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자본주의 경제의 오늘
오늘날 세계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신자유주의의 악순환에 빠진 한국경제
Ⅱ. 노동자계급과 노동운동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대하여
-기회주의적 사회민주주의 정당-
최근 민주노총의 행보에 대한 비판
지난 6월호에는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제와 정치를 다룹니다.
경제는 첫째 글에서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경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두 번째 글에서 한국경제를
분석합니다. 현시기 세계경제를 70년대 초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장기적 침체국면의 연속선상에서 역사적으로
이해해야 함을 서술합니다. 거시경제적 수치상으로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을
주장하고, 여기에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위기가
맞물리며 심각한 세계경제위기가 조만간 닥칠 것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가 그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서술합니다. 노동과 자본간, 독점자본과
중소자본 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노동자계급의
빈곤은 내수침체를 초래해 자본의 운동자체를 제약하고 있음을
서술합니다.
정치는 현재 노동자계급운동의 두 주체인 민주동당과 민주노총이
개량주의로 사회적 합의주의로 경사되고 있음을
비판합니다. |
Ⅰ.
자본주의 경제의 오늘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1. 들어가는 말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변수(국민 총생산, 물가 등)들의 증가율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월별, 분기별, 연도별 국민
총생산은 상승하거나 하강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
변수의 변화 추이만으로는 세계 경제의 전체적인 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통계 수치들은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질적인
측면을 보여 주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변화의 특징을
포착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시각에서 세계 경제의 변화를 포착하고 질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1970년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는
저성장, 저생산성, 저임금, 고실업의 상태에 빠져 있으며 과잉
생산, 과잉 설비, 자본 축적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또한 세계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끊임없는 경제 공황에 시달리며 점점 더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의 변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체제 변환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로
자본 축적에 어려움을 감수하던 자본의 대응은 노동에 대한 공세
강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구호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개입의 강화, 자본의 초국적화로 상징되는
세계화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대응이 자본 축적을 원활하게 하고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불균등
발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장기 침체와 끊임없는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으며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의 상황들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을 더욱 증폭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침략 전쟁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을 고조시켰으며 유가 급등,
미국 재정 적자의 확대와 같은 악재를 양산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금융 부실과 성장 잠재력의 소진도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강화하고 있는 요인이다. 결국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의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 세계 자본주의, 장기 침체는 계속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역사상 유례없는 대호황을
누렸다. 연평균 국내 총생산 성장률은 1820~70년 1.0%,
1870~1913년 2.1%, 1913~50년 1.9%이었지만 1950~73년 4.9%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자본 축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이윤율은 선진국 제조업 전체에서 1965년 29.1%, 1973년 21.9%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에 36.4%, 22.0%,
유럽의 경우, 1960년 21.5%, 1973년 15.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자본주의의 ‘황금기(Golden Age)’라 불리는 이
시기는 인류역사상 어떤 시기보다도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냈고
생산성의 증가와 실질임금의 증가로 인해 대량의 소비를
가능하게 하여 자본주의 번영의 시기로 기록되었다(Amstrong et
al. 1993).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이윤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1973년 10월의 중동 전쟁으로
발생한 ‘석유 위기’와 1974년 여름에 발생한 세계적 공황으로
전후의 황금기는 갑작스럽고 고통스럽게 종말을 고하였다.
<그림 1>을 보면, 1970년대 미국과 유럽의 이윤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하락 경향은
1980년대에도 이어졌고 1990년대 들어 약간 상승하기는 했지만
황금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자본 축적의 중요한 변수인 이윤율 하락은 주요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이 저성장, 저생산성, 저임금, 고실업의 상태에
빠져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미국의 국민총생산 성장률은
1960~73년 4.0%, 1973~79년 2.6%, 1979~90년 2.4%, 1990~96년
2.1%였다. 일본의 국민 총생산 성장률은 같은 기간 9.2%, 3.5%,
3.9%, 1.6%를 기록했으며 독일의 경우도 4.3%, 2.8%, 2.55%,
1.6%를 기록하였다. 또한 1970년대 이후의 저성장은 고실업을
동반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실업률은 1960~73년 4.8%,
1973~79년 6.7%, 1979~90년 7%, 1990~96년 6.3%를
기록하였다(Brenner 1998).
* 참고: 1) ‘유럽’은 독일, 프랑스, 영국을 지칭.
2) 이윤율은
(순산출-노동비용) / 총고정자본으로 계산, 따라서 모든 세금과
이자
그리고 배당 등은 이윤에
포함된다.
* 자료: 이강국(2004)에서 재인용.
이러한 상황에서 1990년대 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New
Economy)의 등장은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를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신경제는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전 산업으로 파급되어 생산 원가는
낮아지고 경쟁력은 높아져 성장은 증가하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는
미국 경제의 장기 활황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60년대(1961~69년, 106개월), 1980년대(1972~90년, 92개월)에
이어 세 번째 장기 호황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16개월 간
지속되었다. 예를 들어 1997년 미국의 실질 국민 총생산은 4.4%
성장을 기록했으며 1998년 4.4%, 1999년 4.8%를 기록하였다.
이것은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정보 통신 기술 분야의 추진력이 소진하고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고 과잉 설비, 과잉 생산의 문제가 발생하자 신경제로
인한 미국의 고도성장은 주춤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신경제가
끊임없는 구조 조정과 기업의 세계화, 노동 시장의 유연화, 규제
완화, 주식 시장의 활성화, 금융 투기의 만연을 기반으로 한
것임이 판명되자 경제 불안정은 더욱 가시화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작동하던 일본은 10년간의 장기 불황을
겪게 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가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경향을 상쇄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현재까지 세계
경제는 여전히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저성장, 저생산,
저임금, 고실업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3. 세계 자본주의, 끊임없는 경제 불안정에 시달리다
이러한 저성장, 저생산성, 저임금, 고실업과 함께 세계 경제는
끊임없는 경제 불안정에 시달려 왔다. 끊임없는 경제 불안정은
세계적인 규모의 공황의 형태로 나타났다. 1970년대 이후에
나타난 세계 공황의 목록을 살펴보면 세계 경제가 상당히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기보다는 불안정 속에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여기서는 몇 가지 주요한 세계적인 공황의
사례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1973년 10월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석유 위기가 촉발하고
1974년 여름 전 세계는 공황에 빠졌다. 1974~75년 공황에서 각
국의 공업 생산 감소율은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 이후 가장
컸다. 미국의 공업 생산은 1973년 11월~1975년 4월의 17개월
동안 13.8% 감소했고, 서독은 1973년 12월~1975년 5월의 26개월
동안 12.3% 감소했으며, 영국은 1973년 10월~1975년 5월의
19개월 동안 11.0% 감소했고, 일본은 1973년 12월~1975년 2월의
14개월 동안 21.4 % 감소하였다(김수행 2001).
1980년대 들어 전 세계는 또 다른 경제 불안에 휩싸였다. 우선
1980년대 초반 이자율 상승, 선진국의 경기 후퇴, 미국 달러
가치 상승 등이 결합하여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신흥
공업국가들에서 외채 위기가 발생하였다. 1982년 8월 멕시코가
외채 지불을 포기하고 상환 조건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멕시코의 외채 지불 포기는 다른 남미의 나라들로 확산되어
원리금을 완전히 상환할 수 없고, 끊임없는 재협상, 지불 유예
또는 채무 불이행의 상황에 빠졌다. 이 결과 남미에 대부하는
일로 분주했던 주요 선진국 은행들 다수가 위기에 봉착하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과 주요 은행들은 상환 조건 협정의
일환으로 안정화 및 조정 계획을 통해 경제를 긴축시키고 개방과
사유화를 요구하였다. 그 결과 수입 감소로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는 국제 수지 잉여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외채국의 경제 성장률은 하락했으며 선진국의 외채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불안정에 빠지게 되었다.
한 동안 조용하던 세계 경제는 1987년 10월 19일의 뉴욕 증권
시장에서 갑작스러운 주식 시장의 붕괴로 다시 한번 술렁이게
되었다. 이날 다우 공업 주가는 22.6% 폭락했는데, 10월
14~19일의 나흘 거래일 동안 31.9 %나 폭락하여 1929년 10월의
주식 시장 공황을 훨씬 능가하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상장
주식의 시가 총액이 나흘 동안에 2조 8,000억 달러에서 1조
9,000억 달러로 감소하였다. 또한 이러한 뉴욕 증권 시장의
격변에 영향 받아 런던과 도쿄의 증권 시장 주가도 나흘 동안
각각 22%와 18%나 폭락했으며, 홍콩의 증권 시장은 10월 20~26일
폐쇄되었다(김수행 2001).
1990년대 들어서도 세계 경제는 경제 불안정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야 했다. 1980년대 말 경기가 과열되었던 일본은 1990년대
초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시작하여 10년 동안 경기
후퇴와 디플레이션, 실업과 도산의 증가, 금융 불안이 해결되지
못하였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기록된 일본의 장기
불황은 세계 경제의 금융 불안을 강화하고 생산 위축을
가져왔다.
1990년대 들어 세계 경제의 불안정을 가장 심각하게 드러낸 것은
1997년 동아시아의 경제 공황이다. 1997년 2월 지속적인 평가
절하 압력을 견디지 못한 태국은 자국의 화폐인 바트화의 방어를
포기했고 이에 따라 바트화는 대폭락하였다. 바트화의 대폭락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 빠르게 전파되었으며 10월 이후에는
한국, 홍콩, 대만으로까지 확산되면 동아시아에 유례없는 경제
공황을 야기하였다.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된 경제 공황으로
1997년 8월 태국, 10월 인도네시아, 12월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긴축 정책과 구조 조정 정책을 실시했고 생산의 위축,
기업 도산과 실업, 막대한 공적 자금의 투입 등 심각한 경제
위축을 경험하였다.
이외에도 세계 경제는 1998년 9월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1998년 11월 13일 브라질의 IMF에 구제 금융 요구, 2001년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 세계 경제는 끊임없는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 본 것처럼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은
197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었다. 따라서 세계 자본주의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황의 역사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황은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이기 때문에
197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의 질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4.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세계화
1970년대 이후 장기 침체와 끊임없는 공황은 세계 자본주의의
축적 기반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자본은 자본 축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노동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였다.
1970년대 이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윤율이 하락하고 과잉
설비가 늘어나자 실업이 증가하였다. 또한 1970년대 이후 장기
침체는 구조 조정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구조
조정의 목적은 만성적인 이윤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세워 기업들 간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인수․합병을 과감하게 전개하였다.
강력한 구조 조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자들은
단기적인 기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규모의 해고를 단행하였으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급 휴가․건강 보험․퇴직
연금 등을 마구 삭감해 노동 조건을 최악으로 만들고 노동조합에
대해 공세를 강화하였다. 또한 기업들은 노동 시장과 생산
조직을 유연화하여 대규모의 비정규직을 양산하였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양산은 노조의 조직율을 하락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을 조장하며 노동 강도의 강화, 노동 조건의
악화를 가져왔다(김수행․장시복․정혁 2002).
이 과정에서 선진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국가 개입을 강화하였다.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대규모
희생을 강요하며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을 제약하는 노동의
정치적․경제적 힘을 분쇄하려고 노력하였다. 영국의 대처
정부는 피켓팅을 제한하고 클로즈드 숍의 설립을 어렵게 하며
지원 파업과 동정 파업을 제한하고 정치 분쟁을 노동 분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노조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국가 부문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전문 항공
관제관 조합(PATCO) 노조원 1만 1천 명을 모두 해고했으며
사기업 부문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임금 동결, 작업규칙
강화 및 기존 계약의 조기 재협상을 강요하였다. 또한 선진국
정부는 자본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법을 개정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를 제한했으며 수익성 있는 공기업을
사유화하였다(Amstrong et al. 1993).
이러한 노동에 대한 공세에 대한 개입과 함께 선진국 정부는
자본 운동의 자유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였다. 선진국
정부는 대외 부문에서 자본의 해외 이동에 관한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를 자유화하고 자국 자본의
대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무역․외환․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타국에 강요하였다. 이를 위해 선진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개방 압력을 넣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설립을 통해 자본의 세계적인 운동에
자유를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미를 중심으로 한 수입 대체 공업화가
붕괴하고 1980년대 말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체제 경쟁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받아들여지면서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관계의 총체를 시장
관계로 재편하거나 시장 관계에 최대한 종속시킴으로써 자본
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자본의 세계적인 축적 전략이 가능해
졌다.
이와 관련해서 세계 자본주의를 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1970년대
이후의 장기 침체는 자본의 축적을 약화시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은 한 나라의 한계를 벗어나서 전 세계적인 자본
축적을 시도하면서 세계화를 추진하였다. 흔히 세계화는 상품,
화폐․자본, 노동 시장의 통합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이해는 세계 경제가 균등한 형태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계화는 시장의 균등한 통합이 아니라 자본 축적에
유리한 곳에서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불균등 발전을
의미한다(장시복 2004).
이것은 초국적기업의 활동이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몇몇 선택된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금융 자본의 초국적 운동도 전 세계를
24시간 누비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금융 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공세 강화와 신자유주의 국가 개입의 강화,
자본의 세계화는 자본 축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세계 자본주의의 불안정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선 자본은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노동의
힘을 약화시키고 자본 축적의 활로를 찾으려 모색했지만 소득
불평등이 강화되고 비정규직의 대규모 양산에 따른 장기적인
노동 생산성의 증대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며 노동의 역공에
휩싸이게 되었다.
또한 자본은 세계화로 세계적인 자본 축적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었지만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을 제거하고 이윤율을
회복하는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나라간의 유치 경쟁을
조장하여 국민 국가에 자신들이 유리한 정책을 강요하고 이윤이
나지 않을 때는 생산 시설을 철수하였고 위협을 통해 노동을
분쇄했으며 단기적인 이익을 노린 금융 투자를 통해 엄청난
손실을 입기도 하였다. 특히 금융 자본의 전세계적 운동을 통한
이윤 분배 투쟁은 심각한 위험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규모
금융 자본의 빠른 이동은 1997년 아시아 경제 공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 국가의 금융 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공황의 책임을 국민 국가와 인민에게 전가하였다. 또한 전통적인
산업에 속한 수많은 기업이 빚을 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였기 때문에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였고 기업
부채의 증가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들은 더욱더 금융 시장에 뛰어
들어 이득을 얻으려는 악순환이 전개되면서 금융 불안정은 더욱
확대되었다.
5. 오늘날 세계 경제의 뇌관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와 끊임없는 경제 공황을
겪으면서 새로운 밀레니엄인 2000년대를 맞이하였다.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희망, 번영, 발전, 평화의
시대가 되기를 바랬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원하였다.
그러나 바램은 어디까지나 바램일 뿐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가 시작하자 알카에다의 9․11 테러로 세계 경제는
휘청거렸으며 ‘테러에 대한 응징’을 명분으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침략 전쟁이 발생하였다. 전쟁이 과잉 설비, 과잉
생산을 해소하고 이윤율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전쟁이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가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후세인이 체포되자 이제
새로운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테러의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해 하고 있다.
오히려 대테러전쟁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현상은 미국 재정 적자와 경상 수지 적자의
증대이다. 2003년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는 4,770억 달러로
국내 총생산의 4.3%를 넘어서 1986년 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막대한 재정 수지 적자와 함께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도 크게 늘어났다. 2003년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는 국내 총생산의 5% 수준인 5천억 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였다.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이야기되는 1980년대 중반 레이건 정부
시절에도 경상 수지 적자는 GDP의 3% 수준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오늘날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정성진 2004).
지금의 상황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심각한 재정 수지
압박과 경상 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
것과 유사하다. 미국의 재정 수지 적자와 경상 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의 하락은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감소시킬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의 폭락과 소비자 신용과 소비의 붕괴를 가져 올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미국 경제의 거품 폭발은 미국을 주된
수출 시장으로 삼아 성장해 온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다(정성진 2004).
미국의 경제 상황과 함께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성장 잠재력이 소진하고 있으며 과도한 금융 부실, 심각한 소득
불평등, 중국 경제 개발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폭등 등
중국 경제의 산적한 문제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중국발 쇼크는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징후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예고하는 전조와 같다. 중국의
경제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에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본다면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일촉즉발의
뇌관을 안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이 기차가 탈선을 하게 된다면
세계 자본주의는 다시 한번 심각한 위기를 겪어야 할 것이며 전
세계 노동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