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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번 : [46호/특집]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한미투자협정(BIT)
글쓴이: 이해영 등록: 1998-08-02 00:00:00 조회: 1825




자본주의적 지구화의 성격과 과제

-이른바 자유화(Liberalization)의 문제를 중심으로









【특집】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한미투자협정(BIT)

이해영 (연구위원/한신대 정치학)


신자유주의적 지구와에 대한 전세계적 노동자․민중투쟁

원영수 (연구소 국제기획실장)


    초국적 자본의 자동차 산업 재편 전략과 한국의 자동차 산업

자동차 업종연구팀

90년대 들어 지구화의 문제는 특정한 연구주제나 이론적 관심 수준에서가 아니라 현 시기를 관통하는 기본적인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보편적인 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제기되는 지구화는 바로 자본운동의 지구화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자본주의적 지구화?이고?제국주의적 지구화?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방식의 자본축적 전략의 한계의 표현이자 그 귀결이라는 점에서?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이다.

90년대 중반기 들어 노동운동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서 저항해 왔고 이를 통해 새롭게 단결해 왔다. 이러한 실천은 이제?자각된 실천?으로 변화?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 아니 그러한 공세로 인해 더욱 - 자본운동은 그 계급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자유화 공세?가 그것이다. 현재 자유화의 문제는 ?교역의 자유화?수준을 넘어서?투자의 자유화?로 옮겨지고 있다. 노동의 유연화, 민영화 등에 맞서 저항해 왔던 노동운동은 이제 새로운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는 자본의 자유화 공세에 맞서기 위한 준비를 강제받고 있다. 그것은 조직된 노동자의 단결에 기반해야 하며, 일국적 수준으로 제한되지 않은?아래로부터의 지구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답하고자 자유화 문제를 중심으로 한 자본의 운동과 이에 대한 노동자?민중 저항의 흐름, 그리고 이러한 자본의 운동이 국내 산업 재편에 끼치는 영향을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첫번째 논문인 이해영 교수의「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한미투자협정」은 지난 4월 15일 민주노총과 사회진보연대 주관으로 개최된 『누구를위한 한미/한일 투자협정인가』주제의 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을 보완한 것임을 밝혀둔다.

이 해 영

연구위원/한신대 정치학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한미 투자협정(BIT)





문제의 소재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스크린쿼터제를 둘러싼 영화인들의 투쟁이 다시금 격화된 바 있다. 한국 영화인들로서는 스크린쿼터제 철폐가 “한국 영화시장의 독점적 장악을 노린 미국의 ‘한국 영화 죽이기’ 음모”에 다름 아닌 것이다. 나아가 진보적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문제가 단순히 영화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문화주권’에 관련되는 사안으로 파악하고, 이의 사수를 문화 주권 수호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알려진 것처럼 양국 정상 회담에서 확인된 바로는 양국 정상이 한미투자협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서로 양보하여 조속히 협정을 체결할 것을 합의하였다고 한다. 만일 현단계에서 양국이 서로 양보한다면, 아마 한국측이 스크린쿼터를 양보하고, 대신 미국측이 세이프가드 및 공기업예외조항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리라 관측된다. 이렇게 될 경우 다수 영화인이 우려하는 것처럼, 한국 영화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의 경과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한국의 영화인들의 놀라운 열기와 투지가 사안의 심각성을 전국적으로 공론화함에 있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비록 스크린쿼터제가 한미투자협정과 별개로 미국이 요구해 온 시장 개방의 주요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의 발단이 어디까지나 한미투자협정의 ‘이행의무 강제 금지의 원칙’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때, 자칫하면 문화만 또는 영화만 예외라는 식의 예외주의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다. 이때 스크린쿼터 반대투쟁은 영화인들의 ‘밥그릇지키기’로 폄하될 수밖에 없고, 영화인들의 투쟁은 대중운동에서 분리, 고립되면서 지리한 심야 토크쇼의 소비대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1)       

따라서 현시점에서 관건은 어떻게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을 문화주권운동으로 일보 전진시키고, 그것을 통해 한미투자협정 자체를 저지하는 운동으로 발전시켜 낼 수 있는가에 있다. 이 운동의 최종 목표는 물론 초국적 금융자본의 민주적 통제권의 확보에 있을 것이다. 물론 스크린쿼터 문제와 여타 쟁점 특히 한미투자협정 자체 사이에 놓여 있는 쟁점의 놀라운 불균형 발전 현상, 또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이 좀 더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전망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 데에는, 진보 진영이 여타 수많은 쟁점을 공론화시키고 또 뚜렷한 반대 주체를 조직화하는 데 실패한 데에 핵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 간헐적으로 언급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미투자협정은 여전히 대중적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고, 노동, 시민, 인권, 환경운동은 여전히 사안에 대한 적극적 결합의 태세와 준비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인식에서 출발하면서 이 글에서는 1) 세계정치경제의 전개 경향으로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성격과 특징들을 간략히 분석하고, 2) IMF이후 한국 경제의 현단계에서 한미투자협을 ‘종속적 신자유주의’ 또는 ‘종속적 경쟁국가’의 성립과 관련지워 그것의 한 구성요소라는 점에 대해 살펴보고 3)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들을 조항별로 되짚어 본 다음 4) 그것의 극복방안과 관련 몇가지 결론적 제안을 해 보기로 하겠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다자간 투자협정(MAI)>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생성조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무엇보다도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축적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주의 중심국가 경제에 있어 자본축적의 장기적 발전경향 분석은 2가지 특징을 보인다. 1) 특히 유럽연합 내에서의 경기싸이클의 초민족국가적 동시화현상 2) 이보다 중요한 것으로 성장동력 자체의 장기적 감소 경향. 이 경향은 OECD 소속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5년주기로 본 성장율을 나누어 볼 때, 1960~1968년 5%, 1968~1973년 4.5%, 1973~1979년 2.7%, 1980~1987년 2.5%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1987~1998년 10년을 볼 때, 비록 1990년 초 미국의 뚜렷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이 경향상에 그 어떤 역전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본주의 축적잠재력의 고갈에 있다. 신자유주의 공급경제학은 성장장애의 원인을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의 실패에서 그리고 지나치게 강력한 노조의 권력에서 찾고 있다. 80년대 초 예를 들어 영국에서 이 주장은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었다. 70년대 말 이후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상에 있어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시기에 세를 얻었던 이들의 설명력도, 성장지체 문제의 미해결과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량실업에 직면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 조절학파를 위시한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의 이행에 따른 침식위기라는 설명틀이 있다. 이러한 위기분석에 따라 볼 때, 구조적 과잉축적 테제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즉 고전적 포드주의 부문에서의 이윤율저하에 대응해 자본은 1) 특히 린(lean) 생산,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등 강력한 합리화전략과 2) 특히 극소전자부문에서의 신기술 개발로 대응하고자 한다. 그러나 1) 주기적인 경제위기와 2) 경영 합리화전략은 만성적인 장기실업을 초래하였다. 이는 결국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나아가 성장동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량실업은 실업 관련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국가재정의 적자를 초래하고, 국채를 증가시킨다. 이로써 국가의 행위능력은 결정적으로 감소한다.

자본은 수요감소에 직면해 다시금 합리화와 국제시장의 확대로 대응한다. 잉여 자본은 금융부분에서의 보다 높은 가치증식율을 찾아 헤매게 되었고, 80년대 초 이후 자본이동 자유화의 결과 이러한 시도는 실로 전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카지노 자본주의(Casino-capitalism)).1) 바로 이로부터 다음이 설명된다. 1) 특히 제조업부문 성장 지체의 원인인 투자부족의 확대, 2)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적, 공급경제학적 탈규제정책에 의해 의도적으로 추진되고,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동시에 국공채의 증가에 의해 객관적으로 규정되는 국가활동의 제한 3) 더욱 많은 잉여자본을 실물경제에서 투기부문으로 전환시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불안정 경향을 강화시키는 투기적, 금융자본주의적 부문의 확장.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성장동력의 둔화에 또한 내수와 민간 소비가 전체경제보다 약하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마찬가지로 시설투자 역시 특히 90년대 초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비교적 성공적인 인플레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성장율 감소, 실업율증가, 소득격차 확대가 90년대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특징

   

1980년 말 이후 논의되는 현단계 자본주의 발전의 주요 경향으로서 지구화는 우선 다음 의미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첫째, 1989년 현존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 동아시아를 제외하고 - 지구상의 대부분 나라가 - 물론 형식적 의미에서 - 부르주아 민주주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해 지구상의 대다수 주요 국가가 적어도 정치적으로 동질화되었다는 말이다.

둘째, 현시기의 지구화는 20세기 전반 제국주의 단계의 국제화와도 분명 구분된다. 제국주의 단계의 국제화가 민족국가적으로 조직된 자본의 이해가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군사적 충돌에 이르기까지 극대 추구되었다면, 지금의 ‘지구화’는 주변부에서의 저강도전쟁에 의해 보완되는 중심부 자본간의 비군사적 경제전쟁이라는 형태상의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제국주의적 국제화가 - 특히 군비경쟁 형태로 - 민족국가의 강화를 추구한 반면,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민족 국가의 정치적 약화를 의도하고 있다.2)

셋째, 첨단의 통신 및 교통수단은 콜럼부스나 로빈슨 크루소를 우화로 만들 정도로 지리, 공간적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더이상 지표상에 공백은 존재하지 않고, 적어도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상대방과 ‘접속’할 수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시공 압축’(D.Harvey)은 동시에 지구 전체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global sourcing, global pricing, global costing’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3)

넷째, 지구화된 세계경제는 마이크로 전자통신 과학기술혁명을 기초로, 탈국경화된 자본운동을 주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이후 이루어진 통화시장, 자본시장, 금융시장의 ‘정치적’ 개방은 세계 전역에 걸친 자본의 놀라운 이동성을 창출해내었다. 이 이동성은 포스트 포드주의(postfordism)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자본이동성은 상품 및 서비스의 자유화와 맞물려있는데, 최근의 가트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일국적 및 지역적 차원에서의 보호장벽 조치들도 이 시장개방을 억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지역화 경향, 상호경쟁하는 경제블록들 (미국, 유럽, 일본의 삼각(Triade))의 형성 즉 경제의 블록화는 자본의 지구화의 가장 기본적인 추동력이라 할 수 있다4).

다섯째, 지구화의 주역은 초민족국가적으로 활동하는 초국적기업(TNCs)이다. 현재 약 2만의 초국적 기업이 있고, 이들은 약 10만의 자회사를 국외에 두고 있다. 그들은 신경영전략의 중추이며 상품생산과 서비스의 지구화를 지난 20년간 추동한 것도 그들이다. 이들이 세계경제를 ‘재사유화(reprevatization)’하였고, 세계경제를 파편화된 민족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었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다.

여섯째, 지구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시장의 그리고 경쟁의 지구화이다. 경제와 관련된 모든 요소들은 계산가능한 하나의 공통분모 즉 비용으로 환원된다. 맹목적 경쟁법칙 앞에 다른 모든 가치들은 단지 부수적인 장식물로 전락한다. “불평등의 생산 - 이것이 초국가화 과정의 사회적 핵심이다. 전지구적인 파편화는 ‘올바른 경제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우발적인 세계경제 산물이 아니다. 지구적인 생산과정, 서비스과정, 상거래과정, 금융과정은 그 과정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의 산산히 조각난 운명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인간들, 기업들, 국가들이 질적으로 다른 출발조건에서 서로 경쟁한다 함은 그 세계경제의 본질 중 하나이다. 경쟁자들이 승자와 패자,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 혜택받는 자와 불이익받는 자로 나뉘는 것은 불가피하다. 효율적이냐 아니냐라는 시험에서는 이윤과 권력이라는 척도 외에 다른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용납되지 않는다.”5)

일곱째, 현단계의 지구화는 산업자본과 실물경제로부터 자립화되고, 민족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금융자본의 헤게모니하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1973년 브레튼우즈체계 즉, 국제통화체계의 붕괴이후 지구화되어온 국제 금융자본은 국가의 규제가 아니라, 시장을 통한 경제활동을 명백히 선호한다.6) 지구화와 관련해 제기되는 금융자본은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이라는 레닌 내지 힐퍼딩적 의미에서의 금융자본이 아니다. 금융자본의 국제화는 한편으로 제조업에 기초한 축적전략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지구화는 어떤 경제적 강제(Sachzwang)이라기보다, “화폐자산 소유자에게 유리하고, 안정된 일자리와 적당한 임금에 생계를 걸고 있는 자에게 불리한, 통화의 탈규제와 시장개방을 위한 하나의 정치적 프로젝트”이다.7) 따라서 그것은 기본적으로 반노동적인 정치적 성격을 내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단계의 세계경제는 전후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실물자본-노동의 동맹이 실물자본과 이로부터 분리된 국제 금융자본의 반노동 동맹으로 이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8)

이 글에서 현단계 세계경제의 지배적 운동경향으로서 지구화는 특히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이자 정치적 선택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지구화는 단순히 어떤 필연적인 그래서 불가피한 외적 강제(Sachzwang)는 아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정치프로젝트의 결과이자 그것의 구성요소일 뿐이라는 점이 충분히 강조되어야 한다.9)


지구화와 <다자간 투자협정(MAI)>


오늘날 세계무역의 절반은 초국적 기업 내부거래이다. 즉 초국적 기업 본사와 지사, 자회사, 혹은 자회사간의 거래라는 것이다.10) 지구화의 주역 초국적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이나 자회사가 현지 국가에 의해 몰수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위해 지금까지는 초국적 기업의 정부와 현지 정부간에 <양자간 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를 체결해 왔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600개의 이러한 양자간 투자협정이 존재한다.11) 물론 80년대 전반을 기준으로 투자의 대부분은 즉 4/5는 이른바 미국-유럽-일본 즉, 삼각지역안에 집중되어 있다.12)  

그러나 생산과 금융의 지구화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단순히 양국간 투자협정만으로는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규율해내기에는 부족하다. WTO 사무총장 R. 루지에로의 말처럼 “전지구적 통합경제 헌법(Constitution of Single Global Economy)”이 요구된 것이다. 미국의 주도로 1995년 5월 개시된 협상은 발전도상국을 배제한 채 OECD국가만으로 원래 1998년 4월 조인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공개된 98년 4월자 <다국간 투자협정 협상안(MAI Negotiationg Text) >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인권 및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고, 98년 10월에는 프랑스가 협상테이블에 불참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언제 협상타결이 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다국간 투자협정은 단순히 투자자의 보호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투자자의 단순 보호를 넘어서 투자자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투자할 수 있게끔 투자자의 무제한적 접근권을 보장하는데 핵심이 있다. 그러나 이 방대한 양의 협상안을 이 글에서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필요한 범위내에서 그 핵심만을 언급해 두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조약13)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MAI 초안은 “투자제도(regimes)와 투자보호와 관련된 고기준(high-standard)과 효과적인 분쟁해결절차를 갖춘 국제투자의 광범위한 다자간 틀을 설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원칙에서 밝히고 있다. 특징적 내용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포트폴리오 투자를 포함한 지나치게 넓은 투자와 투자자개념

2. 내국민 대우와 최혜국 대우: 이로 말미암아 예컨대 노동운동이나 인권 탄압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에 대해 그것을 중단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또한 공무원연금기금 등에서 지역의 고용창출을 위해 벌이는 활동조차 가능하지 않다. 나아가 OECD가입국의 하나인 한국과 같은 국가주도적 발전 전략을 채택해 온 국가의 경우, 특정기업에 대한 보조금, 세제감면, 수출장려금 등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14)

3. 협정과 관련된 모든 법률, 규칙 등을 공개할 투명성의 의무

4. 투자자와 핵심인력의 출입국에 대한 규제 철폐

5. 금지사항: 외국계 기업에 의한 현지인 채용의무 등 투자자에 대한 의무이행부과(preformance requirements), 무상 수용, 자본과 투자이윤의 이동에 대한 제한

6. 민영화: 즉 공공부문에 대한 내국민 및 최혜국 대우

7. 투자분쟁 해결: 오직 국가 대 국가간의 소송만을 인정하는 GATT와는 달리, MAI는 투자자 개인이 상대방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고(investor-to-state), 국가는 국가만을 상대로 제소할 수 있을 뿐이다 (state-to-state).

8.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하위단위에도 적용가능

9. 예외 및 세이프가드: 국가안보상의 문제나 국제수지상의 위기와 금융업 관련 ‘건전성(prudential) 규제조치’는 인정되나, 환경과 공공질서 유지 관련 조치는 여전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1) 국가별 유보리스트 제출 2) 새로운 예외 조치를 최소화하기위한 ‘stand-still’ 3) 예외조항 허용은 오직 유보조치를 철회하는 데에 한정하는 ‘Rollback’

10. 문화부문: “문화 및 언어상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적 틀 속에서” 문화산업 특히 미술, 언론, AV 부문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것이 프랑스의 입장이지만, 다수 의견은 아니다.

MAI는 전지국적 규모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위기관리전략의 일환이다. 의무는 없고 오직 투자자의 권리만 존재하는 그러한 국제투자관계의 법제화가 가져다 줄 결과는 특히 그것의 급진성으로 볼 때 대단히 우려할 만한 것이다. “복지와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체약국의 주권적 권리들은 초민족국가적 또는 국제적인 조직, 법질서 또는 그 어떤 누구에게 이양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국적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아무 대책없이 포기되었을 뿐이다. 이것이 MAI가 갖고 있는 결정적인 새로움이다.”15)



한미투자협정: 한국 IMF 경제위기의 비상구?


한미투자협정은 알려진 것처럼 1994년 미국측이 처음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정권 당시 한국측은 국내산업보호 등을 이유로 이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97년 말 IMF 경제위기가 닥치고, 98년 6월 대통령 방미시 이른바 “한국측의 필요”에 의해 투자협정 문제가 새롭게 한국측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리고 현 정부는 당시 투자협정을 대통령 방미의 성과로 선전한 바 있다. “한국측의 필요”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은 한국측의 필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불평등」이나 「압력」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동아일보 1998. 11.18). 그러나 모 재경부 관리로부터는 외교부와는 다른 이런 목소리도 들린다. “한미투자협정 문제만 하더라도 부처간에 이견이 많아 경제장관간담회 같은 데 올려 조율할 필요가 있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다. 협정이 체결되면 직접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대통령이 말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론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다.”16)(동아일보 1998.12.23) 결국 이 말대로라면 “한국측의 필요”와 “대통령의 말”이 한미투자협정의 핵심적인 추진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투자협정의 이른바 “효과”는 무엇인가? 한미투자협정 추진 주체인 외교통상부는 투자협정 체결에 따른 이른바 “기대효과”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 미국투자가들의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 제고

* 전략적 제휴 촉진 : 미국기업의 첨단기술과 한국기업의 지역기반의 결합

* 한국기업과 투자자의 한반도 안정에 기여, 미국내 투자활동 보장

* 한국 내 사업활동의 투명성 제고 :  진퇴 자유화를 통한 사업 안정성 확보

*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 마련

* 한국시장에서의 법적 안전장치 확보

* 동북아 안보에 기여(매일경제 98.6.11)


스크린 쿼터제를 둘러싼 외교통상부와 - 영화자본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는 - 문화관광부사이에서 보듯이 약간의 “부처간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지배블록내에 적어도 투자협정의 필요성 자체에는 일정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이러한 - 물론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지만 - “합의”는 첨예한 외환위기 경험과 사실상 “대통령의 말”에 최종적으로 준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첫째로 이들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한국측의 필요”는 IMF외환위기당시의 첨예한 외환부족을 의미한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96년 말 332억달러에서 IMF 지원요청 직전인 97년 11월 20일 가용기준 132억달러, 11월 말 73억달러, 12월 18일 39.4억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999년 1월 말 현재 536억달러, 가용기준으로는 500억 달러가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표2> 한국의 외환보유고

 

96년말

97년 10월말

97년 11월말

97년 12월말

99년 1월말

외환보유고(A)

3332.4

305.1

224.0

204.1

536.0

해외점포예치금(B)

38.4

82.1

169.3

113.3

35.1

가용외환보유고(A-B)

94.2

223.0

72.6

88.7

500.9

(출처: 재정경제부, ꡔ경제백서1997ꡕ,1998; 매일경제 99.3.16)


둘째, 그렇다면 투자협정으로 인해 과연 기대되는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 투자협정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보고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양자간 투자협정은 체약 당사국들간의 공동보장을 통해 비상대국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투자유치국의 입장에서 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어떠한 필요에서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투자자의 투자결정에 있어 가장 주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은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전망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에게 충분한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환경이 제공되는 것이 투자유치의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유입의 결정적 요소로서 투자유치국의 시장규모, 시장의 성장 정도 등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며 양자간 투자협정은 단지 보조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7) 다시 말해 투자협정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는 “보조적”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나아가 UNCTAD 주최 BIT관련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험이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FDI)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 발전 과정이 진행시켜야 하고, 이 경제성장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 들였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설사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양자간 투자협정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낮은 경제 성장을 보이는 나라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18)

이미 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미투자협정의 외환위기상황에 기초한 “필요성”과 그 “효과”론의 근거는 첫째 이미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둘째 다분히 과장되어있거나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로 결코 넉넉치 못한 한미투자협정의 추진 근거와 관련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대목은 김대중정권의 한국사회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재편 전략과의 구조적 연관성이다. 다시 말해 한미투자협정은 IMF구조조정안, 노동시장 유연화 및 탈규제, 교육개혁, 투자 및 외환거래 자유화, 재벌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등 이러한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관철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구성요소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관철되는 것은 국내 독점자본을 포함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우위와 이해관계가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가까이는 IMF위기 이후, 멀리는 90년대 초 이후 한국 국가는 이전시기와 구분되는 ‘종속적 경쟁국가’로의 발전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한다. 신자유주의는 ‘순수한’ 부르주아 국가로의 이행도정에 있는 한국 국가의 구조 및 기능 재편을 강제한다. 종속적 경쟁국가는 국가가 전체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담지자(Trager)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종속적 경쟁국가는 동시에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형태이다. 이 말은 국가의 기능과 구조가 단순히 일국적 규모에서의 국내 독점자본 및 국내 노동만에 의해 규정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자본 국제화와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변화와 관련 N. 풀란차스는 이미 70년대 초, “토대(생산의 국제화)와 여기에 더이상 조응하지 않는 상부구조로서의 민족국가 사이의 단순한 기계적인 것”으로 환원되지 않음을 언급하고, 국가는 “국제화를 위해 자본이 취하는 모든 수순이 자동적으로 국가의 ‘초민족국가성’을 도출해 내는 것은 아니며, 또한 국가는 그러한 자의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지배계급의 단순 연장이나 도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19) 어디까지나 사회세력간의 국내적 계급투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풀란차스의 ‘관계’로서의 국가론과 비교해, 캐나다의 좌파 정치학자 R. 콕스의 시각은 자뭇 대조적이다. 콕스에게 있어 80년대 ‘국가의 국제화’경향은 지구화의 결과이다. 그리고 이 때의 국가는 “지구적 경제를 국민경제로 연결하는 전감대(transmission belts)”가 된다.20) 콕스는 지구화가 민족국가에 미치는 충격이 국가별로 상이하다고 말한다. 제3세계 채무국의 경우 국가는 “외부압력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해 상황에 따라 처벌적인 구조조정조치를 강요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안된다. 반면 발전된 국가는 해외 채권 시장, 재정 위기 그리고 자본의 초국가적 유동성에 대한 민감함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대내정책적 자율성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21)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콕스의 지적처럼 국가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제한하는 수단으로서 ‘제한된 민주주의로의 발전경향’과 관련해 볼 때, 제3세계 또는 채무국에서의 신자유주의는 국제체계상의 열등한 지위로 인해 대내적으로 대단히 억압적, 권위적 형태를 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기서 역사적으로도 흔히 야경국가로 불리우는 19세기 자유주의 국가나22) 가까이는 1970년대 ‘시카보보이즈’가 주도한 칠레 피노체트 정권의 경제‘개혁’이 유혈적 탄압을 통해 관철되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L. 패니치는 콕스의 ‘전감대’ 테제를 “외삽적(outside in)”이며, “하향식(top-down)”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개별 국가의 역할은 여전히 개별 사회구성체안에 위치한 제사회세력간의 투쟁에 의해 결정된다. 풀란차스를 원용하자면 비록 이 제사회세력들이 국제노동분업과 자본의 국제적 집적에 다층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또한 비록 이 투쟁들이 세계적 기초에서 결정되는 국면속에서 전개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개별 사회구성체간의 불균등 발전과 특수성으로 인해 특정한 일국적 형태야말로 이 투쟁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이다.”23) 그러므로 신자유주의적인 초국적 자본의 헤게모니가 내용적으로 관철되는 구체적 형태는 지극히 다양한 변이를 나타낸 수밖에 없고, 또한 그 형태는 해당사회의 다층적 수준의 역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또한 초국적 자본의 헤게모니는 이를 현지에서 매개하고 조절하는 신자유주의적 국가 형태를 언제나 전제한다. 여기서 종속적 경쟁국가의 형태와 기능은 한편으로 조직화된 노동을 주변화시키고, 이를 자본의 친시장주의적 기획에 순치시키기 위한 동의의 조직화라는 산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일반적 요구와, 다른 한편으로 세계정치경제구조상의 종속적 지위로 인한 특수적 요구에 의해 ‘중층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초국적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지구적 경제와 다른 한편으로 고전적인 국제 경제로의 세계경제의 분화와 후자의 전자로의 포섭경향 속에서 볼 때, 한국의 종속적 경쟁국가에서 문제가 되는 종속성은 개별국가의 개별국가에 대한 종속성뿐만 아니라, 갈수록 비중이 더해지는 것으로 개별국가의 - 산업자본으로부터 자립화되고, 국민경제로부터 분리(disembedding)된 - 국제금융자본에 대한 종속성이다. 따라서 진정한 종속의 극복전략 역시 한때 종속이론에서 가정했던 것처럼 혁명적 국가권력에 의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부터의 의도적 탈퇴(delinking)에 있다기보다, 초국적 금융자본을 지구적 규모에서 통제할 수 있는 지구적 통제체제(governance)의 건설에서 그 핵심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볼 때 현존하는 민족국가를 우회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민족국가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재편프로젝트와 이에 대항할 새로운 대안적 기획간의 경쟁과 투쟁의 지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국가의 실패인가/시장의 실패인가’ 혹은 개입/비개입류의 대립항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개입인가, 즉 개입의 형태와 내용이 문제가 된다. 즉 현재 한국에서 목격되는 종속적 경쟁국가의 친자본적, 선택적 개입으로서 탈규제인가 아니면 전환된 새로운 국가기능의 표현으로서 ‘민주적 재규제’인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또한 현 종속적 경쟁국가하에서 관찰되는 민주주의의 변형 및 퇴화 경향을 차단하고, 형식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과 민주주의로의 ‘내포화’ 단계로의 진화를 담보해 낼 것인가에 있다.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과 그 비판:

미국의 <1994년 표준안(prototype)>24)


양자간 투자협정과 관련 미 국무성 <경제기업국(Bureau of Economic and Business Affairs)>은 1998년 12월 1일 발표된 공식 문건에서 양자간 투자협정이 갖고 있는 ‘6가지 기본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25)

첫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미국기업에게 자신의 경쟁자에 못지 않는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대우 자격을 보장한다.

둘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투자수용을 명백히 제한하고, 미국 투자자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보장한다.

셋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투자자들이 투자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을 지체없이 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넷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투자대상국가가 예를 들어 현지 생산물(local content) 또는 수출 쿼터 등을 금지시킴으로써, 이와 같은 비효율적이며 무역과정을 왜곡시키는 관행을 요구하는 해당 국가의 권한을 제한한다.

다섯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체약국 정부와 투자관련 분쟁이 발생시 국제 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투자자에게 부여한다. 해당국 국내법정을 이용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

여섯째, 양국간 투자협정은 국적에 상관없이 최고 경영자를 선임할 권리를 부여한다.


미국은 현재 43개의 양국간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위의 문건은 “미 정부는 경제개혁이 진행중인 국가와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책 채택에 있어 우리가 중요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나라들과의 양국간 투자협정 협상에 우선권을 두고 있다. 양국간 투자협정은 또한 APEC과 미주 자유무역지대에서의 우리의 투자자유화 이니셔티브를 보완하고 지원한다. 나아가, 양국간 투자협정은 OECD와 경우에 따라서는 WTO에서보다 광법위한 이니셔티브를 위한 정책적 기초라 할 수 있다.”(ibid.)

이러한 기준에 걸맞게 현재 미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였거나, 또 협상이 진행중인 국가는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뉘어진다. 첫째, 구 동구권국가­알바니아,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 체코, 카자흐스탄, 몽고, 루마니아, 폴란드, 러시아(미발효) 등­ 둘째, 최극빈국(LDCs)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발전도상국­콩고, 모로코, 세네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쟈메이카 등.

이미 이러한 사실로부터 투자협정에 내포된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분명히 드러난다고 하겠다. 그것은 주로 다국간 투자협정을 통해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의 투자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양자간 투자협정를 통해 나머지 구동구권 및 제3세계에서와의 투자관계를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여기서 한국은 양대 국가군의 사이에 있는 신흥산업국가(NICs) 중 유일하게 협상이 진행중인 경우로서, 다른 신흥산업국가와 비교해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에 종속되어 있고, 사실상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IMF를 동원 신자유주의적 경제프로그램을 관철시키기에 한국의 경제위기는 대단히 유리한 환경이며, 더군다나 한국측에서 자발적으로 투자협정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 NICs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일본의 경제 헤게모니하에 속해 있는 아시아권을 공략하기에 훌륭한 교두보의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래에서는 미국의 1994년 <표준안>을 중심으로 투자협정의 문제점을 상론하기로 한다.


첫째, 미국의 표준안26)은 전문과 총 16조 그리고 부속문서(Annex)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이 표준안에서 말하는 투자의 정의부터 보자. 제1조 (d)항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d) 국민 혹은 기업에 의한 “투자”는 모든 종류(every kind of)의 투자를 의미하며, 그 투자는 그 국민 혹은 기업에 의하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소유 혹은 통제되는 것이며,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띠는 투자를 포함한다.

(i) 기업

(ii) 기업 내에서의 지분, 주식 및 다른 형태의 지분 참여, 채권, 회사채 및 다른 형태의 채권 상 권리

(iii) 턴키 계약(건물 같은 것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준비하여 인도하는 계약), 건설 혹은 경영 계약, 생산 혹은 이윤 분배 계약, 면허, 혹은 유사한 형태의 계약 하의 권리와 같은 계약 상의 권리

(iv) 부동산과 같은 유형의 자산, 리스 및 저당, 유치권, 질권과 같은 권리를 포함하는   무형의 자산

(v) 저작권 및 이에 관련된 권리, 특허권, 식물의 다양성에 대한 권리, 산업 디자인, 반도체 설계디자인에 관한 권리, 노우하우 및 기업비밀 정보를 포함하는 사업비밀, 상표권 및 상호권을 포함하는 지적재산권

(vi) 면허 및 허가와 같이 법에 따라 부여되는 권리


이렇게 본다면 사실상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될 유무형의 거의 모든 것이 무제한적으로 ‘투자’개념에 포함되고 따라서 투자협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미 여기서부터 투자와 투기(speculation)의 구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명백히 투기적 목적을 가진 해외 단기성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법적으로 원천봉쇄된다는 말이다.


둘째, 한미투자협정이 이전의 투자보호협정과 비교해 갖는 결정적인 차이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예를 들어 투자를 목적으로 기업을 설립하거나 취득하는 투자전 단계(pre-establishment)에서 부터 ‘내국민대우’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표준안 2조 1항을 보자.


1. 적용투자의 창설, 취득, 확장, 경영, 관리, 운용, 매각, 및 다른 형태의 처분에 관하여 각 체약국은, 동일한 상황에서, 자국민 혹은 자국 기업에 의한 자국 영토에서의 투자에 대해서 부여하는 대우와 동일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이하 “내국민대우”라고 한다)과 제3국의 기업 혹은 국민에 대하여 부여하는 대우와 동일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이하 “최혜국 대우”라 한다)  중 가장 유리한 대우를 부여하여야 한다(이하 “내국민 및 최혜국 대우(national and most favored nation treatment)”라 한다). 각 체약국은 자신의 국영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 적용투자에 대해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과거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투자협정 체결시 내국민 및 최혜국 대우는 존재하였다. 그러나 한미투자협정의 경우와는 달리 투자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허가’사항이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한국 국가의 경제주권에 대한 심각한 ‘제약’이라 할 만하다.

다시 말해 국가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자국 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투자가 요구되는 부문이나 지역 등을 선택할 권리가 박탈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한미투자협정은 분명한 위헌 소지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헌법 제120조 제1항에 따르면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자협정에서 사용하는 투자개념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고 할 때,  헌법 120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 또한 그러한 투자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에 대해 국가는 특허권을 행사할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헌법 120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국토와 자원”에 대한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에 대한 국가의 “계획”은 필요에 따라 국내자본은 물론이고 외국 투자자본에 대해 일정한 의무와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국가의 이러한 조치는 필연적으로 투자협정 제6조의 의무부과 금지조항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표준안 6조는 그 자체로 위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27)

또한 이 조항은 예컨대 G5나 G7과 같이 비슷한 발전 수준에 있는 국가의 기업간 경쟁에서는 그나마 공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력의 수준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2개 국가의 기업이 동일한 대우를 받는 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불공정을 내포하는 것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셋째, 그렇다면 투자협정에서 규정된 ‘투자자’의 지위는 어떠한가를 보자 (제7조).

1. (a)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에 관한 법에 관하여, 각 체약국은 투자의 창설, 발전, 관리 혹은 투자의 운영에 관한 조언을 위하여 그들 혹은 그들을 고용하는 타방 체약국의 기업이 상당한 양의 자본 혹은 여타 자원을 책임지고 있거나 책임지고 있는 중에 있는 경우, 다른 체약국의 국민을 자국의 영토에 입국시키고 체류하도록 허가하여야 한다.

(b) 각 체약국은 제1항(a)하의 입국허가를 부여함에 있어 노동검정테스트나 이에 동일한 효과를 갖는 절차를 요구하거나, 인원의 수를 제한해서는 아니된다.

2.  각 체약국은 적용투자가 국적에 관계없이 최상위경영자를 그들의 선택에 따라 고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투자협정은 최고경영진에 대한 국적조항을 무효화함으로써, 예컨대 특정 국가기간 산업 관련 공기업의 장이나, 신문, 통신, 잡지 등 현행 「정기간행물의 등록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적조항은 사문화되어야 한다.28) 이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정확히 반영한 것에 다름아니며, 나아가  투자자와 그에 고용되어 있는 외국인 즉 핵심인력에 대해 입출국과 체류여부에 대한 제한을 완전 제거함으로써, 이들에게 사실상 외교관에 맞먹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넷째, 의무이행 강제의 금지 조항(6조)이 문제가 된다.


각 체약국은 적용투자의 창설, 취득, 확장, 경영, 관리, 운용의 조건으로서 다음과 같은 어떤 조건(정부의 허가 혹은 인가를 받는 것과 관련된 의무 혹은 약속도 포함된다)도 명령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된다.

(a) 어떠한 수준 혹은 비율의 내국 생산량을 달성하도록 하거나 혹은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어떠한 형태로든지 국내에서 비롯된 상품 또는 용역을 구매하거나, 사용하거나 다른 형태로 특혜를 주도록 하는 조건

(b) 생산, 수출의 특정한 양 및 가치 또는 외화의 획득과 관련하여, 재화 혹은 용역의 투자에 의한 수입을 제한하는 조건

(c) 일반적으로 혹은 특정한 시장지역을 정하여 재화 혹은 용역의 일정한 종류, 수준, 비율을 수출하도록 하는 조건

(d) 생산, 수출의 특정한 양 및 가치 또는 외화의 획득과 관련하여, 상품 혹은 재화에 의한 판매를 제한하는 조건

(e) 선언 혹은 판단된 경쟁법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법원, 행정법원, 혹은 경쟁당국에 의하여 집행되는 명령, 조건, 약속에 따르는 경우를 제외하고 기술, 생산공정 혹은 다른 독점적 지식을 체약국의 영토 내에 있는 국민 혹은 기업에게 이전하라는 조건

(f) 체약국의 영토 내에서 특정한 유형, 수준 비율의 연구개발을 이행하라는 조건

이러한 조건은 일시적 혹은 계속적으로 이익을 제공받고 부가되는 조건은 포함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자국의 발전 전략에 입각한 여러 정책수단, 예컨대 기술이전, 현지 생산품(local content) 사용 의무, 구 수출자유지대 경우처럼 국내생산물의 전략 수출 의무 등은 완전히 금지된다. 그리고 바로 이 6조에 근거해 문제가 되는 것이 스크린 쿼터제다. 즉 극장업에 투자한 투자가에게 한국 정부가 「영화진흥법」에 의거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부과한 국산영화 의무 상영 일수라는 현지 생산품(local content) 사용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담배인삼공사>를 인수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정부는 이전처럼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인삼공사와 계약한 연초경작자의 잎담배를 전량 수매할 하등의 의무도 소멸된다. 또한 제지회사를 인수한 외국 투자자는 한국의 「재활용촉진법」에 입각한 원료 55%이상의 폐지 사용 의무 역시 사라진다. 그런데 이행의무금지와 관련 사회복지부문과 노동부문에 미칠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철도 민영화에 따라 한국 철도를 인수한 외국 투자자는 한국정부가 지금까지 노인복지 차원에서 시행해 온 경로우대 즉 요금 할인 혜택과 같은 의무를 이행할 아무런 의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인수합병된 국내기업의 실업 및 노동조건의 경우, 국내기업을 인수한 외국자본은 이 조항에 따라 ‘고용승계의무’, ‘현지인 일정비율고용’, ‘노동기본권 보장’그리고 ‘환경기준’등의 의무로부터 사실상 자유롭다. 이는 특히 한일투자협정 협상개시와 관련 일본측에서 정리해고관련 노동법을 문제삼는 것이나, 주한 미 상공회의소 99년 연례보고서 초안에서 한국 개정 노동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인 ‘경영상의 불가피한 사유’ 조항에 시비를 거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정리해고 그 자체에 반대해 전국적 항의를 조직한 바 있는 한국의 노동운동으로서 투자협정과 함께, 정리해고 완전 자유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다섯째, 지나치게 넓게 설정된 해당국 정부의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expropriation)과 그에 대한 보상 규정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표준안 제3조의 1조와 2조를 보자.


1. 체약국은 공익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고는 수용 혹은 국유화와 거의 동등한 조치를 통하여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적용투자를 수용하거나 국유화하여서는 아니된다. 그 수용은 비차별적 방법으로 행해져야하고, 즉각적이고 충분하며 유효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적법절차 및 제2조 제3항에 규정된 대우의 일반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2. 보상은 지체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보상액은 수용행위가 이루어지기 바로 직전 수용,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하여야 하고, 완전히 현금화할 수 있으며 자유로이 송금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한 시장가격은 수용일 이전에 수용행위가 알려졌기 때문에 일어난 가치의 변동을 반영해서는 결코 안된다.

여기서 이른바 ‘공익적 목적’의 범위와 내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해당국 정부의 직접 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적 수용까지도 포함하는 사실상의 외국인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금지라 할 만하다. 이로 인해 해당국 정부나 지방 자치 정부에 의한 사회적 또는 환경보호적 이유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산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간접적 수용으로 해석될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따라서 국내 투자자산은 거의 신성불가침적인 것으로 변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4월 캐나다의회가 미국의 <에틸사(Ethyl Corporation)>가 생산한 벤진첨가제 MMT가 환경 및 건강유해적인 것으로 판정, 이의 수입과 운송을 금지시킨 조치에 대한 에틸사의 대캐나다 제소사건이다. 에틸사는 이러한 조치가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협정>에 의거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자 기업 명망성에 대한 훼손이라고 캐나다정부를 상대로 2억5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 결국 1998년 6월 캐나다 정부는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하였다. 마찬가지로 한국정부가 환경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외국인 투자 부동산에 대해 그린벨트틀 설정한다든지, 투기억제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할 경우,29) 이 모든 조치는 투자협정에 따라 간접 수용에 해당되어 한국 정부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결국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위 에틸사 대 캐나다 사례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처럼, 수용에 대한 포괄적 정의는 앞서 언급한 투자에 대한 지나치게 넓은 정의와 더불어 국가의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공적 기능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투자협정의 현금보상 원칙은 “재정형편상 부득이한 경우” 채권 지급도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내법상 「토지수용법」과 「징발법」과도 충돌한다.30)  

여섯째,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협정에 따르면 투자자는 일종의 치외법권적 지위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투자협정은 특히 투자분쟁시 놀라운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우선 표준안의 제9조 1항을 보자.


1. 이 조약의 목적실현을 위하여, 투자분쟁은 이 조약에 의하여 적용투자에 관하여 창설되고 인정된, 투자인가, 투자합의 혹은 부여된 어떠한 권리에 대한 주장된 침해와 관련하여서 또는 이로부터 생겨나는, 체약국과 다른 체약국의 국민 혹은 기업(a national or company) 사이의 분쟁을 의미한다.


한미투자협정은 기본적으로 국가간(inter-state) 즉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다. 그런데 이 투자협정은 이처럼 체약국 국적을 가진 개인(a national) 또는 사기업에 상대편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투자협정에 내포된 전형적인 급진 자유주의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의 국제관계는 절대주권으로 무장한 국가간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제법 역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즉 「국제인권규약 B규약」, 그것도 해당국가가 개인청원절차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한 경우에 한해서만 개인의 국제법적 인격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협정은 개인이 투자자적 개인인 한에 있어 개인의 국제법적 주체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개인은 투자자인 한에 있어 국가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투자는 이로써 인권이 갖는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고, 근대 주권 국가의 위상은 투자자로서의 개인의 그것으로 급하강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투자협정에서 규정되어 있는 투자자로서의 개인은 신자유주의의 국제법적 완성 시도라 할 만한 것이다.    

투자자 개인 또는 사기업은 분쟁발생시 상대편 체약국을 2항 (a)체약국의 법원 혹은 행정법원 (b)적용가능하고 사전에 합의된 분쟁해결절차에 의하여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국제관행에 해당된다. 문제는 다음에 있다. 즉  “(a)관련 국민 혹은 기업이 제2항(a) 혹은 (b)에 의하여 제소하지 않고, 분쟁 발생시로부터 3개월이 지났으면, 관련 국민 혹은 기업은 다음 방법에 의하여 구속적 중재절차에 분쟁해결을 구할 수 있다.” (i)1965년 워싱턴 조약에 의해 설립된 상설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 (ii)분쟁의 일당사자가 위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위 센터 부속기관 (iii)<국제연합 국제통상법 위원회(UNCITRAL) 중재규칙> (iv)분쟁의 양 당사자가 합의하였다면, 다른 중재기관이나 다른 중재규칙“

한미투자협정은 이처럼 투자자로서의 개인이나 사기업이 국가를 제소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국가가 해당 투자자와 기업을 해소할 수는 없다. 또한 국내기업보다 해외기업이 명백히 우위에 있다. 이는 국내기업이나 국내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위에서 언급된 국제중재절차에 회부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반면, 해외 기업은 언제든지 위에서 규정된 절차에 따라 상대방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투자협정 또는 한일투자협정에 이 논리를 적용하였을 때, 즉 한미, 한일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경제력의 격차를 감안하였을 때, 한국 국가에 대해 미국기업과 일본기업은 - 혹은 미국 및 일본 투자자는 - 한국기업 혹은 한국 투자자와 비교해 명백한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중재판정은 그 자체로 “최종적이며 구속적(final and binding)”(9조 6항)이다. 즉 재심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지체없이 집행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에 대해 사전 준비의 의무가 있다. 그리고 투자자가 입은 손실에 대해 국가는 설사 투자자에 대해 채권이 있다 하더라도 부분적이 아닌 전면적인, 보증이나 보험 등을 통하지 않은 직접적인 보상의 의무가 있다.

이처럼 한미투자협정은 특히 투자분쟁에 대한 해외 중재의 국제법적 구속력을 대폭 강화하였고, 또한 그 절차에 있어서도 해당국 법원보다는 해외 국제기구를 통한 최단기간내의 중재를 명백히 선호하고 있다. 그 결과 투자협정은 투자영역에 대한 법치국가의 관할권을 박탈함으로써 국가 주권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곱째, 표준안 제 5조는 투자와 관련한 자유로운 송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 대상이 되는 것으로


(a) 투자자본

(b) 이윤, 배당금, 자본이득, 투자의 전부 혹은 일부의 매각 또는 투자의 전부 혹은 일부의 청산으로부터 얻어진 수익금

(c) 이자, 로얄티, 경영 수수료, 기술적 지원금 및 기타 수수료

(d) 대여계약을 포함한 계약상의 지급금

(e) 제3조 및 제4조에 의한 보상금 및 투자분쟁으로 인한 지급금


그리고 14조는 투자협정 적용의 예외를 다루고 있다.


1. 이 조약은 체약국이 국제 평화 및 안전의 유지, 회복, 자국의 필수적 안전의 보호에 관하여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한미간 협상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중 하나인 이른바 일시적 외환거래 제한 조치 즉 세이프가드(safeguard)문제이다. 위에서 보듯이 미국 표준안은 국제평화, 국가안보 즉 군사적 측면에 대한 예외를 제외하고, 예컨대 IMF 등 첨예한 외환위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일시적 외환거래 제한 조치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국간 투자협정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심각한 지불불능상황이나, 또는 “예외적 상황에서 자본 흐름이 거시경제적 조정이나 특히 통화 및 환율정책상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또 초래할 수 있을 때”에 한해, 그리고 IMF의 허락과 체약국들의 동의, 6개월 간격의 심사를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자본거래 제한이 인정된다.31) 물론 다국간 투자협정의 경우에도 그 자체로 볼 때 지극히 불충분한 예외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 이러한 미미한 예외마저 한미투자협정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세이프가드제라는 것도 현재와 같은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주식시장이 리얼타임으로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서, 환투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당 국가의 유일한 정책수단인 세이프가드 조차 투기성 단기자본의 반응속도를 따라 잡기에는 터무니 없다는 점이다. 이미 자본유출이 종결된 뒤 발동된 세이프가드라면 사실상 아무런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위기상황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투기자본의 진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환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 있다.    


여덟째, 표준안의 15조는 이 조약이 체약국의 지자체와 같은 하위 정치단위에도 적용됨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이 1항 (b)의 내주민 대우문제이다.


(b) 미합중국의 주, 준주 혹은 속령에 의하여 부여되는 대우와 관련해, 내국민대우란, 동일한 상황에서, 미합중국에 거주하는 국민 혹은 미합중국의 주, 준주 혹은 속령의 법률 혹은 규칙하에서 적법하게 구성된 기업의 투자에 대해서 부여되는 대우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방국가로서의 미국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예를 들어 A주와 B주 또는 A주와 속령이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대우가 다를 수 있다. 만일 A주가 B주에 비해 투자보장의 정도가 낮을 경우, A주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B주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비해 열등한 대우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표준안에서 미국이 의미하는 내국민 대우란 결국 내주인(內州民)대우에 불과한 것이다. 이 조항은 한미투자협정이 담고 있는 또하나의 전형적인 불평등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홉째, 한미투자협정은 10년간 효력이 지속되고, 이 기간 중의 투자에 대해서는 다음 10년간 유효하다. 또한 조약이 발효되는 시점에 기투자된 부분에 대해서도 조약은 적용된다.


1. 이 조약은 비준서를 교환한 지 30일 후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이 조약의 효력은 10년간 지속되며, 제2항에 의하여 종료되지 않는 한, 효력이 계속 지속된다. 이 조약은 발효이후에 창설되거나 취득된 적용투자뿐만 아니라 발효 당시에 이미 존재하던 적용투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2. 체약국은 서면통지를 보냄으로써 이 조약을 처음 10년이 끝날 무렵에 종료시킬 수 있으며, 그 후에는 1년간을 유예기간으로 하여  종료시킬 수 있다.

3. 조약 종료 후 10년 동안, 이 조약의 모든 다른 조항은 종료일 전에 취득 혹은 창설된 적용투자에, 적용투자의 창설 및 취득에 관하여 이 조항들이 연장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용된다.


대부분의 투자자본이 단기간에 회수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최소 20년 규정은 투자자본에 대한 과잉보호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항이다.32) 이 말은 결국 한국국가에 대해 미국의 투자자본이 20년 동안에 걸쳐 규정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열번째, 표준안의 부속문서에는 우선 미국측의 예외조항이 적시되어 있다.


1. 미합중국 정부는 다음에 열거된 산업분야 및 사안에 대해서 적용투자에 대한 내국민대우의 예외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원자력, 관세사, 방송, 일반통신망, 무선국 허가, 통신위성, 국가가 지원하는 대부, 보증 보험을 포함한 보조금; 북미자유무역지대 협정 1102조, 1108조에 의한 국가적 혹은 지방적 조치에 의한 예외, 해저케이블 가설

최혜국대우는 위에 열거된 산업영역 및 사안에 대해서 부여될 수 있다.

2. 미합중국정부는 아래 열거된 산업영역 및 사안에 대하여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 대우에 대한 예외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수산업, 항공 및 해운 운송업 및 이에 관련된 활동, 은행업* 보험업* 증권업* 및 다른 금융업*33)

다국간 투자협정에 준거해서 볼 때 예외조항은 협정 체결시점까지 신청된 것에 한하고, 이후의 추가 등재는 불가능하다(‘stand-still’원칙). 그리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뒤 가능한 사후변경은 이 예외 리스트를 첨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직 삭제하는 방식으로는 가능하다(‘roll-back’ 원칙).34) 그러므로 조약이 체결되고 난 뒤의 재협상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예외조항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은 실무적으로 극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미 실무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이 한국의 공기업문제이다. 한국측 입장에서는 아무튼 가능하면 이 예외조항에 많은 것을 포함시키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표준안에 들어 있는 공기업 관련 조항을 보자.


각 체약국은 자신의 국영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 적용투자에 대해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2조1항)

2. 이 조약 상의 체약국의 의무는 그 체약국에 의하여 국영기업에 위임된 어떠한 규제적, 행정적 혹은 다른 정부기관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그 국영기업에도 적용된다.(16조 2항)

한마디로 미국측은 공기업에 대해서도 투자협정의 내국민 대우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포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와 같은 고수익성 외국인 주식소유 한도설정 공기업들이다. 시장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목표로 하는 공기업이 외국자본에 인수될 때 그 사회적 역기능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으로서의 이윤추구와 그것의 공공성이라는 이중성에서 볼 때, 공기업은 단순히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만일 현재 추진중인 공기업 민영화 특히 그것이 외국 자본에 의한 민영화로 귀결될 때, 일단 투자협정의 각도에서 보았을 때 그 결과는 대단히 우려할만 한 것이다. 먼저 미국 자본은 투자협정에 따라 어떠한 노동법규상 의무도 없이 정리해고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요금 인상은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은 아니다. 공기업에 의해 제공되는 각종의 서비스는 한국 민주주의의 물적 기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할 때 공기업 민영화로 초래되는 공공영역의 축소와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의 동요로 그리고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 국가기능의 공동화와 사회적 해체, 그것이 공기업 민영화로 예상되는 최악의 결과이다. 

위에서 보듯 미국은 또한  자국의 금융부문과 한국의 금융 및 외환거래 자유화를 연동시키고 있다. 현재 전지구적 금융자본 대부분이 미국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금융시장이 한국에 개방되더라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한미투자협정을 지렛대로 한국 금융시장을 개방해 자국의 금융자본의 이해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주한 미 상공회의소 1999년 보고서가 상당 부분을 할애해 한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촉구하고 나선 점, 그리고 지난 4월 1일자로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외환거래 자유화조치가 시행되어 2000년 말까지 완전자유화된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미투자협정은 개방된 한국의 금융시장이 미국계 다국적 금융자본의 헤게모니하에 포섭되는 법률적 틀거리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맺는말


한미투자협정은 한마디로 투자자의, 투자자에 의한, 투자자를 위한 협정이다. 국가가 협정에 묶여 있는 동안 외국투자자는 자신의 반사회적, 반노동적, 반인권적, 반환경적인 맹목적 이윤본능을 추구할 권리만 있을 뿐, 의무는 없다. 정부는 지금 이 시점이 더이상 투자협정=외자유치라는 가설의 전제였던 첨예한 외환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최고권력자의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협상 그 자체가 과연 필요한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투자협정 체결로 기대되는 불확실한 경제적 효과와 그로 인해 초래될 정치적, 사회적 비용간의 함수관계를 현명히 타산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민․사회운동 역시 투자협정=스크린쿼터문제식의 협소한 문제설정을 탈피,35) 그것이 한국사회에 미칠 파탄적이며 장기적인 영향에 주목하면서 여기에 대한 항의와 반대를 공론화할 것을 긴급히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한 시민․민중 행동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토론될 수 있을 것이다. 


1.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의 공고화와 이에 대한 광범위한 민중 연대

2. 한민(한일) 투자협정의 공론화와 이에 대한 반대주체의 조속한 형성(노동, 시민, 환경, 여성운동 등)

3. 스크린쿼터 사수투쟁과 한민(한일) 투자협정 반대운동간의 연계

4. 한민(한일)투자협정 반대운동과 초국적 금융자본 규제운동간의 연계(반BIT와 반MAI의 결합)

5. 이를 위한 한미, 한일 및 지구적 연대망의 구축

6. 사회 각부문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역량의 활성화와 국가권력의 성격 개조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개입

7. 신자유주의에 대항한 대안프로젝트의 연구, 개발과 이의 공론화  

한/노/정/연


1) 전지구적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은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 스크린쿼터 즉 투자의 허가 조건으로 한국산영화라는 현지생산품을 일정 비율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투자의 완전자유, 자본의 초국가적 자유이동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미 다자간투자협정(MAI)와 양자간투자협정(BIT)를 통해 이 원칙을 관철하고자 시도해 온 미국으로서는, 특히 다자간투자협정이 각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와 무엇보다 프랑스 영화산업이 주도한 ‘문화예외주의’에 걸려 좌초한 뒤, 마침 한미투자협정 협상과정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스크린쿼터문제는 특히나 ‘밀레니엄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시범케이스’같은 것이다. 필자가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 있는 미행정부와 ‘업계’ 곧 영화자본의 이러한 정서에서 볼 때,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는 문제는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의 전형 가운데 하나인 한미투자협정을 저지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원칙에 작지만 의미있는 파열구를 낸다는 점에서, 결코 영화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영화‘만’ 예외라고 보는 인식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노동‘도’, 인권‘도’, 환경‘도’ 예외이다. 바로 이 예외를 보편적 규범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야말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지구적 연대운동의 첫걸음인 것이다. 


1) 1992년 이태리 리라화와 영국 파운드, 1994년 멕시코 페소화, 90년대 후반의 아시아 등, 전세계 외환시장의 심각한 기능 장애는 대부분 바로 실물경제로부터 자립화된 투기자본에 그 원인이 있다. 1969년~1994년 사이 국제 일일 외환거래 총액은 150억 달러에서 10조 달러로 약 67배 증가하였고, 국제무역 총액과 비교해 거의 4배에 달한다(아래 <표1>). 

1) 1992년 이태리 리라화와 영국 파운드, 1994년 멕시코 페소화, 90년대 후반의 아시아 등, 전세계 외환시장의 심각한 기능 장애는 대부분 바로 실물경제로부터 자립화된 투기자본에 그 원인이 있다. 1969년~1994년 사이 국제 일일 외환거래 총액은 150억 달러에서 10조 달러로 약 67배 증가하였고, 국제무역 총액과 비교해 거의 4배에 달한다(아래 <표1>). 

<표1> 국제무역, 직접투자 그리고 외환거래액 (1969~1994; 단위 10억 달러)

<표1> 국제무역, 직접투자 그리고 외환거래액 (1969~1994; 단위 1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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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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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거래액ꊕ      약  3750          30 000       162 500        250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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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거래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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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직접투자)ꊖ            18.3            14.7          42.9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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ꊓ  1993년      ꊔ  1980년

ꊓ  1993년      ꊔ  1980년

ꊕ  공개된 일일매출액과 개장일 250일을 기준으로 산정

ꊕ  공개된 일일매출액과 개장일 250일을 기준으로 산정

ꊖ  실물이동에 대한 통화이동의 관계 (1994년 통화이동이 실물이동의 43.3배에 달한다)

ꊖ  실물이동에 대한 통화이동의 관계 (1994년 통화이동이 실물이동의 43.3배에 달한다)

(출처: Bank fur Internationalen Zahrungsausgleich, Jahresberichte; GATT International Trade; ‘Euromoney’, 1994년 6월, 31쪽)

(출처: Bank fur Internationalen Zahrungsausgleich, Jahresberichte; GATT International Trade; ‘Euromoney’, 1994년 6월, 31쪽)


2) 상세한 것은 E. Altvater/B.Mahnkopf, Grenzen der Globalisierung, 2.Aufl. Munster 1997, S. 36이하를 참조.


3) Altvater/Mahnkopf, 위의 책, S. 41


4) J.Hirsch, Der nationale Wettbewerbstaat, Berlin/Amsterdam 1995, S.103


5) W.-D. Narr/A.Schubert, Weltokonomie. Die Misere der Politik, Frankfurt/M. 1994, S.43


6) J.Bischoff, Kapitalismus pur oder Systemwende nach rechts? Supplement der Zeitschrift Sozialismus 1-1997, 참조


7) J.Huffschmid, Globalisierung, europaische Integration und neoliberale Politik, in:Supplement  der Zeitschrift Sozialismus 10/97, S.25


8) 여기에 대해서는 S. Schulmeister, Der polit-okonomische Entwicklungszyklus der

8) 여기에 대해서는 S. Schulmeister, Der polit-okonomische Entwicklungszyklus der

   Nachkriegszeit, in: Internationale Politik und Gesellschaft, 1/1998 참조.


9) 아울러 H.-J. Bieling, Globalisierung als Projekt und Prozeß, in: Supplement der Zeitschrift   Sozialismus 10/97 도 참조할 것.


10) Welzk (1999), Visionen der MAI, A Brave New Corporatist World? in: Blatter fur deutsche und internationale Politik, 1/99.


11) 1997년 현재 주요국가의 양자간 투자협정의 숫자를 보면, 독일이 111개로 선두를 달리고, 영국 87개, 중국 80개, 한국 49개, 미국 39개(현재는 43개), 일본 5개로 나타나 있다. World Investment Report 1997 (UNCTAD)


12) M. De Angelis, The Autonomy of the Economy and Globalization, 1996 (http://lists.village.virginia.edu/~spoons/aut_html/glob.html)


13) 미국의 ‘잘사는 종속국’ 캐나다와 ‘못사는 종속국’ 멕시코사이의 경제블록화는 지구화에 대한 그 자체로 대단히 흥미로운 사례이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비판은 Altvater/Mahnkopf (1997), op.cit., 476이하를 참조.


14) M. Weisbrot, Globalization for Whom? (http://www.preamble.org/Globalization.html)


15) )Welzk (1999), op.cit, 47쪽


16) )또 다른 언론보도는 정부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이 직접 미국에 협정체결을 제안했기 때문에 협상과 관련된 정부부처의 공무원들은 반대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커가고 있는 상태다.”(<한겨레신문> 99년 1월 24일자)


17)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ꡔUR에서 IMF, 밀레니엄라운드까지ꡕ, 자료집, 17쪽 재인용.


18) http://www.southside.org.sg/souths/twn/title/nex-cn.htm


19)N. Poulantzas, Classes in Contemporary Capitalism, London: New Left Books, 1974.


20) Cox(1992), ibid.


21) Ibid.


22) 이와 관련 F. 노이만의 유명한 명제를 참고하자.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부르주아적 이해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정도로 자유주의 국가는 언제나 강권적이었다. 자유주의 국가는 전쟁을 수행하였고, 파업을 분쇄했으며, 강력한 함대를 동원해 자국의 투자를 보호하였고, 강력한 군대를 통해 자국의 국경을 방어하고 확장했으며, 경찰을 동원해 ‘법과 질서’를 회복하였다.” Neumann (1967), op. cit., S.7.


23) L. Panitch, Rethingking the Role of the State, in J. H. Mittelman (ed.), Globalization: Critical Reflections, London: Lynne Rienner, 1996, p.95~96.


24) 이 표준안은 98년 개정된 바 있다. 내용상 거의 차이가 없지만, 이하 살펴 보게될 9조1항의 투자분쟁의 당사자를 국가 대 ‘국민 혹은 기업’에서 국가 대 ‘투자자’로 명확히 한 점이 눈에 띠는 정도이다. 일단 이 글에서는 94년 표준안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25) http://www.state.gov/www/issues/economic/


26) 이 <표준안>은 엄격히 말해 하나의 모델이자 안에 불과한 것이지, 그 자체로 조약 원문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과 미국의 막강한 협상력에 비추어 볼 때, 이 안은 사실상 조약 원문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로 한미간 실무협상에서 기대되는 것은 잘해야 부속문서상 예외조항에 포함될 공기업의 수정도라 할 수 있다. Andrew T. Guzman, Explaining The Popularity of Bilateral Investment Treaties: Why LDCs Sign Treaties That Hurt Them,

26) 이 <표준안>은 엄격히 말해 하나의 모델이자 안에 불과한 것이지, 그 자체로 조약 원문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과 미국의 막강한 협상력에 비추어 볼 때, 이 안은 사실상 조약 원문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로 한미간 실무협상에서 기대되는 것은 잘해야 부속문서상 예외조항에 포함될 공기업의 수정도라 할 수 있다. Andrew T. Guzman, Explaining The Popularity of Bilateral Investment Treaties: Why LDCs Sign Treaties That Hurt Them,

http://www.law.harvard.edu/Programs/JeanMonnet/papers/97/97-12.html. ;


27) 표준안의 부속문서 제4항에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조약 적용의 예외에 관한 “4. 제3항에도 불구하고, 각 체약국은 다음 영역에서 적용투자에 대해서 내국민대우를 부여하기로 합의한다.” 즉 “정부소유 토지의 광업권에 대한 임차 혹은 정부소유토지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의 임차”. 한미투자협정은 지하자원의 광업권을 한국측 예외조항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한국법률(「광업법」 제6조)에 따르면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에 대해서는 광업권을 향유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국회의 동의”하에 상공부장관이 이를 허락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만일 여기에 대해 한국 국회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투자협정의 논리에 따른다면, 내국민 대우에 관한 협정위반이 되어 국가는 미국 투자자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27) 표준안의 부속문서 제4항에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조약 적용의 예외에 관한 “4. 제3항에도 불구하고, 각 체약국은 다음 영역에서 적용투자에 대해서 내국민대우를 부여하기로 합의한다.” 즉 “정부소유 토지의 광업권에 대한 임차 혹은 정부소유토지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의 임차”. 한미투자협정은 지하자원의 광업권을 한국측 예외조항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한국법률(「광업법」 제6조)에 따르면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에 대해서는 광업권을 향유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국회의 동의”하에 상공부장관이 이를 허락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만일 여기에 대해 한국 국회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투자협정의 논리에 따른다면, 내국민 대우에 관한 협정위반이 되어 국가는 미국 투자자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28)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28)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용어의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91.12.14, 95.12.30>

제2조 (용어의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91.12.14, 95.12.30>

1. "정기간행물"이라 함은 동일한 제호로 연 2회이상 계속적으로 발행하는 신문․ 통신․잡지․기타간행물을 말한다. <<시행일 96.7.1>>

1. "정기간행물"이라 함은 동일한 제호로 연 2회이상 계속적으로 발행하는 신문․ 통신․잡지․기타간행물을 말한다. <<시행일 96.7.1>>

제9조 (결격사유등)

제9조 (결격사유등)

1)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정기간행물의 발행인 또는 편집인이 될 수 없다. <개정 95․12․30>

1)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정기간행물의 발행인 또는 편집인이 될 수 없다. <개정 95․12․30>

1.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

1.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

2. 대한민국에 주소를 두지 아니한 자

2. 대한민국에 주소를 두지 아니한 자

「방송법」

「방송법」

제2조【용어의 정의】

제2조【용어의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91.12.14>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91.12.14>

1. “방송”이라 함은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 논평 및 여론과 교양․음악․오락․연예 등을 공중에게 전파함을 목적으로 방송국이 행하는 무선통신의 송신을 말한다.

1. “방송”이라 함은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 논평 및 여론과 교양․음악․오락․연예 등을 공중에게 전파함을 목적으로 방송국이 행하는 무선통신의 송신을 말한다.

제9조【결격사유】

제9조【결격사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방송국의 장이나 편성책임자가 될 수 없다. <개정 90.8.1>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방송국의 장이나 편성책임자가 될 수 없다. <개정 90.8.1>

1.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


29) 국제연대정보정책센터, ꡔ한미투자협정 자료집ꡕ 1998


30) 「토지수용법」 제45조 【손실보상】

30) 「토지수용법」 제45조 【손실보상】

   (...)

   (...)

4)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금으로 지급한다.<신설 91.12.31>

4)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금으로 지급한다.<신설 91.12.31>

5)제4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기업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공사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부투자기관 및 공공단체인 경우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당해 기업자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급할 수 있다.<신설 91.12.31, 95.12.29>

5)제4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기업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공사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부투자기관 및 공공단체인 경우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당해 기업자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급할 수 있다.<신설 91.12.31, 95.12.29>

1.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이 원하는 경우

1.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이 원하는 경우

2.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재부동산소유자의 토지 또는 비업무용 토지로서 보상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 보상하는 경우

2.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재부동산소유자의 토지 또는 비업무용 토지로서 보상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 보상하는 경우

「징발법」

「징발법」

제22조의 2 【보상금의 지급】

제22조의 2 【보상금의 지급】

1)징발재산에 대한 보상금은 현금으로 지급하되 국가의 재정형편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징발보상증권(이하 “증권”이라 한다)으로 지급할 수 있다. 다만, 보상금액 또는 그 단수가 증권의 액면가액 미만인 경우에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31) S. Welzk, Visionen der MAI. A Brave New Corporatist World? in: Blatter fur deutsche und internationale Politik, 1/99.


32) 다국간 투자협정 역시 20년에 걸쳐 유효한데, 그러나 양국간 투자협정과는 달리 ‘5년/15년’ 조건이다.


33) * : 만약 조약 상대방이 모든 혹은 특정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받아들일만한 약속이행에 착수하면, 미합중국정부는 예외를 그에 따라 제한하고, 예를 들면 북미자유무역지대협정과 동일한 조건의 대우에 상응하는 특정한 의무를 고려 할 수 있다.


34) Welzk (1999), a.a.O. S.46.


35) 최근 보도에 따르면 주한 미상공회의소는 스크린쿼터문제와 투자협정을 분리해 스크린쿼터문제는 나중에 별도로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미국영화협회에 보내기로 했다 한다.(<한겨레신문> 99년 7월 15일자) 즉 격렬한 반발을 불러온 스크린쿼터문제를 우회하면서, 사실상 거의 공론화되어 있지 않은 ‘몸통’격인 투자협정부터 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크린쿼터문제를 중심으로 결집된 항의전선을 해체, 고립시키면서, 싸움의 중심이 대중적인 투자협정 반대운동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자는 의도로 보인다. 인식의 정비와 체계적인 대응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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