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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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와 과제
상지대학보 1997.5.28
87∼97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
한국 노동운동은 1987년 7∼9월 투쟁 이후 10년 동안 민주노조운동의 성장발전과 함께 양적 질적으로 급격하게 발전하였다.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발전과정을 평가함에 있어 최근 10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흐름이다. 이것은 87년 대투쟁과정을 통하여 그 대중적/조직적 토대를 구축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조직건설 및 조직사수, 그리고 그 발전적 해소를 통한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조직적 확대로서의 민주노총 건설이라는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을 조직발전과정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시기구분한다. 제1기 : 85년 대우자동차 파업에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하여 87년∼89년까지 폭발적으로 진행된 기업단위의 기존노조 민주화운동(노조민주화운동)과 신규 민주노조 건설기. 제2기 : 88년 11월의 노동법 개정을 위한 연세대 집회를 통하여 전노협 준비위원회를 결성한 때부터 90년 1월 전노협 결성까지 민주노조 전국중앙조직 건설기. 제3기 : 90년 전노협 결성 이후부터 95년 민주노총 결성까지의 시기. 제4기 : 95년 민주노총 결성 이후 현재까지의 과정.
이 10년 동안의 투쟁과정을 거쳐 민주노조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이 사회진보의 중심적인 세력으로서 성장하였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 노동자의 '인간선언'이었다면 96년 12월 총파업투쟁은 노동자는 하나의 계급이라는 '정치선언'인 것이다"(『역사적 통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조건!!』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1997.1.15. 29쪽)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먼저 정리해보자.
첫째로, 전노협 결성 과정을 통하여 노동자들은 그때까지 유일한 전국조직으로 남아 있었던 한국노총의 정권과 자본에의 의존성과 조직내 관료성을 거부하고,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주성, 밑으로부터의 대중적 투쟁동력에 기반한 투쟁성, 그리고 노조 내부에서의 민주성을 형성해 나갔다. 노조의 민주주의적 운영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관행으로 정착되었던 것은 조합원 총의에 기반한 단체협약 체결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노조대표자가 사용자측과 교섭한 결과를 놓고 협약체결 여부를 조합원 총회를 열어 결정하는 관행이다. 자본측은 이런 관행을 법으로 금지해줄 것을 요구해왔는데 결국 자본측은 올해 노동법 개정에서 '교섭권/체결권 일원화'라는 이름하에 이를 입법화시켜버렸다.
두 번째로, 87년 이후의 노조운동은 대중적인 조직화과정이었는데, 노조 조직의 양적 성장이라는 것을 보면 실로 폭발적이다. 이를테면 87년 6월30일 현재 2,742개였던 노동조합수가 87년 12월31일 현재로는 4,103개로 늘어나며, 88년도에는 6,164개, 89년 7,883개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조직노동자수로 보면 87년 6월30일 현재 1,050,201명이었던 것이 89년에는 1,932,415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 바탕하여 민주노조운동은 하나의 굳건한 흐름으로 형성되게 되고, 이후 민주노총으로 결집하게 되는 토대를 구축한다.
세 번째로, 민주노조운동은 휴면화되거나 명목상의 노조로서가 아니라 조합원 대중 속에 살아 있는 조직으로서의 노조를 건설해 나왔고, 기업별 노조의 벽을 극복하기 위하여 끊임 없는 공동투쟁을 조직함으로써 노조가 기업의 노무관리기관이나 정부의 국가의 노동통제정책을 거들어주는 정부의 한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하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통하여 사회 진보를 추동하고자 해왔다. 이러한 성과들은 지난번 총파업(96.12∼97.1)에서 발휘되었던 바이다. 이러한 조직적 성과는 95년의 민주노총 건설로 일단락지어지게 된다.
민주노조운동은 95년 11월 민주노총을 건설함으로써 이 10년 동안의 투쟁과정을 조직적 성과로 확보하였지만, 그 앞길은 지나온길과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작년 12월에 시작된 총파업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것이었으며, 많은 과제를 남겼다.
현단계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자의 '정치선언'이었던 96/97년 총파업투쟁과, 자본측의 전면적인 공세를 반영한 노동법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노조운동은 하나의 전환점에 도달해 있다.
현재 제기되어 있는 노동운동의 과제를 간략히 정리한다.
첫째, 87년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들을 발전시켜내야 한다. 이번 노동법 개정에서의 유일한 획득물이랄 수 있는 민주노총의 합법화가 그간의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들(특히 자주성, 독립성, 민주성)을 훼손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한국노총에서 보여졌던 노조내부의 관료성, 비민주성, 어용성 등등이 '합법적 노조'로서의 지위와 함께 슬금슬금 민주노조운동 내부로 기어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 각급 노조운영에서의 대중적 총의에 기반한 민주주의적 원리가 관철되도록 함으로써 대중동력을 살려내는 것 없이는 노조운동이 발전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법개정과정에서 입법화된 '교섭권/체결권 단일화'라든지, '노조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쟁의행위 외의 쟁의행위 금지'라든지 하는 것은 무력화시켜야 할 대상이 된다.
둘째, 현재의 노동운동 정세는 일국적인 수준에서 논의하기 불가능한 측면이 존재한다. 전세계적인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흐름과, 그에 따른 노동자 및 피지배 민중에 대한 공세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96년 5월에 청와대 직속 자문기관으로 설치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는 한국판 신자유주의 공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개정된 노동법에서 '정리해고제' 입법화와 변형시간제 도입, 단시간근로자 (파트타임)관련 조항 도입, 그리고 노조활동에 대한 제한 입법들은 신자유주의적 정책방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노조활동 제약을 핵심기조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총파업투쟁은 결국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투쟁이었지만, 그 1라운드는 법개악으로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관철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총파업투쟁에 나섰던 노동자계급의 일치된 요구가 그때 그 함성만큼 여전히 유효하다면 총파업투쟁은 아직도 끝난 것이 결코 아니다. 가장 일차적으로는 노동자 세력이 자본의 '경쟁논리'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단결논리'로 무장하는 것이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활동의 새로운 활성화방안이 찾아져야 한다.
셋째, 총파업투쟁과정에서 보여졌듯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할 정치세력을 갖지 못한 노동운동의 정치적 무력성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또한 노조운동의 조직발전 전망에 대한 논의들도 한창 진행 중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및 노조조직발전 전망, 그리고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 과제 등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는 많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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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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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5]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와 과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