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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번 : [93호/컬럼] 고용허가제 분쇄! 노동비자 쟁취! 투쟁의 방향을 명확히 하자
글쓴이: 변정필 등록: 2003-12-24 00:00:00 조회: 1746

고용허가제 분쇄! 노동비자 쟁취!
투쟁의 방향을 명확히 하자


변 정 필
국제기획실




정세초점


2003년 11월 15일은 한국의 이주노동자 운동의 기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전국적으로 1,0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각각 농성장과 쉼터로 모여들어 한국정부의 단속추방에 반대하는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등으로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이, 명동성당으로 9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성공회 성당으로 7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안산지역에서 70여명, 마산과 창원(이들 중 150여명 가량은 현재 서울로 상경해 감리교회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들었고 2004년을 바로 앞둔 지금도 단속추방에 맞선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에서는 표적단속이 실시되고 있는 안산역 앞에서,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에는 서울의 한 복판 광화문에서 3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합동단속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적 단속추방을 진행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에서 오라고 할 때 1,000만원이나 넘는 브로커 비용을 기꺼이 내고 왔다가, 정부에서 나가라고 하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쫓겨나는 외부자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있을 강제추방은 지금까지의 강도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져 있었고, 정부 측에서도 합동단속반을 투입해 강력하게 단속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었다. 실제로 이런 정부의 의지는 단속 초기에 ‘제조업’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유언비어에도 불구하고 슈퍼마켓, 식당 등에서 물건을 사고 밥을 먹은 이주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까지 가리지 않고 진행되었다.

11월 17일부터 시작된 단속추방은 지금까지 8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았다. 이번 단속추방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심리적 압박을 주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단속추방은 이전의 일회성의 단속추방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된 고용허가제를 안착화 시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으로 이번 단속추방이 실시되면서, 정부에게 있어서나, 현재 한국에서 떠나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저항하고 있는 12만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있어서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이주노동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유입관련 정책은 공식적으로는 91년 해외진출기업의 현지법인 연수생 도입과 1993년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를 두면서 전문기술인력을 제외한 단순기능인력에 대해서는 ‘연수생’으로 제한해 왔다. 즉 단순기능인력에 대해서는 연수생의 신분으로 제한함으로써, 공식적인 외국인 단순기능인력에 대해서는 연수생 신분으로 도입하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리고 2000년 4월 연수취업제도가 실시되면서 연수 후 취업생 신분의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의 실효성이 없는 죽은 제도로 지금까지도 계속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은 ‘연수생 제도’에 의해 유지되어 온 것이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그 근간을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내 미등록 이주노동자 인력은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993년 5만5천명, 1997년 14만8천명, 2001년 12월에는 22만5천 명으로 급격히 증가해 왔다. 2002년도 시행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자진신고 당시(2002년 4월)에는 전체 40만 이주노동자들 중 17만 명의 산업연수생이 있고 이 중 5만 명이 사업장을 이탈하여 미등록자(불법체류자)가 되었으며 사업장을 이탈한 연수생을 포함한 비자만기 후 체류자, 밀입국자 등을 포함해 26만여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다고 보고 되어, 전체 이주노동자의 2/3 이상이 불법체류 상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고용허가제’의 배경에는 1994년 이후 불법체류자가 급증하여 2003년 2월 현재 국내 외국인력 367천명 중 288천명(78.4%)에 이른다는, 아이러니 하게도 ‘불법’이라고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외국인노동력의 근간이 되어왔다는 노동부의 고백 아닌 고백으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살인적 단속추방의 본질―고용허가제 시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소위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의 국내 노동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업종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면서 일해 왔다. 실제 90년대 이후 대자본의 단가인하 압력을 비롯한 열악한 중소기업의 상황에서 말 많고, 더 나은 임금과 더 나은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가 많은 국내의 노동인력을 쓰기보다는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했던 것이고, 중기협에 산업연수생을 신청할 수 있는 빽도 돈도 없는 중소업체들이 편법으로 연수업체를 이탈한 이주노동자들을 쓰게 된다. 따라서 이 힘없는(?) 중소업체들은 좀 더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이들 이주노동자들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았을 것이고 계속 요구를 해 왔던 바였다.
거기에 정부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에게 국내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연수생’이라는 신분의 제한을 두어 값싼 임금, 장시간 노동을 시켜왔다. 이제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도 노예제도․착취제도라는 국내외의 비난 여론과 연수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감금과 협박, 병영적 통제로 인한 인권침해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리․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국내 전체 이주노동자들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노동력 관리라는 자본주의 국가의 기본적 임무의 측면에서도 절대로 방기되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사회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신분이 법적으로 ‘불법’이라는 데에서 더욱 그러했다.
여기에 노동시장 유연화의 연장선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시장이 관리되어야 하며, 그 방식은 국내의 이주노동자들을 양성화시키고, 정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되어야 하고, 송출국과의 양해각서를 맺는 방식을 통해 정부의 차원에서 적절하게 이주노동자의 유입숫자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고용허가제 이다.

즉,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인데, 이것이 바로 2002년 실시되었던 자진신고제와 2003년 10월 30일까지 진행되었던 합법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불법을 깨끗이 정리해서 출신국으로 보내는 작업이 11월 16일부터 실시된 단속추방정책이었다. 이 양성화 작업과 단속추방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이 나야만, 깨끗하게 정리된 상황에서 고용허가제를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단속추방의 성패는 2004년 8월 도입예정으로 있는 고용허가제 실시의 성패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의 내용과 문제점
고용허가제 관련 법안도입의 취지에서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 보호라는 원칙’ 하에 ‘원활한 인력수급으로 중소기업 등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과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와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취지 아래, 고용허가제의 골자를 보면 산업연수생제 아래에서는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의 이익집단에서 연수생을 관리해왔던 것과는 달리 국무총리 소속하에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두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리를 국가가 일부―여전히 산업연수생제도와 현지법인 연수생제도가 존속되고 있기 때문에―담당하게 된다. 외국인 인력을 요청을 하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업체는 우선 내국인 고용노력을 하고, 실패했을 경우 인력부족 확인서를 발급하게 된다. 동시에, 노동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지정된 송출국가와 협의해 외국인 구직자 명부를 작성하게 된다. 인력부족확인서를 발급받는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를 신청한 후 직업안정기관에서 추천한 자 중에서 적격자를 선정,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발급하게 되고 이때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우선 여기까지 만을 본다면, 정부의 도입취지에서 이야기하듯이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가 보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던 산업연수생제도에서 한 발짝도 나간 것이 없어 보인다.

법안에는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하며 최대 3년의 범위 내에서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사업장의 휴업․폐업, 사용자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취소 및 고용제한 등의 사유가 발생하여 그 사업장에서 정상적인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곤란한 때’에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조건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하향된 노동조건과 임금조건에 굴복해야만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세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계약 해지 후 2개월 내로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미등록 신세가 되어 강체출국 대상자가 되어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계약 갱신을 위해 어떤 하락된 임금 및 노동조건에 응해야 하는 족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조항도 마찬가지이다. 고용계약을 한 사업주가 계약보다 더 낮은 임금조건 또는 노동 강도 강화를 요구한다고 했을 때, 고용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고용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주노동자는 그 사업장을 마음대로 나올 수 가 없다. 업체를 이탈하는 순간 사업주가 고발을 하게 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노동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고용허가제 아래 임금결정과정 예시는 더욱 가관이다. 이주노동을 희망하는 자가 자기 정부에 한국 취업신청을 할 때, 임금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 경우 ‘고용허가제는 단지 취업희망자 (구직)Pool에 포함되는데 지나지 않으므로 실제로 자신이 선발되기 위하여 임금수준을 더욱 낮게 제시할 가능성이 큼’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불법쟁의시 출입국관리법 제46조(강제퇴거), 제11조(입국금지)의 적용을 받으며, 재계약의 부담을 안고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면서 쟁의행위에 적극 가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라고 밝혀 스스로 반노동자적인 정책임을 선전해대고 있다.

우려했던 일은 이미 2004년 8월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였을 당시 100~120만원정도의 임금수준이었던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합법화를 통해 고용확인서를 발급받은 업체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경우 60~70만원 정도로 임금이 하락한 사례는 경우를 나열할 수도 없이 허다하며, 매일 12시간이 넘고 휴일이 없는 것에 불만을 느낀 이주노동자가 하루 결근을 한 것에 대해 사업주가 보복성으로 이탈자 신고를 하면서 그 이주노동자가 불법신분으로 되었다는 사례에서는 이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족쇄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 전부터 합법화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사례들이 보고 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3년간’이라는 체류기간 또한 문제가 된다. 거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현지의 브로커를 통해서 들어오게 되는데, 한국에 입국하는 비용이 1,000만원 수준이다 보니 이것을 모으기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따라서 이런 브로커 비용으로 인해 한국에 체류해야 하는 기간이 어쩔 수 없이 늘어나야만 하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에서는 브로커를 근절하는 것을 통해서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을 줄일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기한을 제한함으로써,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길을 거꾸로 열어놓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것을 골자로 해서 정부가 마련한 불법체류자 처리대책(03.3.29)에 따라 2003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체류기간이 3년 미만인 자는 최장 2년간, 3년 이상 4년 미만인 자는 출국 후 재입국하여 출국 전 체류기간과 합하여 5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부칙을 달아 놓았다. 이것이 바로 11월 16일 이후 실시된 단속추방의 근거가 되어왔다.

그러나 애초 정부에서 선전한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막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드러나고 있으며 그 반노동자성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탈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임금하락과 열악한 노동조건의 강요 속에서 증명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 의도했던 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줄이고 관리통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고용허가제가 실패했다는 것 또한 증명되고 있다. 우선 정부에서 중기협의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차마 폐기시키지 못함으로써, 산업연수 업체로부터 이탈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로를 차단시키지 못했다. 산업연수 업체의 이주노동자들은 연수생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내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일을 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수준에서 연수수당이 결정되게 되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비해서 임금수준이 낮다. 또, 이탈을 막기 위한 통제와 병영적 감시통제로 인한 인권침해가 빈번하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 이전부터 합법화된 이주노동자들이 업체를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며, 합법화의 기준에서 2003년 3월 31일 이전에 미등록 신분이 된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만 합법화 대상을 한정시킴으로 인해 3월 31일 이후에 미등록이 된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구제받을 길이 전혀 없이 여전히 미등록으로 남아 있다.

여전히 한국에 남아 출국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약 10만 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기미는 전혀 없다.


단속추방 실시 이후
정부에서는 11월 16일을 전후로 시작된 1차 합동단속과 이후 2차 합동단속까지를 진행했다. 1차 단속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난 반발을 피하기 위해 제조업을 치지 않겠다는 선전을 했으나 실제 공장까지 단속을 실시했고 2차 합동단속은 더욱 강력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단속태도는 정부 측이 현재 고용허가제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행 13만 여명의 불법체류자들 중 3만 여명이 등록이후 자진출국하거나 단속되어 출국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족은 동포법이 개정될 경우 3만에서 4만 여명이 합법화 될 것이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는 7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을 정부에서는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더욱 강력한 단속을 통해 5만 명 정도의 수준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줄일 수 만 있다면 이전에 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가 10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정부가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것은 정부의 바람일 뿐이다.

산업연수생제도가 남아있는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끊임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고용허가제가 여전히 반노동자적인 정책인 한에 있어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불씨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꼴 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송출국의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자국의 노동자들이 외화벌이를 하도록 강제하는 한에 있어서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 것은 정부의 차원에서 통제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반노동자적 고용허가제 분쇄! 노동비자 쟁취를 명확히 하자.
현재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즉각 단속추방을 중단할 것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합법화이다. 현재 전국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농성장들 간에 단속추방을 즉각 중단하라고 하는 것에는 어떤 이견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떤 전면합법화인가이다. 그리고 이 전면합법화의 경로를 이야기 하는 데 있어서, 고용허가제에 대한 어떤 입장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몇몇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에서는 3년 이상 4년 미만의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다시 재입국하여 취업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고용허가제 실시 때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할 수 있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냐는 제기도 있다. 즉, 논의의 초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체류기간을 더욱 연장해 줄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수준에서의 합법화인가, 즉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얼마로 해줄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투쟁을 통해, 이후 한국사회에서 노동할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노동자다운, 그래서 인간다운 삶을 살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획득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매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있을 때마다, 단속추방 중단이라는 매번 똑같은 요구를 걸고, 똑같은 투쟁을 반복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투쟁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체류기간을 내년 8월 시행시기까지 전면화 해준다거나, 잠시 본국으로 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기껏해야 1~2년의 취업을 보장해 주는 것은 본질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투쟁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투쟁은 이전의 이주 노동자 이슈에 대한 투쟁과 구분되는 질적인 비약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규모면에서 이렇게 대규모의 이주노동자들이 결집해서 투쟁을 한 역사는 없었다. 예전의 강제추방에 대한 저항이 개별단체 또는 개별 이주노동자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소극적인 저항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장(낮은 수준에서는 쉼터)를 거점으로 삼고 집단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투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적인 비약은 기존의 이주노동자 이슈와 관련된 투쟁에서 이주노동자 대중의 정체성이 ‘불법인간’이라는 비난에 발목 잡혀 있었다면, 이제 이것을 당당히 깨고 착취와 억압을 깨부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으로 상승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조건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요구 또한 단발마적인 단속추방의 중단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15차례가 넘는 정부의 합법화가 있었고, 그 때마다 ‘불법인간’과 ‘합법인간’의 사이를 오락가락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단호히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야 할 시기인 것을 직감하고 있다. 그리고 당당한 노동자로서 한국에서 노동할 수 있는 노동비자를 요구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로에 대한 근원적인 차단이 필요하다. 우선 산업연수생제도 철폐를 분명한 요구로 내걸어야 한다. 반노동자적인 노예노동을 존속시키고, 노동자에게 연수생의 족쇄를 걸어 숨쉴 수도 없이 착취하는 이 제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2004년 8월 시행되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노동자적 정책임이 더욱 더 분명해 지고 있다. 따라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쟁취하는 것으로 투쟁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합법화의 경로는 노동비자 발급을 통한 이주노동자의 전면합법화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어떤 법안을 뜯어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불법과 합법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기 위한 본질적인 대안으로서 우리의 투쟁의 요구와 목표가 고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노동자적 산업연수생제도․고용허가제 철폐, 노동비자 쟁취로 우리의 요구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역사적인 투쟁이 산업연수생제와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을 또 다시 노예노동으로 몰아넣는 반 노동자적인 고용허가제를 굳히는 투쟁으로 가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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