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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1407번 등록일 2002-12-01 00:00:00
글쓴이 허은영 글쓴곳  
발행호수 82   분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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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02년 투쟁을 거울삼아 제대로 된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조직하자

2002년 투쟁을 거울삼아

제대로 된 반신자유주의투쟁을 조직하자


허 은 영

교육기획실장





2002년 노동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올해 역시 노동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 특히 정부와 자본측에서는 직접적인 물리적 탄압을 증가시켰고 노동유연화,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 및 법․제도 정비시도와 비정규직 관련한 노사정합의1) 과정, 자본운동의 세계화에 따른 정책들로서 경제특구법과 한․일, 한․칠레 투자협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분신한 노동자와 노점상, 장애 노동자들, 민영화에 반대하여 투쟁했던 발전산업노조와 공공부문 노동자들, 현장의 노동자 건강권-근골격계 투쟁으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금속 노동자들, 그런가 하면 이를 정치운동으로 수렴시키려 하는 제 세력들의 대선 정치활동, 그리고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전략에 어느 정도 부응하며 노동자들의 분노를 노사협조로 대신한 어용노조의 제반 합의들이 있었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연장운행 등에 대한 실질적 수용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장식해온 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랫동안 투쟁해온 해고노동자들을 완전히 정리해고 하는 사건들도 있었다. 게다가 민주노총이 상반기 4․2총파업 당시 판단을 잘못하여 총파업을 철회시켜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가 하면 하반기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을 앞두고도 여러가지 판단 하에 11․5총파업을 중단시키면서 투쟁을 축소시킨 것도 불과 얼마 안된 일들이다.


1. 경제특구법 제정에 따른 자본의 자유로운 노동착취 활동 전면보장

2. 한․일, 한․칠레 투자협정 등 자본운동의 세계화에 따른 세계적 노동유연화

3. 노동복지 축소-기업연금제 도입 움직임

4. 자본의 노동자를 탄압하는 신종(?)무기 손배와 가압류 및 직장폐쇄

5. 병원,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직권중재와 공권력 탄압, 공무원 노동자 탄압

6.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 자본의 탄압, 비인권적 탄압과 통제

7. 비정규직와 관련한 노사정 합의

8. 여중생 사망사건과 반미투쟁

9. 항거하는 노동자들의 분신, 저항들- 노점상 박병규 열사, 택시 노동자 분신

10. 노조의 어용화, 개량화-현대중공업 해고자 정리해고, 서울지하철 어용장기집권과 효성 간선제 등

11.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양 편향-의회주의 정치활동의 확산과 공동활동의 무산

12. 노동자 건강권 확보 운동의 일환으로서 근골격계투쟁 이슈화

13. 발전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사유화 저지투쟁과 전국총파업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양치기 ‘총파업’선언과 현장조직운동의 무기력화


한편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전면적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현장으로 다양한 방식들로 내려왔고 이를 수용하는 노자협조주의세력과 대응하는 투쟁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의 저항의 성과를 의회진출로 수렴시키려고 하고 있고 이를 비판하는 현장활동가들, 노동운동진영은 자신의 독자적 정치활동 계획을 내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러한 노동운동의 무기력과 득세하는 개량주의에 맞서는 대중적 정치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것이다.



최신 유행! 양치기 총파업

90년대 중반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민주적 집행부가 직권조인을 한다는 사실은 현장노동자와 활동가들에게는 ‘어용’으로 낙인찍는 불신임투쟁 감이었다. 95년 이후 간혹 존재한 대공장을 중심으로 한 직권조인- 양보교섭 사건은 그 집행부에게나 현장활동가들에게나 부끄럽고 재빠르게 수습하고 활동을 복원시켜야할 과제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97년 경제위기 이후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단위 현장에서나 산별연맹에서나 총연맹 수준에서나 모두 조직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양보교섭을 차선의 방침으로 정당화시켰다. 그리고 조직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외주 용역 임시노동자들의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에 대해 눈감았다.

그 후 경기가 다시 살아나자 민주노총은 ‘공세적’인 사회개혁적 요구로 노동시간단축투쟁을 걸었다. 그리고 많은 사업장들의 임단투 과정에서 이 요구가 결합되었고, 현장투쟁들이 활성화되었다. 전국적인 현장조직운동의 흐름들도 만들어졌고 그 힘은 민주노총이 97년 노사정위원회-정리해고제를 합의하는 과정에 대한 지도부 불신임투쟁 및 그 후의 구조조정저지투쟁을 조직하는 것으로 전국화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세력과 교섭을 노동조합의 주요 임무로 제한시키는 경향(및 노선)들이 노동조합운동 속에서 개량주의적 활동에 집중하는 흐름도 커졌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합의주의 및 노동운동 전망-노선 논쟁 등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사업이 이러한 노동운동의 개량주의 진전과 맞물리면서 노조운동에서도 압박용 ‘총파업’이 남발하고 이러한 총파업 철회를 결정하게 하는 주요 근거는 현장의 개량주의 지도부들이 제공한 탓도 크다. 또한 이를 투쟁으로 극복하게 할 계급운동 진영의 대안과 공세적 활동 역시 미흡했다는 점에서 현실 노동운동의 개량주의 진전으로 표현되는 위기는 사실상 노동자 정치운동의 위기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그것이 올해 상반기 발전노조와 철도 및 가스공사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4․2총파업의 당위적 결정과 직권합의과정-그리고 그 실수를 뒤늦게 알고 총사퇴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 노동운동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게 민주노총의 실수가 계기가 되어 발전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각종 탄압과 통제로 허덕이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하반기에 힘겨운 노동관련 악법 개악저지투쟁이 선언되었다. 물론 이 11․5총파업 역시 하루도 안된 채 중단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2002년 하반기 3대 악법 철폐투쟁은 무엇을 남겼는가.

근기법 개악 저지, 경제특구법 저지, 노동시간단축법 개악 저지를 축으로 한 3대 악법 철폐 투쟁이 하반기의 주요 투쟁으로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계에서 전개되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5일 총파업투쟁을 하기로 결정했고(10.30 중앙집행위원회 결정), 이에 따라 국회앞 투쟁을 중심으로 간부 상경투쟁 등을 전개했다. 3,000여명의 전국 현장간부들이 노숙투쟁을 했으며 경북 구미지역 등에서는 11월 구조조정 저지투쟁과 결합하여 5개 노조가 연대파업에 돌입하고 11월 5일 총파업투쟁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민주노총 20만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을 결의했고 특히 12만 노동자들이 즉각파업을 준비했다.

한편 민주노총 지도부는 10월 31일 국회 앞 집회와 기자회견, 그리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해 3대악법 통과 반대 표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당들은 민주노총의 요구를 묵살했다.

한편 상반기 발전노조 등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이어 벌어진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탄압, 그리고 공무원 노조의 기본권 제한 등을 축으로 한 정권의 노동정책 기조에 대해서 공무원 노조가 총파업- 연가투쟁을 선포하고 11월 4일 공무원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전개되었다. 정권은 역시 공무원 노조 간부에 대한 연행, 구속으로 답했고, 공무원노조는 행자부 장관 퇴진과 공무원노조법안 폐기 및 노동3권 인정 등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들은 부산, 강원, 경남, 전남, 대구경북 등 총 3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의 연가투쟁으로 극심한 방해공작을 돌파했고 공무원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의 800여명 조합원들 연행조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 총파업승리 결의대회를 단행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11월 5일 민주노총 12만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전국 각 지역에서는 총파업승리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11․5총파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노조들의 파업참여에도 불구하고 파업집회는 저조하게 조직되었다.


“전국적으로 볼 때 대사업장의 조합원들이 파업집회 참가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으나 3대악법 저지를 위한 조합원들의 높은 의지로 11․5 총파업투쟁이 힘있게 전개되었다”(민주노총 간부)


파업에 돌입했으나 근기법 개악안이 11월5일 상임위에서 다음 국회로 연기될 것이 확실시되었고, 경제특구법이 더욱 개악된 형태로 통과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민주노총 지도부는 상이한 상황판단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직권으로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선언하고 파업당일 저녁부터 현장에서는 근무를 정상화시켰다.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은 11월5일 오후 2시경 국회 상황을 종합하여 지도부에 경제특구법 통과가 확실하다는 상황보고를 하고, 오후 3시경 인터넷을 통해 각 조직에 상황을 공지했다. 특히 금속, 화학 등 주요 투쟁조직에도 이 상황을 직접 보고하고 11월6일 총파업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산별대표자회의 직전 국회에서 돌아온 상황팀의 보고는 정책실의 보고와 약간 차이가 있었다. 정책실은 11월6일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통과가 확실하다는 것인데 비해 국회 상황팀(민주노총 대협실, 금속연맹 정책실)이 국회 현장에서 판단한 상황은 상임위 통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판단의 차이는 어떤 의도성이 개입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판단의 주요 책임단위가 국회 상황팀이고, 현장에서의 판단인 만큼 좀 더 규정력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산별대표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상이한 상황판단에 대한 진위가 가려지는 논의는 없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이한 상황판단이 11․6 총파업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종합하여 상황을 판단하는 민주노총 임원과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각자 다른 긴장감으로 상황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총파업 중단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제1차 투본대표자 회의(제14차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1) …힘있는 간부상경투쟁과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은 승리를 거두었다…단위노조는 사업장 형편에 맞게 가능한 총파업 승리 보고대회 등을 개최한 후 복귀한다. 2) 주5일 관련 노동법 개악안이 완전 철회된 것이 아니므로 더욱 강력한 총파업 투쟁 준비 태세로 들어간다 3) …경제특구법 저지를 위한 강력한 총력체제를 갖추기 위해 6일 국회 앞 간부상경투쟁을 전개하고 7일 전국빈민대회와 10일 전국노동자대회 13일 전국농민대회 등을 통해 강고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한다”(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유덕상)


그러나 한 중앙간부의 표현대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파업을 중단하는 과정에는 현장지도부들의 이번 총파업투쟁의 상에 대한 인식의 공유와 투쟁의지, 조직화의 기반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반영하고 있었다.

이렇게 11월5일 총파업이 중단되면서 민주노총의 간부 중심의 투쟁은 경제특구법 입법 저지로 초점을 맞췄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되고 법사위로 넘어가면서, 민주노총의 여야 당사 항의투쟁 및 국회 앞 농성투쟁은 공권력의 집회대오에 대한 무조건적 연행으로 이번 상황에 대한 주도권이 어디에 기울었는지가 표현되었다. 이미 총파업의 대중적 동력과 지도부의 투쟁의지가 중단된 상황을 정권은 정확히 판단했던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한국노총과 함께 국회 본회 통과 저지를 위하여 양당 지도부 면담 등의 상층활동을 전개했고 14일 본회의로 유보된 상황에서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경제특구법 저지를 대중적으로 표현하고 총파업, 재투쟁을 조직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기조로 노동자대회도 밋밋하게 마무리되었다.

그 후 민주노총 지도부의 ‘바램’과 달리 13일 농민투쟁 역시 10만 이상의 결집대오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조용하게 치러지자, 경제특구법은 곧바로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이제 내년 7월에 모든 규제가 완화된 자본가 세상=경제특구가 부산, 광양, 인천 등을 중심으로 설치될 것이다. 자본과 정권은 경제특구법 제정을 시작으로 근기법 개악을 발판이 마련하게 되었다.

이렇게 민주노총은 4월 2일 총파업 철회에 이어 11월 5일 총파업 도중 하차 과정에서 현장 투쟁동력을 조직하는데 실패했다.

일부는 11월 총파업이 그래도 상반기의 총파업 철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고 의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제특구법을 저지시키지 못했고 그것을 전체적인 노동법 개악 및 노동조건 악화 저지투쟁 속에서 위치 지우지 못했다. 특히 현장 활동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에게 경제특구법이 근기법 개악, 노동시간단축 개악만큼이나 의미 있게 공유되어 있지 못했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전면적 투쟁의지를 가슴으로 느끼고 모아내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서 당위적인 인식과 대중추수주의에 근거한 투쟁의 조직화 과정으로 가면서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주요 지도부조차 조직노동자들이 경제특구와는 일정 거리가 있으므로 자신의 직접적인 문제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투쟁중단의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간으로는 그럴 것이다. 경제특구법의 일차적인 희생자는 미조직-중소-영세-여성 노동자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은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돌아올 것이다.”(민주노총 간부)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경제특구법 철폐투쟁 계획을 논의했으나, 대통령선거 이전에 대통령 거부권행사를 건 총파업투쟁이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 3대 악법 전체를 민주노총 조합원의 투쟁과제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뒤늦은 대응을 했고, 그 결과 이미 국회를 통과한 경제특구법을 폐기시키기 위한 총파업 투쟁계획은 때늦은 무리한 것이었을 것이다.”(중앙간부)


이렇게 총파업이 선언되고 중단되는 과정들을 몇 년간 겪어 왔다.

예전에는 각 노동운동의 경향들이 자신의 활동을 설득 혹은 주장하는 각축장이었던 민주노총과 각 연맹 대의원대회는 이제 준비되고 검토되지도, 그 자리에서 논쟁조차도 뜨겁지 않다.

올 상반기까지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느냐 총력투쟁을 선언하느냐에 따라서 그 지도부의 운동노선과 투쟁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을 선언하게 하는 것 자체가 대중적 정치활동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총파업을 선언해도 그것을 과연 실현시키느냐와 어떤 총파업을 준비-조직했느냐의 측면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현장 활동가들은 올해의 노동운동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자신의 활동에 대한 주체적 평가로부터 현 시기 정세에서의 돌파지점과 공동활동의 고리를 찾아가는 것이 절실하다. 물론 여기에는 노자관계와 노동운동의 전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공적인 노동조합 지도부나 정치조직 활동가들, 그리고 현장활동가들 모두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활동계획을 만들어낼 자원과 근거를 풍부하게 주고받을 지속적, 일상적 현장활동 경로와 전형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뻥파업’을 자꾸 날리고 집행을 번복하는 것은 기본적인 투쟁의지와 노선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중적 아래로부터 견인해낼 요구와 근거가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의 책임은 계급적 노동운동가들에게 있다.


“상반기 투쟁계획을 입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나 역시 국가기간산업 3사의 파업가능성을 현실로 인식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집행부 전체가 그러했다. 연맹․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의 판단이 그러했다. 아니 철도, 발전노조에 보다 깊숙이 결합하고 있던 많은 활동가들로부터 확인한 내용도 대체로 그러했다.… 「산하노조 투쟁 동력진단과 (연맹)총파업투쟁에 대한 판단 현황보고」는 단 한차례도 제대로 보고서가 올라온 적이 없었다. … 민주노총 조직체계 그 어떤 단위에서도 책임 있게 동력을 진단하고 판단하여 보고하는, 그리하여 이를 종합하여 최종 판단하는 기능이 발휘되지 못해 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실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력 문제 이외에도 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조직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장치와 과정이 매우 취약했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는 '감', 주변 인간관계를 통해 논의하며 갖게 된 소신, 회의석상에서의 판단 등만을 갖고 회의할 뿐이다. 활용할 자체 분석보고서, 의견서, 하부에서 올라온 객관적 보고서, 이 모든 것을 종합분석한 보고서를 참고하면서 회의하는 것은 꿈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민주노총 간부)


“실질적 총파업 조직에 좀 더 비중을 둔 사람들은 대중의 역동성에 근거하여 투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지만 역동성 역시 목적의식적인 투쟁조직이 함께 할 때 발휘되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 역시 노동운동 내의 정파적 관계에 근거한 설득과 강제 이상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정파적 관계에 의한 투쟁조직도 그다지 성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기존의 정파적 관계를 최대한 가동하여 밑에서부터 위에까지 공식에서부터 비공식에 이르기까지 총파업 투쟁을 선도하는 역할을 성공하지도 못했고, 이길 외에 정파관계를 뛰어넘는 대중운동 방식으로 투쟁을 조직하지도 못했다. 결국 대중 스스로 이 길을 열어가게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었다.”(민주노총 간부)


2002년 김대중 정권 말기에 정권이 공언한 4개 구조조정을 완성시키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마무리 과정으로서 3대 악법의 제도화가 추진되었다. 특히 98년 경제위기 이후에 경제가 다시 복원되면서 노동계가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창출시키는 방안으로 유력하게 제기해왔던 노동시간단축을 자본의 입맛에 맞게 노동유연화를 확장시키는 방식의 노동시간단축으로 개악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게다가 아예 자본이 자유롭게 착취할 수 있는 구역들을 지정해주는 경제특구법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노동 관련 법 제도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노총 소속의 조직노동자들마저도 노동조합이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 현장 곳곳에서, 그리고 산별노조와 총연맹 단위에서도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총파업, 총력투쟁’ 공수표가 남발하고 있다.

총파업의 경험과 역사에 민주노조운동사에 전무한 것도 아니며 우연적인 것도 아닌데 왜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부는 총파업 공수표를 날리고 있는가?

그것은 그동안 지적해왔던 것처럼 지도자들의 기회주의적 경제주의적 노동조합관과 태도의 문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장지도부의 개량주의화가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의 문제,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을 넘어서지 못한 채 의회주의로 대거 수렴되는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왜곡된 흐름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진 독자적 정치세력화, 계급투쟁의 진전을 꿈꾸는 세력들은 공동의 정치활동을 모색하고 있지만 노조운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 시기에도 의회진출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유일- 유력하다고 보며 투쟁을 활용하는 입장들이 득세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하반기투쟁과 농민, 빈민의 투쟁들이 그러한 결과로 수렴되고 있다.



노동자들간의 경쟁이 서로를 소외․고립시키고 있다

노조운동의 양적 성장은 대의제 체제와 운영의 확장을 낳았다. 노조의 거대화와 성과의 소부르주아적 정치로의 수렴과정은 노동운동의 관료화를 심화시키면서 지도부와 현장은 점점 분리되었다. 90년대 후반 이후로 급증하고 이슈화된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누구나 걸지 않으면 안쳐주는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조직노동자의 투쟁에 장식물이 되기 일쑤였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가 요구로 걸렸지만 정규직이 자신의 현장구조조정과 고용문제로 결합시켜서 투쟁한 경우는 많지 않다. 노조 지도부는 물론이거니와 현장활동가들 조차도 비정규직의 문제를 정규직의 문제로 합치시켜 현장에 설득하고 공세적 대응방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운동의 성장이 연대활동, 공동투쟁의 성장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노조운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노동자정치운동의 성장으로 제대로 끌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여러 수준에서 개량주의의 팽창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분리되고 있다.

이제 노동자들의 소외와 분리는 자본의 직접적인 분리 분열책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잘 나갈 때 내밥그릇 챙기기’식 노동유연화를 극복하지 못하는 노조운동과 대안 속에서 가중되게 되었다.

이는 비정규직 투쟁 문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몇 년간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모색해왔지만 실제적인 노력과 사업이 부족하고 중심적인 사업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비정규직 활동 주체의 문제와 정규직 중심의 사고 및 사업방식에 원인이 있기도 하다.

문제는 비정규직 사업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일부 담당자들만의 고민이 아닌 정규직 전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전조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가야 하는 데 있다. 그러한 일환으로 ‘비정규직 철폐 100만 서명운동’이 설정되었다. 그리고 임단투에서 전조직적으로 비정규직 차별철폐운동을 법개정투쟁까지 전개하는 방안 및 전국적 비정규직과의 공동투쟁 전개 등이 중기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라는 것이 간단치가 않은지라 쟁점화 수준을 넘어선 구체적 실천과 요구 조직화로 나아가는 사회적 정치적 활동의 근거를 확보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비정규직 주체 동력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정규직의 연대투쟁과 공동투쟁 없이는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규직의 비정규직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반기에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사업으로서 대중적 서명운동과 파견법 철폐 및 불법파견 용역 근절투쟁으로서의 여론화 및 국정감사 대응투쟁 등을 기조로 잡았다. 또한 사내하청문제 해결을 위한 실태조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한 활동들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중소영세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불법 부당노동행위 근절 투쟁 및 최저임금투쟁과 지역노조 연대활동 등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지점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중단기적으로는 비정규직과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을 위한 사업으로서 내년 상반기 임단투에서 비정규직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운동이 결합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는 민주노총에서 준비하는 조직가 양성이나 1조직1전략사업설정 등 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이 성공할 수 있는 전형을 창출하고 이를 위한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제대로된 실태조사와 민주노조운동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방향을 근거로 하여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의 구조조정반대투쟁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적극적으로 결합되어 공동투쟁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방향이 필요한 것이다.



2002년 전국투쟁전선-연대투쟁에 대한 불신

노동자 대중운동은 노동조합 수준에서 15년간 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으로도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에 걸맞는, 그리고 그 한계로부터 요구되는 노동자 정치운동은 그 질을 갖추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경제주의적 조합주의에 기반한 개량주의세력의 정치운동만이 성장하고 있다. 권영길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은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의 승리를 대환영하였는데, 룰라의 현 시기 정책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들을 수용하는 기반에 서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노선과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명한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룰라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공약정책을 통해서 △ ‘공공성’ 추구와 경제특구법 폐지 △ 고금리 제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및 노동3권 완전보장 △ WTO협상단에 농민참여 등 지역농업활성화 △ 노점상 생존권 보장 등을 내걸었다.

얼핏보기에는 친노동자적인 정책으로서 다른 후보들, 부르주아 당들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속에는 실제 소외된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뒤집어 보면, 국민이 참여하는 자본주의 경제 발전과 그에 적당히 상응하는 노동권 보장을 내걸면서 노동자들의 한표 정치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조합 대중운동이 성장한 이 국면에서 의회정치와 노조운동을 완전히 분리시켜 ‘노조=경제투쟁, 정당=정치투쟁’으로 역할 지우면서 노동자의 정치운동을 왜곡시켰다. 정치운동이 노조운동에서 배웠는지, 노조운동이 정치운동으로부터 배운 건지 몰라도 서로 편의적, 실용주의적인 사업방식만을 배운 터라 민주노총과 현장지도부들은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성장시키고 미래의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 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교섭의 압박용으로만 한계지어 노동자들의 계급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운동 지도부의 관료화는 현장 지도부의 관료화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후 5시경 국회 앞 파업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산업연맹 지도부는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열었고, 현대차, 기아차, 금속노조 등 주요 투쟁조직의 11․6 총파업 지속여부를 점검했다. 이어 오후 6시경 민주노총 임원․산별연맹대표자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 직전 금속연맹 지도부 대책회의에서는 주요 조직이 11․6 총파업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주노총이 근기법개악, 공무원조합법, 경제특구법 등 3대 악법 저지투쟁을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근기법 개악저지를 중심으로 총파업투쟁이 조직되었기 때문에 11․5 상임위에서 근기법 개악안 통과 유보가 결정된 상황에서 총파업투쟁의 지속은 무리라는 것이었다.

임원․산별대표자회의의 논의는 경제특구법 저지를 위한 11월6일 총파업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와 주요 투쟁조직(금속, 화학)의 결단의 문제로 확인되었다. 금속은 연맹지도부회의 결과 투쟁지속이 어렵다는 것을 보고했다. 금속노조 외에는 근기법 문제를 중심으로 파업결의를 했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였다.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가 결정할 것을 주문 받고 정회를 한 후 상집을 개최했다. 상집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 직대의 직권으로 파업을 결정하고 연맹과 단위노조를 최대한 설득하자는 극소수 의견과 지금까지의 준비정도(경제특구법에 대한 투쟁결의가 미약하고, 13차 중집 결정도 근기법 개악을 중심으로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기로 함)로 볼 때 11․6 총파업투쟁은 어렵다는 절대다수의 의견으로 대립되었다.”(민주노총 간부)


이렇게 총파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세판단과 대중동력을 파악하고 조직하는 의지, 투쟁의 목표에 대한 의식의 차이 등은 노동운동 상층부에서만의 차이라고 할 수 없다. 분명하게 그러한 판단을 하게 하는 근거로서 현장 지도부의 판단과 투쟁에 대한 태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시기 계급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올해 하반기, 노동자와 빈민, 농민들의 투쟁이 집중되었지만, 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전면투쟁을 대선 의회진출 활동으로 축소시켰다. 11월 노동빈 총력투쟁은 총력투쟁을 대선 이후로 기약하는 수준에 그치고 대선 활용 압박론이 득세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활용하자는 한 측면의 시도로서 공투본 모색도 실패했으며, 민중운동의 투쟁과제2)는 노동자와 민중의 좌절을 표현하는 이상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전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철회 방침으로 가라앉게 되자, 이를 틈타고 다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자본과 정권은 탄압과 통제의 칼날을 휘둘렀다.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어떠한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전략을 전면화시키는 데 몰두했다. 특히 노동자 민중운동이 대선으로 활동을 축소시키는 것을 반기면서 생존권투쟁,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외면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노자협조주의 세력들과 손을 잡고 대선으로 쟁점을 제한시키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역시 대선활동을 중심으로 ‘1%가 지지하면 10년을 기다려야 하고 5% 지지율로는 5년을, 15% 지지로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대선 후보의 들러리로 동원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역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있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집중시키는 투쟁전선은 선언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우리의 힘을 대선 투표권 행사로만 제한시키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그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경제특구법 저지 투쟁이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경제특구법 제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대중적 인식의 부족= 현장 지도부의 판단을 근거로 총파업을 중단시키고 간부 중심 투쟁= 대선 투표권으로 우리의 불만을 보여주자는 식으로 대응했다. 11월 전개된 빈민투쟁과 농민투쟁에서도 역시 농민, 빈민의 요구는 민주노동당의 공약과 선거활동으로 전환되었다.

노동자, 농민, 빈민의 생존권 위기에 내몰려 제출된 투쟁과제들은 평화적 활동기조와 의회주의 전술로 인하여 투쟁을 교란시키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러한 지도부의 태도를 보는 현장의 반응이다. 현장에서도 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와 현장활동가 진영은 선거활동에 집중하여 모든 현장의 요구들을 선거 압박용으로 수렴시키고 있다. 특히 투쟁을 중심으로 세우자고 주장하는 현장활동가 진영 역시 자신의 투쟁계획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사안사안에 매몰된 채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조직화과정이 또한 부재했다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민주노조운동 지도부가 특히 97년 노동자 총파업에서의 단계적 투쟁 축소와 대중추수주의적 사업, 말뿐인 총파업 남발, 노자협조주의적 노선의 득세, 사회적 합의주의 전망 제출 등의 개량주의적 세력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전투적 진영에서 비판하고 노동운동의 혁신 및 독자적 정치세력화 등을 과제 및 전망으로 제출했던 과거가 있다. 그런데 지금, 올해의 상황은 개량주의적 노동운동의 확산을 뻔히 보면서도 돌파지점들을 전면적으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혁신과 투쟁과제를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민주노조운동 15년간 노조민주화가 일반화되고, 현장조직운동이 일반화되었고 총파업이 어떻게든 복원되었지만, 실제로 검증될 투쟁, 활동은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한편에서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가 탄압의 수준을 넘어서 노동시장 유연화에 맞추어 전면적인 임금노동 관리전략의 측면으로 전국화, 세계화되는 것에 대한 대응의 측면과 함께 주체적으로도 개량주의 세력의 득세라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조직노동자, 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안이 투쟁의 조직화 측면으로 공세적으로 구상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 전투적 계급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노동운동 세력에게 역시 봉착해 있는 한계인 것이다.

올해는 투쟁하는 노동자가 선거투쟁을 하는 노동자로 축소되었고 그나마도 수그리고 있는 노동자가 태반이다. ‘노동법 개악저지와 노동탄압분쇄’라는 슬로건은 일반화되었으되, 그에 걸맞는 공세적 투쟁계획과 집행은 부재하다.

여러 수준의 정치세력, 정치운동조직이 생겨나고 양적으로도 확대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대중적 정치활동은 축소, 왜곡되었다.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세력들 역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지만 또한 공동의 투쟁으로 결집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노조와 현장노동자들의 주도권이 이미 상당히 사라졌고 개별화되어 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97, 98년 경제위기―99년 경제활황에 따른 임금인상으로의 보상요구―99년 이후 일상화된 구조조정의 현장 전면적용 및 신경영전략, 기업문화의 전면적 확산―민주노총의 총파업 공수표 남발―노동운동의 위기를 노자협조주의적 개량주의 노선과 조직규모의 확대로 돌파하려는 관료주의의 성장 등 암울한 주․객관적 변화를 겪고 있다. 게다가 현장을 벗어나는 순간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국가 경쟁력 이데올로기가 이전의 반공이데올로기를 대체하여 노동자 민중의 의식을 통제하고 있다. 노동자로서 농민으로서 빈민으로서 민중으로서 겪는 생활고는 한편에서의 몰아주기식 능력주의적 보상제도로써 의식적으로 억눌리고 있다.

이로써 이제 노동자와 농민, 빈민과 전민중의 삶은 신자유주의 반대, 생존권 쟁취라는 계급적 요구를 공동의 투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민중연대투쟁전선은 민중연대라는 조직적 틀과 여러 사안별 공동투쟁단위로서 모색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공동투쟁, 연대투쟁전선이 더욱 현실적으로 공세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노조운동이 기업별 노조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투쟁과 조직전환 등을 모색하고 있으며 농민과 빈민의 투쟁이 대규모로 조직되는 것이 그러하고 현장활동가들과 현장조직운동이 여러 수준에서 지역과 개별 활동가들 수준으로 조직화가 모색되는 것이 그러하다.


특히 노동운동 상층 지도부가 판단하고 노동운동을 훼손시키는 결정과 집행을 하는데 그 동안은 이를 비판하고 불신임투쟁과 부결투쟁을 통해서 투쟁을 재조직하도록 촉구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는데 큰 몫을 했던 것이 바로 현장조직운동이었다. 그러나 현장조직운동 역시 97, 98년의 왕성한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통한 현장동력 구축과 계급적 노동운동의 발전이라는 대의를 구체적인 현장실천으로 실현시키고 검증해가는 과정, 전국화의 과정에서 일정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 ‘대중적 현장 정치활동’의 필요성, ‘정치세력화와 현장조직활동’ 등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준비해 갈 것인가와 현실에서의 집행부활동, 노조활동에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노자협조주의적, 체제 내적 노조운동론자들과 차별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현장조직운동과 현장활동가들이 무기력한 상황은 정치운동의 위기지점과 함께, 이를 다른 접근으로 극복해가고자 하는 전국적, 연대활동의 자신감이 삭감된 탓이기도 하다. 현장조직운동이 정치운동과의 관계 및 자신의 역할 과제를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활동을 하지 못한 현실과 함께, 예전에 현장활동, 전국활동에서의 배울 점들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는 법제도적 정비과정과 함께 현장으로 직접 실현되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사안들은 곧바로 노동운동 전체의 대응 과제이기도 하다. 현장의 사안은 생사가 걸린 급박한 판단과 행동지침이 필요한 것들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현안문제들을 공동의 과제로 적극적으로 제출하여 지역과 전국적인 사안으로 만들어내는 공유과정과 실천과정이 필요한데 예전에는 조직되었던 이러한 과정들이 관성화되고 각 정파, 경향별로 재단되어 끼리끼리의 활동작풍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방식의 위기, 문제점을 산별노조 건설과 의회정치만으로 돌파하려고 하는 것이 노조운동 내에서는 거의 유일한 과제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가 기업별 노조의식을 극복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차별을 해소시키는 운동으로서 산별정신을 가진다면 그것은 당장에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생존권 투쟁, 구조조정 저지투쟁과 공권력의 탄압에 대한 저항들을 대중적 전국전선으로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다. 상층 정치나 협상으로는 전혀 해결되지도 않는 문제들을 각 투쟁에 대한 지지 지원형태가 아닌 위력적인 동맹파업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전국적인 공동투쟁의 경험이 우리에게 없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실제 자본가, 정권에게 타격을 가하는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이 존재해왔고, 이러한 전국적 투쟁전선을 복원시켜야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일상적이며 지속적인 실제 민중연대투쟁의 질서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연대도 좋고 공동활동도 좋고, 민중연대도 좋고, 모두 좋다는 식으로 나열하는 것으로는 실제 복원될 수도 만들어질 수도 없다.

오히려 그러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현장에서의 노동자 주도권 확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현장 노동자들의 통제권 확보는 선언하고 협상하여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현장의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올바른 노선을 설정한다고 해서, 투쟁과제를 힘있게 선언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가는 투쟁정신과 그러한 활동주체의 형성, 강화가 현장활동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책임지는 행동과 그 성과를 대중적으로 확장시키는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투쟁 과제를 선언하면 그것을 실현시키는 전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집행할 지도부의 의지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 현장의 노자관계는 오늘 요구되는 행동과 결단을 내일로 미룬다고 해결되거나 연기 가능한 것들이 아니다. 현장은 전쟁이다. 오늘 결단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은 오늘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전국적 투쟁과정에서 지도부의 실수가 얼마나 많은 패배와 영향을 미치는 지는 여러 과정들에서 경험했다. 그리고 그러한 지도부의 실수와 왜곡된 결단을 뒷받침하는 것을 중에는 현장 지도부의 자신감 결여와 개량주의적 노선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부터 현실의 문제들을 돌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이제 투쟁과제를 몰라서 투쟁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투쟁과제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걸리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공유하고 모범을 창출할 수 있는 과정이 조직되어야 한다.

또한 어떤 현장투쟁이건, 총파업투쟁이건, 사업장 단위의 투쟁이건 우리에게 비어있는 지점은 투쟁을 책임 있게 집행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 투쟁이 자본주의사회체제 아래에서 항상 성공할 수도 없지만 그 투쟁의 함의를 제대로 짚어내고 한계를 제대로 된 이후 활동과제로 생산적으로 계획하는 지점이 우리의 활동 속에서 주요하게 배치되어 있지 못하다. 매번 반복되는 한계와 과제가 그 다음 투쟁조직화와 일상적 준비, 활동과정에서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자기 사람 남기기 식으로 활동하는 것, 이 투쟁은 패배해도 내 사람은 남기고 보자는 식의 종파적 활동이 현시기 전국적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하는데 많은 해악이 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활동이라는 이름 하에 정당화되고 있다.

제대로 된 평가와 검증 과정만이 좀더 진전된 지도력 구축과 대중투쟁의 전형을 남길 수 있다. 그 속에서 제출되는 과제만이 올바른 노동운동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내년 임시국회를 앞둔 상반기 투쟁이 또한 예고되고 있다. ‘근기법개악 저지, 특구법 폐지, 사유화 중단, 공무원노조법 저지’의 총파업투쟁은 더욱 어려운 조건 속에서 조직화될 것이다. 자본가 정권은 항상 그러했지만 대선이 끝나면 더욱 전면적인 신자유주의적 법제도 정비를 통해서 현장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가 총력투쟁으로 저지할 때마다 기회를 노릴 것이다. 그러한 방안 중에 하나로 노동운동 개량주의세력의 이용과 협력이 유력해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대응 역시 조직형식적 돌파구가 아닌 총체적인 인식과 대응과정을 갖춰나가야 한다.

한편 노동운동과 현장 혁신은 현장활동가들의 노동운동에 대한 전망과 확신을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대중적 정치활동에 대한 자신감, 제대로된 투쟁의 전형을 창출하는 것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만이 노동운동 내부의 확인된 불신과 확인되지 않은 불신까지도 투쟁을 통한 검증으로 대중적 투쟁기획과 집행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서 더욱 강조되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투쟁의 힘은 노동운동의 전망과 반자본주의 투쟁에 대한 확신이라는 지도부의 의지가 없이 빛을 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도부의 투쟁 의지는 있는데 대중동력이 없다며 파업을 철회하는 지도부의 대중추수주의 역시 노동운동의 원칙에서 용인될 수 없다. 현실 조건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와 형식에만 매달려서 풀어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 공공사업장을 비롯한 투쟁에 대한 직권중재나 불법파업 이데올로기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특히 파업 비용 없이도 교섭이 진전되는 비용과 경쟁력 주의에 입각한 노자관계론은 노동자계급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임시방편적으로도 활용되기 어렵다. 지도부가 어용이면 어떻게 현장의 힘으로 내릴 것인가, 그리고 대의원들이 어용이라면 대의원구조에 의존하지 않는 노조활동, 현장활동 등이 고민되어야 한다. 오히려 어려운 현실 조건들을 더욱 공세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확고한 지도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동맹파업을 설정하고 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저지, 노동탄압 분쇄, 노동법 개악 저지, 전국 노동자 총파업’의 깃발은 더욱 힘차게 나부껴야 한다. 

한/노/정/연


1) 99년 10월 노사정위원회(경제사회소위)에서 비정규직 문제 논의과제로 하여 01년까지 논의를 통해서 02년 5월 1차 합의를 했다. 그 내용은 1년 이상 근무하는 장기계약직 노동자를 통계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실태를 왜곡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보다는 4대 보험과 감독 강화 등으로 시혜적인 수준이다. 또한 6월 중순 이후 2차 합의를 통한 기간제,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유형별 대책을 발표하려 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합법화시키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2) 전국민중연대(준)에서 제출한 민중 10대 요구는 다음과 같다.

2) 전국민중연대(준)에서 제출한 민중 10대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WTO 쌀 수입 개방 반대, 식량주권 사수! 한, 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반대!

   (1) WTO 쌀 수입 개방 반대, 식량주권 사수! 한, 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반대!

   (2) 경제특구법 폐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차별 철폐!

   (2) 경제특구법 폐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차별 철폐!

   (3) 철도, 가스, 발전, 배전 등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해외매각 저지와 공공성 확대!

   (3) 철도, 가스, 발전, 배전 등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해외매각 저지와 공공성 확대!

   (4)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과 합법화! 공무원, 교수 노동3권 보장!

   (4)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과 합법화! 공무원, 교수 노동3권 보장!

   (5) 영세노점상 단속중단! 철거민에 대한 강제 철거 중단! 빈민생존권 보장!

   (5) 영세노점상 단속중단! 철거민에 대한 강제 철거 중단! 빈민생존권 보장!

   (6) 중소, 영세, 비정규 노동자 희생 없는 주5일제 쟁취!

   (6) 중소, 영세, 비정규 노동자 희생 없는 주5일제 쟁취!

   (7) WTO 교육개방 반대! 의료 공공성 쟁취! 사회보험 사유화 저지!

   (7) WTO 교육개방 반대! 의료 공공성 쟁취! 사회보험 사유화 저지!

   (8)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 이주노동자 추방반대, 연수제 철폐, 노동허가제 실시!

   (8)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 이주노동자 추방반대, 연수제 철폐, 노동허가제 실시!

   (9) 국가보안법 폐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이적규정 저지! 범민련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

   (9) 국가보안법 폐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이적규정 저지! 범민련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

   (10) 미선이 효순이 압살, 전쟁책동 미국반대! SOFA개정! 주한미군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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