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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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와 1990년대 한국의 정치경제
상지대학보 원고(1998.3.31)
1970년대의 세계적인 불황으로 드러난 세계자본주의의 축적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계급타협체제인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모델을 위기의 주원인으로 비판하면서 '경제에의 국가(정부)개입 축소'와 '자유주의적 시장경쟁 원리'를 복원시키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도라고 여기는 조류들이 득세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모습을 띠고 1970년대 후반 이래 각국에서 나타났던 이와 같은 조류들이 80년대에는 통칭 '신보수주의'라고 불리웠으며, 90년대 들어서는 통칭 '신자유주의'로 불리우고 있다.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때로는 동일한 개념으로 함께 쓰이다가도 때로는 구분하여 쓰이기도 하는 등,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논자에 따라 그 뿌리, 내용, 용법에 이르기까지 다기하지만, 그러나 대체로 1990년대의 세계자본주의의 흐름과 연관지어 '신자유주의'를 설명하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80년대의 미국의 레이건정권과 영국의 대처정권을 '대표적인 신보수주의 정권'이라고 불렀지만, 90년대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데서도 여전히 대처주의와 레이건주의를 빼놓지 않고 열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라고 통칭되는 조류들의 기본줄기가 대처와 레이건에 의해 시도된 70년대 이래의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극복방안의 연장선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민영화' '작은 정부' '시장원리' '복지지출 축소' 등등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담론들은 '신보수주의' 정권들에 의해 국경 안에서 정책 수준으로 시도되었던 것이며, 90년대 들어서는 80년대후반기의 사회주의권 몰락과 자본주의 경제의 지구적 전개(Globalization)를 통하여 세계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확대되게 되었다. 이는 국경 없는 자본간 경쟁의 격화로 인해 일국적인 신보수주의적 전략이 무위로 돌아가게 되는 상황에서 세계를 무대로 하여 자기재편해 나간 것이었다고 할 수 있고, 다만 하나의 정권 혹은 몇 개의 정권에 의한 것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하나의 조류로서 현대 자본주의의 운동방식 속에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를 바라보는 것은, 그것이 세계자본주의의 격화되는 경쟁과 과잉축적 위기(공황)와 분리하여 '신자유주의'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자본주의는 2차대전 이후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를 WTO(세계무역기구)체제로 재편되게 되었는데, 그것은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시장통합의 강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경쟁의 격화를 또한 반영하는 것이다. WTO는 세계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제도화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각국 경제의 '국제화, 개방화'를 요구하고 있고, 무역에서의 장벽(규제)의 철폐 등을 규정한 WTO협정(부속서까지 일괄조인하게 되어 있음)을 조인하게 되면, 어느 나라건 국내법에 우선할 뿐만 아니라 국내법을 개정하여 그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되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이며, 실질적으로 1980년대를 거치면서 생산력 수준에서 자본주의 세계경제권에서의 중상위에 위치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그 한 가운데서 맞이하고 있었던 세계자본주의의 축적위기를 직접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지위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었다. 이 말은, 소위 '선진국 진입'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결국은 '세계적인 축적위기(공황)의 한가운데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자본주의의 위와 같은 변화 속에서 90년대 초반까지 군사정권의 통치하에 있었던 한국은 군사정권하에서, WTO로의 이행을 준비하였던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을 거치면서 세계자본주의의 경제개방압력에 직면하게 되었고, 소위 '문민정부'라고 자칭하였던 김영삼정권기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을 구사하였다. 김영삼정권은 '신경제정책'이라고 이름붙인 '세계화 전략'(보수언론들에서는 '세계화'를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등으로 폄하하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경제정책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고, 그 기조는 김대중 정권하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더욱 확대되고 있다)을 내걸고, '규제완화·자율화' '경제개방' '민영화'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 등을 추진하였다.
이미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드러났듯이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의 성격은 '자본축적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요소에 대한 규제완화'와 그 이면으로서 '노동자 및 민중에 대한 공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는 김영삼정권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김영삼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실험 역시, 지난 96년 4월의 소위 '신노사관계 구상'과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그리고 96년말97년초 노동자총파업투쟁 과정을 통하여 그 반민중적인 성격을 드러내보인 바 있다.
현재 한국정치는 김대중 정권의 출범과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요소와 함께, 80년대 후반기 이래 급속하게 추진되었던 경제의 개방화 및 세계자본주의의 경쟁 격화로 인한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이른바 IMF 관리체제)이라는 요소에 의해 크게 규정받고 있다. 김대중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IMF가 요구하고 있는 핵심내용인 '긴축재정 및 통화정책' '적자폭 축소' '재벌개혁, 규제완화' '민영화' '개방화' 등은 전형적인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며, 이를 김대중정권 역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과거 정권들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현재의 한국경제 파탄 상황은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구조는 언제든지 경제적 토대에 의하여 규정받게 된다. '작지만 강력한 정부'라는 슬로건 역시 레이건, 대처, 나카소네, 피노체트(칠레) 등등과 함께 김영삼정권에 이어 김대중정권도 역시 사용하고 있다. 정치적 현실은 경제와 무관하게 전개되는 법이 결코 없다. 하다못해 제도정치권에서의 세력싸움도 경제적 규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세계적인 자본간 경쟁의 격화와 시장통합력 강화의 와중에서 한국의 독점자본의 요구이기도 한 '신자유주의'적 정책 수행자로서 나서고 있다. '재벌개혁' 등의 지연에서 보여지듯이 현재 독점자본은 급격한 신자유주의적 개혁 및 개방에 대해 반대하며 반발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경제를 총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독점자본이 '재벌개혁'에 끝까지 반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김대중정권은 자본보다도 더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반면, 노동자와 민중에 대해서는 '구호차원'에서 복지를 약속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반영하듯, 경제현실에서 각 계급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해당 계급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치구조와 실제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흐름과 정책의 궤도를 바꾸어놓을 정치세력은 존재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궤도를 바꿀 세력은 전세계적으로 보거나 한국을 놓고 보아도 노동자계급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점에서 노동운동의 활성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중요성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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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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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3.31]'신자유주의'와 1990년대 한국의 정치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