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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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투쟁과제를 점검한다(2)

96년 상반기 투쟁전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자본과 노동 양 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 시대라는 변화된 조건에서 자본과 노동은 어떠한 내용과 형식으로 대립할 것인가? 노동운동 진영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미래를?에서는 상반기 투쟁과제를 기획특집 수준에서 점검하기로 하였다. 그 두번째로 임금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하였다. 3년만에 다시 부활한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 그 배경과 논리구조, 확대되는 기업별 임금격차의 현황과 그 대응을 다루었다. 5월호에는 각 투쟁주체별 현황을 점검할 에정이다.

?????????????????????????????????????????????????????????? 96년 정부의 국민경제노동생산성 임금논리 비판?권혜자 ??????????????????????????????????????????????????????? 노동조합의 임금정책 -기업별 임금격차 문제를 중심으로-?황덕순 ???????????????????????????????????????????????????????

특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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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정부의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임금논리 비판

권 혜 자 (정책사업위원,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석사)¹⁾

1. 1996년 정부의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임금논리

정부는 1995년에 이어 1996년에도 공익연구단의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에 따른 적정 임금인상률을 임금지도지침으로 수용하여 제시하고 있다. 1993년과 1994년은 노-경총의 중앙단위 사회적 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였으나, 1995년과 1996년에는 노총이 사회적 합의를 거부함에 따라 정부는 공익연구단의 적정협약 임금인상률을 준거로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1993년과 1994년의 노-경총 사회적 합의가 1990년대 들어서 정부가 사회적 합의의 이름을 빌어 임금억제를 시도한 것이라면, 공익연구단을 앞세운 1995년 이후의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도 임금억제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익연구단의 제시안인 9%는 올해 국민경제의 노동생산성이 증가한 만큼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공익연구단이 제시하고 있는 임금교섭시의 임금인상률은 6.6%이다. 이러한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근거는 명목상으로는 봄철의 임금타결률과 연말의 실제 임금상승률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임금인상률은 춘계 임금교섭을 고려한 것이므로, 정부의 실질적인 임금가이드라인도 6.6%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제 정부의 6.6%가 생계비 논리에 의거한 노동측의 임금가이드라인(노총 12.2%, 민주노총 14.8%)과 경총의 4.8% 사이에 어느 쪽에 더 근접하고 있는 가는 분명해진다. 실제로 경총의 4.8%는 공익연구단의 제시안보다 뒤늦게 발표되었으며, 공익연구단의 계산식에서 자본기여도를 더 공제했을 뿐이므로 공익연구단의 인상률에 큰 영향을 받은 셈이다.

1996년 현재에도 ‘공익’은 1,200만 임금노동자의 편에 서있지 않다는 사실을 단순히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의 수치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성은 오랜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지나친 통제 때문에 아직도 자율적 노사관계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자율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임금억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부의 임금억제 가이드라인의 철폐를 요구하는 것이 ‘공익’에 접근하는 길일 것이다.

2. 국민경제생산성 임금논리의 배경과 근거

국민경제생산성에 따른 임금인상 논리의 핵심은 명목임금 상승률을 국민경제생산성의 증가율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상승률을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의 증가율 이내로 억제하게 되면, 임금이 상승해도 물가상승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즉, 공익연구단의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에 따른 임금논리는 명목임금 인상률 = 국민경제 실질 노동생산성 증가율+물가상승률이므로, 물가상승률 = 명목임금 인상률 - 국민경제 실질 노동생산성 증가율 ≦ 0이 되도록 하여, 임금억제를 통해 물가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논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에서 명목임금 상승이 노동생산성 증가보다 클 경우, 명목임금의 상승은 그대로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임금을 인상해도 실질임금이 악화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증대되어 국제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민경제성장을 고려한 생산성 임금제의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경총과 정부측에서는 70년대 초반부터 생산성 임금제를 주장해 왔으나, 1995년에는 일군의 노동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중립적인’ 임금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공익연구단의 ‘중립적인 임금안’은 1989년 경총의 임금인상률 제시안과 동일하며²⁾, 1974년 석유위기 이후 일경련이 제시했던 생산성 기준원리와 동일한 내용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생산성 기준원리가 제시된 것은 일경련이 노동문제연구위원회의 보고(1959년)를 받아들이면서였다. 그 내용은 전국의 평균적인 임금상승률을 실질 경제성장률에서 취업자증가율을 공제한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의 범위내에서 결정하자는 것으로, 우리 나라의 공익연구단의 제안과 동일하다. 그러나 일본의 생산성 기준원리가 노사정 모두의 임금정책으로 자리잡게 된 계기는 석유위기라는 해외요인 때문에 발생한 광란적인 물가를 억제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석유위기로 인해 1974년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20.9%에 달하자 노동조합은 39.9%의 임금인상을 요구하여 32.9%의 임금인상을 획득하였다. 이러한 높은 임금인상률이 정착될 것을 우려한 일경련과 정부는 물가억제를 이유로 생산성논리에 의한 임금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고, IMF-JC를 비롯한 일부 민간 대기업 노조가 이에 합세하여 임금자제론을 주장하게 되면서, 일본의 노동조합운동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일본에서와 같이, 정부의 임금억제정책은 전시체제나 국제 경제환경의 악화로 대외경쟁력이 약화된 경우, 혹은 노조의 교섭력이 강화되어 임금상승 압박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만 단기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왜냐하면 임금억제정책은 장기적으로 경제현상의 불확실성, 행정비용 증대 등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그에 따라 계층간 소득격차의 심화 및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민경제 생산성에 따른 임금억제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물가상승률이 생산성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는가에 대해 분명한 근거가 필요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임금 및 물가의 상호관계는 노사간의 주된 논란이었으나, 이와 관계된 연구들은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물가상승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물가상승 요인은 통화량 증대 및 수입물가의 상승, 독과점기업의 가격전가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음에서는 임금상승이 과연 노동생산성 증가를 상회하고 있는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가를 검토할 것이다.

첫째, 문제를 검토하기 위하여 노동자의 실질임금 증가율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추이를 비교해 보자. 노동자에게는 임금이 곧 생활비이기 때문에, 임금으로 어느 만큼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가, 즉, 임금의 구매력이 주된 관심사이다. 이를 표현하는 것이 실질임금인데, 이는 명목임금 상승률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나눈 것이다. <표 1>을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실질임금의 변화가 노동생산성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농전산업의 경우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이 14.5%로 가장 높았던 1989년을 제외하면, 실질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1987년, 1988년, 1989년의 3개년 동안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넘었으나, 1990년 이후로는 노동생산성상승률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이후에는 실질임금이 둔화되고 있으며 여전히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표 1> 제조업 임금과 노동생산성의 연도별 추이        (단위: 원, %)

연  도	명목임금	실질임금	소비자물가	노동생산성
				물적	부가가치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9.2  11.6 19.6 25.1 20.2 16.9 15.7 10.9	8.3 11.6 18.3 10.7 6.9 8.9 6.1 -	2.7 3.0 7.1 5.7 8.6 9.3 6.2 4.8	9.2 8.1 10.5 7.2 12.5 14.0 10.9 7.8	6.8 7.8 10.1 7.2 11.4 12.8 10.0 8.7

주 1)90년 평균=100.0

2)실질임금은 명목임금/소비자물가*100으로 재계산.

3)노동생산성은 한국생산성본부의 전체종사원 불변가격기준임.

자료: 한국노동통계연감 1994

둘째, 정부는 지나친 임금상승으로 인하여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여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상승 이내로 임금을 억제할 것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임금상승 요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하며 기업의 설비투자, 기술개발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표 2>는 우리 나라의 인건비 상승이 국제경쟁력 약화의 원인인가를 보기 위하여 시간당 노동비용을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1990년 3.71달러에서 1993년 5.37달러로 높아져, 대만 및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표 3>을 보면 우리 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이 일본이나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우리 나라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대만 및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두 나라와 비교할 때 대단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급속한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임금상승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더욱이 우리 나라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은 1990년대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표 4>는 사업체 노동비용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데, 노동비용 총액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1991년 23.9%에서 1993년 13.3%로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비용의 축소는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나라의 인건비 상승이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리는 현실과 부합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 2> 각국의 시간당 노동비용의 추이(제조업 생산직)    (단위: us. $)

	1990	1991	1992	1993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12.80    3.71    3.95    3.20    3.78	14.66    4.46     4.39     3.58     4.35	16.28    4.93     5.13     3.92     4.95	19.20 5.37 5.37 4.31 5.38

주: 독일은 구서독지역

자료: 미국노동성 ｢Dairy Labor Report JULY 19 1994』,『해외노동백서』

<표 3> 아시아 각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비교            (단위: %)

	1992	1993	1994	1995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5.4      10.7     4.0      2.6	-1.4      7.0      3.7      6.7	2.9 7.6 4.0 5.3	8.0 12.6 9.1 2.8

주: 1995년 1/4분기 자료임.

자료: IMF, 국제금융통계(IFS), 각국 통계월보

통계청, 계간 국제통계 1995년 9월호에서 재인용 

<표 4> 사업체 노동비용의 추이                    (단위: %, 1,000원)

	1991	1992	1993
노동비용총액 현금급여 현금급여외 비용	1,012 (23.9)   781 (17.1)   230 (54.5)	1,180 (16.6)     891 (14.0)     289 (25.3)	1,337 (13.3) 989 (11.0) 348 (20.4)

주: 조사대상은 비농림 전 산업의 상용근로자 30인 이상임.

(   ) 안은 전년대비 상승률

자료: 노동부,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 1994년호.

3. 생산성 임금논리의 전제가 마련되어 있는가?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확대되면서 노동조합의 생계비 논리에 의거한 임금수준의 결정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실정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임금노동자들은 임금수준과 생계비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서 현실적으로 생계비에 의거한 임금요구를 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이미 임금수준이 생계비수준을 상회하기 때문에 생계비수준에 의거한 임금결정이 무의미한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노총이나 민주노총이 생계비 조사에 의거하여 제시한 임금수준을 넘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업체 노조에서는 최근 생산성 임금논리에 의거한 임금인상률 결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산성 임금논리는 두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생산성 임금논리는 경쟁시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독과점적 시장구조에서는 성립할 수 없으며, 다른 한편으로 노동분배율을 고정시켜 소득분배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생산성 임금논리는 생산물 시장이 경쟁적일 것을 전제로 한다. 생산성 임금제의 기본전제는 임금=노동의 한계수입(추가로 노동자를 고용했을 때 발생하는 수입)과 같다는 것이다. 노동의 한계수입은 가격×노동의 한계생산물(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했을 때 늘어나는 생산물)이므로, 임금변화율은 가격(물가)변화율+노동생산성 변화율이 된다. 이 산식에서는 가격변화율이 0일 때에만 임금변화율이 노동생산성 변화율과 일치한다. 그러나 생산물 시장이 경쟁적이지 않고 독점화되어 있다면 독과점기업은 가격조작을 통하여 초과이윤을 확보하고, 그 일부를 독과점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을 촉진과 동시에 임금상승률을 연동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정책 만이 아니라, 독과점기업의 가격전가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비독과점업체 및 저임금업체에 대한 산업구조 조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공익연구단의 제안대로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명목임금 상승률을 묶어놓는다고 해서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의 초과이윤은 모두 독과점기업으로 흡수될 것이며,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불능력의 격차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성 임금논리는 현재의 노동소득분배율³⁾의 고정을 전제로 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총부가가치액에 대한 임금총액의 비중이므로, 노동자 일인당 임금=(부가가치/노동자수)×노동분배율로 표현될 수 있다. 임금상승률은 (부가가치증가율-근로자수증가율)+노동분배율증가율이므로, 다시 말하면 임금상승률은 부가가치노동생산성 상승률+노동분배율 증가율이 된다. 생산성 임금논리는 임금을 노동생산성만큼 받자는 것이므로 이경우 노동분배율 변화율은 0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자는 생산성 임금논리 하에서 더 많은 임금을 얻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협력하지만, 자본과 노동의 분배몫의 비율은 해가 넘어가도 현재의 수준으로 고정되어 버린다.

<표 5>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

연도	GDP 중 피용자보수	노동소득 분배율	임금근로자 중 취업자 비중	임금패리티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39.4 40.5 41.9 44.5 45.5 47.0 47.4 46.9 46.5	50.0 51.6 53.4 56.6 58.2 59.4 60.2 59.7 59.6	54.0 56.2 57.0 59.2 62.4 61.0 61.0 61.0 62.0	92.6 91.8 93.7 95.6 93.3 97.4 98.7 97.8 96.1

주: 노동소득분배율 = 피용자소득/국내요소소득

임금패리티 = 노동소득분배율/(임금근로자/취업자)

자료: 한국은행,『국민계정』, 1995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연보』, 1994

1992년 현재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분배율은 60.2%로 선진국의 노동분배율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의 1975년 수준으로 약 20여년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표 5>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노동분배율은 1992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임금노동자의 상대적 지위를 나타내는 임금패리티⁴⁾도 1992년을 정점으로 저하되고 있어, 노동소득분배율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생계비수준보다 임금수준이 높은 노동조합의 경우 생산성 임금논리에 의한 임금요구수준을 결정할 때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4. 국민경제생산성 임금논리 산식의 문제

공익연구단은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임금제의 산식에서 노동생산성의 산출량으로 GDP성장률을 사용하고, 투입량으로는 취업자 증가율을 사용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단위 노동투입량에 대한 산출량을 의미하는데, 어떤 투입량과 산출량 지표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을 측정할 때 산출량의 지표로 국내총생산(GDP)을 사용하는 것은 공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임금가이드라인의 산정방식에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GDP는 국내에서 생산된 총부가가치로서, 요소소득의 발생에 따라 피용자보수+영업잉여+자본소비+순간접세(간접세-보조금)로 구성된다. 따라서 GDP에는 임금노동자가 생산해 낸 부가가치뿐만 아니라 고용주, 자영업자, 무급가족 종사자 등이 생산해 낸 부가가치도 포함되므로, 이를 임금가이드라인의 산정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영업자, 무급가족 종사자들의 생산성이 낮은 경우 GDP개념을 임금결정의 지표에 사용하게 되면 그렇게 결정된 임금수준은 실제 임금노동자의 노동생산성 상승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투입량의 경우에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취업자개념에는 임금근로자 뿐만 아니라 고용주, 자영업자, 무급가족 종사자 등이 포함되므로, 임금인상률의 준거로서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정인수(1992)도 노동생산성 추계시에 경제활동인구상의 취업자개념을 노동투입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용목적이 임금과의 관계가 아니고, 국제간의 노동생산성 비교나 한 국가의 노동생산성 변화의 추이를 실업이나 노동이동 등과 연결시켜 시계열상으로 또한 대분류로 볼 때’로 한정되어야 함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공익연구단은 산식에서 물가지표로 GDP 디플레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환산하기 위한 지수이다. 따라서 실질 GDP를 구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각각 고려하여 실질GDP를 구하고, 이로써 명목 GDP를 나누어 종합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를 얻게 된다. <표 6>은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과 소비자물가의 증가율의 차이를 보여준다. GDP 디플레이터는 생산자물가보다는 소비자물가에 근접하는 경향이 있으나, 1991년을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표 6>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추이  (단위: %)

	1990	1991	1992	1993	19941)
GDP디플레이터상승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생산자물가상승률	6.4 8.6 4.2	10.2 9.3 4.7	5.6 6.2 2.2	3.7 4.8 1.5	5.0 6.2 2.7

주: 1994년은 상반기 자료임.

자료: 김재원, 「95년도 임금결정방법과 인상수준｣ 1995, 53쪽

그러나 임금수준을 결정할 때에는 노동자의 생계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공익연구단은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의 산출량 지표로 GDP 디플레이터를 사용하면서 이것이 소비자물가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의 실질임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선, 1995년). 그러나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만큼 생계비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의 변동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

결국 GDP와 GDP 디플레이터를 사용한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임금제는 현재 노동자의 생계비수준과 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즉 어떠한 물가지수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있어서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표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 임금부상률 공제에 대하여

공익연구단은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에 따라 적정 ‘실제임금’ 인상률을 9%로 제시하고 있으나,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임금부상분’을 고려하여 이를 제외한 6.6%를 임금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년 봄철의 타결임금은 ‘학력, 호봉 및 직급, 직종 등 근로자의 인적속성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임금부상으로 인하여’ 연말의 실제임금 상승률과 차이가 나게 되는데, 공익연구단은 이러한 차이를 좁히기 위해 임금부상분을 임금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임금부상(wage drift)이란 산별 노동조합체제 하에서 교섭을 통해 결정된 협약임금과 노동자가 실제로 받는 임금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산업별 노동조합체제 하에서 협약임금 인상률은 노사간의 전국적, 지역적 단체교섭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전국적, 지역적 의미에서의 임금인상률이므로, 개별기업에서는 이를 기초로 작업의 난이도에 따른 임금, 특수작업수당, 보너스제도 등을 결정한다. 따라서 협약임금인상률은 원칙적으로 최저 임금인상률이며,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실제 임금인상률은 이를 상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익연구단은 임금부상의 의미를 봄철 임금교섭시 타결된 임금인상률과 연말에 실제로 인상된 임금인상률간의 차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공익연구단은 임금부상률을 ① 근속년수 증대에 따른 임금부상 0.4%, ② 특별급여 증가에 따른 임금부상 1.2%, ③ 사무직 비중 증가에 따른 임금부상 0.8%를 합하여 2.4%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 노동자의 근속년수의 증대는 국민경제 노동생산성의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공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노동자구성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노동자의 근속년수 증대에 따른 임금상승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년 모든 기업에서 자연승급이 있더라도 입직자와 퇴직자가 같다면 전체적으로 근속년수의 증대로 인한 임금상승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금부상은 정부의 한자리수 임금억제 정책의 결과로 개별기업에서 임금인상의 결과를 실제보다 낮추어 허위보고하거나, 변동적 수당의 설치 및 사후 성과배분을 통해 발생하게 된 현상이다. 개별기업의 자율적 임금교섭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임금억제 정책이 없다면 이로 인한 임금부상도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급여 증가에 따른 임금부상을 임금인상률에서 제외하는 것은 기업의 허위보고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즉 기업은 형식적으로는 그 해의 임금타결률을 공익연구단의 임금가이드라인에 맞추지만 실제로는 사후 성과배분을 통하여 임금인상률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공익연구단이 제시하고 있는 성과배분제도의 권장이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임금부상을 높이고, 생산성과 무관하게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무직 비중 증가에 따른 임금부상은 고용구조 변화에 따른 임금부상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경험적 연구가 뒷받침된다 할 지라도 고용조정에 의한 임금부상분이 1996년에 (+)일지 (-)일지는 알 수 없다. 저임금부문에서 고임금부문으로 노동력 구성이 변화할 경우에는 고용조정에 의한 임금부상이 (+)이므로 노동생산성에서 공제해야 하지만, 노동력구성이 고임금부문에서 저임금부문으로 변화할 경우에는 임금부상이 (-)이므로 노동생산성에 가산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1996년도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전망치인 9%에 이러한 고용조정분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만약 국민경제 노동생산성 전망치 9%가 1996년의 고용조정 전망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면 여기에서 고용조정에 의한 임금부상분을 공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

6. 맺음말

공익연구단의 국민경제생산성 임금논리는 노동생산성의 향상만큼 임금을 인상한다는 것으로서, 그 논리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적용에 있어서는 임금억제 정책으로 기능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생산성 임금논리가 현재 일부 노동조합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이유는 생계비 논리에 의거한 노동조합의 일괄적 임금요구 수준이 그것을 상회하는 상대적 고임금 기업의 요구안으로서 설득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생계비 수준보다 임금수준이 낮은 기업에서는 생계비 수준과의 지나친 격차 때문에 이에 의거한 임금 요구안을 내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노동조합운동은 생계비 논리를 견지하면서도 상대적 고임금 기업과 저임금 기업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임금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는 산업별 생산성의 차이 및 지불능력의 차이와 인적 자본의 차이, 또한 동일한 일에 대한 불합리한 임금차별 등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동일한 일에 대한 불합리한 임금차별은 독점적 산업구조에 기인하는 바가 크므로, 독점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개혁투쟁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일한 산업내에서 임금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즉 노동조합운동은 산업별 차이를 고려하여 산업별 생계비를 작성하고, 그에 의거하여 임금요구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때 산업별로 최저생계비와 표준생계비를 동시에 각각 산출함으로써 저임금 기업에 대해서는 최저생계비에 의거한 임금 요구안을 적용하고, 임금수준이 최저생계비를 상회하는 기업에 있어서는 표준생계비를 준거로 작성한 임금 요구안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임금정책은 노동자 연대라는 대원칙 아래서 산별노조 건설의 일환으로써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