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비정규직 관련 합의안을 반대한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 000-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수년간 자본과 정권은 노동유연화 정책을 전면에 내걸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심화시켰다. 노동자의 권리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었고, 노동의 조건과 삶의 조건 역시 지속적으로 후퇴하였다. 특히, 대량으로 양산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의 조건은 집중적으로 파괴되었다. 800만이 절대적 빈곤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결과도 제출되었다. 노동을 하는 인구 중 6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들의 임금 수준이 최저생활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도 이미 밝혀진 바다. 비정규 노동자는 이제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자본에 의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드디어 ‘철도’에도 거세게 불어왔다. 허울만 남은 ‘공사’라는, 사실상의 민영화 방침에 대해, “철도를 국민에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공철도 건설을 주장하던 철도노조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네들의 안정된 일자리만을 꿈꾸며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 그 합의서에 의해 철도공사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밝혀온 ‘외주화자회사화’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을 거세게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주화자회사화’에 의해 수많은 정규 일자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철도노조는 비정규직에 대한 무궁한 관심과 사랑의 실천으로 노사 합의서 제7장 83조에 이렇게 합의를 했다.
<<공사는 직접 채용한 비정규직의 최저임금은 공사 6급 1호봉 통상임금 60%이상이 되도록 한다. 이 기준은 최저기준이므로 이 기준을 이유로 저하시켜서는 안된다.>>
이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60%이상’이라고 합의를 함으로써, 이를 최저기준이 아닌 사실상의 최고기준 실질임금으로 결정지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철도공사가 직접 채용한 비정규직들에게 공사 6급 1호봉 통상임금의 60%만 계속해서 지급을 해도 약속 불이행이 아니라 약속을 잘 이행하는 것이 된다. ‘6급 1호봉’이라는 것은 신규 노동자들의 호봉을 말하는데, 그들의 통상임금을 140만원이라 가상하면 직접 채용 비정규직들의 임금은 80만원 정도라는 결론이 나온다. ‘6급 1호봉’의 통상임금을 140만원보다 조금 더 높인다 하더라도, 직접 채용 비정규직들의 임금은 100만원 정도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철도 공사화로 정규직들의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15%정도 인상이 될 것이라는 둥 이래저래 임금인상에 대한 말도 많고 기대도 많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의 임금은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 여지마저 남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철도노조가 비정규직들에게 보여준 무궁한 관심과 사랑의 실천의 한 단면이다. 또 다른 한가지 문제점은 이것은 ‘직접 채용’ 비정규직에 한정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즉, 이미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진행되리라 예상되는 ‘외주화자회사화’에 의해 고용되는 무수한 비정규직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또 한번 비정규직에 대한 무궁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하면서 그들만을 위한 합의를 한다. <<공사는 파견, 위탁, 도급 계약으로 철도산업 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적용하도록 관련업체를 지도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지켜야할 법정 최저임금을 굳이 합의한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다. 철도노조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식 합의에 의해 수천명을 넘어 수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주화자회사화’ 소속 파견, 위탁, 도급이라는 형태로 철도에서 노동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들을 위해 준비한 합의는 달랑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라는 것뿐이다.
‘2만달러 국민소득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의 무관심에(심지어 정규직 일자리 방패막이 구실을 공공연히 요구받으며) 상처받고, 철도공사체제전환으로 더욱 확장되고 불안정화되고 빈곤화되는 노동 현실에 상처받는다.
한국통신 정규직 노동조합이 그네들의 방패막이로 비정규직에 대해 철저히 사측의 입장을 옹호하던 그 모습이 철도 정규직 노동조합에 그대로 투영되어져 있는 오늘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오늘도 철도노조의 비정규직들에 대한 이러한 무궁한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면서 ‘민주’노조가 대체 뭐하는 것인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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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의 비정규직 관련 합의안을 반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