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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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과 노동자 총파업 투쟁
동국대 교지 [시림] 원고. 1997.7.28
집권초기의 '신노동정책'과 그 한계
1993년에 출범한 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은 집권 초반기의 '개혁실험'과 그 실패, 그리고 95년 이후의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 천명과 1997년의 노동관계법 개정이라는 경로를 밟았다.
김영삼 정권은 집권 초반기에 '문민개혁'의 일환으로 노동정책에서도 민주화와 개혁정책을 실시할 것임을 표방하였다. 당시 이인제 노동부장관은 과거 군사정권의 노동정책과는 달리 '노조활동의 자율성 보장' '국가의 중립성 견지'를 축으로 하여 이른바 '신노동정책'을 내걸었다. 이 초기의 '신노동정책'은 기조상으로 볼 때, 이를 테면 법외노조로 불법화하고 있었던 민주노조운동 진영, 특히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을 대화파트너로서 인정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때까지 핵심적인 노동통제정책이었던 3자개입금지 및 경영인사권 관련 쟁의행위 금지, 그리고 노조활동 관련 해고자 양산, 무노동무임금 등 각종 정부의 노사관계에 대한 친사용자적인 개입정책을 개혁함으로써,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그로 인한 노조활동의 자율성 침해가 가져온 파행적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취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인제 당시 노동부장관은, 자본측의 장기적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근로기준을 완화할 방침임을 표방하였다. 즉, 1987년 이후 자본측이 부단히 요구해온 근로조건의 법정 기준 완화 주장에도 부응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초기의 '신노동정책'은 1987년 이후 노동조합운동의 활성화와 그에 따른 민주노조운동의 성장발전을 더 이상 정부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억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친사용자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이 오히려 노사관계의 '안정'을 저해한다는 상황인식, 그리고 '문민 개혁정부'임을 자처하면서 과거 군사정권과는 차별성을 가진 '민주적' 정권임을 내외에 과시하고자 한 것 등 몇 가지 요소가 작용한 결과하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정책에서의 개혁 의도는 처음부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즉 그 정책이라는 것은, 법정 근로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 보여주듯이,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의 저하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이 투쟁하여 온 것은 노동조건의 향상이었지 노동조건의 저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정책은, 한편으로는 사실상 노동조건의 저하를 노동자들이 감수할 때만 취해질 수 있는 '개혁'이었던 것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의 저하를 감수하게 하지 않는 이상은 자본측이 정권의 이른바 '신노동정책'을 수용할 리 만무였던 것이다. 자본측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래 계속하여 특히 법외노조(즉 민주노조운동)의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해 왔고, 노동부는 해마다 "불법 법외노조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연례 사업기조로 삼아왔던 것이며, 변형근로시간제 부활과 기타 노동조건의 저하를 의도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조건의 저하 조치 없이 노조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자본측과 정권이 정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신노동정책'의 한계는 곧바로 드러났다. 1993년 7월7일 시작된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의 연대파업을 계기로, 자본측은 '무노동무임금', '경영/인사권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제도언론을 동원하여 퍼부었고, 정부 내에서도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신노동정책'이 오히려 노사분규를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자본측의 공세에 의해 김영삼 정권은 군사정권하에서조차 한번도 발동하지 않았던 '긴급조정권'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해 발동함으로써 개혁시도가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하였다.
이러한 초기의 노동정책 실패는 결국 이후 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이 독점자본의 '경쟁력 강화' 논리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다시 말해 김영삼정권의 초기 노동정책은 자본측의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제도화시켜 순화하고자 한 시도였지만, 자본측의 노골적인 비난과 반대, 그리고 그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던 노동측의 반발을 받으면서, 적극적인 개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 논리를 축으로 자본측의 이해를 철저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초기의 소위 '개혁' 시도가 무산된 것은 노자관계 역관계와 김영삼 정부의 독점자본의 이해에 입각한 노동정책으로 인하여 거의 필연적인 것이었다
95년 이후, '신노사관계 구상'
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이다. 94년 이후의 모색기를 거쳐 96년 들어 그 모습을 드러낸 '신노사관계 구상'은 집권 초기의 '개혁의지'가 이미 형해화된 상태에서, 특히 전세계적으로 격심해져온 자본의 전지구적인 운동논리(이른바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개혁 아닌 개혁' 구상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4월24일 발표한 '신노사관계 구상'은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노사관계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한다면서 다섯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즉 '공동선의 극대화' '참여와 협력' '노사자율과 책임' '교육중시와 인간존중' '제도와 의식의 세계화' 등이 그것이다. 이 '신노사관계 구상'은 김영삼 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세계화'로 표방된 개방정책과 국가경쟁력 논리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이에 입각하여 청와대 직속 자문기구로 '노사관계 개혁 위원회'(이하 노개위)가 설치되었고, 노개위는 1차적인 '개혁' 과제로서 노동관계법의 개정작업에 착수하였다.
김영삼 정권의 집권 후반기 노동정책을 일관한 '신노사관계 구상'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지 일국적인 정책일 뿐만 아니라, 자본의 전세계적인 경쟁논리에 대응하기 위하여 노동자를 타켓으로 설정한 자본의 전반적 공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노사관계 구상'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은 이미 80년대부터 미국과 서구 제국을 중심으로 하여 나타난 '신보수주의/신자유주의'이다. 미국의 레이건 정권 및 영국의 대처 정권, 그리고 일본의 나카소네 정권의 사회복지예산 삭감과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표상된 신자유주의는 세계자본주의의 시장경쟁 격화와 이에 따른 축적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측의 대응전략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은, 자본에게는 이윤추구운동의 무한한 자유 보장, 노동자에게는 실업과 노예상태 보장(!)이다. 이러한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 김영삼 정권은 '세계화'를 내걸고, 작년에 OECD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자본간 경쟁 속에 우리나라를 편입시키게 된다. 그 일환에 서 있는 것이 '신노사관계 구상'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노사관계 구상'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자본의 '무한경쟁' 논리에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편입시키려는 준비작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자본측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노동시장의 '탄력화'와 자본운동에 대한 정부규제의 완화 내지 철폐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골간을 이루는 것들이다.
'신노사관계 구상'에 의해 청와대 직속 자문기관으로 설치된 노개위는, 그런 점에서 당초부터 '국가경쟁력 강화론'에 입각하여 노동측으로 하여금 자본의 논리에 협조하도록 규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활동은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즉 '참여와 협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자본운동에의 무조건적 참여와 협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잘 보여주는 것은 노개위와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 과정이다. 주지하다시피 올 3월에 개정된 노동관계법은 노동조건의 대폭적인 개악과 노동조합운동을 옭죌 족쇄로 가득차 있다. 변형근로시간제 및 정리해고제의 입법화, 파업요건의 강화, '무노동무임금' 법제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이 모두 포함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은 96년 12월16일부터 1월에 걸쳐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을 불러왔다. 김영삼정권의 노동정책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를 노동관계법 개정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준 것은 없었다.
노동자 총파업투쟁과 反개혁적 노동정책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의 본질은 1996년 12월16일 새벽에 노동관계법 개정(정부)안을 신한국당이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킨 데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사태는 곧바로 노동자들의 '예상치 못한' 완강하고도 거센 총파업투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철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2월 이후 노동자 총파업투쟁이 조정기를 갖는 동안 국회에서의 재개정이라는 수순을 밟아 노동관계법의 개악이라고 하는 그 본래의 의도를 관철시키게 된다.
개정노동법은, 철저히 자본측의 요구를 수용한 개악법이다. 특히 정리해고제 및 변형시간제로 대표되는 정부와 자본의 '탄력적' 노동시장 정책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새로운 규제정책들(무노동무임금,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삵괭이파업금지 등등)이 법제화시켜짐으로써, 자본측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법적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또한 개정노동법은 김영삼 정권의 반(反)개혁적인 노동정책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게다가 형식적인 민주주의 절차 마저도 무시하고 이른 새벽에 날치기 통과를 강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른바 '문민정부'도 그 이전의 군사정권이 즐겨 사용하던 날치기를 과감히(?) 수행함으로써 반민주적 성격을 공공연히 하였던 것이다.
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은 이와 같은 자본측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대항투쟁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은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대항이라는 성격 때문에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또한 노동자 총파업투쟁은 김영삼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저항이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이 갖는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다. 첫째로,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93년의 '신노동정책'이 자본측의 반발로 좌초하고 96년에 나온 '신노사관계 구상'은 대자본 위주의 '경쟁력 강화'론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노동법을 개악한 데서도 이러한 성격은 분명히 드러난다. 둘째로,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노동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자본축적운동의 새로운 조건을 법적/제도적으로 개척해 나가고자 노동자를 철저히 자본의 이해에 종속시키고 있다. 지난번 노동법 개정 때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노개위가 제2차 '개혁'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근로자 파견제' 도입 등을 포함하여 정리해고제, 변형시간제 등 '탄력적' 노동시장 정책(바꾸어 말하면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고용불안 촉진 정책이다)과 노조운동에 대한 더많은 제약들이 법제화된 것은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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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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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7] 김영삼 정권의 노동정책과 노동자 총파업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