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은숙
◎ 작성일:2000.08.17(목)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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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공황의 현상과 본질
청주대신문(1999.1.15)
한국경제는 97년 말 공황상태에 빠졌는데, 그것은 97년 9월 이후의 주식폭락과 환율폭등(=원화가치 폭락)으로 우선 나타났다. 소위 '금융·외환 위기'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황은 본디 '실물경제'라고 불리고 있는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에서부터 태동되고 폭발하는 것이며, 그것의 본질적 원인은 '자본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에 있다.
한국경제 위기는 97년 1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대규모 비리사건(정치자금 제공과 특혜금융) 연 루로 주력기업인 한보철강이 더 이상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고 도산함으로써 시작된 금융경색에서부터 그 조짐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곧이어 삼미그룹 역시 특혜비리사건으로 도산했으며, 4월에 는 기아그룹이 부도를 냈다. 이러한 대규모 기업의 연쇄도산사태는 그 독점자본들의 계열사, 하청업체, 부품공급 중소기업 등이 한꺼번에 도산하는 부도 도미노 현상을 동반하였다. 이들 기업에게 신용을 공급한(대출해준) 은행, 제2금융권이 채권회수불능에 빠져 대규모 부실채권을 안게되었음은 물론이고 이로인해 사채시장 등의 자금까지 얼어붙게 되었다. 금융경색 즉 '신용핍박'이 시작된 것이다. 금융기 관들이 채권회수에 나서는 한편 신규여신을 중단하고 실사를 강화하는 가운데서 금융경색이 심화됨으 로써, 사태는 점차 심각해졌다. 연이어서 한라그룹 해태그룹 진로그룹 뉴코아그룹 대농그룹 쌍방울 태 일정밀 한신공영 등 30대 재벌집단에 들어있던 독점자본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져내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채권이 금융권에 떠 안겨졌다. 개별자본들이 운전자금을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가운데 흑자도산이 빈발하고, 금융기관간 단기대차자금(콜 자금) 조달도 안되는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되었다. 97년 12월6일 현재 부도 혹은 화의신청한 11개 기업집단이 남긴 금융권 총여신은 무려 32조8,131억원 으로 GDP의 7.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이는 은행 전체 여신(대출금)의 6.3%, 종합금융사 전체 여신의 2.9%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태가 즉각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반영되었다. 97년 10월 주가는 400선으로 폭락, 환율은 1천1백~1천2백원대 폭등하였다. 이른바 '금융·외환위기'는 이렇게 찾아들었다.
당시 97년 8월에는 이웃 동남아시아 태국의 바트화가 대폭락하면서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고, 이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체로 금융위기가 확대되고 있었다. 그것이 한국으로 '상륙'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현상된 한국경제 위기(공황)의 본질은 무엇인가? 재벌지배구조 등 한국경제 자 체의 구조 문제는 위기표출의 한 원인(위기표출의 계기점)이 될 수는 있어도 본질적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위기가 만성화·항상화·구조화되어 있다. 현재의 한국경제 위기는 우리나라에 한정된 일국적인 것이 아니다. 유럽의 실업사태, 동남아시아의 경제위기, 일본의 디플레이 션·금융위기,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중남미 경제 불안 등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 자본 주의의 구조적·내재적 모순의 심화이다. 그 모순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과잉축적의 심화와 이윤생산 및 실현의 모순'이다. 이는 2차대전후 '황금기' 성장을 구가해온 세계 자본주의가 1970년대 중반부터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과잉축적' 경향('과잉축적'이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져 서 자본이 자기 재생산을 위해 확보해야 할 이윤율 수준을 시현하지 못하는 상태로서 '이윤율의 경향 적 저하'의 근본을 이룬다)의 심화를 노정하면서 만성적인 불황과 고실업에 빠져든 이래, 70년대말부 터 레이건과 대처를 필두로 하여 세계 각국에서 소위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 프로그램('탈규제' '민 영화' '사회복지지출축소' '조직된 노동자계급 세력 무력화' 등)을 통해 "철저히 자본주의적으로" 극복 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모순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90년대 중반 들어와 전세계적인 동시공황의 가능 성으로 심화되었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통합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강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80년대를 경과하면서 자본의 '신자유주의'전략과 함께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여 전 지구적 규모에 서 움직이고 있는 '초국적자본' 주도하의 자본의 지구화(globalization)와 시장통합력 증대에 의한 것이 다. 일국 경제는 세계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게 되어 한 나라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곧바로 다 른 나라에 연쇄파급되는 구조가 강화되었다. 이는 초국적 자본이 산업간 및 지역간 불균등발전을 격 화시키는 한편으로 거대한 자본투기에 종사하여 증권 및 외환의 매매차익을 쫓아 이동하면서 각국의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초국적 자본의 움직임은 다자간투자협정(MAI) 교섭에서 알 수 있 듯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현 상황을 완전히 초국적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MAI 초안은 '초국적자본의 권리헌장'이라고 이야기되고 있을 만큼 외국투자자의 일방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국가의 주권이 나 정부의 권리는 전적으로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 설정되어 있고, 정부가 한번 조인하면 5 년동안 철회할 수 없고, 철회통고시에는 그시점에서 투자가 진행중인 경우 15년 동안 효력이 유지되 므로, 실질적인 효력은 20년이나 강제적으로 지속된다. 한마디로 지구적 수준에서 유일한 권력자는 초 국적자본이 되며, 전세계 노동자·민중은그 노예이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위와 같이 한편으로는 상호의존성·통합성을 증대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 호 격심한 경쟁과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모순적 운동을 하면서 과잉축적 경향을 심화시킴으로써 위 기를 내재화·만성화·구조화·항상화시키고 있는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초국적자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구적차원에서 제도화시킴으로써 돌파책을 찾아가려고 하는 현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의 한 모서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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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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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 한국경제 공황의 현상과 본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