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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번호 |
1032번 |
등록일 |
2001-04-10 00:00:00 |
| 글쓴이 |
송희영 |
글쓴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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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호수 |
65 |
분야 |
9 |
| 제 목 |
클린턴 정권이 배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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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정권이 배후?
워싱턴 지국장 송희영 칼럼
ꡔ조선일보ꡕ 2001년 3월 29일자
금융감독원과 제일은행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일은행은 현대 계열사를 구제하려고 시행한 제도(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거부했고, 임원들에게 주식(스톡옵션)을
나눠주는 문제를 둘러싸고 금감원과 밀고당기는 싸움을
전개중이다.
이번 다툼은 양측 모두에게 당초 원하지 않았던 이미지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금감원은 정부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외국계
은행을 우격다짐으로 길들이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제일은행은 공적자금을 3조 5900억원이나 갖다 쓴 처지에
임원들 이익을 먼저 챙기려고 안달하는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금감원은 외국인 은행장을 호출하고 한국인 간부들에게 호통치는
관료들의 특허품같은 압력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모든 결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주장, 싸움터를
밖으로 끌고 가는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미 국제 금융가나 워싱턴에서는 제일은행 사례를 들어 한국의
관치금융 부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지 않아 한․미간의 통상마찰 목록에 제일은행 문제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마찰의 출발점은 의혹과 궁금증, 안개로 가득
찬 제일은행 매각과정이다.
정부는 IMF와 약속한 일정에 쫓겨 이름 없는 소형 투자회사에
팔기로 결정했었다.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 캐피털 그룹은
작은 부실금융기관을 회생시킨 실적은 있지만, 부실은행을
살려내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아니다. 98년말 정부는
뉴브리지가 대형 금융회사인 GE캐피털을 끌고 와 투자할 것처럼
설명했으나, 이는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뉴브리지에 출자했다는 텍사스 퍼시픽 그룹이나 블럼(Blum)
캐피털 파트너스, 콜로니(Colony)캐피털, AMROC도 주주이익과
임원이익을 중시하는 투자회사이지, 선진 은행경영기법을 한국에
한 수 가르칠 수 있는 대형 우량은행들은 아니다.
좀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매각조건이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제일은행 주식 49%를 가졌으면서도 의결권을
상당부분 뉴브리지에 위임해버렸다. 또 웬만한 은행부실을
공적자금으로 메워주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돈만 대주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대거 포기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셈이다.
이런 이상한 계약과 관련, 워싱턴에선 클린턴 정권과
뉴브리지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얘기들이 흘러 다닌다.
뉴브리지가 영국계 초대형 은행그룹인 HSBC와 인수경합을 벌일
때나, 인수조건 협상을 전개할 때 백악관이 뉴브리지를
지원했다는 증언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99년 7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청와대는 매각협상에 쫓기는 분위기였다. 결국 햇볕정책 지지를
합의한 김대중․클린턴 회담에서 일개 은행의 매각협상
상황이 거론되는 이례적인 광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정부는 제일은행 매각을 실패라고 공식 인정하지는 않지만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파장이 이쯤에서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투자신탁증권과 현대증권을 인수하려는
미국회사가 제일은행의 매각조건과 엇비슷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어느 미국 경영인 입에선 대우자동차를 매각할
때도 한국이 공적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감원과 제일은행의 마찰은 단순히 외국계 은행의 뒷다리를
거는 ‘관치금융’과, 그런 촌스러운 관치금융을 거부하는
‘선진금융’간의 다툼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많은 한국인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별다른 차별을 받지
않고 영업하기를 바라지만, 그와 동시에 뉴브리지 선정과정,
이해하기 힘든 계약조건의 결정배경, 백악관과 청와대간의
정치적 거래 가능성 등에 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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