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해투 전국순회투쟁 중간보고
이 선 인
전해투 집행위원장
지금 현장은
해고노동자의 투쟁을 전국 노동자의 투쟁으로
전해투 전국순회투쟁단(이하 순회투쟁)은 10월 1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대식을 갖고 11월 6일까지의 투쟁일정에 들어갔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현장을 지키고자 했지만 자본과 정권의
탄압으로 해고되어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 하지만 정든
일터로, 현장 노동자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어떤 고통도
참아내며 복직투쟁하는 노동자, 바로 그들이 전국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투쟁의 불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일정에 들어갔다.
전해투 순회투쟁 일정이 민주노총의 정식공문을 통해 지역본부와
각 연맹에 전달되었다. 지역의 순회투쟁일정에 결합할 것,
간담회에 참석할 것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간담회가
지역본부와 연맹의 임원, 간부들이 많이 참석하여 풍부하고 깊이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해투는 특히
지역본부와의 간담회를 통해서 해고자 복직투쟁을 지원하고
지역의 공동투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지역본부가 지해협을
적극적으로 건설해 나가도록 추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첫번째, 대전지역 간담회에서부터
빗나갔다.
대전지역 간담회는 민주노총 대전충남본부에서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오직 충북본부의 캄코노조에서만 참석했을
뿐이다. 대전지역은 한국타이어를 비롯해서 대전성모병원,
둔산자동차운전학원, 대전시내버스, 택시 등에서 해고자가
발생하여 자체적인 연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본부는
조폐공사와 만도기계 투쟁에 집중하면서 지역의 공동투쟁을
벌여냈지만, 그 뒤로는 공동투쟁이 위축되면서 해고자들의
투쟁은 개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해고노동자들은 충청해협을 건설하고, 자신들의 연대투쟁을
통해서 지역의 공동투쟁, 대형사업장의 연대투쟁을 이끌어 나갈
것을 결의했다.
경남지역 간담회에는 금속경남본부와 민주노총 마창시협의회
간부가 참석하여 대전에서보다는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마창지역은 상반기 임단협 투쟁을 지원하면서 연대투쟁의 흐름이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개별적인 투쟁으로 분산되었다. 하지만
해고노동자들의 투쟁과 관련해서는 이 지역 역시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대림자동차, 삼미특수강, 신한공업 등의 집회에 단순히
결합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해고노동자들이 투쟁의 전망을
갖고 활동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재정문제를 이유로 지해협이나 연맹 해복투 건설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생계비, 활동비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해고노동자들이 지치지 않고 투쟁하면서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확대시키고,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지해협을 꾸리는 것이 객관적 조건상 힘들다면, 지역본부나
연맹에 해고자 투쟁을 담당하는 실무자를 배치하는 것부터라도
출발해야 한다.
부산지역 간담회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지역은
이미 부양해투가 만들어져 지역의 연대투쟁을 전개해 오고
있었다. IMF 이후에 노동자, 민중들의 삶이 심각하게 타격받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의 연대투쟁이 어느 곳,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부산본부를 중심으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여 투쟁하고 있다. 특히 각종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앞으로 이 지역은 부양해투와 부산본부가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부산본부장은 전해투에게
부당해고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취업규칙, 사규에 의거한
노동탄압에도 대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광주전남지역 간담회에는 광주전남지역본부 간부들과
금호타이어, 대우캐리어 노조간부들이 참석했다. 금호타이어나
대우캐리어는 그 동안 투쟁을 통해서 대부분 복직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역의 무등일보, 전남일보,
한국종합화학, 공항공단 등 고용불안과 정리해고 문제로 인해
투쟁하는 사업장이 많이 있으며, 지역본부와 결합해서 투쟁해
왔다. 하지만 지역본부는 개별적인 투쟁에는 지원을 하지만
지역적인 연대의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제 그렇게 했을
때 투쟁에 힘이 실리고, 노동자가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지역본부 중앙위와 중집위에 해고노동자
투쟁이나 지역의 투쟁을 묶어 세우는 방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구미지역 간담회는 비록 짧았지만 이번 순회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그 어떤 곳보다도 내용 있게 채워졌다. 구미지역은
구미해협이 연대투쟁을 펼치고 보광, 대하합섬, 금강화섬,
KB스틸, 중앙병원 등 5개 신규 노조가 설립되면서 지역의
노동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다른 지역의
연대투쟁처럼 조합 간부들이 참석하는 데 비해 구미지역은
조합원들이 직접 참가했다. 보광, 대하합섬, 한국합섬, 금강화섬
등 조합들이 지역 연대투쟁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투쟁을
펼쳐나가기 때문에 가능 할 수 있었다. 또한 구미지역의
한국전기초자, LG전자 해고자들 역시도 구미해협을 건설해서
지역협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투쟁하고 있다. 투쟁이
있는 곳에 문제의식도 있기 마련이다.
지역에서는 기업과 업종을 초월하여 연대투쟁하고 있는데 연맹
중앙이나 민주노총 중앙에서는 연대 투쟁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다. 또한 재정문제를 이유로 구미지역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도본부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중앙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면서 전해투에게 구미지역현실을 각
연맹에 제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3. 해고노동자 투쟁과 민주노조 운동
지역의 공동투쟁은 간부들만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구미지역과
같이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전노협의
전통이나 민주노조 운동의 건강성은 지역 연대투쟁, 공동투쟁을
통해서 발휘될 수 있다.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도 기업과 업종을 뛰어넘는 연대투쟁의
경험과 의식을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형식적으로만
노조의 체계를 바꾼다고 해서 종업원의식이 노동자의식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은
지역연대투쟁, 공동투쟁이며 이런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모든
활동가, 간부들, 해고노동자들의 임무이다.
해고노동자들은 민주노조건설과 사수투쟁의 선봉에 서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쟁할 때와는 정반대로 해고되고
나면 해고노동자 문제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단사
임단협 시기에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제일 먼저 양보안으로
나오는 것이 해고자 복직 철회인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
해고자 복직의 문제가 전체 조합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체 조합원들의 의식이
그런 것이라면 해고노동자들이 활동력을 더욱 높여 내고 선전을
강화해야겠지만 노조 간부들이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면 문제는
다른 것이다. 노동자들의 의식을 높여 내고 조직력을 확대하여
그 힘을 가지고 투쟁해야지 해고자 복직 문제가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쉽게 철회시켜 버리는 것은 오히려
조합원들의 힘을 갉아먹는 것이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다
짤린 해고노동자들이 노조와 연맹, 지역본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외면 당할 때 어느 현장 활동가가 자신감 있게 투쟁해
나갈 수 있겠는가!
또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주노총 조직력 확대 사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민주노총이 출범한지도 한참이 지난
지금도 한국노총은 여전히 노동자들을 발판 삼아 자기를
살찌우는 관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1천 2백만
노동자 전체의 요구를 가지고 싸우면서 한국노총과 어용노조
지도부를 고립시키고 현장에 노조 민주화 물결을 불어넣지
않는다면, 한국노총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면서 민주노총과
경쟁할 것이다. 상급단체 복수노조가 합법화되었다고 해서
어용노총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어용노조를
깨부수고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는 것은 해고자들의 투쟁과
결합되는 것이다. 무노조 사업장과 한국노총 사업장 해고자들이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복직을 쟁취하고 현장활동을
통해 민주노조를 건설해 내는 것이 조직력 확대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겠는가! 안산지역처럼 해고자 문제와는 별도로
악덕기업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사업주를 구속시키는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전해투 순회투쟁이 얼마나 지역의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해고자
문제를 부각시키고,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을 알려냈는지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이번 순회투쟁을 계기로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