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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번호 |
1356번 |
등록일 |
2002-09-01 00:00:00 |
| 글쓴이 |
김상태 |
글쓴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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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호수 |
79 |
분야 |
4 |
| 첨부파일 |
김상태(칼럼).hwp
- 31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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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연예계 비리, 혹은 연예계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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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비리, 혹은 연예계라는 것
김 상 태
연구위원
‘검찰이 연예기획사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사 간부급 피디와 스포츠신문 기자 6~7명을 추적
중이다.’
‘상당수 연예인들이 기획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명의를 빌려주었는지 여부 등 주식취득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연예기획사들이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주식로비들을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최근에 갑자기 붉어진 연예계 비리사건에 대한 기사들이다.
이른바 홍삼트리오로 불리는 대통령 아들들의 작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중에 뜬금없는 소리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연예계라고 해서 그 비리가 보기 좋은 것일 리는 없다. 그러나
우리 중 아무도 이러한 연예계 비리 수사를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시선과 관심을 다른
데로 호도하려는 오래되고 진부하며 되먹지 못한 술수이다.
따라서 단지 비리의 측면에서라면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도대체 연예계가 본래 그 모양 그
꼴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히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연예계는 대중 조작을 위한 재료나 대상으로서 가장 쉽게
이용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마치 어떤 잡지사가
적당한 기사나 특종이 없을 때 아무 때나 대신 동원할 수 있는
가십거리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틈만 나면
세간의 이목을 들쑤시고 지나갔던 여러 사건들을 잘 알고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된 가수들 대마초 흡연사건이나 유명 연예인
마약 복용사건들이 그것이다. 이 사건들은 당연히 여러 가지
의미를 함의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대중적 관심을 호도하는
기능으로서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들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기능은 우리 사회에 연예계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연예계란 자신의 권익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힘이 가장 적은 특수집단이다. 인기라는 후광을 두르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며 대중에게 대단한 관심과 위상을 갖는다해도 그들은
권력과 재력 앞에서는 무력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들이었다.
다른 나라의 연예계가 어떠하고 앞으로 한국 연예계가 또 어떻게
달라질 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연예계가
그 호화로움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재력 앞에 턱없이 무력한
집단이었다는 것만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만만한 연예계가 다른 면으로는 일반적인 대중의 눈과 귀에
지극히 자극적인 존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권력이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의
연예계란 권력의 대중 조작용 가십거리로서의 명백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연예계는 왜 이러한 위상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 사실은 이 의문 자체가 지극히 불행한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만일 이번 연예계 비리사건을 통해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현실일
것이다.
대중적 오락이나 여흥의 역사는 길고 다양하다. 그것은 시대와
역사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인데 특히 한국에서 그
역사는 대단히 고달픈 것이었다. 최소한 조선왕조 이래로 대중적
예인이란 언제나 천민 취급을 당해왔다. 그들은 가난하고
무력했으며 삶의 근거와 인격적 대우를 받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대중적 예인들의 세계가 오늘날과 같은 입지를 가지게 된
것은 영화나 TV 같은 새로운 문화의 발전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및 대중문화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화나 TV 혹은 대중문화 그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그 매체와 문화의 성격과 방법을 문제삼는다고 할 때
이와 같은 연예계의 발전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모두가 생산하며 소비할
수 있는 문화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방이후
연예계의 발전이란 처음부터 반민중적인 것이었다. 여타의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연예계는 전적으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창출되고
통제될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의 가수나 연기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유력한 피디나 작곡가 등에게 철저하게
기대야만 하는 것이었고 그 방송사의 피디나 작곡가 등은 그들을
관리하는 더 큰 권력에 기대어야만 했으며 그 더 큰 권력들은
언제나 정치적, 경제적 권력의 노예들이었다. 연예계의 지난
역사가 보여주었던 폭력배들의 늘상적인 개입이나 이 세계의
봉건적 가부장주의와 서열구조는 실로 상상할 초월한
것들이었다. 더 나아가 연예계라는 특수성은 이러한 억압구조를
가장 오래도록 유지해온 곳이다. 그러니 썩고 곪은 그 내막이란
가늠할 길이 없는 것이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이 역사가 대중문화 일반을 철저하게
소외시켰다는 데 있다. 연예계는 무엇보다 쾌락과 문화를
생산하는 곳인데 생산된 그 쾌락과 문화라는 것이 남김없이
지배계급에게 독점되는 것이었던 한편 그 것은 일반 대중이
절대로 자기화 할 수 없는 쾌락과 문화들이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 영화 가요 쇼들은 본질적으로 성공한 부르주아가
향유하는 것들로서 거기엔 부르주아적 풍요, 부르주아적 교양,
부르주아적으로 윤색된 미녀와 미남, 부르주아적 성공의
내레이션들만이 있다. 이에 대해 대중은 전혀 자기 것이 아닌 그
풍요와 교양과 미학과 내레이션들을 소외된 환상으로서
내면화한다. 이는 그 문화적 생산물들이 아무리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다하더라도 사실상 몽상이나 마취이다. 정말 냉혹하게
말하자면 오늘날의 연예계란 지배계급이라는 부자에게
봉사하면서 대중 일반을 멸시하는 기생과 같은 존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 기생은 어쩔 수 없이 제 몸을 파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문화를 빼앗긴 대중으로부터 그 겉모습을 숭배 받고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대중을 자신과 구분 짓는 가장 고약한
모순 속에 허우적대는 존재이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소문으로
나도는 온갖 추문, 연예계와 지배계급의 일상적인 커넥션 등은
이 모순의 구도 하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하물며 목숨과
생존을 상전에 기대고 있는 연예계가 적당한 때에 스스로
희생양이 되는 일은 아예 사건도 아닌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의 연예계 진출을 향한 열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자체가 실로 참혹한 현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발전된 기술과 매체를
바탕으로 대중 자신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연예계의 문화라는
조건이라면 이 청소년들의 자유롭고 기탄 없는 열망은 무척이나
명랑하고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곳은 지금도 썩어
문드러진 기생의 모순이며 더 기가 막힌 것은 스타로서 성공한
한 줌의 사람들을 빼고 나면 그야말로 저임금에 고된 노동에
비인간적 처우로 신음하는 지옥이다. 바로 이 지옥으로 그들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아닌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연구대상이다. 혹자는 이 현상을 새로운 세대의 개성이라고
헛소리를 나불대지만 진실은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노동자
일반의 암울한 상황의 증명이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이 암울한 상황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와 회피의
심리를 증명하는 것이다. 현금의 연예계가 그토록이나 황당한
곳인데도 그토록이나 사람들의 환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이
현상은 그야말로 큰 문제거리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보도된 비리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연예계와
같은 곳은 직접적으로 정치나 경제와 같은 사건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곳은
현재의 총체적인 악몽을 적나라하게 표징하는 곳이며 그 악몽의
결과이자 그 악몽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기제이다. 비리 정도가
아니라 대중이 뺏겨버린 문화, 결국 대중이 뺏겨버린 삶을
어떻게 되찾느냐는 사활의 문제를 드러내는 곳이다. 적어도
사태의 진면목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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