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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107번 등록일 1995-12-20 00:00:00
글쓴이 조현연 글쓴곳  
발행호수 6   분야 3  
제  목 비자금-5.18정국의 성격과 96년 정치전망
주제목 96년 정세를 점검한다

특집 3

96년 정세를 점검한다

비자금-5.18정국의 성격과 96년 정치전망

조 현 연 (한국외국어대학 한국정치학 강사,
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


이 글은 지난 12월 19-20일 민주노총 정책세미나에서 발표한 글을 필자가 수정․보완하여 다시 정리한 것이다.



1. 들어가는 글

지난 6.27 지자체선거를 통해 ‘3김정치’가 부활하고 ‘느닷없이’ 형성된 비자금-5.18정국의 흐름이 96년 총선-97년 대선과 맞물리면서 갖가지 추측과 각본이 제기되고 있다. 혼돈의 정치상황을 앞에 놓고 우리는 세가지 수준에서 물음을 가지게 된다. 첫째는 현 정국의 구체적 흐름 및 그 성격과 관련한 물음이다. 둘째는 앞으로 정세동향에 대한 전망과 관련한 물음이다. 셋째는 현 정국의 흐름이 과연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이냐 하는 규범적 평가와 관련한 물음이다. 이 세가지 물음에 대한 답하기 작업은 ‘럭비공’정국 속에서 궁극적으로 올바른 대안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2. 3김정치의 부활과 3김정치의 특성

1992년 14대 대선 결과와 이른바 문민정권의 ‘중단없는 개혁’ 속에서 ‘3김시대의 종언’이라는 성급한 판단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27선거 결과 김대중씨의 ‘때이른’ 정계복귀와 새정치국민회의의 창당, ‘팽’당한 김종필의 재기 성공으로 3김정치는 힘있게 부활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였다. 그것은 현 정권이 자초한 결과이다. 즉 6.27선거 결과는 개혁에 대한 이중적 심판으로서 반YS-반민자 정서와 그에 따른 지역균열의 투표행태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떄문이다. 보수적 정치인인 김영삼씨와 김대중씨의 정치적 생명력은 <민주 대 독재>의 대립시기에 쌓아올린 ‘드높은 명성’에 연유하다가, ‘권력정치의 화신’이 된 3김세력의 전략적 개입의 총체적 산물인 <지역균열적 대립>이 괴력을 발휘하면서 ‘민주투사’라는 경력보다는 ‘지역맹주’라는 힘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한편 역사의 뒷편으로 이미 퇴장당해야 마땅한 유신잔재 김종필은 오히려 유신본당임을 자처하면서 박정희의 유령과 지역균열에 힘입어 뛰어난 정치곡예를 벌이고 있다. 그 사고와 행태를 추적해볼 때 결국 오늘날 3김정치란 민중배제적 보수엘리트 지배의 다른 표현이며, 심화된 지역적 ‘국민’분열과 계급계층적 갈등 은폐의 정치적 상징에 다름아닌 것이다.

3. 비자금-5.18정국의 성격과 현실정치적 갈등구도

3김정치가 부활한 이후 3김세력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96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97년 대권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 와중에 비자금-5.18정국이라는 돌발적 사태가 ‘우연하게’ 발생하였던 것이다. 지난 10월 19일 박계동의원이 노태우의 비자금을 폭로한 이후 김대중씨의 20억 자금수수 시인과 노태우의 대국민 사과성명(10.27)-재벌총수들의 무더기 소환-노태우 구속 수감(11.16)-김영삼씨 당명변경 지시(11.22)-김영삼씨 5.18특별법제정 지시(11.24)-전두환 구속 수감(12.3)-노태우 기소(12.5)-12.12와 5.18 관련자들의 무더기 소환 등이 연속해서 터지면서 정국은 숨가쁘게 진행되어 왔다.
이 예측 불가의 정국은 겉으로는 김영삼씨의 느닷없는 핵폭탄 공세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3당통합으로 형성된 현 지배블럭의 유동성과 사안에 따른 각 정치세력과 정파들의 이해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서 야권의 분화와 여권의 분열이 맞물리면서 혼돈의 정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리당략에 따른 이해의 불일치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현 정국의 주요 대치전선은 두가지로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개혁 대 수구의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는 개혁적 보수 대 수구적 보수의 대치전선이다. 다른 하나는 개혁적 보수 내에서 주도권 쟁탈을 위한 YS세력 대 DJ세력의 대치전선이다. 여기에 자민련과 통합신당과 5.6공세력이 사안에 따라 얽히고 섥혀서 진흙탕 정치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민중진영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민중 대 지배블럭의 갈등구도>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현실정치적 갈등구도
DJ죽이기
김영삼 대 김대중
구정치 청산과 세대교체
김영삼-통합신당 대 김대중-김종필
대선자금 공개
김대중-김종필-통합신당 대 김영삼
5.18특별법 제정
김영삼-김대중-통합신당 대 5.6공세력-김종필
특별검사제 도입
김대중-(김종필)-(통합신당) 대 김영삼
반3김과 지역구도 타파
3김세력 대 통합신당
잠재적 갈등구도 : 민중 대 지배블럭


한편 현 정국과 관련하여 또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비자금-5.18정국의 결말에 대한 예측이다. 현재 초점은 ‘확전인가 수습인가’의 여부이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대통령 한 사람밖에 모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역사적 현안이 김영삼씨의 말 한마디에 따라 즉흥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정국의 결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YS 나름의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전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판단은 “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기는 커녕 제1당이 되는 것도 불안하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97년 대선에서 DJ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여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DJ죽이기이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판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자금 공개라는 야권의 집요한 공세와 양김씨의 완강한 뚝심 속에서, 그리고 5.6공세력의 반발 속에서 정치권 사정을 통해 김영삼씨가 DJ(덤으로 JP까지) 죽이기에 온 힘을 쏟는 것은 실익면에서 너무나 위험부담이 큰 전략이다. 따라서 전면적인 확전보다는 총선 때까지 문제를 끌고 가는 장기적인 제한전으로 돌입하면서 비자금 문제에 대한 정치적 절충을 모색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자금 수수와 사정 위협으로 발목이 잡힌 나머지 양김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총선정국이 다가오면서 현 정국의 돌풍은 여론장악을 위한 ‘말뿐인 줄다리기 공방전’ 속에서 잠재워지게 될 것이다.

4. 민주대연합론의 비역사성과
경제․안보 논리의 재등장과 운동탄압

한편 현 정국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세가지 사실에 대해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김근태씨가 제안한 민주대연합론이다. 그 핵심논지는 수구세력-구시대 청산이라는 목표 아래 정략적 의도를 배제하고 YS-DJ의 재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일단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가 구상하고 있는 민주대연합을 통한 구시대청산이 온당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양김씨가 협력해서 잘 해보았자 그것은 제한적인 인적 청산 정도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물론 인적 청산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의미의 과거청산이란 인적 청산뿐 아니라 법․제도적 청산과 구조적 청산 등 세가지 차원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 청산을 통한 ‘역사 바로잡기’는 잘못에 대한 청산과정과 올바름의 복원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창조적 청산’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창조적 청산을 낡은 정치세력에게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지금은 양김씨에게 기대기보다는 오히려 노동진영을 중심으로 민중진영이 하나로 힘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엄중한 시기인 것이다.
둘째는 3김씨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분위기를 돋구고 있는 경제논리와 안보논리의 재등장 문제이다. “정치불안정과 사회혼란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 틈을 타 북한의 오판에 따른 군사적 모험주의가 불장난을 일으킬 것”이라는 역대 독재정권의 주장이 그것이다. 경제논리의 재등장 속에서 정경유착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 계기로 삼겠다는 검찰의 수사는 재벌총수 7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 차원에서 마무리되고, 해당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금융기관 특검 등 당연시되던 후속조처들도 시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에 어긋나는 이러한 결정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자본의 막강한 힘이 도사리고 있으며, 결국 토대로부터 궁극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배블럭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안보논리를 통한 공세는 11월 3일 전군 경계근무강화 지시로 이어지고, 지난 12월 1일 89년 이후 처음으로 김영삼씨가 통합방위중앙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김대중씨와 김종필의 안보를 강조하는 목소리의 톤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셋째는 경제․안보논리의 재등장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민족민주운동에 대한 탄압이다. 이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과 11월 한달 사이에 범민련 간부 등 5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탄압은 민족민주운동을 용공세력으로 매도하고 공안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여권지지층에서 이탈하려는 보수층의 안정심리를 자극해 이들을 결속하고, 총선과정에서 예상되는 야권과 재야의 운동고리를 끊으며, 더 나아가 운동진영의 제도정치권 진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다목적 의도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경제-안보논리의 재등장과 운동탄압은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뿐 아니라, ‘민심을 잡아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면서 민심=중산층으로 치부해버린 3김씨의 총선전략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즉 중산층의 안정희구 심리를 부추키고 운동진영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현 정국을 타개하고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5. 15대 총선전망

내년 4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는 15대 총선은 향후 정국의 흐름을 결정할 분기점으로서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의 방법과 지형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총선결과는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3김정치의 부활과 비자금-5.18정국의 흐름 속에서 몇십년간 굳어져 온 정치체제의 ‘결빙’구조가 ‘안정 속의 불안정’ 동요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안정기조는 정치공간의 폐쇄성 속에서 보수 여․야세력이 누려온 특권적 지위와 그에 익숙해진 ‘국민’들의 의식과 지역균열의 정치구도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불안정 기조는 YS-DJ 간의 마지막 승부를 둘러싼 각축과 각 정치세력들의 사안에 따른 이해의 불일치, 3김씨의 도덕성에 대한 민중의 공분 등을 그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총선정국이 펼쳐진다면, 두가지 기조 가운데 안정기조가 불안정 기조를 누르며 흐름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제도권 정치세력 모두 파국적 상황에 따른 공멸을 방지하고자 할 것이고, 민중 또한 지역적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민주노총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민중진영의 역량이 결빙구조를 깨뜨리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고 했을 때 결국 15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주요변수는 지역적 투표행태라고 할 수 있다. 곧 “15대 총선에서는 3김씨가 자신의 마지막을 태우는 몸부림과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지역주의의 끈끈함으로 인해 표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강하다. 한편 최근 몇차례의 선거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지역구도 하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어느 한 세력이 압도적 우세를 차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봤을 때 총선에서 승리를 통해 임기말 권력누수현상에 쐐기를 박고 집권후반기의 정국주도권을 강화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정권재창출을 이루려는 YS의 구상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수도권 지역에서 압승을 통해 제1당으로 나서려는 DJ의 구상은 창당과정에서 빚어진 파문과 도덕성의 실추 등등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의 가슴앓이’로 끝나게 될 것이다. 한편 통합신당이 20석 이상을 얻어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며, 무주공산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무소속 출마붐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5대 총선의 결과는 ‘지역별 일당독재체제’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앞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는 총선에서 선택문제와 관련해 불가피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던져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새정치국민회의나 통합신당이 우리의 바람직한 선택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의 잠정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미 비극으로 끝나버린 비판적 지지론과 4자필승론이라는 역사의 희극적 반복에 불과한 새정치국민회의나, 그동안 중도보수를 주장해온 민주당과 모호한 합리적 개혁주의노선을 표방하고 등장한 개혁신당이 힘을 합친 통합신당이나 기본적으로 민중의 중심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해서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원칙없는 연대’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은 ‘손쉬운’ 선택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민중과 민중진영의 역량강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며 또 간접적인 연관효과도 거둘 수 없으며, 오히려 역량의 손실을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6. 권력블럭의 재편으로서의 정계개편과
내각제 개헌논의의 가능성

15대 총선이 지역별 일당독재체제의 재구축과 힘의 균형적 배분으로 나타난다면, 그 뒤에는 각 정치세력이 권력정점을 향한 세불리기를 위해 치열한 경쟁과 다양한 합종연횡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배블럭의 해체가 아닌 지배블럭의 재편 차원의 정계개편 문제가 정치현안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상정해 볼 수 있는 지배블럭 재편 시나리오로는 (1) YS주도의 ‘세대교체’연합 (2) DJ와 YS와 통합신당의 반‘수구’연합 (3) DJ와 JP와 5.6공세력의 반YS연합 (4) YS와 JP의 보수 소연합 (5) YS와 DJ와 JP의 보수대연합 등이 있다. 예상되는 총선결과를 염두에 둔다면 이 가운데 ‘실익 차원의 이해’의 교감 속에서 신한국당 민주계와 통합신당의 통합을 통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구시대의 청산이나 세대교체, 개혁과 지역할거주의의 타파 등을 표방하면서 등장할 이러한 방식의 정계개편은 그 명분과 달리 내용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역사의 대의를 따르지 않는 권력추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정치세력간의 합종연횡과 그에 따른 정계개편이 민중의 올바른 대안이 될 수는 결코 없다는 데 있다. 현실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민중의 정치참여나 민중의 이해를 반영하기보다는, ‘변화의 환상’만을 심어주면서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민중배제적 보수엘리트의 정치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총선과 그 후의 정국이 힘의 지역적 균형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대통령선거는 제도권 정치세력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승자 100% 독식-패자 깡통차기’의 대선보다는 권력의 지역적 배분을 통해 모두가 살 수 있는 내각제는 권력물신론에 빠져 있는 대다수 낡은 정치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고도 합리적인 선택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각제는 긍정성보다는 부정성이 훨씬 더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책임제는 제도 그 자체로서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기보다는 어떤 조건 아래에서 어떤 시점에서 실시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조건에서 내각책임제 개헌은 지역에 기반한 3김세력의 권력분점을 통한 현상고착화의 법․제도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을 뿐이다.

7. 맺는 글

지금 우리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살고 있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주는 대전환의 시기에는 도도한 긴장의 물결이 몰아친다. 그렇다면 이 역사적 대전환기라는 시대적 상황은 우리의 정치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대전환의 물결에 슬기롭게 응전하면서 21세기를 향한 민족사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내는 ‘진보와 희망의 정치’인 것이다. 그렇지만 자격미달인 3김씨와 3김추종세력이 주도하는 정치는 비관적인 전망만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함량부족인 통합신당도 극히 제한적인 긍정성만을 가질 뿐이다. 3김타협을 통한 비자금-5.18정국의 봉합과 결빙구조의 존속->15대 총선을 통한 지역별 일당독재체제의 재구축->권력추종의 합종연횡을 통한 정계개편과 내각제개헌 논의의 부상이라는 비관적인 정치 경로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전망 속에서 이제 민중진영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큰 손실을 민중에게 가져다 줄 뿐인 ‘손쉬운’ 차악이나 차선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단기적인 비관을 중장기적인 낙관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갈 것인가? ‘길 만들기’와 관련해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하고 그 과정에서 ‘전체 노동자 대중의 요구와 이해를 진실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민주노총의 힘찬 출범은 크나큰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의견의 생산적인 교류->전체적인 합의의 도출->행동의 통일 속에서, 이념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민중의 정당이 빠른 시간 안에 건설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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