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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 2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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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 구 ◦ 논 ◦ 문 노동자의 투표행태 - 15대 국회의원선거를 중심으로 정 영 태 (인하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이번 호에는 정영태 교수께서 지난 제11차 이론연구세미나 발표한 ‘노동자의 투표행태, 제15대 총선 결과분석’을 다시 보완한 글을 싣는다. 행태분석이 갖는 방법론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선거 결과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들어가는 말 지난 15대 총선에서 노동자들은 누구를 어떤 이유에서 투표했을까? 과연 다른 계급(층)의 투표행태와는 다른 노동자적인 특징이 있을까? 먼저 이에 대한 답을 말하자면,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적인’ 투표행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것은 누구나 예상했던 답일 것이다. 그러면, 노동자들의 투표행태를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여러가지 의미를 갖지만, 이 글의 주목적이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투표행태의 성격과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정당법상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으로 규정하기로 한다. 물론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국가정책에 반영시키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 할때, 이러한 목표가 정당건설(만)으로는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노조가 직접 국가정책결정기구에 참여해야할 때도 있고, 국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대중집회와 파업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선거정당이 아니라 비합정당을 만들어야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 노동자정당 또는 진보정당의 건설에 대한 주객관적인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특히 노동자정당이나 진보정당을 건설하거나 선거정치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반드시 현실적으로 정당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정당건설이나 선거정치에의 참여가 필요한 것은 민주화와 규제완화 등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고,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국가정책결정기구로의 직접 진출이라 할 수 있으며, 현재의 여건에서 국가정책결정기구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정당건설과 선거정치에서의 ‘승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의 수립은 정당건설이나 국가기구로의 진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노동자대중의 높은 정치적 의식과 단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조직 강화·확대가 선결되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비노동자적인’ 투표를 하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주관적 이유는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선거에서 노동자후보가 아니라 기존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기는 하나, 그들이 노동자들의 이익이나 요구를 대변해 주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노동자정당’ 또는 ‘진보정당’이 출현할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객관적인 이유는 이렇다. 우리 사회의 망국병인 지역주의적 정치구도와 보수일색의 정치구도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금품살포 등의 불법선거운동이 광범하게 나타나는 것도 보수일색의 정치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주의적 정치구도와 불법타락선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보수일색의 정치구도를 변화시켜야 하고, 보수일색의 정치구도를 타파하는데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필수적이다. 보수일색의 정치구도하에서는 정책공약에 있어서 정당 또는 후보간 차이가 드러나기 어렵다. 그 결과 득표전략은 정책공약보다는 이미지나 연고(출신지역 등) 또는 금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글에서는 우리의 노동자들이 다른 계급(층)과 거의 차이가 없는 투표행태를 보이는 이유를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 글에서 사용되는 설문조사결과는 인하대 사회과학연구소와 인천대 지역사회연구소가 지난 15대 총선 직후인 4월 12일부터 22일까지 약11일간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 조사대상자 수는 600명으로 이 중 부실한 설문지를 제외한 596명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표본선출방식은 1차적으로 600명을 도농비율과 선거인수비율에 따라 선거구별 조사인원을 30명에서 120명을 배정하고, 이를 다시 주거지역의 특성(아파트단지, 일반주택지구 등)을 고려하여 동별로 15명에서 60명을 배정하였다. 그 다음 각 동별로 배정된 인원을 연령과 성비를 맞게 무작위로 응답자를 조사자가 선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 한국선거연구회가 지난 9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95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 세종연구소가 지난 95년 3월-4월사이에 실시한 조사 등이다. 2. 노동자의 투표행태 <표1> 계급별 투표성향(인천) <표2> 출신지역별 투표성향(인천) 방금 우리 노동자들은 계급투표를 하지 않고 다른 계급(층)의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표1>과 <표2>를 보면, 실제로 노동자들은 계급적 위치보다는 출신지역에 따라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노동자들의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표1>에서 보듯이, 신한국당 47%, 국민회의 31%, 민주당 17%, 자민련 4%로, 자본가/신중간계급과 비교할 때 국민회의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거의 비슷하고, 신한국당과 자민련에 대한 지지율은 노동자는 전자에서, 자본가/신중간계급은 후자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상점주인 등 구중간계급은 노동자와 비슷한 성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계급별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전혀 유의미하지 않았다. 반면, 출신지역별로 보면, <표2>에서 보듯이, 영남출신은 신한국당을, 호남출신은 국민회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으며, 강원출신과 충청출신은 그 비율이 다른 정당지지율보다는 낮지만 다른 출신지역에 비해 대단히 높은 비율이 자민련을 지지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통계학적으로도 대단히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3> 계급내 출신지역별 투표성향(92년 14대 총선, 전국) 자료: 한국선거연구회 (1992.3) <표4> 계급내 출신지역별 투표성향(92년 14대 대선,전국) 자료: 한국선거연구회(1992.12) (중부=경인, 강원, 기타) 노동자들의 비계급적이고 지역주의적 정치행태는 단지 인천지역에 한정된 것도 아니고, 지난 총선에서만 나타난 것도 아니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그리고 87년 대선 이후 95년의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에서 나타났으며, 초기에는 영남-호남의 갈등축이었으나 갈수록 호남을 고립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87년의 대선과 88년의 총선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는 92년 총선에서는 중부지역의 신중간계급과 학생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으로 확대되었고(<표3>), 92년 대선에서는 중부지역출신의 모든 계급(층)에게로 확산되어, 호남-비호남의 대립형태로 표출되었다(<표4>). 95년초 JP가 민자당에서 탈당하여 자민련을 결성함으로써 지역주의적 선거정치구도는 호남-충청-영남의 대립구도로 변모하였고,(<표5>와 <표10>) 이번 총선에서는 호남-충청-대구/경북-부산/경남의 4분구도로 전환하였다. <표5> 계급내 출신지역별 투표성향(95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전국) 자료 한국선거연구회(1995.6) (중부=경인, 강원, 기타) <표6> 계급별 여야성향 뿐만 아니라, 투표행태에서만 나타나던 지역주의가 여야성향이나 평상시의 지지정당이나 일체감정당으로까지 점차로 확산되어 갔다. <표6>과 <표7>에서 보듯이, 자신의 여야성향을 규정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자신의 계급(층)적 위치가 아니라 출신지역이며, 출신지역과 여야성향의 관계가 통계학적으로 탄탄한 것은 아니다. 둘간의 관계가 90% 유의도수준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급적 지위와 여야성향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8>과 <표9>에서 보듯이, 자신이 가깝게 느끼는 정당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계급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출신지역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표8> 계급별, 자신이 가깝게 느끼는 정당 (인천) <표9> 출신지역별, 자신이 가깝게 느끼는 정당 (인천) 3. 요인분석 노동자들이 비계급적인 투표를 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좌절되고 있는 원인에 대한 분석들은 대부분 외적 조건, 즉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나 우익반쪽 이데올로기지형과 이를 법제화한 국가보안법 그리고 이러한 조건들이 오랜 기간동안 작용한 결과로 나타난 지역할거정치구도의 고착화 등을 주요인으로 지적해 왔다.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외적 조건은 존재하면서 여전히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분석들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조건만으로는 지역주의적 투표행태와 지역할거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글은 노동자들도 지역주의적 투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데 목적을 둔다. 1) 한국의 정치구조와 지역할거정치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지속시키는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지역할거적 정치는 정치인들의 동원전략, 특히 정치인들의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득표전략이 가져온 결과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지역할거적 정치구도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정치균열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60년대였으며, 특히 영남지역 유권자들이 연고지역 출신인 박정희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1967년의 6대 대통령 선거부터 였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지역분할적 정치구도, 즉 호남 및 호남연고 정치세력에 대한 여타 지역의 경계 내지 배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정치구도가 등장한 것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였다. 영남지역 주민들의 연고지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화되는 가운데, 71년 대선에서 김대중이라는 개인정치가가 제1야당의 후보로 나서면서 호남지역 주민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만흠, 「한국의 정당정치와 지역주의」, 안희수 (편저), 『한국정당정치론』 (나남 1995), p. 26. 이후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는 대통령의 직접선거 때마다 나타났고, 88년에 이르러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나타남으로써, 한국정치의 지배적인 특징이 되어 버렸다. 88년 이전까지의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지역주의적 투표가 아니라 전형적인 여촌야도의 투표행태가 지배적이었다. 문석남·정근식·지병문, 『지역사회와 사회의식』 (문학과 지성사 1993), pp. 81-82.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호남과 영남을 주요 대립축으로 하고 호남과 영남이 아닌 비호남을 보조축으로 하는 지역균열이 지배적인 정치균열로 등장한 것은 영남(과 중부)의 지배집단(정치인과 자본가)에 의한 동원전략과 이에 대항하는 호남지배집단의 역(逆)지역주의적 주민동원전략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반국민들을 정치인의 선동과 조작의 대상으로 가정하지 않는 한 이것만으로는 광범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와 판단력을 가진 대졸학력을 가진 전문기술직이나 관리직도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영호남간의 지역불균형발전(과 지역주의적 권력기구)을 지역주의의 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발전한 영남지역의 주민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호남지역의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연고지 정당(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경제적으로 낙후하기는 강원지역이나 충청지역도 호남지역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들은 선거게임에서의 동원가능한 자원의 양(표수)을 지적하기도 한다. 즉 영남이나 호남의 경우 각기 선거에서 동원가능한 표수가 전국 규모의 30% 내외를 차지함으로써 지역주의가 중앙정치에 동원될 경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정치인들은 지역주의적 동원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만을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주의의 등장에 있어서 선거에서의 동원가능한 표수의 중요성을 지적한 글로는 김만흠, 앞의 글 등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지역분할적 정치구도, 특히 투표행태를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우선, 국민회의에 대한 호남출신들의 지지도가 신한국당에 대한 부산/경남출신의 지지도보다 훨씬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표9>에서 보듯이, 호남출신들이 국민회의와 일체감을 느끼는 이들이 50%가 넘는 반면, 영남출신들이 신한국당과 일체감을 느끼는 이의 비율은 36%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투표정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서 선거에서 동원가능한 표(票)의 수가 전국규모의 30% 정도를 차지함으로써 집권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집권해 보지 못한 호남출신 정치인들을 돕기 위해 호남출신들이 일치단결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표10> 출신지역별 연고지정당(후보)에 대한 지지율추이 그러나, 이것은 자치단체장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에서 각 출신지역의 연고지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설명할 수 없다. <표10>에서 보듯이, 각 출신지역 유권자들이 연고지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대선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예를 들면,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총선과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서 각각 76%, 88.9%이었으나, 대선에서는 89.4%이었으며, 영남출신 유권자들의 민자당지지율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각각 56%, 53.4%인 반면, 대선에서는 71.3%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서 국회와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평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별 국회의원은 물론 국회 전체와 대통령의 권한이나 역할을 비교할때, 후자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이 자명하다. 이러한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일반국민들이 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표11>과 <표12>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의 계급(층)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표11> 정치에 대한 인식(국회의원으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전국) <표12> 정치에 대한 인식(국회의원으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인천) 계급(층) 국회의원과 나의 생활 국회와 대통령간의 불균등한 권한배분과 역할은 정당들이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모든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일단 정당의 목표를 대선에서의 승리로 설정하게 되면, 그 다음 단계는 승리할 수 있는 거물급 카리스마적 정치인을 찾게 될 것이고, 거물급 정치인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될 것이며 당내정치를 주도적으로 때로는 독단적으로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정당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부 거물급 정치인들에 대해 좌우되어 왔으며, 이들은 당내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일반 대중들도 이러한 정당운영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세종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의 사람이 정부와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는 이가 23%, 다소 찬성하는 이가 39.7%로 찬성하는 이가 63%에 이르렀다. 노동자,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다른 계급(층)에 비해 강해서 전적 찬성의 비율이 26%, 다소 찬성의 비율이 44%에 달한다. 세종연구소, 《‘95 국민의식조사》(1995.6), p. 154 이처럼 국회와 대통령간의 권한배분과 역할의 차이,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특정 정치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낳고, 그 결과 이들 지도자의 정치적 운명을 곧바로 좌우하는 대선에서 이들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방식도 부족한 면이 있다. 그것은 다른 지역출신의 연고지 정치지도자에 대한 지지도보다 훨씬 높은, 호남출신의 DJ에 대한 지지도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DJ 개인의 특성, 즉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카리스마적인 야당지도자로서의 이미지라는 조건에 의해서 설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지역출신들도 지지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가진 DJ를 호남출신들이 보다 많이 확고하게 지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DJ의 야당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는 87년 대선에서의 YS와의 분열과 경쟁, DJ의 세력확대를 두려워한 영남출신 정치인들과 이들과 동맹한 여타지역출신 정치인들에 의한 DJ와 진보정치세력·기층대중의 분할정책과 DJ·민주당(국민회의)의 지역세력으로의 강제 등에 의해 DJ는 호남지역만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왜소화되고 말았다. 그 결과, <표13>에서 보듯이, 다른 정치지도자와는 달리, 심지어는 지역주의의 또 다른 ‘상징적 인물’인 JP와도 달리 DJ에 대한 호감도는 호남출신이냐 비호남출신이냐에 따라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남출신의 40%가 DJ를 매우 좋아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다른 지역출신의 경우 거의 비슷한 비율이 매우 싫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DJ에 대한 호남출신의 지지는 다른 지도자에 대한 연고지 주민의 지지도를 훨씬 상회했는데, 그것은 DJ의 개인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라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80년 이전에 비해 최근에 들어 호남출신의 DJ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진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바로 광주민중항쟁과 그에 대한 신군부쿠데타세력에 의한 폭압적 진압이다. 영호남 간의 지역갈등이 최초로 정치영역으로 확산된 계기라고 지적되는 제7대 대선(1971년 유신직전의 선거)에서 DJ가 호남지역주민으로부터 받은 지지율은 약 64% (전남 65%, 전북 6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3대 대선에서는 그 비율이 80여%(전남 90.3%, 전북 83.8%)로 크게 높아졌다. 이 두 선거 사이에 많은 사건이 있었으나, 가장 극적이고 광범한 영향을 미친 사건은 역시 광주민중항쟁과 신군부의 폭압적 진압이라고 할 수 있다. 80년의 광주민중항쟁은 전체 호남주민들이 직접 그리고 마음 깊숙이 지배집단의 지역차별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석남·정근식·지병문, 『지역사회와 사회의식』 (문학과 지성사, 1993), pp. 48-61, 82.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에서 지역주의적 정치균열과 그에 따른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정치의 독특한 역사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분할적 정치구도를 지탱하고 확대재생산하는 기제는 경제구조나 정치구조 또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분명히 물질적 기초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계급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영남지역이든 호남지역이든 지역주의적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계급(층)은 자본가계급과 쁘띠부르조아계급이며, 노동자계급이나 농민층은 자신들의 이익을 표현할 수 있는 대안적 프로젝트와 정당·정치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체제내에서 지역에 기초한 차별적 보상구조(reward system)를 극복하려는 자본가와 쁘띠부르조아의 주도를 수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비국가영역의 핵심을 차지하는 경제영역에서는 계급간 갈등과 대립이 주요 갈등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가집단과 보수정치인들은 분명한 계급적 이해관계에서 정치적 전략을 채택·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산업사회(industiral society)에서는 정치영역에서도 계급균열이 지배적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영역에서 지역균열이 지배적인 이유는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역주의의 원인을 논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표13> 출신지역별,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주: (1) 매우 좋아한다 (2) 좋아하는 편이다 (3) 싫어하는 편이다 (4) 매우 싫어한다 p: 이회창 >0.1, 박찬종 >0.1, 김대중 <0.0001, 김종필 >0.1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이란 분단정부수립과정에서 형성되고 한국전쟁을 통해 강화된 우익반쪽 정치지형과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경험없는 독재정권의 연속이라는 상황을 말한다. 우익반쪽 정치지형은 계급균열이 정치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왔고, 정권교체없는 독재정권의 연속이라는 상황은 야당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국가권력에 도전할 기회를 가지거나 정책대결을 하더라도 정권교체가 가져올 생활상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갖기 어렵게 만들어 왔다. 김만흠, 앞의 글, pp. 408-411. 이러한 정치상황이 40여년 지속된 후, 87년 민주화로 정치가 개방되자, 지역간 불균형발전과 80년 광주항쟁의 경험,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등장 등의 조건이 결합한 가운데 가장 쉽게 선거에서의 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역주의가 특히 호남출신 가운데서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 정치와 선거의 의미 다른 계급(층)의 구성원은 물론 노동자들의 투표정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익반쪽의 이데올로기지형에 강제된 보수적 정치구도와 권위주의정권의 장기통치, 그에 따른 정당·후보간 정책 차이의 부재 내지 미약, 지역불균형발전,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정치인(특히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의한 지역주의적 득표전략의 추구 등의 조건만이 아니다. 여기에 일반 유권자들이 정치, 특히 국회의원선거와 일상생활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부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치와 선거의 의미는 정치인과 비정치인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있어서 그 자체가 목적인 반면, 비정치인에게 있어서 (생업이나 여가 등)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내지 통로다. 마찬가지로 선거도 정치인이나 정치인들의 조직체인 정당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목적을 합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즉 합법적으로 국가의 일부를 장악하는 거의 유일한 제도라는 의미를 갖지만, 비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국가권력을 획득하려는 정치인 중에서 자신의 일상적인 요구나 이익을 국가정책에 가장 잘 반영해줄 있는 사람을 고르는 제도적 장치로서 의미를 갖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정치와 선거는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 자체이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이윤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국가권력을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인(과 정당)은 정치와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정치에도 적극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비정치인들은 정치와 선거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한에서만 정치와 선거에 큰 관심을 갖는다. 본인의 조사에 의하면, 정치와 선거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관심도 높아지고 참여도 적극적이며 선거에서의 선택도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정치와 선거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생각할수록 관심도 낮아지고 소극적이며 선거에서의 선택도 연고주의(지역주의) 등 비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하는 경향이 있다. 정영태, 「6.27지방선거 투표행태를 통해본 인천지역의 정치구도」, 『황해문화』제9호 (1995년 겨울) 이번 선거에서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14> 정치에 대한 인식과 투표행태 세종연구소가 지난 95년 봄에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국회의원으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의 일상생활이 큰 영향을 받는다라는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감한 이는 계급(층)에 관계없이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표11> 참조) <표12>에서 보듯이, 이번 선거무렵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표14>에서 보듯이, 정치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감한 사람일수록 선거에 대한 관심도 낮고, 투표율도 떨어지며 투표시 인맥(혈연, 학연, 지연 등)이나 주위의 권유 등 비합리적이거나 소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보다 권한이 훨씬 약한 국회의원선거였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했으리라 추측된다. 정치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투표행태에 있어서 노동자들은 특별히 노동자적인 특징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즉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정치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이도 지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고(<표11>과 <표12> 참조), <표15>에서 보듯이, 인맥에 근거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투표에 임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앞에서 이미 보았듯이, 일체감을 느끼는 정당의 선택에서도 계급적 입장에서보다는 지연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노동자들의 의식수준 탓만은 아니다. 노동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며 노동자들이 이런 경향이 다른 계급(층)에 비해 더 강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정당구조와 정당의 운영방식에서 기인한 바가 크고, 이것은 다시 정치구조와 이데올로기 지형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정당들 가운데 노동자의 이익과 요구에 충실하려는 정당은 하나도 없음은 필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그나마 노동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리려는 정당조차도 당내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따라서 정치도 일부 거물급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며, 이들은 정책으로 지지자를 확보하려고 하지 않고 출신지역에 근거하여 지지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대부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세종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의 사람이 정부와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하는 이가 23%, 다소 찬성하는 이가 39.7%로 찬성하는 이가 63%에 이르렀다. 노동자,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다른 계급(층)에 비해 강해서 전적 찬성의 비율이 26%, 다소 찬성의 비율이 44%에 달한다. 세종연구소, 《‘95 국민의식조사》(1995.6), p. 154 이러한 보스중심의 정당구조와 운영방식 그리고 각 정당의 지지기반의 지역성이라는 조건이 일반국민들의 정당일체감이나 정치지도자에 대한 호감도, 특히 특정지역과 강한 연관을 가진 정치지도자에 대한 인식을 계급별로 차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출신지역별로 차이지게 하는 것이다.(<표9>와 <표13> 참조) <표15> 계급별 투표근거 노동자들의 비노동자계급적 정치행태, 특히 투표행태는 기존 정당들과 이데올로기 지형의 탓만은 아니다.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조직인 노조, 특히 전국조직의 정치(특히 선거전술)에 대한 애매하거나 절충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지역주의 선거정치구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나 영향력있는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제고하고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은 노동조합에게 주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기로 하자. 3) 민주노총과 노총의 선거전술 민주노총은 지난 전노협 시절에 정해진 합의된 선거전술에 따라 자세한 내용은 전노협, 《사업보고서》(각 년도)와 정영태,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 정치활동」 (카톨릭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주최 제1회 월례세미나 발표논문 1996.4.8) 참조. 정치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그리하여, 지난 1월 중앙위원회에서 정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 총선에 대비할 채비를 갖추었다. 민주노총은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산하연맹과 지역에 정치위원회를 구성해서 노동자후보와 개혁적인 야당후보에 대한 지지 지원활동을 준비하였다. 민주노총 출마자에 대해서는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고, 지역 단위로 조직책임자를 선정해서 조직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지역강연회, 토론회를 조직하고, 총선수첩도 제작할 계획도 세웠다. 민주노총 측에서는 공명선거 감시운동에도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언론노련은 방송사 노조를 중심으로 ‘선거보도감시 연대회의’를 조직해 공정방송의 감시자로서의 자기 위상을 잡아나갈 것을 계획하였다. 이성희, 「아직도 갈길 먼 노동자의 정치진출」, 『길』 1996.3 이러한 계획에 의거, 민주노총은 3명의 무소속 독자후보를 내세웠으며, 동시에 다른 7개 사회.시민단체와 함께 4당을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고 총선 12대 정책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거가 거의 임박한 4월 8일에는 ‘구시대 잔재의 완전한 청산과 진정한 사회개혁 실현을 위한 노동자 정치활동 선언문’을 통해 5.6공 잔재청산과 사회개혁에 노동자가 앞장서 정치적으로 대응할 것과 노동자와 국민에게 출신지역이 아닌 계층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올바른 후보선택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제986호 (1996.4.9) 이처럼 민주노총은 선거를 맞이하여 의욕적인 정치활동을 추진하였으나, 적어도 후보전술에 있어서는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실제로 후보선정과정이 조직적인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하거나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서 요청하면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고, 조직의 중앙수준에서 출마후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못했다. 그것은 단지 노조의 정치활동금지라는 제약조건 때문만은 아니고, 조직내부의 정치활동유형, 특히 후보전술에 대한 입장차가 적지 않게 존재하는데다가 선거기간이 임투준비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천민주노총의 경우 계양․강화의 김말룡 후보에게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를 지원하였으나, 선거기간이 임투준비기와 겹친데다가 내부입장차가 심해서 조직적으로 힘을 실을 수 없었다. 인천민주노총의 내부는 물론 단위노조간 그리고 조합원간에 독자정당론자나 국민회의가 아니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이, 국민회의에 대한 ‘비판적 지지’ 입장을 취하는 이들도 있어, 공식적인 지지결의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관계자는 만약 김후보가 국민회의의 공천을 받았다면 사정이 달랐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1996.4.15. 인천 민주노총의 관계자와의 대화) 한국노총의 경우, 지난 95년 지방선거 당시 수립한 정책에 따라 선거전술을 구사했다. 지난 2월초 정치국장을 반장으로 정책, 홍보, 조직, 교육국 실무자가 참여하는 ‘정치활동강화 실무대책반’을 구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후보전술로서 정당에 관계없이 노동계 후보로 16명을 선정하여 각종 지원활동을 전개하였다. 노총출신 후보지원방안으로는 노동자밀집지역의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출마자 지역구 자원봉사활동 등 간접적인 지원방식을 전개하였다. 이외에도 후보자 격려방문, 정치활동 조사반 파견 등 다양한 응원방법을 동원하였다. <표16> 노동계후보의 현황과 득표율 노총의 경우 88년에 정치활동의 재개를 선언한 후 91년 지방선거, 92년 총선, 그리고 95년 지방선거에서 이미 유사한 선거전술을 구사해 왔기 때문에, 민주노총보다는 좀더 체계적으로 선거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활동의 범위가 경인지역에 한정되었고, 지지․지원후보를 결정함에 있어 일정한 정책이나 정당의 측면에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았다. 단위노조나 지역에서 결정한 후보를 별다른 여과없이 그대로 노총의 공식지지․지원후보로 결정하였고, 그 결과 신한국당은 물론 자민련의 공천을 받은 후보는 물론 현재는 노총과는 전혀 무관한 후보까지도 포함하게 되었고(<표16>), 이들은 대부분 보수정당 후보들과 전혀 차별성이 없는 지역개발공약만을 제시하였다.(<표19>) 민주노총이 추진한 정책전술의 성과는 아직 평가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전술의 성과만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총선에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직접 결정하거나 지지한 노동계후보는 모두 19명이었다. 이들은 한국노총이 ‘공천’(?)하거나 지지한 후보가 16명, 한국노총이 선거 중반무렵부터 결합하기 시작한 경기 부천의 김문수후보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17명이다. 민주노총에서 내세운 후보가 3명이었다. 민주노총(중앙)이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인천 민주노총이 지지한 인천의 김말룡 전의원까지 포함할 경우 4명이다. 그러나, 전국연합이나 진정추 등 노동자정치단체의 후보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32명으로 늘어나고, 기존 정당의 친노동자적인 후보까지 포함할 경우 훨씬 많아진다.(<표16>와 <표17> 참조) 여기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인하고 지지․지원해 준 후보들에 한정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표16>에서 보듯이, 민주노총의 무소속 후보 3명의 평균득표수는 1만 1천 여 표였으며, 평균득표율은 12.1%였다. 물론 당선자는 하나도 없으며, 부산의 박순보 후보가 약 2만 6천 표, 25%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성과를 제외하면 나머지 2명의 후보는 불과 1천에서 3천미만의 표, 1% 내지 4%의 지지를 얻어 최하위 수준에 머무렀다. 노총 후보의 경우 전체 평균득표수는 1만 2천 여 표, 평균득표율은 15.7%, 당선자 2명을 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당선자는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 등 기존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었고, 20%이상의 고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도 모두 기존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었다.(각 후보의 순위는 <표18> 참조할 것) <표17> 재야출신 후보의 선거결과 노동계 후보가 나온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당선되거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노동계 후보는, 앞에서도 보았듯이, 노동자 후보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정당의 공천을 받아 그 정당의 조직력이나 자금력, 궁극적으로는 지역주의적 대결구도의 득을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단 민주노총의 박순보 후보가 선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시 시민운동단체와 사회단체와의 연대․교류활동 등 다양한 지역활동을 해 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이러한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합공천을 받고 민주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부산지역의 민주시민단체와 신한국당의 1:1 대결구도를 만들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제985호 (1996.4.6)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연제지역의 전체 유권자 중 40%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표를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다. 15대 총선에서 노동계후보들이 왜 이 정도의 성과 밖에 얻지 못했을까? 이하의 논의는 주로 민주노총과 그 지역조직에 한정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 또는 제약하는 노동관계법이나 국가보안법 등 법적 제도적 제약과 50년대 이래 우리 사회에 대한 강한 규정력을 행사해 온 반북반공이데올로기가 궁극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략 70년대 초반을 전후해 형성되기 시작하여 80년대 대선 이후 고착화된 지역주의적 정치구도도 대단히 중요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러한 구조적 조건이 수년 내지 수십년 작용해 온 결과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지역주의적이고 때로는 보수적인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번 선거의 ‘저조한’ 성과를 일정부분 설명한다. <표18> 순위별 분포 <표19> 정책공약의 내용별 비교 그러나, 노조의 중앙조직과 지도부가 정치적인 입장을 통일하거나 민주적 합의의 방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동자정당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비노동자적인 정치의식과 행동을 교정하여 계급(층)적 이해관계에 따르도록 하는 일은 노조의 몫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조의 중앙조직과 지도부가 하나의 정치적 입장으로 통일하든지 아니면 (침묵이 아니라) 민주적인 논의를 통한 합의와 공존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조의 중앙조직과 지도부가 하나의 통일된 정치적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민주적 논의를 통한 강한 합의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조직 자체의 존립(내지 합법성획득)문제와 재야정치조직의 분열 등의 탓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민주노총으로 확대발전하면서 주객관적인 조건의 변화로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로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반영이라 할수 있다. 노조측의 이러한 한계에 덧붙여 노조와 재야정치세력과의 관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관계가 분명한 일정한 형태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노동자 후보의 미약한 성과를 가져 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기존정당의 대결구도가 지배적인 조건하에서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후보간의 대립․경쟁은 노동자대중들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회의주의에 빠지게 만들 수 있고, 나아가 일반시민들에게도 결코 좋은 인식을 줄 수가 없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노총 후보와 노총 후보가 같은 지역구에서 경쟁한 경우는 없지만, 노총 후보와 전국연합 후보, 노총 후보와 독자정당론 후보가 한 선거구에서 동시 출마함으로써 수구적인 후보에게 당선을 가져다 준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후보전술을 구사할 때 후보의 선정과정과 기준을 명확히 하여 평상시 노조활동만이 아니라 시민운동과의 연대활동 등 지역활동에도 적극적이고 능력있는 후보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많은 비노동자 지역주민의 동의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정책도 평상시부터 충분히 개발해 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아직은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4. 노조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지난 15대 총선도 14대 총선과 대선 그리고 95년 지방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주의적 선거정치가 지배하고 말았다. 반드시 정치경제학적 관점에 서지 않더라도, 경제영역(또는 시민사회)에서의 지배적인 균열구조가 정치영역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때, 한국의 정치, 특히 선거정치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제영역에서 갈등당사자간에 모든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결되다면, 또는 국가와 정치영역에서 내린 결정이나 행동이 경제영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국가와 정치가 경제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자율적이라면 또는 지역균열이 경제영역(시민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지배적인 균열구조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정상적이고 어쩌면 정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가정 중 어느 것도 옳지 않기 때문에, 지역균열구조가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정당정치와 선거정치)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치구조를 극복하여 경제영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는 정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노동자와 노조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일반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있어서 국가와 다양한 정치조직이 하는 역할과 권한, 노조의 정치참여에 대한 이유, 정치와 일상생활의 관계, 특히 각급 선거와 노동자의 일상생활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와 정치인)가 직접 그리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노동현장에 개입함으로써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을 억압하던 독재시절에서와는 달리, 이제는 국가(와 정치인)가 규제완화의 명분 때문에 직접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김정권의 행동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는 여전히 노자관계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보다 교묘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노자관계에 개입하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들이 국가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국회(의원)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것은 국가권력이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분산되고, 과거에는 국회가 담당했던 많은 결정들이 행정부(대통령)와 사법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특히, 노동자의 국회진출)라는 당위론적인 주장은 노동자들에게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의 각급 국가기구(국회, 행정부, 사법부)와 정치조직이 맡은 역할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이들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기구나 조직에 걸맞는 역할만을 기대하도록 하고 선거에서는 그에 맞는 후보를 선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정치와 일상생활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지역주의의 포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둘째, 방금 제안한 교육을 추진을 위해서도 그렇고 효과적인 정치활동과 선거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도 노조와 지도부의 정치적 입장을 민주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를 기초로 하여 재야정치조직과의 관계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세째, 선거를 통한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면, 예비 정치지도자를 의식적으로 조직적으로 양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들은 평상시 시민운동 등 지역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네째, 현재 민주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개혁투쟁을 계속 추진하면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연구와 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노조의 정치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러한 활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후보전술을 구사해야 하는 선거철에는 이 점을 더욱 강조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당건설이나 선거에서의 승리가 노조의 정치세력화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할 경우 정당건설과 후보선정결정과정에서 노동자간의 갈등은 격심하게 나타나고, 그 결과는 노조의 조직적 기반의 약화 또는 상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지역할거정치는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주의의 극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간 지역할거정치의 상징이었던 정치지도자들이 지역주의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한다면, 그리고 이들은 지역주의의 성감대와 같기 때문에, 이제는 선거·정당정치에 더 이상 직접 개입하기를 멈추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민민진영을 가장 어렵게 하는 사람은 아마도 DJ일 것이다. 지금의 DJ는 80년대의 상대적 진보성을 견지했던 DJ가 아니라 ‘성장제일주의’를 찬미하고 지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다른 보수정치인과 다를바 없는 사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치의 민주화를 이룩하여 정당(후보)간의 선거경쟁이 정책대결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 한국정치가 진정으로 민주화되고 정당간 정책대결이 이루어질 경우 가장 득을 보는 집단은 노동자계급이다. 따라서, DJ가 앞으로 보수경쟁을 중단하고 지역주의동원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긍극적인 방향은 정당을 건설하여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민중당의 방식, 즉 대중과 직접 결합되지 않은 방식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단위노조로부터의 민주적 절차에 근거하여 정당의 형태와 운영방식을 결정하고, 선거후보의 결정은 물론 평상시의 운영도 대중의 광범한 참여를 근거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말은 대중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는 한 무리하게 정당건설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수준을 고려할때, 그리고 지역주의적 동원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그리고 특정지역 노동자대중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당·정치인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정당은 물론 다른 기층대중이나 시민운동세력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계급연합’ 내지 ‘범시민’ 정당의 건설조차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노동자대중의 정치의식을 제고하고 노동자출신 정치엘리트가 어느 정도 배출될 때까지 정당건설에 필요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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