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1(월)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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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기업구조조정'에 대하여 - '워크아웃'과 '빅딜'
노동전선, 1998년 10월호 원고
한국경제는 요즈음 이른바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려 있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단연 정부쪽이다. 정부(와 IMF)는 이른바 '4대 경제구조 개혁'이라 하여 '기업 구조조정' '금융 구조조정' '노동시장 구조조정'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네가지를 한꺼번에 범벅을 해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대량실업사태와 고용불안정은 이 회오리바람이 낸 가장 가시적인 결과이다.
노동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구의 약 19%(475만 명 이상) 정도가 실업상태에 있는 현실(1998년 7월 현재)은 이 회오리바람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그것은 '자본의 생존'을 위해 노동자·민중을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있는 '노동자·민중 배제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다. 공황기라는 현시기 한국 상황에서 정부 혹은 자본측이,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측, 그리고 그에 입각하고 있는 정부는 대량실업 및 고용불안정성 심화를 전제로 하여 사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네가지 부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노동자계급에게는 네가지 방향에서 정리해고·실업의 포화가 날아들고 있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사방에서 노동자가 자본의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견 개별자본들 혹은 자본가단체가 정부를 향해서 '이건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등등 볼멘 소리를 해대기도 하지만, 그들이 '정리해고' '노동시장 유연성' 운운할 때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할 뿐이지 완전히 일치되어 있음은 지금까지의 과정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본·정부측은, 소위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리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죽이는' 데서 '인건비'를 경쟁력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량감원과 해고가 전제되어 있고, 이러한 '구조조정'이 3개(금융, 사기업, 공기업) 분야에서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서 우수수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직자들을 포함하여 자본에게 하나의 '재료' 이상이 아닌 상대적 과잉인구(=실업자+반실업자, 즉 산업예비군)를 체제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조정'이고, 핵심적으로 '유연성 제고'라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 '효율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타의 작업이 병행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을 먼저 하면서, 동시에 일반 사기업의 경우, 저들이 경쟁의 '고정적인 조건'으로 간주하여 손대지 않았던 부분들(예컨대 금융비용-금리)로 인해 부실해진 기업들에 대해 정책금융지원책을 사용하여 '건실화'하는 작업('기업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그리고 공기업부문의 경우, 수익성이 있는 경우 사기업화(이른바 민영화)하고, 사기업화할 '조건'이 안되는 경우 내부합리화(거기에서도 당연히 감원이 전제되어 있다)를 기도('공공부문 구조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구조조정'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총대는 공황기를 맞아 정부가 메고 있으며, 그것이 총자본의 의도대로 되느냐 안되느냐의 성패를 가름하는 최고의 관건이 '금융 구조조정'이다.
사/공기업을 막론하고 금융기관과의 거래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그 갈래를 잘못지워버리면 완전히 망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초부터 종합금융사들을 필두로, 은행들에 대해 우선 '구조조정'에 착수했던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일반 사기업에 대한 것으로서, 크게 두 가지 정책 수단이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소위 워크아웃(workout)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빅딜(big deal)이다.
정부측에서 '기업 개선작업'이라고 번역해서 쓰고 있는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 협약' 제2조에 따르면, "대출채권의 출자전환, 단기대출의 중장기전환, 대출원리금의 상환유예, 이자감면, 채무면제 등 채무 구조조정과 신규자금지원, 상호지급보증 해소, 감자(減資), 주력사업 선정, 외자유치 등을 통하여 기업의 재무구조를 건실화시키기 위한 절차"(재정경제부, 1998. 8. 28.)를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워크아웃은 부실기업의 '퇴출' 혹은 정부의 정책지원을 통한 '회생'과 관련되어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주채권은행단)가 기업재무상태를 실사하여 이를 집행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에는 55개 기업 퇴출명령을 내리고 7월에는 5개 은행 퇴출을 결정하였고, 현재 재벌계열사를 포함하여 평가를 끝내고, 처리방안을 마련 중이며, 6대∼30대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금융감독위원회, 1998. 7. 29.)
'기업구조조정 협약'이란, 지난 6월 25일 208개 금융기관이 체결한 협약(재경부, 상동)이다. 이는 IBRD 제2차 구조조정 차관(SAL II) 도입을 놓고 IBRD와 정부간에 합의한 '기업 구조조정' 관련 협약에 근거한 것으로, 지난 7월 IMF와의 3/4분기 협의 때는 그 주요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기업 구조조정 기구 설치 등 기업대출금 출자전환 활성화 / 상호지급보증의 주식 또는 주식인수권부 사채 전환 등 상호지급보증 해소 촉진 / 신속한 파산기업 처리를 위한 법원 관리 파산절차 등 개선 / 법정관리 기업(기아 및 한보)에 대한 처리 시한 / 재무구조 개선계획 강화 등을 통한 5대 재벌의 자체 구조조정 촉진'(금융감독위원회, 1998. 7. 29.) 등이다.
반면 '빅딜'은, "2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사업을 서로 교환하거나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특정 계열사의 주식을 교환하여 기업을 양수/양도 함으로써 다자간에 핵심사업을 정비하는 구조조정"(재경부, 상동)이다.
소위 '빅딜' 정책 역시, 위 '기업 구조조정 협약' 말미에 있는 5대 재벌에 대한 '자체 구조조정'의 한 수단으로서 정부에 의해 제기되었고, 김대중 정권의 '재벌개혁' 내용에 들어가 있다. 각 개별자본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체 워크아웃을 지연하자,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해 지난 7월, 부채/자본비율 축소, 회생불가 계열사 매각 및 상호지급보증 축소 등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강화시키도록 채권은행에게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금융 구조조정의 와중에 물려 있는 금융기관들의 사정(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 충족, 일부은행 퇴출, 은행간 합병 등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정)도 함께 겹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지 못하자, 재벌의 '빅딜'('기업교환')을 통한 '구조개선'을 재촉하고 있는 양상이다.
5대 재벌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업체를 맞바꾸는 형식보다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법인을 만든 다음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거나, 사업을 통합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 큰 쟁점은 '경영권' 문제이다. 5대 재벌은 지난 9월 3일 7개 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기로 합의하였는데, 그 중에서 석유화학, 항공기, 철도차량 등 3개 업종의 경우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법인을 설립한 다음 외자유치를 추진하되, 유치의사를 가지고 있는 외국투자기업에서 경영권을 요청할 경우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고 한다.(전경련, 1998. 9. 17.) 또 이를테면 현대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과 LG 반도체가 통합을 결정하고 경영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자본이 자기들끼리 사업체를 맞바꾸건 외국기업에게 경영권을 넘긴다고 결정하건 간에 '빅딜'은 자본측의 생존전략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개혁'도 뭣도 아니다. '빅딜'이 됐건 '워크아웃'이 됐건, 그것이 지금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의 부채비율이 워낙 높은 데다가 재벌간 무정부적인 경쟁으로 중복투자와 과잉투자가 많은 탓에 엄청난 빚더미를 안은 채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빅딜'이니 '워크아웃'이니 하는 것은 결국 한국 자본 전체가 휘말려 있는 과잉축적(과잉생산, 이윤생산의 위기) 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정확히 '자본의 정부'로서 역할하고 있는데, 저들이 '자본'으로서의 자기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을 헤어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을 '구조개선' 명목으로 금융·세제 및 제도적 지원을 해가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들이라는 점에서 명백하게 그러하다. 자본측은 한 술 더 떠서, 정부가 너무 재촉한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부채를 대거 탕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정리해고의 원활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노사정위원회' 혹은 다른 그 어떤 '정책(?)참가(?)', '고용안정(?)형 구조조정 요구' '민주적(?) 구조조정' 같은 것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지 자명하다. 저러한 구조조정의 맥락을 바꾸어놓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에게 저러한 구조조정이 마치 '개혁'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뿐이다. 저러한 요구들을 가지고 '협상'에 나섰을 때 그 결과는, 자본의 '기업경쟁력' 및 정부의 '국가경쟁력' 논리 속에서 다음과 같이 될 수밖에 없음은 뻔한 일이다. 즉, 올해의 현대자동차투쟁에서 그러했듯이, '왜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에) 합의해놓고 안지키느냐?' 이러한 현재의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에게, 자신이 처한 생존권 말살 지경의 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이 처한 그러한 상황에 철저하게 기반하여 생존권을 방어하고 사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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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 소위 '기업구조조정'에 대하여 - '워크아웃'과 '빅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