부 사퇴'가 아니라 '사퇴 이후'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이수호 집행부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하반기 투쟁에 드리워져 있는 안개가 걷힐 것인가? '이수호 집행부 사퇴'가 아니라 '사퇴 이후'가 문제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수호 집행부만 퇴진시키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면 이는 명백히 사기이거나 투쟁의 현 상황에 대한 무지일 것이다. 물론 이수호 집행부는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 하반기 투쟁을 아예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문제는 이수호 집행부에 반대하는 상층 제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현장으로부터 올라오는 힘에 의해 퇴진시켜야 하며, 그래야만 이수호 퇴진과 함께 하반기 투쟁의 전망이 활짝 열릴 터인데, 불행히도 지금 현장은 너무 고요하다. 있다면 냉소와 체념만이 있을 뿐이다. 대중들의 가슴 속 깊이 분노가 자리하고 있지만, 아무도 거기에 불을 지르지 못하고 있다. 열사들의 영정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죄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본부나 연맹, 단체 등 상층 단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수호 집행부 사퇴 촉구 움직임들은 현장으로 파급되고 있기 보다는 상층 운동으로 머물러 있다. 이수호 집행부가 이를 정파적인 움직임으로 몰아가면서 지금 오만하게 버틸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장이 계속 고요한 채로 있고 퇴진 움직임들이 상층에 머물러 있는 한 실제로 정파적인 움직임으로 왜소화될 위험성이 높다.
3. 비대위를 구성하라! 그러나 비대위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
지금 이수호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들은 대부분이 사퇴 이후 '비대위 구성'을 대안으로 내걸고 있다. 하반기 투쟁, 나아가 총파업 조직을 책임지는 비대위를 말하고 있다. 전투파의 한 축을 대표하는 전노투의 성명 또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물론 '보궐선거를 통한 새 집행부'가 결코 대안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비대위 구성일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민주노총 체계 안에서는 그렇다. 하반기 투쟁과 지난 9월 대대 결의사항인 11월 총파업 조직을 책임지는 지도부여야 한다는 '대의'를 부정할 수 없다면 현재 민주노총 체계 안에서 비대위 구성 이외에 다른 제도적 대안은 없다.
현실의 세력관계로 보더라도 그렇다. 19일 단위노조 대표자수련회에서 대표자들을 통해 이수호 집행부 퇴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력들(즉, 전진과 노힘 등 이른바 범좌파)은 현재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수호 집행부를 사퇴시킨다면 그 대안으로 비대위 구성은 거의 예정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비대위는 냉정하게 말해서 상층 연합의 비대위, 즉 범좌파의 비대위일 수밖에 없다. 아래로부터 투쟁하는 현장을 대표하는 비대위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투파는 현 시기 운동지형 속에서 비대위(총파업 비대위든 총파업 할아버지 비대위든)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럼에도 전투파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한다. 어떠한 환상도 가지지 않고서 말이다. 전투파는 현재 제도권 공식 체계를 부정하고 비공인 대체 지도부를 세워낼 수 있는 실력과 기반이 없다. 또한 그러한 정세조건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대위 구성을 인정하는 전투파는 비대위 체제 하에서 어떠한 전술을 가지고 하반기 투쟁을 이끌려고 해야 할 것인가?
4. 이수호 집행부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의 조건과 성격
현재 범좌파 세력들은 상층운동을 넘어서고 있지 않은 이수호 집행부 퇴진운동에 전투파를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상층운동을 넘어서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운동으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바램에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한계를 가리기 위해서이다. 노사협조주의와 관료주의, 비정규직 투쟁 외면 등 자신들의 진영 내에서도 온갖 오물을 묻히고 있는 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범좌파 세력들의 입장에서 투쟁성과 진정성의 외피가 필요한 것이다.
전투파는 이들의 속마음이 무엇이건 간에 이수호 집행부 퇴진이라는 계급적 요청에 복무하기 위해 이들과의 공동투쟁을 거부하지 않는다. 전투파는 현 시기 객관적인 운동지형을 고려할 때 현장으로부터 올라오는 이수호 퇴진투쟁, 그리고 진정한 민주노총 혁신투쟁(또는 민주노총의 계급성을 복원하는 투쟁)이 당장에 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범좌파 세력과의 공동전선이 단지 상층 운동일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직시하면서 공동투쟁을 할 것이다.
상층과 제도권에 활동 중심을 두지 않고 있는 전투파로서는 범좌파 세력에 비할 때 제도권 내에 기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움직일 수 있는 단위노조 대표자도, 대의원도 극소수일 뿐이다. 현장과 비제도권·비공인 투쟁에 활동의 중심을 두어온 전투파로서는 상층과 제도권 내 사안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협소하고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고 불가피하다.
이수호 집행부 퇴진투쟁이 그 성격상 지난 2-3월의 사회적 교섭 저지투쟁처럼 물리적으로 단상을 점거하는 직접 행동을 통해 관철시킬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투파가 공동전선에서 동원할 수 있는 힘의 한계는 분명한 것이다. 어차피 이 공동투쟁은 전투파가 현장의 힘을 끌어낼 수 있을 시간 여유가 주어질 정도로 길게 갈 수가 없다. 19일 단위노조대표자 수련회로 결판 날 것이다. 여기서 이수호 집행부를 퇴진시키면 공동전선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며, 따라서 공동전선은 이 날로 해소되는 것이다. (여기서 퇴진시키지 못한다면, 이후 투쟁 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퇴진투쟁은 실패로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5. 하반기 투쟁과 총파업을 좌파관료 지도부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전투파는 아래로부터 독자적인 투쟁구심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동투쟁은 딱 여기까지이다. 퇴진 이후 공동전선은 가능하지 않다. 비대위는 제도권에 기반을 둔 세력들이 구성하면 된다. 그러나 전투파도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으므로 '총파업 비대위'임을 분명히 한 위에서 전투파도 비대위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비대위에 들어가서 하반기 투쟁 계획에 영향력을 미치고 내부에서부터 총파업 조직을 강제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비대위는 공동전선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제도권에 기반이 없는 전투파가 비대위에 참가해서 비대위가 총파업 지도부로 확고히 서게 하는 데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없다.
민주노총 공식 의결체계를 젖혀버리고 투쟁하는 현장 단위들의 지도력을 끌어 모아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단계 운동지형과 정세 속에서 이것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현 시기에 비공인 비제도권의 지도력이 제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될 수 있겠는가. 현 민주노총 사태에 대해서도 현장의 분노가 즉각 표출되지 않고 있고 이를 조직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주관주의적인 환상을 가지지 않는다면 가능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수호 집행부 퇴진 이후 하반기 투쟁을 이끌어갈 전투파의 전술은 일단 비대위를 통해서일 수가 없다. 우리가 환상을 가지지 않고 현 시기 운동지형과 정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잃지 않는다면 비대위는 좌파관료 지도부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하반기 투쟁과 총파업을 비대위에 절대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비대위가 하반기 투쟁과 총파업 조직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도록 아래로부터 강제하고 압박하는 것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라도 전투파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으로부터 올라오는 대중투쟁의 힘으로 비대위를 강제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힘에 의존해서 투쟁의 독자 구심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하다.
이를 위해 현존하는 전투파 제세력(전노투, 구 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전투적 단위들, 투쟁하는 비정규직 단위들, 정치조직들)이 하반기 한시적 연합질서(연석회의 형태로부터라도)를 구축하여 이러한 임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한시적 연합질서를 이수호 집행부 퇴진투쟁부터 가동하여야 할 것이다.
너무 앞서 나가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보다 구체적인 지점들은 사태의 진행을 좀더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시 제출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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