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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 민간포럼, 그리고 노동운동 원 영 수 국제기획실장 이렇게 본다 ASEM, 민간포럼, 그리고 노동운동 1996년 아시아와 유럽간의 지역협력체로 출범한 ASEM(Asia Europe Meeting) 제3차 회의가 올해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그와 더불어, 국내의 일부 시민운동단체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간포럼(People's Forum) 또한 준비되고 있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자본의 신자유주의와 지구화 논리의 전도사로 변신한 김대중정권은 이번 ASEM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정권선전을 위한 또 하나의 계기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른바 “국민의 정부” 하에서 인적․제도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권의 제2중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이른바 NGO들도 “민간협력”을 빌미로 또 하나의 들러리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ASEM과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ASEM은 냉전질서의 종식 이후 이른바 삼극체제(?) 중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체로서, 특히 동남아시아 경제협력체 ASEAN의 발의를 동북아 3개국의 동조 하에 유럽측이 수용함으로써 구성되었다. 1996년 3월의 방콕회의와 1998년 4월의 런던회의가 있었고, 올해 10월에는 세 번째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외견상 ASEM은 일정한 지역적 협력체로서의 위상의 갖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ASEM은 기본적으로 미국주도의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 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에 대항하는 새로운 협력의 축을 지향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아시아시장 진출을 지향하는 유럽연합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창설되었고,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사회적 협력을 포괄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ASEM은 APEC, 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등과 같은 다른 경제협력체유럽연합(European Union)에 비해 그 결속력이나 규정력이 크게 떨어지며, 유럽측의 경우 제도화에 반대하면서 “비공식 프로세스”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ASEM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지구화의 한 기제로 작동하기는 하지만, 성격과 지향이 불분명한 한계를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다. ASEM 민간포럼 방콕과 런던회의 당시, “민중단체의 부진한 참여” 속에서 민간단체 포럼이 “토론과 세미나를 중심으로” 열린 바 있으며, 특히 제2차 ASEM NGO 회의는 “민중의 비전”(People's Vision)이라는 최종 결의문을 채택하여 이를 제2차 ASEM에 제출하였다. “민중의 비전”은 ‘더욱 정의, 평등, 지속 가능한 세계를 향하여’라는 부제를 걸고, 10개 영역에서 아시아와 유럽 민간단체의 공동활동을 결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영역에서 민중의 요구(?)를 정리하였다. ① 국제 인권과 인도주의 법에서 이미 합의한 경제, 사회, 문화, 시민, 정치적 권리 향상; ②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패턴의 개발 촉진; ③ 남성, 여성의 평등을 포함하여 경제 사회적 평등과 정의의 증진; ④ ASEM 과정에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ASEM 정부들은 투명성, 책임성을 확보). 그러나 지금까지 열렸던 ASEM 민간포럼은 다른 국제기구 또는 회의에 맞춰 조직되는 유사한 형태의 대항정상회의(Counter-summit) 또는 민중회의(People's Assembly)에 비해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먼저, 위에서 언급된 “민중의 비전”만 보더라도, 그 기본의제와 지향성이 그다지 민중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실질적 의미에서 노동자-민중조직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일부 NGO들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둘째, 그 당연한 결과로, 그 활동이 지구화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는 ASEM과 각국 정부에 대한 로비 또는 압력을 지향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정 역시 독립적 민중재정의 원칙보다는 정부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스스로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이와 같은 한계는 무엇보다도, ASEM 자체가 갖는 계급적 본질, 또는 국가와 자본의 본질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번 서울회의를 앞두고 이에 “대응”하는 민간행사를 조직, 준비하기 위한 논의가 1999년 중반부터 진행되었다. 1,2차 ASEM에 대응하는 아시아-유럽 민간단체들의 공동행동에 참여해 온 몇몇 단체들과 ASEM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느낀 몇몇 단체가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초기에 이러한 논의는 참여연대,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여성민우회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한 논의와 시민운동협의회와 세민재단을 중심으로 한 논의 등 두 갈래로 진행되었다. ASEM에 대한 하나의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 두 흐름을 모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일한 준비, 조직 주체를 세워내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 ‘ASEM 2000 한국민간단체포럼 준비위원회’ 구성, 창립과 운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작년 10월 26일, 경실련, 민주노총 등 26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1,2차 집행위원회를 통해 조직체계를 확정하고 행사일정을 조정하였다. 그리고 올해 1월 10일에 열린 3차 집행위원회에서는 총 예산 10억 규모의 행사일정을 확정하고 세부논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경우 10여개 분과 가운데 노동분과를 책임지면서, 이번 민간포럼의 핵심적 조직단체로 움직이고 있다. ASEM 민간포럼이 민중운동진영의 조직들에 의해 주도되기보다는, 일부 NGO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자세하게 논의하거나 비판해야 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다만 그들의 발상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공문 하나만을 인용하겠다. 수신 :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실 김성재 수석 참조 : 신필균 시민사회비서관 발신:ASEM2000한국민간단체포럼/ASEM2000PeoplesForum International Organizing Committee 날짜 : 2000년 4월 3일 제목 : 제3차 서울 ASEM대회관련 협조요청의 건 제3차 서울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ASEM2000 민간포럼 프로젝트 기획안 1. 불철주야 국정에 전념하시는 수석님의 노고에 성원을 보냅니다. 2. 주지하다시피 2000년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1, 2차 대회에 이어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에서 제3차ASEM민간포럼이 역시 열릴 예정이며, 이 준비를 위해 지난 2월 국제조직위원회가 결성되었습니다. 주최국인 한국의 준비는 지난 해 10월 발족된 ASEM한국민간단체포럼이 한국측 준비와 국제연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민간단체포럼의 개최와 관련하여 국제 조직위는 ASEM가입국 정부에 공동으로 기금조성을 요청한다는 합의를 이룬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원칙도 마련하고 있는 바 참고로 인용하는 부분은: ▷ 국제조직위의 협의에 의하여 ASEM2000 민간포럼의 경비는 공 동기금으로 조성한다는 원칙하에 각 지역에서 재원을 모색한다. ▷ 각국 정부의 민간단체포럼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되, 개별기업의 재정후원은 받지 않는다. ▷ 민간단체포럼의 준비 주체인 국제조직위는 자체 분담금, 행사참 가비, 기타 재원으로 30%에 달하는 기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4. 위의 국제조직위의 합의에 따라 ASEM한국민간단체포럼은 한국 정부에 적절한 지원을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5. 아무쪼록 제3차 아시아․유럽민간단체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귀하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랍니다. 노동운동과 ASEM 이번 민간포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방침과 입장을 표현한 한 문서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입장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ASEM의 성격에 대한 인식의 불철저함을 들 수 있다. ASEM의 “유연성”을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이해하지 않고, 민간단체의 개입가능성으로 이해하고 있다. 둘째, 민간포럼 참여의 근거를 ASEM 구조의 네트워크적 성격 및 유연성에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정부 로비”로 귀결되는 민간포럼의 구조적 한계를 무시하고 있다. 셋째, 민간포럼의 전체회의와 노동분과에 있어 기조와 방향의 모호함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민주노총 방침의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민주노총의 연대사업이 가져왔던 기본적 기조, 즉 민중연대보다는 시민운동과의 연대에 초점을 두는 기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연대사업을 운동적 관점보다는 공식적 구조와 언론보도에 두는 사업관행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전체적으로 볼 때, 민주노총은 이번 ASEM 민간포럼과 관련하여 삼중의 중첩된 구조 속에서 속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제자유노련(ICFTU)은 ASEM과 관련하여 독자적인 노동조합회의를 조직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가맹 노총들은 이 틀(framework)을 벗어나는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민주노총의 경우도 불가피하게 이 구조에 의해 활동을 강제당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ASEM민간포럼 그 자체이다. 국내적으로 ASEM 민간포럼은 친정부적 NGO들에 의해 주도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조직위원회에 참여하는 해외 단체들 역시 과연 People's Forum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세 번째로는, 국내외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지구화에 반대하는 강력한 민중운동이 존재하는데 이들과의 관계가 문제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경우, 첫 번째 흐름에 대해서는 공식적 관계속에서의 협력으로, 두 번째 흐름에 대해서는 노동분과의 간사단체로서 개입하고 있으며, 다양한 민중운동을 이 흐름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ASEM 2000 서울대회를 미국주도의 세계경제질서와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조직한다. 이를 위해 민중행동을 조직하여 대중집회 등을 추진한다”는 민주노총의 방침은 전혀 구체화되지 못한 채, 기획안의 다른 항목들과 뒤섞여 기획안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ASEM 자체가 어떤 규정력도 갖지 못한 느슨한 낮은 수준의 협의체이고, 주요한 결정은 WTO나 다른 구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ASEM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가져서는 안된다. 이른바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개입의 가능성, “정부와의 건전한 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허위의식일 뿐이며, 민중운동을 호도하는 것이다. 한국 노동자-민중운동의 과제 이번 ASEM에 대한 노동운동의 기본적 입장은 ASEM 그 자체를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ASEM이 갖는 지구화의 한 기제로서의 성격과 그 한계를 명확히 적시하고, ASEM의 구조적 한계와는 관계없이 지구화에 반대하는 투쟁에 주목하여, 전세계 민중투쟁의 전략과 전망을 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노동자-민중운동은 ASEM 서울회의를 계기로 그것에 대항하는, 아니 지구화 자체에 대항하는 국제적 민중회의를 조직해야 하며, ASEM을 그 계기 중의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자계급과 그들의 전투적 투쟁에 기반한 민주노총은 NGO들의 민간포럼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오히려 ASEM을 계기로 현장과 바닥으로부터 지구화의 문제가 어떻게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고 구속하는지를 폭로하고 교육함으로써, 자본주의적 지구화에 대항하는 투쟁과 행동을 조직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아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 지향은 한편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과 96-97년 총파업, 98-99년 경제위기시 IMF-구조조정반대투쟁으로 이어지는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에 근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90년대 중반이후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고 1999년 11월 시애틀투쟁으로 한 획을 그은 전세계 노동자-민중투쟁의 한 전선을 담당해온 한국 노동자계급운동의 자기정체성에 기반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1990년대 내내 전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반대투쟁의 한 전선을 담당해 왔으며, 특히 96-97년 총파업 이후 국제연대투쟁의 의의에 대한 각성을 통해 끊임없이 투쟁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말 WTO 뉴라운드 출범에 저항했던 시애틀 국제민중연대투쟁은 전세계 노동자-민중투쟁의 새로운 전환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이 저항의 흐름은 2000년 초 다보스, 방콕, 워싱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ASEM의 지도자들 역시 한국 노동자-민중의 강력한 투쟁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민중이 그들을 실망시켜서야 되겠는가.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은 ASEM 민간포럼이라는 들러리 잔치로 자신을 역할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ASEM을 뛰어넘어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지구화공세에 대항하는 강력한 국제적 노동자․민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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