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세미나_자동차업종노동운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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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9 10:10:01

토라

[연대와실천] 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1)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 실천>에 실린 글입니다.

<200401>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1)
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1)

이상호 / 독일 브레멘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

1. 들어가며

  각 국의 자동차산업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는 구조변동의 과정에 서 있다. 이러한 경향으로부터 독일자동차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구조조정이 기업과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은 각 국의 구조환경적 조건과 법제도적 기제, 그리고 해당기업의 기업문화와 경영전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체계를 구성하는 주체적 요인들에 의해서 상당히 다양한 모습으로 결정되고 있다. 특히 독일자동차산업은 그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봉착한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압력을 슬기롭게 극복한 동시에, 이를 산업경쟁력의 강화를 위한 계기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이러한 강한 산업경쟁력의 배경에는 기술혁신과 시장성과로 대표되는 기업역량 뿐만 아니라, 참여지향적 합리화라는 경영전략과 노동의 보호와 형성이라는 노동조합의 정책이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즉 참여형 노사관계는 산업현장에서 노동의 인간화를 구현하는데 이바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지지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이러한 참여형 노사관계는 독일자동차산업의 발전과정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었으며, 노사간 협력적 갈등극복방식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였는가?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 이 글은 기획되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이번 호에서는 먼저 독일자동차산업의 역사를 이슈를 중심으로 간략히 알아보고, 참여형 노사관계의 배경이 되는 독일노사관계의 체계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기업노사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3월 호에서는 독일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에서 확인되는 역사적 쟁점변화를 노동시간조절과 고용조정으로 나누고 이 문제와 관련된 법제도적 기제의 발전과정, 노사간의 쟁점 및 타결내용과 사례 등을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5월 호에서는 90년대 이후 독일노사관계가 봉착하고 있는 도전 속에서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미래에 대한 논의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현재 한국노동운동이 봉착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단초들을 미미하게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노사관계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이슈들

1) 2차 대전 전의 노사관계: 독일모델의 전사

가. 자동차산업의 형성과 다임러벤츠

  독일자동차산업의 역사는 1883년 칼 벤츠가 만하임에서 엔진을 장착한 차(Wagen)를 발명하고, 1890년 다임러가 엔진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생산구조는 이질적 매뉴팩처형태와 비슷하였고, 제조방식은 수공업적 생산에 의존하고 있었다. 기업 내 노사관계도 당시의 사회적 관계를 상징하는 군사적 권위주의가 그대로 인식된 가부장적인 관계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한편 1차 대전을 거치면서 고립된 생산을 의미하는 수공업적 방식은 생산의 집중과 집적을 거쳐 공장체제로 급속하게 변화하게 된다. 즉 전시경제체제는 생산방식 및 기술발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자본집중과 기업규모의 확대를 통해 노동자의 집단화를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생산집중화경향은 1920년대 중반 독일에 이전된 포드의 흐름방식과 결합되어 대량생산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1924년 오펠(Opel)의 러셀스하임공장에 콘베이어벨트가 처음으로 생산과정에 도입된다. 그리고 1925년 세워진 포드의 베를린공장에서 1926년부터 전형적인 대량생산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 한편 다임러의 경우 벤츠와 합병이 이루어진 1926년 이후, 포드주의적 생산방식을 채택하게 되고, 1928년에야 비로소 콘베이어벨트를 가동시키게 된다.
  대량생산방식의 발전은 테일러주의적 작업조직을 보편화시키고, 노동과정에 대한 숙련공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게 만듦으로써, 임노동관계에 의존하는 비숙련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렇게 됨으로써 대중적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는 노동운동이 독일노사관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하지만 20년대 말까지 세계공황의 영향으로 인해 대량생산에 필수적인 수요증가를 기대하기가 불가능하였다. 또한 당시의 경제위기는 소규모 수공업자들의 몰락과 함께, 수많은 실업자들을 양산시키고 있었다. 1928년부터 32년 사이 독일자동차산업의 피고용인수가 9만 명에서 3만 명으로 줄어든 것에서도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1933년 나치정권의 출현은 독일자동차산업의 형성과정에 결정적인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다. 군수산업의 육성책으로 수행된 자동차산업에 대한 나치정권의 지원과 보조는 대량생산체계에 필요한 표준화와 기계화를 가속화시키게 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나. 이해집단의 조직화와 노사관계의 법제도화

  독일노사관계의 제도화는 크게 노동조합과 사용자연합의 조직화와 맞물려있는 단체교섭구조의 성립과정과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인정하게 되는 공동결정제도의 입법화과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단체교섭의 역사는 1848년 라이프찌히에서 인쇄공들이 임금에 대한 집단적 교섭구조를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업이나 업종으로 조직화되어 있던 노동조합이 최초로 총연합조직(VDAV)을 만든 것은 1863년이었다.
  한편 1890년 지역 및 직종별로 분산되어 있던 노동조합들이 중앙집중적인 상급조직으로 "독일노조총위원회(GGD)"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1891년 직종의 한계를 넘어서는 산업별 단일노조로서 독일금속노동자연맹(DMV)이 약 2만 3천명 규모로 최초로 조직화된다. 이 조직이 바로 현재의 독일금속노조(IG Metall)의 전신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내부의 정치이념적 차이와 갈등으로 인해 단체협약이 제도화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1899년에야 비로소 "자유노조(Freie Gewerkschaft)"가 단체교섭을 자신의 중요한 이해대변기제로 공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1912년까지 약 만 2천 개의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약 200만 명의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보게 된다(Weitbrecht & Berger 1985, 485쪽).
  한편 기업가연합은 노동조합의 조직화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구성된다. 1869년 인쇄업자연합이 생기고 독일금속사용자조직은 1890년에 구성된다. 하지만 당시에 사용자연합의 주요사업은 노사관계의 조정자적 역할보다는 독일제국의 경제정책과 관련된 법제화에 로비를 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의 중앙집중화와 더불어 사용자이해대변조직도 그 구조가 중앙집중적인 형태로 변화하게 되지만, 사용자 내 업종조직과 지역조직간의 갈등으로 인해 1910년까지 협의체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913년 업종조직과 지역조직은 중앙집중적인 독일사용자연합(VDA)으로 통합된다(Weitbrecht & Berger 1985, 487쪽).

  단체교섭구조의 성립과 함께, 독일노사관계의 제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당근과 채찍"이라고 불리는 비스마르크의 사회정책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노동자계급의 권익운동에 위기감을 느낀 독일제국은 1878년 10월 "사회주의자탄압법"을 발효시키고, 기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사회주의 제 세력, 즉 사회민주주의의와 공산주의자의 활동과 조직을 법으로 금지하게 된다(Grebing 1972, 75쪽). 다른 한편 이러한 비스마르크의 "철의 정치"는 사회보장과 관련된 사회정책의 법제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정치적 급진화를 차단하고자 하였다. 1883년 의료보험, 1884년 산업재해보험, 1889년 연금보험을 입법화하였다. 1890년 연방선거에서 사민당이 최다득표를 획득하고 난 후, 제국의회는 독일노사관계의 제도화에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노동쟁의의 조정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1891년 "노동자자보호법"을 발효시킨다. 이 법은 노동자의 건강 및 생활을 보호하는 규정, 노동시간의 결정규정, 13세 이하 어린이의 고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Grebing 1972, 95쪽).

  특히 이 시기에 독일노사관계의 두 번째 축이라고 불리는 공동결정제도의 단초가 마련된다. 당시의 다수당이었던 사민당은 1891년 영업조례(Gewerbegesetz)를 개정하여 사업장단위에서의 노동자위원회(Arbeiterausschuss)의 자율적 설치를 가능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1916년 1차 대전 중에 전시동원법(Hilfsdienstgesetz)의 제정을 통해 5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방위사업장에 노동자위원회의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사업장단위에서의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은 당시에 산업별 단체교섭체계와 함께 독일노사관계의 이원적 구조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노동자위원회는 1차대전 후 급속하게 성장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기운을 체제내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당시에 볼세비키적 평의회운동(R tebewegung)을 저지하기 위해서 사용자, 사민당 다수파와 자유노조 지도자들은 1918년 "11월 대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 협정은 기존의 전제주의적 노사관계를 해체하고 집단적 노사관계의 기본틀을 구성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독일노사관계의 제도화를 위한 공식적인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바이마르공화국시기에 들어서서 1920년 최초로 사업장평의회법(Betriebsr tegesetz)이 제정된다. 20인 이상의 모든 직장에 평의회가 설치되고 노사대표가 기업 내 노동자의 복지문제와 인사정책을 다루게 된다. 이어 1922년 사업장평의회의 대표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감독회에 파견되는 법안이 통과된다. 이를 통해 기업단위에서의 노동자경영참가가 비로소 실현되었다.

다. 다임러벤츠의 기업내 노사관계

  다임러와 벤츠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는 기존에 수공업적 방식에 따라 흩어져 있던 각 작업단위들이 슈투트가르트를 중심으로 한 바덴비텐베르크지역으로 집중되고 생산단위가 거대한 공장체제로 결집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 다임러와 벤츠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독일금속노조의 조합원이었고, 사회민주당계열의 살름(Salm)과 쉬프데커(Schifferdecker)의 지도 하에 1905년, 1910년 그리고 1911년에 노동쟁의를 벌렸다. 하지만 당시의 요구사항은 주로 노동시간의 단축, 임금인상 및 분쟁조정절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한편 1차 세계대전은 다임러와 벤츠를 독일군산복합체의 핵심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도 전쟁승리를 위해 일시휴전에 돌입하게 된다. 또한 군수물자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체결된 다임러와 벤츠의 사용자 및 노동자대표와 군 책임자간의 특별협정은 기업에게 엄청난 이윤과 노동자에게는 노동조건의 개선을 일정정도 보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고통과 패전이 확실해지면서 당시의 급진적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독립사민당(USPD)과 스팔타쿠스단의 입지가 다임러와 벤츠의 노동자내부에서 강화된다. 결국 1920년 "혁명적 전위"를 자임하는 급진적 노동운동세력이 다임러와 벤츠의 사업장평의회를 장악하게 되자, 사용자는 그 해 8월 25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게 된다.
  당시의 직장폐쇄로 인해 약 4500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러한 사용자의 공격적인 휴업전략은 결국 노동자의 양보를 이끌어내게 되는데, 이러한 패배에는 당시에 만연한 노동운동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크게 작용하였다. 당시에 다임러와 벤츠의 노동자들은 독일사회의 볼세비키적 혁명을 추구하는 공산당(KPD)계열과 새롭게 출범한 바이마르공화국의 점진적 사회개혁에 희망을 거는 사민당(SPD)계열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편 1920년대 초반부터 이미 그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경제공황은 다임러와 벤츠간의 합병을 추동한 동시에, 산업합리화를 본격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산업합리화조치는 라인속도의 증가, 개수임금의 삭감, 무분별한 해고 등과 같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었지만, 노동자내부의 이념적 분열로 인해 다임러벤츠의 기업 내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우위를 역전시킬 수는 없었다(Bellon 1990, 259쪽 이하).
  마침내 1933년 나치정권의 등장과 함께, 독일노동조합의 활동은 물론, 노사관계체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법제도적 장치들도 사라지게 된다. 노동조합은 나치의 노동자친위조직인 독일노동전선(Deutscher Arbeitsfront)으로 재편되어 흡수되고, 전시체제에 조응하는 군대식 권위체계가 생산현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러한 노사관계의 암흑기는 2차 대전이 종료될 때까지 지속된다.

2) 50-60년대 노사관계: 독일모델의 성립

가. 노사관계체계의 재건과 기본원칙

  2차 대전이 종료한 후 재건된 독일노동조합은 나치시대의 경험을 거울삼아 정치와 종교에 독립적인 통일노조(Einheitsgewerkschaft)를 조직원칙으로 확정한다. 한편 1949년 독일노총(DGB)은 총회를 통해 한 산업에 하나의 노조, 그리고 그 산업에 속하는 개별기업에는 직종을 초월하여 관할노조를 하나를 두는 산업별구성원칙(Industrieverbandprinzip)을 결정하게 된다.
  당시에 독일노조는 계획경제, 생산수단의 사회화, 공공부문에서 완전한 공동결정권 등을 포함하는 기본노선을 확정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질서요소와 대항세력(Ordnungsfaktor & Gegenmacht)"으로서 노동조합의 위상과 역할을 정하게 된다. 다른한편 노동조합의 조직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1950년 47개 업종과 12개 지역조직을 포괄하는 독일사용자연합(BDA)이 구성된다. 피고용인 90%와 사영기업 80%를 아우르는 이러한 사용자연합의 출현은 노동조합의 결성에 대한 방어조직이라는 기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차츰 사회동반자적 관계를 지향하는 사용자조직으로서 그 역할을 전환하게 된다.
  이 시기에 비로소 제 모습을 되찾은 산업별 노조와 사용자연합은 노사의 이해대변조직이라는 자기위상과 함께, 단체교섭의 주체라는 점에서 독일노사관계체계의 재건과정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Weitbrecht & Berger 1985, 498쪽).
  한편 이 시기에 독일정부는 노사관계체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법제도화를 단행하게 된다.
  먼저 독일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의 자유규정에 따라 노사는 자신의 이해대변조직을 구성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섭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교섭자율주의(Tarifautonomie)"를 보장받게 된다. 이러한 교섭자율주의는 1949년 통과되는 단체협약법에 의해서 세부적인 내용들이 보완되고, 국가권력에 의한 노사간 타협이 강제되는 상황을 배제하게 된다. 하지만 노사간의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 국가의 개입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노사는 조정절차에 대한 엄밀한 규정을 또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정절차의 합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바로 노사간 자율적인 타협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법제도화조치는 노동조합과 법적으로 독립적인 사업장평의회(Betriebsrat)가 기업 내 노동문제에 대한 협상주체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기업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이다. 기업 내 노사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이 법은 바이마르시대의 사업장평의회법을 계승한 것으로 근로자의 경영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노사관계의 두 번째 축이 되는 공동결정제도의 법적 배경이 된다(Weitbrecht & Berger 1985, 500쪽).

나.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경제투쟁

  이러한 독일노사관계의 구조적 특성은 50-60년대 호황이라는 조건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 특히 경제부흥기로 표현되는 고성장과정에서 실현된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 간의 호순환관계는 노사간 타협의 폭을 넓혀주었을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의 법제도적 장치를 안착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중앙집중적인 산별교섭체계는 사업장단위에서의 노사간 갈등이 산업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제어할 수 있었고, 산업수준에서의 노동쟁의도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규율될 수 있었다. 즉 노동자이해대변의 이중적 구조는 노사간 갈등요소의 증폭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50년대 초반 공동결정제도의 법제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기민당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노동쟁의가 독일노총차원에서 전개되지만, 개별사업장단위에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산업의 경우 바이마르시기의 사업장평의회법에 준하는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이미 기업 내 노사의 의견조정 및 합의과정을 거치면서 입법화되기 전부터 순조롭게 실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50년대 후반 연방차원에서 추진된 주간노동시간의 단축협상이 노동시간단축분에 대한 임금보전여부를 둘러싼 노사간 대립으로 인해 결렬된다. 이후 금속산업의 노사대표에 의해서 진행된 협상마저도 진척이 없게 되자, 1963년 주간 40노동시간의 도입을 요구하는 금속노조의 파업이 다임러벤츠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는 바덴비텐베르크지역에서 전개되었다. 이어 67년과 70년 두 차례 임금교섭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으로 인해 다임러벤츠 사업장들에서 작업중지 및 경고파업 등이 발생했지만, 사용자측의 양보로 인해 본격적인 파업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71년 단체교섭 역시 다임러벤츠의 사업장이 밀집된 바덴비텐베르크지역이 선두교섭지역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되지만, 교섭의 진행과정이 그 전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임금인상의 수준과 폭을 둘러싼 노사간의 힘겨루기 양상은 결국 전면적인 파업으로 귀결되었고, 이 때 다임러벤츠 산하 4개의 사업장(운터튀러카임, 진델핑엔, 만하임, 그로나우)은 노동쟁의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사용자연합은 직장폐쇄로 대응하였다. 당시의 직장폐쇄조치는 연관생산방식이라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경제적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당시의 다임러벤츠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3주 반 동안 진행된 노동쟁의로 인해 승용차 2만 3천대, 상용차 만 대의 생산감소를 경험했다(Osswald 1986, 274쪽). 물론 직장폐쇄의 합법성여부가 당시에 사회적 쟁점이 되긴 했지만, 이후 사용자의 직장폐쇄조치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수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한편 당시의 높은 노동생산성,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호황은 노동시간의 단축과 임금인상으로 인한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제적 추가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 당시에 임금인상을 위주로 한 분배투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경제적 손실과 함께 사회여론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단순한 임금인상요구 보다는 작업장의 합리화공세 및 기업의 신경영전략 등으로 인해 초래되는 노동조건의 악화 및 노동생활의 질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었다.

다. 임금정책과 노동조합의 보호전략

  한편 이 시기 임금교섭을 중심으로 한 단체교섭정책이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된다. 50년대 단체교섭의 기본원칙이었던 독일노총의 "팽창적 임금정책"은 "적극적 임금정책(Aktive Lohnpolitik)"이라는 테제로 발전하였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이 속한 금속노조의 경우 이러한 적극적 임금정책에 기반하여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불황기와 그 이후 회복국면에는 임금인상을 자제함으로써, 경기회복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한편 호황기와 그 하강국면에서는 적극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함으로써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이는 다시 유효수요의 창출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임금정책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경제불황이 일시적인 경기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금속노조는 새로운 단체교섭정책을 모색하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제반 조건의 악화가 장기적인 경향성을 띠고 있다고 판단하고 일자리의 적절한 배분을 지향하는 노동시간정책과 기업 내 생산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산업합리화에 대한 대응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이러한 "질적인 단체교섭정책(Qualitative Tarifpolitik)"을 실현하기 위해서 금속노조는 임금인상률을 가능한 절제하는 대신에, 노동시간단축, 노동조건의 개선, 노동자간 격차해소 등과 같은 문제해결을 사용자측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특히 이러한 질적인 요구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당시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던 생산합리화과정에서 나타난 폐해를 최소화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최대한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상 및 보호전략(Kompensation- & Schutzstrategie)"으로 구체화된다. 노동보호와 물적 보상이라는 원칙에 기초한 금속노조의 이러한 대응전략은 광면협약(Flaechentarifvertrag)의 보편적 일괄적용원칙에 의해 노동자간 경쟁 및 이로 인한 내부격차를 막을 수 있었다.
  한편 노동자의 전략적이고 일상적인 경영참가를 보장하는 공동결정제도는 자본의 생존전략을 내면화할 수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전략을 사전적으로 통제하는 기제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문제에 대한 경영진의 전횡을 제어할 수 있었다.

3)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후반의 노사관계: 독일모델의 정착

가. 완성차업체의 생산전략과 노사간 협력적 갈등관계

  70년대 중반까지 독일자동차산업에 대한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았다. 6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해외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은 72년 브레텐우드조약의 폐기, 73년 오일쇼크를 통해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독일자동차산업은 1980년대에 독일의 선도산업으로서 그 위상을 여전히 유지하였다.
  세계시장에서의 이러한 성공은 당시에 독일완성차업체들의 생산전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70년대 고품질의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는 특화전략을 유지하면서, 80년대 초에 가격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표준화와 자동화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생산전략은 대량의 기본모델과 함께, 소량의 고급모델을 동시에 생산하는 것을 그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다양한 질적 생산방식(Diversifizierte Qualitaetsproduktion)"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독일자동차산업의 생산전략이 당시에 자동차산업의 구조환경적 조건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경쟁력을 지지해주는 생산성향상과 노동의 인간화를 노사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Streeck 1992).

  한편 이 시기 공동결정제도와 산업별 노동조합은 그 기능에 있어 상호보완적이었다. 1972년 기업기본법, 76년 공동결정법의 제정은 노동자에게 생산현장은 물론, 기업단위에서의 전략적 의사결정과정에 경영참가를 가능하게 만드는 법제도적 장치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됨으로써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수행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기업정책(Betriebspolitik)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조직 및 생산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공동결정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당시에 자동차산업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던 생산합리화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노동의 인간화"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편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경영감독회에 참가하고, 사업장평의회의 의석다수를 노조원들이 선거를 통해 차지하게 됨으로써, 당시에 독일기업이 봉착하고 있었던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노동자들의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일자동차산업에서 노사간 "갈등적 협력관계(Konfliktpartnerschaft)"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독일의 참여형 노사관계는 70년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요인들과 결합되면서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Streeck 1992, 176쪽 이하).
  첫째, 독일완성차업체에서 내부노동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70년대 이후 실업의 위협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고 있었다. 이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기업문화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합리화에 대한 보호를 노조가 단체협약과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은 1976년 협약을 통해 사용자의 고용조정정책으로 악용되던 단기고용계약을 폐기한다. 대신에 내부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장기인력계획을 수용한다. 이러한 내부노동시장정책은 경영자로 하여금 인력정책은 물론, 생산 및 판매전략에 있어 고용유지를 기본원칙으로 삼도록 만들었다. 한편 사업장평의회는 공동경영자로서 다각화된 질적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의 내부유연화조치를 공동결정권의 강화와 결합시키게 된다.
  둘째, 이 시기 독일자동차산업은 기존의 직업훈련체계를 정비하고 숙련재교육을 확대한다. 이러한 인적자원관리전략에 대해 노동조합과 사업장평의회는 내부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신규노동자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직업훈련체계에 대한 이러한 노사간의 협력적 관계는 자동차산업에서 전개되고 있던 급격한 기술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확보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이러한 직업훈련체계의 확대조치는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위해서 필요한 직무재편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미 70년대에 직무재편 시 필요한 직업재교육은 합리화보호협약과 신기술협약을 통해서 기업의 의무조항으로 규정되었다.
  셋째, 공동결정제도에 의해서 보장된 노동자의 기업단위 경영참가는 사용자로 하여금 장기적인 투자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왜냐하면 경영감독회에서 노동자대표가 행사하는 의결권을 통해 주주들의 단기적인 이해를 견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산설비와 인적자원에 대한 이러한 전략적인 투자관점은 독일완성차업체의 고부가가치생산원칙과 조응한 동시에, 노동력의 숙련향상을 위해 좋은 조건을 제공하였다. 한편 이러한 숙련향상조치는 노동조직의 재편과 병행되었다. 당시에 노동조합이 추구한 노동의 인간화전략은 탈-테일러주의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조조정과정에서 요구되는 직무확대 및 재편을 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

  이상과 같이 70년대에 독일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합리화보호협정과 같은 단체협약과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권을 통해 생산성향상에 기여한 동시에, 고용안정과 노동의 인간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다.

나.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노사갈등

  한편 8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증가한 실업자와 이로 인한 고용위협은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다시 노동시간의 단축을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게 만든다. 하지만 사용자입장에서 볼 때, 저 성장기에 주간 35노동시간의 도입은 감내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또한 실업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주간 40노동시간협약 하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강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제기되었다.
  노동시간의 단축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은 84년 단체교섭과정에서 그 정점에 다다르게 된다. 노동조합은 3.3%에서 3.5%의 임금인상, 완전한 임금보전이 되는 주간 35노동시간의 도입, 초과노동의 제한 및 금전보상을 협약안으로 제시한다.
  한편 다임러벤츠 사업장이 집중되어 있는 바덴비텐베르크지역에서는 추가적으로 일일 7노동시간, 노동조건 및 작업조직의 형성과정에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권을 확대하는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은 탄력적인 노동시간제도의 도입, 파트타임의 확대, 조기퇴직제도의 실시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83년 12월 말에 시작된 단체교섭은 4월 말이 될 때까지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다임러벤츠의 산하 사업장에서 약 30회에 걸친 경고파업이 전개되지만, 노사간 타결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 해 4월 25일 노동조합은 협상의 결렬을 선언하게 된다. 84년 5월 4일에 실시된 파업찬반투표는 약 80%의 찬성표를 얻게 되고 바덴비텐베르크지역에서 파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84년 파업은 자동차산업의 완성차업체, 즉 다임러벤츠 사업장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집행부는 처음으로 지역 부품업체들에서 파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결정은 파업지원금을 비롯한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큰 파업효과를 보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졌다. 부품업체의 장기파업으로 인해 다임러벤츠 산하 사업장들의 생산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어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게 되는데, 이 때 노사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직장폐쇄가 된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지급되는 연방노동청의 단축노동지원금이 지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청의 조치는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파업규모와 강도를 더 확장시키도록 만든 동시에, 사용자에게는 장기적인 직장폐쇄의 명분을 제공하였다.
  한편 이러한 파업과 직장폐쇄의 악순환이 노사 모두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조정절차(Schichtungsverfahren)를 거치게 된다. 결국 조정인의 권고에 따라 파업과 직장폐쇄가 철회되고 난 후, 노사는 주간 평균노동시간을 38.5시간으로 줄이는 대가로 기업 내 가동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노동시간의 유연화조치들을 서로 합의하게 된다.
  한편 7주간의 노동쟁의로 인해 약 6만 4천대의 승용차와 만 5천대의 상용차의 생산감소가 유발되었다. 전후 최대규모의 노동쟁의로 기록되고 있는 84년 단체교섭과정은 노사간의 교섭에 의해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조정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독일노사관계의 핵심적인 원칙 중의 하나인 노사간 "교섭자율주의"에 큰 상처를 주게 된다(Osswald 1986, 291쪽).
  다른 한편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달았던 84년 노동쟁의는 노사 모두에게 불신과 대립으로 인해 서로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되는지를 절감하게 만든 사건이기도 하였다.

다. 참여적 합리화와 노동조합의 형성전략

  8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독일완성차업체들은 기존의 "특화된 합리화전략(Spezialisierte Rationalisierungsstrategie)"을 제고해야 할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먼저 기술중심적 생산합리화가 노동자의 숙련 및 인간노동의 잠재력을 파괴함으로써, 결국 생산의 장기적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기 시작한다.
  물론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 로봇과 자동화장비, 그리고 컴퓨터제어장치 등으로 대표되는 유연적 생산체계(FMS)가 시간과 공간비용을 최소화하고 노동과정에 대한 조직노동자의 개입을 일정정도 차단할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생산과정이 복잡해지고 설비장치의 기술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생산성향상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생산체계를 잘 이해하고 작업과정의 각 부분에서 전문화된 능력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산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존의 포드주의적 작업조직과 테일러주의적 노동과정의 혁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작업장혁신의 핵심적인 관점은 "신 생산개념(Neuer Produktionskonzept)"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된다. 즉 고도의 자동화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팀 작업과 그룹노동이 도입되고, 이러한 새로운 작업조직에 필요한 직무재설계, 직무확대 및 직무순환 등이 본격화된다.

  이와 같은 작업조직과 작업방식의 혁신은 체계적인 숙련계발, 인체공학적인 작업장배치, 의사소통의 활성화 및 기업문화의 내면화 등을 통해 근로자의 창의력과 자발성을 생산과정에 최대한 발현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흔히 "참여적 합리화전략(Partizipative Rationalisierungsstrategie)"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기업전략은 80년대 중반 다임러벤츠 산하 각 사업장들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Springer 1999 참조).
  특히 소집단노동이라고 불리는 "그룹노동(Gruppenarbeit)"은 1984년 브레멘공장을 필두로, 진델핑엔공장, 베를린공장, 그리고 1987년 바터홈바흐공장에서 실시된다. 한편 그룹노동으로 대표되는 신 생산개념의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경영진 내부의 논쟁은 주로 비용상승요인과 노동통제가능성과 관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기술체계가 노동조직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새로운 통합방식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긴밀한 연관성 하에서 기술체계가 발전할 때만이 노동자의 업무지식과 노하우가 생산성으로 전화될 수 있다고 결론짓게 된다.
  노동자의 참여에 기반한 생산합리화의 추진이라는 새로운 경영전략은 80년대 후반 독일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요구되던 생산성향상과 동반자적 노사관계에 크게 기여한다.

  한편 이러한 완성차업체들의 새로운 합리화전략에 대해 독일금속노조는 임금보상 및 노동조건의 개선이라는 전통적인 보호전략 외에, 작업조직 및 노동과정 그 자체를 보다 인간적으로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숙련, 지식 및 능력을 배양시키는 노동형성전략으로 대응한다. 이러한 형성전략(Gestaltungsstrategie)은 생산과정의 외부에서, 그리고 사후적인 차원에서 그 피해를 보상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합리화과정 그 자체의 형성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의사결정구조에서 실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각 완성차업체의 사업장평의회는 이러한 노조의 형성전략을 구체화시키는 핵심주체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다임러벤츠의 사업장평의회는 특화된 합리화로부터 "참여지향적 합리화(Beteiligungsorientierte Rationalisierung)"로 기업의 경영전략이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동자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고, 사용자와의 교섭과정에서 더 많은 공동결정권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사용자평의회의 공동경영자적 역할의 중요성은 "사업자평의회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완성차업체 경영진의 고백에서도 확인된다.

4) 90년대의 노사관계: 독일모델의 적응

가. 일본자동차산업의 도전과 완성차업체의 지구화전략

  70년대 동안 지속된 독일자동차산업의 호황과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라인형 자본주의"의 핵심축이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 추진력을 서서히 상실하게 된다. 그동안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압력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독일완성차업체의 "다각화된 질적 생산전략"은 일본자동차산업의 도전으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즉 독일완성차업체의 생산조직은 질적 유연성을 유지하기에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유발하고 있었다. 비용절감과 생산유연성에 대한 요구는 독일완성차업체로 하여금 일본적 생산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룹노동, 지속적 개선활동, 간판방식과 카이젠(Kaizen), 적기조달방식, 공동연구개발과 같은 새로운 생산방식의 실제적인 적용과정에서 반노동자적인 요인들은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권을 통해 중화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일본적 생산방식의 "반추적 지양(Reflektives Aufheben)"이라는 금속노조의 입장은 국제경쟁력의 유지와 생산성향상이라는 대명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포괄적인 경영참가를 통해 자율적인 생산조직과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개입전략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강도의 강화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린 생산방식(Lean Produktionsweise)"이 유발하는 노동유연화와 구조조정압력을 기업 내 경영문제에 대한 공동결정권의 확대 및 질적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었다.

  한편 이 시기 독일완성차업체들은 해외현지공장의 설립을 비롯한 생산지구화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90년대 독일완성차업체의 생산지구화전략은 80년대 일본완성차업체들의 현지공장전략과는 그 내용면에 있어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Eckardt 1999, 168쪽). 먼저 일본자동차산업의 현지공장건설은 미국과 서유럽시장에서의 시장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적극적인 판매전략에 맞추어져 있었다.
  반면 독일완성차업체의 지구화전략은 일본업체의 추격과 이로 인해 요구되는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어적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생산성향상과 비용절감을 기본으로 하는 이러한 현지생산전략은 바로 생산거점의 이전문제,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용불안정 때문에 노사간 갈등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둘째, 일본은 자신의 생산모델을 상징하는 린 생산방식의 다양한 기법들을 해외현지공장의 여건과 능력을 고려하여 이전하고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하지만 독일완성차업체는 국내의 생산모델을 이전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생산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실험장으로서 해외현지공장을 이용한 측면이 강했다. 즉 혁신적인 생산모델의 가능성이 해외현지공장에서 확인되면, 국내의 생산거점으로 이전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셋째, 80년대 일본완성차업체가 주로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한 해외진출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면, 90년대 독일의 완성차업체들은 생산거점을 기존의 3대 시장 외에 각 지역의 신 시장들에 근접시키고 생산차종도 다원화하였다. 또한 해외의 완성차업체를 합병하거나 직접 인수함으로써, 현지메이커의 이점을 이용하는 동시에, 단기간에 시장진입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생산거점의 이전전략으로 인해 각 완성차업체의 산하 사업장들은 생산거점간 경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각 사업장의 노동자간 경쟁과 이해대립을 촉발시키게 된다. 이러한 독일완성차업체의 생산지구화전략은 일본적 생산방식의 비판적 적용과 결합되면서 고용안정과 노동시간의 유연화라는 노사간 갈등의 새로운 접점을 형성시키게 된다.

나. 고용안정과 노동의 유연화

  일본적 생산방식의 도입과 생산거점의 이전이라는 특징을 지닌 완성차업체의 새로운 생산전략이 90년대에 구체화됨에 따라, 독일자동차산업에서 노사간의 대립지점도 노동의 유연화와 고용안정문제로 압축된다. 93년 경영상의 이유로 요구되었던 대량해고를 노동시간단축모델을 통해 극복한 폭스바겐의 사례는 90년대 중반 이후 독일자동차산업에 확산된 고용협정(Besch ftigungsvereinbarung)의 전형으로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흔히 "경쟁력과 고용안정을 위한 협정(이하 고용협정)"으로 불리는 이러한 노사간 협정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향상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단체협약, 기업협정, 그리고 사업장협정 등 다양한 법적 형태를 취하는 이러한 고용협정은 경영자와 노동자이해조직으로서 노조, 사업장평의회 등이 이해갈등을 공동으로 조절한다는 점, 그리고 대량해고의 회피, 고용안정을 위한 일자리나누기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고용문제에 대한 노사간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고실업의 위협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고용협정을 강제하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독일완성차업체 산하 각 사업장에서 체결된 고용협정은 고용안정이라는 대가에 걸맞는 반대급부를 사용주에게 지불하여야 했다.
  다임러벤츠의 경우 1993년 3월 뵈르터와 가게나우공장에서 "생산성향상과 일자리보장을 위한 기업협정"이 체결된다. 그 내용은 30%의 비용절감, 가동시간의 연장, 3교대제의 도입, 수당의 삭감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협정은 이후 진행될 다임러벤츠의 기업구조조정조치의 신호탄이었다. 한편 라스타트공장의 경우 1993년 12월 "생산기지의 경쟁력과 인력조정을 위한 기업협정"을 체결한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배제하는 대신에, 노동자는 협약임금 이상의 추가적 임금인상을 포기한다. 그 외에 500마르크에 해당하는 연말특별보너스가 그 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협정은 기존 인력들의 일자리를 일정 정도 안정화하는데 기여하긴 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경영진은 1993년 자동차산업의 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인원축소를 기본방침으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1994년 말부터 다임러벤츠의 수익성은 다시 회복되는 기미를 보인다. 달러약세, 생산기점의 지구화, 전반적인 경기활성화에 힘입어 자동차부문의 수익성은 회복되고, AEG의 매각, 그리고 DASA의 합작전환을 통해 콘체른 전체의 기업견실화를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임러벤츠의 기업내 노사관계는 고용안정보다는 노동유연화문제에 집중된다. 전체 기업차원은 물론, 각 사업장단위에서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위한 다양한 조절메카니즘들이 도입된다. 이 때 주문량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가동시간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 주로 채택된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유연화현상은 90년대 중반 이후 다임러벤츠 외에 독일완성차업체들의 각 사업장에도 보편화된다. 특히 이러한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단체교섭체계의 기업중심주의로 인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노조조직률이 높기 때문에 일괄적용적 성격의 광면협약이 대부분의 해당노동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업 내 교섭사항의 증가는 단체교섭의 분권화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다. 단체교섭의 분권화와 교섭의 기업중심주의화

  위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단체교섭체계가 90년대 들어 구조환경적 조건변화와 노사의 주체적 요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먼저 독일의 재통일로 인해 초래된 동서독 노동자들의 통합요구는 기존의 노사관계체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통일과정에서 구 동독지역의 단체교섭구조는 서독의 모델이 그대로 이전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산업붕괴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동독지역의 고용위기는 서독지역의 단체교섭체계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일괄적용원칙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단체협약의 수준을 서독지역과 비슷하게 맞추는 노력은 지난 10년 동안 어느 정도 결실을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동등화경향과 달리, 동서독간 실업률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둘째, 이러한 노동자간 격차는 보편적 일괄적용성격을 지닌 산업별 단체협약의 실효성을 위협하고 있다. 협약적용률과 같은 지표로는 아직도 이러한 위기에 대한 징후가 그렇게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광면협약을 위협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구 동독지역의 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지역사용자연합으로부터의 탈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Bahnm ller & Bispinck 1998, 19쪽).
  한편 광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별협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사용자연합은 금속노조에 대해 광면협약체계의 완화를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 내용은 광면협약의 적용내용의 축소, 기업 내 교섭사항의 확대, 중재제도의 강화 등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광면협약의 기본틀과 보편적 적용원칙을 침해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기업특수적인 조건변화와 생산현장의 노동형성과 관련된 협약내용을 기업 내 교섭사항으로 재편하는 것에 대해서는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셋째, 단체협약의 적용을 일정기간동안, 혹은 일정한 내용에 있어 유보하는 "개방조항( ffnungsklauseln)"과 "긴급조항(H rtefallregelungen)"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이러한 예외조항은 90년대 초반 경기불황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도입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사업장들이 줄어들지 않고 기존의 단체협약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기업단위의 노사간에 체결되는 "기업협정(Betriebsvereinbarung)"의 중요도와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는 산별수준의 단협에서 확정된 임금 및 노동조건의 최소치를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별기업의 노사가 기업협정을 통해 합의할 수 있는 교섭영역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에서 확인된다.
  다섯째, 교섭사항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기업차원에서의 합의필요성이 강조되는 특별협약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특별협약은 주로 산업별 수준의 중앙교섭을 통해 확정된 협약내용을 기업상황에 적절하게 구체화시킬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한다. 이런 경우 산별차원의 단체협약에는 교섭사항에 대한 기본원칙과 통일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요구만을 명시하고, 그 외의 세부사항들은 사업장평의회의 결정사항으로 이관시키게 된다.

  이와 같이 90년대 독일금속산업에서 산별노조와 사용자연합간에 이루어지는 중앙집중적인 단체교섭체계가 구조환경적인 조건변화로 인해 그 기본틀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교섭체계의 분산화경향이 자동차 사업장의 경우 다른 산업의 사업장들 보다 상당히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괄적용성격의 광면협약이 포괄하는 대상과 범위가 축소되고, 단사협약(Haustarifvertrag)이나 기업협정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단체교섭체계의 분권화추세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독일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를 다임러벤츠를 중심으로 역사적 시기에 따라 그 내용과 계기를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하에서는 독일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기본체계와 완성차업체의 기업노사관계를 살펴보고, 그 체계가 가지는 일관성과 실천상의 유연성을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참여형 노사관계라는 측면에서 되짚어보도록 하자.

3. 독일 노사관계의 기본체계

  흔히 독일모델(Deutsches Modell)이라고 일컬어지는 독일노사관계의 기본구조는 2차 대전 후 "라인형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그 모습을 되찾게 된다. 브라이식(Breisig 1996, 185쪽)에 따르면, 독일노사관계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기업 내 노사관계는 물론 초기업적 노사관계가 임의적인 세력관계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일차적으로 높은 법제도적 기제들에 의해서 규제되고 있다. 독일노사관계의 이러한 높은 법제도화수준은 개별적 혹은 집단적 고용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사간 갈등을 사전적으로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독일모델의 또 하나의 특징은 노사간 갈등요인을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적 방식에 의해서 해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합의과정이 기본적으로 노사간 이해균형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간 합의에 대한 높은 사회적 수용력은 노사관계가 정치경제적 조건변화에 안정적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셋째, 노동자의 이해대변구조가 기업차원과 산업차원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흔히 이원적 체계(Dualsystem)로 지칭되는 이러한 노동자이해대변구조의 이중성은 산업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단체교섭과 기업별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동결정제도로 나눌 수 있다. 아래에서는 먼저 자동차산업의 각 사업장에 적용되는 독일금속산업의 단체교섭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1) 단체교섭체계의 구조와 내용

  독일의 단체교섭체계의 기본틀은 전후 1949년 4월에 발효된 단체협약법(Tarifvertragsgesetz)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다. 정부의 주도로 제정된 이 법에 대해 노동조합과 사용자연합은 세부적인 조항에 있어 이견이 존재했지만, 노사간 "교섭자율주의(Tarifautonomie)"와 산업별 "광면협약(Fl chentarifvertrag)"이라는 중요한 원칙에 합의하게 된다. 집단적 노사관계의 기초가 되는 교섭자율주의는 산업별노동조합과 사용자연합, 혹은 개별사용자가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교섭권을 가지고 있으며, 임금가이드라인과 같은 정부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노동관계법을 통한 직접적인 규제와 노사갈등상의 "중립적 조정자"로서 간접적인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다.
  단체교섭체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노사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해당 사업장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일괄적용성격을 지닌 이러한 광면협약은 각 산업에서 임금 및 노동조건의 최소기준치를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초기업적인 적용을 의미하는 이러한 광면협약은 기업 내 노사가 체결하는 기업협정(Betriebsvereinbarung)에 비해 우선권이 부여된다. 또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나 사용자연합에 속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단체협약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받지 않지만, 단체협약법 5조에 규정된 "일반적 적용원칙(Allgemeinverbindlichkeit)"에 따라 그 적용범위가 확산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단체협약의 보편적 적용이 공공의 이익에 조응하거나, 개별기업에 노조원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체협약이 타결되면 사용자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기업 내 노사갈등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서, 혹은 노조가입의 동기를 줄이기 위해서 단체협약의 수준에 맞게 임금 및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관례이다(Bahnm ller & Bispinck 1998, 4쪽).

  단체협약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노동조건에 대한 규정들을 포괄하고 있는 기본협약(Manteltarifvertrag)이 있다. "외투"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간노동시간의 길이와 그 구성, 야간 및 휴일근무, 질병과 산재보상, 휴가, 해고통지기간 등과 같은 교섭대상의 최소기준을 금속산업의 전 사업장에 적용시킨다.
  둘째, 임금체계협약(Lohn- bzw. Gehaltrahmentarifvertrag)으로 임금군의 구분과 그 지표, 각종 부가급 및 수당 등과 같은 임금결정의 세부기준들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임금협약(Lohn- bzw. Gehaltstarifvertrag)인데, 여기에는 임금등급표의 형태로 각 등급의 협약임금인상을 공지하고 있다. 다른 단체협약은 그 유효기간이 수년인데, 이 임금협약은 그 기간이 일반적으로 일년이다. 그 외에 합리화보호, 파트타임, 조기은퇴, 재산형성급여, 노동보호, 직업훈련 등과 관련된 특별협약들이 존재한다(Bahnm ller, Bispinck & Weiler 1999, 8쪽).

  독일의 경우 자동차산업의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단체협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사업장의 노사간 교섭은 기업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에 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만, 그리고 단체협약의 허용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자동차 사업장들은 금속노조의 5개 교섭업종(금속 및 전기, 수공업, 섬유, 목재와 원료, 탄광 및 철강) 중에서 금속 및 전기업종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다. 현재 금속 및 전기업종의 단체협약은 각 지역사용자연합과 노조의 지역본부가 체결한다.
  총 7개의 협약지구(Tarifbezirk)마다 그 교섭사항에 따라 내용상 조금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핵심적인 내용, 즉 노동조건이나 임금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이와 같이 단체협약의 내용이 지역차이를 떠나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금속노조의 중앙집행위원회(Vorstand)이다. 이 기구는 각 협약지구의 단체교섭을 조정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협약위원회(Tarifkommission)의 인적구성을 결정하는 상급조직이다. 그래서 각 지역 및 업종 간 임금격차나 노동조건의 차별화를 조장할 수 있는 교섭사항은 사전에 조율되어 걸러지게 된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보통 단체교섭이 각 협약지구에서 각각 수행되지만, 관례상 선도지역(Pilotbezirk)에서 노사간 합의가 되면, 그 내용이 다른 지역에서도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임금인상의 경우, 한 해 인상률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지만, 그 외 추가적인 급여나 수당내용에 따라 지역마다, 기업마다 실제인상폭이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임금결정메카니즘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의 해당노동자의 경우 다른 중소금속사업장 보다 약 15% 정도 더 많은 임금소득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독일금속산업의 단체교섭에 있어 사용자대표는 금속사용자들의 각 지역조직들로 구성된 금속사용자연합(Gesamtmetall)이다. 2001년 말 현재 금속사용자연합의 조직화정도는 해당기업의 62.3%, 금속산업 전체 피고용인의 약 30.7%를 포괄하고 있다. 16개 지역별로 지역사용자연합이 구성되어 있고, 단체교섭은 이들 지역사용자연합이 수행하고 직장폐쇄도 이들이 결정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해대변조직도 중앙집중화가 진행되면서 연방차원의 금속사용자연합이 단체교섭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노동자의 교섭주체는 금속노조(IG Metall)이고 7개 지역본부(Bezirksleitung)로 구성되어 있다.
  단체교섭을 비롯한 의사결정은 7개 지역회의에서 이루어지고, 각 지역의 활동과 운영을 위해 지역사무처가 존재한다. 이러한 지역본부 산하에 수많은 지역조직(Verwaltungsstelle)이 있으며, 각 기업에는 명예직 노조신임자들(Vertrauensleute)이 활동한다. 기업 내 노동자이해대변조직으로서 사업장평의회(Betriebsrat)는 금속노조원들이 다수인데, 이들의 비율은 계속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초당파적인 통일노조(Einheitsgewerkschaft)이고 산업별로 조직된 금속노조는 2001년 말 현재 조합원이 약 271만 명이고, 조직률은 약 30%이다.

2) 공동결정제도의 구조와 내용

  독일노사관계체계의 두 번째 축이 되는 공동결정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노동자의 경영참가제도로서 독일공동결정제도는 노동자가 그들의 대표를 통해서 기업의 경영문제, 특히 노동복지, 인사노무 및 경제적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가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Niedenhoff 2002, 28쪽).
  이러한 노동자의 경영참가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경영특권을 제한하고,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한 주체로서 노동자의 이해를 반영시키게 된다. 즉 기업의 이해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공통된 이해로 구성되기 때문에, 노사가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기업의 경영에 참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경영활동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노사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가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를 사전에 통제하게 만듦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독일의 경우 현재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보장하고 있는 법제도적 장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경영감독회(Aufsichtrat)와 이사회의 노동이사(Arbeitsdirektor)를 통해 노동자가 기업의사결정과정에 참가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법률은 1951년 탄철부문공동결정법(Montanmitbestimmungsgesetz: MMG), 1956년 공동결정보완법(Erg nzende Mitbestimmungsgesetz: EMG), 1976년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 MG)을 들 수 있다.
  둘째, 기업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 BVG)에 의해서 사업장평의회(Betriebsrat)와 개별 사용자가 기업협정(Betriebsvereinbarung)을 체결할 수 있다. 1952년 기업조직법이 최초로 입안되고 난 후, 72년과 88년에 두 차례 개정된다. 그 후 오랫동안 변화가 없다가 2001년에 현재의 기업기본법으로 재개정되었다.
  그리고 공동결정제도가 적용되는 각 경제단위에 따라 노동자참가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진다. 생산현장의 경우 구체적인 노동조건 및 복지문제와 관련하여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이 보장되어 있고, 개별사업장의 경우 노동자의 인사노무 및 기업변동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사업장평의회가 의사결정과정에서 조언하고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그리고 개별기업단위에서는 경영감독회에 참가한 노동자 및 노조대표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과정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노동자의 추천권이 존중되는 이사회의 노무이사는 기업의 인사노무사항을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장평의회, 경영감독회와 노무이사를 통한 노동자의 경영참가는 기업집단인 콘쩨른차원(Konzernbetriebsrat)에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에 유럽차원의 사업장평의회(Europ ischer Betriebsrat)가 구성되어 있다. 더 나아가 폭스바겐의 경우 전 세계 각 사업장의 근로자이해대표자들로 구성된 세계사업장평의회(Weltbetriebsrat)가 구성되어 있다.

  한편 사업장평의회가 행사하는 노동자경영참가권의 수준은 기업경영의 각 사항에 따라서 달라진다.
  첫째, 사업장평의회는 정보청구권, 청문권 및 협의권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대한 신속하고 포괄적인 정보제공과 협의의무는 노동자의 이해대변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가 주로 사용자의 보고, 평의회의 질의와 이의제기에 한정되고 결정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의 중요의사결정사항이 노동자의 정보청구, 청문회와 협의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실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가 납득하기 힘든 일방적인 경영조치를 경영자가 수행하는 것을 막는 간접적인 효과는 존재한다. 주로 기업의 경제적 사항에 대한 사업장평의회의 참가권리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사업장평의회의 이의제기 및 동의권이다. 이는 일정한 전제조건 하에 평의회의 동의 없이는 기업의 경영조치가 실행될 수 없는 사항에 해당한다. 주로 인사노무사항에 대한 사업장평의회의 참가권리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법적으로 보장된 공동결정권이다. 공동결정권은 사업장평의회가 경영측과 대등한 결정권한을 행사하는 경영참가방식이다. 이러한 공동결정권은 기업의사결정과정에서 실현되는 노동자경영참가의 최고형태이다. 이러한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권은 주로 노동복지사항에 적용된다(아다미와 쉬테펜 1994, 28쪽 이하).
  이와 같이 사업장평의회의 경영참가수준은 기업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의 규정에 따라 각 사안마다 차이가 난다. 더 나아가 각 기업의 사업장평의회는 각 사안에 따라 경영자와 기업협정(Betriebsvereinbarung)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개별사업장에서의 이러한 기업협정은 기업기본법을 비롯한 제반 노동관계법 및 단체협약에 규정된 기준 보다 더 낮은 내용으로 합의되어서는 안된다.

3) 독일 노사관계의 기능적 정합성

  독일 노사관계는 임금 및 고용관계와 관련된 기본내용에 대해서는 산별수준에서 노조와 사용자연합이 교섭을 하고, 경영문제와 관련된 기업정책의 결정은 개별기업에서 사업장평의회와 경영진이 직접 협상을 벌리는 이원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뮐러옌치(M ller-Jentsch 1995, 13쪽 이하)에 따르면, 독일노사관계의 이원적 구조는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의 이중성, 높은 법제도화수준,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높은 수용력 등과 같은 독일노사관계의 기본적 성격과 맞물리면서 기능적인 정합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먼저 공동결정제도로 대표되는 노동자경영참가와 단체협약을 통해 구체화되는 단체교섭은 개별사업장과 산업수준에서 각 각 발생할 수 있는 노사갈등을 상호 완충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즉 노동자이해대변조직의 이중적인 구조는 노사간 이해관계를 각 영역에 맞게 잘 연계시켜 줌으로써, 산업평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먼저 단체교섭영역에서 노동자의 이해대변조직이 단일화되어 있고, 하나의 산업에 하나의 노조라는 원칙에 따라 노노갈등의 가능성이 최소화될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장평의회의 공동결정권과 평화유지의무는 기업 내 노사관계를 협력적인 관계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동반자적 노사관계는 구조적 측면 외에 노사관계의 행위주체로서 기업 내 노사가 보여주고 있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높은 수용력에 기반하고 있다. 즉 기업 내 노사는 산업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단체협약을 사회적 합의로 인식하고 그 내용에 근거하여 기업협정을 체결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안정적인 기업 내 노사관계의 정착에 산업별 교섭구조와 노동관계법을 통한 높은 수준의 법제화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왜냐하면 중앙집중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단체교섭은 개별사업장에서의 노사간 갈등을 사전적으로 걸러주는 기능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노사간의 교섭자율주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높은 수준의 법제도화는 노사갈등 및 노동쟁의를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외부효과를 차단하였다. 즉 산업별 단체교섭과 기업 내 노동자의 경영참가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교섭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았으며, 노동조합의 현장교섭력을 상실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독일노사관계의 구조적 특성이 지닌 노사갈등의 상호완충기능은 기업 내 노사가 생산성향상과 노동의 인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노사갈등의 상호완충기능 때문에 독일노사관계체계에서 높은 수준의 법제도화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이는 다시 노사간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과 그 역할을 강화시키게 되었다. 이와 같은 독일노사관계체계가 지닌 기능적 정합성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그림 1] 독일노사관계체계의 특성과 기능적 정합성

4)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기업노사관계

  위에서 살펴본 독일노사관계체계의 특성과 기능적 정합성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기업 내 노사관계에서도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기업노사관계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특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영감독회(Aufsichtrat)와 사업장평의회(Betriebsrat)는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또한 다른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경영감독회(Aufsichtsrat)를 두고 있다. 여기서 경영감독회는 이사임명, 경영감시 및 감사권을 가지고 이사회(Vorstand)의 일상적인 경영업무를 감독한다.
  영미의 기업지배구조와 달리, 독일은 기업통제와 기업경영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으며, 경영감독회는 기업통제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영감독회는 2000년 현재 주주대표와 노동자대표 각 10명씩, 총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장위원회, 재무감사위원회, 중재위원회와 같은 실무위원회를 책임지는 몇몇 위원들 외에, 다른 감독회위원들은 1년에 4번 정도 열리는 정기회의에 참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관례적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영감독회위원장은 최대주주인 도이치방크의 대표자가 맡고 있다. 부위원장은 반대로 다임러크라이슬러 총사업장평의회의장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총 10명으로 구성되는 주주측 대표는 대부분 비관련 업종기업의 전현직 경영자나 이사들로 구성된다. 도이치방크, 드레스너방크 외에 미국의 AT&T, 제록스, 독일의 바이엘, 베르트만의 경영자가 이에 속한다.
  한편 노동자대표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중요 사업장평의회의 위원장 6명, 그룹 중간관리자대표 1명, 독일금속노조의 대표자 2명, 그리고 미국자동차노조(UWA)의장으로 구성된다(Gesch ftsbericht 2001 참조). 형식상 경영감독회는 노사동수로 구성되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완전한 동등권이 보장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경영감독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노사동수인 경우 최종적으로 위원장이 2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측 대표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의지대로 경영사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단적 결정이 경영감독회의 노사간 대표들이 쌓아온 신뢰에 기초한 협력적 관계를 허물어버리고 향후 경영감독회의 활동 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측에서 이러한 도발적 행위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즉 불충분하긴 하지만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감독회에서의 노사간 힘의 균형은 기업구조조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시킬 수 있는 기초로서 작용하였다.
  한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노동자들은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생산현장의 의사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업장단위에서의 노동자경영참가방식은 독일자동차산업의 구조환경적 조건변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생산성과 노동의 인간화를 동시에 실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독일 각지에 흩어져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 각 사업장들의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은 일차적으로 해당지역의 금속노조본부가 지역사용자연합과 체결하고 있는 단체협약의 규정에 적용을 받는다.
  즉 기본적인 임금구성 및 노동조건이 초기업적인 차원에서 사전적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단체협약의 초기업적이고 사전적인 규정력은 먼저 임금수준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의 지나친 집착을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 개별기업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노동비용의 인하경쟁을 줄이게 만든다.
  한편 노동비용에 대한 장기적이고 합리적 산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업 내 노사의 관심과 노력을 임금 및 노동조건의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문제, 더 나아가 기업합리화와 노동생활향상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간접적인 효과를 동시에 발휘한다. 한편 단체협약의 수준과 범위를 넘어서는 개별사업장의 노동복지 및 인사노무와 관련된 내용은 각 사업장평의회와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협상을 벌리고 이는 기업협정으로 구체화된다.
  물론 기업 내 각 사업장간 노동자의 경쟁이나 반목을 유발시키는 가능성을 제어하기 위해서 사업장평의회의 연합체인 총사업장평의회(Gesamtbetriebsrat)가 조정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임무는 각 사업장간 노동자의 이해균형에 맞추어져 있다. 또한 사업장평의회의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활동방식은 기업 내 노사관계의 행위주체인 사업장평의회와 경영진으로 하여금 노사갈등을 타협적인 방향으로 이끌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이 독일자동차산업의 기업노사관계는 산별수준에서의 단체교섭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기본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물론 개별사업장의 노사가 체결하게 되는 기업협정을 통해 협약수준이상의 추가적인 보상 및 지원조치들이 완성차업체의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수준은 대략 협약기준의 15%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편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경영참가기제들을 통해 실현되는 기업 내 노사간의 장기적인 신뢰구축관계는 노동자들의 "공동경영(Co-Management)적 역할"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공동경영 및 결정이라는 기업의사결정과정의 민주적 통제는 노사간 협력적 갈등극복원칙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노사는 지금까지 생산현장에서의 직접참가, 사업장단위에서의 공동결정, 기업단위에서의 노동자경영참가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이러한 참여형 노사관계는 일상적인 기업활동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시기에 자신의 장점을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작업조직의 재조직화와 기술체계의 변화는 노동자의 참여와 책임을 동반하는 생산합리화로 진행되었고, 기업구조조정이 초래하는 비용압박과 고용불안은 노동자의 공동결정권을 통해 상쇄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업장평의회가 자본에 대한 기업 내 "대항세력(Gegenmacht)"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노사간에 전략적인 합의로 나아가게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는 주목할 만하다.

5) 체계의 일관성과 실천의 유연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노사관계는 교섭자율주의를 기초로 한 임단협과 노동형성전략에 기반한 공동결정제도를 두 축으로 하는 기본체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행위주체로 하는 산업별 교섭과 사업장평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별 교섭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이해대변의 괴리와 분열은 노조에 의한 사업장평의회의 장악, 그리고 사업장평의회에 대한 일상적인 교육활동과 전략적인 정책조달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물론 단체교섭의 분산화를 강제하는 구조환경적 조건변화와 사업장평의회의 기업이기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현장견제세력의 부재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독일노동조합은 노동자연대성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노사관계체계를 일관성 있게 재구성하고, 현장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각 실천조건에 맞게 수렴해야 하는 큰 과제 앞에 서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냉정한 비판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다음 호에서는 노동시간조절과 고용조정에 대한 독일금속노조의 대응과정을 역사적 시기와 쟁점별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2004. 1. 13>

	[연대와실천] 독일 노사관계의 역사 쟁점, 그리고 전망: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2)	토라	2004/08/19

[자료] '기금요구', 독인가 약인가 - 2004년 완성차노조 임단투 평가 -

토라

200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