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5월 7일 전문노련 000에서 작성되어 민주노총에
제출된 문건이다.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과 96년 상반기
투쟁 등 민주노총 중앙의 지도력 발휘가 요구되는 요즈음 이
문건은 민주노총 중앙의 상태와 과제를 깊은 애정을 갖고
진단하고 있다.
존경하는 권영길 위원장님, 그리고 민주노총 동지 여러분!
동지들의 피나는 노력과 눈에 보이지 않는 열정으로 우리는
민주노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를 변화시켜 나갈 새로운 ‘민주노총 시대’를 열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고, 감옥에 갇혔던가는 굳이 재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민주노총은 저들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피와
땀으로 일구어 낸 우리의 소중한 조직입니다.
저희 전국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은 이 자랑스런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을 항상 가슴뿌듯한 감동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참가하는 가맹노조들에 대해서도 이 빛나는
역사를 수시로 교육하는 것으로 지난 역사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오늘도 민주노총을 위해 밤낮없이 어려운 조건에서 헌신하고
계시는 동지 여러분께 깊은 동지애와 감사를 드립니다.
민주노총은 이제 2000년대를 열어 갈 한국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며, 우리 전문노련은 이 희망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언제나 민주노총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민주노총 동지 여러분!
그러나 오늘 우리는 전국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 중앙집행위원회의
이름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점에 있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풍토와 서로의 발전을 위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희들이 제기하는 문제들 중 어떤 부분은 “진짜 제기하지
않으면 안될 심각한 것”입니다. 또 일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문제”들 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심각하게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적당히 가는 풍토”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저희가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그 동안 우리 전문노련이 보여주어 왔던 실천을 기준으로
절대 왜곡이나 음해, 혹은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우리는
희망합니다. 물론 우리 연맹이 그 동안 잘못된 풍토와 원칙
속에서 활동해 왔다면 그 역시 지적되고, 비판을 통해
개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가 지적하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 전문노련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바로 여기에서 기술하는 문제의 주요
대상이 전문노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민주노총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원칙”을 세워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사실 근 10여년에 달하는 노동운동의 역사 속에서 알게 모르게
배어 버린 구태가 우리에게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전문노련은
바로 이 점에 먼저 주목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새롭게 열어 가는
민주노총의 시대이며, 따라서 우리는 지금이 분명한 원칙과
올바른 사업방식을 반드시 정착시켜야 나가야 하는 때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점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포장은 그럴 듯 하지만 내용이 채워지지 않는 속 빈
강정이 될 지도 모릅니다. 세월은 우리의 잘못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그 잘못이 고쳐져야 한다고 느끼게 될 때쯤에서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야 하는 형국”을 맞게 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새로운 풍토를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열어 가길
희망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시기 벌어졌던 몇 가지 문제는
잘못된 것이라 보여 집니다.
먼저 청와대초청 문제입니다. 이미 중집위라는 결정단위에서
깊게 논의되고 찬반양론을 거친 후에 내려진 결정이라면, 설령
그것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켜져야 합니다. 물론 상황의
변화를 감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원칙주의자나 ‘꼴통’처럼 한
번 내린 결정이 영원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커다란
상황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구구절절한 이유를 부쳐 결정을
손쉽게 번복한다면, 그 결정에 참가한 사람들의 무수한 논의는
무용할 것입니다. 결정을 내리고, 실천하고 그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의해 새로운 상황에 맞게 대응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5월 7일로 갑자기 변경되어 버린 중집위 회의시간 변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노동절 행사를 끝내자마자 회의를
준비하려면 회의자료 준비를 비롯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줄
압니다. 특히 우리처럼 회의자료가 많은 풍토를 개선하지 못한
속에서는 실무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노동조합운동이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민주성’ 때문입니다. 더구나 중집위 회의시간 문제는 그
동안의 여러 가지 경험들을 토대로 매월 첫째 목요일에
개최하기로 중집위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임을 고려할 때
중집위원과의 사전조율이 전혀 없이 중앙에서 공문 한 장으로
일시를 변경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작은 연맹도 예정되어 있는 회의를 변경하고자 할 때는 해당
성원들에게 수차의 전화를 통해 일정조정을 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물론 노동조합이 한창 바쁜 시기에 일정을 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기구인 중집위 회의를 변경하면서 단 한차례의
일정조정에 대한 의견개진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옮기는
풍토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원칙없이 이리저리 결정을 옮기는 것은 상호간 신뢰를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특히 민주노총을 만든지 얼마 안되는
현시점에서 신뢰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때 회의의 결정을
지키고, 그것의 평가를 통해 오류를 시정해 나가는 풍토마련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운동의 ‘건강한
조직원칙’을 세워 나가길 희망합니다.
민주노총의 중집위는 대단히 중요한 회의라고 판단합니다.
성장역사가 다르고, 처해 있는 작업조건이 다른 이유로
민주노총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을 헤쳐 왔습니까?
그리고 지금도 넘어야 할 많은 산이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가슴을 열고 솔직하게 얘기하며, 지도력을 만들어 나가는
회의단위가 바로 중집위입니다.
우리는 최근 한국통신 노조의 중집위 참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 결정은 전차 중집위의 결정사항이므로
번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통신 노조가
가지는 상징성, 조합원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한국통신 노조가 민주노총에 조속히 가입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여러 가지 민주노총의 행사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조합원 속에서 결합력을 높이는 사업은 그 어느 사업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그 문제와 중집위의 참관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어느 연맹이, 또는 어떤 조직이 가장 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지도력을 형성해 나가는 회의를 하는 데 있어
가입하지 않은 조직의 참관을 허용하고 있습니까? 위에 든 여러
가지 사업들은 다른 통로를 통해서, 사업의 긴밀한 연관을
통해서, 그리고 대의원대회 등 다른 회의의 참관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한국통신의 참관이 그 동안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온 다른 조직을 소외시키는 것으로 나타나서는 더더욱 안될
것입니다. 중집위의 성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
창립전․·후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이 있었습니까?
그래서 가맹조직이면서도 참여하지 못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유는 조직의 규모가 작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습니다. 정작 가맹조직이면서도 중집위의 공식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조직이 참관을
희망한다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고민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조직의 참관을 권유하거나 규약에
참관과 관련된 조항을 고민한 적도 없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과거 준비위 시절부터 쭉 같이 해 온 농협노조, 그리고
화학노협이나 유통노협에 대해서도 참관을 생각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한국통신의 참관은 원칙을 벗어난 대단히 문제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합니다. 더구나 이 결정은 지도부가 미리 한통노조와의
간담회에서 결정하고 나중에 중집위의 추인을 구한 사항입니다.
조직의 논리상 있을 수 없는 절차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관결정은 지난 중집위의 결정사항이므로 번복할 수 없는
일이라 봅니다. 그러나 적어도 “건강한 조직원칙”이라는
관점에서 문제제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전문노련은 이 지적이 행여 불필요한 오해를 빚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한통노조 동지들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노총의 조직원칙을
거론한 것이며 한통노조에 대한 전문노련의 연대의 정은 변함이
없음을 첨언합니다.
그 외에도 회의시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 이미 굳어져 버린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회의시간을
지킬 수 있을는지 조금 비관적으로 말하면, 그 방법이 없다는
체념상태에 까지 와 있는 실정입니다. 일정을 쪼개 써도 몸이
부족하겠지만 책임 있는 회의에서의 대리참석 또한 문제입니다.
물론 이 모두는 전문노련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겠지만
지도부의 보다 책임 있는 지도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결정사항의 이행문제입니다.
각 조직은 그 형편에 따라 결정사항을 준수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의 상황은 “결정은 어렵게,
이행은 손쉽게 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물론 그 때마다 거론되는 각 조직의 사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건강성이 확보되고 40만
조합원 대중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각 조직의 저마다 다른
사정이 결정 불이행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결정하기에
앞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실천적으로 노력할 것인가가
전제된다면, 그 결정사항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준수될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결정은 어떤 경우에도 지킨다”는 원칙을 지도부는
적극 만들어 가고, 우리 모두는 이에 적극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신기한 현상들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노동운동을 그나마
지켜 낼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건강한 원칙을 지키려는
서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할까 합니다.
4월 27일 전해투 집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전문노련은 설사 다른
집회에는 못 가도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해고된 노동형제를
위한 집회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봐야
우리도 많이는 가지 못했습니다. 각 조직마다 사업의 경중이
있고 주말마다 계속되는 집회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 모인 1,000여 명 가운데 노동자가 1/10인 100명정도
였다면, 우리 민주노총은 어떤 이유로도 이를 변명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해고 노동자와는 그래도 한치건너 두치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그날 집회참석자의 대부분이었던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바빴겠지만 사무총국
일꾼들의 모습들도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척 창피했습니다.
누구든 입을 열면 말합니다. 해고자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그런데 정작 우리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습니까? 민주노총
지도부와 사무총국은 이번 집회에 대한 조직적 역량을 어느 정도
경주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민주노총의 사업을 관통하는
민주노총의 정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업 속에서 이런 측면에 대한 중앙차원의
지도방침이 분명히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각 조직의 깊은
인식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민주노총은 87년 이후 우리 운동이 지켜 온 연대의
전통과 동지에 대한 애정을 조직의 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창립이후 민주노총은 이런 윈칙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창기 조직적 역량의
한계와 인적, 물적인 한계 속에서 많은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이런 원칙들이 자꾸 희석되고 의례적인 일과성 행사로 묻혀 가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위원장님의 재판과정에서 보였던
썰렁한 재판정의 모습과 그로 인한 외부의 의심스러운 평가도
있었지 않았습니까? 다른 구속동지들에 대한 우리의 조직적
관심과 애정은 어느 정도이며 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실천적으로 노력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게 산다 해도 우리 연대의 정신과 동지에
대한 애정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래서 이 모양 저
모양의 사업 속에서도 언제나 이를 견지해 나가는 민주노총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정책결정과정에서 보다 세밀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민주노총은 산업재해에서 여성, 농민, 외국인, 정치, 과학, 통신
문제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책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몇
안되는 정책기획실 역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순서와 계통을 밟아 일을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잘 모르는 사안에 대해 가입노조 중 하나가
발언을 하면 쉽게 결정 내리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 많은
노조들의 이해가 서로 다를 경우 조정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PCS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공대위 결정은 이런 복잡성을
무시한 채 일에만 매달린 것이라고 봅니다. 분명히 중집위
회의에서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입장도 없이 그리고
산하 통신노조들의 의견개진도 없이 ‘공대위’를 먼저 만들고,
이제야 공대위의 입장을 만들어 나간다면 앞뒤가 바뀐 것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김천에서 열렸던 중집위의 결정은
“공대위구성에는 동의하나 그 내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따라서 공청회나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 공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공대위가 먼저
출범하게 됨으로써 민주노총은 입장도 없이, 그리고 산하 여타
통신관련노조 의견수렴도 없이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접근하는
형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최근 이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라
할 것입니다.
복잡미묘한 사안일수록, 그리고 대외적으로 비중이 높은
문제일수록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순서를 밟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함께 하는 민주노총 동지 여러분!
가장 중요하면서도, 미묘하고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사실 우리와 같은 기업별 노조체계에서 가장 부자는 단위노조
입니다. 비유하자면 단위노조가 레이져프린트를 쓸 때 연맹은
잉크젯프린트를 쓰고, 가장 상급조직인 민주노총은 도트프린트를
쓰는 형국입니다. 그야말로 ‘껌값’인 민주노총 의무금이
제대로 안 걷히는 데에는 기업별 노조의 뿌리깊은 폐해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실제 의무금의 미납으로 가장 선봉에 서서
일했던 많은 동지들이 단지 ‘생계의 문제’ 때문에, 빛나는
민주노총의 시대에 함께 하지 못했음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한국노총을 조합원은 120만 정도이되 의무금을 내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즐겨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기관’이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돌아봅시다. 과거 민주노총
준비위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합원의 몇%나 성실히
의무금을 행사하고 있습니까? 거대한 집을 만들기는 했지만
밑으로부터 무너질 지도 모르는 실로 엄청난 사태 아닙니까?
성실히 납부하고 있는 단위노조가 이 사실을 알고, 정부가 알고,
한국노총이 안다면 그야말로 한탄과 분노와 조롱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풍토를 바꾸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실제 우리
연맹의 경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감한
결단과 역시 마찬가지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 추진위와 준비위를 거치면서 잘 보여졌던 것처럼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물론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점에서 보다 각고의 노력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행여 이것이 ‘돈 잘 내는 연맹으로서 생색’을 내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기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쏟았던 노력은
여러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 조건이었다는 점만 부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책임감을 갖고 일치된 지도력을 가져 달라는
것입니다. 창립 이후 몇 개월이 지나면서 보이는 것은
중앙지도부의 일체감이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임원들의 팀웍도 그렇고 사무총국의 업무의 효율성도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달라야 조직의
활력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조율하고
논의하여, 힘찬 결론으로 함께 하는 지도부의 역량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혀 사전조율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지도부간의 난상토론, 지도부로서의 책임보다 해당조직의
입장이 앞서는 논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겠다는
모습이 아쉬운 지도부의 태도 등은 “건강한 조직은 지도구심의
확보에서 온다”고 배워 온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때가
있습니다.
아울러 민주노총에 상근하지 않는 부위원장들의 역할이
제고되기를 기대합니다. 민주노총 임원으로서의 분명한 위치를
갖고 책임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직의 입장과
지도부로서의 입장이 쉽게 조화될 수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민주노총의 임원이라는 책임 속에서 이를 감수하고 당연히
지도부로서의 입장을 명확히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모든 언급의 전제는 지도부가 많은 수고를 하고 있고 훨씬 더
고민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지도부에 대한
우리의 기대로 욕심부려 본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최고 선두에서 분투하시는 동지 여러분!
몇가지 최근 나타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았습니다. 저희의 문제제기가 활발한 활동을 막 시작한
민주노총의 대외적 이미지에 좋지않은 인상을 주지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 속에서 민주노총은
잘못된 것을 시정할 수 있는 조직이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
글을 썼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서, 자랑스런 민주노총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항상 민주노총의 방침을 충실히 수행하려는 산하
조직으로서 감히 얘기한 것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노사관계를 운운하는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내부의 다양한 의견차이들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의 정치 ·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할 의무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하나를 하더라도 보다 분명한 원칙과 태도로 제반
사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칫 우리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적당주의와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연맹을
비롯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는 마음입니다.
우리의 苦言이 민주노총의 앞길을 열어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 새로운 원칙을 한 번 세워 보자!”는
결의를 우리 모두 가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연맹은 민주노총의 결정과 방침을 최우선적으로
실천하는 모범적인 산하조직으로서 활동해 나갈 것을 재삼
다짐하면서, 누구보다도 고생하시는 권영길 위원장님을 비롯한
동지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