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7.30(일)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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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기 실업·반실업 노동자 증대의 본질
1998.4.9
경제위기 상황과 IMF 관리체제는 실업 및 반실업 노동자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다. 97년 12월(3.1%)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실업률은 지난 1월 4.5%를 기록했고 2월에는 5.9%로 뛰어오르면서, 실업자수도 12월 65만8천명에서 1월 93만4천명, 2월 1백23만5천명으로 단번에 1백만명을 돌파하였다. 이와 함께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임시·일용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95년에 42%에서 97년에는 46.1%로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97년 2/4분기에 6백5만8천명이던 이 불안정고용 노동자수는 97년 4/4분기에는 6백35만2천명으로 불과 몇 달 사이에 30여만명이 늘어나 임금노동자의 절반 가까운 47.8%가 반(半)실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례 없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고용의 이러한 불안정성, 그리고 실업사태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어서, 노동자뿐만 아니라 정부 및 자본측도 상당히 허둥대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특히 정부는 실직자 대책에 비교적 적극성을 띠고 있는데, 대량실업 사태가 해소되지 못하여 초래될 사회적 비용(부작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이런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와 자본측이 자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즉 정책 당사자들이 혹여 의지가 있다고 해도 그 의지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데에 사태의 본질이 있다.
현재의 대량실업 및 불안정고용 증대로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의 일련의 사태는 세계적으로 2차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는 기간 동안의 고성장기 동안에 초대규모의 자본을 축적해온 세계자본주의 경제가 70년대 중반부터 불황의 터널로 접어들어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불황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2차대전 이후부터 70년대까지의 유례 없는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70년대 중후반부터 대불황기에 접어든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그때까지 축적된 대규모의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폐기하는 과정에 착수하면서 '경제위기'(공황)을 모면하고자 '신자유주의 전략'을 채택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의 그 전략이 파국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이라는 데 있다. 자본의 운동은 일단 한 번 시작하면 파국(공황)을 향하여 끝까지 달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운명처럼 호황은 새로운 공황의 출발점이 된다. '호황 -> 침체 -> 불황 -> 공황'으로 이어지는 연쇄순환은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이며, 공황은 자본운동에서 필요악이다. 공황을 통하여 자본은 그때까지 축적된 자본을 폐기하고 교체하면서 이윤율의 적정수준을 회복하여 다시 정상순환(축적)을 개시하는 것이다. 공황을 향해 정신 없이 돌진하는 것은 따라서 자본의 '경쟁의 원리'가 갖는 본성이다. 자본은 그러한 파국을 스스로는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지금 시기에 채택되고 있는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는 철저하게 파국을 향한 자본의 본질이 관철되고 있는 형태이다. 그것은 불가피하게 대량실업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증대를 동반하여 노동자와 민중의 생활파탄을 초래하는데, 현시기 세계적으로 우리가 목도하듯이 고실업과 거리의 부랑자 증대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이로 인해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프랑스에서 나타났듯이, 실업자 폭동이 발생하는 등 계급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본·정부는 IMF 관리체제 초기인 12월부터 1월 사이에 IMF의 자금지원 문제를 축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주장의 고삐를 바짝 당겨 2월에 정리해고제 및 파견근로제 도입 등 노동관계법을 대폭 개악, 실업·반실업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정책들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실의 자본운동이 요구하는 것으로서, '경쟁의 원리'를 기조로 하는 한 파국을 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자본측의 "노동시장에 대한 유연성 제고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세계자본주의의 과잉축적의 모순과 자본간 경쟁의 격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80년대부터 유력한 자본축적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방식, 그 중에서도 노동시장'유연화'가, IMF의 요구도 요구려니와 국내 자본도 세계적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본질적으로 자본이 처한 모순과 위기(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게 할 수 있을지는 전혀 미지수라는 것이 현대자본주의의 현실이다.
반면에 그러한 정책이 실업문제와 불안정 고용을 심화시키리라는 것은 명백한 것이기에 정부·자본측은 실업대책 기금 확충과 직업훈련제도 보완 등의 '대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책은 근본적으로 대책이 되지 못한다. 현실에서 드러나듯이 급속하게 전개되는 부도사태, 혹은 부도를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고용조정'에 나서고 있는 개별자본들에 의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실업문제가 가중되는데다가, 경제위기 극복의 전망이라는 것이 세계자본주의의 현실로 보아 대단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재의 실업사태 및 고용불안정은 장기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시기 실업·반실업노동자층의 증대는, 자본운동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정부·자본측의 노동시장 '유연성제고' 관련 정책은 이를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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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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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현시기 실업·반실업 노동자 증대의 본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